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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가을 폭염, 어르신들이 위험하다

어르신 2천80여명이 폭염으로 세상을 떴다. 정부가 부랴부랴 나섰다. 폭염 요주의 대상 연령을 75세에서 65세로 하향 조정했다. 고령 여부는 물론이고 개인의 건강, 행동, 환경과 관련한 요인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됐다. 미미했던 관련 법률의 조항도 강화했다. 조례도 개정했다. 영국의 얘기다. 2년 전 여름이었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우리의 가을이 실종되고 있다. 추석 연휴 내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서다. 오죽하면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란 자조어까지 유행하고 있을까. 폭염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제일 위험한 계층은 어르신들이다. 기후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폭염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사업을 보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다. 특히 폭염 등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의 크기와 상관 없이 발생한다. 그런 만큼 불평등을 키울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선 폭염 등에 대한 지원이 사후에 이뤄지고 있다. 폭염 등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때문에 상황별로 취약 집단을 선별하고 소관 부처가 정부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폭염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담당하는 부처가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폭염 등 관련 대응을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중앙부처가 참여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응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산만하다. 그리고 비효율적이다. 대부분 고령인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담당하는 국가보훈부는 정작 빠져 있다. 어르신들이 폭염 등에 취약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법률 조항을 강화하거나 조례 제정 등이 시급하다.

[지지대] 공공기관 이전 대표적 ‘탁상행정’

경기도 북부지역 발전을 위한 산하기관 이전 추진은 표면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경기 북부지역의 경제적 활성화와 인프라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도 산하기관 이전이라는 방법론은 실질적 문제 해결보다는 단순한 행정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산하기관 이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산하기관이 이전되더라도 그곳에 근무하는 인력의 대부분은 기존의 거주지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내 소비와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 또 산하기관의 이전이 곧바로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전된 기관의 업무 성격이 해당 지역의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이나 협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는 기관의 존재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단지 건물만 이전하고 그 지역의 필요와 무관한 행정적 작업만을 이어간다면 이는 결국 ‘무늬만 지역 발전’에 그칠 소지가 있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산하기관 이전보다도 지역에 특화된 산업 육성, 교통 인프라 개선, 교육 및 복지 수준 향상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산하기관 이전 정책은 이 같은 종합적 발전 계획과는 동떨어져 있다. 경기도가 계획대로 2028년까지 도 산하기관 북부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한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산하기관 이전이라는 보여 주기식 행정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지대] ‘수원, 2024년 가을’

육사시험에 떨어진 청년이 어느 날 동갑내기 대학원생과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그리고 술잔을 부딪쳤다. 그 틈으로 책 외판원 사내가 끼어들었다. 그는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고 받은 돈을 다 써버리고 싶어했다. 그와 달갑지 않지만 함께 식사하고 헤어졌다. 김승옥 작가의 한 단편소설 줄거리다. 4·19와 5·16으로 이어진 우울했던 한국 사회를 그렸다. 암울했던 시절의 수채화였다. 당시 서울의 겉은 화려했지만 속살은 어두웠다. 부자와 가난뱅이가 제 삶을 사느라 바빴다. ‘서울, 1964년 겨울’이 그 작품의 제목이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수원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한 청년의 부모를 찾는 사연(경기일보 11일자 6면)이 안타깝다. 신해식(미국 이름 Ryan Waguespack·39)씨가 주인공이다. 가족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나라를 밟았다. 40여년 만이다. 입양 당시 기록상 1985년 10월19일 태어나 두 살 되던 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름도 홀트아동복지회가 지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양부모 및 형제들과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도 낳아 주신 부모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한국말을 몰라 용기도 필요했다. 의사 소통부터 쉽지 않아 해외입양인연대를 통해 가족을 찾을 방법을 문의했다. 혹시 어머니와 가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입양기관도 찾았지만 친부모에 대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 했다. 경기일보가 신씨의 가족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수원 새빛민원실 베테랑 팀장들도 이날 수원지역 행정복지센터에 전단을 배포하는 등 흩어진 퍼즐 조각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 추석을 맞아 “엄마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꼭 이뤄지길 기원한다. 김승옥 작가를 흉내 내 이 사연에 감히 제목을 붙여 본다. ‘수원, 2024년 가을’. 2024년 가을 수원의 담담한 자회상이다.

