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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박물관은 포천 인문도시 건설의 주춧돌

지난 2월 백영현 포천시장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1종 공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자료를 듬뿍 담은 기관으로 6.25 남침의 주요 통로였던 포천과 굵고 진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해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보면 2023년 기준 전국의 공립박물관은 349개이며 국립박물관까지 합하면 모두 398개다. 특별시, 광역시, 자치시 등을 포함해 전국의 시와 군의 총합(149개)을 따지면 산술적 평균으로 시 또는 군은 약 2.7개의 국립 또는 시립박물관을 갖는다. 실제로 포천과 이웃한 남양주, 양주, 동두천도 공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천은 한탄강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주요 콘텐츠로 전곡선사박물관(도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어떤 도시보다 역사·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포천은 지금까지 이 분야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안타깝다. 한탄강지질공원이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운영되고 있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포천에 1종 공립박물관이 건립된다면 포천의 수만년 품은 역사·문화적 자산을 체계적으로 연구·정리하고 지역의 위상과 품격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공립박물관은 해당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관리된다. 현재 금전적 부담으로 상당히 많은 시립박물관이 입장료를 받고 있다. 또 박물관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기획 전시 및 파격적인 공간 창출력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파주 국립민속박물관은 수장고를 투명 유리로 개방해 관람객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높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재개발로 사라질 화수·화평동의 역사와 풍경을 기획전시전으로 저장했다. 포천에 새롭게 건립될 공립박물관도 포천의 특색 있는 지역사를 관람객들이 흥미 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 방안 마련과 인력 확보, 신선한 전시 기법의 활용 등이 필요할 것이다. 포천을 빼고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국시대 어느 나라든 한강 유역을 완벽하게 지배하기 위해서는 포천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포천은 압록강 위화도와 함께 조선 건국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건국 후 한양(지금의 서울)이 새로운 수도가 되자 포천은 비로소 한양에서 금강산을 거쳐 함흥으로 이어지는 조선의 교통 대동맥(경흥대로) 위에 가지런히 놓이게 됐다. 경흥대로는 지금의 43번 국도이며 축석고개, 송우리, 포천, 만세교를 거친다. 이런 이유로 삼국시대, 고려, 조선 등 시간이 흐르면서 포천은 한반도 역사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점점 뚜렷하게 떠올랐다. 포천과 인연을 맺은 역사적 인물만 해도 그 수가 엄청나며 서원에 배향된 인물을 보더라도 포천은 공주, 부여, 전주, 안동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포천의 국가지정문화재는 보물을 포함해 11점, 경기도 지정문화재 22점, 향토유적 49점이다. 이들은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는데, 첫째가 선사 유적, 서원과 향교, 묘, 암각문 등 역사적 자산이다. 둘째가 빼어난 경관을 간직한 한탄강지질공원이다. 한탄강과 영평천이 빚어낸 절경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 지정으로 다시금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셋째는 현대 전쟁 유적으로 다섯 곳을 헤아린다. 마지막으로 반월산성과 고모루산성이 포함된 성곽이다. 