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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축구가 미래세대를 망치고 있다

10월 15일 경기. 분명히 상대 선수가 골문과 가까운 곳에 넘어져 있었다. 뒤에서 달려든 삼성 선수가 볼을 차 넣었다. 그런데 휘슬이 울렸다. 오프사이드, 노 골이란다. TV 해설자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오프사이드요? 상대선수가 앞에 있었는데. 결과는 0-1, 한 골 차로 끝났다. 명백한 오심이 부른 황당한 결과였다. 하필 1년 리그를 결산하는 FA컵 결승이었다. 수원 삼성과 팬들이 실망했다. 불운은 이어졌다. 닷새 뒤, 이번엔 최악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다. 단초는 상대팀의 비신사적 플레이였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에도 울어야 했다. 경기 패배와 AFC의 쌍방 징계. 오심과 난투극을 억지로 연결시킬 생각은 없다. 두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는 크지 않다. 특정팀 편에 서서 상황을 해석할 생각도 없다. 15일 경기의 상대팀도 경기 지역의 향토구단이다. 난투극을 동정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발단이 어찌 됐건 같이 뒹굴었으면 벌 받는 게 당연하다.그런데도 굳이 지난 얘기를 꺼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끝없이 반복되는 저질 오심과 저질 축구 행정 때문이다. 수원삼성에게 어쩔 거냐라고 물어봤다. 문제 삼지 않겠다라고 한다. 그럴만한 속 사정이 있다. 한국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제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KPFL)의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 문제 삼지 않는 게 아니라 문제 삼을 수 없는거다.이게 원인이다. 숱한 경기가 오심 때문에 뒤집히고, 그때마다 팬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바로 잡히지 않았다. 개선되지도 않았다. 그 배경에 오심을 감싸고 도는 저질 축구행정이 있다. 저질 오심은 이렇게 저질 행정에 기생하며 커왔다. 그런 행정가들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미담 하나.심판도 인간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말이 안되는 말을 말이라고 하고 있다.산토스 팀의 펠레가 퇴장당했다. 그는 인정하지 않았고 축구화를 신은 채 버텼다. 결국, 주심이 엉뚱한 선수를 착각한 사실이 확인됐다. 펠레는 다시 투입됐고 오심을 내린 주심이 퇴장당했다. 인간이 한 실수에 항의한 것이고 인간인 주심이 퇴장당한 것이다. 그렇게 얻은 펠레의 또 다른 별명이 주심을 퇴장시킨 선수다. 그랬던 펠레를 우리는 여전히 축구 황제라고 부른다. 이 말이 갖고있는 더 위험한 해악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아주 가까웠던 과거의 한 시대. 우리에겐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견제를 용서하지 않던 권력이 있었다. 그때 그 권력이 우리에게 써준 말씀이 있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그 헌장을 달달 외우면서 사람들은 비판을 모르는 복종의 인간으로 되어 갔다. 거기엔 복종의 이데올로기와 개발의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었다. 축구 행정가들이 말하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니 토 달지 말라는 말 속에서 그 시절 그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전시의 영웅은 군인 중에 나오고, 평시의 영웅은 운동선수 중에 나온다고 했다. 전시의 국민은 군인의 인생을 따르고, 평시의 국민은 운동선수의 인생을 따른다고 했다. 지금의 한국 축구와 한국 국민이 그렇다. 차범근의 역사를 영웅이라 말하고, 박지성의 인생을 목표라고 말한다. 그 한복판에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서 있다. 지금, 스펀지 같은 그들의 머릿속으로 한국의 오심축구가 이상한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있다. -오심이어도 괜찮다, 이기면 끝이다! 반칙이어도 괜찮다, 1등 하면 끝이다! 불법이어도 괜찮다, 성공하면 끝이다!-리처드 줄리아노티(Richard Giulianotti)의 축구의 사회학은 축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축구는 역사적 문화적 상황과 겹치면서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 프로축구는 지금 이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망언이 그 악역이다.김종구 논설위원

1%에 대한 99%의 투쟁, 우리 주변 얘기다

아이가 태어난 것은 2001년이다. 2004년 걸음마를 배우면서 주식 12만 장을 받았다. 아이가 크면서 주식도 불어났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 70만 주가 됐다. 그리고 4학년 봄 방학이 끝난 지난 3월. 9억5천만 원의 배당금이 주어졌다. 만화에 등장하는 기업 신동의 얘기가 아니다. GS그룹의 전무를 아빠로, 회장을 삼촌으로 둔 어떤 아이의 얘기다.이 아이의 동생(7살), GS홈쇼핑 사장 딸(11살), KCC사장 아들(13살), KCC그룹 회장 아들(17살), 에스피지 대표이사 아들(18살), 동서 회장 친인척(19살). 모두 억대 배당금을 받아 간 아이들이다. 아모레퍼시픽 사장 장녀(20살), GS리테일 부사장 아들(20살)은 그래도 성인이라고 뺐다.직장인 10억 만들기라는 인터넷 사이트엔 방문객이 수만 수십만 명이다. 그들의 머릿속을 수도 없이 스쳐 갔을 계산이 있다. 10억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매달 100만 원씩 모아도 1천 달이 걸린다. 이렇게 1년씩 83년을 모아야 10억이 된다. 직장생활을 30대부터 60까지 잡는다 쳐도 30년이다. 인생을 세 번쯤 살아야 모일 돈이다. 어차피 다 안다. 세 번 아니라 30번을 살아도 이 아이들의 딱 한 번의 인생도 못 쫓아간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어느 성공이야기를 읽고 또 읽는 건 그런 희망의 조각이라도 붙들고 늘어져야 덜 슬퍼지기 때문이다. 미성년 주식 부자들의 얘기로 더 이상 흥분해할 직장인들도 없다. 이 1%에 대한 저항이 태평양 건너에서 터졌다. 자본주의의 본산 미국, 그 미국에서도 심장이라는 월가에서 시작됐다. 불쏘시개는 청년 고용률 55.3%라는 전후 최악의 불경기다. 다수의 미국인이 1%의 맞은 편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We are the 99%!를 외치며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Lets go를 외치고 있다. 엊그제(15일)가 그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국은 역시 멀고, 태평양은 넓은 모양이다. 전 세계 시위의 날에 한국은 조용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가 여의도를 점령하라로 바뀌어 등장했지만 묻혔다. 촛불 시위 한 번이면 5만 명을 훌쩍 넘기던 한국이다. 그런 한국의 시위치곤 초라했다. 휴~하는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것 봐라. 한국에서는 안 된다라는 비아냥도 들린다.그래서 더 걱정이다. 뭉개고 갈 일이 아닌데 이런다.미국의 1%는 당해 세대의 1%다. 30년을 넘어서게 놔두질 않는다. 아이아 코카와 록펠러는 지난 세대의 1%다. 그 1%가 이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로 넘어왔다. 시대에 맞는 사업에, 시대에 맞는 도덕성을 갖춘 얼굴들로 모두 바뀌었다. 그런데도 反 1% 투쟁이 시작됐다. 우린 뭔가. 한국 1%의 탐욕이 훨씬 집요하다. 그 옛날 회장님은 사라졌어도 1%는 여전히 그들의 식솔 차지다. 어느덧 2대를 넘어 3대로 가고 있다. 손녀 손자들이 자기 키보다 높이 싸인 주식과 배당금에 파묻혀 있다. 바야흐로 곧 시작 될 재벌의 탐욕 놀이, 시즌 3의 예고편이다. 개선의 기미는 없다. 되레 심해지고 확대됐다. 언제부턴가 아류 1% 그룹까지 등장해 우리 주변에 진치고 앉았다. 하는 짓이 똑같다. 부의 축적권력 매수부의 대물림권력 대물림까지. 진짜 1%가 국민을 힘들게 하더니 아류 1%는 지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100년 전 이 즈음, 세상은 뒤집혔다. 물론 다르다. 방법이 다르고 배경, 사상이 다 다르다. 그러나 얻어야 할 교훈은 마찬가지다.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1%의 탐욕과 그 1%가 만들어 놓은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구조 이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김종구 논설위원

