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인천시론] 아시안게임으로 거듭나는 건강한 다문화사회 인천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인 버나드 쇼가 어느 날 영국사회를 관찰하다가 미켈란젤로의 애호가들은 로댕을 이유 없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편견을 깨려고 어느 날 그가 파티를 열고 미켈란젤로 애호가들을 초청했다. 만찬을 마칠 때쯤 버나드 쇼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여러분! 제가 귀한 작품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작품 하나를 내걸고 말했다. 여러분, 멋있지요? 이것은 로댕의 작품입니다. 곧 혹독한 비평이 쏟아졌다. 색깔이 왜 저 모양이냐, 구도가 왜 저러냐, 저것도 작품이냐 한참 난도질 당할 때 버나드 쇼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당황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여러분,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이것은 로댕의 작품이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작품입니다. 편견은 사실을 사실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상대방을 이유 없이 미워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우리나라는 고도의 산업화를 이루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 전국적으로 국가공단이 활성화되면서 소위 인력난이라는 난제에 부딪히게 됐지만 외국인력수입 이라는 해결책을 가지고 정면으로 승부를 한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를 넘어서고 있는 이주민들은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으로 대변하는 다문화는 우리사회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낙인 된 편견으로 그 그림자가 짙어가고 있다. 가령 동네에 선진국 출신의 외국인이 이사를 오면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아시아의 저개발국 출신의 외국인이 이사를 오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그렇다. 선진국 출신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적극적으로 안내를 하지만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우리네 모습 속에서 버나드쇼가 본 편견으로 병든 영국사회가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편견은 우리로 하여금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려 부분적으로만 사물이나 사건을 보게 만든다. 전통적으로 유대인은 이방인들에 대한 철저한 편견으로 무장(?)하여 주변의 민족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왔으며 심지어는 이방인들을 사람이 아닌 개로 여겼다. 그랬던 결과가 무엇인가? 2천년 동안 나라를 잃고 전 세계를 떠돌며 철저한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수천 년 전 일이지만 오늘날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어떤가? 여전히 이방인은 더럽고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필자는 가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대중목욕탕을 가곤 한다. 피부가 거므스름한 이주노동자들과 목욕탕을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나 그 어떤 시선에서든 반기는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그런 편하지 않은 분위기도 참을 수 있다. 목욕을 다하고 나올 때 관리인은 필자에게 말을 건넨다. 다음부터는 저 사람들을 데리고 오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이러한 슬픈 편견의 자화상은 이미 흔한 일이 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사실을 사실로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다문화시대의 한국을 밝은 사회로 만들게 될 것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은 우리에게 다시한번 아시아인들을 향해 문을 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일을 계기로, 인천시민들이 마음을 한데모아 아시아인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거두고, 오히려 소중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섬기는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 출신의 이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편견이라는 무서운 질병을 퇴치하고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철수 목사인천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

[양호승 칼럼] Hope For Children

경기일보 지면을 통해 첫인사를 드렸던 일년 전, 어떤 이야기로 첫 만남을 준비해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던 밤이 떠오릅니다. 월드비전의 회장으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그 달의 주제를 정해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원고를 다듬어 보내며 감사와 긴장이 교차하던 푸른 새벽도 또렷합니다. 일 년 간 여러분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빠짐없이 기억되지는 못하더라도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한 번 쯤은 지구촌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주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 봅니다. 여름의 절정을 맞을 때마다 늘 똑같은 의문이 듭니다.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었나? 매년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한 해가 지나 여름이 돌아오면 지난해 더위가 어땠는지 기억조차 새까맣고 오로지 올해 여름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더위인 것만 같습니다. 고단한 삶에도 여유와 사랑 키워야 늘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날씨처럼, 물처럼, 공기처럼. 너무나 사소한 일상이어서 잊고 살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살고죽는 문제인 지구 반대편 이웃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뤄 무거운 몸이 못내 짜증스러운 그 밤과 숨을 턱턱 멎게 하는 태양이 야속한 그 낮을 평생 마주하는 것도 모자라 질병과 턱없이 부족한 식량과 식수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우리의 관심과 사랑에서 비로소 자라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월드비전에는 묵직한 동전 보따리가 도착했습니다. 수시로 배달돼 오는 사랑의 빵 저금통인가 했던 동전 보따리에는 작은 편지가 동봉돼 있었습니다. 동전은 어린이집 꼬마 친구들이 모은 것이라고 편지를 쓴 선생님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동전을 모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지내며 어린 제자들에게 숫자나 한글 외에 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고자 어떤 밑거름이 필요할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이 이어지며 결국 선생님은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보다 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의 실천은 바로 나눔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자라고 배운 아이들이 이다음에 커서 가진 것의 1%라도 나눌 줄 아는 사랑의 습관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으로 사랑의 빵 저금통 동전 모으기를 시작했습니다. 