[지지대] ‘참체육인’ 정의선과 배동현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다. 여러 사연을 안은 선수들의 선전도 돋보였지만 그들의 활약을 뒷받침한 기업인 단체장들의 숨은 공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패럴림픽에서는 선수단장을 맡은 배동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이 화제에 올랐다.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수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전 종목을 석권하는 데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주목을 받았다. 매년 올림픽을 앞두고 투명하고도 공정한 선수 선발과 준비 과정에서부터 대회 기간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진두지휘했다. 대회 후에는 아낌없는 포상으로 또 한번의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선 회장 부자가 대를 이어 40년간 양궁 발전을 위해 공헌해온 것에 체육계와 국민들은 그 같은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생각이 없음을 밝히면서 기업인과 양궁협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일부 체육 단체장들이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이어 파리 패럴림픽에서 두 번째 단장을 맡은 배동현 창성그룹 부회장도 체육인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으로 20여년간 경기도바이애슬론·근대5종연맹 회장과 대한바이애슬론 회장을 맡아 헌신한 배창환 회장의 아들로 대를 이어 체육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한 출전 선수·감독 전원에게 순금 메달을 제작해 지난 10일 해단식장에서 전달해 감동을 줬다. 대를 이어 체육에 대한 참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정의선, 배동현 두 회장의 헌신이 봉사와 헌신보다는 감투욕에 사로잡힌 체육단체장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

[지지대] 어떤 ‘관객 모독’

배우 4명이 의자에 앉는다. 이어 한 명씩 돌아가며 즉흥적으로 말들을 쏟아낸다. 대사는 과격해지고 공격 대상도 옮겨간다. 급기야 관객들에게 물을 끼얹는다. 오스트리아 출신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인 ‘관객 모독’의 얼개다. 196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뒤 국내에선 1978년 초연됐다. 최근 국내 예술무대에서 이 작품 내용과 유사한 관객 모독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려진 오페라 ‘토스카’ 무대에서다. 당사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안젤라 게오르기우다. 그는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지휘자에게 항의했다. “관객을 무시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도 있다. 예술계에 따르면 이날 토스카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열창한 뒤 즉흥적으로 앙코르를 불렀다. 주인공인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무대 한쪽에 난입해 지휘자 지중배와 김재형 쪽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없다는 듯 자기 손목을 가리키고 어깨를 으쓱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앙코르 곡이 끝난 뒤 지휘자에게 다가가 음악을 멈추게 하고 “이건 독주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이 시작되고 한참 만에 등장한 그는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자 인사하지 않고 퇴장했다.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 곡을 선보이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게오르기우의 관객 모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도 상대 배우가 앙코르 곡을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무대에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연극 ‘관객 모독’은 그냥 작품으로만 읽히면 된다. 하지만 게오르기우의 그것은 한국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결코 아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지대] 국회의원 추석 상여금 424만원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20만9천494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1.6%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6일 전국 23개 지역 전통시장 16곳과 대형유통업체 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차례 간소화 경향을 반영해 4인 가족 기준 24개 품목을 조사했다. 추석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올랐는데 상여금을 주는 기업은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7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 조사 결과, 지급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7.7%였다. 이는 사람인이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40.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정상 지급 여력이 없어서’(28.0%),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4.0%), ‘위기경영 중이어서’(17.5%), ‘상반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9.8%) 등의 순이었다. 추석 상여금을 주는 224곳 기업의 평균 지급액은 66만5천600원이었다. 지급 이유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54.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기 상여금으로 규정돼 있어서’(37.1%),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서’(20.5%)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선물 비용은 8만1천원으로, 평균 상여금에 비하면 월등히 낮다. 반면 국회의원의 올 추석 상여금은 424만7천940원이다. 기업 평균 상여금에 비하면 6.4배 정도 많다. 기업의 절반이 추석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볼 때, 상당히 큰 금액이다. 경영난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상여금을 못받는 근로자들은 자괴감이 크다. 자영업자도 그렇다. 명절 상여금이 그림의 떡이어서, 추석이 더 우울하다고 한다.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96일 만인 지난 9월2일에야 개원식을 가졌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명절 보너스는 따박따박 챙겨간다.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추석 연휴에도 일하는 근로자들이 낸 세금이다.