梨大백지화, 경기도가 이상하다

다시 생각해도 이상하다.올 1월27일. 아직 희망은 있었다. 답보 상태를 보다 못한 총리실이 나섰다. 땅 주인인 국방부, 땅 사려는 이화여대, 도와주는 시도를 한데 모았다. 다들 뭔가 결론이 날 수도 있을 거라며 고대했다. 그러나 모임은 무산됐다. 이대의 불참 때문이다.파주시는 당황했고 국방부, 총리실도 마찬가지였다. 무례하다라는 비난도 나왔다. 그때 파주시장이 기자에게 물었다. 경기도에서는 뭐라고 합디까. 그 스스로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의 예감이 맞은 걸까. 경기도가 이상했다. 입장을 물었지만 돌아온 건 일단 경기도의 얘기는 빼달라였다. 그로부터 7개월. 도의 이상한 침묵은 또 이어진다. 8월11일을 전후해 사업 백지화가 세상에 알려졌다. 5년간의 기대가 없었던 일로 됐다. 파주 시민이 실망하고 분노했다. 삭발투쟁, 1인 시위, 단체 상경호소, 성명서 발표나올 건 다 나왔다. 급기야 파주시는 이대를 상대로 재판까지 걸었다. 14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그런데 경기도는 이번에도 조용하다. 8월11일 보도자료라는 게 뿌려지긴 했다. 경기도 본청이 아닌 경기도 북부청 명의였다. 그 내용이 이상하다. 국방부의 높은 토지가격 요구로포기에 이르러유감이다다. 다분히 국방부에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다. 이대 성토 일색인 파주시민, 파주시, 파주시의회, 경기도의회와는 느낌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왜 이러는 것일까. 이대 캠퍼스 이전 사업은 경기도의 일이었다. 파주시의 역할은 손님을 맞을 준비다. 그 손님을 모셔오는 역할은 경기도의 몫이었다. 국방부와의 땅값 절충, 부족분에 대한 재정적 보충이런 굵직한 일은 모두 도가 맡았다. 도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했다. 김문수 지사의 역점 사업이다라고 했고, 이대 재단과 라인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고 했다.이랬던 경기도가 쑥 빠졌다. 어느 시점부터 이대 캠퍼스 문제는 파주시민만의 투쟁이 됐다. 머리를 빡빡 깎으며 눈물을 흘리고, 삼복더위에서 가을볕까지 살갗이 타들어가고, 손해 본 14억이라도 돌려달라며 재판을 걸고. 이 모든 게 파주시민만의 발버둥이다. 거기 어디에도 경기도는 없다.지난 반년-1월26일 김문수 지사와 대학 측의 협의, 다음날인 1월 27일 총리실 주재 관계기관회의에 이대 불참, 20일 뒤인 2월18일 이대 이사회에서 사업백지화 결정, 8월12일 이사회에 정식안건 상정 처리-이 문제다. 도민과 시민들이 분노하는 게 바로 이 반년 간의 이대 측의 침묵과 밀실행정이다. 그 반년 간 도민이 속았고 시민은 우롱당했다. 경기도가 침묵하고 소극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게 공교롭게 그 즈음이다. 설명해야 할 부분이 여기다. 1월27일 불참 때부터 8월11일 백지화 공개 때까지. 이 기간 어느 시점에 사업백지화를 알았나. 제발 아니길 바란다. 경기도가 미리 알고 있었고, 이대 측과 함께 입을 다물었던 정보공유의 일정 기간이 없었기를 바란다. 만일 그렇다면 경기도민과 파주시민이 받게 될 실망이 너무 크다. 엊그제, 경기도가 긴급 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12개 대학 유치가 잘 되고 있다라는 성명서다. 무슨 소린가. 지역마다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어느 대학 유치가 잘된다는 것인가. 더구나 그 부지의 상당수도 미군공여지다. 파주 월롱면처럼 국방부가 땅 주인이다. 만일 또 다른 대학유치가 무산되면 그때 가서 또 국방부의 높은 토지가격 요구로유감이다라는 보도자료 내고 빠질 거 아닌가. 지금 급한 건 이대 사태를 마무리 짓는 일이다. 반년간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가장 앞서 간다던 사업이 이 지경이 됐다. 그 후유증에 파주는 쑥대밭이 됐고, 머지않아 재판정으로까지 그 난타전이 이어질 지경이다. 도내 대학 유치 잘 되고 있다라고 성명서 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인연으로 맺어진 개인 간의 신의에 앞서 본분으로 연결된 국민 앞의 책임을 챙기는 것. 이게 공직자의 길 아닌가. 김종구 논설위원

대학 캠퍼스 유치, 잘되고 있다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연세대 송도 캠퍼스 때부터입니다. 인천시가 캠퍼스 건립비로 3천억 원을 주기로 한 게 사달입니다. 이후 모든 대학들이 인천시의 사례를 모델로 들이댑니다. 해도 너무 하는 요구입니다. 결국, 그때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 캠퍼스 유치는 중단된 걸로 봐야 합니다.A는 하남시청 공무원이다. 그의 업무는 중앙대 캠퍼스 이전이다.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지치듯 푸념이 나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라는 말도 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의 얘기도 비슷하다. 도대체 대학캠퍼스 이전의 어떤 면이 그들을 지치게 하는 것일까.해도 너무하는 대학의 욕심 때문이다. 중앙대가 골라잡은 하남캠퍼스 부지는 국방부 소유다. 미군부대가 이전해 가는 공여지 30만㎡다. 현재 감정가로 3.3㎡당 100만원 안팎이다. 이 땅과 바로 경계에 있는 땅의 현재 시세는 700~800만원. 부지 매입에 이은 규제 해제와 동시에 1천만원 가까이 뛸 게 뻔하다. 매입과 동시에 10배 이익, 웬만한 기획부동산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익률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하남시를 두 손 들게 한 건 중앙대의 개발계획이다. 시는 애초 28만㎡ 정도의 캠퍼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계획내용은 달랐다. 캠퍼스는 19만㎡에 불과했고 나머지 공간은 수익사업으로 채워졌다. 수익사업이라면 아파트, 상업시설 등이다. 이쯤 되면 차라리 미니 신도시 계획이다. A는 그래서 해줄 수 없고, 해줘서도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평택에 온다던 성균관대는 더 하다. 대학이 시에서 사기로 한 땅은 117만㎡다. 이 부지를 만드는데 들어갈 예산은 3.3㎡당 230만 원이다. 이 땅을 60만 원대에 넘겨받기로 했다. 시민의 혈세 8천130억 원으로 만든 땅을 사학재단에 710억 원에 주는 것이다. 굳이 개발 후 땅 값 상승까지 갈 것도 없다. 부지공급 자체가 이미 매머드급 특혜다.김선기 시장은 올해 평택시가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은 100억원 정도라고 말한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성균관대에 주는 특혜는 평택시 가용예산의 75년치다. 그래서 그 특혜의 폭을 줄여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대학이 이전할 생각 없다.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김 시장의 얘기가 틀렸는가.중앙대와 성균관대는 그저 예일 뿐이다. 경기도에 온다던 다른 대학들이 다 그렇다. 정확히 2009년부터다. 인천시가 연세대에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부지 공급 외 건축비 3천억 원 지원-이 알려진 뒤부터 이렇게 됐다. 땅값 이익은 기본이고, 건축비에 +가 추가됐다. 2009년 이전에 MOU가 체결됐던 이화여대, 광운대, 서강대, 중앙대, 국민대의 이전이 모두 무산되거나 중단된 게 그냥 우연이 아니다. 이런 게 담당 공무원 A를 지치게 만든다. 끝도 없는 대학의 특혜 요구, 여기에 MOU에 발목 잡힌 선출직의 입장, 그리고 눈에 어른거리는 시민들의 눈총까지.어느 선대 사업가가 니 돈이면 그렇게 썼겠어라고 했다. 대학 캠퍼스 유치에 매달리는 선출직들이 귀담아들을 얘기다. 대학 유치의 재미는 선출직의 몫이다. 그 재미를 위한 특혜의 부담은 시민의 몫이다. 선출직은 MOU만 이행하면 끝이지만, 시민은 그 뒤에 남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도시계획, 어이없는 특혜. 이런 게 고스란히 시민에게 남을 부담이고 빚이다. 선출직 본인들 돈이면 이렇게 막 퍼주겠나.경기도는 그래도 자신 있어 한다. 엊그제는 12개 대학 유치가 잘 되고 있다.라고 발표까지했다. 그래서 계속 지켜볼 참이다. 계속.김종구 논설위원

시화호의 불편한 진실-‘고기 잡는 것 합법이다’

