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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김동연 ‘25만원 견해’에 동의한다

고맙게도 칼럼을 읽어주는 구독자다. 그제 술자리에서 이런 지적을 들었다. “진보 진영 비판이 많은 것 같다.” 이념에 관심 없던 검찰 출신 ‘A’다. 모처럼 지적에 성의껏 대답했다. “절대로 진보의 가치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다만 오래된 원칙을 가지고 있다. 퍼주기 복지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거다. 이런 형태의 복지가 주로 민주당 쪽에서 많이 나온다.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주장도 써라.” 퍼주기 복지와의 전쟁. 세상 몰라주는 나만의 역사였다. 그 시작의 시기와 동기가 명확하다. 2009년이었고, 무상급식이었다. 한국 보편적 복지의 효시다. 복지 패러다임을 일순간 바꿨다. 바로 그때부터 나는 반대를 썼다. 무책임한 퍼주기라고 지적했다. 복지 망국의 경쟁을 부를 거라고 비판했다. 말처럼 퍼주기 복지로 옮아갔다. 성남시 청년 배당이 등장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어 경기도 행정과 대선판에는 기본소득이 등장했다. 표심(票心)이 그쪽으로 갔다. 반대토론의 공간은 갈수록 좁아졌다. 무상복지 반대는 부도덕한 게 됐다. ‘그러면 아이들을 굶기자는 것이냐.’ 좀 더 지나자 금기어가 됐다. ‘감히 무상복지를 반대하나.’ 요즘에는 불경죄에 가까워졌다. ‘계속 토를 달면 손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십수년이다. 예산 구멍이 현실로 왔다. 경기도에는 기본소득 빚잔치다. 지역개발기금에서 3조원을 끌어다 썼다. 올해부터 2천억~4천억원씩 상환이 시작됐다. ‘잘 사는 경기도’도 옛말이다. 누적 지방채 추이가 심상찮다. 2022년 3조3천862억원으로 3조원을 넘었다. 2023년에는 4조5천676억원으로 또 늘었다. 당해 연도 발행액을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1년 이후 계속해서 1조원을 넘는다. 당연히 도민 1인당 채무액도 늘었다. 2020년 13만2천원에서 2023년 33만원까지 늘었다. 예산 대비 지방채 비율, 도민 평균 채무액이 잘 관리되던 경기도였다. 이런 기조가 위험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도정 살림의 책임자다. 그가 엊그제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국민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주는 것이 맞다... 2020년 재난지원금도 소비와 연결성이 높지 않았다... 13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얘기다. 이재명 대표의 공약에 대한 반대 견해다. 경기지사 이전에 경제부총리였다.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위치였다. 그런 그가 본 ‘25만원’이다. 논평할 자격 충분하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새로운 기준이 아니다. 그의 도정에 이미 녹아 있다. 가난한 예술인, 못 버는 농업인.... 이들에 주는 김동연표 기회소득이다. 모든 예술인, 모든 농업인에게 주는 기본소득 조건과 다르다. 이런 기조로 해석하면 된다. 정치적 목적이 왜 없겠나. 그렇더라도 논리적 확신이 없다면 못 꺼냈을 거다. 그래서 그 논리만 떼어내 평해 볼까 한다. 이날 김동연 견해에 동의한다. 딱히 빼거나, 더할 부분도 없다. 아마 2010년 망년회였을 거다. 김상곤 교육감 측근과 나란히 앉았다. 그가 나의 무상급식 비판 논조를 희롱했다. “위험한 길을 왜 혼자 가려고 하세요?” 인정하기 싫지만 그 말은 맞았다. 그 이후 한국은 무상복지로 갔다. 모든 선거에서 퍼주기 복지가 승리를 담보했다. 언제부턴가 진보·보수의 구별도 없어졌다. 한쪽이 ‘30조’ 지르면 다른 쪽이 ‘50조’ 질렀다. ‘재원이 있느냐’는 지적은 가장 철없고 듣는 이 없는 객소리로 취급됐다. 그걸 알면서도 미련 못 버리고 쓴다. 이번에는 김동연 견해를 소재 삼는다. 경제부총리를 했던 전직 관료. 경기도 예산을 꾸리는 현직 지사. 이런 김 지사가 당연히 낼 법한 견해다. ‘13조원을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여기에 올라타서 쓴 답변을 독자 A에게 붙인다.

[김종구 칼럼] ‘경기지사 김문수’ 때 열정과 몰입이면

그가 스스로 말했다. “제가 689대 관찰사다. 조선시대부터 최장수다.” 불출마 이유를 돌려 말한 것이다. 말처럼 그는 최장수 경기지사였다. 2006·2010년 두 번 모두 당선됐다. 그전에는 부천 국회의원을 했다. 15·16·17대 총선에도 모두 이겼다. ‘경기도 정치인 김문수’의 성적표다. 경기도민은 어떤 선거든 그를 지지했다. 이제 그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됐다. 경기도민의 추억이 그래서 다른 곳과 다르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성명이 있었다. “김 후보자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노동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노동계의 현안에 대해 지원하는 등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 한노총이다. 경사노위위원장 때 세게 충돌했다. 노총위원장의 이런 지침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가면) 만나주지 마라.’ 그 한노총의 경기지역본부가 특별한 추억을 꺼낸 것이다. ‘소통 잘하던 도지사’. 그래봤자 결론은 부정적이다. ‘광장 정치인 김문수’를 말한다. 태극기 집회 등에서의 ‘강성 김문수’다. 반노동적 발언이 여럿 있다. ‘불법파업엔 손배 폭탄이 특효약’,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굳이 행간의 의미를 논할 것도 없다. 장관의 품격으로 안 맞는 말이다. 노동장관엔 더욱 안 맞는다. ‘소통 잘하던 도지사’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소통하는 장관’이 된다. 그가 했던 2010년의 이 말도 있다. “무상급식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표 무상복지였다. 경기도에 600억원 청구서를 내밀었다. 여론은 찬성으로 쏠렸다. 이때 던진 ‘사회주의’ 발언이다. 진보 진영으로부터 맹폭을 당했다. 그 발언에 김 교육감이 말했다. “김 지사는 한번 시작하면 그 끝까지 간다. 학생운동 때도 그랬다”. 둘은 서울대 운동권 선후배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유일한 이념 언급이었다. 도정 8년에서 더 이상 이념 발언은 없었다. 이념 잊고 뛴 만큼 성과도 많았다. 지금의 GTX, 그때 처음 시작됐다. 역대 최대 삼성전자 고덕산단 100조원 투자, 그때 이뤄졌다. 광역단체 최초의 수출 1천억달러 달성, 그때 기록이다. 전국의 48%인 경기도 일자리 87만9천개 창출, 그때 성적이다. 행정에만 몰두했던 때다. 이념·일본 버리고 장관직에만 몰두해야 한다. 장관 청문회 직후 ‘톡’이 왔다. 홍승표 전 용인부시장이다. -퇴임 인사차 지사공관에 들렀다. “홍 부시장은 퇴임하면 연금 받지요?” “네”, “저는 선출직이라서 전직 국회의원 연금 120만원 빼곤 별다른 수입원이 없습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지사 퇴임 후, 생활 걱정을 하는구나?’ 아니었다. “그동안 꽃동네나 나자로마을 등에 수백만 원을 기부해 왔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청문회에서 딸 얘기가 나왔다. “내 딸은 도지사공관에 살지도 않았다.” 그 딸 혼인이 지사 때 있었다. 누구에게도 안 알려 아무도 몰랐다. 도지사 8년의 사생활이 그랬다. 골프도 안 하고 술도 안 마셨다. 실없는 농담은 하지도 않았고 듣지도 않았다. 그런 그를 출입기자들은 재미없어 했다. 여기에 임기 내내 들어야 했던 도정 구호가 있다. ‘청렴하면 살고 부패하면 죽는다(淸廉永生, 腐敗卽死)’. 아마 부패로 장관직을 망칠 것 같진 않다. ‘잘했던 도지사야...’, ‘인간미는 없었지...’. 추억의 방향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견 없는 평가는 있다. ‘깨끗했고, 부지런했고, 일만 했던 도지사다’. 그렇게 추억하는 경기도민들이 요즘 걱정이다. ‘망신 당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이념 전투력 접고 일만 해야 할 텐데...그러면 장관도 잘 할 사람인데....’

[김종구 칼럼] 정답 없는 건국절‚ 노동 청문도 덮다

경기도 언론에 사진과 기사로 남아 있다. 2007년 2월12일 경기도청 농협출장소. 김문수 도지사가 계약을 하고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 주식 30주다. 범도민 하이닉스 주식 갖기 운동이다. 하이닉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도민의 뜻을 보여주자’며 시작됐다. 그 주식이 17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노동부 장관 후보 재산 목록에서다. ‘SK하이닉스 보통주(583만원)’. 주가가 4배쯤 올랐다. 팔면 돈 될텐데.... 왜 그런지 쭉 갖고 있다. 장관 후보자들이 주는 실망이 있다. 과다 주식 보유, 상상 초월 수익이다. 대법관 후보, 헌법재판관 후보가 그랬다. 하차한 후보도 있고, 임명된 후보도 있다. 위장 전입은 귀에 딱지가 앉았다. ‘자식 둔 부모 마음’에 호소하기도 한다. 십중팔구는 대충 넘어간다. 병역 면제 특혜, 영농직불금 편취, 법인카드 횡령 등도 있다. 잘못이지만 역시 어물쩍 넘어간다. 김문수 후보에는 이런 게 없다. 그런데도 파문은 역대급이다. 말(言)이 문제다.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다.’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노동부 장관 후보라서 더 잘못이다. ‘세월호처럼 죽음의 굿판을 벌이는 자들....’ 입에 담지 못할 말이다. 장관이 국민에게 아픔 주면 안 된다. ‘뻘건 윤석열이다.’ 지금 그로부터 장관 지명을 받았다. 국무위원석에 같이 앉기에 민망할 것 같다. 한데 묶어 사과했다. ‘집회를 하다 보면 격한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정치인에게 집회 언어가 따로 있나. 조건 없이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동의하기 어려운 비난이 있다. 김 후보자의 ‘대일(對日) 역사관’ 논쟁이다. 건국절 부정에 야당이 맹공을 가했다.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다’, ‘반국가적·반역사적 발언이다’.... 일제 치하 국적 논란도 비난을 샀다. ‘일제 시대 때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고 했다. 야당이 ‘일본 지배의 불법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급기야 야당이 청문회를 중단시켰다.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일어났다. 초유의 청문회 중단 사태다. 건국절은 논쟁 중인 화두다. 여당 권성동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과거 민주당 지도자들도 1948년 건국을 인정했다...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 50년사’라고 했고...2007년 노무현 대통령도 ‘62년 전 해방됐고 3년 뒤 나라를 건설했다’고 했다....” 틀린 거 없다. 건국절은 문재인 대통령 때 제시된 화두다. 그렇다고 앞선 두 대통령이 틀렸다고 안 한다. 문 대통령의 선점 화두는 맞지만 이견 없이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보훈부 장관의 답변이 그래서 확 온다. “너무나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우리는 헌법·법을 따른다...법을 만드시는 의원님들이 정리해줘야 한다.” 이게 정답이다. 법으로 확정된 건 없다. 헌법 속 선언은 ‘임시정부 정통성’이다. 곧바로 ‘건국절’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미완료 화두로 장관 자격을 추궁하려고 한다. ‘1919 건국’이라면 자격이 있고, ‘1945 건국’이라면 자격이 없다고 한다. 동의받기 어렵다. 그 옛날 무즙 파동이 있었다. 1965년 중학교 입시 문제다. 엿기름을 대신할 재료를 물었다. 요구된 답은 ‘①디아스타제’다. ‘②무즙’을 택한 학생의 엄마들이 들고일어났다. 교육청에 몰려가 무로 엿을 만들어 보였다. 재판으로 갔고 ②도 인정받았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그만큼 무겁다. 논란의 여지 없는 명제로 출제해야 한다. 공직자에게 ‘①1919 건국 ②1948 건국’를 물으면. 문제부터 명제가 아니다. 당연히 답도 없다.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거 해 달라는 거다. 법을 만들어 정리 좀 해 달라는 거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맨날 학술대회만 한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 청문회도 그러다가 끝나버렸다.

