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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AI 시대, 더 나은 현금성 소득보장

자신의 생각이 꽂힌 특정한 어느 하나만 고집한 채 다른 것들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중 자신의 생각과 다른 걸 잘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두고 종교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는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라고 한다. 여기서 하나는 종교를 말하지만 이 말을 굳이 종교에만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다 적용할 수 있다. 이 세상은 하나에서 다양함으로 펼쳐지고 그 다양성이 매 순간 서로 균형과 불균형을 이루며 굽이치는 곳이다. 거기다 인간 자체가 인식과 능력 면에서 불완전하다. 그런 만큼 하나만 붙잡고 거기에 함몰되기보다 하나 이상을 서로 대조시키는 것은 그나마 무언가의 실체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여기서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나 혁신적 발상도 나올 수 있다. 정책 얘기로 말을 이어가 보자. 인공지능(AI) 광풍에서 보듯 최근의 기술 발전은 매우 급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일자리가 대대적으로 사라지고, 심지어 고급 두뇌들조차 먹고사는 문제에 봉착할 거라고 한다. 사람들이 먹고살려면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 시스템은 대체로 일을 하고 거기서 소득을 얻어 생활하며, 이걸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보험이나 사회보장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식이다. 그런데 세상이 급격히 바뀌다 보니 일을 하고 싶어도 아예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일자리가 양산되는 데 반해 기존 사회보장 시스템은 안정적 소득보장을 해주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점차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 또한 깊다고 할 것이다. 최근 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로 현금성 소득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AI 분야의 대가인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 교수도 현금성 소득보장의 절대적 필요성을 주장한다. 현금성 소득지원 정책은 여러 가지가 있고 또 다양한 모습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 기회소득, 안심소득, 참여소득, 공정소득 등으로 명명된 소득지원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소득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현금성 소득지원 정책에 해당하는 보편적 근로장려세(Universal EITC), 음소득세(NIT) 등도 있다. 이들을 서로 비교해 볼 때 정책적 목표나 장단점이 서로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이들은 서로 섞일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잘 결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아예 각각 자기 정책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원래 목적하는 바를 달성해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간 상호 비교를 통해 더 나은 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 연세대에서 ‘2024년 불평등 및 사회정책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새로운 사회보장정책이 제안됐다. 음소득세 방식의 기본소득과 보편적 근로장려세를 결합하는 것이 그것이다. 음소득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것도 그렇지만 거기다 보편적 근로장려세를 더하겠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이는 현금 제공을 통한 소득보장에 더해 일자리 확대의 여지도 만드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제안이 안심소득보다 우월하다고도 한다. 기존의 것들을 서로 비교하고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심의 결과라 하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기회소득과도 비교 검토하면서 더 진일보한 형태의 소득보장 정책이 나올 수 있는지 찾아본다면 어떨까. 그것이 어떤 이름이든, 어떤 형태를 띠든 국민들에게 유익한 정책이 된다면 이를 만들고 펼치는 것은 좋은 시도이고, 열린 자세라 하겠다.

[경기시론] 정치 구호가 승패 이끌까

‘못 살겠다 갈아보자.’ 1956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신익희 후보의 선거 구호였다. 그 당시로는 매우 선동적이었고 유권자들에게 호응이 컸으며, 그래서 역대 대통령 선거 구호 중 가장 호소력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자 이승만 대통령 측에서는 ‘갈아봤자 별수 없다’는 구호로 대응했는데 이 역시 대응 구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결국 투표를 앞두고 큰 인기를 보여주던 신익희 후보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선거는 싱겁게 끝났고 선거 구호만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선거에서 구호는 정말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2011년 일본 시가현 지사선거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유키꼬’라고 하는 여 교수가 기반이 단단한 현직 지사를 물리치고 여성의 몸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세금이 아깝다’라는 구호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현직 지사가 주민 혈세를 함부로 낭비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구호. 미국에서도 1992년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로 크게 히트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내세운 ‘준비된 대통령과 경제를 살립시다’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기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 출마 3수를 거치는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며 당시 IMF 사태로 나라 경제가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했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칠 때이니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선전, 특히 선거 구호에서는 보수 여당보다 야당, 특히 진보 후보 측이 높은 성과를 올렸다. 수세에 있는 여당보다 공격이 생명인 야 측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를 계기로 ‘먹사니즘’을 발표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문제에 올인하겠다는 구호다. 이 구호가 발표되자 벌써 2027년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3년 후에 있을 대통령선거 구호에서 선점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국민의 힘에서는 뚜렷하게 내세울 구호가 없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2036년 올림픽 서울 유치를 발표했는데 마침 이번 파리 올림픽으로 국민 정서가 뜨거워진 터라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물론 2036년 서울 올림픽 유치를 대통령선거와 연계시키는 시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뛰어난 구호가 아니라면 이런 정책 제안이 국민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이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먹사니즘’이 더 부각되려면 민주당의 초강경 정치 발언들을 순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검, 청문회, 탄핵 같은 정쟁이 매일 주류를 이루고 심지어 아무리 현직 대통령 부부가 미워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에서 ‘살인자’라고 외치는가 하면 ‘독도를 팔아먹는다’ 같은 괴담은 국민들을 피곤케 하는 것이다. 특히 그런 막말이 강성 당원들에게는 박수를 받겠지만 중도층 외연 확장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 국민의 힘이나 민주당이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은 중도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도 누가 이기든 지난 선거 때처럼 근소한 표 차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소한 1~2% 표 차를 좌우하는 것은 중도층이다. 따라서 아무리 선거 구호를 잘 만들어 내도 중산층이 등을 돌리면 허사가 되고 만다. 여야는 진정 승자가 되고 싶으면 구호보다 중도층의 민심을 얻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초고령사회와 국가•지자체의 역할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오늘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은 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고령자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 법제 개선 또한 필요하다. 최근 정년 연장과 고령자 일자리 창출, 고령자를 위한 복지와 돌봄제도 개선, 연금제도 개혁 등 다양한 제도 개선책이 논의된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현재 고령자의 법적 지위와 보호를 다루는 주요 법률로는 저출산 및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질환을 사전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복지법 등이 있다. 특히 고령자의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있고 추가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11월 시행될 예정이다. 다양한 법률이 존재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법률 규정이 산재해 고령자 관련 법률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체계 정합성이 무너지거나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편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생활 밀착형 돌봄 서비스가 제공돼 기대를 모은다. 일례로 경기도는 고령자 보호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인공지능 시니어 돌봄타운’, ‘인공지능로봇 활용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 등 다양한 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로봇 활용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은 인공지능 로봇이 음성 대화를 통해 정서 안정을 돕고 약의 복용 시간과 식사 시간 등을 관리하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24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고령자의 생활 전반에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령의 삶을 단순히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우리 사회에 지혜를 전파하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주체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기시론] 경기도청 국장과 과장의 자리

