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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칼럼] 게임담론의 건강한 프레임

사회과학에서 프레임은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거나 대처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해석의 틀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다 쉽게 인식하고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일련의 정신적 여과장치를 이름한다. 처음 대하는 현상이나 개념을 소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나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신속하게 처리된다. 프레임은 사물을 보는 시각이나 해석을 좌우하며, 한번 형성되면 바뀌기가 쉽지 않다. 일정한 여건 아래서는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마음의 창과 같은 존재이다. 환경이 바뀌면 프레임을 바꿀 수 있어야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 도태되지 않는다. 세대차이는 프레임의 차이이기도 하다. 농경시대나 산업시대의 프레임으로 디지털 사회를 헤쳐 나가기는 쉽지 않다. 일상 속의 소규모 인식체계인 프레임과 법칙형태의 대규모 인식체계인 패러다임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디지털 시대 문화예술의 꽃은 게임이다. 게임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영상 등 예술의 모든 장르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어떤 콘텐츠 상품보다도 탄탄한 기획, 고도의 기술, 규모 있는 투자가 투입되어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이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가 목 말라 하는 재미를 가장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원천이다. 만약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디지털 사회는 제대로 전개되지 못했을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들을 들여다 보면 한숨과 걱정이 앞선다. 본질적 기능이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없고, 제대로 된 과학적문화적 검증 없이 프레임 싸움을 통한 게임 때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임 이전에 일진이 있었고, 본드와 약물로 빠지던 아이들이 게임으로 빠져 나왔건만 오늘날 게임은 거꾸로 모든 책임을 떠안고 새로운 해악으로 내몰리는 운명에 처했다. 산업적 팽창에 빠져 게임업계는 그 동안 게임담론의 건강한 프레임 만들기에 소홀했다. 반면 핏줄의 법칙에 묶인 체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우리 사회는 공부 안 하는 책임, 학교 폭력, 자살, 심지어 청년실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구원의 개념 프레임을 필요로 했다.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문화현상, 아이들이 재미나게 몰입하는 게임은 손 쉽고 값 싸게 속전속결할 수 있는 사냥감으로 떠올랐다. 기성세대의 일부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면 짐승뇌가 될 수 있고,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여 셧다운이 능사라는 악성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 프레임 싸움에서 밀린 게임세계는 항변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지청구처럼 되었다. 게임을 만들거나 팔면 마약제조 또는 판매처럼 되고, 게임을 소지하거나 즐기면 마약소지 내지 중독처럼 몰아가도 된다는 식의 문화적 무지와 잔혹이 사회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문명의 깊숙한 곳에 와 있고, 게임은 대중문화의 필수품이 되었다. 프레임 전투를 잘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게임세계의 핵심 책무는 사회 전체의 효용에 기여하는 콘텐츠의 창출이다. 함께 가는 미래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부작용이나 못마땅한 점이 있다고 게임을 험구해서는 안 된다. 근래 들어 게임업계는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은 긍정적 게임문화와 담론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유례 없던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게임행동진단조사, 게임이용확인서비스, 게임문화아카데미, 게임공익활동사업, 게임문화캠프, 월간 매거진 게임컬처 등등의 사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산학민관이 협치해서 게임의 사회적 가치와 위상을 더 높이고, 긍정적 게임프레임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 일각의 적대적 프레임을 고쳐 나가고, 게임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높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생산적 디지털 패러다임 만들기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前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민 칼럼] 게임, 브레인 그리고 포럼