새로 건립될 시립박물관은 이 자원들을 고증하고 정리해 지역의 자긍심 고취와 관광객 증대의 동력이 될 것이다. 포천시 1종 공립박물관 건립 추진과 때맞춰 포천은 교육부로부터 인문도시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됐다. 포천시민 및 행정기관의 의지와 일치된 협업이 이룬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계기로 포천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며 (가칭)포천시립박물관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여담] 고봉산성의 ‘안장왕과 한주’의 러브 스토리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에 있는 고봉산성은 고구려 22대 안장왕(安臧王)과 백제의 토호인 딸 한주(韓珠)의 로맨스가 전설로 내려온다. 우리 민족 최고 고전인 춘향전의 스토리 구성과 너무 닮았다. 안장왕은 문자왕의 장남이고 본명은 흥안(興安)이다. 그는 태자 시절에 상인 행색을 하고 개백현(皆伯縣·지금의 고양)을 염탐했다. 백제 정보원의 눈에 띄어 한씨 집에 숨어 있던 안장왕은 한주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한주와 은밀히 정을 통하고 부부의 언약을 맺은 그는 “나는 고구려의 태자다. 고구려로 돌아가 대군을 이끌고 이 땅을 취한 뒤 그대를 맞이하리다” 하며 고구려로 돌아갔다. 고구려로 돌아와 519년 문자왕이 죽고 안장왕이 21세 나이에 왕위를 계승했다. 안장왕은 장군을 자주 보내 백제를 쳤지만 항상 패배했다. 한편 한주의 미모를 들은 개백현의 태수는 한주의 부모에게 한주와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으나 한주는 죽기를 각오하고 거절했다. 한주 부모의 압박과 태수의 진노가 대단했다. 한주가 갇힌 사실을 은밀히 알아낸 안장왕은 초조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었으나 한주를 구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안장왕의 여동생 중에 고안학이 있었다. 그도 절세미인이었다. 그는 늘 을밀이라는 장군에게 시집가고 싶어 했고 을밀도 고안학에게 장가들고 싶어했다. 하지만 왕은 을밀의 가문이 한미하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을밀도 부름을 받고 왕을 알현했다. 그는 왕에게 “신의 소원은 안학과 결혼하는 것뿐입니다. 신이 안학을 사랑하는 것은 대왕이 한주를 사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대왕께서 신의 소원대로 안학과 결혼하게 해주시면 신도 대왕의 소원대로 한주를 찾아서 올리겠습니다”라고 했다. 한편 계백현 태수는 한주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 사람을 보내 회유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오늘 너를 죽일 계획이지만 네가 마음을 돌리면 살려줄 것이다. 그러면 오늘이 너의 생일이 되지 않겠느냐?” 한주는 대답했다. “태수가 제 뜻을 꺾지 않으면 태수의 생일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태수의 생일이 저의 죽는 날이 될 겁니다. 만약 저의 생일이 된다면 태수에게는 죽음의 날이겠지요.” 태수는 대로해 빨리 형을 집행하라고 명령했다. 그때 초청 무사를 가장해 연회장에 들어간 을미 장수가 “고구려 병사 10만명이 성에 들어왔다”고 외치자 성 안이 크게 동요했다. 이 틈을 타 을밀은 병사들과 함께 성을 넘어 감옥을 부수고 한주를 구했다. 을미가 고을을 쳐 항복을 받아내는 틈을 타 한주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봉화를 올렸다. 봉화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안장왕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백제 고을들을 지나 개백현에 가서 한주를 만났다. 고봉산 봉수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이용됐다. 본래는 백제에서 봉화를 올렸겠지만 나중에는 한씨 미녀가 안장왕과 고구려군을 불러오는 신호로 이용된 것이다. 여지승람(輿地勝覺) 봉수조에 고봉산 봉수가 기록돼 있으며 고봉산성은 안장왕과 한주의 애틋한 사랑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고봉산성은 고양시의 주산이다. 지금의 고봉산은 나무들이 많아 잘 보이지 않지만 1980년 전까지만 해도 고봉산은 해발고도가 높지 않아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주변 일대와 대곡평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고양시 고봉산성에는 ‘안장왕과 한주미녀’의 사랑이야기가 흘러 내려오고 있으며 이 설화는 고양시뿐만이 아닌 경기도의 역사문화이자 역사유적지다.

