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인천의 아침] 한국 양궁과 동이족

얼마 전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올림픽 10연패(連霸)’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실력이 워낙 월등하다 보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애국가 가사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이런 우리의 활 솜씨를 ‘동이(東夷)’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東夷’는 오랜 옛날에 중국 사람들이 우리 민족을 비롯해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살던 사람들을 ‘동쪽의 오랑캐’라는 뜻으로 낮춰 불렀던 말이다. 이 중 ‘夷’는 언뜻 ‘大(큰 대, 뛰어날 대)’와 ‘弓(활 궁)’을 합친 글자로 보인다. 그래서 ‘夷’를 ‘큰 활을 가지고 다니는 민족’이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 풀이하곤 한다. 하지만 한자의 출발점인 갑골문(甲骨文)에서 ‘夷’는 ‘矢(화살 시)’와 ‘己(몸 기)’가 결합한 형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己’는 새끼줄을 뜻해, ‘夷’는 화살에 새끼줄이 감겨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동이족이 유목민족이라서 활을 잘 쏠 뿐만 아니라, 줄을 이용해 짐승을 잡는 데도 능숙했기 때문에 그런 특징을 표현한 글자라는 얘기다. 어떻든 우리가 활과 무척 가까운 민족임은 틀림이 없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는 신궁(神弓), 곧 ‘신과 같은 활 솜씨를 가진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람으로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조선을 세운 이성계를 꼽을 수 있다. 옛 자료에서 이 둘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정말이지 함께 사선(射線)에 세워놓고 누가 더 잘 쏘는지 한번 겨뤄보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날 우리 양궁계에도 신궁으로 불리는 선수들이 종종 등장한다. 신궁은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분명 피나는 노력으로 그 경지에 오르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한국 양궁팀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데는 신궁의 등장보다 신궁의 등장을 가능케 하는 공정한 선수 선발 체계에 더 큰 이유가 있다. 모든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 그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의 역사를 새롭게 쓴 김우진 선수는 “모든 선수가 부정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한국 양궁”이라며 “새로운 대회에 나가려면 전 대회의 3관왕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신궁의 실력을 갖췄더라도 경쟁 방식이 불공정하면 대표선수로 뽑힐 수 없을 텐데 대한양궁협회에서는 그런 부정(不正)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말이 시대의 화두(話頭)처럼 떠돌지만, 곳곳에서 이에 어긋나는 일들이 밥 먹듯 일어나는 세상이다. 이번 양궁 대표팀의 성과가 이런 세상에 큰 울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의 아침] 기후위기를 넘기 위해 해야 할 일

한국이 전형적인 동남아시아 날씨인 아열대 기후로 가는 것 같다. 갑자기 쏟아지는 ‘스콜’ 비. 바다는 열대성 어종이 50%를 넘게 변했다. 전통 어종이 사라져 가고, 봄과 가을이 사라지는 이 모든 것은 지구 온난화에서 오는 환경 재앙의 서막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기후위기 해결 방법은 전 세계 정부와 개인 모두의 집단적 행동을 포함하는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과 세계 공동체의 지속적인 환경개선 운동만이 회복력 있는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가장 많고 중요하다. 첫째, 정책 및 법률 시행으로 기후 정책 구현 및 시행으로 정부는 탄소 가격 책정, 배출권 거래제, 산업 배출 규제 등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둘째, 국제 협약으로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한 파리 협약과 같은 국제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준수한다. 셋째,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재생 가능 에너지 인프라를 확장해야 한다. 넷째, 도시 계획 및 인프라로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로 녹지 공간,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대중교통 시스템을 통합 해야 한다. 다섯째, 환경 보전으로 탈삼림화를 벗어나 조림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복원해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생물 다양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해야 할 일은 효율적인 가전제품 사용, 난방 및 냉방 요구량 감소, 전기 절약 , 재생 에너지 채택으로 집에 태양광 패널 또는 기타 재생 가능 에너지 시스템 설치, 대중교통 이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개인 차량 대신 버스, 기차, 자전거 이용하기 카풀 및 전기자동차 사용, 재활용 및 퇴비화로 폐기물을 적절하게 재활용하고 유기 폐기물을 퇴비화해 매립지 사용과 메탄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또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와 재사용할 수 있는 제품 선택, 채식을 채택하거나 육류 섭취를 줄이면 육류 생산과 관련된 탄소의 높은 배출량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구입해 교통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농업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해서 알리고, 지역사회 내 환경 정책으로 청소 운동, 나무 심기, 보존 프로그램 등 지역 환경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시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명령이다. 정부와 개인 모두가 지속가능성을 향해 적극적이고 일관된 방향으로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인천의 아침] 문해력 증진 대책 시급하다