[김종구 칼럼] 극일 이룩한 국민‚ 반일 멈춰선 정치

1848년 공산당선언이 출현했다. 이념 분쟁의 서막이었다. 구호로 시작해 구호로 끝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1917년 이 선언이 국가로 탄생했다. 러시아 10월 혁명이었다. 이 천지개벽의 무기도 구호다. ‘농민에게 땅을!’, ‘군인에게 종전(終戰)을!’. 구호가 행동을 불러낸 시대였다. 노동력이 착취당하던 19세기였다. 노동자를 향한 구호가 주효했다. 농민 빈곤과 전쟁 피로의 러시아였다. 볼셰비키 구호가 먹혀들었다. 우리 좌파 역사에도 구호가 있다. 항일·반일. 그도 그럴 게, 일제 잔재가 여전했다. 친일과 항일이 혼재해 있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구호였다. 죽창가 선창하면 우르르 따랐다. 때로는 우파가 태클을 걸어봤다. ‘지금이 어느 땐데 친일 논쟁이냐.’ 하지만 본전도 못 찾고 물러났다. ‘항일 아니면 친일이냐’는 반격에 할 말을 잃었다. 좌파에는 백전백승, 우파에는 백전백패. 이유는 간단하다. ‘항일’, ‘반일’은 애초부터 좌파가 설계한 구호다. 올 광복절도 그랬다. 유난스러웠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이 있었다. 쪼개진 기념식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 기념사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 논란이 있었다.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된다. 지지율 30% 언저리의 대통령이다. 여기서도 대책 없이 밀렸다. 친일파 관장이란 구호. 무능한 정부란 구호. 친일 기념사란 구호. 숭일(崇日) 대통령실이란 구호로 밀려났다.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한데.... 논쟁할 가치는 별로 없다. 딱 하나의 구호가 남는다. 광복절 기념사 중 한 부분이다.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수치가 아니다. 7월 말에 이미 나왔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3만6천194달러다. 일본보다 401달러 많다. 가구당 순자산(2022년)도 한국이 일본보다 3천500달러 많다. 광복절에서는 처음 듣는 구호다. 광복절 기념사의 공식이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배 규탄하고, 철저한 자기반성 요구하고, 실질적 보상 촉구하고, ‘그래야 희망찬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맺는다. 우리가 똑같으니 일본 반응도 똑같다. 한국 내부 정치용이라며 빈정대고, 야스쿠니신사 몰려가며 약 올리고, ‘보상은 끝났다’며 무시한다. 이 익숙한 공식과는 낯선 구호였다. ‘국민소득 이겼다’고 선언했다. ‘수출도 이긴다’고 장담했다. 공개적으로 밝힌 극일(克日) 구호다. 앞선 대통령 12명은 항일을 말했다. 13번째 대통령에서 나온 극일이다. 어찌 윤석열 정부만의 공인가. 13명 대통령이 완성한 역사다. 군인 대통령과 민간 대통령의 공이고, 영남 대통령과 호남 대통령의 공이고, 우파 대통령과 좌파 대통령의 공이다. 윤 대통령 밉다고 이것도 흠집 잡는다. 통계 기준이 어떻고, 엔저 현상이 어떻고.... 배 아픈 일본이 파고들 흠집이다. 이걸 왜 우리 정치가 대변해주나. 이거야말로 친일이고 숭일이다. 덧없는 게 정치 구호다. 후쿠시마 구호도 1년 됐다. 세슘 우럭은 없다. 방사능 중독도 없다. 일본 방어 2배, 일본 홍어 3배 늘었다. 항일·반일 구호가 대개 이렇다. 확 떠들다가 훅 사라진다. 떠든 좌파는 무책임하고 못 막은 우파는 무능하다. 2024년 광복절의 구호-먹고사는 문제에서 일본 이겼다-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정치가 만든 구호가 아니니까. K-반도체 연구자들, K-자동차 연구자들이 반백년 동안 만든 위대한 결과니까. 그들의 구호가 기업사(史)에 남아 있다. ‘반드시 일본을 이긴다!’, ‘타도 소니(SONY)!’, ‘타도 도요타(TOYOTA)!’. 이 피눈물이 만든 극일 광복절이었다. ‘1919·1945 건국’에 박제된 정치 광복절은 없는 게 좋았다.

[김종구 칼럼] 25만원과 사회주의

레몽 아롱(Raymond Aron·佛)은 자유주의자다. 중도 우파로 공산주의·사회주의와 싸웠다. 대한민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6·25에 종군기자로 참전했다. 유럽 사회에 남침설을 정설로 세운 것도 그다. 청년들에게 국민연금 재앙이 온다. 청년들도 완벽하게 눈치챘다. 2030의 75.6%가 ‘안 믿는다’고 했다. 연금 속 노후는 저들의 노후가 아니다. 앞세대 먹여 살릴 태생적 짐이다. 세대 간 연대에 동의하지 않는다. 뒷세대가 앞 세대를 부양한다니. 앞세대의 뒷세대 착취로 보고 있다. 누리고 뽑아 먹고 간 세대다. 소득 대비 9% 보험료율이 26년째다. 단 1%포인트도 올리지 않고 뽑아만 먹었다. 그 구멍을 청년들에 넘겼다. 잔혹한 연금 시간표는 이미 나와 있다. 약탈 수준의 보험료율이 계산돼 있다. 2061년에 35.6%에 간다. 100만원 월급이면 35만6천원을 뗀다. 2078년이면 43.2%까지 간다. 100만원 월급에서 43만2천원 뗀다. ‘64년생 용띠’에도 10대는 있었다. ‘서기 2024년’이 까마득해 보였다. 하지만 그 60세가 순식간에 왔다. ‘2000년생 용띠’도 벌써 20대다. ‘서기 2060년’이 까마득해 보인다. 하지만 이 60세도 금방 온다. 미래세대라고 돌릴 것도 없다. 이미 사회의 어엿한 주체다. 공적 부담의 고통을 겪고 있다. 취업 1년차 ‘95년 돼지띠 청년’이다. 1년 넘게 월급 명세서를 받고 있다. 받을 때마다 허망함에 빠진다. 지급 총액 400만원이다. 입금된 돈 315만원이다. 공제된 돈이 85만원이다. 국고로 직행하는 소득세가 30만원이다. 국민건강보험료 15만여원, 국민연금 20만여원.... 월급의 20%가 넘는다. 떡값 달엔 30%도 넘는다. 그가 말한다. ‘이건 사회주의야.’ 틀린 소리 아니다. 공적 영역 100%는 공산주의다. 그 아래 넓은 영역이 사회주의다. 사회 초년생 월급인데 20~30%를 떼고, 그중 60%가 국가세금이고, 나머지도 사회보장성 공제다. 넉넉히 사회주의다. 국가 부채가 계속 는다. 2023년에 총부채 6천조원을 넘었다. 지금도 늘고 있다. 표 떨어질까 봐 부채로 쌓아뒀다. 곧 공포의 연금 시대까지 겹친다. 월급 절반을 떼 가는 세상이 온다. 정치가 초대한 사회주의다. 2010년 무상 복지가 그 신호탄이었다. 보편적 복지의 탈을 쓴 정치 구호였다. 명백한 사회주의적 발상이었다. 이후 수많은 공약이 행정을 접수했다. 현금성 복지의 퍼주기가 급증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과정에 국민 뜻이 있다. 선거마다 유권자가 선택했다. 2010년 이후 ‘퍼주기 공약’은 패배한 적이 없다. 이제 좌우 없이 쏟아 내고 있다. 그 15년 사이 사회주의가 도둑처럼 스며들었다. 이제 ‘전 국민 25만원’이다. 민주당이 총선에 던진 공약이다. 역시 압승으로 유권자가 동의했다고 본다. 민주당이 1호 당론으로 정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이라고 명명했다. 들어갈 돈만 대략 13조원이다. 비슷한 이름의 지원 선례는 있다. 2020년 재난지원금, 2021년 상생지원금.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세계 공통의 근거가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회복이다. 이건 다르다. 비상도 아닌데 현금 뿌리겠다는 것이다. ‘부자감세’가 명분으로 등장했다. ‘초부자 감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생명력 질긴 마르크스 지침이다. -부자(富者)는 타도해야 할 계급, 부(富)는 몰수해야 할 생산수단-. ‘25만원’을 그렇게 풀어간다. 여론은 이번에도 환영한다. ‘25만원 언제 나오느냐’며 고대한다. 또 하나의 청년 빚더미다. ‘2015년생 양띠’는 연금만 35% 내야 한다. 이들 월급에서 60%를 뺏는 건 계산서에 나와 있다. 완벽한 사회주의 세상이다. 이 정치인들은 이걸 아나 모르나. 레몽 아롱이 답한다. ‘모순 투성이인 사회주의 본질을 모른다면 머리가 나쁜 것이고, 알고도 추종한다면 거짓말쟁이다.’ 40년 전 그의 정의가 2024년 대한민국에 답을 주고 있다.