11.2㎞ 방조제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저마다 차를 세워놓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눈길이 찌와 다른 곳을 번갈아 오간다. 혹여나 단속반이 올까 불안해서다. 56.5㎢ 내수면 위에도 작은 배와 보트가 떠 있다. 여러 개의 낚싯대가 걸쳐 있다. 그늘막이 쳐져 있고 챙이 넓은 모자에 안경까지 눌러 썼다. 역시 불안해하는 눈치다.-시화호를 처음 찾는 상당수 꾼들의 모습이다.방조제를 지나는 길옆으로 차량이 늘어섰다. 아슬아슬한 운전에 짜증 난 운전자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시청은 뭐 하는 거야. 불법 낚시꾼들도 단속 안 하고. 성질 급한 사람은 곧바로 전화기를 든다. 불법 낚시행위를 단속하라며 공무원을 다그친다. 단속에 나서겠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분을 가라앉힌다.-전어가 한 창인 요즘 시화호에서 수도 없이 목격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해프닝이다. 낚시꾼들은 단속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전어를 건져 올리든 꽃게가 걸려 나오든 괜찮다. 보트 위 그늘막 아래로 숨을 필요도 없다. 낚싯대 열 개를 드리우던 스무 개를 드리우든 상관없다. 얼음 상자 한가득 전어를 담아가도 되고 우럭을 채워가도 된다. 문제 될 게 없으니 이들을 고발하는 운전자들의 신고도 웃기는 일이다.왜 이런 촌극이 반복되는 걸까.시화호 완공 초기. 그때는 불법이었다. 산업입지및개발에관한법률 시행령에 그렇게 돼 있었다. 법에서 정하는 지구 내의 수산물을 포획 채취해서는 안 된다. 그랬던 규정이 2006년 없어졌다. 시화호에 사는 전어, 우럭, 숭어의 주인이 없어진 셈이다. 적어도 적법한 어로행위에 관한 한 방조제 밖(外海)이나 안(內海)이나 구분이 없어졌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았을 곳은 당연히 담당 기관이다. 하지만, 수자원 공사도 안산시도 침묵하고 있다. 불법이 합법으로-최소한 처벌근거가 없어진 상태로-바뀌었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법 개정을 모르는 시민들이 단속해달라.고 신고하면 알겠다. 단속하겠다.라고 답한다. 마치 여전히 불법인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다. 이러기를 6년째다.흔히들 눈 감고 아웅 한다고 한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흘러가는 데로 둔다는 얘기다. 지금의 시화호 정책이 그렇다. 시행령 개정의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법 개정에 따른 합불법의 새로운 경계가 정립된 것도 아니다. 어업행위에 대한 해석은 시의 말 다르고 공사의 말 다르다. 그 흔한 유권해석 한 번을 안 했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덮고 가고 있다.안산시 담당 공무원 A. 워낙 예민한 문제다. 행정이 이래선 안 된다는 점은 잘 안다. 하지만,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면 우리 행정력으로 이를 관리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차라리 솔직한 하소연이다. 면적만 여의도 60배다. 이곳이 전국에서 몰려든 조사와 관광객으로 꽉 찰 수도 있다. 해양수산계 소속 공무원 서너 명이 어떻게 감당하겠나. 불가능한 일이다.그러나. 그러니 공개하자는 거다. 침묵으로 버티는 속앓이는 인제 그만 하라는 거다. 터뜨려야 문제가 보이고, 문제가 보여야 답이 나온다.혈세 6천200억 원이 들어갔다. 1987 년 6월 첫 삽을 뜰 때 세 가지 목적을 얘기했다. 공업용지 확충, 복합영농단지 개발, 수도권 주민의 휴식공간 조성. 이 가운데 공업용지 확충은 폐수방류로 물거품이 됐고, 공업용지 공급은 1998년 농림부가 손 떼면서 물 건너갔다. 그나마 남은 시화호의 목적은 주민의 휴식공간 조성이다. 이 목적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몰려올 관광객은 악재가 아니라 호재다. 동양최대의 영농시설 대신 동양최대 관광지라도 얻으면 좋은 일이다. 기관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생각을 바꾸고, 단속의 매력에서 관리의 책임으로 생각을 바꾸면 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출발이 시화호에서 고기 잡는 것은 사실 6년 전부터 합법이었다.라는 고백이다.김종구 논설위원

추석 민심 데자뷰

중소 상공인들은 어려워지고 대기업만 좋아지고 있다. 국민이 주가폭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더라. 정치권은 물가고통 외면하고 싸움만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치인들이 전하는 추석 민심이다. 딱 떨어진다. 대기업은 연일 대박인데 중소기업은 연일 쪽박이다.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던 주식시장의 서킷 브레이크(주식매매 일시정지)가 사흘이 멀다 하고 발령되고 있다. 친박 친이, 좋은 투표 나쁜 투표로 갈라서면서 정치가 국민의 진을 빼고 있다. 이만한 분석이 없다.그런데 이건 2011년 추석 얘기가 아니다. 11년 전인 2000년 9월 신문에 실린 추석 민심이다. 앞의 것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한 말이고, 뒤의 것은 민주당 이재정, 정세균 의원이 한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공교롭게 그 해의 추석도 9월12일이었다. 이쯤 되면 추석 민심 데자뷰다.추석 민심이라는 게 늘 그렇다. 돈 쓸 곳은 많고 주머니는 가벼우니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말이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물가가 뒤로 간 적 없으니 장보기가 무섭다라는 푸념도 단골메뉴다. 장마 지나고 태풍 지나서 오는 게 추석이다 보니 수해주민은 여전히 힘들다라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제 그 뻔한 얘기가 또 나올 때가 됐다. 다음 주말이면 너도나도 마이크 앞에 설 것이다. 추석 민심이라고 하든 귀향보고라고 하든 제목은 중요하지 않다. 중소 상공인들이 힘들어하더라 주가 폭락에 대한 원성이 높더라 물가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더라대단한 민심 대장정이라도 다녀온 양 얘기하지만 듣는 이는 별로 없다. 11년 전에도 들었고 작년에도 들어서다. 결론을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경제는 나쁜데 그 책임은 상대 당에 있다. 주가가 폭락한 것은 상대 당이 잘못해서 그런 거다. 우리는 싸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쪽이 걸어왔기 때문이다. 악화된 추석 민심 떠넘기기다. 민심 읽기도 데자뷰고, 책임회피도 데자뷰다. 그래서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그런다고 민심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2007년의 추석을 돌아보자. 17대 대통령 선거로 가는 마지막 추석이었다. 추석을 4일 앞두고 한국연구가 여론조사를 했다. 여기서 이명박 후보가 56.3 %를 얻었다. 다음은 정동영 11%, 손학규 7.2% 순이었다. 이틀 뒤 대단한 미터 조사도 비슷했다. 이명박 50.8%, 정동영 10.3%, 손학규 7.9%. 이쯤 되면 추석 민심은 일방적이다. 누가 봐도 민주당 쪽으로 참패의 경고가 가고 있었다. 그런데 추석이 끝난 뒤 마이크 앞에 선 민주당 의원들은 딴소리를 했다. 손학규 후보 쪽으로의 반전 분위기가 확실했다.(우상호 의원) 경선을 마무리하고 빨리 (정동영으로) 단일화하라고 하더라.(양형일 의원) 문국현 후보가 신선하다는 의견들이 있다.(이상민 의원)큰 착각이었거나 작정하고 던진 거짓말이다. 그런 수에 휘둘릴 민심이 아니다. 석 달 뒤 선거가 치러졌고 결과는 9월25일과 9월27일의 민심이 그대로 옮겨갔다. 이명박 후보 48.7%, 정동영 후보 26.1%. 맥빠진 선거만큼 이 후보의 득표율이 빠졌고, 야권후보 단일화만큼 정 후보의 득표율이 올랐을 뿐이다.차라리 참담한 현실을 인정하고 통렬한 반성의 추석 민심을 얘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솔직함에 돌아갈 동정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2011년 추석이 또 선거를 앞두고 걸렸다. 19대 총선으로 가는 마지막 추석이다. 언제나 민심은 중립을 허락하지 않았다. 0.1%라도 한쪽으로 치우쳤다. 쏟아지는 욕으로 만신창이가 될 일방이 이번에도 있을 거다.그 일방이 어떤 추석 민심을 얘기할지. 이번에도 핑계 대고 남 탓하는 데자뷰가 반복될지. 지켜볼 일이다.김종구 논설위원

정의(正義)는 표(票)가 정하더라…

인터뷰에 앞서 양해부터 구해야 했다. 시장님, 저희 오보로 인해 마음 상하셨죠.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습니다. 대답은 담담했다. 괜찮습니다. 일부러 나쁘게 쓴 ○○일보도 있는데요. 사실은 나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2006년 5월 31일은 한국 정치사에 대기록을 남긴 날이다. 집권 여당이 어디까지 참담해질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준 날이다. 선거는 해보나마나였고 결과는 기다리나마나였다. 선거가 있는 날 언론사 편집국에는 통닭과 맥주가 준비된다. 밤샘작업을 위한 야식이다. 하지만 그날은 필요 없었다. 열린우리당은 서울 구청 25곳에서 모두 지고, 인천 구청(군청) 10곳에서도 모두 졌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도 모두 지고 있었다. 1면 제목이 나온 건 초저녁이다. 열린우리당, 수도권 전멸. 이게 화를 불렀다. 인쇄기가 돌아갈 때쯤 노란불 하나가 들어왔다. 열린우리당 박영순 후보였다. 다음날 모든 신문에는 바로 잡습니다가 실렸다. 박영순 후보만 훌륭했던 건 아니다. 능력 있고 깨끗한 열린우리당 후보는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외 누구도 선택받지 못했다. 모두 참담한 결과를 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그들의 공약도 모두 휴지조각이 됐다. 무상급식이 이겼다정치는 그런거다. 이기는 쪽이 싹쓸이하는 것이고, 이기는 쪽의 말이 정의가 되는 것이다. 2006년 봄의 정의는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이 말하는게 정의였다. 콩을 팥이라고 하면 그냥 팥이 됐다. 왜 콩이 팥이냐고 따져봐야 소용없었다. 기억속에 박 시장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간판을 가지고 어떻게 시정을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던 것 같다.그리고 5년이 지났다. 2011년 여름의 정의는 야당과 진보다. 야당이 말하고 진보가 밀면 그걸로 끝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자리가 바뀌었다. 한나라당 대신 민주당이 꽃가마에 앉아 있다. 열린우리당 대신 한나라당이 빈사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그 속에 무상급식이 있다. 2년 넘는 논란 속에 세상에 갖다붙일 논리는 다 갖다붙였다. 부자급식이 나오면 보편적 복지가 나왔다. 포퓰리즘이 나오면 국가의 의무가 나왔다. 단계적 급식이 나오면 전면적 급식이 나왔다. 수도 없는 토론과 논쟁이 이어졌다. 허비된 시간과 낭비된 에너지가 엄청나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기들의 말이 정의라고 고집했다. 이제 싸움이 끝났다. 8월 24일로 다 끝났다. 주민투표는 33.3%를 넘지 않았다. 무상급식이 이기고 오세훈이 졌다. 야권이 이기고 한나라당이 졌다. 무상급식은 이제 부자급식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다. 단계적 급식이 아니라 전면적 급식이다. 무상급식은 좋은 것이라고 표가 결론을 낸 것이다. 털어낼 때다.인정하고 손 떼라사실상의 승리니 뭐니 하며 25.7%에 매달리면 추하다. 33.3%에 0.1%라도 모자랐으면 진거다. 사람 뽑는 선거에서 2등이 필요 없듯이 의견 묻는 투표에서 33.3% 아래는 의미없다. 보궐선거에서 진검 승부를 벌이자는 얘기는 또 뭔가. 지금까지 국민들 지치게 한 것으로도 부족하다는 말인가. 2006년 봄, 그때 한나라당은 피도 눈물도 없었다. 행정과 의회를 독식하고 이를 무기로 모든 권력을 싹쓸이했다. 거기서 생기는 돈도 전부 가져갔고, 거기서 생기는 자리도 모두 차지했다. 곁 좀 달라고 열린우리당이 매달렸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이겼을 때 그렇게 누렸으면 졌을 때 잃을 각오도 해야 한다. 정치는 바람개비다. 혼자 돌려고 애쓰면 소용없다. 바람이 불어줘야 한다. 바람을 기다려라.JP(김종필)가 30년 전에 했던 말이다. 바득바득 우기지 말고 여론에 맞장 뜨지 말라는 말이다. 지금 한나라당에게 필요한 이 말을 살아 있는 정치 9단은 이미 30년 전에 하고 있다. 여론의 바람이 떠밀 때는 그냥 떠 밀리는 거다. 차라리 오세훈의 선택이 보기 좋다.김종구 논설위원