[지지대] 대통령 추석선물 거부

대통령은 명절 때마다 각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한다. 국가와 사회발전에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 및 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등에 보낸다고 한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에게도 보낸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추석 선물로 전통주와 화장품 세트를 마련했다. 전통주 세트에는 도라지약주(경남 진주), 유자약주(경남 거제), 사과고추장(충북 보은), 배잼(울산 울주), 양파잼(전남 무안) 등이 포함됐다. 화장품 세트는 오얏 핸드워시, 매화 핸드크림(전남 담양), 청귤 핸드크림(제주 서귀포), 사과 립밤(경북 청송), 앵두 립밤(경기 가평), 손수건 등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은 선물에 “넉넉한 추석 명절입니다. 밝은 보름달과 함께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라는 인사말을 윤 대통령이 손글씨로 쓴 카드를 넣어 보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추석 선물에 야당 의원들의 ‘수령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추석 선물 사진을 올리며 “용산 대통령실 윤석열, 김건희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보내시나요”라고 적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불통령의 선물이 보기 싫어 반송했다. 고생하시는 기사님께는 번거롭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며 택배기사에게 선물을 되돌려주는 사진을 첨부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국민을 거부하는 윤 대통령의 선물을 거부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 수령 거부는 예전에도 있었다. 2017년 9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야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가결에 항의의 뜻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선물을 반송했다. 2016년 9월에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물을 반송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만큼 국회의원들이 모범을 보이는 차원”이라 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선물 거부가 ‘박절하다’는 의견도 있고, ‘안 받을 자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답답하고 씁쓸한 풍경이다.

[지지대] 우수마발(牛溲馬勃)과 자원순환의 날

‘우수마발(牛溲馬勃)’. 국문학자인 무애(无涯) 양주동 박사의 어록 중 한 구절이다. ‘삼인칭야(三人稱也)’라는 어미가 붙었다. 고교시절 국어 현대문 교과서에도 나왔던 표현이다. 당시 대학 입시는 물론이고 대기업 입사시험에서도 자주 출제되던 문항이기도 했다.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말이다. 여기서 우수와 마발의 뜻을 헤아려 보자. 우수는 한자로 소의 오줌이다. 마발은 말의 똥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양주동 박사가 구태여 이런 어줍잖은 어휘를 사용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처럼 쓸모 없고 하찮은 것들도 다 소중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명쾌한 반전이다. 당나라 문장가 한유도 그랬다. “우수마발을 모두 거둬 저축해 놓고 쓰일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것들을 자양분으로 식물이 자라나 대지를 풍요롭게 만들어서다. 따지고 보면 소와 말의 분비물도 다 후손들로부터 빌린 일종의 채무다. 고스란히 보전된 자연은 결국 후손들에게 내야 하는 이자인 셈이다. 무릇 환경을 그렇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순환이 최우선이다. 한정된 자원이나 제품 등도 그래서 되돌려 써야 한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 바람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분출돼 온난화도 가속화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순환은 필수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등은 분해가 어려워 그대로 버려질 경우 토양이나 지하수 등을 오염시킨다. 지구촌에서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5천200만t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순환이 최대의 덕목이어야 하는 대목이다. 매년 9월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정부가 지구온난화로부터 환경 보호의 필요성 및 자원 낭비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정했다. 지원순환의 날을 맞아 턱을 괴고 지고지순한 취지를 일깨워 보자. 그만큼 자연은 소중하니까 말이다.

[지지대] 버스 파업과 의료개혁

경기도 버스 노사 협상이 4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다. 버스는 서민의 발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이 많다. 그래서 파업을 예고하고 벌이는 버스 노사 협상은 버스를 매일 이용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이번에도 협상 결렬 시 9천대가 넘는 경기도 버스가 멈춰 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뻔했다. 경기도 버스기사들은 서울 버스기사들에 비해 처우가 낮다. 서울 기사와 처우를 맞춰 달라는 것이 경기도 버스기사들의 요구다. 반면 버스사 측은 경영 여건상 노조의 요구 수용에 난색을 보이면서 갈등을 빚는다. 버스 노사 간 매년 벌어지는 줄다리기다. 거기서 애꿎은 서민들을 담보로 협상을 벌인다는 점이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경기도 버스 노사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절충점을 찾았다. 경기도 버스 이용객의 불편이 해소됐다. 정부가 의료개혁을 발표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의사의 갈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을 증원해 의사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의사들이 즉각 반발했다.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이미 발표한 의사 증원 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의사들은 개혁안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는 사이 아픈 시민들만 서럽다. 환자들이 볼모가 됐다. 응급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다수의 병원에 전화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24시간 365일 운영하던 아주대병원 등 대학병원들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국민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위험한 갈등이다. 진정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의사집단이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지 않을까.