[김종구 칼럼] 즐거운 올림픽 시상식, 이것도 한류다

‘간장 장수 아들의 승리.’ 언론은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었다. 가난하고 고된 아버지의 직업이다. 아들이 그 힘들다는 유도선수다. 한때 간염으로 선수 생활 위기도 겪었다. 이겨내고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애국가가 울렸고 태극기가 올랐다. 한국 최초의 올림픽 유도 금메달. 1984년 LA 올림픽의 영웅 안병근(62)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겐 ‘간장 장수 아들’로 더 기억된다. 그 아버지가 했다는 말이다. “꽁보리밥이라도 밥을 먹어라. 라면만 먹으면 힘을 못 쓴다.” 눈물 금메달이 많았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고(故) 김원기(62). 애국가 부르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레슬링 자유형 유인탁(66). 목발에 의지해 눈물을 쏟았다. 그 시절 금메달은 대개 이랬다. 전후 베이비붐세대 선수들이다. 전쟁을 치른 세대가 부모들이다. 못 먹고, 못 입었다. 선수들은 그저 악으로 버텨야 했다. 불암산 지옥 훈련이 그때부터다. 태릉선수촌 앞 509.7m 산을 토하며 올랐다. 그 시절 금메달은 곧 가족의 생계였다. 어찌 눈물로 범벅되지 않겠나. 찜찜한 구석도 있었다. ‘계몽적’ 정치 환경이다. 독재를 덮어 줄 여론이 필요했다. 눈물의 시상식은 더없는 도구였다. 세상을 탓하지 않는 순종적 철학, 전체에 개인을 묻는 맹목적 국가관.... 무던한 운동 선수가 딱이었다. ‘각하의 축하 전화’도 빠지지 않았다. 언론의 주작(做作)도 한몫했다. ‘배가 고파 라면을 불려 먹었다’(안병근). ‘라면만 먹고 뛰었다’(임춘애). 훗날 당사자들이 오보라고 밝혔다. 그래도 역사다. 특히 나 같은 ‘꼰대’에겐 그렇다. 모든게 옛말이 됐다. 울지 않는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다. 혼합 복식 탁구 시상식이 개최됐다. 한국의 두 팀이 공동 3위에 올랐다.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 옷을 여며줬다. 중국 관중들이 환호했다. 이어 볼 하트 인사가 이어졌다. 더 큰 환호가 나왔다. 선수들은 몇 번을 더 재연했다. 이 영상이 각국에서 편집됐다. 금·은메달 중국 선수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중국 누리꾼들의 이런 댓글이 많았다. ‘우리(중국) 선수들은 왜 한국 선수처럼 즐기지 못하나.’ 지금 2024년 파리 올림픽도 그렇게 가고 있다. 넘어진 상대를 손 잡아 준 오상욱(펜싱). 시상식은 즐겁고 당당했다. 10회 연속 우승의 역사를 쓴 여궁사 삼총사(양궁). 시상식은 즐겁고 아름다웠다. 9.6점에 가슴 졸이게 했던 16세 소녀(사격). 시상식은 즐겁고 상큼했다. LA에서 파리까지 40년이다. 금메달이 바뀐 건 없다. 달라졌다면 메달을 받는 우리 선수들이다. 더는 애국가에 눈물 섞지 않는다. 가정의 역경을 짜내지 않는다. 스스로 즐기고 모두를 즐겁게 한다. 일본이 올림픽 딴지를 걸었다. 극우 인사의 자국 내 칼럼이다. ‘파리 올림픽은 침한(침몰하는 한국)의 상징’이라며 빈정댄다. 빌미를 준 건 있다. 한국 구기 종목이 한꺼번에 추락했다. 축구·야구·농구·배구가 전부 못 나갔다. 팬이 많은 종목이다. 많은 이들이 불편하다. 해당 협회 잘못이 크다. 엘리트 체육 정책도 문제다. 협회와 국가가 크게 각성할 일이다. 하지만 이걸로 일본이 오만 떨 일은 아니다. ‘즐기는 한국 스포츠’를 ‘사생 결단 일본 스포츠’가 이해하겠는가. ‘항저우 행복 시상대’의 주인공 신유빈. 귀국 후 찾은 곳이 있다. 수원의 한 노인복지관. “수원시에 늘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메달 보상금을 후원금으로 내놨다. 2천만원이다. 즐거운 시상식에 이어진 훈훈한 미담이다. 즐길 줄 알고 나눌 줄 아는 MZ세대다. 지금 그들이 파리를 적신다. 즐겁고 행복한 시상식을 만든다. 세계인이 젖어 든다. 음악·영화 한류, 음식 한류.... 이제 시상식 한류를 상상해볼 차례다.

[김종구 칼럼] 양승태 무죄 보고도 김명수 구속하려나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소환될 것 같다. 검찰 출두 통보가 갔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가 수사한다. 3년5개월 접수된 고발사건이다. 실제 조사는 다음 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9월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2023년 임기 6년을 마쳤다. 퇴임 1년여 만에 피의자 신분이 됐다. 대법원장 출신으로 두 번째다. 처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 김 전 대법원장의 전임자다. 두 대법원장이 차례대로 피의자 신세다. 김 전 대법원장을 고발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직권 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다.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 관련이다. 2020년 민주당이 임 부장 탄핵을 추진했다. 그러자 임 부장이 탄핵에 앞서 사표를 냈다. 김 당시 대법원장이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정당한 이유 없는 수리 거부였다. 사건의 본질은 거짓말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탄핵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 부장이 녹음기를 틀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사법적 판단을 떠나 민망한 일이다. 대법원장의 거짓말이다. 법 수호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건 그런데, 이게 대법원장을 잡아넣을 일인가. 보복의 역사가 어른거린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8년 구속됐다. 그 수사에 김 전 대법원장의 역할이 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법원이 자체 조사를 진행됐다. 세 차례 조사했는데 결론은 같았다. ‘형사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을 키웠다. 2018년 9월의 한마디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곧바로 검찰이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김명수 법원’이 자료 일체를 검찰에 내줬다. 법원행정처 컴퓨터, 내부 인사 자료, 각종 보고서.... 훗날 양승태 구속 영장에 요긴히 쓰인다. 2021년 국민의힘이 김 전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망신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거짓말 논란이다. 보복의 그림자다. 나는 2018년 11월 이렇게 썼다. -판사 블랙리스트는 재판 거래가 됐다. 범죄를 구성하기 위해 요건이 세워졌다. 재판 거래의 객체가 상고법원이란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이었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고 한다. 이게 죄가 되는가. 상고법원은 사건 적체를 해결하는 제도의 영역이다. 그걸 범죄 거래의 객체로 본다는 게 말이 되나-. 칼럼의 제목은 ‘양승태 상고법원 과욕은 감옥 갈 일 아니다’였다. 구속은 정해져 있었다. 문재인 검찰이 47개의 혐의로 엮었다. 김명수 법원이 그 영장을 받아들였다. 이후 지난한 재판이 이어졌다. 290번의 재판이 있었다. 5년 만인 올 1월 선고가 났다. 무죄다. 두 상급심이 남아 있긴 하다. 그래도 무죄 내용이 일방적이다. 어떻게 47개 혐의가 몽땅 무죄가 되나. 이 정도면 무리한 기소로 봐야한다. 그때 판단에서 뺄 말이 없다. 양승태 구속은 잘못이었다. 2024년 7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죄도 부풀려져 있다. 사법의 명예를 실추시킨 거짓말이긴 하다.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포토라인에 서 망신 당해도 마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구속시키려고 안달하면 안 된다. 법조항 탈탈 털어 혐의 늘리려 들면 안 된다. 녹음기 숨겨 놓고 유도한 대화다. 일방 역시 법원 최고위직 판사 다. 선량한 피해자와 거리가 멀다. 거짓말이 전부라면 구속은 안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구속. 김명수 대법원장 소환. 어느 한 진영은 만세를 부른다. 다른 진영은 보복의 이를 간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대법원장을 노린다. 이 공식에 법원 신뢰만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질 나쁜 잡범들조차 판사 이념을 말한다. ‘좌파 판사’라서 어떻고, ‘우파 판사’라서 어떻고. 걱정이다.