영리병원은 부자병원이다, 서민들이 보기에는

2000년 언저리의 어느날. P기자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부장님, 왔어요. 회장 부인이요. 지금 막 들어갔어요. 아주대학교 병원 13층 특실의 용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우그룹 회장님을 위한 특실소문은 사실이었다. 기업이 풍비박산이 났어도 회장님 전용특실만은 여전이 남아 있었다. 불법이니 적법이니를 따질 일은 아니다. 병원 건립자를 위한 배려라고 봐주면 그만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측 누구도 이 병실의 존재를 입에 담지 않았다. 병원 홍보팀이 해야 하는 중요 역할중엔 이 특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막는 일도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 시설을 갖춘 병원, 그 중에 가장 전망 좋은 방, 일반 특실 몇 개를 합쳐 놓은 크기, 언제든 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돼 있는 공간. 없는 이들의 눈에 회장님 특실은 있는 자들이 누리는 반칙이었다. 10년전 봤던 의료양극화의 모습이다. 비슷한 문제로 요즘 여의도가 시끄럽다.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는 영리병원 얘기다. 이명규 의원의 첫 개정안은 지난 12일 자진철회됐다. 악화되는 여론 앞에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게 철회의 변이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뒤, 같은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다시 들고 나왔다. 경제자유구역의 성패는 외국 자본유치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을 위한 교육의료 개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앞선 개정안(이명규 의원 案)을 수정보완했다고 강조했다. 내국인이 들어 갈 수 있는 병상수를 50%로 제한한 게 눈에 띄는 정도다. 그게 그거다. 반대와 우려는 여전하다. 되레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저의가 뭐냐고 사람들이 묻고 있다. 영리병원의 궁극적 목적은 영업이익창출이다. 영업이익창출의 현실적 목표는 매출증대다. 매출증대를 기대한다면 의료의 공공기능을 일정부분 버려야 한다. 첨단 의료시설과 세계적 의료진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무기삼아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 계층을 공략해야 한다. 이 공략의 대상이 부유층이다. 비싼 입원비도 거뜬히 낼 수 있는 돈 많은 환자들이다. 자연스레 사회는 돈 많아서 영리병원 가는 환자와 돈 없어서 동네 병원 가는 환자로 갈라서게 된다. 의료양극화다. 절대로 의료양극화는 오지 않는다는 장담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하필 삼성이고 하필 일본자금이다. 송도 영리병원의 우선협상대상자(ISIH-Incheon Songdo International Hospital)지분은 삼성 주도 국내 자본 40%에 일본 다이와증권캐피탈 60%다. 삼성은 언제나 1등이었다. 몸 값도 제일 비쌌다. 에버랜드는 제일 멋진 대신 제일 비싸다. 래미안 아파트도 제일 좋은 대신 제일 비싸다. 의료분야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나는 언제든지 삼성의료원에 입원할 수 있어라는 말은 나는 힘 있고 성공한 그룹에 속해 있어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서민들에게 삼성의료원은 꿈이다. 그런 삼성이 작정하고 만드는 영리병원. 어떤 모습이겠나.일본 지분 60%도 여간 찜찜하지 않다. 항일이니 극일이니 하는 촌스런 논리에 매달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다르다. 한나라당 의원이 일본 자본의 영리병원 설립을 밀어붙이던 바로 그날, 공교롭게 일본 동경 한 복판에서는 한류방송금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한(反韓) 시위가 열렸다. 해주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닐지 몰라도 서두르지 말아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ISIH 영리병원은 재벌병원이고 부자병원이다. 그리고 일본이 이익금을 챙겨갈 왜색병원이다. 먹을 것 없어 굶는 것 만큼이나 서러운 게 돈 없어 치료 못받는 거다. 회장님을 위한 13층 특실 영리병원에 몰려드는 부자환자. 이런게 다 시민들 맥 빠지게 하는 거다. 보험료는 뭉텅뭉텅 빼가면서 돌아오는 공공의료서비스는 아직도 멀었다. 공공의 재화가 넘쳐 민간의 재화를 채워줄만큼 여유가 있는 나라도 아니다. 언젠가 해야겠지만 반드시 지금인 것은 아니고, 혹시 지금이 그때라 할지라도 이렇게 서두를 일은 아니며, 누군가 해야한다고 해서 꼭 이들이 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김종구 논설위원

무상급식 투표, 지는 쪽은 떠나라

2008년 3월 25일. 아침 신문에 보도된 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여론조사(조사기관 KSDC)였다. 찬성 17%, 반대 51%로 일방적이다. 총선 공약에 넣어 유권자의 검증을 다시 받으라는 요구도 65.0%나 된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00일, 대통령 취임식이 있은 지 30일 됐다. 그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48.67%를 얻었다. 대한민국 대선 역사상 최고 득표율이다. 그리고 그 후보의 대표 공약이 바로 한반도대운하였다. 불과 석달만에 나타난 충격적인 반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의 공약 1호는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선거와 공약의 관계는 늘 이렇다. 공약으로서의 검증과 정책으로서의 검증은 별개다. 제 아무리 그럴 듯한 공약도 선거 광풍속에서는 무수히 휩쓸려 가는 조각 중 하나다. 선거가 끝나면 민심은 냉정해지고, 선거전을 달궜던 공약은 또 다시 검증의 대상이 된다. 한반도 대운하 3년. 그런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야권은 얘기한다.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의 검증은 지방선거로 끝났다. 끝난 문제를 돈 써가며 재탕하려 한다. 나쁜 투표다. 여권의 얘기는 다르다. 6.2 지방선거의 화두는 많았다.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의 선택이었다고 볼수 없다. 무상급식만의 검증이 필요하다. 한반도 대운하에 빗대 보면 여권의 얘기가 맞다. 선거공약이었던 무상급식은 검증이 끝난 일도 재론을 못하게 할 일도 아니다. 꼭 180억원이 드는 주민투표가 필요했느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야권 압승=검증 완성, 그러므로 재론 금지라는 논리는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상급식이 등장한 것은 2년4개월전 경기도에서다.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한 김상곤 후보의 입에서 시작됐다. 김 후보가 당선되면서 무상급식이 세상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예산 편성을 두고 한나라당판이던 경기도의회와의 난타전을 벌였다. 대한민국의 진보세력이 결집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야권 후보의 공약으로까지 부상했다. 그 기간. 무상급식의 역할은 늘 촉매였다. 진보를 결집시키는 촉매, 거여(巨與) 지방정부에 맞서는 촉매, 야권을 하나로 묶는 촉매였다. 이념 또는 정치로부터 떨어진 적이 없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늘 정치와 뒤섞여 있는 무상급식을 보고, 평가하고, 선택해야 했다. 이제 한번쯤 떼어 놓고 볼 필요가 있다. 복지로서의 무상급식을 국민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다. 복지라는 게 한번 시작하면 뒤로 못 가는 거다. 한번 시작한 무상급식은 영원히 가는 거다. 주던 밥값을 못 주겠다고 버틸 정치인이 우리 정치풍토에 등장할 리가 있나. 8월 24일은 그런 날이다. 결과에 승복하자. 기준은 오로지 33.3%다. 다른 건 의미 없다. 33.3%를 넘기면 여권의 승리다. 못 넘기면 야권의 승리다. 33.3%를 넘기면 무상급식 밀어붙이기는 중단돼야 한다. 못 넘기면 투표책임자는 사퇴해야 한다. 버틸 수도 없겠지만 버티려 해서도 안 된다. 지금은 누군가의 충격적 희생을 필요로 할 때다. 지긋지긋한 이 정쟁을 끝내려면 달리 수가 없다. 누구는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다. 누구는 무상급식 안하면 아이들이 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나라를 망치는 것은 무상급식이 아니다. 무상급식을 두고 죽자 살자 2년째 싸우고 있는 우리네 정치다. 어쩌면 그 정쟁이 끝날 수 도 있는 날이 8월 24일이다. 독도도 지켜야 하고, 외환위기도 막아야 하고, 물가도 잡아야 하고, 수해현장도 복구해야 하는 대한민국. 무상급식이 도대체 뭔가. /김종구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밥상물가 분노, 한나라당을 조준한다

