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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돌봄종사자’들의 여름나기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돌봄종사자’들의 삶은 더욱 고되기만 하다. 한낮이면 35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문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다 보니 거동조차 어려운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서 거의 나오지 못하는 노인, 장애인, 환자 등을 찾아가 돌보는 ‘돌봄종사자’들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종이 ‘요양보호사’다. 인천사서원은 재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를 부평구와 강화군에서 운영하고 있고 미추홀구재가센터도 곧 문을 연다. 여기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서비스 이용자를 돌보러 가야 한다. 창문을 열어도 아스팔트 위에서 달궈진 공기가 오히려 숨을 막히게 하는 날에도 센터에서 지급한 작은 휴대용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간병, 가사일을 도와야 한다. 이용자들은 대개 취약계층으로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에너지 비용이 무서워 틀지 못하고 쪽방에서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올여름은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돼 여름나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돌봄종사자’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 속에서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여름철 뜨거운 햇빛과 폭염, 후덥지근한 날씨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물론 지속적인 폭염은 자연재해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한 질환이나 사고는 막을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 홍보, 경보발령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특단의 보호대책이 요구된다. 돌봄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된다면 이용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로 행복한 돌봄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지금 인천에서는 4만명에 육박하는 요양보호사가 일하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정,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상징되는 직종이지만 중장년층의 일자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연령도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 늦었지만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우리 사서원에서는 상황별 현장 대처방법과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사고 예방수칙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집 안에서 일하고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오늘도 수많은 요양보호사가 돌봄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돌보기 위해 무더위와 분투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돌봄종사자들이 건강하게 폭염을 이겨내도록 돕는 데 다함께 앞장서자.

[경제프리즘] 인천 노후계획도시, 어떻게 정비돼야 하는가

서울올림픽 전후로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정책으로 실시된 1기 신도시가 30년을 넘었다. 분당, 일산, 중동 등 1기 신도시와 같이 건설된 연수나 만수, 계양 등 인천의 아파트 단지도 노후화돼, 도로나 주차장, 각종 도시 인프라의 문제를 심화하며 낙후된 원도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나이가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새집을 찾아 신도시로 옮겨갔다. 도로망이나 주차장, 대규모 인프라를 조성하기가 수월한 신도시의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의 발전된 과학기술이 도입된 신도시를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부는 이러한 구도심의 기능 회복을 위해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노후 계획도시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노후 계획도시”란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 택지개발 사업 등으로 조성 후 20년 이상이 경과한 100만 제곱미터 이상의 지역으로 노후 계획 도시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된 지역을 말한다. 오래된 난제와 같았던 노후한 도심의 재편은 글로벌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인천의 미래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인천은 송도 등 신도시 건설에 따른 구도심과의 양극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겪고 있기에 소규모 정비사업이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해결하지 못했던 구도심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문제는 기존의 거주자나 이해관계자가 적은 신도시 건설과 달리, 대규모의 주민이 존재하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공사 기간에 대규모의 이주 공간 마련 등 과제를 짊어지고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구수의 감소, 1인 가구의 증대 등 향후 주택공급의 과잉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개인 삶의 질 향상과 고령화 대응 등 다양한 주거 문화가 정립돼야 하는 동시에 너무 주택공급 측면에 치우치지 말고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비전 설정을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인천의 주택 수는 73만 호를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주택공급 측면에 치우치기보다 도시 기능의 재편을 통해 구도심의 도심기능 회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하기 힘들었던 원도심 문제를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를 통해 주민들 삶의 질 회복과 글로벌 도시로서 인천의 이미지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차장의 부족으로 인한 갈등과 불편, 보행로 확보조차 어려운 가로환경의 개선, 주민커뮤니티를 위한 여러 편의시설 부족 등 인프라를 개선함은 물론, 토지 용도를 개편해 앵커시설 유치 등 다시금 원도심의 부흥을 일으킬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경제프리즘] 폭염과 취약계층의 보호

어려운 사람이 살기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낫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 날씨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퍼붓는 장맛비에 여기저기 물난리가 나고 장마가 물러나자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엄습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기후정보포털’에 따르면 10년마다 폭염일수는 2.17일, 열대야 일수는 3.08일씩 증가할 것이라 한다. 폭염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이나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해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기후위기 취약계층에는 그야말로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될 수 있다. 혹서기에는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하는 지자체와 복지시설들은 더 바빠진다. ‘인천시사서원’에서 올해 수행한 ‘인천광역시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인천시와 10개 군·구에서 시행한 514개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사업 중 30% 가까운 141개 사업이 폭염을 특정한 사업이었다. 대표적인 지역복지기관인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여름나기 물품을 제공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등 취약계층을 돌보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20세기 가장 큰 재난은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739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한낮 온도가 41도까지 치솟고 체감온도 52도의 살인적인 더위가 일주일간 지속됐다. 이곳은 빈곤층이 많이 사는 우범지역으로 우리의 쪽방촌 같은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지역으로 특히 희생자의 대부분은 노인, 빈곤층, 1인 가구였다고 한다. 이 사건의 이면을 분석한 에릭 클라이넨버그라는 사회학자는 ‘폭염사회’라는 책에서 공동체가 살아 있는 지역의 사망률이 눈에 띄게 낮은 것을 발견하고 서로를 보살피지 않는 사회에 산다면 재난의 피해는 더 크다는 것을 지적했다. 즉,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는 고립된 사회, 이웃 간 단절 등이 재난을 더 크게 불러일으킨다며 주민들의 유대관계와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중시했다. 기후변화는 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만큼 철저한 사전 대비와 함께 이웃 간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시원한 쉼터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마을, 더운 날이면 마음껏 문을 열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동네, 무엇보다도 서로의 일상을 챙겨줄 수 있는 이웃이 있어야 폭염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열대야가 지나간 아침에는 홀로 사는 이웃집 어르신의 안부를 물어보자. 땀 흘리며 배달하는 택배노동자들을 위해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네보자. 코로나19 때 우리 시민들이 보여준 저력을 생생히 기억한다. 기후위기 또한 시민들이 연대해 함께 이겨 나가야 하고 또 이겨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재난임을 깨닫는 것이 폭염에 대비하는 첫걸음이다.