심부름을 잘했다고 부모님께 1천원의 용돈을 받았다면 그 중에 10원을 사랑의 빵 저금통에 모으자는 것이었지요. 어린 아이들이라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과연 잘 따라줄까 걱정도 많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성실하게 1% 나눔 운동을 실천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모은 돈이 십여 만원에 이르렀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작은 정성이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그리고 이 어린 시절의 사랑의 실천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교훈으로 자리 잡길 기도한다며 편지를 맺었습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며 그 따뜻한 동전 보따리를 보며, 월드비전이 꿈꾸는 모든 어린이들이 풍성한 삶을 누리는 세상은 이렇게 작은 나눔과 사랑의 실천이 열매를 맺어가며 만들어 가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일년을 달려온 칼럼을 맺으려 합니다. 부디 우리가 숨 쉬는 공기, 하늘, 출근길에 스치는 사람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 그리고 함께 지구촌을 살아가는 한 영혼, 한 영혼이 천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걸 마음속에 담기를 바랍니다. 고단한 하루에도 이웃을 향해 따뜻한 마음 한 자락 내어 줄 수 있는 여유와 사랑을 키워나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우리가 만들어가는 내일의 지구마을은 분명 오늘보다 조금은 행복할 것입니다. 내일의 지구마을 오늘보다 행복할 것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우리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말라리아로, 에이즈로, 영양실조로, 전쟁과 기아로 고통스럽게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의 소식에 우리가 무뎌지지 않고, 그 영혼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월드비전은 지구촌 모든 어린이들과 이웃을 섬기는 일에 성실한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중에도 모든 것을 새롭고 아름답게 보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이웃을 대하며 우리의 길에 기꺼이 동행해 주시는 모든 분들과 힘차고 묵묵히 그 길을 가겠습니다. 여러분 삶 위에 기쁨이 넘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사랑이 있는 곳에 절망은 없습니다

하늘이 열린 것처럼 퍼붓던 비가 조금 잦아든 것도 같습니다. 이번 주는 계속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겠지만, 창문이 부셔져라 퍼붓던 비에 비하면 이제는 비 소식에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될지, 기대하게 합니다. 사실 늘 시끌벅적한 사건과 사고 속에 살아가며 우리의 마음이 무뎌지기도 하지만 자연 재해나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와 같은 큰 사건들을 마주할 때는 등골이 서늘한 공포와 걱정으로 마음이 번잡합니다. 소식을 전해 듣는 사람도 이러한데 당장 사고를 당한 본인이나 가족들은 그 심정이 어떠할지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사고로 놀라고 아프셨을 여러 사고 승객과 가족들에게 위로와 쾌유를 보내며, 언론에도 많이 보도가 되는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들이 보여 준 직업 정신은 제가 말을 보태지 않아도 이미 많이 보고, 들으셨을 것입니다. 일초를 다투는 비상 상황에서 먼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뛰었던 12명의 승무원들이 자기 자신의 생명만을 생각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고 또 수많은 승객들의 생명이 어찌되었을 지 참 아찔합니다. 아시아나 참사 속 헌신적 승무원들 최근 한국사회에서 주요하게 떠오르는 글로벌인재, 글로벌리더의 모습은 바로 이렇게 나를 벗어나 다른 이들, 다른 사회, 다른 나라로 넓혀가는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리더 육성이 우리 사회에서 소위 스펙 쌓기의 또 다른 분야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자명합니다. 나의 성공에만 집중해서는 절대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할 여력도 그럴 사고의 틀도 갖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로벌인재, 글로벌리더가 된다는 것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거나 국제적인 활동 경험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관심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 우리나라, 아시아, 전세계로 넓히며 구성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세계시민입니다. 이러한 실천과 생각이 몸에 배인 사람들이 글로벌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겠지요. 또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는 지구마을은 지금 보다 살기 좋고 행복한 곳이 될 것입니다.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을 받은 한 학생이 이런 소감을 남겼습니다. 오늘부터는 양치할 때 컵을 사용해 보려고요. 내가 아낀 물이 부족한 친구들에게 바로 전달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지구마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아서요. 우리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고통을 나의 일처럼 공감하고 보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책임 있는 세계시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구마을을 변화시켜 나갈 든든한 글로벌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나보다 타인 생각하는 참 글로벌 인재 이제 곧 여름방학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학원과 학원 사이를 시계추처럼 움직이게 할 것이 아니라 관심의 범위를 자기 자신에서 좀 더 넓혀 이웃을 위해 마음과 시간을 나누어보도록 하면 어떨까요? 끔찍한 사고 현장 속에서 나보다 다른 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렸음을 기억합니다. 지구마을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꿈만 같은 그 날을 위한 밑거름이 바로 그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For Children, For Change, For Life

