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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다시 봄, 꽃 같은 아이들에게

황흥구 인천시사회서비스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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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에 와 닿는 바람은 아직 쌀쌀하지만 햇볕에는 봄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3월이다.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겨울방학을 끝내고 돌아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우리 사서원에서 운영하는 세 곳의 어린이집도 신입 원아들을 맞이해 적응을 돕느라 분주하다. 새 학기는 봄과 함께 시작하는 설렘이어야 하지만 언제부턴가 불안과 걱정이 새로운 만남의 설렘을 가리고 있다.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사랑스럽기만 해 보이는 어린이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 행복지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어린이 우울증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생이 2018년 3명에서 2022년에는 11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들은 왜 이리 불행할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meritocracy)도 그 원인 중의 하나다. ‘부, 권력, 명예 같은 사회적 재화를 오로지 능력에 따라 분배하자’는 능력주의는 신분사회를 타파하고 고도성장을 이루는 발판이 됐지만 필연적으로 경쟁에서 실패해 밀려나는 사람들을 만들어 냈다.

 

밀려난 사람들은 외롭다.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은 잊히기 때문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과 ‘인성이 좋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지만 대다수 우리는 이 평범한 사실을 종종 잊어 먹는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성실하거나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칭찬한 능력있는 아이들이 세상을 망치는 주범일 수도 있다. 출생률 급감으로 유치원이 줄폐원하는 와중에도, 대학 평균 등록금의 두 배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급한다는 영어유치원은 5년 만에 70% 이상이 늘었다. 부모들은 모든 자산을 동원해 아이들의 교육에 쏟아붓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태어날 때부터 아이들을 극한 경쟁에 내몰고 있다. 그러다가 밀려나 잊힌 아이들, 이 아이들은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기게 되고, 외로워지고 고립된다. 사회복지의 본질은 밀려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우리 사서원 건물과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도화초등학교 외벽에는 ‘류형선’님이 지은 ‘모두 다 꽃이야’의 동요 가사가 적혀 있다.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라는, 시험성적이 좀 떨어지면 어떻고, 남들보다 잘나지 않았으면 어떠랴. 이번 봄, 만나는 모든 어린이에게 말해주자. 너는 꽃이라고. 예쁘고 향기로운 한 송이 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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