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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진천 농다리와 행정 역할

이강석 전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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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 부시장

충북 진천군 문백면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농다리를 처음 방문했다. 진천농다리는 1천년 전인 고려시대에 임씨 성의 장군이 축조했다고 하는데 아마 장군 혼자서 축조한 것은 아닐 것이고 군사와 백성이 함께 만들고 군사작전은 물론 농사와 백성들의 소통에 소중한 인프라로 활용했을 것이다.

 

이후 조선시대를 거쳐 근세에 이르기까지 백성들은 농다리를 이용해 농산물을 나르고 보부상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거리를 돌아가지 않고 편안하게 인근 마을로 이동했을 것이다. 근세에는 흰옷을 입은 국민들이 개헌 국민투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을 직접 뽑기 위해 농다리를 지나갔을 것이다.

 

설명을 보면 농다리는 작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린 후 지네 모양을 본떠 길게 늘여 만들어 졌으며 별자리 28수에 따라 총 28칸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전체 폭은 넓은데 28칸은 중앙에 조금 큰 돌판으로 길을 연결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중앙에 연결된 돌판으로 걸어서 오간다. 멀리서 바라보면 구둣발, 운동화, 조선시대 짚신의 발자취와 사람들의 흔적이 검은색 돌의 표면을 갈아서 조금 밝은 색으로 보이는 것이며 그 선을 따라가면 거대한 지네, 뱀이 지나가는 듯한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1천년 후의 후손들은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했다. 정자를 세우고 나무 덱(deck)으로 길을 내고 성황당 고갯길에 용을 세웠다. 여의주를 만져보라 한다. 여의주가 나그네에게 행운을 줄 것이란다. 깔끔하고 세련된 조형물이 풍성한 나무와 풀, 산자락과 어우러진다. 인공을 가미했지만 자연스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니 나그네의 기분이 좋다.

 

농다리 상류 10m 지점에는 군청 공무원이 설치한 듯 보이는 부교가 있다. 긴 다리를 관광하는 인원이 많을 경우 부교를 이용해 오가도록 배려한 시설이겠다. 좁은 다리를 건너기 불편한 분들이 부교를 이용하면 좋겠다. 다만 장마철에 물살이 거세지면 이 부교를 밀고 내려온 강물이 농다리를 흔들까 봐 걱정된다.

 

농다리 주차장을 출발해 7시30분께 식당 앞에 주차하려는데 착한 얼굴의 주인장이 창문으로 인사를 한다. “재료가 소진돼 식사가 안 됩니다.” 이제 고작 오후 7시30분인데 마감이란다. 얼마나 손님이 많으면 이럴까.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손님이 많은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지만 이 식당의 손님 대부분이 농다리 관광객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1천년 전 장군과 군사와 백성들이 건립한 농다리가 있고 그 주변을 진천군수와 공무원들이 깔끔하게 정비한 덕분에 손님이 늘어난 것이리라. 다음 번에 도착한 상가 건물의 손님 많은 해장국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또 다른 부부 손님이 들었다. 부부의 대화를 들어보니 농다리 관광객이다. 여기까지도 농다리의 관광 효과는 지속된다.

 

비전문가가 봐도 이 지역 식당들이 성업하는 힘은 자신들의 맛집 노하우도 있겠지만 농다리와 주변을 개발한 진천군 당국의 재정적 투자 효과로 보인다. 그래서 주장한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량을 ‘농다리 사례’에 집중하자. 행정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바로 진천군의 ‘농다리 행정’에 있음을 공감하자. 더불어 진천 농다리 주변 4㎞ 이내 잘되는 식당 사장님께 한마디 전한다. “매년 한 번 진천군수님과 진천군 공무원들에게 감사장을 전하라. 진천군 선진행정의 홍보대사를 자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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