경기도청 공무원 중 서기관은 대략 190명이다. 3급 이상은 40명이니 과장 이상 고위직은 230명이 넘는다. 광교 청사 본청 기준이다. 과거에 국비 서기관은 임명직 군수이고 부군수는 지방 비 서기관이었다. 군수님 앞에는 ‘서기관 아무개’라고 적었고 부군수는 ‘지방서기관’이었다. 이후 지방자치가 시행돼 시장과 군수는 주민의 투표로 선출한다. 그래서 초창기에 민선시장과 군수의 급여는 소속의 부단체장보다 한 단계 높은 금액으로 정했다는 말을 들었다. 최근에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4급 부단체장을 인구수와 관계없이 모두 3급 부이사관으로 승격하는 쉽지 않은 파격을 보였다. 이제 도내 31개 부단체장이면 3급 또는 2급 공무원이다. 혁신보다는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행정안전부가 큰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한다. 경기도의 경우 과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의 부단체장이 지방 4급 서기관이었는데 기관 안에는 이미 2~3명의 지방 서기관이 기획감사실장, 주민 생활지원실장, 건설 국장 등의 직위에서 일하고 있으니 동급의 서기관인 부시장이 업무를 지휘하는 모순점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직급에 대한 예민한 사례가 있다. 행정안전부의 옛 이름인 내무부가 정부 기관 간 회의에 갈 때 다른 부처에서 서기관급을 청하면 사무관을 보내고 사무관 회의를 소집하면 주무관 주사가 참석했다고 한다. 경기도, 인천, 서울, 부산 등 광역자치단체를 직접 지휘한다는 자부심에서 중앙부처와의 관계에서는 늘 한 급을 낮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때 내무부 6급이 국비 과장 직무대리를 받고 도청에서 일하고 총무처를 통해 도청에 배정된 고시 출신 사무관은 지방비 계장으로 일했다. 6급은 과장이고 5급은 계장을 하는 ‘모순 중의 모순’은 국비 직무대리 과장이 사무관 승진시험에 합격하는 날까지 이어졌다. 최근에 공직자로 30여 년을 근무해 4급 서기관에게 이른 과장 승진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4급 과장은 위임전결 규정에 의해 도지사가 위임한 도정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책임자라는 점에서 참으로 중요한 자리임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서장이란 생각은 깊게 하고 행동은 느리며 판단은 민첩해야 하는 자리임을 부언한다. 끝으로 한 가치 경험치를 전하고자 한다. 오전 10시경에 부서원들에게 구내식당, 외식 등 점심 계획을 알리고 오후 4시 전에 저녁 스케줄을 밝혀라. 점심을 사라, 저녁을 사겠다가 아니다. 점심과 저녁의 일정을 알려 부서원들의 계획을 미리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었다. 혹시 약속을 정했는데 과장이 저녁을 먹자면 낭패니, 미리 소통하길 바란다.

[경기시론]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

최고 권력,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나라의 공력을 좀비 같은 역사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공동체의 정신문화를 공적인 영역에서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맡은 연구기관들과 독립기념관장에 해당 기관의 고유 목적과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인물들을 동시에 임명하면서 온 나라를 상대로 소모적 싸움을 걸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입장이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다. 이미 헌법에 명시된 1919년 3·1운동에 기반한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을 계승한다는,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평가와 공동체의 합의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다. 민간 단체 활동과 학술적 연구의 보호 아래 ‘자유’를 누리면서 주장해 왔다. 그런데 왜 자신들의 세계관과 기반 자체가 다른, 평소 소신대로면 없어져야 할 기관의 최고 높은 자리를 탐할까. 일제의 침략과 병탄이 합리적 과정이라면 왜 대다수 시민이 동의하지 않을까. 왜 일본이 일으킨 동아시아·태평양전쟁을 찬양하지 않을까. 왜 주둔지마다 식민지 여성들을 일본군 성노예로 밀어넣었던 행위를 차마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것일까. 왜 강제노역과 자원 수탈을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과 자유무역으로 포장할 수 없는 것일까. 문명과 사회가 발전시켜 온 양심과 상식이란 것이 있다. 남의 나라 자원과 영토, 외교, 군사, 주권 따위를 강제로 빼앗는 데 대장쯤 돼 보이는 몇몇에게 어르고 겁을 줘 문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게 하면 그건 범죄지 나라 간의 협약이 아니다. 깡패나 건달들이 그렇게 하고 더 힘센 깡패들에게 다시 빼앗기거나, 나중이라도 밝혀지면 범죄로 처벌받는다. 그들이 ‘앙망하는 근대화’된 나라와 국제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일제 침략에 동조했던 역사를 합리적 선택, 일반적인 본성으로 포장하고 싶은 의도는 알겠으나 그것이 상식이 될 수는 없다. 끝까지 저항하고 빼앗긴 주권을 찾아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들과 그 행동을 ‘현실을 모르는 어리석음’으로 매도하는 것은 일제의 식민지 침탈과 전쟁범죄에 동조한 과거를 ‘있을 법한 선택’으로 세탁하기 위한 비열한 행위이고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반성하고 사과하면서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제도와 규범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상식이다. 상식을 거부하는 자들이 국가 기관의 자리를 탐하고 있고,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은 그런 기회주의자들을 수집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부여한 권한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권력에 엄격해야 할 법치의 칼로 민주주의를 강박하는 기회주의적 극단 정치의 냄새가 역하게 풍긴다. 기회주의는 사회에서 우수한 특성이 될 수 없다. 다수의 협력이 있어야 거기에 기생해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아무도 협력하지 않는 사회는 개념이나 현실로도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 사고와 기회주의 정치는 재난과 위기에서 추종자들 외에 공동체와 구성원들을 구하지 않는다.