[경제프리즘]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세계 1위는 핀란드로 7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43개국 중 52위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35위(2023년)로 최하위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높은 경제 및 교육수준, 최첨단의 생활 인프라 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왜 낮을까? 왜 자살률, 이혼율, 노인빈곤율 등이 세계적으로 높고 출산율은 최저 수준일까? 유엔 WHR 행복지수 항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인간관계), 기대수명(건강), 사회적 자유(소비, 직업 등에서 선택의 자율성), 관용(기부, 봉사 등 정신적 건강), 부패 인식(사회 안정성) 등 여섯 가지다. 대한민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25위), 기대수명(3위) 등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사회적 지원(83위), 사회적 자유(99위) 항목에서는 하위권이다. 경제 및 과학기술 발전 등 분야의 지수는 높지만 인간관계 등 사회 전반적인 환경에 대한 체감지수는 매우 낮다. 경제학자 이스털린은 “일정 소득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더 증가해도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누군가에게는 경제력, 좋은 집안 배경, 멋진 외모, 행운 등이 행복의 조건이 될 것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도덕적 가치, 이성적 사고, 덕을 실천하는 습관 등이 행복의 조건이 될 것이다. 전자와 후자를 놓고 이분법적 평가나 판단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지속적으로 기쁘고 좋은 감정이 유지된다면 행복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의 일반적 정의는 ‘주관적 안녕감’으로서 개인이 느끼는 일상생활의 성공이다. 행복감은 개인의 기본적 성향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지만 후천적 생활 습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덕(arete)’이 있는 영혼의 활동으로서 지성과 성품의 탁월성으로 공동체 속에서 올바름을 지키는 윤리적 삶으로 봤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혹시 누군가의 행복을 막고 있지는 않은가요? 유엔 세계행복보고서는 사회적 지원 및 사회적 자유에 대한 불안과 불평등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저하시킨다고 보고했다. 경제성장, 경쟁, 성과 추구 등 성과지향적인 가치도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설레는 미래를 위한 개인의 다양한 의견과 기회 제공 그리고 자율성이 존중받는 성숙한 한국 사회에 대한 가치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에 국가, 공공기관, 정치, 기업, 학교, 시민단체, 개인 등이 각각의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경제프리즘] 건강한 고령친화도시는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 인구감소율은 흑사병 때와 견줘도 될 만큼 치명적이어서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명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절벽 시대에서 나이듦이 죄스러워지곤 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의 진입에 직면한 우리 현실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수명의 연장은 노인 인구의 수적 증대로 나타났고, 여러 요인에 따른 출산율 감소는 고령인구의 증가를 상대적으로 더 가중시키는 결과가 됐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나이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고려장 지낸다는 80세 전후의 나이에 그들은 조국을 얘기하고 세계경영을 꿈꾸며 사람들 앞에 서서 젊은 세대의 미래가 되는 청사진을 그려놓는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절대적 나이로서 고령화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을까, 절대적 나이가 사회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출산율에 대한 관심만큼 건강한 은퇴 후 삶에 대한 긍정적 사회문화적 인식이 필요하다. 위태로운 출산율 문제의 뒷전에서 아름다운 은퇴 후 삶을 얘기할 사회적 분위기는 사라진 듯하다. 치열했던 삶의 대가로써 행복한 노년을 꿈꾸기보다 고령화사회에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죄스러운 일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베이비붐세대들이 고령화 대열에 합류한 지금, 우리는 어떻게 독립적이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지를 사회적인 문제로 논의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년기를 책임져 줄 후손들이 존재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책임지며 활동적인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다. 또 세대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지원해 다양한 형태의 주거문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노년기의 삶이 사회의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한 사례에서는 실버전용 주거단지이지만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 젊은 층이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거주민들이 자주 왕래할 수 있는 곳에 유치원을 둬 건강한 어르신들이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의 육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현재의 노년도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시기와 가장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한 후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삶은 병실 같은 요양원이 아닌 내가 살던 익숙한 곳에서 잘 아는 지인들과 행복하게 살다가 죽음에 이르기를 희망한다. 다양한 형태의 노인주거 문화를 반영한 고령친화도시는 출산율 문제와 함께 우리의 미래란 점에서 긍정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제프리즘] 자식의 성공과 부모가 받는 보상

