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도 이상하다.올 1월27일. 아직 희망은 있었다. 답보 상태를 보다 못한 총리실이 나섰다. 땅 주인인 국방부, 땅 사려는 이화여대, 도와주는 시도를 한데 모았다. 다들 뭔가 결론이 날 수도 있을 거라며 고대했다. 그러나 모임은 무산됐다. 이대의 불참 때문이다.파주시는 당황했고 국방부, 총리실도 마찬가지였다. 무례하다라는 비난도 나왔다. 그때 파주시장이 기자에게 물었다. 경기도에서는 뭐라고 합디까. 그 스스로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의 예감이 맞은 걸까. 경기도가 이상했다. 입장을 물었지만 돌아온 건 일단 경기도의 얘기는 빼달라였다. 그로부터 7개월. 도의 이상한 침묵은 또 이어진다. 8월11일을 전후해 사업 백지화가 세상에 알려졌다. 5년간의 기대가 없었던 일로 됐다. 파주 시민이 실망하고 분노했다. 삭발투쟁, 1인 시위, 단체 상경호소, 성명서 발표나올 건 다 나왔다. 급기야 파주시는 이대를 상대로 재판까지 걸었다. 14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그런데 경기도는 이번에도 조용하다. 8월11일 보도자료라는 게 뿌려지긴 했다. 경기도 본청이 아닌 경기도 북부청 명의였다. 그 내용이 이상하다. 국방부의 높은 토지가격 요구로포기에 이르러유감이다다. 다분히 국방부에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다. 이대 성토 일색인 파주시민, 파주시, 파주시의회, 경기도의회와는 느낌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왜 이러는 것일까. 이대 캠퍼스 이전 사업은 경기도의 일이었다. 파주시의 역할은 손님을 맞을 준비다. 그 손님을 모셔오는 역할은 경기도의 몫이었다. 국방부와의 땅값 절충, 부족분에 대한 재정적 보충이런 굵직한 일은 모두 도가 맡았다. 도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했다. 김문수 지사의 역점 사업이다라고 했고, 이대 재단과 라인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고 했다.이랬던 경기도가 쑥 빠졌다. 어느 시점부터 이대 캠퍼스 문제는 파주시민만의 투쟁이 됐다. 머리를 빡빡 깎으며 눈물을 흘리고, 삼복더위에서 가을볕까지 살갗이 타들어가고, 손해 본 14억이라도 돌려달라며 재판을 걸고. 이 모든 게 파주시민만의 발버둥이다. 거기 어디에도 경기도는 없다.지난 반년-1월26일 김문수 지사와 대학 측의 협의, 다음날인 1월 27일 총리실 주재 관계기관회의에 이대 불참, 20일 뒤인 2월18일 이대 이사회에서 사업백지화 결정, 8월12일 이사회에 정식안건 상정 처리-이 문제다. 도민과 시민들이 분노하는 게 바로 이 반년 간의 이대 측의 침묵과 밀실행정이다. 그 반년 간 도민이 속았고 시민은 우롱당했다. 경기도가 침묵하고 소극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게 공교롭게 그 즈음이다. 설명해야 할 부분이 여기다. 1월27일 불참 때부터 8월11일 백지화 공개 때까지. 이 기간 어느 시점에 사업백지화를 알았나. 제발 아니길 바란다. 경기도가 미리 알고 있었고, 이대 측과 함께 입을 다물었던 정보공유의 일정 기간이 없었기를 바란다. 만일 그렇다면 경기도민과 파주시민이 받게 될 실망이 너무 크다. 엊그제, 경기도가 긴급 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12개 대학 유치가 잘 되고 있다라는 성명서다. 무슨 소린가. 지역마다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어느 대학 유치가 잘된다는 것인가. 더구나 그 부지의 상당수도 미군공여지다. 파주 월롱면처럼 국방부가 땅 주인이다. 만일 또 다른 대학유치가 무산되면 그때 가서 또 국방부의 높은 토지가격 요구로유감이다라는 보도자료 내고 빠질 거 아닌가. 지금 급한 건 이대 사태를 마무리 짓는 일이다. 반년간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가장 앞서 간다던 사업이 이 지경이 됐다. 그 후유증에 파주는 쑥대밭이 됐고, 머지않아 재판정으로까지 그 난타전이 이어질 지경이다. 도내 대학 유치 잘 되고 있다라고 성명서 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인연으로 맺어진 개인 간의 신의에 앞서 본분으로 연결된 국민 앞의 책임을 챙기는 것. 이게 공직자의 길 아닌가. 김종구 논설위원
오피니언
김종구 논설위원
2011-10-12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