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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가슴에 아들의 유서 품고 사는 어느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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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前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도 학교폭력에 시달린 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2011년 12월 대구 모 중학교 학생이던 14세 권승민군이 ‘학교폭력 없애 주세요’라고 쓴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했는데 권군은 또래 학생들로부터 금품 강요, 언어폭력 등 여러 형태로 괴롭힘을 당했던 것. 권군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충격도 충격이었지만 유가족들은 우울증, 불안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공황장애를 겪었다. 그의 어머니는 지금도 아들의 유서를 가슴에 품고 살 정도다.

 

이 사건은 마침내 정치권에까지 공분을 일으켜 2012년 국회는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소위 ‘권승민법’을 통과시켰고 정부도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시간이 가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러더니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1년 광주에서 고등학생 A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대구의 권승민군이 당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의 폭력을 광주 A군도 당했던 것이다. 이때도 정부와 언론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지만 역시 일회성 외침에 그치고 말았다. 학교폭력은 지금 이 시간에도 더욱 광범위하고 지능적 방법으로 우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교폭력 사건도 아버지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탈락하지만 않았으면 그대로 묻힐 뻔했을 것이다. 특히 정 변호사 아들의 폭력 사건은 또 다른 의미에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폭력을 다스려야 할 법이 가해자를 보호하는 꼴이 돼 버린 소위 ‘법꾸라지(법+미꾸라지)’의 형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밝혀져 전학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현직 검사로서 요직에 있던 정 변호사는 전학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다. 물론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정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며 역시 2심에서도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소를 했고 대법원도 1·2심 그대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겉으로 보면 정 변호사는 완패를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해자이면서도 승리했다. 왜냐하면 1~3심 재판을 끄는 동안 그의 아들은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고 수능을 통해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됐으니 승자가 아니겠는가? 물론 법원 판결이 진행 중이니 학적부에 기록될 수도 없고…. 이것이 법의 허점이다.

 

이런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법꾸라지’는 모든 분야에서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정 변호사의 아들로부터 ‘돼지 새끼’ 등 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과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한참 떠들다 사그라지듯 정치, 정부, 언론 모두가 한목소리로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야당에서는 정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발탁과 탈락 과정에 대한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다. 물론 야당의 이 같은 공세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학교폭력이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며 시간이 가면 거품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12년 전 대구에서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권승민군의 어머니가 최근 책을 냈는데 특별히 교사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학교폭력, 은폐하지 말고 축소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솔직히 학교폭력 없는 ‘그런 학교는 없다’고 했다니….

 

이 심각한 사회 병폐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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