[경기시론] 올림픽 이념과 노력의 가치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땀 흘리며 노력해 온 전 세계 선수들의 활약상이 연일 눈부시다. 이겨서 메달을 받기도 하고 아쉽게 패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 가슴이 뭉클하다. 어쩌면 우리가 선수들의 웃음과 눈물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삶의 궤적은 달라도 마음에 품은 뜻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지, 그리고 외로운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근대 올림픽의 역사는 프랑스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영향으로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후 4년마다 개최되면서 점차 세계적인 종합 스포츠 대회로 성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홈페이지에서는 올림픽 이념을 탁월함(excellence), 존중(respect), 우정(friendship) 세 가지 가치로 설명한다. 탁월함을 추구하고, 사람들에게 그들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 되도록 격려하는 것, 상대방과 규칙·대중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존중해 다양한 방식으로 존중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특별한 행사에서 우정을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의 현대적 의의다. 올림픽 이념의 세 가지 가치를 찬찬히 살펴보면 성공과 결과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보다는 탁월한 수준에 오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절차탁마의 자세, 자신과 타인은 물론이고 우리가 소속된 공동체를 존중하는 자세,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 우애를 다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어쩌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내용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진부한 사실이라고 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공과 결과는 시선을 빼앗기 쉽고, 그만큼 수많은 도전과 노력의 가치는 간과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전과 노력의 가치가 간과돼서는 안 된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일상에서 우리는 매일 도전하고 노력한다. 올림픽 시즌을 맞아 올림픽 이념을 상기하며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도전 및 노력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해 본다면 어떨까. 올림픽 경기장에 선 선수들에게 박수갈채와 응원을 보내듯이 지금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마땅히 박수갈채와 응원이 필요하다.

[경기시론] 양보와 배려라는 유행병

우리는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와 직장에서 늘 사람과 소통하면서 살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적 소통의 센서인 배려와 양보라는 씨줄과 날줄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인간사회에 품성에 의한 배려와 양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와 다름없을 것이다. 1981년 공무원 9급으로 지금 지방서기관, 4급에 해당하는 도청 과장을 강사로 초빙해 승용차로 안내하게 됐다.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에는 이미 사무실 선배 공무원 2명이 타고 있었다. 따라서 과장과 함께 승차하면 만원이 되는 상황이었다. 뒷자리 2석이 비어 있으므로 과장을 잘 모신다고 차 문을 열고 먼저 타도록 했다. 하지만 과장은 머뭇거린다. 다시 한번 권하자 과장은 먼저 타라 한다. 과장이 차 문을 열어주고 먼저 차에 오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된 승차의전은 앞자리에 타고 있는 직원이 내려 뒷좌석 차 문을 열고 대기하면 가장 후임인 필자가 가운데 타고 나서 과장이 차에 오르면 정중하게 차 문을 닫고 앞좌석에 탑승 후 출발하는 것이다. 나중에 승용차 승차예절을 이해하고 그날의 해프닝을 마음에 새기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주법과 함께 승차 질서에 대한 잔소리를 많이 했다. 최근 신도시에 건립된 청년들을 위한 원룸을 방문했다. 방호문 앞에서 우물쭈물하는데 이미 안쪽에 들어선 청년이 잠깐 이쪽으로 걸어와 센서를 터치하니 문이 열렸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에도 청년은 먼저 타라는 몸짓으로 안내해 줬다. 정중하고 우아한 몸짓에 반했다. 그리고 5층까지 숨을 멈춰 가며 올라갔고 청년은 내리면서 인사를 했다. 얼떨결에 수고하시라 답 인사를 했다. 청년의 인사를 받고 잠시 놀랐던 것이다. 그리고 6층 옥상층에 내리는데 하늘에서 빛이 보였다. 기분이 좋으면 폭염의 햇빛도 기분 좋게 얼굴에 닿는다. 이때 생각났다. 수년 전에 아파트 방호문 안에 들어선 다섯 살 아이가 밖에 도착한 주민을 위해 폴짝 뛰어와서 센서를 건드리니 문이 열렸다. 아이는 부모가 그리하라 교육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아마 자신의 몸이 센서에 가면 문이 열리는 것이 재미있어 그리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해 봤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다른 이를 위한 배려를 실천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쳤을 것이다.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의 세계에서도 자식은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그래서 30대에도 다른 이를 위해 온몸으로 방호문을 열어주고 엘리베이터를 내리면서 인사를 하는 젊은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이 더 많기를 기대한다. 그런 습관이 MZ세대의 새로운 유행병으로 도지기를 기원한다.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이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원한다.