온라인상에서,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 ‘사흘’을 숫자 4로 인식한다거나,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의미의 ‘심심한 사과’를 동음이의어인 ‘지루하다’는 의미로 오해해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 심지어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오늘)”을 의미하는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왕왕 발생하곤 한다. 세계에서 가장 읽기 좋고 쓰기 좋은 과학적 언어로 알려진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 사회에서도, 이렇게 정작 단어의 뜻이나 맥락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실제와 다르게 파악하는 ‘문해력 저하’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 능력이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 발달에 힘입은 4차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이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문해력’으로 통용돼 쓰이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해력을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글을 쓰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문해력은 학업적, 직업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해력이 높은 개인은 정보를 쉽게 습득하고 신속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문서와 정보를 효과적으로 작성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학습 능력, 의사소통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문해력은 살아가는 데 있어 제반 상황을 이해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고 능력까지 제공한다. 오늘날 문해력은 인문학적·비판적 사고 함양에는 물론 실생활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과 지식과 지혜를 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 문해력이 중요한 것은 문해력이 여타의 학습에 중용한 도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전반적인 학습 의욕을 떨어뜨릴 뿐더러 당연히 학업 성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문해력 저하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청소년 시기와 그 이후 인생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하면서, 정신건강 및 사회적응을 어렵게 한다. 이렇게 중요한 문해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개인의 삶의 질 문제를 넘어 교육의 질 저하, 정치·경제 및 문화 발전 지연, 사회 위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문해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대책으로는 개인을 넘어 전 사회적인 교육 및 학습이 필요하다. 즉, 다양한 독서 활동과 꾸준한 쓰기 연습, 그리고 관련 자료와 자원에의 접근 편의성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관련 정부 부처 및 교육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천의 아침] 서구 이름 바꾸기

