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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 대한 99%의 투쟁, 우리 주변 얘기다

김종구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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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9억 받는 초등학생

부·권력의 대물림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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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난 것은 2001년이다. 2004년 걸음마를 배우면서 주식 12만 장을 받았다. 아이가 크면서 주식도 불어났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 70만 주가 됐다. 그리고 4학년 봄 방학이 끝난 지난 3월. 9억5천만 원의 배당금이 주어졌다. 만화에 등장하는 기업 신동의 얘기가 아니다. GS그룹의 전무를 아빠로, 회장을 삼촌으로 둔 어떤 아이의 얘기다.

 

이 아이의 동생(7살), GS홈쇼핑 사장 딸(11살), KCC사장 아들(13살), KCC그룹 회장 아들(17살), 에스피지 대표이사 아들(18살), 동서 회장 친인척(19살)…. 모두 억대 배당금을 받아 간 아이들이다. 아모레퍼시픽 사장 장녀(20살), GS리테일 부사장 아들(20살)은 그래도 성인이라고 뺐다.

 

‘직장인 10억 만들기’라는 인터넷 사이트엔 방문객이 수만 수십만 명이다. 그들의 머릿속을 수도 없이 스쳐 갔을 계산이 있다. ‘10억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매달 100만 원씩 모아도 1천 달이 걸린다. 이렇게 1년씩 83년을 모아야 10억이 된다’. 직장생활을 30대부터 60까지 잡는다 쳐도 30년이다. 인생을 세 번쯤 살아야 모일 돈이다.

 

어차피 다 안다. 세 번 아니라 30번을 살아도 ‘이 아이들’의 딱 한 번의 인생도 못 쫓아간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어느 성공이야기’를 읽고 또 읽는 건 그런 희망의 조각이라도 붙들고 늘어져야 덜 슬퍼지기 때문이다. 미성년 주식 부자들의 얘기로 더 이상 흥분해할 직장인들도 없다.

 

이 1%에 대한 저항이 태평양 건너에서 터졌다. 자본주의의 본산 미국, 그 미국에서도 심장이라는 월가에서 시작됐다. 불쏘시개는 청년 고용률 55.3%라는 전후 최악의 불경기다. 다수의 미국인이 1%의 맞은 편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We are the 99%!’를 외치며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Lets go’를 외치고 있다. 엊그제(15일)가 그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국은 역시 멀고, 태평양은 넓은 모양이다. ‘전 세계 시위의 날’에 한국은 조용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가 ‘여의도를 점령하라’로 바뀌어 등장했지만 묻혔다. 촛불 시위 한 번이면 5만 명을 훌쩍 넘기던 한국이다. 그런 한국의 시위치곤 초라했다. ‘휴~’하는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것 봐라. 한국에서는 안 된다’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뭉개고 갈 일이 아닌데 이런다.

 

미국의 1%는 당해 세대의 1%다. 30년을 넘어서게 놔두질 않는다. 아이아 코카와 록펠러는 지난 세대의 1%다. 그 1%가 이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로 넘어왔다. 시대에 맞는 사업에, 시대에 맞는 도덕성을 갖춘 얼굴들로 모두 바뀌었다. 그런데도 反 1% 투쟁이 시작됐다.

 

우린 뭔가. 한국 1%의 탐욕이 훨씬 집요하다. 그 옛날 ‘회장님’은 사라졌어도 1%는 여전히 그들의 식솔 차지다. 어느덧 2대를 넘어 3대로 가고 있다. 손녀 손자들이 자기 키보다 높이 싸인 주식과 배당금에 파묻혀 있다. 바야흐로 곧 시작 될 ‘재벌의 탐욕 놀이, 시즌 3’의 예고편이다.

 

개선의 기미는 없다. 되레 심해지고 확대됐다. 언제부턴가 ‘아류 1% 그룹’까지 등장해 우리 주변에 진치고 앉았다. 하는 짓이 똑같다. 부의 축적→권력 매수→부의 대물림→권력 대물림까지. 진짜 1%가 국민을 힘들게 하더니 아류 1%는 지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100년 전 이 즈음, 세상은 뒤집혔다. 물론 다르다. 방법이 다르고 배경, 사상이 다 다르다. 그러나 얻어야 할 교훈은 마찬가지다.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1%의 탐욕과 그 1%가 만들어 놓은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구조… 이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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