[경기시론] 공공성과 수익성이 조화된 공유재산관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가 보유한 재산을 국유재산이라고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을 공유재산이라고 한다. 공유재산의 규모는 2022년 결산액(현재액)을 기준으로 1천38조4천107억원이다. 지방재정의 세출 규모가 2022년 결산 기준 452조4천44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유재산의 규모는 지방재정의 2배가 넘는다. 경기도는 226조7천875억원의 공유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17개 시·도 중 가장 큰 규모다. 모든 사람이 아는 것처럼 재산은 보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개인재산이 예금·적금, 주식, 임대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도록 관리하는 것처럼 공유재산 역시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 공유재산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궁금해진다. 공유재산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유재산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공유재산은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사유재산과 달리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공유재산은 지방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공성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재산을 활용해 대부료 등과 같은 세외수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라는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공유재산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아야 하고 그렇다고 수익성만 강조해서도 곤란하다. 그러나 현행 공유재산 관리는 수익성에 기반해 관리되고 있다. 이는 공유재산관리가 주로 매각 등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다. 또 재산을 대부할 때 받는 대부료는 시가를 반영한 해당 재산 평정 가격의 연 1천분의 10 이상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고정된 대부료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법을 통해서는 공유재산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조화시키려면 현행 대부료 산정 방식을 민간에서 활용되고 있는 매출액 기반 수입배분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출액 기반 수입배분 방식으로 전환하면 영세사업자는 고정된 대부료 방식에서 부담했던 금액보다 작은 규모를 부담하고 대규모 사업자는 더욱 많은 임대료를 부담하게 된다. 매출액 기반 수입배분 방식은 영세사업자에게 감면의 효과를 부여하게 돼 공공성의 성격을 충족하며 대규모 사업자에게는 더욱 많은 대부료를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의 성격을 충족한다. 이외에도 공공성의 성격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과의 상생 및 협력 방안으로 공유재산의 사용⋅수익 허가 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지방재정 규모보다 더 큰 규모를 보이는 공유재산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시론] 햇빛발전소를 완공하며

넓은 주차장 위로 햇빛이 쏟아진다. 땅 깊이 콘크리트 기초를 다지고 구조물의 뿌리가 될 앵커를 심는다.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굳기를 기다렸다가 부식 방지 도금된 철제 기둥을 앵커에 고정하고 그 위에 역시 도금된 철 구조물로 된 받침대를 얹는다. 햇빛을 받을 태양광전지를 올리고 전선을 연결한다. 전기가 필요한 곳마다 나눠주는 ‘배전망’에 연결하기 위해 땅 밑으로 전선이 지나갈 길을 만들고 모세혈관과 주 혈관처럼 각 역할이 있는 전선을 연결한다. 연결 위치마다 필요한 전기적 특성 요소를 변환하고 고장과 외부 영향으로부터 배전망과 발전시설 그리고 사람의 안전까지 지켜줄 각종 전환장치, 보호기기, 차단장치, 개폐기 등을 설치하고 이것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통신기기도 설치한다. 새로운 발전소가 들어선 곳은 ‘수원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로 수원의 대표적인 농수산물과 생필품 유통센터다. 1년 매출이 2천억원 내외로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다. 주차장 허가 면수도 1천면이 넘는다. 이곳 야외주차장에 평상시 이용객들에게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고 비를 막아주는 편리를 제공하고 깨끗한 전력까지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했다. 수원시 소유이면서 민간유통회사가 위탁 운영하는 공간에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이 함께 들어선 수원의 대표 장소가 탄생한 것이다. 대부분 수원시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건립비 50% 이상을 ‘시민햇빛펀드’로 마련했고 나머지는 지역 기반 재생에너지 상생발전금융과 경기도 기후위기 특별보증(경기신용보증재단)을 활용했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되고 가까운 배전망 안에서 수원시민들이 사용한다. 매출은 발전소 건립비 조성에 기여한 조합원에게 원금과 이익으로 돌아가고 지역금융 비용과 시설의 유지관리비, 협동조합의 고유사업인 재생에너지 시설구축과 기후위기 시민대응을 위한 지역사회 공익활동에 사용된다. 지역사회와 이익 공유로 연결된 협동조합은 시민 조합원 각각이 매우 좁게 기능화된 단조로운 삶을 넘어 직접 필요를 조달할 수 있는 종합적인 ‘생활예술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사업과 교육, 학습과 훈련 기회를 만들어 협동사회의 기반을 구축한다. 아무리 치열한 생존경쟁과 경제성장이 만능인 사회라도 그렇게 함께 사는 가치와 기반이 없다면 지속될 수 없다. 이렇듯 특정한 시대와 시기에 사회가 필요한 하나의 실체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사회의 현상이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특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기후 위기, 경험은 없지만 문명과 사회가 자초한 위기이기에 ‘그 위기’ 속에 원인과 해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문제, 그 문제 자체에 답이 있는 현상을 놓고도 매우 ‘똑똑한’ 인류는 흔들리고 있다. 인지 능력을 넘어선 고도화된 사회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자연생태계와 사회의 망으로 연결됐다. 큰 힘이 들지라도 일시에 그물을 끌어당길 수도 있다. 이를 외면하는 국가와 정부와 정치 따위가 불필요할 뿐이다.

[경기시론] 여름철 재해 방지 대책에 만전 기해야

지난 4일 기상청에 따르면 6월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22.7도로 52년 중 1위를 기록했고 폭염 발생 일수도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20일부터 6월9일까지의 온열질환자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3% 증가했다. 폭염 뒤에 찾아오는 폭우 또한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맞물려 폭염과 폭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는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폭염과 폭우에 대비하는 재해 방지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최근 경기도는 폭염에 대비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고 방문, 전화, 재난도우미 활동 등을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한편 옥외노동자와 농업인을 중심으로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또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산사태 취약지역, 해체가 진행 중인 공사장 등을 안전점검하고 전화 등을 통해 재해 취약가구에 대한 안부를 확인하는 한편 주택, 지하차도, 배수펌프 등에 대한 점검을 하는 등 선제적 조처를 했다.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사명이자 의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는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제2조). 대법원은 재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문제 된 사안에서 국가의 초법규적 의무를 일관적으로 인정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 상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상당한 우려가 있어 국가가 그러한 위험을 제거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폭우,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의 경우 재해의 특성상 사고 발생의 예측이 어렵고 공무원의 대처와 실제로 발생한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가 부정될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기후 상황 속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강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책이 더욱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시민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재해 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해 올해에는 미온적인 대처 때문에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더 이상 없기를 기대한다.

