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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 국가가 지워 버린 군인 ‘특수임무 수행자’

“내 무덤에 이름 석 자도 못 새긴다는 거잖아. 죽더라도 국립묘지에 묻힐 줄 알았는데....” 2003년 개봉된 영화 ‘실미도’에서 684부대 조장 한상필이 한 말이다. 한상필은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미도 684부대’는 1968년 창설된 실존했던 부대다. 실미도 684부대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여타 부대와는 구성과 성격 면에서 다르지만, 이처럼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특수임무 수행자’라고 부른다. 이들을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육군첩보부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1950년 만들어진 최초의 부대 이름이 대내외적으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특수임무수행자는 국가가 지워버린 군인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첩보 및 공작활동 등의 특수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계급과 군번이 없다. 따라서 대다수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군인으로 복무했다. 정부도 이들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2002년 북파 공작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내려지고 영화 ‘실미도’가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이후 2004년 1월, 국회에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과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그들에 대한 보상과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수임무수행자는 1953년 6·25전쟁 휴전 이후 1972년 남북 공동성명까지 1만여명이 북한에 보내졌으나 이들의 활약상은 알려지지 못한 채 수많은 작전과 훈련 속에서 8천여명이 전사 및 사망 그리고 행방불명됐다. 경기도 모처에 그들에 대한 추모시설인 충혼탑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특수임무수행자들의 추모시설 역시 존재 여부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그들의 희생에 비해 너무나 작은 규모와 열악한 시설로 인해 안타까움이 앞섰다. 또 다른 문제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장교는 팀장으로 팀원과 같이 복무 및 훈련했음에도 장교라는 이유만으로 보상에서도, 국가유공자 선정에서도 일부 제외됐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들 장교는 여전히 국가로부터 지워진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에 따른 보상과 유공자 선정에는 그 어떤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신분이나 역할에 따라 보상의 정도 및 예우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신분 그 자체만을 보상과 선정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자가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 측에 특수임무유공자 추모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특수임무유공자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유공자들은 국가로부터 그 어떤 예우나 보상을 바라보고 희생하고 헌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는 모두 그분들이 흘린 피와 땀을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게 걸맞은 예우를 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 그리고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고 본다.

[의정단상] 국민을 사랑했던 선각자‚ 김대중 前 대통령을 기리며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헌정 사상 최초의 평화적·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6·25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했다. 남북한 화해·협력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오는 6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갖은 탄압과 역경 속에서도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행동하는 양심’의 길을 걸어왔다. 군사독재 정권이 숱하게 목숨을 노리고 정치적 생명을 끊으려 했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향한 그의 기개는 절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맞았다. 1971년 평생의 후유증을 남긴 의문의 교통사고, 1973년 중앙정보부가 자행한 납치 살인 미수,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조작된 ‘내란음모 사건’과 사형 선고 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6년간의 옥살이와 3년간의 망명, 1987년 6월 항쟁 전까지 투옥과 망명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대부분이 가택 연금되는 등 감시와 핍박이 늘 뒤따랐다. 그리고 분열과 증오에 기생한 한국 정치의 망국병 지역주의와 색깔론은 정치적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에 오른 뒤 자신을 탄압하고 모욕했던 이들에게 한 치의 정치 보복을 가하지 않고 오히려 용서했다. 관용을 통해 국민 통합과 공존의 길을 가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통합의 정신은 IMF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전 국민적인 동참과 지지를 이끈 지렛대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각자였고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는 세계가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갈 것을 오래전에 꿰뚫어 봤다. 혼돈의 국난 상황에서도 정보기술(IT) 및 벤처산업 육성에 큰 힘을 쏟아 정보화 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문화에 대한 남다른 조예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정책 기조를 세우면서 문화·예술인의 자율과 창의를 강조했다. 문화의 힘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대비하면서 한류 열풍의 기반을 마련했다.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중요 업적이다. 그는 사회보장제도를 시혜적 조치가 아닌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국민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했고 4대 사회보험의 체계를 정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인사청문회와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권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출범시켜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도모했다.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처한 작금의 현실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다. 그는 무엇보다 국민을 우선했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잊지 않았다. 지금의 우리 정치는 신념이 과잉되고 책임은 결핍돼 있다. 그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세로 ‘서생적 문제의식,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국민의 삶’이라는 현실의 바탕을 떠나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겨본다.

[의정단상] 운칠기삼(運七技三)

25년 전 IMF 금융위기 시절, 대학에서 20년 가까이 강의를 하던 중 만년 적자인 자동차부품 회사를 인수해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자동차에 문외한인 터라 적잖이 고민하다가 결국 사업에 뛰어들었다. 40세 중년의 평범한 워킹맘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었다. 1억원에 인수했던 조그마한 회사는 경기가 살아나자 곧바로 일어섰고 20년 만에 연 매출 4천억원대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기업이 됐다. 이를 두고 남들은 ‘여성경제인 업계의 성공신화’라 하지만 뒤돌아보면 가시밭길과도 같은 고난의 순간이었다. 특히 경북 경산시에서 사업을 하다가 20년 전 사업다각화를 위해 평택에 자동차 섀시(차대)를 만들어 쌍용자동차에 납품하는 회사를 세운 것이 회사를 성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잘만 나갈 것 같다가도 위기가 찾아온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77일간의 총파업은 하청기업으로서는 일손을 놓고 무작정 견딜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동 수출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도전과 혁신이 없었다면 주저앉았을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무리하게 한 발자국을 먼저 내딛기보다는 멀리 내다 보되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걷고자 했다. 기업인에서 초선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작년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산업부와 미래차 정책을 논의하다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세계 주요국들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던 차에 우리도 자동차 회사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는 법들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대기업 재벌 특혜라는 정치권의 비판과 관련 부처들 간 갈등에 통과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때 묘책이 떠올랐다. 미래차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되 자금력이 열악한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한정해 특혜 논란이나 부처 간 갈등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해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만여개의 부품기업이 있는데 이 중 9천개가 영세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80% 이상은 완성차 대기업에 하청을 받는다. 당장 대기업에 납품하기로 약속한 물량을 맞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미래차 전환의 흐름에도 준비하고 대응할 여력조차 없다. 가뜩이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중고를 겪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바로 법안을 마련하고 발의했다. 골자는 자동차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는 동시에 부품 공급망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래차 인재도 육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박하다는 호소에 특별한 이견 없이 통과될 수 있었다. 중소기업과 여성기업을 대변하라는 당의 명령으로 국회의원이 된 이후 가장 보람된 순간 중의 하나가 됐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의 70%는 운에 달려 있고 나머지 30%만 기술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부단한 노력 뒤의 성공에도 더욱 겸손하고 감사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학 강사에서 중소기업인으로, 또 정치인으로서의 인생 3막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정단상] 진심으로 김포시민의 행복을 바란다면