한나라당이 내년에 수도권에서 지는 모양이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이런 식이면 총선은 하나마다(필패)다"(김형오 의원), "이대로 가면 총선서 필패한다"(유준상 고문), "총선도 지고 대선도 열세다"(원희룡 의원), "이상득 의장? 수도권 전멸이다"(정두언 의원). 물론 결론은 그러니 바꿔야 한다다. 정치개혁을 강조하기 위한 전제다. 그러나 너도 나도 필패를 입에 달면서 이제는 패배가 정설처럼 굳어가고 있다. 선거 천재 A도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A는 선거 결과 맞추기에 귀재다. 정치를 공부한 적도 정치에 몸 담은 적도 있다. 그런데도 선거 예측에 관한 한 선지자 엘리아 수준이다.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이제는 안다. 선거는 보통사람들이 치르는 거다. 선거결과는 보통사람들의 의견이다. A는 보통 학력에 보통 수입을 가졌고 보통 고향 출신이다. 그의 생각이 곧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다. 중얼거리듯 내뱉는 예언이 매번 들어 맞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물가때문에 진다 A의 예언과 한나라당 거물들의 예상은 같다. 그런데 다른 게 있다. 결론에 이르는 원인이다. A의 원인분석은 늘 그랬듯이 간단하다. "시민들 관심은 물가밖에 없다. 먹거리를 통째로 줄여보기는 처음이다. 내년 투표장에서 생각할 건 물가다. 한나라당은 절대 이길 수 없다". 반값 등록금, 무상 급식, 0세유아 보육비 문제를 물으면 신경질부터 낸다. "누가 된 들 거기서 거기지. 귀에 들어 오지도 않고. 지금 관심은 물가야". 물가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언제나 올랐다. 물가가 뒤로 가는 나라는 망하는 나라다. 경제성장과 물가인상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선거 화두치고 이만큼 식상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A는 물가를 꼽고 있다. 지금껏 선거변수로 물가를 얘기한 적이 없던 그다. 왜 그럴까. 도대체 물가로 인한 서민의 고통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럴까. 그 적나라하고 빼도박도 못할 답이 5일 발표된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있다. 2008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의 물가상승률은 9.2%다. 연 평균 3%를 넘었다. 2002년이후 10년간의 평균 2.78%보다 높다. 역사 바로세우기로 5년을 보낸 김대중 정부보다도 높고, 정치개혁으로 5년을 보낸 노무현 정부보다도 높다. 경제 대통령 이명박 정부가 받아 든 성적표가 이렇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몰표를 줬던 3년전 표심에 대한 보기좋은 배신이다. 소숫점 몇 %를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 대든다면 더 아픈 통계도 있다. 밥상물가를 보자. 신선식품 물가라고 불리는 밥상물가가 3년간 40%나 뛰었다. 호박은 116.8%, 상추가 108.4%, 양상추와 열무는 90% 올랐다. 마늘 오이 시금치 생강 콩 풋고추도 모두 50% 이상 올랐다. 오징어가 96.4%, 갈치가 58.3%나 올랐다. 몇 달간 경제신문 1면을 차지하던 삼겹살(32.9%)은 차라리 양호하다. 한 두 달짜리 물가라면 장마 핑계 대고 태풍 핑게 대면 된다. 그런데 이건 3년치 종합물가다. 뭐라 들이 댈 핑계도 없어 보인다. 기사회생의 희망, 市場에 있다 결국엔 모두가 배 고파진거다. 고기 값이 비싸면 생선 먹으면 되고, 생선 값이 비싸면 채소 먹으면 됐다. 그게 고물가 시대를 살아 온 서민들의 지혜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식단돌려막기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고기 값도 비싸고 생선 값고 비싼데 채소 값까지 비싸다. 풀만 먹고 어떻게 사느냐는 푸념이 풀도 먹고 살기 힘들다로 바뀌었다. A의 말대로 먹는 걸 통째로 줄이는 것 외에 방도가 없다. 물가때문에 먹는 걸 줄여야 하는 나라. 그게 2011년의 대한민국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말해야 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다. 물가다. 한나라당이 있어야 할 곳은 의원회관이 아니다. 동네시장이다. 5만원어치를 담아도 여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장바구니.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의 밑바닥을 직접 봐야 한다. 8개월뒤 살아 남을 기적같은 희망을 갖고 싶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밥상물가 40%의 분노는 한나라당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 종구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교실 붕괴-당신은 현장을 본 적이 있는가

90년대 말. 일본 사회에도 지금의 우리와 똑같은 화두가 있었다. 학급붕괴. 그 논란의 중심은 부등교(不登校)였다. 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늘면서 학급이 붕괴되고, 이로 인해 일본의 미래가 위기에 처했다고들 했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부등교 학생은 연간 13만명이다. 이는 취학 아동의 1%에 불과했다. 부등교의 판단기준도 애매하다. 일본에서의 부등교 기준은 연간 결석수 30일 이상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30일을 결석해도 개근상을 받는다. 성인들에게 30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지니 아이들에게도 그 정도는 인정해도 좋다는 게 미국식 사고였다.그런데도 일본은 부등교로 학급이 붕괴된다고 요란을 떨었다. 나머지 99%의 정상적인 학생들조차 붕괴된 학급의 희생자로 몰고 갔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학급붕괴를 걱정하지도, 느끼지도 않았다. 일본 총무청이 발표한 1998년 자료에서 초등학생의 93%, 중학생의 92%가 여전히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답하고 있다.사토 마나부의 경고, 우리 얘기다교육학자 사토 마나부(佐藤 學)는 이런 일본 사회를 실랄하게 비난했다.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2000년)의 서문이 온통 그 얘기다. 학급 붕괴를 표제로 내 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출판사로부터 그런 책 10권에 대한 서평을 의뢰받았다. 다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다. 저자 10명 중 학급붕괴 교실을 가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모두 매스컴을 통해 들은 얘기를 기초로 하고 있었다. 사토 마나부는 책속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학급붕괴의 현장을 본 적이 있는가.2000년 일본에서 출간된 그 책 속에 2011년의 대한민국이 있다.교실붕괴와 교권붕괴가 나라를 뒤덮고 있다. 한쪽에서는 매 맞는 아이들로 교실이 붕괴된다고 야단이다. 다른 쪽에서는 들이대는 아이들로 교권이 붕괴된다고 난리다. 학생인권이 등장한 작년부터 쭉 그랬다. 어느쪽 얘기를 듣더라도 결론은 같다. 학교는 붕괴되고 있다다. 그런데 실제로 붕괴됐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앞으로도 그럴 기미는 없어 보인다. 이쯤에서 10년전 사토 마나부가 했던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보자. 당신은 교실붕괴와 교권붕괴의 현장을 본 적이 있는가. 교권 붕괴의 자료로 누나 사귀자라는 동영상이 등장한다. 덩치 큰 남학생이 여 선생을 껴 앉았다. 힘 없는 여선생은 빠져 나오지 못한다. 학생은 희희낙락하며 누나 사귀자며 희롱한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기까지 한다. 1년도 훨씬 넘은 동영상이다. 그런데도 계속 틀어댄다. 교권이 붕괴되고 있다고 선동하기 위해서다. 소풍날과 오장풍은 교실붕괴쪽 동영상이다. 집합에 늦은 학생이 교사에게 매를 맞고 있다. 따귀와 발길질이 이어졌다. 오장풍 선생의 체벌은 차라리 폭력에 가깝다. 코흘리개 어린학생이 교실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녔다. 역시 꽤 된 영상들이지만 여전히 자료화면으로 써먹고 있다. 학생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선동하기 위해서다. 교실붕괴도 없고, 교권붕괴도 없다모두 거짓말이다. 그 학생과 그 교사의 문제다. 99%의 학생은 여전히 교사를 존경하고 따른다. 99%의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낀다. 교실은 붕괴되지 않았고 교권도 추락하지 않았다. 동영상 두 세편으로 교육을 통째로 삼키려는 보수와 진보의 뻥튀기 전쟁일뿐이다. 10년전 그때. 일본 총무청이 발표한 또 다른 자료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대상이다. 여기서 일본 학생의 3분의 2가 방과후 30분~1시간씩 공부를 하는 것으로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의 공부시간은 2~3시간이었다. 사토 마나부는 메이지(明治)시대 이후 열심히 공부하기로 유명했던 일본이 왜 한국에 뒤쳐지는가라며 탄식했다. 그랬던 한국이 이제 10년전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 학교 현장은 이념에 휘둘리고, 학교붕괴의 침소봉대가 언론을 도배하고, 혼란스러워진 학생들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고 있다. 정치인과 언론이 만들어가는 몹쓸 합작품이다.김종구 논설위원