퇴근길, 촘촘한 여의도 빌딩 숲에서 장난감을 파는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아저씨는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하나 없지만 장난감들이 움직이도록 배터리를 갈아 끼우며 열심히 일하고 계셨습니다. 한 번은 보도 블럭 한 켠에 작은 좌판을 벌이고 직접 재배하신 듯한 색색깔 콩을 파시는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직장인들의 바쁜 발걸음에 맞추어 고개를 왔다갔다하시던 할머니는 행여 눈이 마주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콩을 가득 담은 종지를 들어 보이셨습니다. 아무도 사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데도 할머니는 열심히 눈을 맞추었습니다. 이렇게 스치는 사람들에게 사사로운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식 아동을 위한 도시락 조리사로 10년 넘게 일을 했지만 첫 도시락을 만들던 날을 잊지 못한다는 자원봉사자, 본인 살기에도 빠듯한 연금을 털어 28명의 아이들을 매월 후원하고 있는 후원자, 월드비전 사랑의 동전밭에 찾아와 얼마 안되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저금통을 쑥스럽게 내밀던 네팔의 외국인 노동자를 만난 뒤부터입니다. 고통받는 어린이 돌봐야하는 책임있어 오늘을 살아내는 것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이웃들의 고단한 얼굴과 그들을 위한 일만 생각하는 NGO 직원들의 거친 손을 보고 난 뒤부터입니다 올해 초,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돌로아도 긴급구호 사업장을 방문했습니다. 소말리아 국경과 인접한 이 곳은 소말리아 난민들이 난민촌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을 비롯한 수많은 NGO들은 난민들의 생계와 안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되는 가뭄과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의 상황은 난민들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조차 들었습니다. 고작 2주 남짓, 현장에 머물렀던 제가 언제 끝이 날 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웃들의 고통을 감히 미루어 짐작하여 알 수 있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밤낮없이 애쓰고 있는 많은 NGO, 그리고 그 일에 기꺼이 동참해 주는 후원자들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아가도 보았고, 고달픈 삶이지만 재봉 기술을 배우며 조심스럽게 내일을 꿈꾸는 당찬 여인들의 눈빛도 보았으며, 깨끗한 물과 식량을 제공받아 이제 더 이상 가족을 굶기지 않아도 되는 가장도 보았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지만 또한 변화의 기적을 목격할 수 있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순간순간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우리 나라의 과거와 그것을 극복하기까지의 눈물겨운 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이제는 어색할 정도로 한국은 발전했고, 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과 더불어 우리에게는 처참한 현실에 내몰려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와 이웃을 돌아봐야 하는 책임도 갖게 되었습니다. 이웃 슬픔 함께하는 우리 사회 꿈꿔 우리는 결코 나 혼자만, 나의 가정만, 나의 조국만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촌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는 인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나누는 이웃을 위한 사랑은 내일을 꿈꿀 수 없던 이웃에게 희망을 알게 하고, 더러운 물로 고통 받던 마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며,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을 위한 학교 기둥을 세우고, 메마른 아이들의 뼈와 살을 돋게 할 것입니다. 새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는 어린 생명들의 고통과 손 쓸 도리 없는 현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웃들의 슬픔에 함께 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는 우리 사회를 꿈꿔 봅니다. 함께 햇빛을 가려주고 돌을 걷어 내 주고 일으켜 세운 나무들이 튼튼히 뿌리 내려 생명의 열매를 주렁주렁 열리는 그 날의 기쁨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찹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Home sweet Home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다. 그 다음 기쁨은 어린이를 보는 부모들의 즐거움인데, 이 두 가지의 기쁨은 사람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다. 유명한 교육자인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즐거움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가정의 역할이 변화되었지만,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데 가정이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삶에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가정이 무너지는 아픔은 모든 아픔이 그러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이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괴로움일 것입니다. 나에게 생명을 선물한 부모님이 오히려 상처로 다가올 때, 세상 어느 것과 바꿀 수 없는 자식들이 자꾸만 비뚤어져만 갈 때, 가정을 지키고 싶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위기에 처한 가정들의 문제들은 혼자서 또는 우리 가정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몹시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기의 가정 곧 사회의 위기 사회를 이루는 개인들이 속해있는 가정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에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저지른 잘못이 가정을 위기로 치닫게 하기도 합니다만,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져 온 사회적인 부조리, 예상치 못했던 천재지변, 실직, 질병 등이 빈곤하고 어려운 가정 문제와 연결되어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로 연결되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뿌리가 흔들리고 곪아가는 데 그 잎파리가 싱싱하고 파랗게 성장하기를 바랄 수는 없기 때문지이요. 무엇보다 가정 불화와 위기는 아이들의 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밝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는 아이들은 그 권리를 박탈당한 채 그대로 방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기둥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나의 가정을 지키는 일과 더불어 우리 주변, 어려움을 당한 가정에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월드비전 역시 위기가정지원 사업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가정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지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리고 벼랑 끝에 내몰린 가정을 다시 잡아 일으키는 경우를 보며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일으키는 기적에 놀랍기 까지 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반 지하 셋방에 불이 나서 아이를 포함한 세 식구 모두 중경상의 화상을 입은 가정이 있었습니다. 어른들도 괴로웠지만 아이는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해버린 피부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화재에 대한 기억 역시 잊을 수가 없었지요. 용역일을 하는 아버지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기에 제대로 된 피부이식은 꿈도 못 꾼채 최소한의 치료만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된 월드비전은 화상 치료가 최우선인 가족들을 위해 위기가정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다. 또한 지역사회와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온 가족이 피부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절망적이기만 했던 인생의 밑바닥에서 다시 가정을 일으키고 살아갈 희망을 얻은 아버지는 꼭 이 은혜를 갚고 싶다며 삶의 의지를 다집니다. 