상당수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건강의 유지나 질병의 치유를 위해서 진통제, 진정제, 수면제, 최면제, 각성제, 환각제 등이 의학적 처방 아래 사용된다. 이런 물질들이 감정을 바꾸는 용도로 과다하게 지속 사용될 경우, 알콜중독, 니코틴중독, 아편중독, 약물중독 등이 되며 학술적으로는 화학적 중독 또는 물질중독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식사하고, 쇼핑하고, 섹스하고, 운동하고, 노름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일상을 꾸려 가는데, 이 중 어떤 특정행위를 강박관념 속에서 반복적으로 할 경우, 쇼핑중독, 섹스중독, 운동중독, 노름중독 등으로 부르며, 비화학적 중독 또는 행동중독이라고 한다. 디지털 사회의 생필품이 되어 버린 게임도 과다 사용할 경우, 사회적 접촉을 끊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등 비화학적 행동중독현상을 일으키며, 이를 게임과몰입이라고 부른다. 화학적 중독의 경우, 술을 많이 마시면 간암이 올 수 있고, 담배를 피우면 폐암이 될 수 있고, 아편 같은 마약을 많이 하면 몸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만져보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물질적 독성이 인체에 악영향을 가져 오는 것으로 쉽게 이해한다. 운동, 섹스, 쇼핑, 식사, 노름, 게임 등을 과다하게 할 경우, 독성물질이 관여하지 않기에 화학적 중독으로 몸을 상하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행동중독이 신체적 위해보다는 뇌를 변화시킨다고 쉽게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래 들어 청소년의 학내외 일탈이 심각해지면서 문제의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되었다. 게임을 학업부진, 일진폭력, 학내왕따, 학생자살 등 모든 것의 원인으로 몰았다. 우리 사회의 게임 관련 담론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자극하기 쉬운 방향으로 흘렀다. 게임때리기의 정점은 게임을 하면 뇌가 변형된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많이 하면 사람 뇌가 짐승 뇌로 바뀐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MRI나 CT의 천연색 뇌사진을 내놓고 게임을 하면 전두엽 혹은 후두엽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학부모들이 게임 좋아하는 자기 자식의 뇌가 짐승 뇌처럼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자지러지게 만들기에 넘치고도 남았다. 게임은 사회적 골칫거리의 속죄양으로 순식간에 포박되었다. 어떤 현상의 나쁜 면만을 부각시키거나, 축적된 충분한 사례 없이 일반화하는 것은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단맛을 주고 피로회복에 효과가 높은 설탕물을 진하게 타서 쥐에게 주사하면 2~3분 경련 끝에 죽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설탕을 독극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게임 과몰입이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게임과 뇌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충분한 연구 없이 둘의 관계를 단정 짓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사회를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뇌가 짐승 뇌처럼 된다는 주장은 사회적 충격과 반향을 가져 오는 데 성공했을지 모른다. 연구와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단정적이고 자극적 표현으로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면 레토릭이 된다. 수사적 과학이 실체적 과학을 일시적으로 배척할 수는 있겠으나 오래 가지는 못한다. 게임을 하면서 커온 세대들이 어느덧 우리나라 정신의학 연구와 임상의 중추가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소아정신의학 그리고 게임과몰입을 상담 치료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얼마 전 게임브레인포럼을 만들었다. 긍정과 부정 양날의 칼 게임을 균형 있게 보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객관적 과학적으로 게임을 연구하는데 뜻을 두고 있다. 횡단적, 종단적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져 게임 미신이 없어지게 되기를 바란다. 불광미급(不狂未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불광과 과유의 조화 속에서 바른 게임문화가 정립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前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민 칼럼] 놀이, 재미, 부작용 그리고 해법

