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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살아있게 하라! 최동호 시인의 사행시 ‘생이 빛나는 오늘’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시의 새로움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의 쓸모를 따지고 디지털이 범람하는 시대. 시는 어떻게 생명력을 이어가야 할까. 평생 시를 통해 인간과 인류를 사유해 온 최동호 시인(76)은 고뇌 끝에 ‘사행시’를 꺼내들었다. 스마트폰 한판에 들어가는 극서정시. 이는 곧 인간 근원으로 ‘회귀’이기도 하다. ‘인간이 고양된 감정의 절정에 설 때 그때 최초로 발화되는 언어적 표현은 사행시다. 신라 향가 서동요처럼 수천년 전부터 이미 우리는 사행시를 노래로 불러오지 않았는가. 고도로 응축된 사행 속에 인간과 인류의 보편적 모습을 담아내자!’. 극서정시를 통해 깊은 사유의 공간을 천착해 온 최 시인이 사행시집 ‘생이 빛나는 오늘’을 최근 출간했다. 지난 3년간 디지털 시대에 시가 어떻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창작한 시편 중 68편을 실었다. ‘날개 비비는 다리에 / 가을바람 오고 / 초록빛 사랑은 속절없다 / 여윈 울음 다리 긴 여치야’.(여치) ‘여치 울음소리 잦아들자 / 문득, 가을바람 나 / 여름날 그의 등이 어른거리는 / 유리창엔 가랑잎 속달’.(가랑잎 속달) 시는 사행시의 기승전결 구조를 사계절의 순환과 연계해 구성됐다. 형식적으로는 행과 행 사이를 비워서 1행이 곧 1연인 구조를 택했다. 행간의 호흡과 여백의 미를 살리려는 의도다. 한 자 한 자, 한 행 한 행 고도로 응축된 시. 오랜 시간 시인이 분투하며 추구해 온 시의 결실이자 시의 정수가 사행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최근 경기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동호 시인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현대에도 아직 논의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승전결의 구조적 견고성”이라며 “오늘날 현대시는 시의 기본 논리 구조가 해체돼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길이가 짧다고 해도 그 짧은 가운데 어떤 견고한 구조를 갖춘 시는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를 담은 이번 시집은 간결하나 선언적이다. 급변하는 시대, 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물결을 만들어내려는 최동호 시인의 새로운 시도이자 운동인 셈이다. 이하석, 김수복, 박용재 , 윤수천 등 시인들도 이미 사행시를 선보였다. “노래가 시가 되려면 최소한의 요건인 사행이란 기승전결 구조를 갖춰야 하죠. 향가도, 금강경의 핵심도 모두 사구체예요. 인간이 집약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도 사행시가 늘 중요한 표현방식으로 얘기돼 왔죠. 사행시가 가진 기승전결이라는 미학적인 구조는 해체적 상황에 직면한 우리 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되찾아 줄 것이라 생각해요.” 최동호 시인은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모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유럽 국제시축제 ‘유로파 인 베르시(Europa in versi)’에서 ‘올해의 최고 시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번역시집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헝가리, 스페인 등에서 잇달아 출간되는 등 해외 문인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룰 때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면 놀라움을 표명합니다. 저는 더 많은 고뇌와 사유를 통해 더 나아져서 그런 결과물이 응축된 시를 계속 쓰고 싶어요. 인간이 시 쓰기를 멈추고 AI가 쓰는 시만 본다면, 우리 세계에 인간 상실이란 문제를 도래하겠죠.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사는데, 그런 의미가 조금 가 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위기의 시대에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구하고 찾아나선 최 시인은 현재도 매일 두 세 시간씩 시를 쓰거나 썼던 시를 고치며 시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 “인간의 존재란 뭘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인데 그 존재를 뛰어넘는 것,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시의 최종적 목표이며 시인은 그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 생각합니다. 시에 대한 나의 탐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학박물관, 실학 대중화·보급 위해 ‘실학, 고전으로 만나다 열하일기’ 발간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실학의 대중화를 위해 실학고전총서 ‘실학, 고전으로 만나다’ 시리즈의 제1집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출간했다. ‘열하일기’는 18세기를 대표하는 북학파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1780년(정조 4) 건륭제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로 청나라에 다녀오며 지은 책이다. 특히 박지원의 실학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으로, 청나라의 발전된 모습을 조선의 모습과 비교하고 조선 사대부를 비판하는 등 박지원의 사상과 당시 사회상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실학박물관이 출간한 ‘열하일기’의 평역·출간 작업엔 이승수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이 교수는 전체 열하일기 이야기 중 재미있고 박지원의 사상이 잘 드러난 편을 뽑아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재해석해 번역했다. 번역문, 원문과 함께 이 교수의 상상력과 문학적 지식을 녹여낸 ‘평어’의 순서로 구성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앞서 실학박물관은 지난 2009년 개관 이후 15년간 실학인물총서, 실학교양총서, 실학연구총서 등 실학을 알리기 위해 여러 기획도서 시리즈를 발간해왔다. 이번 실학고전총서 시리즈 ‘실학, 고전으로 만나다’는 실학 고전에 수록된 재미있는 글들을 엄선해 현대어로 번역한 시리즈로, 실학 스토리텔링을 위한 원천자료를 확보하고 ‘실학 고전’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실학박물관은 ‘열하일기’를 도서관과 실학 유관기관에 배포하고, 실학박물관 뮤지엄숍에서 한정 판매한다.