[김종구 칼럼] 현철의 20년 고난, 지금 가수들은 모른다

‘거대와 춤을 처요 증다웁게~.’ 도대체 글로 써서는 알 수 없는 노래다. 음(音)을 들으면 7080 노래다. ‘아이 워즈 메이드 포 댄싱(I was made for dancing)’. 미국의 팝 가수 레이프 개릿이 노래했다. 금발의 머리를 늘어뜨린 미모다. 유니섹스한 청순함으로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우리에겐 ‘책받침 스타’로 유명했다. 그 노래를 ‘현철과 벌떼들’이 저렇게 불렀다. 막걸리 걸친 듯한 목소리. 진한 경상도 사투리억양. 그게 현철의 등장이었다. ‘중고 신인’이라는 말의 시초였을 게다. 1942년 생으로 이미 불혹의 나이였다.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했다. 후배 나훈아(1947년생), 남진(1946년생)에게 밀렸다. 반짝 출연조차도 그에겐 행운이었다. 얼마 뒤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룹의 마지막 곡이 대박을 터뜨렸다. ‘고이요한 내가쓰메 나비츠럼 날라와스어....’ ‘사랑은 나비인가 봐’다. 가요계를 강타했다. 팝이 지배하던 대세를 뒤집었다. 대한민국 제2의 트로트 열풍은 그렇게 시작됐다. 1989년 가요대상을 받았다. 무명 생활 20년 만의 성공이었다. 중년의 현철이 무대에서 펑펑 울었다. 훗날 그가 추억한 무명 시절 얘기를 보자. -징그럽게 가난했었다. 집사람이 나를 대신해 돈을 벌었다. 하나 팔면 3천원 남는 카세트테이프 장사였다. 아들 젖이 안 나와 우유로 근근이 키웠다. 사글세 3천원부터 시작해 열두 번 옮겼다. 구들장이 틀어져 있는 방이었다. 집사람과 연탄가스에 중독됐다가 겨우 살았다.-(2011년 아침마당에서) 그의 음악에는 고집이 있다. 음악이 바뀌어도 창법을 바꾸지 않는다. 누구도 흉내 못 낼 독특한 창법이다. 허스키하면서도 고음이 시원하다. 마이크도 감당 못할 만큼 비음이 강하다. 모든 마디의 시작을 절묘하게 늦춘다. 바이브레이션의 진폭이 누구보다 크다. 당신(1974년), 그대와 춤을(1980년), 사랑은 나비인가봐(1982년), 봉선화 연정(1989년).... ‘가요-번안곡-트로트’로 변화한 그의 노래다. 이 모든 노래를 똑같은 창법으로 소화했다. 그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2007년 한 공연 리허설에서 추락사고를 당했다. 갈비뼈 3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2016년 디스크 수술로 재활치료에 들어갔다. 2020년 뇌경색까지 더해지며 투병에 들어갔다. 2020년 이후에는 그를 본 사람이 없다. 그리고 7월15일, 82세로 사망했다. 참으로 고달팠을 가수 생활이다. 20년의 무명, 십수년의 인기, 다시 십수년의 투병, 그리고 사망이다. 한국 산업화 시대와 닮아도 많이 닮은 일생이다. 얼마 전 가수가 구속됐다. 음주운전 논란이 일었다. 허위 자수 종용 등의 죄목이다. 성악에서 트로트로 전향했다. 경연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회 10억 원이 넘는 공연도 했다. 수입이 정확히 계산도 안 된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그의 짧은 과거에서 감동을 찾긴 어렵다. 학폭과 일탈 등의 분노가 일고 있다. 그가 벼락출세하는 과정은 짧고도 간단하다. 방송사와 기획사가 찍어낸 단막 드라마다. 20년 무명의 눅눅한 역사와는 다르다. 케이팝이 세계를 지배한다. 이 시대에도 사연은 있다. 오늘에 이른 추억을 저마다 말한다. 몸매 관리를 위한 여자 연습생의 고생, ‘치킨을 2년 동안 못 먹었어요’. 오랜 합숙생활에서 오는 고생, ‘군만두 더 먹으려고 싸웠어요’. 그들의 고생을 가볍다 하지 않겠다. 그렇대도 고인이 된 현철의 굶주리던 역사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현철이 그때 방송에서 남긴 투박한 교훈이 있다. “젊은 세대에게 참고 하다 보면 언젠가 이긴다카는 걸...(보여줘서 좋다).”

[김종구 칼럼] K-컬처밸리는 고양시민의 꿈이었다

2019년 12월. ‘주는 자’는 도지사, ‘받는 자’는 고양시장이다. 고양시장이 고마움을 감추지 못한다. “참으로 기쁩니다. 그동안 말로는 많이 균형발전을 얘기해 왔지만 실제 행동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민들도 환영했다.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이 세 기관을 넘겨주는 자리였다. 이재명 지사가 의미를 설명했다. “도가 추구하는 가치인 ‘공정한 세상’의 핵심은 불균형 해소다.” 이 결정의 경제파급력은 어떨까. 당시 기준으로 풀면 이렇다. 경기관광공사 전체, 85명이다. 경기문화재단 일부, 198명 중 75명이다. 경기평생교육진흥원 일부, 101명 중 20명이다. 3개 기관 180명이 가는 거다. 사업 예산은 고양시 몫이 아니다. 31개 시·군에 쪼개진다. 경제 파급 효과라기에도 민망하다. 그런데도 시장과 시민은 좋아했다. 그만큼 경제가 열악한 고양시였다. 100만 시가 이런데 나머지 북부는 어땠겠나. 거기 엄청난 사업이 있었다. 사업비 1조8천억원이다. 사업부지만 32만6천400㎡다. 아레나,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이 들어선다. 전문가가 내놓은 경제 효과가 무려 30조원이다. 찾아올 방문객도 추산해봤다. 연간 250만명이다. 100만 시민의 든든한 먹거리로 충분하다. 시민의 상상 속에선 이미 랜드마크다. 사업 부지 근처는 집값에 반영된 지도 오래다. 2024년 현재 공정 17%, K- 컬처밸리 사업이다. 이게 갑자기 사라졌다. 시민에겐 난데없는 발표다. 1일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밝혔다. “현행 사업시행자 CJ라이브시티와 사업협약을 해제했다.” 지체보상금 감면 문제를 말했다. 그동안 CJ라이브시티는 몇 번 사업계획변경, 완공기한 연장을 했다. 여기서 발생한 지체보상금이 1천억원 정도다. CJ 쪽에서 이걸 감면해 달라고 했다. 검토 결과 불가능하다는 게 경기도 설명이다. 특혜나 배임 문제가 생긴다는 거다. 이제 사업은 어떻게 되는 건가. 도는 ‘K-컬처밸리 TF’를 만든다고 했다. 열흘 만에 대안이란 걸 내놨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 다음 달 산업부에 신청하겠다고 한다. 지정되면 외국 투자 자본과 민간 콘텐츠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얼마나 걸릴까. 경제자유구역 예가 많다. 개발계획 수립, 부처 협의, 정부 공고 확정까지 길다. 재수(再修) 삼수(三修)에 불발도 허다하다. 여기에 외자 유치까지? 민선 8기에 할 수 없다. 사업성은 유지될까. 2일 서울발 보도가 얄궂다. 서울 창동에 아레나 착공 기사다. 2만8천명을 수용하는 공연장이다. 연간 250만명을 끌어 모으겠다고 한다. 고양 K-컬처밸리와 40분 거리다. 선수(先手)를 뺏긴 것 같다. 안 그래도 남서 40분 거리에도 공연장이 섰다. 3월에 문 연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다. 문화 SOC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수요를 선점하는 시간차 경쟁이다. 여기서 고양 아레나가 밀린 것으로 보인다. 쟁송(爭訟)도 걱정이다. 경기도는 법률검토를 거쳤다고 했다. ‘배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다. CJ 측은 의견이 다르다. ‘사업 해제 사유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내 굴지의 K법무법인이 붙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지난한 과정이다. ‘17% 공정’의 소유권이 살아 있다. CJ라이브시티가 쉽게 놓지 않을 것이다. 그걸 뒤엎고 공영개발이 들어갈 순 없다. 소송가액이 천문학적인 사건이다. 2년 이상 ‘흉물’로 갈 것 같다. 요 며칠, 고양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왜 안 그렇겠나. 공공기관 180명도 반색하던 그들이다. 30조 사업은 상상만으로 든든했을 것이다. 그게 갑자기 눈앞에서 틀어졌다. 상심했을 게 당연하다. 행정·법리 이전의 지역 정서의 문제다. 이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 질문이 청원 게시판에 쌓이고 있다. 해제는 누구의 결정인가. 고양 K사업은 유효한가. 유효하다면 로드맵은 뭔가. 김 지사 임기에 할 수는 있나.

[김종구 칼럼] 기회소득이 더 낫다

요 몇 년 유독 무시받은 질문이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재정(財政)을 논함에 있어 당연한 주제다. 보편적 복지가 등장하면서 생긴 질문이다. ‘무상급식(김상곤 교육감)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09년). ‘청년배당(이재명 성남시장)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16년). ‘기본소득(이재명 도지사)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20년). 최근에는 이것도 있다. ‘민생지원금(이재명 대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24년). 지속가능성을 묻는 질문이다. 계속 끌고 갈 수 있는지 따져보자는 거다. 그런데 시원한 답이 없다. 한 술 더 뜬 궤변만 돌아온다. ‘그러면 아이들 굶기자는 것이냐’, ‘그러면 청년의 꿈을 짓밟자는 것이냐’.... 통상의 토론이었으면 승부는 뻔하다. 질문한 쪽 승(勝), 대답 못한 쪽 패(敗)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이 공식이 안 통한다. 묻는 쪽이 되레 패한다. 대답 못 한 쪽이 이긴다. 언제부턴가 선거 규칙처럼 됐다. 퍼주기 공약은 던지면 이기고, 따지면 진다. 그런 선거도 몇 순 배 돌았다. 점검할 때가 됐다. 무상급식부터 보자. 한국 보편적 복지의 시조다. 교육과 일반 행정을 장악했다. 교육청, 경기도, 시∙군이 맡고 있다. 51.3%, 14.2%, 34.5%다. 시∙군이 버거워한다고 들린다. 하남시는 도에 정책조정을 건의했다. 고양시는 북부시장군수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렸다. 의정부시는 시·군협의체를 구성 중이다. 18개 시∙군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10년 선거에는 금과옥조였다. 그게 이제는 골칫거리다. 성남시 청년 배당은 아예 사라졌다. 2016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조건은 아주 간단했다. ‘성남에 살고 있는 24세 청년’. ‘왜 24세인지’ 설명은 없었다. ‘효율성 분석’은 기관마다 천양지차였다. 여기서 거물 이재명이 탄생했다. 2023년 성남시가 폐지했다. 대신 ‘취업 올패스’라는 걸 만들었다. 퍼주기라는 속성엔 별 차이 없다. 예산 부담도 여전하다. 하지만 수혜 대상만은 좀 더 상식적으로 구획됐다. ‘취업 못한 청년’에 ‘취업 준비 지원금’만 준다. 주목할 건 ‘경기도 기본소득’이다. 명을 다해 가긴 마찬가지다.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무상급식·청년배당과 같은 처지다. 그런데 과정이 조금 다르다. 새로운 대체 정책이 제시됐다. ‘김동연 기회소득’이다. 2022년 지방선거 공약이었다. 2년째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부터 예술인 기회소득이 시행됐다. 올해부터 농어민 기회소득이 시행된다. 내년에 청년 기회소득이 시행될 것 같다. 기본소득은 양립 불가다. 잠깐의 동거 뒤에 소멸될 것 같다. 김 지사가 기본소득과의 차이를 강조한다.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대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대상’, ‘기준’, ‘기간’이 특정된다. ‘어려우니 도와주자’는 편협한 선택 복지와 다르다. ‘똑같이 분배하자’는 무차별 보편 복지와도 다르다. 우파 복지와 좌파 복지의 극단을 경계한다. 중도 복지의 스팩트럼을 최대한 넓게 포용하고 있다. 실행의 묘가 변수지만 개념이 다른 복지의 등장만은 분명하다. 경제력의 한계가 곧 복지의 한계라 했다. 대한민국 경제력은 자본주의로 유지된다. 사회주의적 복지도 이 범위 내에 있다. 그 너머로 국가부도의 유령이 서성인다. 선택적 복지주의자들은 ‘턱밑까지 왔다’고 한다. 대개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보편적 복지주의자들은 ‘여유가 많다’고 한다. 대개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 정치 한복판에 등장한 기회소득이다. 좌우 영역을 두루 품고 있다. 지속가능한 예산을 쓰고 있다. 필요한 계층을 짚어 내고 있다. 그래서 기회소득이 낫다. 더 정직하고, 더 현실적이고, 더 효율적이다.