사람과 놀이는 숙명적 관계에 있으며, 재미가 둘을 잇는 핵심이다. 놀이가 지닌 재미의 힘은 위대하다. 약 3천년 전 리디아 사람들은 하루는 먹고, 하루는 놀이를 하면서 굶어 18년 대기근을 견뎠다고 기록은 전한다. 놀이는 사람의 기본기능이며 본질은 재미라고 네덜란드의 문화학자 호이징가(Johan Huizinga, 1872~1945)는 주장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카이와(Roger Caillois, 1913~1978)는 놀이에는 바둑과 같은 경쟁성 놀이 아곤(agon), 노름과 같은 사행성 놀이 알레아(alea), 연극과 같은 역할 놀이 미미크리(mimicry), 롤러 코스터와 같이 현기증 나는 일링크스(ilinx) 등 4가지 형태가 있는데, 재미는 이들이 다양하게 섞여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놀이를 만들고 재미를 충족시켜 왔다. 최근 꿈의 사회가 전개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재미를 지닌 놀이가 등장했다. 오늘날 전세계를 장악한 재미나는 놀이는 두말할 필요없이 게임이다. 미국의 게임디자이너 맥고니걸(Jane Mcgonigal)은 요즈음 젊은이들은 21살이 될 때까지 1인당 평균 1만 시간을 게임에 쓰고,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일주일에 30억 시간을 온라인 게임에 소비하며,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라는 게임 한가지에 사용한 시간만 593만년이나 된다고 말한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약 2천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사회이며,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게임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즐기기 좋으며, 세계적으로 명품 대접을 받는다.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상증강현실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제작비가 투입돼 만들어진다. 아곤(Agon경쟁), 알레아(Alea운), 미미크리(Mimicry모의)가 잘 배합돼서 효과적으로 일링크스(Ilinx현기증)의 상태를 창출, 재미에 몰입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게임은 이 시대의 문화적 기반이자 담론의 꽃이며, 생활의 반려자가 되었다. 게임엑소더스라고 할 정도로 사회의 주력인 40대 이하가 게임으로 몰리고 있다. 영향력에 비례해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야 사회는 균형 잡히고 건강해진다. 안타까운 것은 일각에서 게임을 사회악의 원천처럼 몰아가는 무책임함이다.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처럼 된다고 비과학적 주장을 하거나, 학교폭력의 주범이라거나, 아이를 망친다고 막연히 말할 뿐, 과학적 검증과 합리적 해법 모색에 소홀한 것이 걱정이다. 지난 6월 하순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와 게임문화재단은 게임 부작용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를 공동개최했다. 게임몰입에 관한 현황, 접근, 임상적 기준 등을 놓고 4인의 해외 전문가와 6인의 국내 권위자들이 참가해 열띤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게임의 부작용은 병적 사용(pathological use), 문제 있는 사용(problematic use), 의존(dependency), 탐닉(addiction), 강박적 사용(compulsive use), 광적 사용(mania)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됐다. 게임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지닌 양날의 칼과 같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고, 뇌와 행동에 어느 정도 유익하고 유해한지는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논점들이 소개됐다. 이번 게임국제심포지엄의 의의는 크다. 단순획일적이고 도식적으로 게임의 부작용을 재단하지 않고, 과학적의학적임상적 접근으로 해법을 찾아가자는 시도가 이제 막 체계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해 정기적으로 열리고, 문화적 담론이 보강된다면 우리 게임문화의 미래는 밝다. 특히 게임은 다양한 사회적 집단에게 긍정적 기능을 하는 것은 물론 영향력 있는 한류로 자리잡을 것이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前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민칼럼] 게임기업과 사회공헌

기업은 일정한 자본을 기반으로 소유와 노동이 분리된 상태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보급하며, 소비주체인 정부나 가계와는 구별되는 독립적 경제 단위이다. 그러나 기업이 자본과 노동 그리고 기업가 정신만으로 원활한 경제활동을 하고 지속 가능한 존재로 살아 남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사회적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양질의 헌신적인 노동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법에 정한대로 근로조건을 제공하고 세금 내고 친환경적 생산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을 넘어, 좁은 의미의 경제산업논리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폭넓은 사회적 책임을 기업에게 묻는 것이 최근의 대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다국적기업이 번성하기 시작한 1960년대 말 내지 1970년대 초부터 대두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기업의 자기규제모형으로 자리 잡았다. CSR정책은 기업활동을 입법정신, 윤리기준, 국제규범 등에 맞도록 하며, 소비자, 근로자, 지역사회, 주주, 공공영역의 모든 구성원들 그리고 환경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CSR을 둘러싸고 장기적으로 기업이윤을 보장해준다거나, 기업고유의 경제적 역할을 왜곡한다거나, 눈가림에 지나지 않다거나 또는 힘센 다국적기업이 정부 감시를 피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등 여러 주장이 난무하지만 그 필요성은 확고해지고,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경영 리스크 관리에 필수 초기에는 자선기부 활동 정도로 이해되었던 CSR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경영의 리스크 관리나 브랜드 차별화에 필수적 요소로 여겨지게 됐다. 