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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태 칼럼] 국내 정보보안기관의 역량 강화할 때다

최근 정보기관 요원들의 일탈행위와 더불어 미국에서 우리 측 정보요원에게 자료를 제공했던 재미교포 체포, 그리고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24명의 수감자 맞교환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정보보안기관들의 문제점과 역량, 새로운 간첩죄 개념 정립 및 방첩업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24년 1월부터 국가정보원이 담당하던 대공(對共)수사업무가 경찰청으로 이관되면서, 정보(Intelligence)와 법집행기관(Law Enforcement)간 상호견제 및 분리라는 큰 흐름에 부응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논자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수 있지만 지금의 여소야대적 정치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 주도로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가정보는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한 정책결정에 기여하는 중요한 지식이며 국가정보의 최종 수요자는 대통령이다. 정보기관은 국내외에서 국익을 증진하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국가 지도자에게 앞으로 닥칠 위협에 대해 미리 알려주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국가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국가 지도자의 정책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정보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반도에서는 호전적인 북한 체제와 준전시 상태로 장기간 대치하면서 국가안보적 이슈가 유독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21세기에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주체와 요소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외국 혹은 적대세력에 의한 군사적 침략으로부터 국토 방어라는 전통적인 안보 개념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1950년대 초반 제정된 형법과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한 ‘간첩 및 적국’의 개념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향후 국회에서 간첩죄 관련 형법 개정에 심도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국가안보와 국익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외국의 정보활동 및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안보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 위협을 방어해야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첨단 및 방산기술을 탈취하려는 산업스파이 등에 대한 방첩업무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중동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및 유학생, 북한이탈주민 등에 대한 촘촘한 보안심사가 필요하다. 정보보안기관 업무의 특성상 성공사례보다는 실패한 공작이 두드러질 때가 많다. 블랙요원은 하루아침에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암약하는 간첩사건을 적발하기 위한 방첩·보안활동의 경우 수년간 장기적인 은밀한 관찰 및 공작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다. ‘전쟁 시에는 1명의 유능한 정보관이 수만명의 군인을 살릴 수 있다’는 정보의 역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기관의 원훈(院訓)이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보는 국력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각급 정보보안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통치자의 성숙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임준태 칼럼] 도로교통법 개정과 교통경찰의 역할

최근 들어 유명 연예인의 음주운전 및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한 이슈들이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엄격한 처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의 적극적인 시행에 대한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으며 시간과 장소적 예상을 넘어서는 마약운전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3천~4천명에 달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무려 1만2천여명에 달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동안 시민사회, 민간영역(보험회사 등) 그리고 정부당국(경찰)의 지속적인 교통사고감소 대책과 노력으로 놀라운 감소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2022년 12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고 사망자수·5.3명)은 미국을 제외한 여타 선진국(2.5~3.3명)의 거의 두 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매년 사망사고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사망사건)를 줄이기 위해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개별 조항들이 일명 ‘민식이법(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 관련)’, ‘윤창호법(음주운전 사망사건 관련)’ 등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법률 내용이 사망한 피해자의 이름으로 훨씬 더 친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고의로 또다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김호중방지법’ 발의 여론까지 일고 있다. 특정 유형 사건의 파장이 사회적으로 크다 보니 동종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취해진 입법적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의 일부 내용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사례도 있다. 