[김종구 칼럼] 정창섭 전 경기도1부지사의 경기도 추억

-정창섭씨는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다. 남양주 시장, 인천시 기획관리실장,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행안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오늘 ‘김종구 칼럼’은 그의 글 소개로 대신한다. 정 전 부지사가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고교 동문인 손의영 박사의 강의를 들은 소감을 적고 있다. 경기도 수도권 환승할인 사업 추진의 고뇌와 노력이 담겨 있다. 전재를 거듭 부탁해 양해를 얻었다. 원문의 내용과 형식을 가급적 그대로 옮긴다- 제목: 손의영 강의를 듣고 몇 가지 단상들 예타,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느냐의 경계가 예타 점수 1이다. 공직에 있을 때 예타의 고객으로서 1을 넘기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1이 넘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넣은 장본인으로서 반성도 해 본다. 예타제도는 IMF가 터지면서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한 제도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게 되자 민간의 자본을 유치해서 공공사업에 참여시키는 민투사업이 시작됐고, 병행해 국가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타가 시작된 것이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사업이 대상이니 수도권에서의 웬만한 공공사업은 전부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97년 이후 인천 기조실장, 경기도 기조실장·부지사를 했다. 거의 모든 사업에 관여한 셈이다. 재정 여력이 있는 경기도에서도 예타는 무서운 허들이다. 그래서 손 교수가 예시한 사업들 중에 내 손때가 묻은 사업이 부지기수다. 99년, 인천시 기조실장 시절(2007.1~2000.1), 송도와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건설부터 인연이 됐다. 그 시절 손 교수가 막후 실세임을 알지 못하고 열심히 청와대, 기재부, KDI 원장 등을 만나 로비하느라 바쁘게 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손 교수를 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김문수 지사 사무실이다. 당시 나는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1부지사(2002.1~2008.3)였다. 손학규 지사 시절에 논의가 시작된 수도권 지하철·버스 환승할인 제도 도입이 서울시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어 도지사에 취임한 김문수 지사는 제 1호 공약이 “뻥 뜷리는 교통”이었기에 수도권 환승할인 사업에 공격적이었다.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가 더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며 좀처럼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경기도민이 서울에 드나드는 걸 억제하는 속내도 작용했다. 2006년 도지사 취임 후 첫 회의로 김문수 지사 사무실에서 교통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청취하는 회의가 소집됐다. 당시 브리핑을 손 교수가 했고, ‘저 친구가 서울고 동기’라고 엔지니어 회사에 다니던 동창이 귀띔을 해줘서 알게 됐다. 손 교수는 수도권 거주자의 교통량의 흐름을 계량화해서 보고했고, 그 숫자에 의해 서울·인천·경기가 분담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경기도가 환승할인 손실보전금 1천억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김 지사는 손 교수의 교통량 통계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경기도가 더 부담하자는 양보안을 만들라고 부지사인 내게 특명을 내렸다. 양보안을 가지고 서울시를 설득해 드디어 2007년 7월1일부터 환승할인 제도가 도입되게 됐다. 이로부터 경기도와 서울 시내버스(좌석, 직행좌석·광역버스 제외)와 마을버스·수도권 전철 간 환승 할인 및 거리비례요금을 적용하게 됐고, 2008년 9월20일부터 좌석, 직행좌석·광역버스도 환승할인 혜택을 받게 됐다. 교통수요자 각자의 부담을 도의 재정인 세금으로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민의 입장에서는 큰 혜택을 받게 된 중요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오늘도 경로우대 교통카드로 ‘우정포럼’에 왔다. 은퇴 후에 교통비 부담 없이 우정 둘레, 역사 탐방 등 수도권의 명소들을 다닐 수 있는 것도 2006년 손 교수의 김문수 지사실 브리핑이 단초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퇴직을 했고, 모든 건 과거로 남았다. 경기도를 추억하게 해준 ‘의영’이가 고맙다.

[김종구 칼럼] 100세에 선물 보낸 조선, 65세에 복지 뺏을 한국

왕은 오래 살았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다. 어의가 붙어 건강을 챙겼다. 그런 조선시대 왕의 평균 수명이 46.1세다. 16세에 죽은 단종을 제외해도 47.3세다. 70세를 넘긴 왕은 태조(72세)와 영조(81세)뿐이다. 일반 백성의 수명은 이보다 훨씬 짧다. 19세기 서유럽 사람의 평균 수명이 35세다. 조선시대 평균 수명도 이 정도로 추정된다. 정조 14년(1790년) 70세 이상이 2만5천810명이었다. ‘호구총수’ 속 인구 740만 3천명의 0.34%다. 하물며 100세는 하늘의 축복이었다. 백성의 100세를 임금이 친히 축하했다. 세종이 충청도 남포현 108세 노인을 축하했다. 달(月)마다 술과 고기를 하사해 장수를 빌었다. 영조도 108세 노인에게 옷감 1필과 고기 10근을 내렸다. 조선을 통틀어 최고령자는 동추(同樞) 정이천이다. 111세 때 기록이 있다. 정조가 ‘할아버지 영조 때부터 그가 궁궐에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많은 물품을 내려 축하했다. 노인 취급은 50세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로 우대 정책이 그때부터 등장한다. 부역에 동원하지 않았다. 예비직인 검직을 제수했다. 자녀가 어려도 혼인을 허락했다. 환갑 60세가 되면 복지가 더 늘었다. 세금을 내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죄를 지어도 속죄금으로 대신하게 해줬다. 쉬운 과거 기로과(耆老科)로 기회를 줬다. 70세에 이르면 치사(致仕)도 할 수 있었다. 쉴 수 있는 퇴임 신청이다. 자녀를 공역에서 면제시켜 공양을 받게 했다. 80세부터는 더 파격적이다. 고을 수령이 연회를 마련해 잔치를 베풀어줬다. 생활 능력이 없는 독거인에게는 생필품을 줬다. 살인죄를 지었어도 사형은 면제해 줬다. 역적죄를 지은 죄인의 부모가 80세를 넘었으면 유배로 끝냈다. 90, 100세에 이르면 살폈듯이 왕이 축하했다. 동방예의지국의 500년 노인 복지 정책이다. 기초생활에 대한 돌봄 정책, 면세 혜택을 통한 노후 연금 정책, 처벌 면제를 통한 사법 특례.... 지금 기준에도 넉넉하다. 2024년 대한민국. 노인 연령이 높아질 것 같다. 복지 혜택 받는 연령이다.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현재 65세인데 1981년 노인복지법이 근거다. 그때 기대수명은 66세였다. 지금 82.7세다. 16.7년이나 늘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연내 1천만명을 돌파한다. 2050년 가면 전 인구의 40%가 된다. 60대도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노인을 70세로 올려 나쁠 게 있나 싶다. 문제는 연령 조정의 목적이다. 돈 안 주려는 거다. 65~70세 400만명이 대상이다. 노인 기초연금이 없어진다. 노인성 질병 지원도 없어진다. 틀니 임플란트 2개 할인도 없어진다. 무료 독감 접종도 없어진다. 전기·가스비 지원도 없어진다. 주민세 혜택도 없어진다. 무료 건강검진도 없어진다. 기차 30% 감면·항공 10% 할인도 없어진다. 대강만 추렸는데 이 정도다. 당사자에겐 당장 생활로 겪게 될 부담이다. 정년하고 5년의 보릿고개가 이제 10년으로 는다는 얘기다. 어른답게 ‘그러라’고 받아들일 마음이 왜 없겠나. 하지만 현실이 안 그렇다. 냉골에서 자고, 끼니 아끼는 노인이 많다. 노인 빈곤율이 39.3%로 OECD 최악이다. 이런 노인들에게 썩은 이빨로 살라는 얘기다. 기차 타지 말고 걸어 다니란 얘기다. 그래서 말하고픈 소망이 정년 연장이다. ‘노인’ 대우 안 할 거면 ‘장년’ 대우라도 해달라고 싶다. 사라진 복지 채울 만큼 근로 기회 좀 달라고 싶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빼앗는 거 같아 이 말도 못한다. 복지는 절대 뒤로 못 가는 거라던데...이 시대 노인은 이 법칙에도 못 낀다. 100년 산 백성에게 임금이 고기 보내던 나라.... 지금은 65년 산 국민에게서 복지 빼앗을 연구가 한창이다.