최근 들어서 기업들은 CSR을 가치창출의 원천으로 삼으며 다양하고 고도화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 미디어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게임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사회병리의 진원으로 지목되면서 불가피해진 측면 또한 있어 보인다. 우리 게임기업들은 소외지역 어린이 문화지원,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진피해 돕기, 어린이여성야구단 및 바둑 등 마인드 스포츠 지원, 지적 장애아소아암환자를 위한 SW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게임기업을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역동적이고 다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게임기업들이 외형의 성장과 더불어 사회공헌활동에 투입되는 예산과 시간을 나날이 늘려 나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게임 사회적 위상 제고에 한몫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게임을 디지털 시대의 필수 문화미디어로 인식하기보다는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불순세력처럼 여길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게임기업들로서는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폄하되고 공격 받는 것을 받아 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선, 기부, 이벤트, 봉사와 같은 초기단계의 사회공헌활동에서 진화해 가치공유적이고 가치창출적인 게임 CSR이 전개된다면 상황은 예상과 달리 쉽게 호전될 수 있다. 게임기업의 성공과 우리 사회의 복지는 상호의존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때 게임을 보는 눈은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게임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으로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게임 CSR의 내용이 풍성해지면 풍성해질수록 게임산업의 파이는 더 커지게 되고, 우리 사회는 보다 게임 친화적으로 될 것이며, 게임의 사회적 위상은 드높아 질 것이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김종민 칼럼] 게임을 문화로 점령하자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와 전통은 미국, 유럽이나 일본에 비하면 일천하고 빈약하다. 그러나 IT 기술과 장비생산의 비약적 발전과 초고속통신망의 광속적 전개에 힘입어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은 단기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질적 발전을 이룩했고, 양적으로도 현대 문명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급속하게 팽창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한류인 K-pop이나 대장금 같은 드라마를 많은 사람들이 가장 국제적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생각하고 있지만 게임만큼 위력적인 한류는 없다. 2011년 음악과 영화의 수출은 둘을 합쳐서 5천만 달러 정도이나 게임수출은 22억 달러로 44배나 규모가 크다. 시장크기가 10조원에 육박하고 국민의 40% 정도가 즐길 만큼 덩치가 커진 게임은 젊은 세대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기성세대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젊은 세대에서는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게임 엑소더스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임이 시대적 담론의 꽃이 된지 오래이며, 사회적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사회적으로 강력범죄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선적 타깃으로 게임의 책임이 거론된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게임의 중요성과 위력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지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게임은 불과 10여 년 남짓한 사이에 젊은 세대의 대표적 생활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게임의 의과학적 기능, 사회적 역할, 장단점이나 문화적 접근과 소통에 관해 필요하고 충분한 노력과 투자가 이뤄져 왔다고 보기가 어렵다. 이 결과 게임을 조건반사처럼 희생양으로 삼는 일이 반복된다. 