화상입은 피부 때문에 주눅들어 있던 아이 역시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게 되었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아이의 학창시절을 지켜 줄 수 있어서, 어두운 고통 속에 외롭게 헤매일 뻔 했던 가정에 손 내밀어 힘을 줄 수 있어서 벅차고 감사합니다. 이 가정에 또다른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과 이웃들의 사랑을 생각하며 좀 더 성숙하고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힘차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웃사랑으로 튼튼한 울타리를 화목하고 평안한 가정을 우리 모두는 바랍니다. 그 바람이 이루어져 큰 문제없이 지내는 가정과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막막한 문제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가정들이 우리 사회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일반가정이 넉넉히 이겨넘길 수 있는 문제를 빈곤하고 어려움에 처한 가정은 단 한번의 위기로 가정이 해체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로 지정되어 있는 5월입니다. 나의 가정과 더불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모두가 우리 아이입니다

언제 보아도 아이들의 웃음은 귀하고 사랑스럽지만, 싱그러운 4월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아이의 웃음은 천사의 그것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직 세상과 삶에 치열하게 마주하지 않은 유년 시절 지을 수 있는 미소는 어쩌면 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어야만 하는 의무이고 권리인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깨끗한 물 한 모금,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감사할 따름인 삶의 고단함에 지쳐가는 아이들이 있음을 우리 어른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심지어 영양 실조, 설사, 폐렴처럼 간단한 예방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한 해에도 수 백만 명의 어린이가 다섯 살 생일을 맞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야 하는 어른들의 의무를 다시 한번 다지게 합니다. 2000년, 세계 190여 개국의 정상들은 2015년까지 지구촌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여덟 가지의 새천년개발목표(MDG; 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각각의 목표가 얼마나 달성 되었는지 중간 점검을 했습니다. 그 결과 MDG 4번(아동사망률 감소)과 5번(임산부 건강 증진)의 달성 정도가 가장 미흡했습니다. 이에 월드비전은 다섯 살 미만 아동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 동참하고자 2010년, Child Health Now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 올해로 4년을 맞는 이 캠페인에는 월드비전 40개국 이상이 함께 하며 전 세계인들이 아동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과 노력에 동참했습니다. 이렇게 다섯 살 미만 아동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전 세계인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Child Health Now 캠페인이 펼쳐지던 첫 해, 연간 880만 명이던 다섯 살 미만 아동들의 사망률이 2010년과 2011년 통계에서는 각각 810만 명과 760만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북아프리카와 동아시아는 각각 목표의 67%, 63% 수준으로 사망률이 낮아져 목표에 다가가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사망률이 여전히 심각하거나 더 악화된 지역도 있습니다. 2010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모자보건 향상을 위한 국제 전략 (Global Strategy for Womens and Childrens Health)을 마련했습니다. 전 세계의 리더들은 이 전략을 도입하고 실행할 것을 다짐하며 2015년까지 아동과 임산부 건강 증진을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월드비전을 비롯한 수많은 NGO들과 관련 기관 그리고 시민 단체들 역시 아동 보건 개선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떨어졌던 과거로부터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며 어른들은 조금씩 아이들의 목소리와 고통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고, 교육을 받고, 배고프지 않고, 노동에 내몰리지 않고, 사랑을 받는 것 모두가 아이들이 갖는 권리임을 어른들은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배움이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져 간단한 치료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여 다섯 살 생일을 맞지 못하는 아이가 한 명도 없는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지구촌 아이들의 다섯 살 생일을 지켜주는 일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을 우리의 아이라고 생각하는것 그리고 그 아이들의 생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NGO와 시민 단체가 펼치는 다양한 청원 활동에 동참하는 것 같은 여러분의 작은 실천 하나가 지구촌 구석구석에 건강한 희망의 씨앗을 심을 것입니다.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풍성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즐거운 꿈을 꾸며 4월의 인사를 올립니다. 더 없이 멋진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행복하세요.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꿈의 지도를 넓히는 사람들

사람들에게도 누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은 한국의 계절만큼이나 소중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재능이 있습니다. 그 재능이 삶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움직이는 지는 각자 처한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재능을 파고들어 그것이 삶의 수단이 되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사람들이 전하는 환희와 영향력은 계절의 변화를 능가하는 신비로움과 존경심마저 불러일으킵니다. 2009년 겨울, 월드비전에 조금은 특별한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저는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입니다. 친구들과 연주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월드비전에 기부하려고 해요. 그 기부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우물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화를 주셨던 후원자님은 연주를 하는 지인 10여명과 소울스트링스를 결성해 2010년, 첫 희망의 우물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첫 해 수익금으로 월드비전이 일하고 있는 스와질란드에 2개의 우물을 팔 수 있었지요. 2011년, 소울스트링스는 다시 콘서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동참하는 연주자들이 더 많았습니다. 연주회의 규모도 커졌고 사람들의 관심 역시 전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두 번의 공연 수익금 7천여만원은 아프리카에 7개의 생명샘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도 이들의 공연은 이어졌습니다. 