2016 華城 방문의 해, 시민혁명으로 가자

비테(Vitte)는 그의 회상록에서 1905 년 러시아는 미쳐 버렸다고 썼다. 그랬을 거다. 움직이지 않는 자의 눈에 혁명은 늘 미친 짓이다. 지나간 모순을 일거에 바꾸려는 집단의 광기다. 그러나 이런 광기가 최고의 긴장상태를 거쳐 상상도 못하던 결과를 만들어왔다. 우린 그걸 혁명이라고 했고, 진화라고 했다.거창해 보이는 혁명의 공식은 간단하다. 깨달음에 이은 행동이다. 지나간 과오를 깨닫는 게 출발이고, 이를 신념으로 행동에 나가는 것이 완성이다. 나는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시민에 의한 혁명의 시작이라고 말하겠다.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다. ○○방문의 해 △△방문의 해는 많았다. 그러나 이 때의 ○○, △△지역은 모두 광역 시도다. 기초자치단체(시군)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이번 일이다. 수원시는 울산만큼 크다며 우기고, 문광부 선정 으뜸 명소라고 비벼대며 풀어 가고 있다.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길이다순조롭다고 들린다. 하지만 화룡점정은 시민의 참여다. 우리는 엊그제 인구 4만5천명이 만들어낸 Pyeong- chang!의 기적을 지켜봤다. 4만5천명이 해낸 일을 105만명이 못할 이유가 없다. 기적이라 부르든 혁명이라 부르든 상관 없다. 우리도 그런 걸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돈 좀 벌어 보자는 일 아닌가. 돈 쓰는 華城을 끝내고 돈 버는 華城으로 가자는 일 아닌가. 시민들이 그토록 원하던 방향이다. 1천억, 2천억씩 쏟아 부을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제발 좀 그만하라고 말렸다. 그러나 표에 눈먼 정치인들은 듣지 않았다. 결과는 화려한 투자에 초라한 수입뿐이다. 10년전 있었던 2001 세계 도자기엑스포가 끝나고 TV에 나온 한 도예인의 인터뷰가 기자들 사이에 화제였다. 지난 5년간 진 빚을 이번 행사로 다 갚았다. 사업의 평가는 그 말 한마디로 끝났다. 이천 여주 광주의 500년짜리 자산, 이 자산을 돈으로 엮어낸 건 바로 도자기엑스포였다. 華城은 수원의 215년짜리 자산이다. 하지만 이 자산이 백성을 먹여살렸다는 기록은 여지껏 보지 못했다. 문화재 지구라며 규제하고, 복원한다며 돈 쏟아 부어 온 게 다다. 이제 그 華城을 장사밑천 삼아 좌판을 벌일 때가 왔다. 십수년간의 공사중 푯말을 걷어 치우고 영업중 간판으로 바꿔 달 때가 왔다. 여기에 정치가 무슨 소용있나. 華城 이 유독 정치에 휘둘려 온 건 사실이다. 시민의 표를 얻어 뭣 좀 해보려는 사람들마다 華城을 들먹였다. 시장들은 4년짜리 복원공사에 사활을 걸었다. 국회의원들도 화성특별법이니 뭐니 들먹이며 어지간히 써 먹었다. 그래서 남은 건 과하게 지나친 복원과 여전히 턱 없는 지원뿐이다. 이게 다 華城을 자산으로 보지 않고 치적(治積)으로 봐서 생긴 일이다. 풍요와 누림의 역사로 가보자이제 달라질거다. 2016년은 누구를 위한 임기도 아니다. 어떤 정치적 마디와도 겹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화성축성 220주년째 되는 해에 벌어지는 판 큰 잔치일뿐이다. 당기(黨旗) 내리고, 이념 잊고 한 곳으로 모여 들어도 된다. 거기서는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다. 이제 다 끌어 안고 가자. 지나간 실수는 앞으로의 약이다. 쏟아 부은 혈세 5천억? 2016년부터 벌어들일 5조원을 위한 투자라고 보자. 족보도 없이 만들어진 이런 저런 건물들? 2016년에 찾아 올 관광객들에게는 그것도 華城의 일부다. 버릴 것도 없고 떼어놓고 갈 사람도 없다.실패와 실험의 역사를 끝내고, 풍요와 누림의 역사로 가는 길. 이것이 2016 수원화성방문의 해다.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옮겨 가는 게 수원시민의 혁명이다.김종구 논설위원

水公, 7개 시·군 윽박지르지마라

서로 봉이 김선달이란다. 수자원 공사는 물 먹고 돈 안 내는 사람들이 봉이 김선달이라고 하고, 그 사람들은 규제해 놓고 물값까지 다 받아챙기는 수자원공사가 봉이 김선달이라고 한다. 팔당수계 7개 시군과 수자원공사의 물값 전쟁이다. 이미 최후 통첩은 시장 군수 앞으로 날아갔다. 내달까지 밀린 물값 모두 내라고 통고됐다. 안 내면 강제집행에 들어갈 기세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야 간단하다. 물 먹었으면 물값 내야한다. 광주시장, 용인시장, 남양주 시장, 이천시장, 양평군수, 가평군수는 지금 위법한 떼쓰기를 하고 있다. 밀린 물값만 135억원이고 소멸시효가 코앞이다. 수자원공사로서는 마지막 수를 던질만 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설명하는 수자원공사의 입장이 틀렸다. 팔당댐의 시설관리자는 수자원공사가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이다. 지금 7개 시군이 요구하는 주민지원사업, 수질개선사업은 댐 관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또 7개 시군만 물값을 빼 줄 경우 타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는 주장도 한다. 물값 전쟁의 심각성 인식해야철저한 기관이기주의고 기관편의주의다. 형평성 얘기를 왜 수자원공사가 꺼내나. 7개 시군 주민에게 물은 반 백년 맺힌 한이다. 수도권 주민이 먹을 물 때문에 반 백년을 숨 못 쉬며 살았다. 가축 한 마리 맘 놓고 풀어놓지 못했다. 건물 한 귀퉁이 고치려 해도 허가받고 검사받아야 했다. 툭하면 경을 쳤고 툭하면 전과자가 됐다. 형평성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다른 지역 주민들처럼 맘 편히 살게 해달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규제는 규제대로 받고, 물값은 물값대로 내는 황당한 억울함. 이걸 개선하는 게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주민에게가 아니라, 주민이 수자원공사에게 따질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책임을 넘기려는 것도 치사한 논리다. 주민들이 볼때 물값은 포괄행정이다. 규제로 인한 고통, 물값 납부의 부당성, 모두 하나의 문제다. 서로 떼어놓고 보면 안된다. 우리는 돈만 받아내면 된다. 따질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가라는 황당한 배짱은 이런 잘못된 생각이 있어서 나오는 거다. 수자원공사 따로 놀고, 한국수력원자력 따로 놀면서 정부는 쏙 빠져 있고. 이건 차라리 작전이다. 애초에 7개 시군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작전이다. 경찰에서의 권역타령, 행정에서의 담당 타령은 전형적인 기관편의주의다. 그런 걸 지금 대한민국 수자원공사가 하고 있다. 물론 물값 전쟁은 위법이다. 위법을 잘한다고 부추길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이 왜 이런 무모한 위법 투쟁을 벌이는지에 대한 고민은 있어야 한다.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한다. 원인과 정도를 알아야 그에 맞는 대책이 나오는 거다. 상수도관 틀어막기라도 할건가규제해소와 보상요구가 어디 어제 오늘의 얘긴가. 수십년짜리 민원이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누구 하나 나서 해결방안을 만들겠다는 사람도 없다. 그저 그곳에서 태어난 당신들의 운명을 탓하라는 식으로 무시하고 외면했다. 그래서 나온 고육지책이 이번 물값전쟁이다.수자원공사 사장명의의 경고장 하나로 윽박질러 끝날 일이 아니다. 어이쿠 잘못했습니다. 당장 납부하겠습니다라며 물러날 거면 이 지경에 오지도 않았다. 뭘 하겠다는 건가. 어떤 강제집행을 하겠다는 건가. 시 예산 가압류하고 시 재산 가처분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시장 몇 명을 감옥에라도 넣겠다는 건가. 그도 아니면 주민들 먹을 상수도관을 틀어막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경고장 흔들며 겁주지 마라. 안 그래도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다.김종구 논설위원