누군가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물으면 대부분은 일과를 마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저녁시간이라 답할 것이다. 김포시민의 신뢰를 받는 김포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임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김포시민의 저녁시간과 행복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국 정치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과 공익의 증진이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5호선 김포 연장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법안이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김포시민의 안전한 출퇴근과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광역교통 인프라 확충, 즉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이 매우 시급하다. 법안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인 접경지역의 철도교통 개선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해 국민의 교통기본권을 하루빨리 실현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2월 필자가 대표발의한 해당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정해지며 추진력을 얻자 이걸 막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보이콧하며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민주당의 단독 통과로 23일 소위 문턱을 넘었으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소위를 통과한 법안을 하루빨리 기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결사 반대 수준이다. 김포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분개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의 목표가 국민의 행복이 아닌, 오로지 본인의 안위를 위한 정치가 된 결과다. 5호선 김포 연장의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5호선 예타 면제 법안 발의 모두 필자와 민주당이 추진해 온 일이다. 지난 2020년 임기를 시작한 후 김포시민의 목소리가 정부는 물론 전국에 알려지도록 목청이 터져라 뛰었다. 그 결과로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을 추가 사업으로 반영시켰고 GTX-D도 서울 직결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여당은 김포 교통 개선을 위한 이 노력과 성과에 어깃장을 놓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것이 김포시민의 삶에 대한 어깃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5호선 연장을 넘어 GTX-D 강남 연결, 올림픽대로 버스전용차로 신설, 일산대교 무료화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당이 도리어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포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 위에 지어진 도시다. 20여 년 전 2기 신도시 중 하나로 김포 신도시 건설이 추진됐고 사람들은 정부를 믿고 김포에서의 삶을 기대하며 입주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서울 직결 철도노선이 생기지 않는 등 교통 인프라 개선 속도는 더뎠다. 지난 2019년 김포도시철도가 개통됐지만 국비 지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교통 분담금만으로 만들어진 두 량짜리 꼬마 열차에 불과했다. 최대 혼잡률 290%, 1㎡당 7~8명으로 이태원 참사 당시에 이르는 위험 수준 혼잡으로 인해 김포도시철도는 지옥철의 상징이 돼버렸다. 출근시간대 김포공항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시민들이 발생한다. 매일의 출퇴근길에서조차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김포시민의 이 오랜 고통을 매듭짓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단 하루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정말로 국민의힘이 김포시민을 위한다면 이제라도 국회에서 협조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의정단상]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안성과 용인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바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다. 평택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송탄·유천취수장으로 인해 상류인 안성·용인지역이 광범위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된 용인 남사 첨단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부지 일부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지역에 포함돼 있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천취수장으로 인해 안성 전체 면적의 무려 16%인 89㎢가 1979년 이래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규제는 환경 규제 중 가장 엄격한 규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물론 증설도 힘들고, 업종을 변경하기도 어렵다. 44년간 개발이 힘든 주변 주민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으며 지역은 희망을 잃은 채 낙후돼 있다. 그러나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지역의 여건이 급변하며 더 이상 규제를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용인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걸린 국가산단이 조성되고, 또 천안에도 충남 미래모빌리티 국가산단의 배후지 개발이 필요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식수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권이기에 최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유천취수장은 수질이 좋지 않아 식수로 쓰기에 부적합한 실정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더라도 유천취수장의 수질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전국적으로 수질 악화로 문을 닫은 취수장도 여럿이다. 따라서 유천취수장 문제 해결은 평택시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지역의 대부분이 평택이 아닌 안성과 용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안성, 용인, 천안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취수장의 지정·해제 권한을 평택시가 갖다 보니 해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올 초부터 환경부, 국토교통부에 문제 해결을 강력히 요청한 끝에 정부가 송탄·유천취수장에 대체용수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과거 안성시의 요청에도 평택시가 기존 취수장을 폐쇄할 경우 식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취수장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퉈 물이 부족해 물을 달라고 아우성인데 현재 물보다 깨끗한 1급수를 받는 것은 평택 입장에서는 엄청난 성과다. 관로 작업에 필요한 비용도 인근 지자체들이 상생 협력 기금을 조성해 참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평택시민은 깨끗한 물을 얻고 안성이나 용인은 44년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이처럼 완벽한 상생 방안이 어디 있겠는가. 한마디로 역사적인 상생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평택시는 상수원보호구역과 관련한 만남과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와 국토부, 경기도와 충남도, 그리고 안성시, 용인시, 천안시가 의원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려 해도 평택시는 참여하지 않았다. 평택시의 정확한 입장을 알 수는 없으나 상수원보호구역마저 해제하면 현재도 나쁜 평택호 수질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역사회의 우려 때문인 듯하다. 상생은 서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평택의 처지를 이해하기에 대체용수 공급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제 평택이 응답할 시간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그간의 안성과 용인, 천안시민이 겪어 왔던 고통에 공감해주기 바란다. 이제 갈등을 끝내고 상생의 길로 함께 가길 기대해본다.