[경기시론] 진천 농다리와 행정 역할

충북 진천군 문백면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농다리를 처음 방문했다. 진천농다리는 1천년 전인 고려시대에 임씨 성의 장군이 축조했다고 하는데 아마 장군 혼자서 축조한 것은 아닐 것이고 군사와 백성이 함께 만들고 군사작전은 물론 농사와 백성들의 소통에 소중한 인프라로 활용했을 것이다. 이후 조선시대를 거쳐 근세에 이르기까지 백성들은 농다리를 이용해 농산물을 나르고 보부상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거리를 돌아가지 않고 편안하게 인근 마을로 이동했을 것이다. 근세에는 흰옷을 입은 국민들이 개헌 국민투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을 직접 뽑기 위해 농다리를 지나갔을 것이다. 설명을 보면 농다리는 작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린 후 지네 모양을 본떠 길게 늘여 만들어 졌으며 별자리 28수에 따라 총 28칸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전체 폭은 넓은데 28칸은 중앙에 조금 큰 돌판으로 길을 연결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중앙에 연결된 돌판으로 걸어서 오간다. 멀리서 바라보면 구둣발, 운동화, 조선시대 짚신의 발자취와 사람들의 흔적이 검은색 돌의 표면을 갈아서 조금 밝은 색으로 보이는 것이며 그 선을 따라가면 거대한 지네, 뱀이 지나가는 듯한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1천년 후의 후손들은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했다. 정자를 세우고 나무 덱(deck)으로 길을 내고 성황당 고갯길에 용을 세웠다. 여의주를 만져보라 한다. 여의주가 나그네에게 행운을 줄 것이란다. 깔끔하고 세련된 조형물이 풍성한 나무와 풀, 산자락과 어우러진다. 인공을 가미했지만 자연스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니 나그네의 기분이 좋다. 농다리 상류 10m 지점에는 군청 공무원이 설치한 듯 보이는 부교가 있다. 긴 다리를 관광하는 인원이 많을 경우 부교를 이용해 오가도록 배려한 시설이겠다. 좁은 다리를 건너기 불편한 분들이 부교를 이용하면 좋겠다. 다만 장마철에 물살이 거세지면 이 부교를 밀고 내려온 강물이 농다리를 흔들까 봐 걱정된다. 농다리 주차장을 출발해 7시30분께 식당 앞에 주차하려는데 착한 얼굴의 주인장이 창문으로 인사를 한다. “재료가 소진돼 식사가 안 됩니다.” 이제 고작 오후 7시30분인데 마감이란다. 얼마나 손님이 많으면 이럴까.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손님이 많은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지만 이 식당의 손님 대부분이 농다리 관광객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1천년 전 장군과 군사와 백성들이 건립한 농다리가 있고 그 주변을 진천군수와 공무원들이 깔끔하게 정비한 덕분에 손님이 늘어난 것이리라. 다음 번에 도착한 상가 건물의 손님 많은 해장국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또 다른 부부 손님이 들었다. 부부의 대화를 들어보니 농다리 관광객이다. 여기까지도 농다리의 관광 효과는 지속된다. 비전문가가 봐도 이 지역 식당들이 성업하는 힘은 자신들의 맛집 노하우도 있겠지만 농다리와 주변을 개발한 진천군 당국의 재정적 투자 효과로 보인다. 그래서 주장한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량을 ‘농다리 사례’에 집중하자. 행정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바로 진천군의 ‘농다리 행정’에 있음을 공감하자. 더불어 진천 농다리 주변 4㎞ 이내 잘되는 식당 사장님께 한마디 전한다. “매년 한 번 진천군수님과 진천군 공무원들에게 감사장을 전하라. 진천군 선진행정의 홍보대사를 자임하라.”