돈 먹는 華城-돈 버는 華城

6월 22일. 지아니 알레마노 로마시장이 기자들을 모았다. 콜로세움에 대한 대대적인 공사 계획을 설명했다. 그가 설명한 대대적 공사라는 게 이거다. 시커멓게 변한 부분 닦아내기, 약해진 기반 강화하기, 출입문 일부 손보기. 우리가 볼 땐 그냥 대청소 수준이다. 그런데도 그는 세계 유수언론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했다. 여기다가 공사 기간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양념까지 쳤다. 그렇다고 공사비 2500만 유로(약 385억원)가 자기돈-市費-도 아니다. 명품 피혁업체 토즈로부터 받아낸 후원금이다. 외신을 보면서 참 유난 떤다 싶었다. 그런데도 밉지만은 않았다. 되레 부러웠다. 같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손대는 방법부터가 다르다. 수원 화성의 복원은 거기에 비하면 차라리 새로운 신축이다. 문화재지구라는 금표 하나 두르고 중장비 동원하면 곧바로 천지가 개벽한다. 철철이 없던 유적이 하나씩 생긴다. 전쟁통에 사라진 성곽 복원은 그래도 봐줄 만하다. 화성홍보관이니 화성박물관이니 하는 것들은 유적도 아니다. 팔달산 중턱을 헐어내고 세운 거대한 정조 동상도 족보에 없는 거다. 죽은 정약용이 살아 돌아오면 여기가 어디냐고 물을 판이다. 보수비도 시비 안 쓰는 콜로세움예산의 규모도 천지차다. 로마시는 수십 년 만에 쓰는 보수 비용 358억원에도 벌벌 떨었다. 그러나 수원시는 손댔다 하면 몇백 억이다. 이런 매머드 공사가 1년에도 몇 건씩, 수십 건이 이어졌다. 화성 원래의 모습을 찾는 데 들어간 진짜 복원비는 1천401억원. 화성 관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며 들어간 애매한 돈이 2천2천832억원이다. 이래저래 화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집행된 돈이 5천억원쯤 된다. 5.7㎞짜리 화성 성곽을 짓고도 남을 돈이다. 이게 다 혈세다. 화성복원 아니었으면 모두 시민에게 갔을 돈이다. 뒷 골목 몇십 개쯤 정비했을 돈이고, 재래시장 주차장 수십 개는 만들었을 돈이고, 없는 애들 수만 명에게 무상으로 밥 돌렸을 돈이다. 가끔은 국도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그런데 말이 국도비 지원이다. 내용을 보면 어이 없다. 628억원짜리 박물관 지으면서 받아온 국비가 63억원, 도비가 48억원이다. 나머지 517억원이 전부 시비다. 이게 무슨 국도비 지원인가. 그냥 시민 혈세 가져다 쓴 거다. 공사시한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 로마 시장은 공사 기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화성 복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빠르면 6개월, 길어도 1~2년에 끝내야 한다. 제 아무리 큰 공사도 4년을 넘기면 안 된다. 혹여 5, 6년 걸리는 공사를 계획한 공무원이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감(感) 떨어진다는 소릴 들었을 거다. 화성 복원의 공사 기간은 시장의 임기 4년을 절대 넘어서선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복원공사마다 주인이 따로 있다. 이건 심재덕표 복원, 저건 김용서표 복원. 화성, 돈 투자 1등 관광객수 12등무엇보다 맥빠지게 하는 건 관광수지다. 콜로세움은 로마는 물론 이탈리아 전체를 먹여 살린다. 거기에 비하면 5천억원 쏟아부은 화성의 관광수입은 통계조차 분명치 않다. 어떤 공무원은 자기만의 기막힌 셈법으로 그럴 듯한 통계를 내놓는다. 그러나 그걸 믿는 사람은 없다. 경기도가 2010 도내 관광객 현황이란 자료를 냈다. 거기서 수원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12등이다. 투자액수 1등에 관광객수 12등. 장사를 잘못한 것이다. 말로 쏟아 버린 돈을 수저로 주워 담고 있는 것이다. 둘은 같다. 콜로세움도 수원화성도 모두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러나 두 유산 사이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행정이 존재한다. 그 행정의 결과가 한쪽 시민의 호주머니는 채워주고 있고, 다른 쪽 시민의 호주머니는 거덜내고 있는 것이다. 돈 쓰는 문화행정과 돈 버는 문화행정의 차이다.김종구 논설위원

‘불량’학생 인권조례2

교실붕괴 교권추락이 왜 인권조례 때문인가. 왜곡이다. 김상곤 교육감이 일부 언론을 성토했다. 인권조례 시행으로 과도기적 시행착오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교육계가 치열한 노력으로 점차 정착되는 단계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어떤 언론의 어떤 문구를 지목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따져 볼 건 학생인권조례의 죄 없음으로 전제한 조건들이 사실에 부합하느냐다.먼저 지금은 과도기적 시행착오가 나타나지만 점차 정착되는 단계라는 부분이다. 대개의 제도가 과도기 때는 너그럽게 평가된다. 맞다. 그러나 너그럽게 봐주겠다는 관용의 주체는 행정의 수요자다. 학생학부모가 교육청에게 베푸는 아량이다. 거꾸로 교육청이 학생학부모를 향해 과도기니까 참으라고 윽박지를 일이 아니다. 과도기의 시행착오니 괜찮다는 평가도 교육청이 아니라 학생학부모가 내릴 일이다.저주 받은 세대는 과도기때 온다더구나 이 조례의 수혜자는 학생이다. 얘들에게 무슨 과도기가 있나. 1년이면 졸업하고 2년 3년이면 사회로 나간다. 지금이 전부고 지금이 끝이다. 교육행정은 그래서 실험이 있어서도 안 되고, 과도기가 길어서도 안 되는 거다. 과거 실험적 교육행정의 과도기때마다 무수한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 저주받은 세대의 대부분은 과도기에 만들어졌다. 김 교육감은 또 교육계의 치열한 노력으로 정착되는 단계라고 했다. 그만의 순진한 믿음이다. 그렇치 않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교사들에 반대쪽에는 그만큼의 교사들이 치열하게 저항하며 서 있다. 지난 4월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이 발표한 자료가 있다. 도내 교사 3천778명 가운데 학생인권조례 찬성률은 47.2%다. 절반이 넘는 교사는 찬성하지 않았다. 불과 두달여전 통계이고 이후 이들이 생각을 바꿨다는 통계는 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교육현장의 절반은 지금도 비토세력이다. 여기서 김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창시자일뿐이다. 이 제도를 정착시켜야 하는 집행관은 일선 교사들이다. 집행관들의 절반이 삐딱하다면 그 제도는 산으로 가는 거다. 교육계가 치열히 노력한다는 전제가 통계와 맞지 않았다. 그러니 그래서 학생인권조례는 잘 되고 있다는 결론도 맞지 않는다. 김 교육감은 또 일부 학생의 문제를 학생인권조례와 연계하는 건 침소봉대라고도 했다. 누구나 들었을 학교현장의 유행어중에 법대로 하라가 있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교사의 면전에 대고 퍼붓는 말이다. 그 애들이 말하는 법이 어떤 법인가. 고3, 중3짜리가 형법을 말했을 리 없고 민법을 말했을 리 없다. 나를 징계할 법을 얘기한 것이다. 그 법대로 해보라는 얘기다. 다분히 내 몸에 손 대면 당신도 다친다는 으름장이 깔려 있다.여기에 허구헌날 들려오는 뉴스도 그 애들에겐 든든한 빽이다. 교육청이 5초 체벌 교사를 징계했느니, 떡매 학교는 아예 교장을 날려 버렸다느니. 이런 주변 환경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불량학생인권조례로 둔갑시키는 엉뚱한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불량학생들이 유행처럼 써먹는 법대로 하라에서의 법. 이때의 법은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규정이 맞다. 달라져야 한다.학생인권 대 反인권으로 몰지마라지금은 학생인권조례의 도입논란이 아니라 정착논란이 따져질 때다. 법으로서 시행에 들어간지 벌써 3개월이다. 시행되기 전의 책임이 조례홍보에 있었다면 시행된 이후의 책임은 조례정착에 있다. 바꿔야 한다. 교육계가 치열히 노력하고 있으니 문제 없다가 아니고, 치열히 저항하는 교사들을 훈육시켜 동참시키겠다로 바꿔야 한다. 과도기의 시행착오가 있으나 괜찮다가 아니라, 과도기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로 바꿔야 한다. 교권침해와 학생인권조례는 무관하다가 아니라, 일부 불량학생들이 잘 못 이해하고 악용하지 못하도록 가르치겠다로 바꿔야 한다. 왜곡? 눈 앞에 드러나는 시행착오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밥그릇 싸움에 눈 먼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다른데, 자꾸 하나로 묶어 뒤섞으려 한다. 그래서 학생인권 대 反학생인권의 이상한 구도로 끌고 가려 한다. 진짜 왜곡은 이거다.김종구 논설위원