인천시 서구(西區)가 새로운 구(區) 이름을 찾기로 했다.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붙인 이름이 지역의 역사나 정체성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침 인천시의 행정구역 통합·조정 계획에 따라 2026년 7월이면 지금 서구의 일부인 검단지역이 ‘검단구’로 독립해 나간다. 이에 서구는 이름을 바꾸는 시점을 그때로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2018년 인천의 남구(南區)가 미추홀구로 이름을 잘 바꾼 선례가 있으니 그를 따라 하면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남은 문제는 ‘새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인데, 무엇이 좋을까. 오래전 이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를 했을 때 ‘서곶구(西串區)’와 ‘연희구(連喜區)’, ‘청라구(靑蘿區)’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이 중 ‘서곶’은 조선시대에 석곶면과 모월곶면으로 나뉘어 있던 지금의 서구 지역을 1914년 일제(日帝)가 하나로 합치면서 ‘서곶면’이라 붙여 생긴 이름이다. 그 뒤로 이는 인천 사람들이 서구 일대를 가리켜 흔히 부르던 이름이 됐고, 1988년 서구가 북구에서 독립할 때 ‘서구’가 아니라 ‘서곶구’로 부르자는 의견도 꽤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나이 든 인천 사람들 중에는 중·동구 등 원도심 사람들이 옛 서구 일대를 부르던 이름 ‘개건너’와 함께 ‘서곶’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희’는 조선시대부터 불리던 동네 이름인데, ‘늘어진 땅’이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본다. 우리말 땅 이름을 한자로 쓸 때 ‘늘어졌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흔히 ‘於(늘 어)’나 ‘連(늘일 연•련)’, ‘延(늘일 연)’ 등을 썼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자를 이용해 우리말을 나타내던 방식을 ‘한자 차용(借用) 표현’이라 하며, 뒷글자 ‘喜(희)’는 별다른 뜻은 없이 발음의 편리함을 위해 붙인 것으로 해석한다. 연희동은 근처에 있는 철마산(천마산)과 승학산이 아래로 늘어진 땅에 생긴 동네이기에 이런 표현을 쓴 것이다. ‘청라’는 예전에 서구 앞에 있었던 섬 청라도에서 비롯한 이름으로, ‘파랗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섬은 넝쿨이 많은 푸른 색깔의 나무들이 많아 멀리서 보면 파랗게 보였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이 섬을 ‘파랗다’는 뜻에서 ‘파렴’이라 불렀다고 하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巴羅(파라)’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다. 이는 ‘파랗다’는 우리말 이름과 발음이 같은 한자를 끌어다 쓴 한자 차용 표현이다. 이 밖에도 서구의 새 이름으로 여러 다른 이름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결정은 물론 주민들의 의견을 따를 일이고, 서구도 공모(公募)를 통해 그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인천시론] ‘상속세 개편’ 황금알 낳는 거위를 지켜라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2대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 정확히는 기획재정부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황당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바로 ‘상속세’ 때문이다. 김정주 회장 별세 후 6조원을 웃도는 상속세가 발생하자 유족이 그중 일부인 4조7천억원을 NXC 지분 29.29%(85만1968주)로 정부에 물납하면서 벌어진 촌극이다. 현재 정부는 상속세 대신 받은 NXC 주식을 매각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부재 등 각종 악재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과세표준 30억원 이상)에 달하고 기업 최대주주에 붙은 할증까지 더하면 60%까지 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평균 상속세율은 26% 수준이라 한다. 여기에 OECD 회원국 중 15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과세하는 23개국 중 15개국은 직계비속에 대해선 이를 면제하거나 감경해 준다 하니 대한민국 상속세는 가히 살인적이라 부를만 하다. 기업이 3대에 걸쳐 승계되면 결국 정부 소유가 될 거란 푸념은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이미 상속세를 내기 위해 창업주 및 최대주주 유족들이 주식을 팔거나 아예 기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건 그 전조다. 콘돔시장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유니더스와 국내 1위 종자기업이었던 농우바이오를 비롯해 쓰리세븐(손톱깎이), 락앤락(밀폐용기), 동진섬유(신발원단) 등 유수의 기업들이 사모펀드에 넘어간 뒤 적자를 보거나 해외에 팔렸다. 창업주 사망 후 상속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까닭이다. 국내 최고 재벌인 삼성 일가도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각할 정도인데 일반 중견·중소기업의 사정은 오죽할까 싶다. 이렇듯 상속세 납부가 기업의 존망과 직결되는 건 비극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정부가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골자로 한 상속세 개편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의미 있다. 국회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그간 부자감세란 비판 속에 차마 손대지 못했던 상속세 개편이 드디어 공론화된 것이다. 부의 세습을 막고 이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상속세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상속세는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매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해 계속 이윤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상속세 개편이 절실한 이유다.

[인천의 아침] 인천 일류 명품 도시화의 길

과거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면 어머님의 품 안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나의 본성과 이성이 살아난다. 그러나 차를 타고 거대화된 도시를 다니다 보면 낯선 동네에 온 느낌이다. 옛 동네는 추억의 박물관이 돼가고,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물질적 풍요와 향락에 가득 찬 경쟁과 자기과시, 독선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는 이성이 필요 없고 돈과 물질과 권력과 야망만이 전부인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길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신병원들은 전부 꽉 차서 포화 상태다. 병원에 못 가 돌아다니는 정신질환자는 헤아릴 수 없다. 거대 도시에서 범죄나 비행, 매춘이나 부랑, 정신병이나 자살, 이혼 같은 것들이 눈에 띄게 많다. 이런 현상을 아노미(anomie)라고 한다. 불안·자기 상실감·무력감 등에서 볼 수 있는,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내 고향 인천은 근대 개항 도시로서 과거에 외국 자본과 건물이 최초로 많이 들어온 매력적인 도시였다. 그런 이유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살아서인지 각자의 고향이 다양하다. 하지만 인천에서 태어난 다음 세대들에겐 인천이 고향이다. 지금 그 고향 땅은 많이 변해 세계 10대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대도시는 사회관계로부터의 소외와 지역으로부터의 소외, 또 저속문화의 자극 등은 술과 마약으로 출구를 찾게 한다. 능률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대도시에서는 사회나 집단이나 문화의 차원에서도, 인간의 행동과 의식의 차원에서도 아노미를 가져오는 힘이 잠재해 있다. 그래서 인간을 비합리화하는 환경조건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것을 막고 인천이 일류 명품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길은 특정 사회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해당 사회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명품 도시는 건전한 대인관계와 공유된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집단에 효과적인 기능을 하는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한국은 너무 극단적인 남북 대치, 이념 투쟁, 정치투쟁, 종교갈등, 빈부격차 등 수많은 부분이 있다. 인천시도 같은 맥락에서 명품 도시로 가는 데 발목을 잡고 있으나, 덴마크의 강한 공동체 의식과 제도에 대한 높은 신뢰도, 캐나다의 다문화주의와 다양성, 핀란드의 협력과 합의 구축을 중시하는 문화 등이 합쳐진 사람 간 통합으로 인천에 적합한 커뮤니티 센터 및 축제와 이벤트 공간, 공원,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센터, 건강, 친환경, 양질의 문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관계 네트워크 사업에 잘 투자해 문화와 철학 등 공통된 내용을 가진 경제, 문화, 과학의 대도시가 만들어 지면 세계 1위의 명품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인천의 아침] 건강한 가족 회복 시급