[지지대] “청년이 지갑 열게 만드는 세상 만들어야”

내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 가운데 하나가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부설 연구소의 분석 결과다. 특히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불경기에 지갑을 닫고 있는 셈이다. 사회 초년생으로 물가 흐름에 민감한 만큼 이들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 증감의 의미는 그래서 각별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 ‘빅데이터 활용’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지난달 3~9일 국내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1년 전보다 0.8%(12주 이동 평균)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간 단위 신용카드 이용 금액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21년 1월 첫째 주 이후 최근까지 계속 떨어졌다. 2021년 4~5월 10%를 웃돌았던 증가율은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지난해 연중 플러스를 유지했다. 올해 1~2월에도 5% 안팎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갈수록 하락해 올해 4월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후로도 반등하지 못하고 0~1%대로 바닥을 기는 흐름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이하의 증가율 하락이 눈에 띌 정도로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9일 20대 신용카드 결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12주 이동 평균) 감소했다. 같은 시기 30대(-0.3%)와 40대(-1.4%) 등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고령인 50대(2.0%), 60대(7.1%), 70대 이상(15.3%)은 되레 이용 금액이 1년 전보다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청년들에게 “힘을 기르자”고 읍소했다. 이들이 강해져야 한다. 청년이 나라의 기둥이어서다. 이들이 지갑을 활짝 열어야 우리 경제도 살아난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지대] ‘긱 이코노미’ 시대

요즘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용어가 많이 쓰인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다. 긱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은 ‘긱 워커(gig worker)’라 한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연주자를 그때그때 섭외해 단기공연 계약을 맺어 공연했던 것에서 유래됐다. 이런 ‘긱’ 개념은 미국 경제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주로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 단기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등 초단기 노동을 제공한다. 정규직을 쓰는 대신 필요에 따라 단기 임시·계약직을 주로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는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주 5일 40시간씩 회사에 있는 정규 근로자보다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주당 36시간보다 적게 일한 단시간 근로자는 680만8천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7천명 늘었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23.6%까지 뛰었다.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긱 워커’ 증가세는 30대 이하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두드러졌다. 청년층 긱 워커의 증가는 취업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수시 채용을 늘리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취업할 때까지 생활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단시간 근로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기준 청년들이 직장을 잡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5개월이었다. 고령층의 근로 여건도 답답하다. 7월 기준 70세 이상 가운데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135만6천명인 반면, 36시간 이상은 71만8천명이었다. 정부가 확대한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하루 3~4시간 일하는 데 그친다. 긱 경제가 실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일자리의 질이 나빠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논란이 있다. 긱 이코노미는 투잡, 쓰리잡 등 N잡러를 양산하기도 한다. 산업구조는 변하고 먹고살기는 여전히 힘들다.

[지지대] 주 4.5일 근무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민선 8기 후반기 중점 과제는 ‘사람중심 경제’, 이른바 휴머노믹스다. 그 중 직장인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주 4.5일 근무제’다. 김 지사는 내년부터 일부 산하 공공기관과 도내 50개 민간기업에 시범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임금 삭감은 없다. 주 4.5일제는 격주로 주 4일 근무,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등 방식이 다양하다. 경기도는 10월부터 이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해선 경기도에서 임금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소요 사업비는 1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도는 주 4.5일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 성과를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다. 주 4.5일 근무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가·공공기관 최초로 이른바 ‘13시의 금요일’을 도입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 외 4시간 이상을 추가로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금요일 오후 휴식을 보장하는 4.5일제다. 경기도와 제주도 모두 주 4.5일제를 시행하지만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주 40시간이 아닌 ‘주 35시간 근무’라는 게 파격적이다. 그것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주 4.5일제가 낯선 것은 아니다. 2~3년 전부터 몇몇 기업에서 주 4일제 또는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도 거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주 4일(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주 4일제를 22대 국회 우선 입법과제로 두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들도 주 4일제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시범 적용·도입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4일 또는 4.5일 근무제로 바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지지대] 벌 쏘임 주의보