사회적 병리의 원천이 되는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은 재미나는 미디어에는 거의 다 들어 있는데, 게임이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적 지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빨리 산업논리에서 벗어나 문화논리로 게임이 재무장되어야 하는 소치이다. 어떤 보고서에 의하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2배나 많다. 우리 사회가 마녀 사냥하듯 몰이성적으로 나쁜 인식을 갖지 않도록 게임을 문화적으로 세척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그동안 게임은 높은 부가가치의 성장동력으로 이해되기는 했으나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로 상응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뛰어난 산업적 성과에 취해 기득권의 아날로그 문화와 치열한 다툼을 거쳐 디지털 문화로서 위상을 확보해야 하는 당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수출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만 교육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방치해온 대가는 심대하다. 학교폭력이 터질 때마다 게임은 무작정 문제의 원천으로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피규제의 동네북이 되고 리걸 포퓨리즘의 대표적 희생양이 됐다.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다고 정부가 정한 게임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 문화체육관광부는 선택적 셧다운, 교육과학부는 쿨링 오프라는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착한 게임에 3중의 통행금지가 선포돼도 수수방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곧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게임을 알고 즐기는 더 큰 게임세상이 열린다. 더 이상 게임은 사회적 종속변수나 수단이 아니다. 게임은 결코 교육이나 사회문제의 지청구가 아니다. 디지털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주체적 동력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게임의 위상이 높아져야 사회의 품격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에 게임 맹(盲)이 적어질수록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게임은 우리 생활 깊숙이 존재하며 평생 함께 가는 반려자이다. 경제산업적 성취를 넘어 격에 맞는 문화의 옷을 제대로 입혀 게임의 지위와 위상을 높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담론과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데 앞장서도록 게임을 문화로 점령하는 일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시대의 담론, 게임 엑소더스

사람은 생각과 말을 하고 기구를 만들어 쓰며 사회를 만들어 사는 동물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되는데, 산다는 것의 행태는 먹고 일하고 놀고 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논다는 것, 게임한다는 것은 인류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일이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이론가인 J 하위징아는 놀이는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보다 오래된 현상이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즐거움을 찾아 놀이를 하며, 게임의 본질은 재미에 있다. 즐겁고 재미난 게임이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회적 위기의 탈출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는 역사에서 게임으로 사회체재의 붕괴를 막아낸 사례를 기술했다. 약 3천년 전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에 18년 대기근이 닥쳤을 때 아티스 왕은 하루 먹고 하루 굶는 방법으로 고난을 극복했다. 굶는 날에는 주사위놀이, 공기놀이, 공놀이 등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여 사람들이 놀이의 즐거움으로 식욕을 잊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리디아 사람들은 게임하면서 기나긴 배고픔을 이겨 냈던 것이다. 게임은 소극적 도피나 일과성 소비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적극적이며 유익한 생산의 기능을 해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게임의 미디어는 원시사회 동굴에 그린 벽화에서 알파벳을 거쳐 시, 소설, 음악, 만화, 영화의 장르를 지나, 라디오, TV, 엠피 3, PC, 스마트폰 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화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놀이보다 재미나고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는 디지털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매출이 700억 달러에 육박한다. 등장한지 일천하나 전세계의 젊은이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천 만명이 즐긴다. 