엄격한 처벌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점증하고 있지만 ‘일벌백계’식 조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처벌보다는 예방, 단속 및 체포될 가능성 및 확실성(certainty)을 높이는 전략이야말로 현저한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많은 선행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마약투약사범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의한 위험운전사건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마약운전까지 염두에 둔 실효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새로운 위험 상황으로 예견되고 있다.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경찰은 교통사고예방 및 단속 업무를 1차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국가기관이다. 우리나라 전체 경찰인력 중 교통경찰의 비율은 약 10%에 달한다. 교통상의 모든 위험을 예방하고 장해를 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통경찰의 역량이 향상돼야 한다. 즉, 효율적인 교통사고 예방대책 수립(법령개정 포함)과 실행 그리고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조사·수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독일 경찰대학의 교과과정에서 형법이나 형사소송법보다 경찰법이나 도로교통법의 비중이 몇 배나 많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임준태 칼럼] 경찰조직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신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경찰조직의 수장이 교체될 시기가 2개월여 남았다. 임기 초반에 경찰조직 장악 혹은 통제를 위한 ‘경찰국’ 신설 논란으로 다소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가 있었다. 경찰조직 내외부로부터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된 터라 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시행령’을 통한 ‘억지춘향’식으로 급조된 신설 부서가 초기에 내세운 명분과 목적에 부합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여소야대의 상황으로 22대 국회가 개원하게 됐다. 전 정부에서 국회를 통과한 경찰조직 및 권력기관 상호관계, 위상, 직무 등에 관한 주요 법률이 향후 4년 동안 큰 변화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권조정, 지방자치제경찰 시행, 대공수사권 이관 등 굵직굵직한 경찰조직 관련 이슈들이 입법부를 통해 새로운 제도로 정착하고 있다. 경찰조직과 직무영역의 변화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및 안전 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사권 조정으로 사법경찰과 검사 간에 상호협력적 관계를 확립함으로써 경찰의 위상이 향상되고 책임과 권한이 확대됐다. 시행 초기에 있었던 수사 지연 사례 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그런데 전체 범죄발생 건수가 수년 동안 200만건에서 150만건 수준으로 감소하고 살인·강도·절도범죄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각종 사기범죄는 절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이며 피해자도 수천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대형 사기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및 피해자들의 삶의 질이 피폐해지고 있다. 경찰 당국의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별칭으로 언급되고 있는 자치경찰제도의 시행을 둘러싸고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치안 서비스 향상에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광역시·도 단위에 설치된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을 비롯해 자치경찰제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가정보원이 수행해 왔던 대공 및 안보수사 업무가 올해 초부터 경찰로 이관됐다. 관련 법률 개정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대공수사의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경찰에서도 오랫동안 대공수사업무를 수행해왔지만 국정원이 맡았던 영역이나 노하우 등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적대적인 세력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하루빨리 대공수사 역량을 정상화해야 한다. 국정원의 전직 대공수사인력을 특별채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만간 새로운 경찰 수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경찰조직 내외부에 산적한 이슈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임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3만 경찰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사가 기용되면 더욱 좋겠다. 행정안전부 ‘경찰국’도 이제는 ‘통제나 장악’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찰과 시민들에게 유익한 부서로 기능할 것을 기대한다.

[임준태 칼럼] 경호직무와 표현의 자유

최근 대통령 경호활동과 관련한 직무수행 과정에서 특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강성희 의원 및 카이스트 졸업생의 돌발적 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입을 틀어 막고, 현장에서 연행했다. 총선기간 내내 ‘입틀막, 파틀막’ 등 신조어가 회자되면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방식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었다. 다양한 위해로부터 대통령, 국왕, 총리 등 요인들의 신변안전을 지키기 위한 경호직무는 전통적으로 국가안보(공공의 안녕, 국가기능의 무사온전성 유지)와 직결될 수 있는 이슈라고 여겨져 왔다. 1948년 정부수립 후 이승만 대통령을 경호한 기관은 이른바 ‘경무대 경찰서’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이 소수의 군장교 중심의 경호조직으로 출발하면서, 지금의 경호처로 변화했다. 