억압과 폭력의 삶을 견디는 이들을 위한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外

은폐된 폭력은 도처에 널렸다. 사회 체제 유지를 명목으로, 오래된 관습이란 이유로, 혹은 종교의 규율이란 탈을 쓰고. 여기,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폭력과 억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향한 연대의 손길을 풀어내거나 묵직한 고발로 의제를 던진 책 두 권을 만나본다. ■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에는 100만명 가량의 로힝야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의 소수민족 중 하나. 버마족이 정치와 군사 등 주류를 장악한 가운데 로힝야족은 1982년 시민권이 박탈되고 사회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잃어버렸다. 급기야 2017년 8월에는 1만명 이상의 로힝야인들이 학살 당한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살아남은 이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한 곳이 이곳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캠프다. 캠프 안의 임시 거주지인 셸터는 가족이 몸을 눕히고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좁고 어둡다. 이 곳에서 52%가량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로힝야의 규율 탓에 더욱 고립되고 억눌린 삶을 산다.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파시클 刊)는 이 난민 캠프의 여성들을 위한 마련된 작은 공동체 ‘샨티카나’를 구성하는 여성들과 활동가, 연대하는 창작가의 이야기다. 한국의 인도적지원활동가, 다원예술창작자, 국제분쟁전문기자, 독립연구자 등이 ‘산티카나’에서 생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샨티카나’는 억눌린 삶을 사는 난민 여성들에게 울타리 역할이 되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캠프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다른 캠프 안의 여성을 돌볼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돕는다. 이웃 여성들과 유대관계를 쌓으며 정신적 성장과 회복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제약 너머로 걸어 나가는 여성들에게 샨티카나는 마음껏 소리내고 웃으며 함께 춤출 수 있는, 또 다른 집이다. ■ 가부장제 폭력·차별에 맞선…투계 집과 가족이란 핏줄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헤치는 건 불편하다. 에콰도르 출신의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가 지난 2018년 이 소설집을 펴낸 것도 이런 공동체 내의 위선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여성과 아이들, 약자이기 때문이다. 13개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투계’(문학과 지성 刊)는 가족 안에 존재하는 은폐된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여기서 아버지, 남성이란 존재는 가족 내 최상위 계급이다. 단편 ‘경매’는 여성이 괴물이 되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끔직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투계꾼인 아빠는 어린 딸을 투계장에 데리고 다녔다. 거대한 수탉에 겁을 먹으면 아빠는 말한다. “계집애처럼 굴지 말라고, 그냥 닭이잖아, XX.” 아이는 투계꾼 남성들이 만지거나 키스할 때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다. 같은 말을 들을 게 뻔하니까. 대신 다른 방법을 택한다. 투계꾼들이 죽은 닭의 창자와 피와 닭똥에 구역질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자기 몸에 범벅을 했다. 그러자 투계꾼들은 아빠에게 말했다. “네 딸은 괴물이야.” ‘새끼들’에 나오는 이 문장은 현실을 간결하고 간소하게 드러내 더 현실적이다. 일상적이라 “나도 역시 졸업했고 대학에 진학했고 또 학업을 마쳤고 나는 계속해서 남자들에게는 네,라고 말했고 이 집 저 집에서 벽에 던져져 깨진 값싼 유리컵처럼 나도 그렇게 깨지곤 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성장했다.” 책은 가족이기에, 핏줄이기에 피할 수 없고 은폐된 채 대물림되는 남성 가족의 폭력,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며 수탈해 가는 가부장적 사회, 그에 맞서 욕망하길 멈추지 않는 여성들의 숭엄한 생존 투쟁을 시종일관 전한다. 13편에 담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이야기는 당연하게 마주해야 하는 매일을 견뎌내는 이들을 위한 애도, 사회를 향한 반항적인 외침이다.

