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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수원, 2024년 가을’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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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시험에 떨어진 청년이 어느 날 동갑내기 대학원생과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그리고 술잔을 부딪쳤다. 그 틈으로 책 외판원 사내가 끼어들었다. 그는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고 받은 돈을 다 써버리고 싶어했다. 그와 달갑지 않지만 함께 식사하고 헤어졌다.

 

김승옥 작가의 한 단편소설 줄거리다. 4·19와 5·16으로 이어진 우울했던 한국 사회를 그렸다. 암울했던 시절의 수채화였다. 당시 서울의 겉은 화려했지만 속살은 어두웠다. 부자와 가난뱅이가 제 삶을 사느라 바빴다. ‘서울, 1964년 겨울’이 그 작품의 제목이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수원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한 청년의 부모를 찾는 사연(경기일보 11일자 6면)이 안타깝다. 신해식(미국 이름 Ryan Waguespack·39)씨가 주인공이다.

 

가족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나라를 밟았다. 40여년 만이다. 입양 당시 기록상 1985년 10월19일 태어나 두 살 되던 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름도 홀트아동복지회가 지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양부모 및 형제들과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도 낳아 주신 부모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한국말을 몰라 용기도 필요했다. 의사 소통부터 쉽지 않아 해외입양인연대를 통해 가족을 찾을 방법을 문의했다. 혹시 어머니와 가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입양기관도 찾았지만 친부모에 대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 했다.

 

경기일보가 신씨의 가족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수원 새빛민원실 베테랑 팀장들도 이날 수원지역 행정복지센터에 전단을 배포하는 등 흩어진 퍼즐 조각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 추석을 맞아 “엄마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꼭 이뤄지길 기원한다.

 

김승옥 작가를 흉내 내 이 사연에 감히 제목을 붙여 본다. ‘수원, 2024년 가을’. 2024년 가을 수원의 담담한 자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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