[여담] 문학의 본령을 지키자

옛날 부산 역전에 이상한 지게꾼이 있었다. 지게에 짐을 지면 꼭 뒷걸음질로 다녔는데 발걸음이 여느 지게꾼보다 더 빨랐다는 것이다. 만약 요즘 그런 지게꾼이 있다면 세상 사람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누구는 장난기 어린 눈으로 그 기절초풍할 모습을 바라볼 테고, 누구는 정신병자의 소행이라며 혀를 찰 테고, 누구는 종말론적 징후라며 타락한 세상을 걱정할 것이다. 어쨌든 상식을 벗어난 파격임에는 틀림없다. 파격성은 한마디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에너지다. 요컨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그것들의 중심가치를 꽃피우는 데 작용한다는 말인데 그 파격성을 반역성(反逆性) 또는 반역의지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하얀 예복에 까만 나비넥타이를 맨 신랑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미적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까만색 나비넥타이가 하얀색 예복에 반역했기 때문이다. 예복의 1퍼센트도 안 되는 작은 나비넥타이가 온몸을 감싼 예복에 반역해 조화를 이뤄낸 그 에너지야말로 거대한 화산 폭발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서 그 반역성을 문단의 타락상을 정화시키는 도구로 삼으면 어떨지 싶다. 아무리 기회주의와 배금주의가 쓰나미처럼 밀려와도 결코 오염되지 않을 빛살, 생기(生起)의 시원인 그 미미한 빛살을 이제 거대한 햇뭉어리로 분화(噴火)시켜야 한다. 문학의 순결한 본령을 지키려는 일종의 함성이랄까. 그렇다. 문단은 순결한 영혼들의 세계다. 창조적인 바보들, 문제적인 바보들이 어울리는 장이다. 솔직한 곳이다. 정직한 곳이다. 모함하지 않는 곳이다. 외로운 곳이다. 고통을 즐기는 곳이다. 슬픔을 즐기는 곳이다. 간교하고, 눈치 빠르고, 빈틈없는 자들의 활동무대가 아니다. 정치판도 아니고 경제판도 아니다. 이권을 노리는 장사판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은 문명이 진보하면 진보할수록 점점 더 배우가 돼가지만 아무도 그런 가면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위선의 가면을 경계한 칸트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200년 전 칸트의 시대가 아니다.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가 아니라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현실이기에 소름 끼치는 것이다. 위선이 진실이 되는 문단을 상상해보라. 문학을 배금주의의 도구로 이용하는 그 참상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좌절할 수는 없다. 오염되지 말고 의연한 단독자(單獨者)로 우뚝 서자. 문학의 위대성은 진실을 캐는 작업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캐는 그 고뇌스러운 반역의지가 지성이다. 위선에 농락당하는 지성은 또 다른 가면일 뿐이다. 눈치 보는 지성도 가면일 뿐이다. 가면은 야비다. 죄는 법으로 옭아맬 수 있지만 야비는 법망이란 그물로도 씌울 수 없어 더더욱 해롭다. 공자도 “그럴듯하면서 그렇지 않은 것을 싫어한다(惡似而非)”고 했지만 거짓이면서도 참인 척인 것, 범죄이면서도 법으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 야비다. 오염됐으면서도 순수한 척인 것,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 척인 것이 야비다. 죄를 지으면 형벌이란 매를 맞지만 야비한테 걸리면 사람이 미치고 만다. 이처럼 야비는 인간의 판단 능력을 무차별적으로 마비시킨다. 우리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게 한다지만 인터넷 시대인 지금은 웅덩이의 수억 배인 저수지를 휘젓는다. 그러니 무관심이나 이해심 따위의 안일한 가치로는 문학판의 정화는 어림없다. 카프카는 문학을 “주먹으로 뒤통수를 쳐서 각성시키는 것이며 내면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고 역설했다. 여기에서 문단의 부패 구조를 깨는 도끼에 외로움을 대입시키면 더 효율적인 정화 대책이 될 것이다. 감상 차원의 멜랑콜리한 외로움이야말로 진실을 캐는 가장 적절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로움의 선적(善的) 가치인 순결, 고뇌, 연민, 눈물, 이슬, 별빛 등의 원개념이 전투적인 반역성이란 사실을 간과해 왔다. 순결과 고뇌보다 더 치열한 전의(戰意)가 어디에 있으며, 연민과 눈물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이 어디에 있으며, 이슬과 별빛보다 더 섬뜩한 살상무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처럼 외로움의 반역성은 진실을 캘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도구인데 그 반역성은 허구적(편의주의적)인 행복을 부정하는 가치전복(價値顚覆)에서 생성된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느끼고 인식한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그런 허구적인 행복은 자칫 야비에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따라서 허구적인 행복을 부정하는 외로움의 반역성은 오염된 문단을 정화시키는 가장 적절한 도구가 된다. 