[김종구 칼럼] 청년 망친 청년 정책, 푸드트럭 10년

이건 사기(詐欺)다. 어렵게 빚 낸 돈 빼앗아 갔으니 사기고, 지원 약속했다가 발 빼 버렸으니 사기고, 내 줬던 사업장 도로 빼앗아 갔으니 사기다. 그 피해자는 청년이다. 생각 없었는데 속아서 끌려 들어온 청년, 그 허송으로 취업 기회 잃어버린 청년, 인생 송두리째 뒤죽박죽 돼 버린 청년이다. 이 희대의 사기를 저지른 범인의 정체가 놀랍다. 청년 대책이라며 떠들었던 정부가 범인이다. 덩달아 부추겼던 도(道)와 시(市)가 공범이다. 그 시작은 2014년이다. 청년들이 쓰러져나가고 있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9.0%였다. 1999년 통계 기준이 바뀐 이래 최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침은 당연하다. 전체 연령대 실업률이 3.5%였다. 여기 비교해도 2.6배나 높다. 말 그대로 청년의 미래가 실종된 해였다. 바로 그 해 ‘푸드트럭 정책’이 등장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누구나 사장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이었다. 기업 활동 막는 규제 41개를 풀었다. 그 복판에 있는 게 푸드트럭 규제 해소였다. 포장마차처럼 트럭 장사도 불법이었다. 더럽다고 위생 법에 걸렸다. 위험하다며 차·도로 관련법에 막혔다. 이 걸 다 풀었다고 발표했다. 화물차 구조변경을 풀었고, 정식 식품접객업을 승인했다. 여기에 청년이 혹할 수치도 뿌려졌다. ‘일자리 창출 6천명·부가가치 창출 400억원’. 지자체는 푸드트럭 지원, 영업 장소 제공으로 가세했다. 청년들이 마구 뛰어 들었다. 쥐어 짠 대출로 트럭을 샀다. 불판에 땀 흘리며 힘들여 일했다. 그런 노력이 다 절망의 시작이었다. 남들 다 말하는 코로나19 원인도 있다. 사람 모여야 장사되는 데 그게 금지됐다. 축제나 공연도 다 없어졌다. 위기로 내달린 사유로 충분하다. 그런데 그걸로 설명 안되는 현상이 있다. 코로나19 뒤엔 상권은 살아났다. 매출도 회복되고 사람도 들끓었다. 푸드트럭만 안 그랬다.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기도 데이터드림에 통계가 있다. 2015년에 폐업한 푸드트럭이 12대다. 2016년에 167대가 폐업했다. 정부 정책 직후부터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 후에도 매년 50여대씩 사라졌다. 10년간 1천386대의 푸드트럭이 창업했는데 그 중에 536대가 사라졌다. 40% 가까운 폐업률이다. 힘들기는 나머지 60%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호언장담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구호 이렇게 고칠 판이다. ‘실업자 6천명 양산·부채 400억원 창출’. 애초 청년을 끌여들여선 안 될 일이었다. 핵심인 영업권부터 오판(誤判)했다. 노점은 무점포 상행위다. 임대료 내는 점포 상가와 충돌한다. 국가·지자체라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잘나갈 때조차 이런 조건들이 있었다. ‘일정 기간 묵인’ ‘중복 품목 제한’.... 예상한 현실이 나타났다. 시장 복판에서 동네 골목으로 밀려난다. 입점료 부담에 축제에서도 쫓겨났다. 이제 국가가 버텨주던 ‘졸음 쉼터 푸드트럭존’까지 간이 휴게소에 밀려난다. 푸드트럭 10년. 정책은 실패했고 공무원은 사라졌다. 젊음은 날아갔고 취업이 멀어졌다. 남은 건 정책 실패의 몰골 뿐이다. 화성의 중고트럭 매매단지가 있다. ‘8호’로 불리는 푸드트럭이 있다. 2015년 20대 청년의 꿈을 실었다. ‘김씨네 닭꼬치’라는 상호로 누볐다. 영업권 확보 실패로 무너졌다. 개조비용 2천만원만 날아갔다. 다음 주인은 29세 여성이다. ‘추추커피’를 열었다. 역시 1년을 못 버텼다. 800만원 빚을 남겼다. 세 번째로 36살 청년이 열정을 태웠다. ‘타코야끼 타코타’로 뛰었다. 또 무너졌다. 세 청춘을 앗아간 ‘8호’차는 지금도 거기 서 있다.

[김종구 칼럼] 판검사 억눌러 피고인 대통령 만들기

같은 논란이 한 번 있기는 했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다. 홍준표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었다. 1심 유죄, 2심 무죄, 3심이 남았다. ‘대통령 되면 재판은 어찌 되느냐’. 민주당 쪽에서는 ‘재판받는 대통령’을 말했다. 홍 후보는 ‘법리 판단만 남은 사실상 무죄’라고 반박했다. 더 이상 논란은 커지지 않았다. 당선 가능성이 작아서였다. 실제 차이가 17.5%포인트였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얘기다. 공을 쏘아 올린 것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다. 대통령의 형사 소추 금지 규정-헌법 제84조-을 꺼냈다. 한 위원장은 ‘법 취지’에는 재판 중단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풀었다. 언론이 논쟁을 헌법학자들에게 가져 갔다. 한 전 위원장과 같은 취지로 푸는 학자들도 있다. 반대로 ‘입법 취지로 볼 때 재판도 중단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헌법학 개론이 C학점이었다. 40년이나 지났다. 읽으며 배우고 있다. 그런데 논리 하나가 거슬린다.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그 선택을 존중해 재판도 중단돼야 한다.’ ‘C학점’이 들어도 유치한 논리다. 법률 해석의 근거를 표에서 찾고 있다. 법학스럽지 않은 답이다. C도 못 된다. 그렇다고 정치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선거 유권자만 4천만명이다. 선택의 기준은 그 머릿수만큼 다양하다. 능력 있어서, 깨끗해서, 잘 생겨서.... 어떻게 ‘재판 중단’만 쏙 뽑아 ‘허락받았다’라고 결론내나. 궤변이다. 문제는 이게 정치에선 현실이라는 거다. ‘선거 압승=사법 장악’으로 연결된다. ‘수사 기관 무고죄’ 법안을 발의했다. 수사 기관의 증거 조작, 위증 강요를 처벌하는 법이다. 판사를 겨냥한 법안 신설도 얘기된다. ‘법 왜곡죄’를 만들어 형법에 넣겠다고 한다. ‘객관 의무 위반 처벌 죄’도 준비되고 있다. 심지어 법관 선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게 압도적 제1야당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검찰·법원 개혁은 압박해도 된다. 특정 사건 특검도 법이 허락한 절차다. 하지만 저런 법안들은 다르다. 정치가 사법에 뛰어드는 것이다. 무고, 왜곡, 사적판단은 지금도 중요하다.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받고 처벌된다. 그걸 굳이 별도 죄목으로 신설하려고 한다. 따라올 결과는 뻔하다. 검사·판사 고소가 쉬워질 것이다. 판사 고소해서 질질 끌 것이다. 이런 법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다. 6개 사건 8개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엔 살 길이다. 재판을 끌어야 한다. 확정을 막아야 한다. ‘이 법’들이 활약할 시간이다. 당선된다면 직을 유지해야 한다. 그때부터는 헌법 제84조다. 고맙게도 이 논쟁을 한동훈 위원장이 열어줬다. ‘피고인 대통령’이라는 직위까지 붙였다. 그러자 궤변이 등장했다. ‘대통령이 됐으면 재판 중단도 허락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미래 권력을 향한 구애가 물씬 풍겨난다. 그렇게보면 점차 다수설이 돼 갈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이다. 당헌·당규도 이 대표를 위해 있다. 몇 개 규정이 이 대표에게 거치적거렸다. 최고위가 알아서 없앴다. 사법부도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 줄줄이 걸린 송사가 거치적거린다. 율사 출신들이 알아서 검사·판사 겁박에 나섰다. 그 내용이 사법부 말살에 가깝지만 당 어디에도 이견은 없다. 오로지 ‘이재명의 사법부’를 만드는 충성 경쟁만 있다. ‘선거 승리는 무한 권력을 준다’. 이 궤변이 민주당에 오니 이제서야 답이 됐다. ‘그’도 열흘 전까지는 국회의원이었다. 목소리 내다가 비명(非明) 횡사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재명 비판은) 말해도 안 되고 생각해도 안 되는 당이 됐습니다.” 따라 웃었지만 걱정이다. 사법(司法)까지 그렇게 옥죄려는 것 같아서.

[김종구 칼럼] 권력기관장 경기도 패싱, 이 흑역사를 또

박근혜 정부. 수원시민에겐 뜻밖의 경사였다. “경찰청장에 수원 출신 이철성 지명”. 지동초 삼일중 유신고라고 했다. 지역 언론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발 넓은 유신고 동문’에게서 정보가 왔다. ‘공부를 못해서 자퇴했다는 설이 있고...’. 이 정보는 곧 오류로 밝혀졌다. 되레 가난 극복 스토리가 눈물겨웠다. 그렇게 수원시민 모두가 흥분했었다. 왜 안 그렇겠나. 권력기관장을 배출하면 어디든 잔치다. 다들 인연 없다고 했다. 경찰청이 출범한 게 1991년이다. 2016년까지 19명의 청장이 있었다. 영남 출신이 12명으로 제일 많았다. 충청이 3명, 호남·서울이 각 2명이었다. 평안도까지 1명 있었다. 그때까지 경기도는 한 명도 없었다. 없는 곳이 세 곳이다. 인구 67만 제주도, 인구 150만 강원도, 그리고 인구 1천300만 경기도다. 그 첫 선택을 박근혜 정부가 했다. 3대 권력기관장 중 첫 경기 출신이었다. 문재인 정부. “국세청장에 화성 출신 한승희 지명”. 누구도 예상 못한 빅뉴스였다. 국세청 사상 첫 경기 출신이었다. 경찰청장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다. 1966년 초대 청장 이래 무려 51년 만이다. 그리고 또 한번의 소식이 이어졌다. 한 청장 후임 국세청장이 또 경기도였다. 화성 출신의 김현준 청장이다. 원래 영남·호남이 갖고 충청에 가끔 주던 자리다. 그런 요직에 경기 출신 청장 둘이 연거푸 올랐다. 대통령제의 권력은 대통령이다. 인사도 거기에 있다. 그 핵심이 3대 권력기관장이다. 대통령과 지근거리가 차지한다. 독식이 미안할 땐 조금 나눈다. 그 나눔에도 셈법이 있다. 야당 지역 또는 중도 지역이다. 경기도는 이 셈법에도 못 꼈다. 어중되게 야당 취급도, 중도 취급도 못 받아서다. 그래서 경찰청장이 25년 동안 없었다. 그래서 국세청장이 51년 동안 없었다. 그리고 검찰총장은 아직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원 경찰청장 선택. 문재인 대통령의 화성 국세청장 선택. 수원시민, 화성시민에게 귀한 추억이다. 세 번의 축제가 지금도 생생하다. 학교엔 ‘축, ○○○선배’, 동네엔 ‘축, 마을 출신 ○○○’이 나붙었다. ‘나도 열심히 하면...’이라는 후학들도 생겼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나. 윤석열 정부에서 과거로 간다. 전라도 검찰총장, 충청도 경찰청장, 경상도 국세청장이다. 다시 ‘경기 0명’의 시대다. 이유라는 게 황당하다. -경기 출신들이 적다. 후보군에 들 거물이 없다. 그래서 뽑고 싶어도 못 뽑는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그 핑계였으면 이철성도, 한승희도, 김현준도 없었다. 순경 입직, 한직 전전, 소소한 잡음까지. 반대가 많았다. 전례 없던 중부국세청장의 발탁. 반발도 있었다. ‘빽’ 없으니 ‘훅’ 불면 날아갈 판이었다. 하지만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지켰다. 대통령 의지가 그만큼 중요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지는 어떤가. 벌써 후반으로 넘어간다. 호남 검찰총장, 충청 경찰청장 임기도 다 돼 간다. 영남 국세청장도 바뀔 것 같다. 서서히 기사·지라시가 뿌려진다. 얼핏 살펴 보게 된다. 걱정이다. 바뀔 거 같지 않다. 또 특정 지역 일색이다. 그 속에 경기는 없거나 밀려 있다. 익숙한 흑역사로 갈듯 하다. 경찰 25년 만에 1명, 국세청 51년 만에 1명. 검찰 76년째 0명. 이 끔찍한 통계 시절로 말이다. 국토균형발전론이 있다. 경제의 균형을 위한 논리다. 경기도 경제를 지역으로 나누라고 했다. 기관을 이주시키는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했다. 같은 논리로 인재균형발전론을 꺼내 본다. 임명직 인사도 지역 균형을 이뤄야 한다. 특정 지역 독점을 경기도에 배려해야 한다. 기계적 분배라도 해야 한다. 이 또한 국가 책무다. 지금의 권력기관장 비율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 불균형을 균형으로 맞출 시간. 그 온전한 인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김종구 칼럼] 경기 분도, 이름 아니라 이유를