최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골퍼 박세리 선수가 부친의 빚을 갚느라 집까지 경매로 나오게 된 사연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보통의 경우 자식이 열심히 노력해 성취를 이루면 부모는 그 성공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자식에게 물질적, 정서적 보상을 주게 된다. 그리고 자식이 더 큰 성취를 할 것으로 부모가 기대하는 경우 자식의 성취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자식이 잘되고 난 후에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식의 입장으로서는 그와 같은 말을 들으면 부모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다가도 부모가 진정으로 나를 위해 희생한 것인지, 아니면 잘난 자식을 둔 부모가 되고 싶어 자식의 일에 간섭을 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물론 자식이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자신을 키워준 부모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으로 부모에게 집, 차, 용돈 등 물질적인 보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부모로서 자식에게 ‘투자’한 시간과 돈을 ‘당연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자식이 벌어 놓은 돈을 마치 부모의 노력에 따른 돈으로 간주해 마음 편히 쓰는 행동은 자식을 ‘노예’로 취급하는 것과 같다.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부모 자신이 필요한 돈을 벌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식이 번 돈을 ‘당연히’ 함께 사용할 권리는 없다. 부모가 뒷바라지했다고 해서 모든 자식이 다 잘되는 것도 아니고, 부모의 뒷바라지가 없어도 잘되는 자식이 있다는 것을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의 성공을 후광 삼아 자식의 이름을 팔고 다니면서 자식의 성공에 기반한 열매를 마치 부모가 농장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만약 부모들 중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부모의 잘못이다. 그리고 내 자식이 성공했다면 부모는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다 보면 결국 자식도 자신의 노후를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식의 성공에 따른 열매는 부모가 응당 받아야 할 보상이 아님을 명심하자.

[경제프리즘] 재외동포청, 고려인 귀국동포부터 품어야

지난 5일은 재외동포청 출범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인천이 진정한 재외동포의 구심점이 되려면 정부나 인천시의 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무엇보다도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귀국 동포부터 포용하는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 귀국 동포의 대다수는 조상은 한국인이지만 본인들은 해외에서 나고 자란 외국국적 동포다. 조국에서 살아보고자 산 설고 물 선 한국으로 이주해 올 때 재외동포들이 꿈꾼 것은 값싼 노동력이나 낯선 이방인으로서의 대우가 아니라 동포라는 말의 의미 그대로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와 같은 대접이었을 것이다. 인천은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였다. 개항지로서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 빨리 신문물을 접했고 이주민들이 들여온 문화를 자산으로 성장했다. 인천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동포들도 많이 살고 있다. 중국 국적 동포가 여전히 가장 많기는 하지만 주로 옛 소련지역에서 살다 이주해 오는 고려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수구에 위치한 ‘함박마을’은 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고려인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고려인의 80%에 육박하는 5천여명이 모여 살고 있다. 1990년대 소련 해체 직후 유입이 시작돼 2007년 ‘방문취업제’ 도입으로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고려인 주민이 늘어나면서 2021년 4월에는 ‘함박마을 고려인주민회’가 창립되기도 했다. 고려인들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자부심과 한국인으로서 정체감을 가진 한국 정착을 위한 잠재력이 풍부한 동포집단이다. 하지만 학력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저임금 직종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데다 국적이 달라 우리 국민을 위한 복지 혜택을 받기도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빈곤이나 지역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가족 단위 이주가 증가하면서 자녀 양육이나 노인 돌봄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재외동포를 환대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동포를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면 외에도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진 재외동포들이야말로 소중한 인적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실리적인 측면도 있다.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출생률로 인해 나라의 존립마저 위협받다 보니 적극적인 이민정책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다. 한국에서 살고 싶어 어렵게 입국한 재외동포마저 품지 못한다면 다민족·다문화 사회는 더더욱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귀국 동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그들의 꿈이 이뤄지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경제프리즘] 초고층 건축물과 랜드마크