‘불량학생’ 인권조례안

형법은 도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 도둑의 인권을 보호하는 건 따로 있다. 형사소송법이다. 남의 재물을 훔친 자는 6년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이다. 수갑 채운채 망신을 주면 안 되고, 밥은 세끼를 꼬박 줘야 하고, 말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는 건 형사소송법이다. 형법이 무너지면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형사소송법이 무너지면 피의자의 인권이 무너진다. 법의 역할은 이렇듯 서로 다르다.학생인권조례안은 법이다. 적어도 학생들에겐 헌법보다 가깝고 형법보다 절대적이다. 이 조례안에 기대했던 보호법익은 선량한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이다. 제정 당시 경기도 교육청도 그렇게 말했다. 교육감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여러분들을 위한 조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설명회장에 초청된 학생들 모두 선량한 학생들이었다. 당연히 거기 모인 학생들이 박수를 보냈고, 학교로 돌아 가 학생인권조례안에 전도사가 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상하게 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불량학생인권조례안으로 바뀌고 있다. 선량한 학생 위한 조례안 아니었나처음에는 안 그랬다. 두발 자율화, 교복 자율화, 교문단속 금지 등 개혁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교육 망친다며 비토했지만, 억압과 규제에서 해방된 어린 학생들의 환영 물결을 거스리지는 못했다. 이랬던 분위기가 차츰 싸늘해졌다. 체벌로 대변되는 불량학생처리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부터다. 많은 학생들이 조례안을 얘기하지 않기 시작했다. 나와는 상관 없는 법으로 돌려세웠다. 조례안 때문에 힘들다는 말까지 나왔다. 며칠전 파주 모 고교. 18살짜리 학생이 학교건물 뒤에서 담배를 피웠다.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평일 오전 10시다. 게다가 학교 출입구에 오줌까지 누었다. 이를 본 교사가 학생을 불러 훈계했다. 그러자 이 학생, 이번에는 교사의 가슴을 밀쳐내며 그만하고 법대로 하라며 망신을 줬다. 흡연, 방뇨, 교사폭행. 어느 것 하나 학생이 할 짓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짓들이 엮여서 발생했다. 그것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교사 앞에서. 이 얘기를 교권수호주장의 교부재로 삼으려는 게 아니다. 얘기하고 싶은 건 나머지 학생들의 권리다.일이 벌어진 건 10일이고 1차 징계위가 열린 건 13일이다. 처리까지는 또 한참 걸렸다. 소문이 학교를 떠나 지역사회로까지 번져나가자 그제서야 징계위가 열렸다. 그러면서 한다는 얘기가 교사 체면도 있고해서란다. 학교가 교사체면 따지던 그 기간. 죄없는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그 학생같지 않은 학생과 섞여 생활해야했다.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눈 감고 귀 막고 수업만 했다. 이건 학교도 아니고 교사도 아니다. 왜 죄 없는 수십 수백명의 학생들이 이쪽 저쪽 눈치 살피며 긴장해야 하나. 체벌 체벌 하는데, 청소년에게 정말 공포는 급우의 폭력이다. 교과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고 3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3.74㎝다. 180㎝를 훌쩍 넘기는 어깨들도 즐비하다. 그래서 교실은 늘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폭발의 기회만을 엿보는 곳이다. 교과부가 만든 또 다른 자료. 2009년 청소년 자살 현황에는 이런 통계도 있다. 202명의 청소년들이 1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기서 급우의 폭력때문에란 원인이 여섯번째다. 이 아슬아슬한 교실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게 학교다. 굳이 때리고 맞는 완력의 세계만을 꼽는 게 아니다. 선량한 학생들에겐 맘 편히 학교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주먹 휘두르는 학생, 선생님 폭행하는 학생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왜 자꾸 불량학생들을 교실속에 몰아 넣지 못해 안달인가. 학생패고 선생폭행하는 게 불량행위가 아니라선가, 아니면 불량행위지만 너네끼리 적자생존해보라는 얘긴가. 학교가 손 놨다 학부모들의 탄식학생인권조례안도 법이다. 이 조례안이 지켜줘야 할 최우선 법익, 그건 선량한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이다.-아이가 매 맞았으니 빨리 와서 병원에 데리고 가라는 전화를 받아 본 학부모, 애가 가져온 녹취속에서 금품갈취의 섬뜩한 협박을 직접 들어 본 학부모, 폭행당한 수치심으로 수업중에 뛰쳐나온 아이를 다시 학교로 돌려 보내 본 학부모- 이런 경험담들이 주위에 수두룩 하다. 하나같이 따라 붙는 하소연은 이 거다. 학교가 완전히 손을 놨어.김종구 논설위원

돌림병 한 방에 무너진 ‘G마크 복지’

국산 쌀, 중국산 무수-스프링자국이 그대로 남은 공책 쪽지. 파란색 볼펜으로 아무렇게나 갈겨 썼다. 누가 봐도 짜증이 묻어난다.매향동 욕쟁이 할머니는 그랬다. 이 순대국집은 반찬이라야 깎두기에 새우젓뿐이다. 그래도 단골들은 대(代)를 이어 찾는다. 5천원짜리 순대국 먹다가 5만원짜리 주차딱지 끊기 일쑤다. 밥 먹고 있는 이 집 손님들의 눈이 하나 같이 문 밖을 응시하는 이유다. 그 종이를 쳐다보다가 할머니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곧바로 욕이 튀어 나온다. 염병. 원산진지 지랄인지야. 안 붙이면 벌금 물린댜.그 집에서는 누구도 원산지를 묻지 않는다. 30년간 중국산 무우 먹었지만 아무도 안 죽었다. 그런데도 써 붙여놔야 한다. 그리고 붙인 그대로 손님 상에 내놔야 한다. 그게 원산지 표시제고 그게 법이다. 할머니는 음식 자랑에도 욕을 섞는다. 다른 년들은 죄다 밀가루 푼 물이여. 나니까 (육수 만드는) 이 짓을 허지 하지만 그런 할머니도 원산지표시제 앞에선 꼼짝 못한다.그렇게 무서운 거다. 그런데 이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이 생겼다. G마크 돼지고기.약속은 G마크 공급은 일반고기G마크 돼지고기는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단다. 물론 그 맛을 구별해 낼 미각이 내겐 없지만. 그러면서도 매장 앞에 서면 한참을 망설인다. 몸에 좋다는데 비싸긴 하고 고민끝에 내리는 결론이 선택구매다. 아이 먹일 땐 G마크 돼지고기, 내가 먹을 땐 일반 돼지고기. 밥솥 가득한 깡보리 한 켠에 자식 줄 흰쌀밥을 따로 올리던 게 우리 부모 세대다. G마크 챙겨주는 것쯤은 자식사랑 축에도 못 낀다.2월. 이 귀하다는 G마크 돼지고기를 학교에서 준다고 했다. 경기도와 교육청, G마크 돼지고기 업체들이 모여 사진도 찍고 악수도 했다. 전체 학생의 90%라니까 대략 190만명이 대상이다. 여기에 초등학교는 무상급식이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친환경 김 지사가 고마웠고, 무상급식 김 교육감이 고마웠다.그렇게 약속한 게 몇 달이나 됐다고. 복장 터질 일이 생겼다. 실제 공급된 게 G마크 돼지고기가 아니었단다. 부천과 고양, 김포지역에서는 3월이후 G 마크 돼지고기가 식단에 올라간 적이 없다. 4월 한 달간 안양에서 공급된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들도 비슷하다. G마크 준다며 실컷 박수 받아 놓고는 슬그머니 다른 고기를 내놓고 있었다. 딱 떨어지는 원산지표시제 위반이다. 물론 공급자는 업체다. 그러나 이 일이 업체만 닥달할 일인가. 돈모닝이 뭐하는 곳인지 청미원이 어디에 있는지 학부모들은 모른다. 굳이 알려고 할 필요도 없다. 경기도와 교육청이 엄선했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 게 공인(公認)이다. 공인받은 업체의 행위는 공인해 준 기관의 행위다. 공인받은 업체의 잘못은 공인해 준 기관의 잘못이다. G마크 돼지고기의 공급문제는 도의 잘못이고 교육청의 잘못이다.너나 없이 구제역 핑계를 대던데, 이 문제도 그렇다. 장마가 3일만 휩쓸고 지나가도 배추값은 3배로 뛴다. 조류독감 한 번 돌면 닭고기는 부르는 게 값이다. 금값과 동값 사이를 정신 없이 오가는 것, 이게 농축산물이다. 그래서 수급불균형을 농축산물이 갖는 가장 기본적 특질이라고 한다. 이런 상식도 모르고 떵떵 거렸나. 모르고 했다면 무지한 약속이고, 알면서도 했다면 무책임한 약속이다. 어느 쪽이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경기도發 G마크 복지는 이렇게 무너졌다. 허무하게도 돌림병 한 방에 끝났다. 게다가 이게 끝도 아니다. 무너질 때를 기다리는 또 다른 친환경 복지들이 즐비하다. 장마 한 방이면 친환경 과일약속이 무너질 거고, 가뭄 한 방이면 친환경 배추약속도 무너질 거다. 그때 가서 뭐라고 할 건가. 매번 장마 핑계, 가뭄 핑계, 조류독감 핑계, 브루셀라 핑계나 대면서 버틸 건가.구제역 핑계장마 핑계가뭄 핑계애초에 잘못된 출발이었다. 해서는 안 될 약속이었고 지킬 수도 없는 약속이었다. 공짜와 반값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휩쓸려 간 거다. 화려한 구호가 남긴 초라한 실천이다. 지금 많은 엄마들이 대노(大怒)하는 것도 그거다. 우리가 언제 G 마크 달라고 한 적 있느냐, 왜 지키지 못할 약속해 놓고 실망만 주느냐다.욕쟁이 할머니는 여상(女商) 출신이다. 틈만 나면 학벌 자랑이다. 글을 몰라서 그렇게 갈겨 썼겠나. 간섭이 싫은 거다. 중국산 무우라고 공개하라는 게 싫은 것이다. 무엇보다 그대로 지켜야 하는 게 짜증스러웠던 거다. 그래도 그런 욕쟁이 할머니가 훨씬 낫다. G마크 돼지고기 약속하고 경상도 돼지고기 주면서도 반성 안 하는 사람들보다는.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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