국가원수 등에 대한 경호직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스위스 등에서는 연방·국가경찰 혹은 수도경찰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이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직속(대통령실 경호처)기관으로 운영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문민정부시절부터 전문경호관 혹은 경찰출신 인사들이 경호기관의 책임자로 임명되기 시작했다. 보수성향의 국가원수들은 대체로 군장성 출신들을 기용하는 패턴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호기관 책임자의 출신에 따라 직무 분위기도 상당히 다른 것 같다. 경호대상자의 ‘절대 안전’을 모토로 하는 경호관들의 충성심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법에도 없는 ‘심기경호’라는 개념이 직무수행 가이드라인이 돼서는 안된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은 경호직무수행 근거법령으로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상의 ‘주요 인사경호’ 직무에 대한 특별법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런데, ‘경호구역’ 내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의 방법과 수단은 특별한 법률이 없는 한, 일반경찰법상의 수단과 절차(경고, 제지, 즉시강제 등)를 따르고, 구체적 위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지난 2019년 7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의원 선거 유세 때 야유를 한 시민들을 경찰이 제압해 끌고 간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청중 가운데 남성 1명이 “아베 그만둬(step down), 돌아가”라고 외쳤다. 그러자 제복·사복 경찰 5, 6명이 남성을 둘러싸고 옷과 몸을 붙잡아 수 십 미터 뒤쪽으로 끌고 갔다. 아베 총리가 연금 문제를 말할 때 “증세 반대”라고 외친 여성 1명도 경관들이 둘러싸 손을 붙잡아 뒤로 데려갔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우리가 러시아, 미얀마 수준이냐”면서, 경찰의 조치를 비판한 적이 있었다. 홋카이도 공안위원장은 "경찰의 중립성에 의문을 품게 한 조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일본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결(원고승소)이 공개된 바 있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적법여부를 판단했다.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중요정책의 결정 및 집행자로서의 책임이 있다. 국가원수가 참석하는 공식행사들은 국민적 관심사가 높고,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를 내포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행사장, 토론장 주변에서 반대 혹은 지지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를 규정하고 있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목전의 급박한 불법적인 행동을 야기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 있는 표현이나, 명예훼손적, 외설스럽거나 음란성 표현(obscenity), 폭력선동적 표현(fighting words)이 아니라면, 광범위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입틀막’ 사건의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필요최소한도 내에서 경찰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법원칙(최후의 수단으로 물리력 행사)을 준수해야 한다. 경호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야만스러운 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최근의 직무수행 패턴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국격에 맞는 세련된 방식으로 경호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임준태 칼럼] 경찰의 악성사기범죄 대책에 기대를 건다

최근 경찰청에서 악성사기를 고질적이고 악질적으로 국민들을 괴롭히는 범죄로 인식하고 이를 척결할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1980년부터 2021년까지 범죄통계에 따르면, 2009년에 발생 건수가 무려 220만건에 달하여 통계 수치상 최고점에 이른 바 있다. 다행히 최근 2021년에는 160만건 정도로 상당히 감소된 동향이다. 2009년에 살인 1천390건, 강도 6천381건이 발생했지만, 2021년에는 각각 692건 및 511건으로 줄어들었다. 강도범죄의 경우, 10여년 전에 비해 무려 12분의 1 수준으로 감소됐다. 지불수단의 변화(카드결제, 모바일 앱 이용 등)로 다액의 현금을 거의 휴대하지 않고, 곳곳에 촘촘하게 설치된 CCTV영향 등으로 이러한 강력범죄가 감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5년부터 사기범죄가 절도범죄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2021년에는 사기범죄 건수(29만7천981건)가 절도범죄(16만6천782건)의 두 배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폭력성 범죄(violent crime, 살인, 강도, 방화 등)는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지만, 사기범죄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치안 상태를 범죄통계작성, 경찰제도 및 사회문화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상기와 같이 필자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들이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기범죄 발생 건수는 인구비례로 보면, 일본의 20배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경찰관 1명이 담당하는 사기범죄 건수 역시 거의 20배에 달하고 있다. 논자에 따라서는 이 같은 수치 비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여하튼 우리나라의 사기범죄 발생 양상이 심각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이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수입원 증대를 기대하는 고령층의 경제적 욕구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위축으로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한 각종 투자 명목 사기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앱,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금전거래 방식이 용이해졌다. 