랜드마크는 지역을 명료하게 인식하게 한 도시의 구조를 파악하거나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말한다. 물질적 요인으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되기 위한 경쟁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물질적 요인, 즉 역사성이나 친숙함 등의 의미와 도시적 맥락에서의 스토리에 대한 비중이 커졌다. 송도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건립하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에 걸맞은 랜드마크로서 초고층물 건립 의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여러 이유로 공전하는 다른 사례를 통해 지역사회에 일고 있는 우려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사항이다. 한때 초고층 빌딩의 순위로 세계적 관심을 끌기 위한 쟁탈전이 일던 시기도 있었다. 이러한 경쟁의 접전지는 아시아였다. 그 결과로 전 세계 높이 순위 80위 안의 건물 중 절반은 중국에 있다. 1천8m의 제다타워 준공 전까지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할 부르즈 할리파는 두바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이유뿐 아니라 건축물의 디자인적 우수성과 주변의 야경과 함께 펼쳐지는 분수쇼 등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콘텐츠가 어우러져 가능한 일일 것이다. 몇 년전 그곳을 방문했을 때 끝이 보이지 않는 건물 전면에 홀로그램으로 BTS의 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현란한 분수쇼와 관광객으로서 자국의 콘텐츠를 먼 땅에서 만난 애국심은 한동안 그곳을 떠날 수 없게 만들었다.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은 다양하다. 또 세계적 도시로의 순위도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앞선 도시를 상징하기 위한 도시마케팅 측면에서도 랜드마크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인천의 중구 중심 구도심의 차이나타운과 송도의 신도시의 풍광으로 역사성과 미래 비전의 대비되는 인천의 이미지를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랜 논란과 노력 끝에 아직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청라의 450m 시티타워와 경쟁하듯 송도에는 그보다 높은 초고층 건물을 건립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가장 높다는 것은 언제나 더 높은 것으로 대치될 수 있는 일이다. 오직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의미 있는 건축물 중심의 장소적 가치,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높이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초고층 건물은 인천의 글로벌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긍정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높이를 규제보다는 권장으로 두고 건축물이 입지함으로써 주변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장소적 중요성에 대한 검토가 먼저라는 것이다.

[경제프리즘] ‘일하는 사람’ 재정의 필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제 공지의 사실이 돼버렸다. 그리고 곧 다가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연금과 노후대책에 관한 문제가 당면한 과제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3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하고 있는데, 유엔의 기준에 따를 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 되는 경우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구분의 기준을 65세로 정한 것은 이제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65세 이상이 되면 당연히 노동력 시장에서 배제돼 연금이나 노후를 챙겨야 하는 나이로 치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과거 기대수명이 높지 않던 시절에나 65세 이상의 노동생산성 저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 지금의 65세를 보면 노인이라고 칭하기에 부적절할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65세 이상이 되면 당연히 집에서 놀고 먹어야 하는 분위기로 만들고, 사회적 제도도 그에 맞게 짜여진다면 사람들은 65세 이상이 되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65세부터 아무런 생산을 하지 않게 되면 사회적으로 의료 및 복지 비용이 급증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한데, 문제는 저출산과 맞물려 그와 같은 재정 부담을 감당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여러 가지 해법을 이야기해 볼 수 있겠으나, 필자의 생각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 65세 이상이 되더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이와 상관없이 생산적인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65세 이상이면 일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은퇴 연령이라는 기준도 실질적으로 생산적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개별 노동자마다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된 현 시점에 지속적인 재교육 및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함은 당연하다. 대한민국은 고령화의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이 도전은 새로운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과거 어느 광고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 말을 깊이 되새겨 숫자에 불과한 나이가 아니라 실질적 노동력 제공 가능 여부에 따라 은퇴 연령을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

[경제프리즘] 가족의 무게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족은 부부, 부모, 자녀, 형제, 친지 등 혈연에 의해 맺어지며 생활을 함께하는 공동체요 구성원이다. 가장 원초적인 유대인 혈연이나 혼인으로 하나가 된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지만 끊고 싶다고 해서 끊을 수 없기에 누군가에게는 가장 버거운 관계가 되기도 한다. 가족에게 학대당한 노인이나 죽어서까지 가족에게 외면당해 무연고 사망자가 돼버린 고독사 사망자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장 소중한 가족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최근 들어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질병으로 치매가 꼽혔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치매환자 가족 중 절반 이상이 하루에 7시간 넘게 간병에 매달려 직장을 그만두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치매는 스스로 치료할 수 없고 가족이 돌보는 데도 한계가 있어 간병에 견디다 못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세 건 중 한 건이 동거친족에 의해 벌어진다고 한다. 재산 문제, 성격 차이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반살인 사건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친족간의 살해사건은 해마다 증가해 전체 살인사건의 5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찍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노인이 노부모나 배우자를 간병하는 현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간병에 지쳐 심신이 무너진 나머지 동반자살을 하거나 피간병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숨지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또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자식의 뒷바라지에 지쳐 살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타인이라면 참았을 감정인데 오히려 가족이라 모든 행위가 허용될 것이라고 여긴 탓이다. 그러나 가해자를 단죄하기에 앞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위기에 처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회와 나라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고령화와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가족의 돌봄 기능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돌봄의 최소 단위인 가족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돕고,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정부가 도와야 한다. 인천시를 비롯한 4개 시∙도에서 올해 7월부터 시작하는 ‘가족돌봄·고립은둔청년 전담지원 시범사업’도 가족에게 지워진 돌봄의 무게를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나눠 지려는 시도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이 사업을 수행하는 ‘청년미래센터’를 맡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인천시와 인천사서원의 노력이 청년의 삶을 지키고 나아가 가정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경제프리즘] 글로벌 톱10 도시로 가는 길 ‘인천공항’

