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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축구가 미래세대를 망치고 있다

김종구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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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행정이 키운 저질 오심

한국축구의 사회적역할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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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경기. 분명히 상대 선수가 골문과 가까운 곳에 넘어져 있었다. 뒤에서 달려든 삼성 선수가 볼을 차 넣었다. 그런데 휘슬이 울렸다. 오프사이드, 노 골이란다. TV 해설자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오프사이드요? 상대선수가 앞에 있었는데….” 결과는 0-1, 한 골 차로 끝났다. 명백한 오심이 부른 황당한 결과였다.

 

하필 1년 리그를 결산하는 FA컵 결승이었다. 수원 삼성과 팬들이 실망했다. 불운은 이어졌다. 닷새 뒤, 이번엔 최악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다. 단초는 상대팀의 비신사적 플레이였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에도 울어야 했다. 경기 패배와 AFC의 쌍방 징계.

 

오심과 난투극을 억지로 연결시킬 생각은 없다. 두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는 크지 않다. 특정팀 편에 서서 상황을 해석할 생각도 없다. 15일 경기의 상대팀도 경기 지역의 향토구단이다. 난투극을 동정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발단이 어찌 됐건 같이 뒹굴었으면 벌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굳이 지난 얘기를 꺼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끝없이 반복되는 저질 오심과 저질 축구 행정 때문이다.

 

수원삼성에게 ‘어쩔 거냐’라고 물어봤다. ‘문제 삼지 않겠다’라고 한다. 그럴만한 속 사정이 있다. 한국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제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KPFL)의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 문제 삼지 않는 게 아니라 문제 삼을 수 없는거다.

 

이게 원인이다. 숱한 경기가 오심 때문에 뒤집히고, 그때마다 팬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바로 잡히지 않았다. 개선되지도 않았다. 그 배경에 오심을 감싸고 도는 저질 축구행정이 있다. 저질 오심은 이렇게 저질 행정에 기생하며 커왔다. 그런 행정가들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미담 하나.

 

‘심판도 인간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말이 안되는 말을 말이라고 하고 있다.

 

산토스 팀의 펠레가 퇴장당했다. 그는 인정하지 않았고 축구화를 신은 채 버텼다. 결국, 주심이 엉뚱한 선수를 착각한 사실이 확인됐다. 펠레는 다시 투입됐고 오심을 내린 주심이 퇴장당했다. 인간이 한 실수에 항의한 것이고 인간인 주심이 퇴장당한 것이다. 그렇게 얻은 펠레의 또 다른 별명이 ‘주심을 퇴장시킨 선수’다. 그랬던 펠레를 우리는 여전히 축구 황제라고 부른다.

 

이 말이 갖고있는 더 위험한 해악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아주 가까웠던 과거의 한 시대. 우리에겐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견제를 용서하지 않던 권력이 있었다. 그때 그 권력이 우리에게 써준 말씀이 있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그 헌장을 달달 외우면서 사람들은 비판을 모르는 복종의 인간으로 되어 갔다. 거기엔 복종의 이데올로기와 개발의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었다.

 

축구 행정가들이 말하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니 토 달지 말라’는 말 속에서 그 시절 그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전시의 영웅은 군인 중에 나오고, 평시의 영웅은 운동선수 중에 나온다고 했다. 전시의 국민은 군인의 인생을 따르고, 평시의 국민은 운동선수의 인생을 따른다고 했다. 지금의 한국 축구와 한국 국민이 그렇다. 차범근의 역사를 영웅이라 말하고, 박지성의 인생을 목표라고 말한다. 그 한복판에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서 있다. 지금, 스펀지 같은 그들의 머릿속으로 한국의 오심축구가 이상한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있다.

 

-오심이어도 괜찮다, 이기면 끝이다! 반칙이어도 괜찮다, 1등 하면 끝이다! 불법이어도 괜찮다, 성공하면 끝이다!-

 

리처드 줄리아노티(Richard Giulianotti)의 ‘축구의 사회학’은 축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축구는 역사적 문화적 상황과 겹치면서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 프로축구는 지금 이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망언이 그 악역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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