[의정단상] 이탄희의 솔직한 고백

지난 4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고 그 이야기를 국회에 전달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 덕분에 주목받았는지 모르지만 정작 대변하려는 사람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800원 때문에 해고당한 버스기사를 기억하시는가? 그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던 판사는 국회가 동의해서 대법관이 됐다. 폭우로 물감옥이 된 반지하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신림동 주민들은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70년 만에 최대치로 감액돼 안전한 보금자리로 옮기지 못했다. 거제도 조선소에서 자기 자신을 철창에 용접해서 가두었던 하청노동자 유최안, 그의 염원이었던 진짜 사장교섭법은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고 그는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왜 사람을 지키려고 만든 정치가 사람을 지키지 못할까? 죄다 이상한 사람들만 국회의원으로 뽑아 놔서 그럴까? 아니다. 그 원인은 증오 정치를 부르는 정치 구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 구조는 상대방이 못하면 자신이 이익을 보는 반사이익 구조다. 반사이익 구조는 문제 해결 경쟁이 아니라 증오 경쟁을 유도한다. 자신이 못해도 상대방이 더 못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어차피 양당 이외의 선택지가 등장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치개혁에 집착한다. 증오 정치 구조를 깨지 않으면 사람을 지키는 정치를 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기회가 오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법 협상이 돌고 돌아 한 가지 쟁점으로 좁혀졌다. 촛불 전 선거제도인 병립형으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현행법으로 치르고 위성정당만 금지하느냐 이것만 남았다. 국민의힘은 선거법 개악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자고 한다. 양당 카르텔 보장법으로 서로 기득권을 보장받자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유혹을 거부하고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것만 해내면 반사이익 구조는 깨진다. 보수도 경쟁하고 진보도 경쟁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 민주당은 할 수 있다. 당도 스스로 기득권층이 됐다는 오명을 벗고, 대한민국도 증오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재난과 범죄, 민생, 기후위기, 검찰독재 등 수많은 불안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하려면 정치개혁 말고는 답이 없다. 4년의 기다림 끝에 깨달았다. 국민을 설득해 정치개혁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이끌고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초인’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할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주변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정치개혁을 이끄는 위대한 시민,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맡은 배역이다. 민주공화국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는 정치인 한 명이 만들 수 없다. 우리가 서로 마음을 열고 고단한 일상을 견뎌내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만이 비로소 해낼 수 있다. 언제나 당신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 그래서 마침내 평범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정치를 만들어 나가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자. 그 길에 앞장서겠다. 당신 한 사람이 희망이다.

[의정단상] 캠프마켓 드디어 완전 반환

캠프마켓 전체 부지가 드디어 완전 반환된다. 혹자는 ‘이미 반환된 것 아닌가’ 의아해할 텐데 우선 반환돼 토양정화 마무리 단계인 A, B, C구역 외에 평택기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늦어진 이른바 빵 공장이 있는 D구역이 이제 반환되는 것이다. 1982년 대우자동차 용접공으로 부평에서 처음 미군기지를 마주했다. 일제 조병창에서 미군기지로 이어진 금기의 땅, 캠프마켓 담장에 균열을 낸 것은 시민들이었다. 1995년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군기지 반환 운동을 시작했고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부평구가 이전에 기민하게 나섰다. 그런 노력이 지역사회 의제로 커져 2002년, 결국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캠프마켓 이전이 결정됐다. 2011년 군수품재활용센터(DRMO)가 먼저 경북 김천으로 이전하면서 캠프마켓을 구역으로 나누고 우선 반환이 시작됐다. 전체 부지 반환을 기다리지 않고 가능한 구역부터 우선 반환 및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장고개길이 있는 주안교회 인근 A구역(DRMO)을 시작으로 야구장이 있는 남측 B구역, 영외 시설인 C구역이 우선 반환됐다. 보급시설 중심의 캠프마켓 가운데 D구역 반환은 빵 공장 등 평택기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함께 연기돼 왔는데 드디어 반환 마지막 관문인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의결을 거쳐 최종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정부에 확인한 결과 빠르면 10월 내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안건으로 상정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구역마다 반환이 순탄치 않았다. 불합리한 SOFA 규정으로 반환협정은 더디기만 했다. 특히 A구역에서 다이옥신 성분이 발견된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환경부와 국회를 설득해 신속하게 법안을 개정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했다. 현재 다이옥신은 기준치보다 훨씬 안전하게 정화됐고 곧 A구역 토양정화는 마무리된다. 지난 2020년, 많은 시민과 함께 캠프마켓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 캠프마켓의 완전한 반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D구역이 반환 확정되면 토양정화에 들어간다. D구역 토양정화와 함께 부분 중단된 B구역 토양정화, 일부 건축물 보존 방안 마련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본다. 올해 D구역까지 캠프마켓이 완전히 반환되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된다. 캠프마켓을 가로질러 주안교회와 산곡남중을 잇는 장고개 도로부터 착공해 마무리한다. 지난 8월 인천시 보고와 현장점검을 통해 D구역 반환 시 장고개 도로 2~3공구부터 즉시 착공하도록 부서 간 협의를 완료했다. 도심 속 허파가 돼 줄 공원 조성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인천시 캠프마켓 마스터플랜 용역에 역사문화 공간 조성, 굴포천·산곡천 생태하천 복원 연계, 군용철로 활용방안(트램 등) 등 몇 가지 추가 사항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식물원 유치가 확정되기도 했다. 기나긴 세월 동안 많은 시민의 무수한 노력이 켜켜이 쌓여 캠프마켓 완전 반환이라는 열매를 맺게 됐다. 함께 아픔을 나누고 뜻을 모아준 부평시민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8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은 캠프마켓, 이제 시민 모두의 품으로 돌아왔다.