그 반역성이야말로 순결을 엄호하고, 위선을 타매하고, 미적 감각을 살리고, 창조의식을 고취시키고, 기회주의자를 혐오하고, 허무를 인정함으로써 무엇이 본질이고 진리인지를 항상 캐묻게 한다. 요컨대 외로움의 반역성만이 허구적인 행복을 부정하는 진정한 행복조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 문단의 타락은 이제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고 있다. 타락의 일상화현상(日常化現象)이랄까. 타락이 뭔지도 모르거니와 오히려 타락에서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상금을 타게 해서 나눠 먹는 것 정도야 눈감아 줘야죠.” 어느 문인의 말이다. 이태 전만 해도 “침 뱉고 싶은 놈들”이라며 분개했던 문인이다. 타락의 일상화현상이 얼마나 팽배한지를 일깨워주는 그 사례를 보며 이제야말로 거꾸로 걸어다니는 모험의 필연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 지금은 디오게네스 같은 철인이나 돈키호테 같은 저돌적인 구원자가 절실한 시대다.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다니는 반역보다 더 지혜로운 대책이 어디에 있으며, 창을 들고 풍차에 돌진하는 반역보다 더 치열한 전투 의지가 어디에 있겠는가! 기회주의와 배금주의가 판치는 우리 문단에 가차 없이 칼을 들이댈 그들이야말로 오늘날 꼭 필요한 개혁형 인물이다. 요컨대 문학의 본령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 같은 문인들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여담] 큰말(大言)과 작은말(小言)

말은 자신이 뜻을 상대방에게 실어내는 바람 소리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이상이나 이하가 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그 말 속에 무언가를 숨겨 남을 속이고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말에는 어떤 종류와 의미가 있나. 장자·노자를 통해 알아보자. 장자(莊子) 제물론에 나오는 말에 관한 내용이다. 대언담담 소언첨첨(大言炎炎 小言詹詹). 큰 말은 담백해 시비에 구애되지 않고 작은 말은 이러쿵저러쿵 시끄럽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너그럽고 여유롭기에 아름다우면서 힘찬 반면 작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시비를 따지고 승리를 쟁취하는 데 몰두해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상대방의 허점을 틈타 시비를 따지기 때문에 큰 상처를 입힌다. 능구렁이 같은 사람은 부드러운 표정 속에 간교함을 감추고, 음흉한 사람은 말 속에 함정을 파놓고, 치밀한 사람은 마음을 깊이 감춰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의 말엔 미사여구, 사자성어 등 인공조미료가 잔뜩 첨가돼 상대방의 마음을 현혹하는가 하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억지로 꾸민 말, 과장된 말, 잔재주를 부리는 간사한 말, 남을 속이려 하는 말, 남을 억지로 고치려는 말, 협박성이 가미된 말, 이런 말들이 장자가 말하는 작은 말일 것이다. 노자(老子) 도덕경에도 말에 관한 내용으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신언불미 미언불신(信言不美 美言不信).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하지 않다. 장자와 노자를 읽고 있자면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이치를 어쩌면 이렇게 정확히 꿰뚫고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사는 21세기 현실에서도 아름다운 말로 속이고 속았다는 사건·사고를 뉴스를 통해 목격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아름다운 말, 달콤한 말, 설탕이 듬뿍 발린 말, 조미료가 잔뜩 첨가된 말들이 어디 없나 하고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자기 입맛에 맞는 말을 만나게 되면 받아들이고 거기에 의존해 그런 말들을 참인 듯 믿음으로서 고정관념화돼 마음의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된다. 거짓을 옮은 것이라 믿고 사는 것이다. 이 두 성인은 말을 청산유수로 잘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할 위험 인물이라 말한다. 일부 극소수의 정치인, 사기꾼치고 말 못 하는 사람 없다. 우리는 말 잘하고 지식이 많고 학벌이 좋은 사람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존경스러워하며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나보다 똑똑하니 당연히 맞는 말을 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제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오히려 담백해 시비에 구애되지 않음을 알았으니 이를 맘껏 판단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말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이제 나를 힘들게 하는 말, 남을 힘들게 했던 말을 옛 성인을 통해 알았으니 작은 말을 구별할 줄 알고 큰 말을 듣고 사용해 마음의 평온과 자유를 얻기를 기대한다.