[경기시론] 정부 간 관계 재구축 필요

지방자치제가 재실시되기 이전의 한국은 지방정부의 장을 국가에서 임명하는 방식이었고 지방의회는 없었다. 국가로부터 임명을 받은 지방정부의 장은 지역주민보다는 임명권자인 국가의 명령을 집행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 간 관계는 오징어 모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오징어의 머리를 중앙정부 그리고 10개의 다리를 지방정부(주민, 기업 포함)라고 가정하면 과거의 한국은 중앙정부에 있는 소수의 엘리트가 명령을 내리고 지방정부가 이를 집행하는 중앙정부 우위형의 정부 간 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91년 지방의회의원선거,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제가 재실시됐다. 주민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정부의 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은 자신을 선출해 준 주민과 지역의 기업이 원하는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의 정부 간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오징어 모형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필자는 정부 간 관계를 새롭게 구축할 때 적용해 볼 수 있는 모형으로 세발자전거 모형을 제안하려고 한다. 세발자전거 모형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정부 간 관계에 세발자전거의 원리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세발자전거는 1개의 앞바퀴와 2개의 뒷바퀴 그리고 안장으로 구성돼 있다. 세발자전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동력전달 기능을 수행하는 안장이다. 여기에 주민이 앉을 수 있도록 하자.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명령권자가 주민이 돼야 한다. 다음으로 앞바퀴는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의 기업이 위치하도록 하자. 기업은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므로 앞바퀴에서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뒷바퀴 두 개가 남아 있다. 특징적인 것은 세발자전거를 구성하고 있는 2개의 뒷바퀴 크기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한쪽의 바퀴가 크면 그만큼 안정성을 해친다. 뒷바퀴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위치시키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주민이 행복하고, 기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 이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대등한 관계여야 한다. 둘째, 새로운 한국의 정부 간 관계를 설계할 때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세발자전거의 속도는 기존의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매우 느리고, 평지의 이동 수단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제동장치도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속도를 내기 위해 내리막 경사가 있는 곳에서 타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새로운 정부 간 관계를 구축할 때 우주선을 타고 가는 속도로 급하게 결정하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세발자전거가 움직이는 것과 같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리고 때로는 쉬어가기도 하면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는 정부 간 관계의 전환을 요구한다. 새로운 정부 간 관계는 세발자전거의 원리를 적용해 재구축될 수 있도록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시론] 에너지 전환 기반이 무너진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기본은 국가 중장기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 2년 주기로 수립하는 계획으로 향후 15년간 전력 수급의 기본방향과 장기전망, 발전설비 계획, 전력수요 관리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전기본의 핵심은 전력수요 전망과 공급능력이다. 경제성장, 인구, 기후변화(온도), 전체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 추세, 산업변동, 수요관리 목표, 적정예비율(22%), 재생에너지 등을 고려해 확정 설비를 산출하고 전력수급 전망에 따른 설비계획을 수립한다. 재생에너지는 설비용량에서 실효용량을 반영하고 비계량 태양광은 추정치를 반영한다. 현 정부가 밀고 있는 ‘무탄소’ 개념은 무역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 관계에서 어떤 공식적 위치도 없다. RE100만으로 부족한 부분, 탄소중립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으니 수요의 유연한 운영관리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원이 주류가 되는 추세에 적응하고 노력한다는 개념(CFE)을 알고도 오용한 것이다. ‘태양광·풍력 3배 이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꼴찌의 다른 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에 머물던 집권 초기, 이전 정부가 세운 2030년 30% 목표를 21.6%로 싹둑 잘라 현 시점 대비 ‘3배 달성’하겠다고 호도하던 것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OECD 회원국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이미 30%를 웃돈다. 수요 과다 산출, 수요관리 하향,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 설비 목표 상향, 액화천연가스(LNG)발전 확대, 대형 신규 핵발전소 계획으로 이어지는 경직되고 무거운 에너지시스템의 층을 쌓고 있다. 멍에가 씌워지고 발목이 잡힐 것이다. 핵발전은 RE100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수백조원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아직 지난 정부 때 발표한 계획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 RE100 달성을 위한 자구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고 현 정부도 ‘핵발전 과몰입’에 빠져 손을 놓고 있다. 그걸 핑계로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투자 계획을 해외로 돌릴 것이 명확하다. 3배를 달성하겠다는 재생에너지 발전은 마치 ‘자연 증가율’을 고려한 듯 전망치만 내놓고 10년 이상이 걸리고 수십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핵발전 프로젝트는 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보증하고 지원하며, 일괄 계획하고 승인한다. 아직 개발 중이고 실존하지 않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은 10년도 더 후에 실증을 위해 계획에 반영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몇 번 시행착오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고 기회를 잃고 있다. 아직 권한이 미약한 국회 보고와 공청회가 남아 있는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시론] 아동의 놀 권리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아동의 양육과 생활환경, 언어·인지 발달, 정서적·신체적 건강, 아동안전, 아동학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동복지법 제11조에 근거해 실시된 이 조사는 이번이 세 번째로 우리 사회 내 아동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정책 수립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시행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전반적인 아동 삶의 만족도가 2018년 조사 당시에 비해 향상됐고 인지발달과 언어발달 수준, 가족관계와 친구관계, 아동의 안전이 개선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면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동의 비만율이 증가하고 정신건강 고위험군이 존재하며 아동의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의 여가 활동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보면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기를 원하지만 같이 놀지 못하고 학원이나 과외를 많이 하고 있으며 신체활동인 운동을 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는 모든 아동은 적절한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해 이른바 ‘아동의 놀 권리’를 규정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온전하고 조화롭게 성장해야 하는 발달 단계에 있으므로 아동에 법적 보호를 비롯한 특별한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는 의식에 기초해 아동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사회의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이번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아동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숙제나 시험, 성적, 대학입시 또는 취업에 대한 부담 등이 지적됐는데 어릴 때부터 경쟁적인 분위기와 실수나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면 이런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아동은 적절한 휴식과 여가 생활을 통해 정서·신체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문화 예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창의성과 사회성을 기르면서 한 사람의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아동이 자유롭게 놀이하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직 아동의 놀 권리에 관한 사회적 인식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에서는 2019년 경기도 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한 조례를 마련한 바 있다. 아동에게 놀이와 휴식은 단순한 놀이나 쉼이 아니라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자 기초라는 점에서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경기시론] 간부 공무원에게 호부호형을 허하라

1980년 ‘서울의 봄’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회자하던 시절에 공무원 9급으로 근무 중 입대해 병역을 마치고 화성군 팔탄면사무소에 발령받았다. 전임 회계 담당 역시 입대 휴직한 상황이어서 다른 면 출신이었지만 그리도 중요하게 친다는 회계담당자가 됐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총무계 직원 3명 모두가 9급이었고 경력상 선임이어서 자연스럽게 회계주사가 됐다. 당시에는 9급, 8급이 회계업무를 담당해도 ‘주사’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계장급에 속하는 주사로 격상해 회계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총무계장과 산업계장이 장기근속으로 인해 상호 간 자리를 바꾸게 됐다. 회계서류를 준비하고 결재를 받게 됐다. 당시 23세, 공무원 3년 차 9급 공무원이 사비로 총무계장 도장을 새겼다. 결재를 올리고 인주를 대령한 후 새로 준비한 도장을 드렸다. 결재를 위한 도장을 받은 총무계장의 기분 좋은 환한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 송구하지만 지금부터는 2차분 자기 자랑이다. 팔탄면사무소에서 1년여를 근무하고 다른 기관으로 발령받았다.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화성군에서 후임자를 보내지 못한 상황이어서 회계업무를 총무계장이 담당하게 됐다. 당시에는 매월 20일 봉급을 주려면 5일 정도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주판으로 계산하고 먹지를 넣고 3부를 복제했다. 다른 기관으로 전근한 후 5일을 내리 퇴근해 팔탄면 공무원 봉급 서류를 준비했다. 다음 달에도 같은 작업을 했다. 교통이 불편해 환승 할인이 없던 시절에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저녁 출근을 했다. 이 일로 총무계장은 필자를 위한 칭찬 대변인이 됐다. 주변의 공무원을 만나면 팔탄면 근무했던 전출 공무원 이야기를 전했다. 늘 크게 칭찬했다. 지인들로부터 여러 번 계장의 칭찬에 대한 전언이 있었다. 작은 일을 크게 키워 칭찬해 주니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훗날 생각해 보니 계장의 분에 넘치는 칭찬이 긍정의 마인드로 작용했나 보다. 이후 공직생활에서도 계장의 칭찬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1984년 공무원 8급 신입 시절, 새로운 일이 나오면 각 팀의 차석들이 업무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최근의 공직사회에서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허가가 가능한 규정을 찾기보다는 불허가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단다. 더 이상 이런 자세로는 이 시대 행정을 선도하기 어렵다. 후배 공무원 모두에게 좀 더 역동적인 선진행정, 미래지향적인 적극 행정을 주문한다. 젊은 공무원들이여! 부탁드린다. 우리의 국장, 여러분의 과장, 바로 위 팀장에게 자랑스럽게 ‘호부호형을 허하라!’