공항은 어디론가 떠난다는 설렘으로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는 길은 짊어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비워진 도화지처럼 늘 새롭고 낯설었다. 인천대교를 넘어서면서 펼쳐지는 경치는 이미 외국 어느 여행지에 와 있는 듯 늘 새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제공항이 인천에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공항 만족도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은 인천의 자존심이 되기에 충분하다. 현재 진행 중인 4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수용 가능한 여객이 연간 1억6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많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인천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한 도시, 혹은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장소적 의미를 지닌 곳을 랜드마크라 한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인 동시에 인천의 상징으로 충분하다. 우리나라 경제가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김포공항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적 공항 건설이 필요해졌고, 시화 간척지와 경합 끝에 인천 영종도 일대를 매립하며 인천공항이 들어섰다. 국가로서도 커다란 과업이었지만 인천에도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할 축복받은 기회의 선물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에조차 인천지역 경제 기여도가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의 약 20%에 이른다고 하니 인천공항은 우리 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물과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글로벌 톱10 도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인천으로서는 이미 세계적 위상을 지닌 인천공항을 세계의 이목을 인천에 집중시킬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의 여러 도시의 사례에서 공항을 중심으로 개발과 도시 확장을 통해 세계적 도시로 이끈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아부다비의 마스다르시티는 공항과 항공사가 중심이 돼 개발한 신도시로 탄소 제로, 지속가능성, 기술 및 웰빙에 대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확장된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구축함으로써 스마트시티의 성공적 모델을 구축하며 현재도 진화하고 있다. 도시의 핵심시설인 앵커시설이 유치되면 그 지역은 중심지역이 되고, 그 주변까지 새로운 산업 확장과 지역개발이 이뤄진다. 인천공항이 AI 기반 최첨단 항공서비스, 첨단복합 항공정비단지 등을 조성해 세계적 기업과 기술력을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 공항이 중요한 개발요소가 돼 첨단도시가 생겨나고 발전된 사례들에서처럼 인천공항이 중심이 돼 새로운 콘셉트의 공항도시가 생겨난다면 글로벌 도시로서 인천의 위상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글로벌 도시로서 인천 비전은 인천공항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세계적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경제프리즘] 패륜적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제한

최근 헌법재판소는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현행 유류분 제도(피상속인인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최소한의 유산을 받을 수 있는 제도)에 관해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위헌으로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부모나 자녀라 하더라도 피상속인을 돌보지 않은 패륜적 상속인에 대해 유류분 상실사유를 규정하지 않거나, 피상속인을 돌보고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및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의 기여분을 유류분에 반영하지 아니한 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으므로 2025년 12월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것을 판결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적 현상에 비춰 볼 때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부양의무를 저버리고 자녀나 부모의 상속재산만을 챙기는 패륜적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을 제한하고, 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 등에 기여한 사람은 그 기여분을 유류분에 포함하도록 한 것도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판결로 생각된다.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조항에 대해 2013년까지만 해도 합헌결정을 내렸는데, 사실 그때 개정했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고령화 시대에 부모를 유기하고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 행위를 하는 자식들이 부모가 죽기만을 고대하고 상속재산에만 관심을 두도록 보장하는 종래 유류분 제도는 당연히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판결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는데, 요즘 시대 ‘가족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가족의 가치는 가족 외에 다른 어느 모임이나 집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일 텐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연대의식이 없기 때문에 재산 있는 부모가 빨리 죽기를 바라게 되고, 그런 사람은 사회에서도 자신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이기적인 생각은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 돌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족의 가치를 연대의식의 강화에 둔다면 고령화 시대에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게 돼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프리즘] 특별검사와 특별비용