소울스트링스란 이름으로 결성되었던 10여 명의 나눔 연주단은 60여명의 소울챔버오케스트라로 성장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는 한 사람으로 시작된 나눔은 음악이 퍼져가듯 이렇게 지구촌 곳곳에서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에서 벌써 5년이 넘도록 사진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한 다큐멘터리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내가 밥을 잘 지었으면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지어주었을 것이고, 노래를 잘 불렀다면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사진을 잘 찍고 사진으로 먹고 삽니다. 그래서 나는 사진으로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사진으로 나눕니다. EBS 세계테마기행, 각종 다큐멘터리 초청 사진전 등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월드비전 아이들을 촬영할 일이나 월드비전 주요 행사에 전문 사진작가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으면 기꺼이 시간을 비워 한달음에 달려옵니다. 전시회에서는 인기리에 판매되는 그의 사진이지만 월드비전을 통해 촬영된 사진은 후반작업까지 세심한 그의 손길을 거쳐 무료로 제공됩니다. 월드비전을 비롯한 많은 NGO의 홍보대사들 역시 대중들을 향한 끼와 재능을 선하게 나누는 이들입니다. 20여 년 동안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매년 아프리카의 어려운 아이들을 찾는 김혜자 친선대사는 지난 월드비전 친선홍보대사 모임에서 대중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배우이기에 고통 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실상을 누구보다 더 영향력 있게 잘 알릴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배우로 성장하고 일하게 하신 건 어쩌면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 젊은이들이 모여 지구촌 문제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포스터를 제작하여 무료로 제공하고,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이 어려운 이웃과 어린이를 돕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나눔 게임을 개발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특별하고 전문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의 적극적인 재능 나눔은 또다른 나눔 문화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시간과 전문성을 고스란히 들여야 하는 재능 기부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님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나의 전문 영역을 기꺼이 나누어 더 큰 보람과 행복을 얻고 전하는 이 일은 어쩌면 소중한 재능에 대한 아주 특별한 책임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행복하고 특별한 나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Water Is Life

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손쉽게 사고 마실 수 있는 물이었지만 구멍가게 조차 보이지 않은 에티오피아 돌로아도 난민촌에서 물을 구하기란 어려워 보였습니다. 현지 직원들이 멀리까지 나가 생수를 사오고 나서야 뜨거운 햇살에 바싹 탔던 목을 축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1월,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돌로아도 긴급구호 사업장을 방문했습니다. 소말리아 국경과 인접한 이 곳은 소말리아 난민들이 난민촌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을 비롯한 수많은 NGO들은 난민들을 위한 캠프를 짓고 교육과 식수, 생필품 등을 제공하며 이들의 생계와 안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되는 가뭄과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의 상황은 난민들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조차 들었습니다. 2013년은 UN이 지정한 물의 해입니다. 과거에도 물이 부족했던 아프리카는 여전히 깨끗한 물이 부족합니다. 에티오피아 돌로아도에서 지냈던 숙소에는 물탱크에 물을 모아두기는 했지만 말끔하고 시원하게 샤워나 머리를 감는 것은 사치이고 다음 사람을 위해 최소한의 물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만도 아프리카에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UN에 따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은 하루 20~50ℓ라고 합니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마실 물을 포함한 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에는 20초마다 아동 한 명이 더러운 물과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UN은 특별히 물의 해를 정하여 식수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생명들을 향한 전 세계인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며 월드비전을 비롯한 NGO들이 끊임없이 아프리카의 식수와 위생 개선을 위하여 일하는 것입니다. 에티오피아 돌로아도에 난민들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전, 마실 물이 턱없이 부족해 더러운 물을 마셔야 했던 아이들은 설사병, 아메바 등의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또한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명이 모여 사는 난민촌에 화장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대소변은 곳곳에 버려져 있었고,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의 찢어진 발 사이로 병균들이 속속들이 침투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NGO들의 지원이 속속 도착하면서 난민들의 삶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난민촌 곳곳에 화장실을 설치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위생적인 생활을 도왔습니다. 또한 난민들은 바람과 동물들에게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텐트, 마실 물과 먹을 것 등을 조금이나마 삶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월드비전은 이렇게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도움에서 더 나아가 난민 촌 내 학교 건설, 재봉 기술 교육 등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움을 주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난민촌에도 또 그곳의 아이들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는 우리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고작 2주 남짓, 현장에 머물렀던 제가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웃들의 고통을 감히 미루어 짐작하여 알 수 있다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월드비전을 비롯한 많은 NGO 그리고 그 일에 기꺼이 동참해 주는 후원자들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아가도 보았고, 고달픈 삶이지만 재봉 기술을 배우며 조심스럽게 내일을 꿈꾸는 당찬 여인들의 눈빛도 보았고, 깨끗한 물과 식량을 제공받아 이제 더 이상 가족을 굶기지 않아도 되는 가장도 보았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지만 또한 변화의 기적을 목격할 수 있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순간순간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깨끗한 샘물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뿐 아니라 마음속에 사랑의 샘을 만듭니다. 2013년 물의 해, 잠시만이라도 물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아이들을 생각하며 작은 것이라도 그 아이들을 위한 일에 동참하는 손길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저는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가슴 벅찬 그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2013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로 말 그대로 다사다산했던 2012년이 지났습니다. 