해마다 이맘때면 이행해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벌초가 그렇다. 불청객이 있다. 벌 쏘임이다. 최근 관련 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심화하고 있다. 벌에 쏘이면 심할 경우 1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처치와 치료가 필요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벌 쏘임 관련 사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천815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 같은 기간 평균(804건)보다 40% 늘었다. 월별 증가율은 6월 48.2%, 7월 47.3% 등으로 말벌의 왕성한 활동 시기인 여름철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늦더위가 이어지고 등산이나 벌초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8~9월(57.8%) 빈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벌 쏘임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도 2020년 7명, 2021년 11명, 2022년 11명, 지난해 11명, 올해는 최근까지 8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벌 쏘임이 늘고 가을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벌 쏘임을 예방하려면 향수나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 벌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강한 향이 나는 제품 사용을 피해야 한다. 검정 등 어두운 색보다는 흰색 계열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와 긴 소매 옷을 착용해야 한다. 벌이 주위에 있으면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이동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벌에 쏘였다면 신용카드 등으로 살살 밀어내듯 벌침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해야 한다. 호흡 곤란, 입술이나 목의 부기, 심한 두드러기나 발진,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해 치료받아야 한다. 추석을 2주일 앞두고 있다. 조상 묘에 무성한 잡초들을 솎아 내야 하는 시기다. 벌에 쏘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서 말이다.

[지지대] 퍼레니얼 세대의 고민

퍼레니얼(Perennial)은 ‘오래 성장하는 존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퍼레니얼 세대는 모바일 뱅킹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문물을 익히고 육체·지적활동이 활발한 어르신을 가리킨다. 50~60대가 딱 그렇다. 베이비붐 세대로도 불리는 이 연령층은 노인과 장년 사이에 끼었다. 그래서 젊은 어르신이라고도 불린다. 해당 연령층이 노후 대비와 관련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권의 분석 결과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베이비부머와 386세대 등 은퇴를 앞둔 ‘프리시니어’(예비 시니어)는 퍼레니얼 세대 명칭에서 보듯 노년층이란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 세대 역사를 쓰고 있지만 노후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진단했다. 이 세대는 10명 중 8명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하고 있고 보유한 자산은 국내 총 순자산의 절반에 육박해 국부(國富)의 중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유연해 부동산 자산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려는 성향도 강하다.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자산 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분석하면 새 재테크 도구에 대한 관심도 높다. 물론 고충도 크다. 이들은 많이 저축했지만 이 돈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세부 목표가 불분명해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러 지출 항목에 따라 돈을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저축하다 보니 쉽게 지치고 ‘목표치보다 저축량이 부족하다’는 생각까지 겹쳐 걱정을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후에 나올 고정 소득이 얼마인지 시뮬레이션을 해볼 기회가 적고, 이 세대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아직 통상 70%가 넘어 앞으로의 현금 흐름을 예측하기가 까다롭다. 어느 세대나 노후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본격적으로 황혼기를 맞은 퍼레니얼 세대에게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복지당국이 헤아려야 할 숙제다.

[지지대] ‘협궤열차’

“한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애틋함이나 그리움은 저세상에 가는 날까지 가슴에 묻어 둬야 한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거들랑 자기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가라. 진실로 그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선 그 풍경 속의 가장 쓸쓸한 곳에 가 있을 필요가 있다.” 윤후명 작가의 장편소설 ‘협궤열차’ 도입부다. 제목이 특이해 펼쳤다가 단숨에 읽었다. 그 조그만 열차를 타고 둘러 봤던 서해안 풍광도 잊을 수 없다. 열차와 함께 달리던 맨드라미 행렬과 남미에서 시집 온 칸나 꽃이 처연하게 핀 모습 등이 그랬다. 흔치 않은 선경(仙境)이어서다. 얼개는 열차가 정차하는 곳에 거주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이뤄진다. 군자역과 달월역 등 옛 수인선 역들을 비롯해 소래철교 부근 바닷가 풍경, 협궤열차를 타는 어민들의 모습, 시흥 군자봉 성황제 등을 배경으로 삶과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여덟 가지 사랑 이야기도 담았다. 오랜 세월을 협궤열차에 실려 보낸 역장의 죽음을 뼈대로 여인 ‘류’에 대한 열정과 상실의 기억들, 그리고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어느 사내의 이야기 등이 협궤열차처럼 이어졌다. 수원과 인천을 잇던 수인선 얘기다. 지금은 아파트단지 등에 가려진 철로로 열차가 운행됐다. 국제규격으로는 철로 폭이 1천435㎜이나 수인선은 762㎜여서 협궤선으로 불렸다. 1937년 8월 개통됐다. 총길이는 52㎞였다. 소래, 남동, 군자 등지의 소금과 경기도 내륙에서 생산되는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건설됐다. 1946년 5월 국유화됐고 이후 쌀 수송이 사라지고 1970년대 이후 염전지대 물량도 줄었다. 1995년 12월 영업이 종료됐다가 2020년 9월 수인분당선으로 부활했다. 꺾일 줄 모르는 폭염에 갈수록 척박해지지만 마음 한 편에 좁은 철로 하나는 품고 살아가는 건 어떨까. 좁다고 마음까지 좁은 건 아닐 테니 말이다.