재미난 몰입과 가상현실 체험의 기회를 손 쉽게 경제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나려 질풍노도처럼 디지털 놀이에 빠져 들고 있다. 현대판 엑소더스가 디지털게임을 향하여 일어 나고 있는 느낌이다.배고픔을 이기려 주사위 놀이에 빠졌던 리디아인들이나 현실의 정신적 기근에서 벗어나려 가상현실게임을 찾는 현대인들은 본질적으로 서로 닮았다. 사회적 소통 촉진과 위기의 해결에 게임은 시공을 초월하여 비슷한 기능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디지털 선각적인 사회에서는 게임의 순기능 극대화에 많은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치의 비리와 비효율을 고치고, 인류적 문제에 전세계의 참여를 가능케 하며, 곡물 적립게임으로 기아문제를 풀고, 게이머들이 모여 수퍼컴퓨터 기능을 만들어 암을 고쳐 나가는 등 디지털 게임에게 현실세계 구원의 퀘스트를 부여하고 있다.석유 없는 세상 놀이로 지구적 생존의 해법을 모색하고, 대형 예측게임 수퍼스트럭쳐로 미래 위기에 대처 하며, SNS 게임 이보크를 통해서 아프리카의 문제를 푸는 등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디지털 게임이 미래 구원의 미디어로 등장하고, 활용되며, 적극 육성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지금 우리사회 일각에서 일부 기관, 사회단체, 언론들은 시대의 첨단, 디지털 게임을 일방적으로 학교폭력이나 일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순기능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공론화 없이 너무 쉽게 단선적으로 대처하면서 속죄양을 만들고 있다. 게임이 지닌 생산적 기능, 사회 소통과 위기 해결의 긍정적 능력에 대한 통찰이 아쉽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 놀이의 주인공은 디지털 게임이라는 기본적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이제 우리는 시대 문화담론의 핵심을 눈 앞에 도도히 전개되는 디지털 게임 엑소더스로 삼아야 할 때이다. 풍성한 기획 디자인으로 현실문화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해 보다 풍요롭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참 미디어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디지털 게임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아니며 많은 노벨상이 나오게 될 새로운 지평이다.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제는 콘텐츠산업이다

콘텐츠를 굳이 번역한다면 알맹이 또는 내용물 정도가 된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 속에서 그 함의는 매우 다의적이고 다층적이기에 적합한 표현을 꼭 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대로 콘텐츠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낫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은 어떠한 전자기기, 플랫폼, 기술도 콘텐츠가 없으면 빈 그릇에 불과하다고 설파했다. 콘텐츠는 인간의 창의력과 감수성의 결합체이며, 지적재산권과 노하우 등 각종 서비스와 정보 그리고 다양한 오락 상품 등을 망라한다. 콘텐츠산업은 콘텐츠를 상품으로 제작 유통시키면서 유행과 이슈를 만들고 가치를 확대 재생산해낸다. 산업경제시대, 지식경제시대를 지나, 상상력과 창조력을 기반으로 하는 꿈의 사회, 창조경제시대의 총아 산업이다.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은 60년대 철강, 70년대 자동차, 80년대 반도체, 90년대 IT 등으로 발전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우리 경제는 부가가치비중에서 제조업은 39.2%, 서비스업은 58.2%를, 고용비중에서 제조업은 16.9%, 서비스업은 68.5%를 각각 차지하는 등 성장과 고용이 서비스산업에 의존하는 구조로 고도화되고 있다. 그런데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 172억 달러의 수지 적자를 기록한 세계 6위의 서비스산업적자 국가이다. 무역 1조 달러시대를 넘어 2조달러시대로 가며, 소득 2만달러를 넘어 4만 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세계적 경쟁력 유지와 함께 주력 핵심서비스산업의 발굴 육성과 지원체계 보완이 필수적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 서비스산업의 강자로 떠오른 것은 콘텐츠산업이다. PWC에 따르면 2010년 세계 콘텐츠시장의 규모는 1조3천566억 달러였다. 같은 해 세계자동차시장은 1조2천억 달러, IT시장은 8천억 달러에 그쳤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말처럼 세계는 산업생산시대를 지나 문화생산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예언처럼 문화산업이 21세기의 승부처로 부상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미래를 의탁할 수밖에 없는 핵심서비스산업은 고성장 고부가가치의 콘텐츠산업이다. 교육 의료 서비스분야는 덩치는 크나 내수산업적 성격이 강해 사회적 제약과 규제로 한계가 있다. 금융서비스 분야도 매력은 있으나 자본이 너무 적고 노하우와 경험이 부족해 빠른 성장은 기대난이기 때문이다.이제는 콘텐츠산업이다.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자원의존적 경제구조, 요소투입형 생산과 같은 굴뚝산업에 취약하다. 