이 시간을 힘껏 이겨내신 여러분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와 위로를 전합니다. 2013년, 새해에는 여러분에게 풍성한 축복과 기쁨이 충만하기 바랍니다. 더불어 UN이 지정한 물의 해인 올해, 지구촌에 물로 고통 받는 어린이와 이웃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나눔이 더욱 세밀해져서 그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식수 및 식수와 관련된 위생ㆍ보건 분야에 전문 기술과 지식을 기반으로 현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월드비전 역시 물의 해를 맞아 더욱 민첩하고 전문적인 손길을 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사회는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나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습니다. 나눔이란 단어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으며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보다는 무관심한 또는 관심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더욱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관심이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또 한 걸음의 마음과 행동의 전진이 필요합니다. 한국월드비전 회장으로 저는 지구촌 곳곳의 고통 받고 소외 당한 어린이와 이웃을 만납니다. 그리고 굶주리고 가난한, 그리고 병든 아이들에게 아픈 마음을 내 보이기 보다는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해주려 노력합니다. 감사한 것은 그 아이들이 지금은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반짝이는 두 눈 속에는 아주 희미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희망이 녹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희망은 바로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생겨납니다. 새해에는 한국 시민들이 이렇게 세계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꿈을 키우고 희망을 품기를 바랍니다. 나의 즐거움이나 만족만을 위한 꿈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더 좋은 지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세계 이웃들과 함께 크고 넓고 따뜻한 꿈 말입니다. 이러한 꿈을 품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나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는 또 하나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시민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이웃들을 마음에 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실천한 사랑의 행진이 큰 기적을 일으키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구라도 마음 속에 품은 나눔과 사랑의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작은 한 걸음을 떼었을 때, 그 걸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협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가끔은 가난과 전쟁, 굶주림과 질병에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것이 손 닿을 수 없는 환상처럼 보일 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한국 전쟁의 고통을 이겨내고 이토록 발전된 사회를 일구어낸 한국의 국민들이 지구촌 어려운 어린이와 이웃을 위한 일에 앞장선다면 불가능해 보이던 꿈이 가능해 지는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2013년에는 한국의 경제, 정치뿐 아니라 이와 더불어 우리의 나눔과 사랑도 한층 더 도약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소외된 이웃과 어린이, 우리의 관심이 절실한 사회 및 환경 문제 등을 외면하지 않고 삶의 한 부분으로 품고 오늘도 치열하게 달려가는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새해에는 더 나은 내일이 여러분께 펼쳐지기를 함께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칼럼] 한국의 대선과 모든 어린이들의 풍성한 삶

대한민국의 겨울이 뜨겁습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연일 들려오는 대선 주자들의 선거 유세 소식은 때 이른 매서운 한파도 아랑곳없는 듯 합니다. 국민들의 삶에 밀착될 수 밖에 없는 대선은 대내외적인 여러 문제와 경제 불안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에게 변화와 혁신, 민생 안정의 욕구를 높였고 그것이 곧 치루어질 대선을 향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저 마다의 공약들을 내세운 후보 중에서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할 가장 적합한 수장이 뽑히는 것이 모든 국민의 염원일 것입니다. 저 역시 한국의 경제를 안정시키고 민생을 돌아보는 정의롭고 지혜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국민과 대선 주자들이 우리 나라, 우리 국민, 우리 가정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한국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며 한국의 국민들이 세계 시민으로 책임져야 하는 수많은 지구촌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가 안정되고 국민들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죽음과 생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 방치된 어린이와 이웃들을 돌아보는 일 역시 세계 시민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입니다.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더러운 물과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는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것 역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리더의 역할입니다. 