[경기시론] 지방재정의 지출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한국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는 자체적으로 징수하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이전해 주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그리고 지방채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정부의 살림살이는 지출해야 하는 금액을 결정하고 수입액을 정하는 양출제입(量出制入)의 원칙과 수입을 예상하고 거기에 맞춰 지출을 결정하는 양입제출(量入制出)의 원칙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로 들어오는 수입이 충분할 때는 양출제입의 원칙을 준수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지출해야 하는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양입제출의 원칙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이 처한 현재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다면 그동안 활용했던 양출제입의 원칙에서 벗어나 양입제출의 원칙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재정은 중앙재정과 달리 양입제출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추가적인 숙제가 있다. 지방재정에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재원이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에 의해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국고보조금,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는 지출해야 하는 용도가 지정돼 있어 지방정부가 지출하고자 하는 용도로 지출할 수 없다. 지방자치제의 실시 목적이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또는 대표자를 뽑아 자기 부담에 의해 처리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의 복리를 증진하는 데 있다고 하면 중앙정부가 이전해 주는 재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재원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규모가 용도가 지정돼 내려오는 중앙정부의 이전 규모보다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방재정 현황을 보면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재정자립도가 2015년 44.20%에서 점차 하락해 2022년에는 39.73%가 됐다. 이는 지방재정의 지출 자율성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제를 재실시한 지 3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도가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지방재정의 지출 자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중앙정부는 지방재정의 낭비와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다수의 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해 지방재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지방정부에 부여된 재정지출의 자율성은 재정자립도에서 보는 것처럼 30~4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다수의 재정관리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모든 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분권을 약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재정자립도에서 보는 것처럼 개선의 정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지방정부에 재정의 지출 자율성을 향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경기시론] 기후정치 스트레스

불안하고 염려스럽다. 이번 세기 동안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안하자는 지구적 협약은 ‘21세기’라는 거대한 단어가 무색하게 그 시작 단계에서부터 다음 목표로 후퇴했다고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 시나리오 과정으로 가고 있다. 두려움이 앞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문제일까, 감정의 불꽃을 태울 만한 풍요로운 성장의 열망과 다르게 최대 목표가 겨우 ‘자기 유지’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화석연료를 아낌없이 태웠던 그 열망과 동기 이상의 것을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만을 만천하에 알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인간이 발견하고 발전시켜 온 물리적 이론과 과학, 기술은 문명의 시야를 지구적, 우주적 차원까지 끌어올렸지만 뛰어난 지능과 사회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로서 인간의 보편적 인지는 생활의 울타리에 머물러 있다. 거기에 대량생산 산업체계의 관성적 사고방식 안에 머물기가 훨씬 익숙하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를 경험한 적이 없고 그 범위와 차원 때문에 얼어붙듯 멈춰 서는 게 지극히 정상적일 수도 있지만 지독한 스트레스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방향을 돌릴 집단적 열망과 동기가 필요하다. 이 또한 역사적 경험일 수밖에 없겠지만 변화를 열망하는 에너지가 가장 크게 분출됐던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 물질적 소유관계와 이념, 사회적, 경제적 자유와 평등, 인권, 공정, 이런 것들의 이해관계에서 ‘나는’, 내가 속한 ‘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는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더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는가. 마음을 쏟아 살아왔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자. 이 중에 지속할 수 있는 것들은 획기적인 기준점 조정으로 유효할 수도 있고 아예 폐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기준을 정하는 자리에 항상 정치가 있었다. 그 위치에서 흔들리고 멈춰 서 있다. 인간의 관성적 생활권과 그것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구생태계를 구분은 하되 자기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자해적 생명체로 남지 않기 위해 어떤 이념과 가치를 열망해야 하는가. 다수의 시민이 지구생태계를 사회와 경제의 공통 기반으로 보는 정치이념을 갖고 행동하는, 민감한 정치 고관여층이 돼야 한다. 뚜렷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구조적 그룹을 형성해야 한다. 그래서 철 지난 ‘무슨 무슨’ 출신이다, 정치권력을 좇는 세력들이 선거철만 되면 시민들을 상전 모시듯 하다가 투표가 끝나면 우리가 다 알아서 하겠다는 선민의식에 찌든 정치엘리트들부터 퇴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류 정치권력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에 어떤 효과적인 모습이라도 보여준 세력이 있는가. 오히려 각성한 시민들이 앞서 행동하고 요구하고 있다. 기후 국회와 정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보다 강제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촛불항쟁 이후에 직업적인 정치인들에게 시민여론에 의한 정치적 퇴출의 압박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시론] 악성 민원과 정보공개청구