“파충류 테마관부터 해외 그림작가까지”…아동도서·콘텐츠 융합 대축제 ‘2024 북키즈콘’

국제아동도서&콘텐츠페스타 ‘2024 북키즈콘’(bookizcon)이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경기도와 수원시, (재)수원컨벤션센터, ㈜이즈피엠피가 공동 주최하는 ‘2024 북키즈콘’은 국내 최초 아동도서 및 콘텐츠 융합의 축제로 도서, 에듀테크(교육에 기술을 접목), 놀이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올해에는 국내외 107개 사가 참여, 300개 부스를 운영하며 ▲파충류 도서관 ▲아이스크림관 ▲다비드 칼리 특별관 ▲쉼,책방 ▲똥!탐험관 등 5가지의 독특한 테마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주목할 만한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136만 이색동물 유튜버 ‘정브르’와 함께하는 파충류 테마관 ▲다비드 칼리를 포함한 국내외 유명 그림책 작가 5명의 북토크 프로그램 ▲뮤지컬 및 그림책 공연 등이 진행된다. 관람객은 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전시와 일반 대중을 위한 북토크 강연 및 부모와 유·아동 보육 관계자를 위한 전문 컨퍼런스, 아이를 위한 ‘나만의 책 만들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올해는 한국관광공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한 프랑스대사관, 이탈리아 문화원, 태국관광청 등의 후원을 통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북키즈콘은 아동도서 및 콘텐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현장 발권을 통해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북키즈콘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AI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外

2022년 12월 오픈AI사가 챗GPT를 공개하며 인공지능(AI)이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AI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과연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각기 다른 관점으로 AI의 생산과 효율성 등을 분석한 책을 모아봤다. ■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유유 刊) 응용학자로서 개인과 사회, 기술과 리터러시의 관계를 오래 연구한 저자 김성우는 인간처럼 읽고 쓰는 ‘생성형 AI’를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본다. 저자는 책을 통해 생산성, 효율성 대신 ‘나, 우리, 인간, 삶’ 등의 단어를 중심으로 AI와 어떻게 관계 맺고 공존하는 것이 우리 삶에 유익한지 분석했다. 인간만이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인지, AI가 사회 곳곳에 더욱 스며들기 전 확립해야 할 윤리가 무엇인지 살핀다. 챗GPT가 이전의 AI에 비해 더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온전히 사람의 몫이라 여겨졌던 ‘읽고, 쓰는’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AI가 읽고 쓰는 일을 ‘잘’ 하는지에 대해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AI가 텍스트를 생성할 수는 있지만, 읽기라는 행위가 가져오는 다양한 가치까지는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뇌는 읽는 기쁨을 누리고 읽는 동안 활성화된다. 또 읽으면서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하고, 여운과 감상을 느끼고,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특히 쓰고 나서야 감정이 분명해지는 것도 있는데, AI는 이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AI가 인간의 읽기, 쓰기를 대신할 수 있다는 건 ‘환상’에 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AI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에서 벗어나 AI가 리터러시 생태계를 바꾸고 있는 점을 인정하고 AI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제시한다. ■ 통찰하는 기계 질문하는 리더 (한빛비즈 刊) 변형균 퓨처웨이브 대표는 AI 시대에 리더와 조직이 기술 발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안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통찰하는 기계의 시대’에서 AI 기술이 촉발한 리더십 패러다임의 변화에 근거한 4개의 비즈니스 원칙을 제시한다. 2부 ‘질문하는 리더의 시간’에서는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AI 시대의 도전과제들을 살피고,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던져야 할 핵심적인 질문과 실천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3부 ‘리더를 위한 AI 리터러시’에서는 빅데이터, 알고리즘, AGI 등 AI 핵심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개인과 기업에 대한 기회와 위험 요인을 촘촘하게 제언한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조직과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AI 리터러시’라고 진단한다. AI의 언어와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있는 능력을 구사하는 ‘다언어 사용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AI의 잠재력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능숙한 질문자’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알려준다.