요즘 우리 사회 범죄 중에서 가족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사건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또 형제자매남매 간에 서로 해하는 범죄가 왕왕 발생하곤 한다. 이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회 구성의 기본이 가족에서 비롯되는데, 결국 가족 관계 속 범죄는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들게 된다. 가족이 흔들리면 사회도 국가도 흔들리게 된다. 인간관계 중 가장 가까운 관계가 바로 가족 관계다. 그만큼 밀접하고 친밀하다. 그러나 그만큼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욱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다. 원초적으로 사랑과 신뢰의 가족 관계이기에, 가족 간에 갈등과 다툼으로 받는 상처는 더욱 깊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런 상처가 더욱 깊어지며 끔찍한 가족 간 범죄로 치달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전사회적으로 건강한 가족으로의 회복이 시급하다. 건강한 가족이 되려면 그 무엇보다 ‘건강한 소통’이 필요하다. 가족의 소통은 먼저 자기와 가족에 대한 바른 인식과 수용에서 시작한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서 자신과 가족에 대해 깨닫는 것이다. 먼저 내 자신부터 ‘건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긍정적 자기개념을 쌓아야 한다. 부정적이고 편협한 자아에서 벗어나 내면의 근원적 존재인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다. 평소에는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신뢰하며 자신의 감정과 이성, 태도와 행동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고, 사랑 받기에 충분한 존재인가를 깨닫는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렇게 가족들 사이에서 긍정적 자기 개념을 쌓고 긍정적 자기 인식을 하다 보면 자신과 가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바른 인식과 수용이 필요하다. 한 가족이라고 다 같을까? 아니다. 한 가족임에도 성격과 가치관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자유의지요 개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 기본적으로 당연히 한 가족으로서 같음이 많겠지만, 가족 구성원 간 서로 다 다르다는 것도 인정하자. 그 다름은 결코 옳고 그름이 아니다. 각자의 개성과 특성이 다를 뿐이다. 그것은 차별이 아닌 차이일 뿐이다. 그런 인식 아래 나와 가족을 편안히 인정하도록 하자. 이렇게 나를 먼저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때, 그리고 가족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때 건강한 소통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가족의 건강한 소통은 곧 이웃 간의 건강한 소통으로, 이는 또다시 지역의 소통, 사회의 소통으로 연결되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살려낼 것이다.