총선이 끝나고 범야권의 대표들과 당선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안이 있다. 바로 특검이다. 특검제도는 검찰보다 더 막강한 권한이 있는 고위공직자 및 관련자(이하 ‘고위공직자 등’이라 함)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때 필요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특검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에 대해 특검이 진행된 바 있다. 한편 고위공직자는 모두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심부름꾼을 자처한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죄를 지으면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데, 고위공직자 등은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막강한 권력으로 수사기관의 손발을 묶어 자신의 범죄를 밝히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특검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라의 주인들은 작은 범죄를 저질러도 그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강제수사까지 받는 상황에 국민의 심부름꾼들은 특별한 제도를 만들어야 겨우 수사를 할 수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현실이 그러하니 특검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 기왕에 제도를 운영한다면 한 명의 국민으로서 하나의 제안을 할까 한다. 우선 특검을 통해 수사를 받는 고위공직자 등에게 유죄가 선고되고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해당 특검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된 모든 비용을 함께 부과하여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바란다. 그리고 특검을 통해 수사를 받은 고위공직자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해당 특검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해당 비용을 부과하기 바란다. 이렇게 한다면 죄를 지은 고위공직자 등은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에 순순히 협조할 가능성이 높고,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검을 이용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제도가 있음에도 그 제도를 회피하는 권력자를 위해 또다시 특별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느라 특별한 비용이 발생한다면 그 특별비용은 제도를 회피한 권력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생계를 위해 죽어라 일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고위공직자 등이 감옥에 간다고 해서 생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고위공직자 등이 범죄행위를 한 것에 대해 국민이 책임질 일도 아니므로 국민들에게 그 비용까지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철에 그렇게 외치던 ‘민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위와 같이 제도를 운영해 진심으로 민생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경제프리즘] 선거와 경인선의 꿈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1억원씩 주겠다는 황당무계하게 여겨졌던 어느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출산율 절벽 아래 선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해야 할 과제가 됐다. 총선이 끝났다. 선거를 통해 승리한 쪽에 권력이 생긴다. 권력이 시민들에서 온 것이라는 원리같지만 승리에 도취되면 그 간단한 진리도 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도시는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한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꿈처럼 여겨지는 공약들도 있다. 유권자를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들이 ‘나’를 선택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이유로 세상에 나온다. 현대의 정치공약들은 실현 가능성보다는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유권자가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공약 설정에 가장 중요한 고민이 된다. 물론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을 가장 잘 실현해줄 후보가 누구인지 고민해 투표하기 마련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수도권의 많은 지역에서 철도를 지하화해 도심을 연결하고 남겨진 철로와 주변의 토지를 개발해 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이 발표됐다. 도심이 과팽창되고 신도시 건설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오늘날엔 오히려 철로가 권역을 분절하는 축으로 작용해 도심의 단절을 가속화하기도, 주변의 쇠락을 이끄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도심의 단절은 도시의 가치에 대한 패러다임이 한 번 더 전환되면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가 됐다. 빨리 이동하는 자동차 중심 계획에서 사람 중심 설계로 도시의 패러다임이 전환됐고, 철로로 인한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냈다. 상업과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이 부가된 새로운 형태의 철도역사가 건설됐고, 방치된 철로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거나 지하화해 지상 공간에 일부 사례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제 인천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경인선의 지하화는 여야의 대표 공약이 되고 있다. 안전과 사업비 등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경인고속도로만큼 경인선의 지하화는 도심 재생을 위한 인천의 미래 비전에 주요한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공약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와 그 변화를 이끌 전문가는 자신임을 피력하는 내용들이었다. 따라서 공약은 정치인의 도시에 대한 비전과 꿈을 담는 그릇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의 꿈이 자신이 꿈꾸는 도시와 흡사한지, 이를 실현시킬 능력은 있는지를 고민하며 표를 행사했을 것이다. 선거는 끝났고, 지역의 일꾼을 자부하는 국회의원이 주민을 대신해서 권한과 노력으로 꿈꾸는 도시가 곧 현실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경제프리즘] 혼인신고 하면 불리한 세상

혼인제도는 국가나 시대에 따라 다르게 운영돼 왔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데릴사위제, 민며느리제도, 동성혼과 계급내혼 등이 있었고, 조선시대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이 있기 전에는 동성동본의 혼인을 금지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혼인신고’ 제도는 부부가 아이를 출산한 경우 그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아이가 없다면 혼인신고를 하든 하지 않든 부부가 살아가는 데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 그런데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전세자금을 대출하는 경우는 명백히 다른 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부부합산소득’이라는 기준이다. 자산포트폴리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인데, 대출, 주택수 등을 판단할 때 혼인신고를 한 부부인지 아닌지에 따라 그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일단 혼인신고를 해 법률혼으로 인정되면 ‘한몸’으로 판단해 1가구 2주택 이상인지도 부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집을 구매할 때나 전세자금을 대출받는 경우 부부 합산소득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혜택을 축소하는 경우가 있다. 젊은 부부들은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는 일정 기간 살아보고 계속 같이 살지를 정하기 위해 동거는 하되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유형, 정부나 기관에서 제공하는 여러 혜택을 받음에 있어 최대한 유리하게 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유형이 있다. 후자와 같은 유형을 위해 정부는 부부합산소득 기준을 증액해 혼인신고에 따른 불리함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혼인제도는 국가나 시대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는 것이다. 미래에는 ‘결혼식’, ‘혼인신고’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술이 발달해 아버지나 어머니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해당 개인의 DNA를 통해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관리할 수 있으므로 국가로서도 꼭 ‘혼인신고’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혼인신고 여부에 따라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민법에 이미 부부별산제를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혜택을 주는 데 있어 부부합산제를 고집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미래에는 더욱 개인화된 사회가 될 것인데 정책의 초점을 ‘부부’가 아닌 ‘개인’으로 해 ‘부부’가 되면 2배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개인에게 확실한 이득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이혼절차만 까다로운 혼인신고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경제프리즘] 다시 봄, 꽃 같은 아이들에게