[의정단상] 통행료 무료화에 감사드리며

오는 10월1일부터 영종 주민 통행료 무료 시대가 열린다. 전 국민 영종 반값 통행료 시대도 함께 온다. 영종도 주민들이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절실히 요청했던 사안이 바로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무료였다. 저 역시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주요 공약이었고 등원 직후부터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가졌던 사업이었다. 지난 2021년 11월5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다른 민간투자 교량은 다 가격을 낮추면서 왜 영종만 계획대로 안 깎아주냐”고. 총리는 “2022년까지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된 후, 정부에 진행 상황을 계속 점검했지만 코로나19 경기 부양에 따른 물가 상승 때문에 당장 재구조화 작업이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올 초 영종 주민들이 영종·인천대교 무료화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3월1일 차량 1천대를 모아 톨게이트에서 10원짜리 동전을 내고 용산으로 행진하는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2월23일 통행료 무료를 위한 주민공청회를 열고 영종의 교통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주민들과 마주했다. 그 자리에 온 국토부 책임자에게 우리 의지를 다시 보여줬다. 아울러 그즈음 용산 대통령실 책임 있는 분에게도 직접 말씀드렸다. “지금 영종에서 난리가 났다. 지난 정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신뢰를 잃을 것이며, 이 일은 힘들더라도 어차피 해야 한다”고. 곧바로 다음 날 추진해보겠다는 회신을 직접 받았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원희룡 장관 그리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함께 서울에서 만나 통행료 무료화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 주가 지난 월요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상목 경제수석이 관련 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전 정부의 약속이라도 국가의 약속”이라며 “관련 기관들은 수도권 국민을 위한 접점을 조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본인과 원 장관, 유 시장, 김정헌 중구청장은 광화문 정부2청사 브리핑룸에 함께 섰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영종으로 가는 반값 통행료 계획을 발표했으며 유 시장은 이에 맞춰 영종 주민 무료화를 발표했다. 유 시장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렸다. 3·1절 차량시위가 예고됐던 당일, 주민들이 연 자축모임에 참석했다. 감격스러운 일이 전광석화처럼 일어난 듯하지만 그간 영종 주민들과 영종을 아끼는 많은 분들께서 20년 넘도록 노력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간 애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년 전에도 영종에서 똑같은 차량 봉기가 있었고, 이후로도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큰 결단을 해준 정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3월2일 대통령을 직접 뵙고 주민을 대표해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렸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도로를 운영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영종~인천대교 무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도 대표발의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했다. 이후 과정도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서 계속 챙길 것이다. 이번 조치로 영종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에게도 영종은 공항으로 오는 경유지뿐 아니라 목적지로도 좀 더 인정받을 것이다. 주민 무료는 시작했지만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완전 무료화될 때까지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의정단상] 첨단 무기도 사람 없으면 무용지물

소위, 중위, 하사, 중사를 일컫는 군 초급간부의 지원율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군의 허리’라는 초급간부들의 복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인 수준이다. 우선 간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낮은 임금부터가 문제다. 올해 소위 1호봉은 178만원, 하사 1호봉은 177만원이다. 이마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2025년 소위 1호봉은 약 184만원, 하사 1호봉은 179만원이 된다. 문제는 병사들의 월급도 2025년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까지 포함하면 205만원이 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병장이 소위나 하사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되지만 국방부는 간부들의 각종 수당 등을 이유로 역전 현상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수당체계는 문제가 없을까. 초급간부들은 하루 꼬박 당직근무를 서도 평일 1만원, 주말 2만원의 수당만 받는다. 식대조차 제공되지 않아 근무 뒤 숙소로 복귀하는 교통비를 포함하면 오히려 돈을 주고 일을 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러하니 군 간부가 되겠다는 청년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각 군 사관학교와 학군장교(ROTC) 경쟁률부터 급락했다. 2019년 35 대 1을 기록했던 육사 남자 경쟁률은 2021년 19.7 대 1로 반토막이 났다. 2019년 40.6 대 1이던 공사 남자 경쟁률도 2021년 17.5 대 1로 추락했다. ROTC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후보생 추가 모집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초급장교 오찬과 7월 지휘관회의에서 간부들의 처우 개선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초급간부들의 기를 살려 주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긴축재정 기조 아래서도 초급간부 처우개선 명목으로 1천998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당초 국방부가 요구한 5천620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수당 인상과 초급간부들의 휴일·야간근무수당 신설은 아예 물거품이 됐다. 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군무원들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관사나 주택수당 등 지원도 받을 수 없게 하면서 비전투요원인 이들을 당직근무와 전투훈련에 투입하는 현실이 문제로 떠올랐다. 여론의 관심도 적은 상황에서 군무원 중도 퇴직자는 최근 5년 사이 524명에서 1천389명으로 3배나 늘었다. 초급간부들과 달리 내년 예산안에 군무원 처우 개선 예산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핵 대응 전력 확보가 최우선으로 다뤄지면서 초급간부와 군무원 처우 개선이 뒤로 밀렸다고 지적한다. ‘최고사령부’의 저자인 엘리엇 코언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실패 원인을 유능한 부사관(NCO)의 부재로 꼽았다. 아무리 정교한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 제대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없다면 최첨단 무기도 소용이 없는 법이다. 저출생으로 병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초급간부와 군무원 처우 문제는 중점 해결 과제가 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의정단상]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이제는 정부가 결단해야

김포를 비롯한 경기 서부권의 교통소외 현실과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익히 알려져 있다. 지난 2021년 본 의원과 김포시민들이 삭발을 불사하며 행동에 나선 결과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5호선 김포 연장 노선이 추가 반영됐다. 또 사업 추진의 전제조건인 ‘지자체 협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강력하게 요구해 대광위가 협의체를 구성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지자체 간 5호선 연장 사업 노선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그동안 지자체 간 대립이 커졌다. 일부 정치인들은 분열적 정쟁으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고 최근 인천시가 ‘5호선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중단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수도권 서부 주민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김포한강2신도시 건설로 인구 10만명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교통 대란이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권한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 외에는 없다. 먼저 타당성과 정책성을 갖춘 노선안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5호선 연장 사업이 급물살을 탄 배경에 골드라인의 지옥철 상황과 김포한강2신도시 건설이 있었던 만큼 ‘김포시 교통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선’이 최적안이 될 것이다. 또 접경지역으로서 오랫동안 많은 권리를 제한받은 채 희생당해 온 김포 북부지역 주민들의 교통 문제 해결도 충분히 고려되고 반영돼야 한다. ‘2035 김포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김포 북부생활권은 인구가 8만6천여명에서 향후 13만명 이상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진행 중인 ‘대곶 환경재생 혁신복합단지’까지 건설되면 주거와 산업·일자리가 급증하며 교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김포 북부권을 광역교통 대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경기 서북부의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먼저 ‘지자체 협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토부가 직접 타당성과 정책성, 공익성을 확보한 노선을 결정해야 한다. 이 노선에는 그동안 접경지역이 감내해야 했던 희생과 향후 김포 북부지역의 발전 계획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택지 개발과 교통 대책의 격차로 인해 신도시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예타 면제를 결단해 개통을 하루라도 앞당겨야 한다. 경기 서북부 교통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한 교통수요 분산뿐이다. 정부가 책임 있게 결단하는 것만이 김포시민들을 교통지옥의 불안감에서 해방시키는 방안이다.