[지지대]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 논란

동두천 하면 미군 부대와 클럽, 기지촌 여성을 떠올린다. 양공주로 불린 기지촌 여성은 6•25전쟁 이후 주로 주한미군을 상대로 매춘을 한 주한미군 위안부다. 동두천은 면적의 40% 넘는 땅을 미군이 점유했다. 보산동과 광암동 일대엔 4천여명에 달하는 기지촌 여성이 있었다. 끌려오거나 팔려온 이들도 많았다. 정부는 매춘을 장려했다. 달러벌이 수단이었고, 미군과의 정치사회적·군사적 문제가 얽혀 있었다. 대법원은 2022년 “국가가 성매매를 중간 매개하거나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정부는 성병관리소인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시설’을 운영했다. 1970~80년대 미군 클럽에 등록된 여성들은 주2회 의무적으로 성병 검진을 받았고, 이를 증명하는 검진증을 소유해야 했다. 불시 검문 때 검진증이 없으면 성병관리소에 수용됐다. 많은 기지촌 여성들이 성병에 걸렸다. 병 걸린 이들은 성병관리소에 구금됐다. 관리소는 수용자들이 철창에 갇힌 원숭이 같다해서 ‘몽키하우스’라고도 불렸다. 성병관리소는 경기도에 동두천과 양주, 의정부, 파주(두 곳), 평택 등 여섯 곳에 설치됐고, 1993년 대부분 운영을 중단했다. 남은 건물은 동두천 성병관리소가 유일하다. 소요산 자락 6천766㎡에 2층으로 지어진 시설에는 방 7개에 140명까지 수용이 가능했다. 관리소는 1973년부터 운영해 1996년 보건소 내 성병관리팀이 없어지면서 폐쇄 됐다. 28년간 방치됐던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철거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동두천시가 이 시설을 철거하고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개발 관광사업을 추진 중이다. 참여연대와 정의기억연대 등 전국 59개 시민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 철거 저지에 나섰다. 성병관리소가 한국 근현대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인신매매, 성폭력, 임신, 유산, 약물중독, 자살 등 국가에 의한 여성인권 침해가 있던 곳이다. 부끄럽고 슬픈 역사지만 지워버리기보다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현장이다.

[지지대] 아슬아슬 ‘스몸비족’