피해자와 가해자간 대면 상태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가운데 저질러지는 강력범죄의 양상과는 달리, 악성사기범죄는 몇몇 전문 범죄꾼들이 인터넷 뱅킹, 가상공간,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하여 수백~수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범죄유형이다. 게다가 가해자의 신원이나 얼굴조차 모른 상태에서 가상공간 및 악성프로그램 등을 매개로 하여, 순식간에 광역적으로 혹은 국경을 넘어서 벌어지고 있다. 해외에 인터넷 서버를 두거나 범죄자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제는 경찰서간 경계와 관할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며, 더 나아가 국제공조 수사가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진화하는 범죄 시나리오와 악성 앱을 이용한 개인정보의 탈취 및 신종범죄 수법은 경찰의 수사역량을 앞질러 가고 있다. 피해자들의 신고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동종 유사범죄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악성사기범죄로부터 국민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청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빠르게 진화하는 신종 범죄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효율적인 수사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조직 개편, 수사인력 재배치 그리고 첨단 수사기법 개발과 같은 가시적인 노력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필요한 조직개편 작업 등은 경찰청 자체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피해자 보호조치(피해환급, 범죄유형과 범위, 신속한 구제절차 등)를 위한 입법적 뒷받침도 수반돼야 한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신종 악성 사기범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 내외부의 지원과 응원이 필수적이다. 최근 범죄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일관된 법집행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수사활동을 통해 성과를 거둔 수사관들에게 특별승진 기회를 많이 부여하고, 신속한 포상과 같은 적실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과중한 수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직무환경 개선과 같은 조치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경찰청에서 발표한 악성사기범죄 대책이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수사권 조정 이후, 확 달라진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임준태 칼럼] 특검, 특별법이 만능인가?

고위공직자, 정치인 등이 연루된 대형 부패사건이나 경제범죄, 세월호 및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재난·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 권력형 비리, 권력자의 친인척 관련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경우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형사사법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할 상황이 채 종료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즉 수사나 재판이나 진행되는 도중에도 특별검사를 임명하려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수사나 기소를 담당하는 행정부(검찰)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이어야 할 한국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집행을 할 수 있는 검찰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특정 사건에서 개인의 고의 과실에 기인한 법적 책임을 밝히는 것은 사법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헌법재판소가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이상민 장관은 법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워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태원참사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현대 자유법치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을 통한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적절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둘러싸고 서울경찰청 정보라인 경찰관들에게 일부 유죄가 선고됐다. 그렇지만 참사 원인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사후 조치 과정에서 경찰간부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우여곡절 끝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검찰에 권고하면서 1년3개월 만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관계기관의 사전 대비와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사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됐다. 유족이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하루 속히 진실이 명쾌하게 밝혀지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촘촘한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권력형 비리 부패사건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엄청나게 진실 공방을 제기한 끝에 임명된 특별검사에 의해 실체적 진이 제대로 밝혀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10여년 전 제정된 세월호특별법과 많은 세금이 투입된 위원회 활동을 통해 얼마 만큼의 진실이 밝혀지고 한국 사회의 안전의식과 행동 양식이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텍스팅을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들춰내고 비판함으로써 정파적 득실을 얻을 수 있고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순간부터 정치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엄청나게 불리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진실 공방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가 특정 정부나 여당 시절 혹은 특정 대통령의 책임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알게 모르게 누적된 제도의 문제점, 관행 혹은 시스템상의 오류로 인해 한순간에 빚어진 사건이자 참사인 것이다. 