“100점 만점에 25점짜리입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이다. 무엇을 이렇게 혹평했을까.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다. 2023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원도 전역에는 환영 현수막이 붙었다. 요란한 축하연도 곳곳에서 열렸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성대한 축하 행사를 가졌다. 법안 통과에 공(功)이 컸다. 국회의원들 찾아 다니며 부탁했다. 하지만 나 소장의 평가는 달랐다. ‘성과 없는 결과’라고 공개 지적했다. 강원도 잘 살자는 법안이다. 많은 요구가 있었다. 핵심규제 완화도 있었고, 산업도시 조성도 있었고, 과학기술·기후변화 대응도 있었고, 교육특구·자치권 강화도 있었다. 이런 요구가 대거 잘렸다. 상수원보호구역은 강원도에도 한(恨)이다. 대기업 유치를 막았다. 이 완화 요구가 잘렸다. 교육특구 지정이 대단한 수준도 아니었다. 제주특별자치법 정도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것도 안 됐다. 137개 중 53개가 이렇게 잘렸다. 심재범 강원도 고문 변호사가 진단한다. “여러 부처 심의를 거칠 경우 입법·시간 지연이 될 수 있다. 강원도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 교육부, 산업부, 환경부, 국방부.... 다 돌 수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다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빨리 하려면 많이 버려야 하고. 뭐 이런 거 아닌가 싶다. 강원도가 특별히 뭘 못한 게 아니다. 육지-제주를 뺀-의 특별자치도 실상이 이렇다. 이런 현실을 봐 둬야 할 경기도가 됐다. 김동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도지사선거 때 낸 공약이다. 취임 후 2년 동안 성실히 밀었다. 4월 총선에서는 ‘공통 공약 캠페인’도 폈다. 국민의힘의 ‘서울 메가시티’와 대척에 섰다. 총선이 끝나자 새 이름도 공모했다. 5만여건이 접수됐다. 전국에서 몰렸다. 최종 심의를 거쳐 하나가 선정됐다. ‘평화누리자치도’. ‘대구 사시는 91세 시민’의 제언이라고 소개됐다. 김 지사가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시작됐다. 반대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경기도 홈페이지에 청원도 떴다. ‘평화누리자치도를 반대합니다’. 이름 발표 하루 만에 1만명이 동참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두 방향이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반대하는 요구가 있다. 그럴 수 있고, 그런 면도 있다. 주목할 건 분도(分道) 자체에 대한 반대다. 총선 때도 이렇진 않았다. 정치 공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역적 분포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경기 북부 반대도 있다. 반대 논리엔 깊이도 있다. ‘인구가 주는데 왜 도는 늘리려 하나요’, ‘분도가 북부에 좋을 거라는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남북 불균형이 도리어 심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깊이 있는 답이 필요하다. 어느덧 민선(民選)도 30년이다. 도지사가 7명 째다. 저마다 경기 북부 발전을 약속했다. 모두가 북부 발전 성과를 자랑한다. 그 모든 것 위에 ‘원 톱’이 있다. 민선 3기의 LG필립스LCD 파주 공장 유치다. 투자액 25조원, 단지 면적 110만평, 종업원 수 3만5천명.... 애초에 화성이나 평택으로 가려던 회사다. 국내외 대기업의 선택이 대개 그렇다. 이걸 파주로 끌고 간 게 경기도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다. ‘그때 도지사’가 엊그제 말했다. “경기도가 아니었으면 그게 됐을까. 못 했을 거야.” 이 회고에 답이 있다. 광역의 힘은 곧 지자체의 힘이다. 인구 1천300만짜리 힘이 있다. 인구 300만짜리 힘도 있다. 인구 150만의 강원도특별자치도는 때 맞춘 교훈이다. 접경지 규제, 상수원 규제, 산림·농지 규제.... 경기 북부와 닮았다. 그래서 봤는데 얻은 건 별로 없단다. 허울뿐이라는 비난이 들린다. ‘평화누리자치도’는 다를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게 이거다. 다르다는 설명을 해야 하고, 다를 거란 믿음을 줘야 한다. 이름 짓는 건 그 뒤의 일이다.

[김종구 칼럼] 김동연 지사의 ‘슬기로운 대선 생활’

김동연 지사의 총선 화두가 있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다. 사실상 경기분도를 전제하는 제언이다. 분도는 경기 북부의 숙원과도 같다. 모든 선거에서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부응하는 북자도 청사진이다. 후보의 공약화를 주문했다. 막상 보니 많지 않았다. 북부 당선인 13명 중에도 4명만 담았다. 박정(파주)·정성호(동두천)·박지혜(의정부)·이재강(의정부). 어디는 특례시 강화, 어디는 서울 편입을 봤다. 기대만큼 호응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의 분도불가론과 충돌했을까. 경기도는 적극 부인했다. 이재명 구상과 김동연 구상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같은 결론이라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이 자체가 역설이다. 지금 상태에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유독 살얼음판 같았던 공천 과정이다. 현역들도 줄줄이 날아갔다. 후보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이재명 분도 불가론’과 ‘김동연 북자도론’의 선택. ‘이재명 압승’이 되면서 김 지사에겐 부담일 수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공천 때, 친명과 친문이 충돌했다. 그 예민한 시기에 김 지사가 출장갔다. 먼저 들른 게 봉하마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권양숙 여사도 만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라며 직접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당부하셨다”, “조금 더 구체적인 얘기가 있었지만(밝히지 않겠다)”, 자신의 각오도 분명히 공개했다. “그 길에 필요한 내 역할을 책임 있게 해나가겠다”. 경기도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초에 못한 새해인사였다고 했다. 이 말 그대로 믿은 언론은 없었다. 다들 정치 행보로 해석했다. 그렇게 보여질 발언들이 있다. “민주당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위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공천 혼란기에 던진 김 지사 말이다. 언론은 ‘김동연 지사가 움직인다’고 썼다. 친문과의 연대 시도라고 푼 언론도 있다. 이런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승했다. 김 지사에겐 이것도 부담일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잠룡이다.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언론이 그렇게 정해놨다. 정치 일정까지 앞서가 못 박아 놨다. ‘2027년 대선에서 도전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총선과 김 지사의 미래는 중요한 기삿거리다. 이재명 대표는 야권의 절대 권력이 됐다. 예비 주자로 조국 대표까지 등장했다. 안 그래도 북자도, 평산마을이 편편찮던 터다. ‘김동연 길’이 험해진 듯하다. ‘이·조 사법리스크’가 현실이지만, 그건 금기어다. 김 지사에게는 더 그렇다. 이쯤에서 보이는 영역이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 그룹이다. 수도 많지만, 중량감이 상당하다. 전해철, 윤영찬, 박광온, 안민석, 양기대.... 혹은 문재인계로, 혹은 이낙연계로, 혹은 정세균계로 살아온 정치인들이다. 저마다 ‘전략통’, ‘조직통’을 자처한다. 달포 뒤에 무더기로 실직한다. 민주당이 꽉 찼으니 4년 뒤 미래도 없다. 그렇다고 주군(主君)을 따라 낙향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누가 말했다. “김동연 지사 도우면 어떨까”. 이재명 대표도 경기지사였다. 임기 4년이 험했다. 수사·소송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대권을 준비했다. 전국 돌며 대선 조직 만들었다. 대선에 던질 정책 만들었다. 정무·특보 라인에서 한 일이다. 그들이 지금도 이 대표를 지킨다. 이재명 지사가 남긴 ‘슬기로운 대선 생활’이다. 김 지사에게도 그런 기회가 온 듯하다. 다 잡아도 안 되고, 안 잡아도 안 된다. 언제나처럼 이번 기회도 위기의 순간과 함께 들이닥쳤다.

