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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華城-돈 버는 華城

김종구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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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지아니 알레마노 로마시장이 기자들을 모았다. 콜로세움에 대한 대대적인 공사 계획을 설명했다. 그가 설명한 대대적 공사라는 게 이거다. 시커멓게 변한 부분 닦아내기, 약해진 기반 강화하기, 출입문 일부 손보기…. 우리가 볼 땐 그냥 대청소 수준이다. 그런데도 그는 세계 유수언론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했다. 여기다가 ‘공사 기간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양념까지 쳤다. 그렇다고 공사비 2500만 유로(약 385억원)가 자기돈-市費-도 아니다. 명품 피혁업체 ‘토즈’로부터 받아낸 후원금이다.

 

외신을 보면서 참 유난 떤다 싶었다. 그런데도 밉지만은 않았다. 되레 부러웠다. 같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손대는 방법부터가 다르다. 수원 화성의 복원은 거기에 비하면 차라리 새로운 신축이다. 문화재지구라는 금표 하나 두르고 중장비 동원하면 곧바로 천지가 개벽한다. 철철이 없던 유적이 하나씩 생긴다. 전쟁통에 사라진 성곽 복원은 그래도 봐줄 만하다. 화성홍보관이니 화성박물관이니 하는 것들은 유적도 아니다. 팔달산 중턱을 헐어내고 세운 거대한 정조 동상도 족보에 없는 거다. 죽은 정약용이 살아 돌아오면 ‘여기가 어디냐’고 물을 판이다.

 

보수비도 시비 안 쓰는 콜로세움

 

예산의 규모도 천지차다. 로마시는 수십 년 만에 쓰는 보수 비용 358억원에도 벌벌 떨었다. 그러나 수원시는 손댔다 하면 몇백 억이다. 이런 매머드 공사가 1년에도 몇 건씩, 수십 건이 이어졌다. 화성 원래의 모습을 찾는 데 들어간 진짜 복원비는 1천401억원. ‘화성 관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며 들어간 애매한 돈이 2천2천832억원이다. 이래저래 ‘화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집행된 돈이 5천억원쯤 된다. 5.7㎞짜리 화성 성곽을 짓고도 남을 돈이다.

 

이게 다 혈세다. 화성복원 아니었으면 모두 시민에게 갔을 돈이다. 뒷 골목 몇십 개쯤 정비했을 돈이고, 재래시장 주차장 수십 개는 만들었을 돈이고, 없는 애들 수만 명에게 무상으로 밥 돌렸을 돈이다. 가끔은 국·도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그런데 말이 국·도비 지원이다. 내용을 보면 어이 없다. 628억원짜리 박물관 지으면서 받아온 국비가 63억원, 도비가 48억원이다. 나머지 517억원이 전부 시비다. 이게 무슨 국·도비 지원인가. 그냥 시민 혈세 가져다 쓴 거다.

 

공사시한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 로마 시장은 ‘공사 기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화성 복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빠르면 6개월, 길어도 1~2년에 끝내야 한다. 제 아무리 큰 공사도 4년을 넘기면 안 된다. 혹여 5, 6년 걸리는 공사를 계획한 공무원이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감(感) 떨어진다’는 소릴 들었을 거다. 화성 복원의 공사 기간은 시장의 임기 4년을 절대 넘어서선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복원공사마다 주인이 따로 있다. 이건 ‘심재덕표 복원’, 저건 ‘김용서표 복원’.

 

화성, 돈 투자 1등 관광객수 12등

 

무엇보다 맥빠지게 하는 건 관광수지다. 콜로세움은 로마는 물론 이탈리아 전체를 먹여 살린다. 거기에 비하면 5천억원 쏟아부은 화성의 관광수입은 통계조차 분명치 않다. 어떤 공무원은 자기만의 기막힌 셈법으로 그럴 듯한 통계를 내놓는다. 그러나 그걸 믿는 사람은 없다. 경기도가 ‘2010 도내 관광객 현황’이란 자료를 냈다. 거기서 수원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12등이다. 투자액수 1등에 관광객수 12등. 장사를 잘못한 것이다. 말로 쏟아 버린 돈을 수저로 주워 담고 있는 것이다.

 

둘은 같다. 콜로세움도 수원화성도 모두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러나 두 유산 사이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행정이 존재한다. 그 행정의 결과가 한쪽 시민의 호주머니는 채워주고 있고, 다른 쪽 시민의 호주머니는 거덜내고 있는 것이다.

 

돈 쓰는 문화행정과 돈 버는 문화행정의 차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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