불행한 사건을 정파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나 책임과 잘못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 때문에 진실 발견에 소극적인 자세도 지양해야 한다.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이 정무직 공직자는 임명권자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미덕이 필요하다.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공무원제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정부 부처의 책임자는 가급적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경험, 리더십, 공감 능력을 겸비한 인사로 임명하는 것이 좋다. 특검이나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적실하고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비록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임준태 칼럼] 마약범죄에 엄정하고 지속적인 대응 필요

마약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돼 경찰 당국의 수사를 받아오던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적인 대화 내용과 신변사항까지 공개되는 등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됐던 것 같다. ‘재판의 공개 원칙’과는 달리 수사 과정은 ‘비밀주의’가 원칙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로 간주되다 보니 조사 내용, 일정, 투약 여부에 대한 신체검사 결과 등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처럼 노출됐다. 수사기관이 비밀 수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부득이하게 관련 내용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 수사당국의 비밀 유지 그리고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 태도가 논란이다. 국내의 마약 오·남용 문제는 1988년 개최된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매년 1만여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형사사법당국과 유관기관의 예방 및 단속 노력으로 ‘마약청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마약범죄는 2021년 일시적 감소를 제외하고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인터넷 해외직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거래, 내·외국인 출입자 증가, 해외 유학 및 여행자 증가, 의료기관 종사자의 도덕적 해이, 한국의 경제력 향상 등 마약 투약·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흔히 마약범죄는 많은 금전으로 지속적인 구매·투약을 하며 벌어지는 선진국형 범죄라고 일컬어진다. 그런데 오히려 대부분의 마약 생산 및 공급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하다. 즉, 가난한 나라(동남아, 남미, 중동의 일부 국가)의 허술한 형사사법적 통제와 경제적 상황이 맞물려 있다. 잘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 바람직스럽지 못한 공생 관계다. 마약 거래 및 유통이 다른 (범죄) 유형에 비해 많은 금전적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범죄라는 것도 한몫한다. 최근 펜타닐(마약성진통제), 펜터민(식욕억제제), 케타민(전신마취제) 등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투약 사례가 청소년 사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처음부터 마약이라는 것을 알고 투약하는 사례는 드물다. 흔히 ‘살 빼는, 잠 안 오게 하는,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술 깨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성관계에 도움이 되는’ 등의 용도로 포장돼 학원가, 유흥가 그리고 가정으로 부지불식간에 다가온다. 호기심 어린 한 번의 투약행위가 종국에는 상습 투약 사범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이미 한두 차례 투약 사범으로 형사 입건된 경우라면 ‘범죄자’로 비난 받기보다는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여겨야 할 상황이다. 이제 한국에서 마약범죄(약물 오·남용)는 범정부적으로 대처해야 할 정책 이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 청소년 유포 충격적이며...국가를 좀먹는 마약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최근 캐나다 밴쿠버시 이스트사이드를 지나면서 마약에 취해 삶을 포기한 채 일그러진 얼굴과 흐느적거리는 신체 동작의 수많은 노숙인을 목격한 바 있다. 아직 한국은 건강한 편이다. 예방·홍보 및 단속·수사·처벌·재활에 이르기까지 시민단체, 형사사법기관 및 유관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단순) 투약사범 단속 및 검거 실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효과적인 방책으로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마약류 공급·유통 및 국내에서의 판매 루트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력한 단속과 법원의 엄정한 처벌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준태 칼럼] 경찰관서장직 개방형 도입 고려할 때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직에 외부 인사(검사 출신)가 추천됐다가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본의 아니게 낙마한 사례가 있었다. 경찰청 소속 관서장 보직 중 몇 안 되는 개방형 사례였다. 수사권 조정 이후 위상이 달라진 수사경찰부서 책임자로서 외부 인사가 기용되는 것에 대한 경찰 내외부의 이견이 없진 않았다. 대통령경호처장이나 국가정보원장 보직이 개방형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필자는 수년 전, 근무경력 10년 전후 되는 500여명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이색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지방경찰청장-경찰청장’ 보직을 외부 출신 인사들에게 개방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예상외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70% 전후였다. 