[여담] 정원도시 여주를 꿈꾸다

정원도시 여주를 꿈꾸며 프랑스와 독일의 정원문화를 보러 온 공무출장의 첫 기착지 파리.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 시내 산책을 했다. 차도와 보도 사이에 초화류를 배치해 안전보행에 신경을 썼고 꽃나무 등을 잘 가꿔 놓았다. 시민혁명이 일어났던 프랑스의 시민우선정책이 두드러져 보였다. 첫 공식 방문지인 쇼몽성은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다. 1992년 시작된 쇼몽 국제정원박람회가 본격 발전하게 된 것은 2008년 디렉터가 바뀌면서부터다.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학비료나 농약 사용을 배제한 35개의 친환경 정원이 조성돼 약 5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인근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한단다. 아름다운 루아르강변에 조성된 쇼몽정원은 우리 여주 남한강변에 조성하고 싶은 국가정원의 꿈을 한껏 키워줬다. 셋째 날 방문한 현대적인 감각의 도심공원 앙드레 시트로앵 공원은 센강 좌측 14ha에 이르는 지역에 다양한 주제의 정원들과 크고 작은 온실, 분수대, 조각작품 등이 조화를 이룬다. 휴식과 산책, 운동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시내 중심가에 이렇게 커다란 공원이 조성돼 있음이 부럽다. 이어 간 프롬나드 플랑테는 기차가 다녔던 고가 철길이다. 1993년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세계 최초의 공중정원이란다. 온갖 쓰레기가 뒹구는 우범지역이 됐을지도 모를 공간이 쾌적한 도시공간으로 거듭나 주변 상가에 생기를 주고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튈르리 정원은 콩코르드 광장에서 루브르 궁전까지 이어지는 대정원이다. 멀리 개선문이 보이는 연못가 녹색 철제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소소한 행복과 만족을 느낀다. 잘 만들어진 정원이 주는 혜택이리라. 넷째 날은 평소보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독일행 기차에 올랐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불편해도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만하임 역에서 내려 BUGA 2023 개최지인 45ha 규모의 루이젠파크에 갔다. 2년마다 도시를 바꿔 가며 개최되는 BUGA는 정원, 조경, 환경보전에 대한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하기 위한 행사다. 주제별 정원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린다고 한다. 여주에 열심히 정원을 입혀 나가면 자연친화적 행복도시 희망 여주를 만들 수 있고 국가정원 유치도 문제 없을 것이다. 다섯째 날 아침 식사 후 하일브론으로 향했다. BUGA 2019 박람회가 열린 곳이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곳이 1985년 란데스 박람회(주에서 시행하는 박람회)를 계기로 변화하기 시작해 BUGA 2019를 거치면서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했다. 장애인 배려와 탄소제로 도시정책이 돋보이고 녹색지대들이 쾌적한 도시환경을 제공하는 작지만 멋진 도시였다. 다음으로 간 팔멘가르텐은 약 26ha의 면적에 열대식물이 주종을 이루는 체험과 연구의 공간이다. 그린 스쿨을 운영하기도 하는 전형적인 시민 휴식공간이며 연간 70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이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번 프랑스 독일 연수는 오로지 여주의 정원도시를 꿈꾸는 시의원들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일정이었다. 이 바람이 바람에 그치지 않고 정원으로 행복한 정원도시가 되길 기원한다. 시민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선사하는 정원도시 여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여담]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2002년 BBC가 조사한 ‘위대한 영국인 100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던 윈스턴 처칠은 어렸을 때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그는 우울증을 가리켜 검은 개로 명명하며 “나는 평생 검은 개(black dog)와 함께 살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처칠은 이 지독한 불청객 검은 개가 찾아올 때마다 쫓아내거나 외면하지 않았다. 검은 개가 찾아오면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며 떠나갈 때까지 그림과 글에 몰두했다. 한평생 지독한 우울증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있는 일들을 멈추지 않고 행했기에 오늘날 위대한 인물의 표상이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우울증뿐 아니라 공황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양극성장애 등 정신건강 장애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술가,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이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또한 이러한 장애를 겪기도 한다. 