“2150년 지구에 사람이 사나요?”…거꾸로 읽는 46억 년 역사 유쾌하고도 ‘찬란한 멸종’ 外 [신간소개]

■ ‘찬란한 멸종’,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생명의 역사는 곧 멸종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5년, 서울시립과학관장 4년, 국립과천과학관장 3년을 지낸 과학 스토리텔러 이정모 작가가 이번엔 46억 년 ‘우리별’ 지구의 역사를 ‘멸종’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작가는 자신만의 유쾌함으로 과학 이야기를 쉽게 전한다. 다섯 번이나 대멸종을 겪은 지구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책은 인류가 멸망한 것으로 가정한 2150년 인공지능(AI)과 2100년 화성 로봇이 인류 멸종의 원인을 밝혀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태초의 탄생부터 시간순으로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는 다른 책과 달리, ‘찬란한 멸종’은 멸종에서부터 탄생이라는 역순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난 역사에서 지구가 보여준 생명력의 비법을 살펴보며, ‘기후위기’라는 여섯 번째 위기 상황 속 지구인이 살아남을 방법을 제시한다. 2024년 범고래가 들려주는 지구 온난화, 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말하는 자신들의 멸종, 네 번의 대멸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백상아리가 이야기하는 4억 년 생존의 비밀, 45억 년 전 달과 바다가 들려주는 지구와 생명 탄생의 장대한 시작 등 또 다른 ‘지구 생명체’의 시선에서 지구역사에 관한 우리가 몰랐던 주요 장면을 접하다 보면 극한 위기 시대를 극복할 방법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 ‘하늘과 땅 식료품점’, 美 평단 찬사 속 최대 화제작 지난해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 등 온오프라인 서점가를 석권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화 결정과 2024 펜 포크너 상 최종 후보 등 평단의 지지를 받고 있는 북미 최고의 화제작이다. 전미도서상 수상작 ‘더 굿 로드 버드’의 작가이기도 한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브루클린 빈민가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성장배경이 소설에 녹아들어 있다. 소설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1972년 펜실베이니아주 포츠타운의 한 우물에 묻힌 해골이 발견되며 시작한다. 소설은 단순 미스터리가 아닌 1930년대 대공황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로 흘러가 흑인과 유대인, 이민자에게 가해졌던 인종 편견과 차별에 관한 야만의 장면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청각 장애 흑인 소녀 ‘도도’를 최악의 수감시설 ‘펜허스트 주립 정신병원’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는 치킨힐 주민들의 노력과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극복해 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감동을 전한다.

AI문장 사용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도쿄도 동정탑' 外 [신간소개]