[인천의 아침] 가치로 바라보는 세상

해왕성을 지나던 보이저1호가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거꾸로 돌렸을 때,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하나가 찍혔다. 촬영을 제안했던 칼 세이건은 책 ‘코스모스’에서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라며 전송된 사진에 경탄한다. 한 줄기 섬광이 겹친다. 광대한 우주 속 작은 점에서 찬란하게 떨려 나오는 느낌. 그것은 가치다. 광활한 우주 속, 한 점 미미한 존재에 대한 성찰. 한 점 지구와 그 안에 모여 사는 인간. 크고 작음을 넘어 지구와 우리가 한 점에서 한 덩어리가 됐기에 나오는 탄성! 60억㎞ 떨어졌지만 다른 각도에서 봤기에 나오는 가치였다. 밤하늘의 별을 본다. 천억 개의 은하, 그 은하마다 천억 개의 별들을 다 세어야만 ‘우주와 나’를 알게 될까? 우주와 자신의 크기에서도 과학적 진리를 느끼지만, 장미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듯 ‘지구와 우리’가 한 점으로 같아지는 일즉다(一卽多)의 깨우침에서도 가치를 느낀다. 광대한 우주 138억년 역사에서 장엄함을, 46억년 자연경관에서 생경함을, 35억년 전 탄생한 생명에서 존귀함을 느낀다. 시공간적 거리를 재는 과학적 측량을 넘어 아득한 심리적 거리의 다양한 가치를 읽는다. 우리의 느낌에는 ‘바라보는 대상’의 제 가치가 담겨 있다. 구주고원(久住高原) 중턱에서 아래를 보니 산안개가 가득하다, 멀리 굽이치는 산봉우리에 뭉게구름이 가치로 피어오른다. 산의 내장처럼 꿈틀대는 삼나무숲은 왜 대대로 거듭나고, 야생의 사슴 무리는 왜 후손으로 지속을 택했을까. 우주 원소들이 날아와 무기물, 유기화합물로 남아있질 않고 유전자로 반복되는 생명의 과정을 밟았을까. 어찌 여기서 홀로 자유로운 개체의 가치가 나오고 더불어 사는 사슴 무리의 어울림이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분지 아래 펼쳐진 장관엔 다양한 의미가 뚜렷이 남아 있다. 아무도 반복·순환의 이유를 말로 전해줄 수는 없으나 다가오는 느낌마다 저마다의 뜻을 어렴풋이 알려준다. 생존과 종족 보존의 본능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자신과 자식에 대한 사랑. 태초 하나에서 모든 것이 나왔듯, 그 빛의 방사가 모두 하나이듯, 각 개인의 존엄과 자유가 사랑으로 어우러진다. 아소산 분화구의 유황 연기가 태초 우주 먼지처럼 대기로 뿜어진다. 나지막한 고원엔 새로 피어나는 안개가 자욱하다. 진선미로 불리는 모든 것, 소소한 아침의 한가로움이든, 상큼한 공기이든, 우리가 가치로 바라볼 때 세상이 의미로 살아난다. 뜻 없이 그냥 살 순 없는 일이다.

[인천의 아침] 위국헌신하는 국민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위국헌신(爲國獻身)한 군인과 순국선열, 애국지사, 4·19혁명 공로자, 5∙18 민주유공자 등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분들과 그 유족들을 위해 감사하는 호국의 달이다. 그분들이 계시기에 위대한 대한민국의 현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기관이 국가보훈부다. 국가보훈부 장관의 의전 서열은 장관 가운데 9위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철두철미한 조사와 업적을 남기고 살아있는 분들과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고 대접해야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호국정신이 국민의 마음에서 일어나게 된다. 특히 제대군인들과 죽거나 다친 그 가족은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줘야 한다. 군사력이 약한 나라는 언제라도 순식간에 다른 나라에 정복당할 수 있다. 미국의 제대군인을 관리하는 부서인 제대군인부는 국방부에 이어 연방정부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약 876억달러의 예산이 배정돼 28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수백 군데의 제대군인용 의료시설, 진료소 및 급여 사무소를 가지고 있으며 제대군인과 그 가족 및 전사자의 유족을 관리하는 책임을 진다고 한다. 그리고 국민도 군인들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이 대단히 크다. 미국 시민들의 현역 군인 및 퇴역군인에 대한 존경의 태도는 대단하다. 어느 마트에 가도 퇴역군인을 위한 주차 공간이 대부분 따로 마련이 돼 있고, 비행기를 탈 때도 퇴역군인들을 우선순위로 태워준다. 그리고 군인 혹은 예비역이라고 하면 손뼉을 쳐주고 존경을 표시한다. 대한민국은 현대사에서 군인이 혁명으로 나라를 다스리던 역사가 있어 군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분들은 이제 다 고인이 됐고 그동안 문민정부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이 나라를 세계 10위권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군사력도 세계 5위권이라고 한다. 앞으로 강건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군인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대우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보훈의 달을 맞아 희생자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단체와 그 유족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과거 일본과 몽골에 대항한 승군(僧軍)의 역사를 기리는 승군의 날을 정하는 등, 좋은 정책들이 나라를 사랑하고 위국헌신하는 국민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앞으로 더욱 국가보훈부의 위상을 높여주고 국민들의 보훈의식을 키워주는 올바른 길이 필요하다.