물론 외부 출신 인사들의 면면(경찰학·형사법 관련 교수, 판검사·변호사 출신, 군 출신 인사 등)에 대한 선호도는 달랐다. 수년 전 미국 뉴욕경찰청장을 지낸 윌리엄 브래튼이라는 경찰 간부가 상급자인 뉴욕시장과의 알력으로 청장직을 그만둔 적이 있다. 몇 년 후 뉴욕보다 규모가 작은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장으로 무려 7년 동안 근무한 바 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뉴욕경찰청장으로 재임명돼 근무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을 일반 시민들은 알 수 없지만 외국 경찰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각급 형사사법기관 관리자가 다른 기관의 수장으로 발탁되는 사례들을 영미권 국가에서는 종종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의 경찰서장, 지방경찰청장의 보직 임기는 통상 12~15개월로 1년 남짓 된다. 다행히 경찰청장의 경우 법률적으로 2년간 임기가 보장되고 있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독일의 사례를 들어보자. 법률가 출신인 연방경찰청장은 2012년 8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10년 넘게 경찰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선출직 공무원(각급 의회의원, 시장·구청장·군수)의 임기가 4년이다. 한 지역의 치안 책임자인 경찰서장이나 지방경찰청장의 임기가 고작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2회씩(1월·7월) 실시되는 경찰고위직 인사관행(총경급의 경우 250여명씩 2회에 걸쳐 인사이동)과 연간 2만여명의 경찰관들이 승진하면서 보직 변경 사례가 무수히 초래되고 있다. 일선경찰서의 과·계장급의 인사이동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겨우 1년 동안 관서장직을 수행하면서 얼마나 치안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까? 이제는 치안정책에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경찰관 개개인에게 승진과 보수 문제는 직무만족 및 효능감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저는 선거 기간 국정을 맡게 되면 제복 입은 공직자들을 존중하고 예우하는데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경찰의 긍지와 자부심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치안 한류를 수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청의 인사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13만 공무원 조직의 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문제, 관서장 보직에 대한 개방형 일부 도입, 선진국 수준의 관서장 임기제 정착, 공정한 경찰 승진제도 및 처우 개선을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국은 답해야 한다.

[임준태 칼럼] 경찰의 사기범죄 대응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공식 범죄통계(법무연수원, 범죄백서 2022)에 따르면 2012~2021년 연평균 범죄발생 건수가 200만건에서 150여만건 수준으로 상당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형법범죄는 절반 정도에 달하고 있다(90만건 정도). 언뜻 보면 치안 상황이 양호해진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강력·흉악범죄로 분류되는 살인, 강도, 방화범죄 등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상당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강도범죄의 경우 10년 사이에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카드사용, 모바일 기기(앱), 인터넷 이용 등 대금결제 수단의 변화로 현금을 다액으로 소지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든 탓에 폭행 협박을 수단으로 재물을 강취하는 사례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앱이나 카드를 사용해 대중교통 운임을 지불하는 사례가 일상화되면서 택시 강도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 현금을 노린 소매치기 같은 절도범죄도 줄어들었다. 주택가에 폐쇄회로(CC)TV 같은 감시장비가 촘촘하게 설치되고 주거공간에 대한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노력(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등)들이 진전되면서 관련 범죄들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형법범죄 중 절도범죄(17% 전후)와 사기범죄(33%전후)가 5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기범죄가 절도범죄 발생 건수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치기절도나 침입절도범죄들이 줄어든 대신 타인을 기망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사기범죄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동향이다. 소득수준과 거래·투자 규모가 커지고,유동성 재산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 수익에 대한 관심이나 욕망도 증대되고 있다. 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퇴자들의 생활자금을 이용한 투자수요도 늘어나고 있으며 자산을 조금이라도 불리려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거래 방식이 활성화하면서 비대면성 사기수법이 일반화하고 있으며 각종 투자사기(주식, 코인, 상품권투자 등)가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기 범죄는 피해금액 규모(수백 억원에서 조 단위), 피해자 수(수천 명서 수만 명), 다양한 연령대, 범죄 확산 속도 및 피해의 전국적 분포에 이르기까지 과거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한편 강력사건은 대부분 시간과 물리적 공간을 통한 범죄현장(Crime Scene)이 존재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접촉면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 및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경찰의 신속한 대응, 신원 확인 및 물리적 증거수집이 가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사기범죄의 특성은 가상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탓에 물리적 공간이나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보이스피싱, 앱을 이용한 거래 등). 