[의정단상] 국민 안전·생명 위한 입법·법치 이뤄내자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의 궁평2지하차도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1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침수 당시 지하차도 안에는 차량 17대가 고립됐고 그중에는 승객과 운전자를 합쳐 9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시내버스도 1대 포함되는 등 총 23명이 사고를 당한 안타까운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사고 지역인 충북 청주에는 같은 달 13일부터 15일까지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바 있는데, 지하차도에서 550여m 떨어진 철골 가교 끝의 제방 둑이 터졌고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6만t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단 2~3분 만에 지하차도로 들어찬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국가가 자연 또는 사회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각종 재난을 예방하는 동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진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국내에서 지난 2005년 이후 싱크홀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뒤늦게 2018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특별법 자체가 ‘지반침하’를 대비하는 것에 중점을 둬 필자는 상대적으로 지하가 침수되는 사고에는 입법적으로 많은 부분에 있어 대응 준비 또는 예방적 조치가 소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치 못한 기록적인 폭우가 언제 갑자기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갈지 모르는 자연재난으로 자리잡고 있는 게 냉정하고 엄혹한 현실이다. 사회재난 또는 자연재난 등 모든 재난은 국민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찾아온다. 그런 것을 최대한 예상하고 예방하는 것이 재난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필자는 지하차도가 침수될 우려를 고려해 국토교통부 장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근 제방 안전관리 △사전 교통 통제 △배수펌프 설치 및 작동점검 등에 관한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 이행하도록 하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달 17일 대표발의한 바 있다. 또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어떤 지하차도가 침수될지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침수 사고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자체 상황실에서 원격조종할 수 있는 진입차단시설을 선제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시내만 놓고 보더라도 지하차도 87곳 중 63곳에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지하차도의 침수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재난안전관리 당국이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의무설치법’을 지난달 21일 국회에 추가 제출했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침수 우려가 높은 지하차도부터 우선적으로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지하차도에 순차적으로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입법을 하는 국회’와 법률에 따라 ‘국민안전을 위한 행정을 하는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한 팀이 돼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필자부터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과 같은 지하침수로 인한 참사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의 말씀을 드린다.

[의정단상] 청년이 죽어간다

그 청년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신림동 참사로 희생된 청년은 실제 가장이었으며 동생을 돌보는 성실한 사회인이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월셋집을 찾아 신림동에 온 그였지만 그를 맞은 건 참담한 비극이었다. 해병대 채 상병, 그리고 서이초등학교 교사에 이은 청년 죽음의 비보는 이태원 참사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엄중하게 던져진 슬픈 경고장이다. 청년의 삶을 지나온 어른들에게 청년의 삶이 가진 특성은 불안과 취약함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기 쉬우며, 사회적 불평등이 빚은 우화가 쉽게 드리워지는 시간이다. 튼튼한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이유다. 청년의 경험은 곧 사회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과 경험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회는 안일한 경험이 전부인 청년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신호는 청년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제도화된 확실한 사회적 지지는 청년의 도전, 행복과 이어진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 청년’은 2019년 어머니를 잃고 중학생 동생을 돌보는 어른이 돼야 했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먼 이국에 있으며 한국에서 그는 아버지이자 형이자 어머니가 돼야 했다. 스스로도 부모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그 청년은 어른이 돼야 생존할 수 있었다. 채 상병 역시 해병대를 자원한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수해 복구 현장에서 어떤 이유로 불어난 물에 들어가야만 했다. 구명조끼 하나 없이 어른들에 의해 던져진 셈이다. 분명 어른 교사와 교육시스템이 존재하는 학교는 2000년대생 젊은 교사의 고통을 외면한 채 빈 창고에서 죽음을 선택하도록 했다. 학부모의 ‘갑질’만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마저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취약한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와 아이, 학부모 모두의 갈증과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청년은 살해되거나, 한 청년은 죽음을 선택하거나, 또 한 청년은 죽음이 드리워진 상황으로 내몰리거나. 서로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사회적 지위를 지닌 청년들의 주변에는 우울한 죽음이 서성대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거리에서, 수해복구 현장에서, 일터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역시 사소한 안전대응조차 하지 못해 159명의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질적인 청년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이유는 오직 2023년 대한민국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은 대한민국이 청년을 살게 하는 국가가 아니라 청년을 배제하고 청년에게 미래를 주지 못하는 ‘청년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을 잃은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쟁 중이다. 누군가의 글 제목대로 ‘끝내주는 인생’을 살아야 할 청년들에게서 그 인생을 빼앗은 죄로도 모자라 여전히 한 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에 나서고 있다. 죽어간 청년들의 무덤 위에 풀도 나지 않았는데. 형을 잃은 동생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도 않았을 텐데.