코끝에 와 닿는 바람은 아직 쌀쌀하지만 햇볕에는 봄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3월이다.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겨울방학을 끝내고 돌아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우리 사서원에서 운영하는 세 곳의 어린이집도 신입 원아들을 맞이해 적응을 돕느라 분주하다. 새 학기는 봄과 함께 시작하는 설렘이어야 하지만 언제부턴가 불안과 걱정이 새로운 만남의 설렘을 가리고 있다.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사랑스럽기만 해 보이는 어린이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 행복지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어린이 우울증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생이 2018년 3명에서 2022년에는 11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들은 왜 이리 불행할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meritocracy)도 그 원인 중의 하나다. ‘부, 권력, 명예 같은 사회적 재화를 오로지 능력에 따라 분배하자’는 능력주의는 신분사회를 타파하고 고도성장을 이루는 발판이 됐지만 필연적으로 경쟁에서 실패해 밀려나는 사람들을 만들어 냈다. 밀려난 사람들은 외롭다.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은 잊히기 때문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과 ‘인성이 좋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지만 대다수 우리는 이 평범한 사실을 종종 잊어 먹는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성실하거나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칭찬한 능력있는 아이들이 세상을 망치는 주범일 수도 있다. 출생률 급감으로 유치원이 줄폐원하는 와중에도, 대학 평균 등록금의 두 배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급한다는 영어유치원은 5년 만에 70% 이상이 늘었다. 부모들은 모든 자산을 동원해 아이들의 교육에 쏟아붓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태어날 때부터 아이들을 극한 경쟁에 내몰고 있다. 그러다가 밀려나 잊힌 아이들, 이 아이들은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기게 되고, 외로워지고 고립된다. 사회복지의 본질은 밀려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우리 사서원 건물과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도화초등학교 외벽에는 ‘류형선’님이 지은 ‘모두 다 꽃이야’의 동요 가사가 적혀 있다.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라는, 시험성적이 좀 떨어지면 어떻고, 남들보다 잘나지 않았으면 어떠랴. 이번 봄, 만나는 모든 어린이에게 말해주자. 너는 꽃이라고. 예쁘고 향기로운 한 송이 꽃이라고.

[경제프리즘] ‘차보다 사람’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의 의미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했던가. 도시도 늙고 병들어 쇠락을 경험하고, 새로운 의미 부여로 활력있는 장소로 거듭나기도 한다. ‘인천대로’라는 지금의 이름에서처럼 서울로 향하던 경인고속도로가 인천으로 향하는 자긍심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경인고속도로는 1960년대 인천항의 수출입 물자를 서울로 실어나르기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로 건설됐다. 초기에는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중요한 의미를 지녔지만, 도시의 확장에 따라 도심을 가르는 분단의 장벽으로 변모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속도로로서의 기능 상실과 도심 분단의 부정적 측면을 인식한 사람들은 일반도로화를 주장했고, 드디어 2017년 12월1일부로 경인고속도로에서 해제돼 이듬해 도로명 주소인 ‘인천대로’로 정식 지정됐다. 최근 발표를 보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의 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인천항과 개항장을 아우르려는 시정부의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은 도심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인천대로 지하화 사업과 연계돼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인천대로는 청사진 그림대로라면 인천을 상징하는 중심축으로서 단절됐던 도심을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란 비어진 사이를 말하고, 비어짐은 다른 의미로 채워질 기회를 의미한다. 먹고사는 문제부터 챙겨야 했던 산업화 시대에는 사람보다는 차가 먼저였고, 그래서 불편해도 육교나 지하 인도로 사람이 피해 다녀야 했다. 미국의 도시계획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매력적인 도시의 장소가 되기 위해 보행자의 체류를 이끄는 골목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을 때 도심 안의 공간은 이미 차량이 차지해 버렸고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길조차 차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잘나가는 상가는 도로에 최대한 가까이 붙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건물들은 충분한 인도를 확보하지 않은 채 지어졌고, 보행자 중심의 거리가 도시를 활력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차로부터 안전한 보행자 공간은 사라지고 도심은 노후화한 후였다. 이제 경인고속도로가 인천대로로 바뀌었다. 곧 주변의 방음벽이 철거되고 고속도로 위로 나무가 심어지고 크고작은 공간과 보행로가 생겨난다고 한다. 그러나 방음벽 아래의 감춰진 도심의 민낯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는 풀어가야 할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인천항 중심으로 펼쳐질 원도심의 부흥이 인천대로를 타고 도심과 연계돼 인천으로 향하는 자긍심의 상징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경제프리즘] 선거비용에 관한 생각

2024년 4월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매년 선거철이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현역 국회의원이든 초선을 노리는 예비후보든 경선 및 공천에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후보가 되면 자신이 지역구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점을 목소리 높여 유권자들에게 설득하는 선거운동을 한다. 그런데 선거운동의 모습을 보면 선거운동원과 선거유세차를 동원하고 선거를 돕는 다른 정치인 및 가족들이 해당 후보자의 이름을 확성기를 통해 계속 외치거나 전광판을 세워 후보자의 연설을 계속 틀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현수막과 유세를 위한 전단지나 명함 등이 마구 뿌려지는데 정치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 모습을 보면 선거를 치르기 위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집안을 조금씩 말아먹으려면 고시공부를 하고, 한번에 말아먹으려면 정치를 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같이 스마트폰이 잘돼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을 시끄럽게 만드는 선거운동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어떤 사람은 정보기술(IT)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하는데, 은행 업무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행하는 것에 비춰 보면 위와 같은 논리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선거를 진행하면 각 후보자의 공약과 전문성을 쉽게 비교할 수도 있고, 투표소에 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투표소 운영 및 선거개표에 소요되는 막대한 세금도 아낄 수 있다. 물론 선거 결과가 너무 빨리 나오게 될 것이므로 개표방송을 보면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될지를 기다리는 스릴(?)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겠다. 현재 기술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투표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이 그와 같은 투표방식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스마트폰을 이용한 투표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인데,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을 들여 현재와 같은 선거실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스마트폰으로 선거를 실시하면 불이익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더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까? 쓸데없는 비용의 지출을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므로 선거방식을 대대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비용이 적게 들고 편리한 투표를 하고 싶다.