물론 국제적으로 얽힌 복잡한 이슈들로 국가가 이러한 일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여 월드비전과 같은 수많은 민간구호기관들이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이것이 민간구호기관과 기업, 일반 시민들만의 일로 규정지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구촌에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국가, 민간구호기관, 기업, 시민 등을 총망라하여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대통령 선거를 치루었던 미국의 리처드 스턴스 미국월드비전 회장은 당시 대선 후보들이 미국 국민들을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빈곤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지 제대로 말하고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더불어 그는 물론 미국의 상황이 어렵지만 극한의 배고픔에 시달리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할 능력이 없는 이웃들을 도와야 할 의무가 미국과 미국의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장 연약한 사람들을 향한 책임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한 사회와 국가가 안아야 할 몫이며 어떤 가정이 실업으로 인해서든 자연 재해 때문이든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사회 속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그의 주장은 결코 미국 사회와 대선 후보자들을 향한 목소리가 아닐 것입니다. 이제 막바지로 접어든 대선, 후보자들의 마지막 유세 속에서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책임과 긍휼의 마음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실천하리라 국민들 앞에 약속한 수많은 공약 속에서 결코 한국의 부강만을 위함이 아닌 지구촌 어린이와 이웃을 위해 살기 좋은 지구마을을 만들기 위한 지혜와 사랑이 담겨져 있기를 바랍니다. 온 국민의 떨리는 염원 속에 치루어질 이번 대선에서 한국의 국민을 위한 대통령에서 나아가 세계 속의 한국을 대표하여 지구촌 어린이와 이웃을 위한 리더가 선출되기를 소망합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바른 교육이 아름다운 지구 만든다

사계절을 가진 대한민국에는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계절이 보태진 듯 합니다. 입시의 계절이 바로 그것입니다. 수능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대입 전형이 시작되는 이 맘 때를 위하여 대한민국의 고3들은 일년 동안 밤을 낮 삼아 공부합니다. 어디 고3뿐이겠습니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버린 너무 많은 대한민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수많은 학원에 끌려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자신들이 몰두하고 있는 공부가 당장 우리가 사는 사회에 아니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높은 자살률, 학교폭력, 물질만능주의 등은 우리 아이들이 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자가 되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 성공의 전부인 양 듣고 배우며 자란 아이들이 이 사회를 짊어져야 할 세대로 성장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는 지금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심각한 이기주의, 양극화 현상 등의 문제를 보면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 가르쳐야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영양실조와 설사병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4초마다 1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고 있는 반면, 우리 사회에는 하루에 1만5천 여 톤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라 나는 다음 세대가 나와 나의 가족에서 나아가 우리가 사는 사회, 우리가 사는 지구 에 관심을 갖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책임감을 갖도록 가르치고 도와야 합니다. 고통에 처한 이웃들과 나누며 더불어 사는 것이 결국 나와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한 것임을 마음으로 깨우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월드비전은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세계시민나눔 교육 보급과 실천을 위한 교육청 및 교과부와의 MOU 체결, 학교폭력 없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실에서 찾은 희망 캠페인, 지구가 직면한 가난, 인권, 환경 등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배우는 세계시민학교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행히 나눔과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학부모와 학교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나누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할 소외된 이웃은 너무나 많고 우리의 세계시민의식은 더 많은 성장을 필요로 합니다. 더불어 사는 삶 가르쳐야 교육이 아이들을 단지 부자로, 정치가로, 의사로 만들어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입니다.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사랑을,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용기를, 나를 알아가는 겸손을 가르치는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이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바른 길을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이 한 걸음 더 성숙하여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는 데 한국 청소년들이 앞장 서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품격

아침 저녁으로 불던 선선한 바람이 이제 한낮에도 제법 싸늘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시원한 바람, 높아진 하늘, 힘을 조금 뺀 햇살까지 계절 자체만으로도 감사가 절로 나오는 계절을 한껏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 시간이 저에게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해 주는 맑은 시간인데 요즘처럼 날씨가 받쳐주는 계절은 조금 더 힘찬 새벽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을 깨워 하루를 준비하던 며칠 전, 월드비전이 기업들과 진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공헌 활동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나눔 활동들을 점검하며 사회공헌이 이제 기업이 가져야 할 책임이자 공유해야 할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기업의 목표가 이익 창출에만 집중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소비자와 사회를 통해 이익을 얻은 기업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기꺼이 그 이익을 나누는 사회공헌은 이 시대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그리고 기업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더불어 사회공헌 활동 자체가 기업의 또 다른 마케팅과 홍보의 툴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나눔 문화까지 기업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물음표를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그만큼 기업에게 나눔 즉, 사회공헌이란 외면할 수 없는 하나의 기업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는 것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세계 시민 의식이 자리잡아가는 긍정적인 사회 현상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NGO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기업의 사회공헌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월드비전과 같은 국제 NGO는 이미 도움이 필요한 현지에 구호, 개발 사업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제반 사항뿐 아니라 현지 정부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 전문 인력 등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기 위한 다방면의 인프라를 말합니다. 