[인천의 아침] 시공에 관한 단상

우리는 우주에 살고 있다. 우주의 시공, 시간과 공간은 한데 어울려 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빅뱅 한 점에서 우주가 시작돼 팽창하다 수축하든, 스티븐 호킹의 생각처럼 시작도 끝도 없이 순환하며 우주가 그냥 있든 ‘도덕경’에서 무(無)에서 유(有)가 나오듯, 천체 물리학자 알렉산더 빌렌킨의 ‘요동치는 진공’에서 우주와 반우주가 생겨났든 우리 우주는 생겨나 여기 있고 지금 인간이 살다 죽는다. 우린 이 우주의 변화를 시간과 공간이란 개념으로 표현한다. 2차원 평면좌표 위에 체적을 가름하게 하는 우주반경이란 공간 축과 실시간 축으로 빅뱅 이후를 그려볼 수도 있다. 우주에는 오직 변화만 있을 뿐이고 단지 ‘시공이 변화하는 사건’을 재는 척도로서 우리가 시간이란 개념을 공간과 비교해 쓸지라도 어쨌든 시공은 하나로 있다. 실제 우리 우주는 1차원의 시간과 3차원의 공간, 결국 시공 4차원의 세상으로만 존재한다. 시간 없이 공간만 있는 세상은 상상에서만 가능할 뿐 실제 세상에는 없다. 마찬가지로 공간 없이 시간만 있는 세상도 없다. 장자가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비가 훨훨 날아다닌다. 장자가 꿈에서 깨어나 꿈에 본 나비가 자기인지, 나비를 회상하는 지금의 내가 장자인지 묻는다. 비록 꿈과 현실이 맞닿은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그러나 꿈과 상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에너지를 써서 나오는 개념은 손바닥에 잡히지 않더라도 우리의 꿈과 상상 속에 확실히 있다. 시공은 한 덩어리다. 질량-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에너지와 질량이 치환되듯 시간과 공간이 서로 치환되진 않지만 그래도 시간은 공간 속에 얽혀 있다. 공간은 부피가 다르다고 표시하고, 시간은 길이와 방향이 다르다고 표시한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 시작과 끝이 맞닿는 시간의 순환과 비슷한 맥락으로 호킹은 방향이 없는 허 시간을 새롭게 제안했다. 공상과학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처럼 웜홀과 블랙홀을 통과해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고 은하계로 귀환한 주인공 쿠퍼는 자신보다 훨씬 늙어 버린 딸 머피를 만난다. 블랙홀과 엄청난 질량 옆에서 시공은 휜다. 지구에서의 생태적 시계는 빨리 갔고 우주 별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갔다. 정작 우리는 허 시간에 살고 있는데 실시간에 있다고 착각한다는 호킹의 말처럼, 양자 도약의 순간 이동처럼, 꿈과 현실을 오가며 나비와 장자가 만나듯 상상과 현실 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만나고 있다.

[인천의 아침] ‘글로벌 관광도시 인천’과 ‘글로벌 톱텐 시티’

관광은 항공, 뷰티 등과 함께 인천의 미래 먹거리 8대 전략산업 중 하나로 사회, 경제, 문화적 파급력이 매우 높다. 오늘날 관광은 비일상과 구분이 없을 정도로 일상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내외 여행 증가 추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라는 응답을 약 70%의 높은 비율로 보고했다. 한국관광 데이터 랩(2021~2022년)은 전 생애 해외여행 경험을 95% 이상으로, 향후 3년 내 해외여행 의향은 80% 이상으로 보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자로서 일생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광시장은 넓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IFEZ)인 인천은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발돋움 중이다. ‘글로벌 관광도시 인천’은 인천시가 최근 선언한 ‘글로벌 톱텐 시티’와 불가분의 관계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세계 3대 스포츠 행사인 F1(포뮬러원) 그랑프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섬, 해양, 웰니스 등 매력적이고 풍부한 관광자원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에게는 스쳐가는 도시에 그치고 있다. 인천관광은 ‘체류형’보다는 ‘경유형’에 머물러 있다. 필자는 인천의 체류형 관광지 전략 방안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체험관광’ 중심의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 관광객은 고달픈 현실이나 지루한 일상이 아닌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에서의 힐링과 ‘체험관광’에서 오는 행복감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재방문과 추천 등 높은 만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인천에 대한 ‘동경(admiration)’이 있어야 한다. 다수 관광객의 관광지 선택은 내적 심리적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관광지 매력을 판단할 때도 현실(reality)보다 인식(perception)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높다. 즉, 관광지에 대한 동경은 가치를 극대화하며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가능케 한다. 셋째, 인천을 상징하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 관광상품 개발이다. 현재로서는 인천의 킬러 콘텐츠 관광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2025년 개통 예정인 인천 영종도와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제3연륙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3연륙교는 세계 최초 멀티 익스트림 관광형 교량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상 전망대가 들어설 예정으로 인천 관광의 랜드마크로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3연륙교는 런던 타워브리지나 시드니 하버 브리지 같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에 버금가는 인천관광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플라이 앤드 크루즈(Fly &Cruise)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가능한 주요 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가 추진 중인 F1 그랑프리 유치가 성공하면 인천 관광의 결정적인 킬러 콘텐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그 결실이 관광객의 힐링과 만족으로 이어지며 인천을 ‘더 자주’ 찾고,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이’ 행복하기를 기대한다.