[경제프리즘] ‘크루즈 산업’ 육성이 제물포 르네상스 성공 길

크루즈산업은 카지노, 면세점, CIQ(세관, 출입국관리.검역), MICE(기업회의, 인센티브 관광, 국제회의, 전시회) 등 다양한 산업군과 연계돼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가 높다. 세계 크루즈 시장은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연평균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시장도 2007년 정부의 해양크루즈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인천시 크루즈산업발전위원회와 유관 기관 등은 크루즈 산업 종합계획부터 세계 크루즈 시장 확대에 따른 시장 선점 및 모항 크루즈 유치, 동북아 크루즈 연계 홍보·마케팅 등에 총력을 쏟고있다. 올해는 2만8천여명의 크루주(15항차) 승객이 인천을 찾을 예정이다. 3월 첫 입항하는 오세아니아 크루즈 리비에라호(6만6천t급)는 관광객 1천200여명을 태우고 온다. 올해는 리비에라 선박을 포함해 5항 차의 모항(Fly & Cruise)이 예정돼 있어 크루즈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 필자는 인천이 명실공히 ‘동북아 크루즈 문화관광도시’로 발전하리라 믿으며 시급한 현안 몇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인천은 글로벌 크루즈 산업 기반 인프라가 우수하고 섬·해양자원이 풍부하지만 내륙 해안선 절반 이상이 철책 및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바다 접근성이 매우 열악하다. 풍부한 해양자원에 걸맞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안선 접근성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기항지’ 운영 비중이 높은 인천항의 ‘모항’ 중심 운영으로의 전환이다. 기항지의 관광 경제 효과는 기념품 구매 등에 그치지만, 모항은 숙박, 쇼핑, 지역 내 연계 관광 등 소비 단위가 높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셋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되새겨봐야 한다. 인천의 역사·문화·자연·섬 등 풍부한 해양자원은 K-컬처의 글로벌화와 함께 막강한 파워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양 콘텐츠가 인천 크루즈 방문객을 인천시 관광객으로 연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관광객은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몰입하며, 무엇을 불편해 하는가’에 대한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관광객이 인천에서 머무는 시간 중 불편하거나 불쾌한 시간은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 크루즈 산업의 성장은 제물포 르네상스의 주요 목표인 ‘도심 내 바다’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원도심의 ‘열린 해양도시’ 실현과 맥락을 같이한다. 인천 내항과 주변의 접근성 개선으로 크루즈 관광 활성화 길이 열린다면 제물포 르네상스의 성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프리즘] 제물포 르네상스, 다시 문화의 봄은 오는가

지금 인천은 ‘제물포르네상스’가 화두다. ‘르네상스’는 문화의 암흑기 중세를 지나며 그리스나 로마의 인본주의 문화로 회귀하려는 14~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운동을 일컫는다. 문화가 있고, 즐길거리가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서 개항장 일대의 제물포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1883년, 인천의 개항으로 열강들의 문물이 제물포를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됐고, 그 흔적들이 중구 일원 개항장 일대에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몇 년 전 군산의 개항장 일대를 답사한 적이 있었는데, 마치 근대역사관 안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개항장 스토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인천은 군산보다 앞서 개항했고 근대 최초로서 많은 역사적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항장을 아우르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로 엮어내는 데는 산발적이고 미흡한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지금 문화가 자본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처럼 구겐하임미술관 유치가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켰고, 영국은 버킹엄궁처럼 왕가가 거주하는 곳까지도 개방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핵심은 스토리가 기반이 되는 문화적 장소 발굴이다. 콘텐츠가 있는 특별한 의미로의 장소화를 통해 즐길거리가 많아지면 그곳은 몇 번이고 다시 가고 싶은 특별한 지역이 될 것이고 수많은 장르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정치와 정책이 혼동될 때가 있다. 인천은 민선 이후 4년마다 집권당이 바뀌면서 정책이 정치처럼 사용돼 중간에 명분없이 폐기되는 경험을 반복해 겪어 왔다. 새로운 시정부가 구성되면 전임 시정부에서 추진하던 사업들이 설계나 기본계획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폐기되는 사례가 유독 인천에 많았던 일들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제물포 르네상스의 청사진을 보면 꿈같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더욱 아니다. 우주시대를 개척한 사람들처럼, 분명 도시는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청사진이 그려졌다. 바다를 메워 인천공항이 들어섰고, 그 바다를 연결하는 우리나라 제일 긴 다리 인천대교로 송도와 영종도가 이어졌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꿈같은 얘기였다. 정치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실현되기까지는 무르익어 내용으로 채워질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건물도 그곳에 누가 사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잊지 말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주민들의 문화가 꽃피는 제물포 르네상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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