피해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관계로 동종 유사 범죄들에 대한 피해 신고 도 여러 관서로 나뉘어 접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지어 같은 경찰서에서도 여러 건이 접수되면서 수사팀이 다른 경우도 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범죄수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통신기록 및 송금 내역 등 각종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가 필수적이며 방대한 분량의 증거 분석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의 현행 경제사범수사 체제는 대체로 고소·고발을 단서로 해 수사가 개시되며 고소인들이 제출하는 증거자료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력사건과는 달리 수사관들의 역할이 수동적인 경향이다.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보다는(현장출동·잠복 등), 우편이나 이메일, 전화를 통한 출석 요구를 두세 번 하고 나서 피의자들이 출석하지 않으면 ‘소재불명’으로 지명통보나 기소중지 조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기사건이 증가하면서 개별수사관들의 업무량도 늘어나고 사건의 특성상 수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은 한없이 기다리고 수사 진척 상황에 불만을 느끼면서 경찰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오랜 논의 끝에 이뤄진 수사권 조정 노력으로 (사법)경찰의 위상이나 권한이 향상됐기에 시민들은 보다 나은 치안 서비스를 경찰에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늘어난 업무로 인해 수사경찰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범죄발생 양상에 맞게 수사역량을 향상시키고, 절차도 개선하고, 수사조직과 인력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경찰의 사기범죄 대응 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임준태 칼럼] 사적 공간에 대한 자율적 방범활동 필요

최근 발생한 도심 흉기난동 사건(신림역 및 서현역 사건 등)을 계기로 경찰청은 저위험 권총 사용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 경찰력 보강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시도했다.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치안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평가될 만하다. 그렇지만 범죄 발생 및 각종 사건 예방은 치안당국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소위 민관경 협력 치안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경찰활동(Community Policing) 등 민경 협력을 강조하는 경찰철학을 일선 현장까지 확대해 정착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칭은 다소 다르지만 그러한 이념을 반영한 경찰 활동을 오래전부터 실무적으로 적용해 왔다. 전통적인 가두 범죄(Street Crime) 유형으로 여겨져 왔던 절도, (성)폭력, 강도 같은 범죄 유형들은 대체로 어두운 공간 혹은 노상에서, 인적이 드문 야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기에 경찰의 치안 활동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경찰력을 배치하던 관행이 유지돼 왔다. 그런데 사람들의 내왕이 빈번한 상가건물 내 화장실,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새로운 치안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다. 범죄 발생으로 인한 위기 및 피해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력 개입이 어느 정도까지(시간 및 공간) 확대돼야 할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아파트 같은 주거지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될 수 있을 법한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발생하는 범죄 상황까지 경찰력 개입을 통한 효과적인 범죄 예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복을 착용한 순찰 경찰관(도보순찰) 및 표시된 순찰차량을 이용한 경찰 순찰 근무는 통상적으로 공개된 장소, 공공 노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현역 인근 쇼핑몰 내부의 경우나 사적 주거공간의 일부로 평가될 법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까지 제복 경찰에 의한 일반적인 순찰근무가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쇼핑몰이나 백화점, 상가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한 시설을 방문한 고객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임은 해당 시설물의 소유자 및 관리자가 1차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사적 공간의 일부로 평가받을 만한 아파트 내 주차장 및 근린공원, 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안전 확보는 입주민들과 시설 관리 책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안전한 생활영역을 확보,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경찰력은 치안 공공재이기 때문에 무한정 확대할 수 없을 뿐더러 사적 영역까지 완벽하게 커버할 수도 없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공간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역량 있는 안전요원을 충분히 확보 배치함으로써 고객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아파트 단지 등 주거공간은 유능한 경비원(충분한 교육 및 물리력 확보)과 방범 기자재를 적절하게 활용해 입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보다 더 안전한 생활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공 경찰력뿐만 아니라 민간경비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필요한 경비를 지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찰 역시 새로운 치안 사각지대로 부각되고 있는 공간에 대해 분석하고 주민들의 자율적인 방범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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