스마트폰이 옆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도 보고, 화장실에서도 본다. 심지어 운전을 할 때도 본다. 길을 걷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본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 빠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대 ‘스몸비(smombie)’라고 한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매인 세태를 풍자한 것으로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다. 현대인의 스마트폰 사용은 지나치다. 상당수가 중독자다. 걸을 때나 운전할 때도 시선이 스마트폰을 향해 있어 각종 안전사고가 늘고 있다.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고, 귀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 눈과 귀를 닫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도내 횡단보도 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연 평균 1천389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당수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것이다.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보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 AXA손해보험이 운전면허 소지자 1천400명을 대상으로 한 ‘2023 운전자 교통안전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1%가 ‘운전 중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며 횡단보도를 걷는 보행자를 경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2.4%는 주행 중 스몸비족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상황을 겪었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걷게 되면 거리 감각은 40~50% 떨어지고 시야 폭은 56%로 좁아진다. 이어폰까지 끼면 자동차 경적 등 소리가 안 들려 사고 위험이 더 크다. 지자체와 경찰서 등에서 스몸비족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교통안전표시를 하고 바닥 LED 보행 신호등, 음성 안내 보조장치 설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 해외 사례처럼 스몸비 사고 방지를 위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지대] 다섯 쌍둥이의 희생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폭격에 열 살배기 다섯 쌍둥이가 희생됐다는 외신을 읽고서다. 포성이 멈추지 않는 중동 가자지구에서다. 헤드라인도 끔찍했다. ‘가정집 폭격에 엄마·동생까지 일가족 참변’, ‘휴전협상 와중에도 가자 전역 포성으로 얼룩’.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가해자 측은 이스라엘이다.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집에 머물던 10세 다섯 쌍둥이와 엄마, 동생 등 일가족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휴전 협상 와중이었다. 가자지구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측에 따르면 가정집에서 폭격으로 성인 여성 한 명과 함께 있던 자녀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아이들의 할아버지를 비롯해 교사인 딸도 숨졌다. 사망한 손주들 중 가장 어린 아이의 나이는 불과 18개월이었다. 나머지 희생자들은 열 살 된 다섯 쌍둥이였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현장에 있는 기자가 직접 시신을 확인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사체포 한 개에 담았다. 이 아이들이 뭔 잘못을 했느냐. 이들이 유대인들을 죽였느냐. 이것이 이스라엘에 안보를 가져다 주는 일이냐”라며 절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 도시에선 또 다른 공습으로 적어도 4명이 더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 북부 자발리야의 한 마을에서 공동주택 두 채가 공격받아 성인 남성 두 명과 모녀가 숨졌다. 가자 중부에서도 두 건의 공습으로 9명이 사망했고 난민촌이 있는 누세이라트에서도 공습으로 한 명이 숨진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 등은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휴전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에 다음 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무릇 참화는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하지만 전쟁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말자. 어떠한 논리로도 민간인 학살을 합리화할 순 없다.

[지지대] 불안한 세상, 희망은 어디에

세상이 불안하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난 전기자동차 화재 사건.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전기차 화재로 자칫 많은 인명 피해가 날 뻔했고 불이 빨리 꺼지지 않으면서 많은 재산 피해도 냈다. 이후 전국으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포비아(Phobia)는 ‘대수롭지 않은 일을 늘 크게 생각해 두려워하고 고민하며 불안을 느끼고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는 병적 증상’으로 소위 공포증을 뜻한다. 지난달 초에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자동차 때문에 무려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참사도 많은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차가 덮칠지 모르기에 맘 놓고 길도 걸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코로나19도 다시 시민들의 삶을 불안하게 한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지만 고작 엔데믹 공식 선언 1년여 만에 입원 환자가 급증하면서 재유행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헛기침만 해도 코로나19를 의심하는 눈총을 받는다. 여기에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는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이 밖에 폭염은 물론이고 장마 같은 기후까지 매일매일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모든 시민은 안전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는 정부가 짊어진 의무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놔 시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물론 정부가 작은 안전사고를 침소봉대해 되레 불안과 혼란을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이젠 희망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희망을 희극에서 찾을 수 없다. 이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때다. 불안을 해소하면 곧바로 희망이 있다. 희망은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에.

[지지대] 일본에 울려 퍼진 한국어 교가

“동해 바다 건너 일본 땅은/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일본의 한 중소 도시 야구장에 울려 퍼진 한국어로 된 교가다. 재일 한국계 학교가 일본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해 승리해서다. 이 대회에선 관례적으로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학교의 교가를 방송해준다. 이 교가의 주인공은 어느 학교일까. 교토에 위치한 재일 한국계 고교인 교토국제고교다. 외신에 따르면 이 학교 야구부가 일본 전국고교 야구선수권대회에서 3년 만에 8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회를 일본인들은 보통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부른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교가가 방송된 날은 광복절 이틀 뒤인 8월17일이었다.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3차전에서 후쿠오카현 대표인 니시닛폰단기대학부속고교를 4-0으로 꺾었다. 2회 초 먼저 2점을 뽑았고 5회 초와 9회 초 각각 1점을 내면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앞서 1차전에서도 7-3, 2차전에서도 4-0 등으로 이겼다. 선발 투수는 이날 경기에서 위력적인 투구로 9회까지 삼진을 14개나 뽑아 내면서 완봉승을 거뒀다. 선수들도 승리한 후 교가를 힘껏 불렀다. 이 모습은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교는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올랐다. 2022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선 1차전에서 석패했다. 지난해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위치한 이 학교는 재일 한국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됐다. 일본 교육당국의 차별로 2004년 비로소 정규 학교가 됐다. 갖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늠름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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