[의정단상] 오염수를 오염수라 부르지 못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에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달빛이 유난히 밝은 밤, 주인공 홍길동은 책을 읽다가 한숨을 내쉰다.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父兄)이 있으되 호부호형(呼父呼兄)을 못하니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일은 홍길동전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오염수를 오염수라 부르지 못하는 일이 2023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줄이야.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라 불러야 한다고 일제히 강변하고 나섰다. 처리수라는 용어는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외의 반발을 회피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써온 표현이다. 즉, 일본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이런 용어를 쓰다니 호부호형을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처럼 통탄할 노릇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불과 3년 전인 2020년만 해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일본을 상대로 국제 소송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했고 성일종 의원은 “대통령이 즉시 나서 일본 정부에 강력한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 “외교 채널을 가동해 방류 피해가 예상되는 주변국과 공조해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의 기류는 올해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확연히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기간 중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진위를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의 뜻이 그래서일까? 정부와 여당은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고, 오염수를 1ℓ 마셔도 된다는 인사를 불러 토론을 하고, 매일 브리핑을 하며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심지어 오염수 해양 투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과 국민을 향해 ‘괴담을 유포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괴담은 정부와 여당이 퍼뜨리고 있다. 오염수가 마셔도 될 만큼 안전하다면 바다에 버릴 것이 아니라 일본 내에서 소비하면 될 일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을 못하면서 직접 시료 채취를 통한 검증도 없이 일본 정부가 제공한 데이터를 갖고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이야말로 괴담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국가의 존재 이유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수산업을 비롯한 관련업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 뻔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국민의 기대와 상식에 반한다. 일본에 항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정부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태도다. 윤 대통령은 과거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붕괴되지 않아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설마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면 방류도 문제가 되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얼마 전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기준치 180배의 세슘 범벅 우럭이 잡혔다. 그 사실을 대통령은 과연 알고 있을까?

[의정단상] 공정성·중립성 상실한 선관위 개혁 시급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 어느 기관보다도 ‘공정성’이 생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5월 초 선관위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선관위 전·현직 간부 11명이 자녀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선관위 전·현직 간부 자녀들은 부친이 인사 담당자에게 자녀의 지원 사실을 사전에 알리거나 자기소개서에 부친의 직장을 드러내 놓고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채용 과정에서 ‘아빠찬스’ 특혜를 받아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선거철만 되면 선관위 휴직자 수가 증가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선거가 없는 해에는 휴직을 미루다가 선거를 앞두고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 휴직을 신청하는 일종의 선거 고의 기피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휴직자 업무대행을 위해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 및 한시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선관위 공무원 규칙에도 불구하고 대체 공무원 대부분을 계약직이나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경력채용 방식으로 뽑았다. 종합해보면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 직원들이 정작 선거를 앞두고 대거 휴직하고 일부 간부는 휴직자들의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지방직 공무원인 자기 자식을 정규직으로 경력채용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던 것이다. 고도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이렇게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선관위가 외부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나 홀로 딴 세상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수장인 중앙선관위원장은 법적으로 비상임이며 대법관을 겸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사무총장이다. 그런데 실질적 1인자인 사무총장을 30년 넘게 내부 승진으로 임명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자체 쇄신이나 혁신보다는 내부 관행을 답습하기 급급했다. 그리고 그간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내세워 정부 권고나 감사원 감사를 거부해 오면서 점점 치외법권화돼 갔다. 물론 선관위가 국민 여론의 거센 압박에 뒤늦게나마 이번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했지만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하는 등 여전히 반성과 성찰보다는 독선과 아집을 부리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이미 선관위의 공정성 및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졌다. 선관위는 재작년 재·보궐선거에서 ‘내로남불, 위선, 무능’ 등의 표현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를 근거로 사용을 금지했지만 작년 대선에서는 ‘주술, 굿당, 신천지’ 등의 표현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근거로 사용을 허가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또 작년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용지를 쇼핑백, 비닐봉지에 넣게 해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도 일으켰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선관위가 지금이라도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으로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된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감사원 감사 등 외부 감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환부작신(換腐作新·썩은 것을 싱싱한 것으로 바꿈)의 자세로 진정성 있는 혁신과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의정단상] 7년의 노력, 17년 만의 성과

2023년 5월25일 오후 4시14분. “평화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 땅! 땅! 김진표 국회의장의 청량한 의사봉 소리가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이 법안이 2006년 최초로 발의된 후 17년 만의 일이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되고 그해 5월27일부터 이 법을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하기 위해 보좌진이 국회 의안과 앞에서 3일간 밤을 새웠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리고 꼭 7년이 흘렀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숙성한 법안이 또 있을까? 정부 부처 간 이견 조율을 위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각 담당자를 의원실로 불러 달래고 어르면서 부처 이견을 조율한 것이 수차례다. 이 법에 반대하는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눈물로 호소한 적도 많았다.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이번에는, 이번에는 꼭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한 세월이 7년이었다. 그 노력이 이렇게 결실을 보게 되니 가슴이 벅찬 것은 둘째 치고 눈물이 먼저 났다. 평화경제특구법이 통과되면서 많은 의원이 축하를 해줬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은 문제 없겠네”라는 농담을 건넸다. 물론 이 법이 파주 발전을 위해 중요한 법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파주만을 위한 법은 아니다. 2015년 경기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구 100만평 조성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전국적으로 생산유발효과 9조1천95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조6천18억원, 취업유발효과 7만2천972명이라고 한다. 대체로 경기도내 경제적 효과가 크지만 파급효과는 전국으로 확산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평화경제특구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성장판이 될 수 있는 근거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이 법은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남북 대치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평화경제특구가 정치적 화해를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반도는 평화가 곧 경제이며 안보다. 한반도는 평화 없이 발전을 얘기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법의 통과는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이 법의 통과가 합의제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법을 발의하고 첫 논의가 시작됐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시작된 법이었다. 당시 보수당은 이 법에 대해 극도로 이념적 반대를 해왔다. 그러나 7년의 설득과 논의는 결국 이념적 반대를 넘어서게 했다. 많은 이들이 이 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하리라고는 예상 못 했을 거다. 그러나 합의는 이뤄졌고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도 이 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7년의 노력이 결국 합의제 민주주의를 끌어낸 것이다. 이제 할 일이 많다. 법이 제정됐으니 이제 특구 건설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 법의 통과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나의 첫사랑과도 같은 이 법이 앞으로 순항하도록 끝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이 법 통과를 위해 응원해 주고 믿어주신 파주시민과 경기도민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의정단상] 기후위기에 대처할 ‘정치’의 역할은?