■ 도쿄도 동정탑 “저나 여러분이 지금까지 ‘범죄자’가 되지 않았던 건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태어난 곳이 마침 훌륭한 인격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작가 구단 리에의 ‘도쿄도 동정탑’이 일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의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소설은 범죄자가 ‘동정받아야 할 사람들’로 여겨지는 근미래의 도쿄를 무대로 한다. 도쿄는 도심 한가운데에 최첨단 교도소를 만들어 수감자들에게 안락한 생활을 제공하고자 하는데, 이 교도소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마키나 사라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책 속의 사회에선 동정받아야 할 범죄자를 ‘호모 미세라빌리스’, 죄를 짓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살아온 비범죄자를 ‘호모 펠릭스’로 칭한다. 소설은 마키나 사라, 그녀의 어린 연인 도조 다쿠토, 범죄자 동정론을 주도하는 사회학자 마사키 세토, 새 교도소를 취재하러 온 미국인 기자 맥스 클라인을 통해 수많은 논쟁적 주제를 다각도로 그려낸다. 특히 이 책은 생성형 AI로 만든 문장을 사용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문장은 작중 인물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는 부분에 사용됐으며, 전체 분량의 2% 미만을 차지한다.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단은 ‘AI 사용 여부는 문제되지 않았다’, ‘완성도가 높고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평해 논란을 일축했다. ■ 못생김의 심리학 ‘못생김의 심리학’은 외모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정신의학 전문의의 마음 처방전이다. 저자는 고등학생 시절 시작된 전두 탈모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다. 전두 탈모증은 면역세포가 모낭을 공격해 머리카락과 눈썹이 한 올도 남김없이 빠지는 질환이다. 저자는 발병 초기부터 재수, 의대 재학 기간 동안 치료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절망과 세상을 향한 원망의 마음이 가득했으나 시간이 흘러 달라진 모습과 삶을 받아들이게 됐다. 저자는 “거울에 비치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지만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형상인 ‘신체 이미지’가 치유된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책은 정신신체의학 전문가이자 경험자로서 저자의 체험담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구에서 진행된 연구에 기반해 신체 이미지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외모가 변하지 않는다면 외모 스트레스를 없앨 수 없다’는 잘못된 편견을 되짚어보고, 외모심리학 카운슬링을 소개해 마음의 관점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경이롭고 치열한 ‘곤충의 삶’을 곤충학자의 눈으로 그려내다 [신간소개]

“곤충은 묵묵히 현재 삶에 충실하고 위기 상황에서 번뜩이는 지혜를 발휘해요. 곤충은 지혜로운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예요.” ‘우리곤충연구소’를 열어 곤충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파브르’ 정부희 박사가 에세이를 출간했다. 정 박사는 꽃이 좋아 꽃구경을 하러 다니다 꽃 속에 사는 곤충에 홀려 나이 마흔에 곤충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책에는 곤충에 대한 저자의 애틋한 사랑과 그의 소탈한 인생 이야기, 다양한 곤충의 생태와 습성, 곤충이 지구에서 하는 중요한 역할 등이 모두 담겼다. 소녀 같은 순수한 감성과 삶에 대한 푸근한 시선, 탄탄한 과학에 뿌리를 둔 곤충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우리가 왜 곤충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 들려준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번식을 위한 곤충의 숨 가쁜 구애와 생명의 탄생, 헌신적인 돌봄에 대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생존을 위한 곤충들의 경이롭고 개성 넘치는 삶의 방식을 다루며, 3부에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곤충들의 치열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을 비춘다. 4부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곤충의 생존 방식과 우리가 왜 곤충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책에는 저자가 곤충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곳곳에 수록해 읽다 보면 한편의 곤충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순하지만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곤충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아볼 수 있다.

장마철 즐기기 좋은 시원하고 짜릿한 ‘추리소설’…‘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外

무덥고 습한 여름을 즐기기에 ‘공포’만한 게 없다. 무서운 이야기, 공포 영화도 좋지만 여름철 가장 좋은 피서는 오싹한 책 한 권을 들고 선풍기 앞에 앉는 것이다. 꿉꿉한 장마도 이겨낼 수 있는 시원하고 짜릿한 추리, 공포 소설을 모아봤다. ■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북다 刊) 책은 부유한 네 가족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호화 별장에 모이면서 시작한다. 우아한 바비큐 파티를 즐긴 그날 밤, 파티 참석자들 중 다섯 명이 살해 당하고 한 명이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금방 자수했지만, 그저 사형을 당하고 싶어 무차별 살인을 했다는 말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건을 규명하는 ‘검증회’를 열고, 그 자리에 장기 휴가 중이던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참석하면서 저마다 감춘 비밀이 드러난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표 인기 시리즈인 ‘가가 형사 시리즈’물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를 냈다. 1986년 발표된 ‘졸업’을 시작으로 38년째 이어진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의 정수인 ‘가가 형사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이다. ‘가가 형사’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 이번 신간은 정교하고 치밀한 본격 미스터리로 완성됐다는 평을 받는다. 교묘한 복선과 연이은 반전, 예측 불가능한 충격적인 결말 등 3박자를 갖췄다. ■ 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刊) ‘적산가옥의 유령’은 ‘현대문학’ 2023년 12월호에 실린 작품을 개작해 출간된 책이다. 조예은 작가의 신작 소설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상징하는 음산한 적산가옥에 숨겨진 비밀의 ‘공포’, 세대를 거슬러 공존하는 주인공 유타카·박준영·현운주의 ‘연대’를 섬뜩하고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조 작가는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를 통해 한국 호러-스릴러 붐을 일으켰고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과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출간한 ‘적산가옥의 유령’은 밤새 강풍이 휘몰아친 10월의 어느 새벽, 외증조모(박준영)의 기이한 죽음으로 시작한다. 외증조모는 바닥에 한쪽 귀를 댄 자세로, 50년 이상 살아온 적산가옥 별채에서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외증조모의 유언에 따라 적산가옥에 살게 된 나(현운주)는 그곳에서 가엽고 끔찍한 망령 가네모토 유타카를 마주한 뒤 90년간 4대에 걸쳐 적산가옥에 숨겨진 괴기한 비밀을 맞닥뜨린다.

