1941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에드거 후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막강한 정보수사력을 지나치게 행사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품고 그를 해임하기로 했다. 그러자 후버 국장은 트루먼 대통령을 찾아가 한 장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것은 트루먼이 부통령 시절 비밀리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은 깜짝 놀라 후버 국장의 해임을 없던 일로 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FBI에 약점 잡힐 일이 없다고 자신하며 후버 국장을 해임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후버는 과거 닉슨이 남몰래 사귀던 여인의 사진을 무기로 내놓았고 닉슨은 손을 들고 말았다. 이렇게 해 후버는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이 바뀌어도 죽는 순간까지 48년간을 FBI 국장으로 군림했다. FBI는 백악관 도청까지도 서슴지 않는 정보 수집, 검문, 검색, 과학수사로 미국 내 범죄 전담부서로 인정을 받았고 갱단, 마피아, 마약, 독일 나치와 소련 스파이 검거, 정치인들의 비리 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역설적으로 이런 능력 때문에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존재였고 대통령까지도 손을 못 댈 정도였다. 사실 이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조국혁신당에서 ‘검수완박 시즌2’라는 말이 번지고 있다. 이미 현 검찰을 ‘검찰 독재’, ‘정치 검찰’로 매도하고 악마화하고 있는 야권이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검찰개혁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 버리고 기소청을 설치하며 형사소송법도 개정하겠다는 것인데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한다는 것이 주목을 끈다. 그것이 미국의 FBI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20년 소위 ‘검수완박’으로 공수처를 만들고 이어 검찰은 부패, 경제, 선거, 공무원,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외에는 모든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법을 강행 통과시켰다. 법통과 과정에서 여야 싸움도 치열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다수당의 위력으로 밀어붙였고 그래서 탄생한 공수처인데 지금 공수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자신들이 만들어 낸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래서 다시 미국 FBI 같은 중대범죄수사청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영장 청구를 검찰에서 빼앗아 경찰로 넘기자는 것이고 검찰은 아예 이름도 공소청, 또는 기소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헌법에는 분명 영장 청구권이 검찰에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위헌’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으나 개헌저지선을 확보했다. 물론 개헌을 해서라도 검찰을 개혁하고 FBI 같은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면 모든 게 잘되고 방탄도 될까? 그래도 안 되면 또다시 그 위에 더 강력한 조직을 만들까? 그리고 또…. ‘검수완박 시즌2’를 맞아 한 현직 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이채롭다. ‘검찰 사건 중 정치 사건은 0.1%밖에 안 되는데 왜 이러느냐’고.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4-05-28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