이른 아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민국 국회가 처음 문을 연 1948년 5월31일을 기념하는 ‘제75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과 ‘제3회 대한민국 의정 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3선 의원인 만큼 여러 번 상을 받을 감사한 일이 있었지만 이날의 수상이 특히 영광스러웠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공동대표로 있는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 부문에 선정돼 대표로 상을 받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국회 기후변화포럼은 2007년, 우리나라도 더 이상 기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 문제에 대해 정치의 역할은 없는지 고민하며 창립된 단체다. 현재 40여명의 국회의원과 정부, 산업계, 시민, 학계 등 각계 전문가가 포함돼 있다. 나 역시 2021년,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앞으로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후위기에 정치적인 해법은 없는지 고민하며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에 국회 기후변화포럼의 공동대표로서의 수상은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 때문일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제 더 이상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 홍수를 비롯해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 역대급 폭풍과 허리케인이 아시아, 미국, 유럽을 망라한 전 지구를 덮쳤다. 이미 유엔 재난 위험감축국(UNDRR)은 지난 20년간 대형 재난이 연 350~500건씩 발생했으며 2030년에는 하루 1.5건씩 이상기후로 인한 대형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한 바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당장 이번 주 뉴스에서만 해도 20년 만에 슈퍼 태풍 ‘마와르’가 괌에 상륙해 공항 활주로가 망가져 한국인 관광객 3천400여명이 발이 묶였다가 일주일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이자 지역구인 평택에서도 겪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평택시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매년 보고되고 있다. 성질 급한 벚꽃이 개나리와 같이 피던 올봄, 이상 기온으로 평택시 과수농가의 피해가 속출한 것이다. 올해는 이상 고온으로 평년보다 과수 개화 시기가 빨라졌지만 지난 3월 말과 4월 초 다시 영하 0.1도까지 떨어지는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평택지역 배 재배 농가의 90%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체리와 블루베리 등 다른 과수농가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 역시 평택의 과수 저온 피해 농가를 찾아 그분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중앙정부, 경기도와 협의해 농업재해로 인정받아 피해 복구 비용 등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올여름, 엘니뇨의 영향으로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들이닥칠 것이란 보도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평택시의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의정단상] 식량 자급률은 ‘생존’의 문제

예로부터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시대적 고민의 산물이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민주화·산업화를 겪으면서 국가 전체가 이러한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단순히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잘 먹고,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다시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유례없던 코로나19 확산은 보건과 의료 분야의 마비를 불러왔고 이에 따른 국가 간 봉쇄 정책과 얼어붙은 무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경제의 대부분을 수출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왔다. 코로나19의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고 각 국가는 생존을 위해 곡창지대의 수출을 막고, 무역 활로를 걸어 잠그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또한 그 파고를 유연하게 넘어가지 못했다. 어떻게 잘 먹고, 잘 살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서 다시 생존의 문제를 맞닥뜨리게 됐고, 특히 자급률에 대해서는 심각한 비상이 걸렸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먹거리가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9%에 불과하다. 1993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61.3%, 곡물자급률은 33.8%로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자급률은 약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고, 비약적 경제 성장률이 무색하게 자급률은 지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곡물자급률은 밀 0.7%, 옥수수 0.8%로 1% 미만에 그치고 있다. 자급률은 낮은데, 수입에만 크게 의존하다 보니, 현재처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경제 현실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어민들에게 삼중고(三重苦)의 상황이다. 전기세, 난방비도 크게 올라 농민은 농사를 포기하고, 어민은 출어를 포기하기에 이르고 있다. 아이 성적, 남편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은 분명한데, 정작 먹거리를 만들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국민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민생이 어렵다는 말은 결국 먹고 살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정부는 민생 해결을 위해 자급률 문제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쌀과 곡물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했는데, 정쟁으로만 몰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우리 농정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매우 안타까운 결정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와 비교해 남 탓하는데 에너지를 쏟지 말고, 구체적인 지원책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농가 인구 비율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50세 이상으로 보면 80%를 넘는다. 농촌의 일손은 줄어들고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9.6%인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45곳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농촌, 지방소멸도 더 이상 미래의 먼 얘기가 아닌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 먹고 사는 문제를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까지 충분히 미뤄온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먹거리로 생존을 넘어 생활(生活)할 수 있도록 정부·국회·학계·업계 등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

[의정단상] 선거개혁과 정치개혁, 21대 국회가 책임져야

많은 기대를 안고 21대 국회가 출범했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여전히 낮다. 국민은 국회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선거구 획정만 봐도 그렇다. 선거구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획정해야 하지만 국회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20대 총선은 42일 전, 21대 총선은 39일 전에야 선거구를 획정했다.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진 결과다. 총선과 대선이 끝나면 여야는 공수만 바뀌어 정치 공세를 반복했다. 국회법에 국회의장 선출을 명시했지만 2000년 이후 기한을 지킨 것은 19대 후반기 한 번뿐이다. 대선 이후 여야는 산하 기관장의 알박기, 인사청문회의 신상공개 문제 등을 공수를 바꿔 정치적 공세만 했다. 이런 갈등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그렇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은 국회 선거제도 개혁 역시 진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거제도 개혁은 다양성과 비례성,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꼭 필요하다. 합계출산율 0.78의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금개혁 문제, 기후위기 문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름 알리기, 얼굴 알리기에 급급하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지역에 매몰돼 새벽에 관광버스 인사드리고 종일 지역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논의에 전념해야 한다. 그래서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개선이 시급하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비롯해 지역구에 매몰돼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완벽한 선거제도는 없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 우선 다양성과 비례성, 지역주의 완화라는 난제부터 해결하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역별 비례제 도입은 영남과 호남의 지역주의 구도를 기반으로 하는 양극단의 대립정치 폐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성정당 논란이 없는 연동형 권역비례제를 도입한다면 양당 독점이 아닌 다양한 정당의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석패율제를 도입한다면 승자독식 선거구제의 사표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 정당이 후보자의 순서까지 결정해 유권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폐쇄형 명부제를 여성, 청년, 장애인 등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개방형 명부제로 개선한다면 다양성 역시 보장할 수 있다. 증원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석 수 확대는 정치제도 논의의 본질마저 앗아가 버리는 블랙홀이다. 국민 신뢰도 꼴찌인 국회가 인기영합적 의원 수 축소나 확대 논의에 매몰된다면 21대 국회의 정치개혁은 빈손으로 끝날 것이다. 의석 수 확대 없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지역구 의원 축소까지를 포함한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논의해 봐야 한다. 선거제도개혁, 정치개혁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고 비례성과 다양성을 담보하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성과라도 거둘 수 있다면 21대 국회는 정치개혁에 있어 성공한 국회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의정단상] 용산의 진짜 개혁, 여의도의 가짜 개혁