유해 게시물 삭제자가 목격한 소셜미디어 세계의 이면…‘우리가 본 것’ 外 [신간리뷰]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현실 세계는 물론 온라인 세상에도 존재한다. 두 세계는 언뜻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알지 못한 이면이 존재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 속 정상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유해 콘텐츠·플랫폼 청소부의 목격담…‘우리가 본 것’ “한쪽 팔에 불이 붙은 남자의 영상이었는데, 불꽃이 등까지 퍼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영상이 아주 짧았고 전후 사정이 불분명했어요. (중략) 내가 보고 있는 게 폭력 범죄인가? 아니면 사고? 장난?” (‘우리가 본 것’ 中) 오늘도 전 세계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콘텐츠가 1초의 쉼도 없이 인터넷 세상에 게재된다. 잔인하고 때로 혐오적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미지와 동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의해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된다. 지난 1일 출간한 소설 ‘우리가 본 것’은 온·오프라인 세계의 모호한 경계와 인간이 세운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약하고 모순적인지를 지적한다. 거대 플랫폼 업체의 하청 회사 ‘헥사’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케일리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콘텐츠를 검토·삭제하는 일명 ‘플랫폼 청소부’이다. 가학성이 개입된 동영상은 삭제해야 하지만 교육적 가치가 있으면 괜찮고, 혐오적인 콘텐츠여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정상과 비정상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감정적 좀비’가 되고 케일리와 동료들은 서서히 미쳐간다. 소설은 어쩌면 현실의 디지털 네이티브(태생) 세대가 겪게 될 트라우마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책은 네덜란드 올해의 작가(2021)로 선정된 바 있는 하나 베르부츠의 국내 번역서다. 네덜란드에서만 65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미국 등 14개국 번역 소개 및 현재 텔레비전 드라마를 위한 각색이 진행 중이다. ■ 영끌, 전세사기…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어쩌면 사회주택’ “이번 생에 ‘내 집 마련’ 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한 번쯤 ‘내 집 마련’의 꿈을 품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언제 마주할지 모르는 전세보증금 피해 사기, 변동의 가계대출 정책과 패닉바잉(가격상승·공급부족 등에 관한 불안심리로 과도하게 물량을 확보하는 것) 현상 등 주거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는 곳곳에 산재했다. 지난 4월 출간한 도서 ‘어쩌면, 사회주택’은 우리 사회에서 정답이자 정상으로 간주되는 ‘월세-전세-(아파트) 매매’의 주거 사다리가 주는 환상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선택지의 개념을 제시한다. ‘사회주택’은 우리에게 조금 낯설지만 사실은 공공임대주택, 다세대주택, 셰어(공유)하우스와 같은 이름으로 이미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최경호 작가는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 대학 겸임교수, 국토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다양한 논문의 저자이기도 하다. 총 4부로 이뤄진 책은 학자 겸 다양한 현장에서 일한 작가가 국내외에서 목격한 실증 사례와 주거이론에 관한 검증들로 구성돼 있다. 책은 ‘내 집’ 마련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안정적인 출생과 노후, 공동체와 함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돌봄이 가능한 주거에 관한 방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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