또한 이 사업들은 전문가들의 철저한 계획 아래 전략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러한 NGO와 함께 협력하며 사회공헌의 의미와 효과를 더욱 견고히 다질 수 있습니다. 월드비전의 오랜 파트너인 한 대기업은 기업차원에서의 큰 도움뿐 아니라 8천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 전체가 후원자로 나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찾고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을 공감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며 기업은 더욱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나눔은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미얀마 등 많은 나라에 식수펌프 설치, 학교 건축, 컴퓨터 지원, 의료소득 증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 주민역량강화 지원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열심히 운동하는 국내결연아동 7명이 런던 올림픽을 직접 관람하며 용기와 희망을 다지는 귀한 체험을 한 것도 월드비전의 꿈꾸는 아이들 지원 사업과 금융사의 적극적인 후원이 만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기업이 만들어 내는 나눔은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에서 개인 후원과는 또 다른 스케일의 나눔 문화와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기업의 측면에서도 나눔은 바른 경영의 원동력이 되어 이 시대와 함께 살아가는 기업을 한층 더 품격 있게 만들어 줍니다.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는 탈무드의 글을 생각합니다. 하나의 촛불이었을 때보다 빛을 나누어 옮겨 붙였을 때 빛은 더 밝고 환해지는 모습은 나눔이 만들어내는 큰 기적과 같습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더 활발해지고 적극적이 되어 갈 때 지구촌 어두운 곳을 비추는 불빛의 힘은 더 크고 환해질 것입니다. 내일을 잃어버린 어린이와 이웃들에게 강하고 든든한 손을 기꺼이 내어 주는 책임감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양호승 칼럼] 나눔은 기적을 낳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압니다. 예뻐졌다며 좋은 일이 생긴 거냐고 묻습니다.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는 말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얼굴은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즐거움과 설레임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꼭 연애에 빠진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저는 월드비전 회장을 하며 숱하게 목격합니다. 결식 아동을 위한 도시락 조리사로 10년 넘게 일을 했지만 첫 도시락을 만들 던 날을 잊지 못한다는 한 분은 아무리 힘들고 몸이 아파도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출근을 한다고 합니다. 그녀가 만든 도시락을 맛있게 먹은 아이들이 간혹 감사하다는 편지를 넣어 도시락통을 반납하기도 하는데 이 작은 쪽지가 그녀에게는 연애편지인 셈입니다. 밥이 가득 담긴 솥을 옮기느라 손목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손목이 회복된 뒤 바로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나왔다는 조리사님의 얼굴은 연애를 막 시작한 사춘기 소녀처럼 신이 납니다. 이런 조리사님이 만든 도시락을 먹으며 아이들은 배고픔을 채우고 사랑을 채웁니다. 오래 전 한국에 간호사로 일하러 왔다가 한국이 너무 좋아 그대로 살고 있다는 파란 눈의 후원자님의 웃음도 기억납니다. 본인 한 명 살아가기도 빠듯한 연금을 털어 28명의 아이들을 매월 후원하고 있는 후원자님의 달력에는 28명 아이들의 생일이 빠짐없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은 먹을 것 마저 아끼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이 살아가는 힘이고 행복이라며 환히 웃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그늘 따위는 없습니다. 청계천에서 열렸던 월드비전 사랑의 동전밭 행사를 구경하던 한 외국인 노동자가 저금통에 동전을 담아 와 정말 얼마 안되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쑥쓰럽게 내밀었습니다. 그 분의 거친 손에 우리 직원이 살풋 마음이 내려앉았지만 선한 눈 속에 가득 담긴 따뜻한 사랑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은 어눌한 한국어이지만 또박또박 전해져 왔다고 합니다. 폐휴지를 틈틈이 모아 그것을 판 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먹여달라며 귀한 후원금을 보내시는 어르신도, 바쁜 스케줄을 쪼개어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내어 자원 봉사에 힘써 주시는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기쁘고 즐거운 건 오히려 나라는 말을 합니다. 거액을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과 개인도 물론 있지만 사실 나눔은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에서 시작합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우리 나라의 과거와 그것을 극복하기까지의 눈물겨운 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이제는 어색할 정도로 한국은 발전했고, 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과 더불어 우리에게는 처참한 현실에 내몰려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와 이웃을 돌아봐야 하는 책임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결코 나 혼자만, 나의 가정만, 나의 조국만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촌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는 인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우리가 나누는 이웃을 위한 사랑은 내일을 꿈꿀 수 없던 이웃에게 희망을 알게 하고, 더러운 물로 고통받던 마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며,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을 위한 학교 기둥을 세우고, 메마른 아이들의 뼈와 살을 돋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과 나눔은 이웃들의 삶에 반드시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2012년의 가을이 성큼입니다. 올해를 시작하며 저는 월드비전 직원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월드비전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일함에 있어 그들을 향한 동정의 마음이 아닌 그들이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회장인 제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새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는 어린 생명들의 고통과 손 쓸 도리 조차 없는 현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웃들의 슬픔에 함께 하며 그들의 부모, 형제, 친구가 되어 주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는 우리 사회를 꿈꿔 봅니다. 함께 햇빛을 가려주고 돌을 걷어 내 주고 일으켜 세운 나무들이 튼튼히 뿌리 내려 생명의 열매를 주렁주렁 열리는 그 날의 기쁨에 가슴이 벅찹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