더구나 세계최저의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로 제조업 노동력 공급에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판타지 이야기로 150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창조한 해리포터, 5억 달러 들인 영화 한편으로 33억 달러를 벌고 소나타 16만대 수출에 맞먹는 경제효과를 낸 아바타, 지난 해 20억 달러 이상 수출한 우리의 게임과 같이 꿈의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창조경제시대에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 풍부한 이야기의 문화유산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고급인력을 위해 멍석을 제대로 깐다면 우리 콘텐츠산업은 확실한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2010년 한국 콘텐츠산업은 세계시장의 2.2%인 288억 달러 규모로 세계 9위, 아시아 3위이다. 1위 미국 4천281억 달러(32.4%), 2위 일본 1천643억 달러(12.3%)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나, 엄청난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콘텐츠산업은 교육, 의료, 관광, 체육, 미디어 등 서비스업과 IT 제조업을 쌍끌이 할 수 있는 힘 좋은 이머징 섹터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 원당 고용유발계수가 문화서비스는 12.2명으로 반도체 3.9명의 3배를 넘어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이다. 지금까지 주력산업분야인 철강, 자동차, 반도체, IT 등에는 매년 2~7%의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지난 해 콘텐츠분야에는 총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한 6천여억 원이 배정됐다. 콘텐츠산업을 IT에 이은 제2의 성공신화로 만들려면 제조업에 상응하는 국가적 의지와 투자가 선행 담보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김종민게임문화재단 이사장

‘본 디지털의 시대’

최초의 원시인류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약 300만년 전에 지구에 나타났다고 한다.서서 걷는 사람 호모 이렉투스가 등장한 것은 약 150만년 전이다.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에 등장했다. 생각하는 인류는 약 5천년 전부터 그림문자 미디어로 역사시대를 열었다. 농경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오늘의 풍요로운 후기산업사회를 만들어 왔다.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된 정보화의 물결은 디지털 미디어에 탐닉하는 신종 인류를 만들어 냈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태교는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본 디지털(Born Digital)들이 나타난 것이다.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모든 변화는 항상 긴장과 갈등을 불러 오게 마련이고, 세대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게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변화를 둘러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일관성을 띄고 있다. 요즈음 젊은 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견제적 낙서가 시공을 초월하여 고대이집트 동굴 벽화나 피라미드 속은 물론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 발견된 바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알파벳을, 플라톤은 시나 소설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젊은 세대로 인한 변화의 폭, 깊이 그리고 속도를 제어해보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기성세대는 전통적으로 변화를 싫어해 왔으며, 신세대를 못 미더워했고 견제해 왔다.계속되는 변화 속에서 제어하려는 기성세대와 회피하려는 젊은 세대는 수 없는 갈등과 마찰을 겪어 올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함께 해온 아날로그적 패러다임 속에서 서로 기본적인 소통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30년간 형성된 신세대 본 디지털들과 기성세대간의 소통은 거의 단절의 지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적 패러다임과 디지털적 패러다임의 호환이 어려운 것처럼 상호 인식상 단절의 골이 깊다. 기성세대가 아날로그적으로 풀기가 어렵다고 디지털로 인한 문제를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셧다운하듯 일방통행적으로 손쉽게 조치하려 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삶을 존중하고, 디지털을 이해하려 애쓰며 함께 가려는 자세와 노력을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빗장을 걸면 문제는 갇히고 저절로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오늘날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는 디지털이 효과적이다. 아날로그는 도도한 디지털 문화에 의해 밀려나기 시작했다. 오페라나 시를 좋아하면 문화적이고 우아하며 모범생처럼 보는 시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유에 지나지 않는다. 