[김종구 칼럼] 여론조사는 과학 아니라 정치다

이렇게 또 선거가 끝났다. 어떤 투표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어느덧 남은 투표 세는 게 빨라졌다. 어김없이 찾아온 썰렁한 파장이다. 선거 흔적 지우는 시간이다. 가로수에 걸린 현수막이 사라진다. 건물 덮었던 사진도 내려진다. 지면(紙面)에 선거 기사도 빠진다. 철 지난 얘기, 안 읽히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안 쓰는 게 맞다. 그런데 선거 기간 내내 적어 뒀던 화두가 있다. 끝나면 쓰려고 적어둔 얘기다. ‘여론조사는 정확한가’, ‘어떤 영향을 줬는가’. 많이 틀렸다. 다 볼 수는 없고 몇 곳만 보자. 안철수·이광재(분당갑) 여론조사다. 4월2~3일, 이 후보 45.8%, 40.4%였다. ‘여론조사꽃’에서 조사했다. 결과는 안 후보의 넉넉한 승리였다. 표 차가 6.6%포인트다. 이재명·원희룡(계양을) 조사다. 3월31일부터 이틀, 이 후보 47.7%, 원 후보 44.3%였다. ‘미디어리서치’가 조사했다. 결과는 이 후보의 일방적 승리였다. 8.7%포인트 차다. 다 이렇다. 어디는 10%나 틀렸고, 출구조사도 틀렸다. 이쯤에서 인정하고 갈 진실이 있다. 여론조사는 틀리는 게 정상이다. 사람 마음을 어찌 수치로 풀겠나. 부모 자식 간에도 속을 모른다. 내 마음도 어찌 변할지 모른다. 그걸 과학이랍시고 꿰맞추는 거다. 혹여 둘 놓고 4천만명이 고른다면 모른다. 그래서 대선이 근사치로 간다. 하지만 총선은 254개 지역이다. 후보 이름도 어색하다. 틀리는 게 자연스럽다. 이걸 정확하다고 믿으려니까 불신이 생긴다. ‘조사가 왜곡됐다’, ‘조사 기관이 장난질을 쳤다’. 민주당은 잘 안 것 같다. 내가 볼 때 그렇다. 내부 경선이 2월 내내 있었다. 경선의 기본 방식도 여론조사였다. 예비 후보들마다 문자를 발송했다. ‘민주당 ○○○입니다. 여론 조사 꼭 받아서 저를 선택해주세요.’ 열성 지지자들은 휴대폰을 들고 지냈다. 그 ‘관성’이 그대로 이어졌다. 후보들은 계속 여론조사 참여를 독려했다. 그때도 보수는 여론조사 전화를 끊고 있었다. 3월 들어 10%, 20%로 벌어졌다. 경기도 전 지역 참패설까지 지면에 등장했다. 그 한 달, 국민의힘은 뭐했을까. 두 모습을 봤다. 하나는 여론조사 불신이다. ‘여론조사 믿지 말라’고 선전했다. 여기에 보수 전문가들의 분석이 가세했다. ‘진보 답변이 과다 포집됐다.’ 여론조사를 외면할 핑계가 됐다. 3월 후반, 보수 텃밭까지 무너지기 시작했다. 양평, 동두천, 과천, 분당이 뒤집혔다. 다른 모습도 봤는데, 조사 외면 합리화다. ‘뒤집힌’ 국민의힘 후보가 말했다. ‘저쪽은 독려하는데 우리는 안 한다.’ 결국 ‘2월 우위’ 다 잃고 낙선했다. 여론조사는 ‘유력’이라는 ‘문패’를 다는 싸움이다. ‘死票 방지’의 확신을 주는 작업이다. 또 다른 사전투표다. 총력 대응해 끌어올렸어야 했다. 지지자들에게 전화 응대를 호소했어야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누구도 이런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 과반을 넘어 개헌 저지선 밑까지 갔다. 그 정점에서 여론조사 공포가 금지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말했다. “반전하고 있습니다. 골드크로스 일어났습니다.” 3월에 뭐하다가. 이제는 따지지 말자. 여론조사는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여틀막’ 할 수는 없다. 승리 공식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그 극단적인 비교가 이번 선거에 있었다. 적극 응대로 기선을 제압했던 민주당, 또 하나의 사전투표로 임했던 민주당. 그래서 승리했다. 적어도 승리 요인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하지 못했다. 여전히 맞냐 틀리냐 분석만 하고 있었다. 사전투표 불신을 보수의 고질로 보던데, 더 큰 고질이 여론조사 불신이다. 이거 못 고치면 계속 진다.

[김종구 칼럼] 어느 의사의 뇌물 일기

그가 왜 뇌물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 어느 날부터 지인들 카톡에 올라왔다. 처음에는 왜 이러는지 몰랐다. 의사 자랑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읽어가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대개가 값싼 물건이다. 되팔아 봤자 큰돈 될 리 없다. 직접 캐고 다듬고 만든 것들이다. 안심 먹거리 표식이 있을 리 없다. 혼자 들고 나오기 민망한 것들이다. 병원 직원들 나눔 행사가 더 편하다. 값싼 뇌물, 손길 묻은 뇌물, 소소한 뇌물. 웃으며 읽게 되는 일기라는 게 이렇다. -○월 ○일. 들기름이 들어왔다. 직접 키운 들깨로 짜셨단다. 화성 농촌 어르신이다. 버스를 두 번 갈아 타고 오셨다-. -○월○일. 오늘은 직접 캔 야생 냉이다. 강화도에서 비닐 봉투에 싸 오셨다-. 등장하는 뇌물 품목이 정말 다양하다. 직접 농사 지은 서리태, 직접 담근 고들빼기 김치, 방금 쪄 낸 고구마, 찐 달걀 한 판.... 친절하게 뇌물 내용을 분석한다. “수원도 애매하고 주변에 용인, 화성 등지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많아 뇌물이 참 다양합니다.” 일기에 ‘뇌물 받는 방법’도 안내돼 있다. “뇌물을 수령하는 사람들은 꼭 기록을 해두고 감사의 표시를 해야 추후에 또 가져옵디다...삼정의 문란 때 사또와 아전들은 그걸 잘 못해서리....” 익살까지 섞여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런 그를 주변에선 좋아한다. 능력 있는 시술로 소문도 났다. 환자를 편하게 해주기로 유명하다. ‘뇌물’ 못 받는 때가 오면 의사 그만 하겠단다. 집필 양해에 불편해한다. “이런 의사들 많아요. 이름 숨겨줘요.” ‘석 박사’다. 익명 필요 없는 성인(聖人). 81년 의과대학, 87년 의사고시다. 군의관까지 하고 신부가 됐다. 20년간 내전 중인 수단으로 갔다. 한센병 환자와 결핵 환자를 살폈다. 뭉개진 발가락을 위한 운동화를 선물했다. 더 오지를 찾아가 의료 봉사했다. 학교 짓고, 수학 가르치고, 음악도 가르쳤다.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저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2008년 휴가차 귀국해서 검진을 받았다. 대장암 4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 선고에 그가 말했다. “(수단) 톤즈에서 우물 파다 왔어요. 마저 다 해야 하는데....” 그렇게 떠난 그에게 바쳐진 선물이 있다. 47명의 제자 의료인이다. 그 중 토마스 타반 아콧이 증언했다. “신부님은 환자가 겁먹지 않도록 유쾌하게 진료를 보셨어요...환자들이 처음에는 굳은 얼굴로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웃는 얼굴로 나갔습니다.” 신부로 살다 간 ‘이태석 의사’다. 그 정신이 모두에 이어졌다. 열린의사회가 세계를 찾아다닌다. 1997년 이래 매년 10~12회에 이른다. 몽골, 인도, 에티오피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레바논.... 병원·의대 단위 세계 봉사도 쉼 없다. 이게 K-의료다. 그 본질이 K-봉사에서 시작된다. 들기름 선물에 행복해하는 의사. 목숨 구하고 목숨을 내놓은 의사. 국경 너머 환자를 향하는 의사.... 이게 우리가 아는 의사의 모습이다. 뛰어난 머리만큼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 의사의 언어는 놀랍다. “자기 애가 없으니 평생 소아과를 가본 적이 없을 것”, “왜 9수나 했는지 이해 간다. 하기야 나라도 머리에 든 건 없고 사고만 쳐대는 ‘성형○○’과 살려면 술 생각만 나겠다”. 의협회장에 당선됐다. 정치가 가미됐다. “(특정)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다”,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처음 본다. 우리 주변엔 아무리 봐도 그런 의사 없다.

[김종구 칼럼] ‘2천명’은 총선 거래 대상 아냐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둘로 나눠 보자. 하나는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다.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자는 말이다. 누구는 ‘대통령의 유연한 입장’으로 해석한다. 아마 여권이 보는 해석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2천명은 충분히 논의된 규모다’다. 합리적인 수를 제시하라는 말이다. 누구는 ‘대통령의 여전한 고집’으로 해석한다. 아마 야권이 보는 해석일 것이다. 여야를 빼면 간단한 말이다. ‘2천명은 충분히 논의된 숫자다. 다시 논의할 의사는 있다.’ ‘2,000명’은 의료개혁의 핵심이다. 그 자체가 정책이자 목표다. 대통령이 도출 과정을 설명했다. 충분히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게 2월 6일이다. 시간도 넉넉했다. 그동안 숫자 대안은 없었다. 누구는 500명, 누구는 1천명을 말했다. 의료계 누구는 마이너스 500~1천명을 말했다. 여기서 대통령이 바꿀 숫자가 있나. ‘없던 일로 하자’고 해야 했나. ‘충분히 논의했다’ 외에는 없는 거다. ‘합리적 대안 주면 토론하겠다’ 정도다. 총선판에 전해 줄 최선이다. 국민의힘을 보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말했다. “국민이 원하는 그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중재하나. 지난해 말 시작된 논의다. 2천명이 명시된 게 60일 돼 간다. 그 시간 국민의힘발(發) 이견은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해결사로 등장했다. ‘유연 대처’를 주문하고 나섰다. 딱 국민의힘 참패론 등장과 겹친다. 여전히 모호했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뭔지 말하지 못했다. 500명인지, 0명인지. 언급 없다. 그저 정치 구호다. 야권도 보자. 이재명 대표는 적정 증원을 400, 500이라고 했다. 조국 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땐 의대 정원 400명 늘린다고 하니 (의사와 의대생들이) 총파업했다(작년 10월·P유튜브). 결국은 400여명으로 모아진다. 22대 민주당은 180석이었다. 뭐든 할 수 있었다. 입법, 파면, 불신임, 특검.... 그런데 의대생 증원은 못했다. ‘27년 동안 한 명도 못 늘렸다’면 그 속에 ‘그들의 시간’도 있다. 400명 했으면 1천600명이면 됐을 거 아닌가. 여론조사도 보자. 어제 아침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가 떴다. ‘증원하되 중재안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57.2%가 ‘그렇다’고 했다. 의료 공백 대응의 책임을 물었다. 57.5%가 ‘정부 잘못’이라고 했다. 다섯 달 전(11월2일) 미디어리서치 조사가 있었다. 84.3%가 ‘의대 정원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규모는 ‘1천500명 이상’이 28.1%로 제일 높았다. 이 두 여론의 차이는 뭔가. 정치적 문항, 정치적 구분, 정치적 해석이다. 이런 이유로 바뀌면 지속될 정책이 몇 개나 되겠나. 숫자 ‘2,000명’은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토론 단계에선 의견, 집행 과정에선 목표다. 윤석열 정부엔 이미 목표가 됐다. 신중해야 한다. 여기에 미리 깔린 음모론까지 있다. ‘국민 지지를 얻을 것이다-의료계가 강력 반발할 것이다-국민 우려가 높아질 것이다-이때 (한동훈이) 해결사로 나설 것이다-대통령이 철회할 것이다.’ 야권발 ‘의료 대란 음모론’이다. 현재까지 다 맞았다. 2천명 철회가 그 마침표다. 이 퍼즐을 맞추고 싶나. 그러면 이 정부는 파국이다. ‘2000명’을 향한 정치 우롱. 이젠 의료계까지 흉내내고 있다. ‘총선 20, 30석을 좌우할 수 있다’,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주겠다’. 이 말에 윤 대통령이 말했다. “대통령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국민의힘·민주당도 이 선거 끝나면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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