지난 2일 정부는 ‘악성 민원 방지와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해 공무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할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진 상황에서 민원 공무원을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악성 민원 방지와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의 주요 내용은 악성 민원 사전 예방과 조기 차단, 악성 민원 대응과 피해 공무원 보호, 민원 처리 여건 개선과 서비스 품질 제고, 민원 공무원 사기 진작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악성 민원의 개념을 정립해 어떤 행위들이 악성 민원에 해당하는지 유형화하고, 유형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또 종결 가능한 민원의 대상을 확대하고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악성 민원 발생 시 기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피해 공무원에게 충분한 피해 회복 시간을 부여하는 등 여러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특히 정보공개청구의 경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로 인한 업무 부담 증가 등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고(제5조), 공공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함이 원칙이다(제3조).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적 의의가 있다. 만약 오직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키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악용한다면 이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 현행 정보공개법 제11조의 2는 정보 공개를 청구해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한 결정 통지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정보의 공개를 다시 청구하는 경우 등 반복된 청구에 대해서는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이 규정만으로는 이른바 악성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차단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이번 악성 민원 방지와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에서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민의 권리 보장과 행정에 대한 적법성 통제 기능 차원에서 정보공개청구의 순기능과 제도적 의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행 정보공개법 체제하에서도 공공기관은 자신이 보유·관리하는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해 공개하지 않고 국민이 이를 다퉈 결국 공개함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받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폭언, 폭행 등과 같은 명약관화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정보공개청구와 같은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어느 정도까지를 악성 민원으로 볼지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취지와 기능, 해당 청구로 인한 부작용 등을 비교 형량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기후정치는 가능한가

새로운 국회가 출범한다. 구도는 4년 전과 비슷하다. ‘촛불’의 열망이 민주당의 정치적 과점으로 투영됐던 상황을 단순한 승리로 오판한 ‘국회의원들’과 국정농단의 원흉이라는 심판대에서 다시 생존과 재기를 노려야 하는 구 정치세력의 싸움에서, 정치적 오판의 안일함과 생존의 절박함 사이에서 양날의 검으로 쓰인 소수의 정치 검사들이 국가 경영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 욕망과 실제 실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결과다. 이런 유형의 얽힘이 역사적으로 반복될 소지는 있지만 시민들의 정치적 학습과 판단력과 결행 능력도 동시에 향상돼 민주주의 동학은 느리게나마 시민 주도로 바뀌고 있다. 밀도가 높은 에너지원을 계속 쏟아부어야 유지가 가능한 대량소비 산업생산 체제라는 지구적 공통의 기반 위에서 자원과 정치경제, 외교, 군사적 역학관계에서 생존 우위와 세계적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관성적인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특정 국가 대 국가 간 벌어진 일로만 명명하기에는 곤란한 두 개의 ‘세계전쟁’이 이 같은 힘의 구도를 뒷받침하면서 민주주의는 각 국가 차원에서나 국제관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얹힌 ‘기후 위기’라는 난제는 관성적인 경쟁 구도 재편이 반복해 가능하게 했던 저렴한 화석연료와 자원 식민지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지구적 무게로 인해 아예 새로운 문명의 창조를 강제하는 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지구적 무게 앞에서 아무리 인간이 위대한 지배종일지라도 몸과 자연을 통한 물질대사 활동을 산업혁명 이전으로 되돌릴 힘은 없다. 우리가 태워 사용하고 버린 화석연료는 지질 활동의 차원에서만 생성이 가능한 고밀도의 개념이고 에너지다. 그 시간만으로도 인류가 이룩한 역사와 문명에 영원의 시간이다. 그래서 태양,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인간의 시간’ 또는 ‘현재의 시간’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이 시간을 만들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측정하고 깨달을 수 있는 생명체인 건 분명하다. 그래서 어떤 특정 방향으로 행위를 줄이고 전환할 수는 있다. 우리가 정치를 이야기하고 그 실력을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후 정치를 겨루는 장 위에서 누군가는 생존으로 포장한 관성적 지배만을 주장하는 퇴행적 세력이 있을 것이고, 중간 위치에서 심판 행세나 하려는 자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을 멈추거나 지속하고 또 필요한 새로운 행위를 만들고 실천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역사의 시각에서 퇴행마저 밑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나마 관성적 주도권 싸움이라도 선명하게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기후 정치라는 새로운 토양을 일구면서 빠르게 성장을 멈춰야 할 것들과 지속해서 성장해야 할 것들, 좋은 삶을 위해 튼튼히 해야 할 사회 기반과 인간이 사회와 생명체로서 착근하고 있는 자연생태에 대한 인식과 태도로 함께 겨뤄보기를 희망한다.

[경기시론]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

한국의 지방자치제가 재실시된 지 30여년이 지났다. 민법 제4조에서는 19세면 성년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년은 미성년자와 달리 독립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 그렇다면 30여년의 지방자치제 재실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지방정부는 자율적으로 행정행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 그리고 지방의회와 지역주민은 지방정부의 자율적 행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가졌는지가 궁금해진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자치권을 보유하고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치권에는 자치입법권, 자치사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이 있다. 자치입법권은 지방정부가 필요한 법령을 스스로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고 자치사법권은 자치법원을 보유하면서 사법적 권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치행정권은 지방정부가 사무, 조직, 인사 등의 권한을 어느 정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고 자치재정권은 수입과 지출의 관리, 예산의 편성·집행·관리를 위한 자율적 권한을 의미한다. 지방정부의 책임성은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행정행위에 대해 누가 책임을 묻는지를 기준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의회, 지역주민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의 지방정부는 자치입법권, 자치사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과 같은 자치권의 수준이 높지 않으며 재정 책임성을 확보하는 장치 역시 지방의회나 지역주민이 아닌 중앙정부에 편중돼 있다. 즉, 한국의 지방정부는 충분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은 지방의회나 지역주민이 아닌 중앙정부가 묻고 있다. 이러한 여건이라면 지방정부는 지방의회와 지역의 주민이 아닌 중앙정부를 바라보고 일할 수밖에 없게 돼 지방자치제를 재실시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지방자치제의 재실시 목적에 부합하려면 자치권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사무의 지방정부 이양, 지방정부의 기구 수와 공무원 수의 결정 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전환, 국세의 지방세 이양, 신세원 발굴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지방정부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만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처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지방의회와 지역주민이 지방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방의회와 지역의 주민이 지방정부에 책임을 물으려면 다른 지방정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하므로 중앙정부가 관련 정보를 생산해 지방의회와 지역주민에게 배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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