이들 정신적인 장애의 원인으로는 아직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유전적 성향, 과거의 외상적 경험, 뇌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이상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아론 백은 ‘인지 왜곡’을 우울증의 원인으로 봤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생각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정신적인 질병은 신체적인 질병에 비해 원인 규명과 치료가 쉽지 않아 완쾌가 어렵고 고통 속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인 대부분은 세상이 요구하는 수많은 논리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과다한 경쟁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트레스와 욕구 불만, 긴장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에 휩싸일 때 이를 통제, 억압, 회피 등 심리적 저항을 하거나 심지어 살아갈 힘을 잃기도 한다.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늪에 더 빠져들기도 한다. 이런 분들에게 심리적 고통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통찰력 있게 제시한 책이 있어 소개한다. 수용전념치료의 창시자며 네바다대 심리학과 교수인 스티븐 헤이즈는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는 책을 발간했다. 책 제목에서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알아차림, 수용, 가치다.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편한 생각이나 번뇌, 감정들이 나타날 때 이에 이끌려 가거나 회피하거나 싸우려고 하지 말고 그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만 알아차리기와 수용을 통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삶을 향해 행동하라고 말한다. 우리 마음에서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통이 느껴질 때 고통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보다는 고통에 대해 바라보라는 것이다. 고통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담대하게 나아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심리적 해방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주인이 돼 유연하고 풍요롭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처칠이 평생 검은 개를 걷어차거나 집착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함께 데리고 살면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한 것처럼 말이다.

[여담] 한국인의 소울푸드, 소머리국밥은 곤지암에서

해가 짧아지고 공기가 쌀쌀해지는 요즘 같은 때에는 뜨끈한 국물이 절로 생각난다. 국물 하면 제격인 음식이 바로 국밥이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단순한 요리법으로 시작해 국밥의 종류만도 부산 돼지국밥, 전주 콩나물국밥, 병천 순대국밥, 통영 굴국밥, 인제 황태국밥, 괴산 올갱이국밥 등 지역마다 재료마다 제각각이다. 수도권 상수원 젖줄인 경기 광주는 깨끗한 물과 쾌적한 자연이 결합된 먹거리문화가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곤지암의 청정지역에서 위생적으로 관리된 최상급 한우를 재료로 쓴 소머리국밥은 쫄깃한 한우 육질을 자랑하며 광주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맑은 물과 기름진 옥토를 가진 너른 고을 광주를 고스란히 담아낸 음식이 소머리국밥인 것이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전해진다. 광주가 예부터 지방에서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지나던 길목이라 당시 선비들이 광주에서 숙식하며 주로 먹던 음식이 소머리국밥이었다고 한다. 또 한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위해 소머리국밥을 만들었는데 1970~80년대 광주 곤지암에 소머리국밥집이 하나둘 생겨나더니 지금의 소머리국밥 거리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소머리국밥은 소머리와 부속물을 푹 끓여낸 고단백 음식으로 지방도 많다. 푹 고아 우린 덕분에 영양이 풍부한 아미노산이 국물에 우러나 흡수하기 쉬운 형태다. 원기 회복에 더없이 좋다. 소머리국밥은 다양한 의미를 상징하기도 한다. 즉, 기다림과 어우러짐, 그리고 서민 음식이라는 정서를 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매개체다. 국밥은 진한 국물을 얻기 위해 재료를 우려내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또 만들어 둔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국밥은 혼연일체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음식이다. 국과 밥이 어우러지면서도 음식 본연의 맛이 바뀌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께 모인 사람들이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어 공동체적 유대감을 쌓기 좋은 음식이 바로 소머리국밥이다. 지난 17일 제1회 곤지암 소머리국밥축제가 곤지암역 일원에서 열렸다. 소머리국밥 체험 부스와 전시 코너, 민속5일장 등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축제를 시작으로 곤지암 소머리국밥의 브랜드를 전국에 알리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곤지암을 지나면서 소머리국밥을 먹었다는 역사적 배경, 어려운 시절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는 국밥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라는 좋은 콘텐츠가 맛집 탐방, 유튜브 먹방 등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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