개혁이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개혁은 기득권층의 반대를 수반한다. 반대가 극렬할수록 개혁의 기치는 높이 평가된다. 물론, 저항의 세기가 개혁의 정당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득권 세력이 찬성하고 지지하는 정책이 개혁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은 높이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과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이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개혁을 전담할 각 부처 조직을 신설하고 개혁 동력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화하는 수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직되고 이중구조를 가진 노동시장을 개선하겠다는 노동개혁, 중앙집권적인 고등교육 권한으로 지역산업과 연계가 어렵고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을 타파하는 교육개혁,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재정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개혁이 그것이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기득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눈앞의 1표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절실한 개혁 의지를 보여준다. 국민연금이 향후 30여년이면 고갈된다는 추계를 확인하고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전임 정부와 비교해봐도 ‘진짜 개혁’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수령 최소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을, 의회 표결을 건너뛰고 헌법 권한을 행사해 강제 통과시킨 것은 개혁의 본보기로 손색이 없다.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했다면 국민의 72%에 달하는 반대 여론을 눈치 보며 주저앉았을 것이다. 지금 여의도에서는 또 다른 ‘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선거제 개편에 개혁이란 두 글자가 덧씌워져 있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 개편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이 부족하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새로운 시대로 가는 길이라는 것인가. 더 중요한 점은 개혁의 진정성이다. 국회의장 직속 자문위원회의 ‘50석 확대’ 개편안에 환호하며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부랴부랴 꼬리를 내렸다. 비판 여론에 곧바로 폐기될 제도에 개혁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율이 85%에 이른 상황에서 국회의 격은 높이지 못하고 선거제도만 바꾼다고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짜 개혁이라면 기득권의 반대를 설득시키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의원 정수 증원은 개혁이 될 수 없기에 의원 정수 확대 및 비례대표 의석 확대 주장에 강력한 반대 의지를 천명한다. 선거제도 개편을 논하기 전에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위성정당을 탄생시킨 선거법 개정, 국회를 희화화시키는 무자격자 공천, 위장 탈당과 꼼수 사보임 등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치혐오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할 정치풍토 개혁에 힘써야 할 때다.

[의정단상] 전통시장이 ‘봄 희망’을 알려야 한다

봄을 맞이한 전통시장에선 온갖 나물이 우리를 반긴다. 달래, 냉이, 머위, 미나리, 참나물, 곰취, 두릅의 향내가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온갖 봄나물들로 봄이 다가온 것을 실감한다. 갓 나온 봄나물처럼 동토를 뚫고 자라난 새싹과 동면을 마친 짐승들의 생기가 새로운 시작,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절망도 조용히 도둑처럼 온다. 따뜻한 기온과 낮은 습도로 불길이 번지기 쉬운 봄철 불 소식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 재난문자가 도착했다. 정치에 몸 담고 있는 나로선 봄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지난 4일 지역구인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커다란 화마가 세 시간도 안 돼 시장을 삼켰다. 각종 봄나물 내음을 풍기며 활기 넘치던 현대시장은 한순간 재로 뒤덮였다. 요란하던 시장 골목엔 회색빛 재와 함께 절망한 상인의 한숨이 내려앉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총 299건의 전통시장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두 달 사이 벌써 14곳의 시장이 불탔다. 4일 인천 현대시장, 6일 강원 삼척번개시장에 화재가 잇따르자 행정안전부는 5월까지 전통시장 화재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약 824억원에 달했다. 주 원인은 ‘전기’가 132건, ‘부주의’가 104건이다. 사람 탓이다. 현대시장 화재 원인은 술김에 저지른 방화로 밝혀졌다. 이 또한 사람 탓이다. 문제는 더 있다. 사람에 의해 실화된 불이 사람이 만든 전통시장 구조물 탓에 피해가 더욱 심화됐다. 정부는 2003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아케이드 설치가 많은데 현대시장 화재 당시 아케이드로 인해 불길이 확산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시장의 아케이드는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재질이었던 아크릴(PMMA)보다 화염 전파는 느리지만 똑같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소방청 화재실험 결과 공식 확인됐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인천 전통시장의 81%가 PC다. 최근 행안부 관계자는 ‘가연성 아케이드 설치 등 전통시장 현대화 과정에서 취약지가 생기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현대시장의 화재 잔재물 처리는 완료됐다. 그득히 쌓인 잿더미 중 달래와 냉이도 있었을 것 같다. 봄을 미처 다 알리지 못한 채 한 줌 재가 된 봄나물들을, 그 봄나물을 팔지도 못한 채 피해 복구 대책만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을 상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지난 13일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시 관할 소방당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전통시장 화재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제 미추홀소방서 관계자도 만났다. 봄을 알리는 소식이 불이어선 안 된다. 향긋한 봄나물 내음과 발 디딜 틈 없이 활기찬, 달래간장과 냉이된장 끓일 생각에 설렘 가득한 전통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전통시장이 봄의 희망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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