바둑이나 고스톱을 즐기거나 무협지에 빠지면 내버려 두다가, 인터넷 검색이나 인터넷 게임을 즐기면 중독여부를 조사하자는 식의 접근은 문화적 편견이며,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새벽 4시가 넘도록 검색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인터넷 게임을 즐기다가 노트북을 품에 안고 잠드는 본 디지털들의 일상이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도박과 마약에 빠진 삶보다 훨씬 우아하고 첨단이라는 것을 기성세대가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 장강의 앞물은 뒷물이 밀어낸다. 이제 앞물 아날로그가 뒷물 디지털에 의해서 밀려나기 시작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 기성세대는 어쩔 수 없이 디지털 신세대들에 의해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떠나면서 새로 들어오는 후계자들에게 따듯한 손을 내미는 것이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에 필요한 미덕이라고 본다. 기성세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제어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신참문화라고 매도하거나 괄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울러 본 디지털에게 주역의 지위를 부여하는데 인색하거나 지체해서 득이 될 일은 더구나 없다.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게임 알기 그리고 같이 가기

지난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게임전시회 지스타 2011이 열렸다. 28개국 384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지스타는 작년보다 규모가 20% 이상 커졌다. 221개 업체가 참가한 지난 7월 중국의 차이나조이 2011보다 74%나 더 참가하는 아시아의 대표적 게임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이번 해운대 전시에는 30만 명이 넘게 참관하는 등 가히 게임 열풍이 불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놀이 야구, 축구, 바둑 그리고 고스톱을 더한 것보다 이용자가 많고 위력이 큰 것이 디지털 시대의 놀이 게임이다. 그런데 막상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알아야 보이고 같이 가기에 편하다.게임의 제작과 공급에는 다양한 고급 인력이 동원된다. 게임기획자, 게임PD, 시나리오 작가,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사운드 크리에이터, HW개발자, 시스템 엔지니어, 게임 마스터, 품질관리인, 고객서비스담당자 등이 참여하며 영화제작 이상의 복합적 능력이 투입된다. 게임의 장르는 역할을 맡아 목표를 달성하는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 반사신경을 활용하는 엑션 게임(Action Game),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게임, 논리적 사고로 겨루는 전략 게임(Strategy Game), 가상체험의 시뮬레이션 게임(Simulation Game), 가상에서 모험을 하는 어드벤처 게임(Adventure Game), 손 쉬운 놀이 위주의 캐주얼 게임(Casual Game), 인터넷 브라우징으로 즐기는 웹 게임(Web Game) 등으로 구분된다.게임을 움직이는 하드웨어를 게임 플렛폼이라고 부른다. 그 종류로는 세계시장규모가 가장 크며 TV와 게임 전용기를 쓰는 비디오 게임, 게임장에서 전용기계로 하는 아케이드 게임, 우리나라가 최강인 PC를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 CD등 저장장치를 쓰는 PC 패키지 게임, 휴대폰을 이용하는 모바일 게임, 포터블 게임기를 쓰는 휴대용 게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SNG 게임 등이 있다. 그리고 다른 이용자와 연결된 상태에서 행하는 게임을 네트워크 게임, 혼자 할 경우 스탠드 얼론(Stand Alone)게임 또는 싱글 게임으로 부르며, 양자를 같이 할 경우 세미 네트워크 게임이라고 부른다. 게임의 장소는 PC가 있는 방이나 아케이드 게임장 또는 비디오 게임장 등이다.게임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첨단기술을 총동원하여 만들어진다. 그래픽, 사운드, 색채, 인공지능 등등의 고급 엔진들이 사용된다. 최고급 컴퓨터 그래픽 기술인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자유자재로 구사된다. 입체감과 입체정보를 제공하는 3D 게임이 나와 있으며, 게임 콘텐츠는 급속히 3D화되고 있다. 무선 데이터 처리 능력의 고도 진화를 의미하는 LTE(Long Term Evolution) 모바일의 보급은 네트워크 게임을 휴대전화에서 보다 손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 게임과 클라우드 시스템의 결합은 게임 가능공간의 획기적 다양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오게 된다.게임은 사용기술의 첨단성, 조직적 두뇌를 키워 주는 지능성, 재미 있는 오락성, 미래를 향한 빠른 진화성, 돈이 되는 시장성, 젊은이가 선호하는 일자리 제공 등 대단한 매력의 집합체이다. 게임의 부작용만 부각시킨 셧다운과 같은 강제차단은 눈만 가리면 안 보인다는 식의 아날로그적 닫힌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은 거대한 실존이며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바로 알고 올곧게 함께 사는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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