[인천의 아침] 최근 연예계 사태, 어른들 잘못이다

최근 연예계가 불미스러운 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브-어도어 간의 분쟁 사태 및 김호중의 음주운전 사태다. 평소 케이팝과 트로트가요계의 선두 주자 기업이요 가수였기에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의 실망과 아픔도 컸다. 문화예술 분야 연구자요 또 한편으로 종사하고 있는 필자 역시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먼저 하이브-어도어 간의 분쟁 사태를 들여다보자. 이번 사태는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어도어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해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하이브는 서둘러 언론에 공개했으며, 어도어 측도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이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사태는 5월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 대표는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전날 인용되면서 해임을 피했다. 그러나 법원은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명시했기에 민 대표도 법률을 떠나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누가 봐도 이는 자본주의체제 아래 어른들의 이권 다툼임이 분명하다. 서로가 어린 아이돌 그룹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사태의 발단이나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전혀 어른스럽지 못했다. 방시혁 의장은 그룹의 총수요 큰어른으로서 품격과 지혜를 보여주지 못했다. 민희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역시 어른으로서의 품격과 예의를 보여주지 못했다. 원래 민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이전의 언론 인터뷰에서는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신경쓰며 고급스러운 면모를 보여줬었다. 그러나 이번엔 화장기 전혀 없는 민낯에 티셔츠와 운동모자 차림이었다. 거기에 거친 말과 욕설까지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과 정당성을 주장하려 했다. 이 모든 건 하이브와 어도어 양측의 치밀한 전략에 따른 여론전임을 웬만한 식자들은 다 안다. 문제는 이 어른들의 싸움에 아파하며 움츠러드는 어린 아이돌 그룹과 순수한 팬들이다. 더 나아가 이는 전체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한류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키워진 보석 같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아닌가. 어떻게 쌓아올린 케이팝과 한류의 위상인가. 지금도 호시탐탐 서양의 거대 기업들은 케이팝 시장을 잠식하며 자본적 지배를 늘려 가려 하고 있다. 정신 차리자! 제발 어른들부터 정신 차리자!

[인천의 아침] 다문화 ‘꿈의 무용단’

한국인들에게는 ‘단일민족’이라는 환상(幻想)이 있다. 이는 반만년 역사 속에서 우리만의 순수한 혈통을 이어왔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흔히 우리 민족 속에 다른 민족이 섞여드는 것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으려는 배타심으로 이어지곤 한다. 다문화가정이 빠르게 늘고,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불어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살갑지 않은 데는 이 같은 이유도 적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일민족이라 할 수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숱한 일들을 겪으며 우리 핏속에 수많은 민족의 피가 계속 섞여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따져봐야 할 문제는 ‘왜 굳이 단일민족이어야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귀하고, ‘어떤 민족인가’보다 ‘어떤 사람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며 ‘잡종강세(雜種强勢)’라는 말처럼 섞인 것이 순수한 것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모두 같은 피부색에 비슷한 얼굴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 사는 것보다 아주 다른 사람들이 두루 섞여 사는 세상이 한층 활기차고 생산적이지 않을까. 올해로 2년 차를 맞은 연수문화재단의 초등학생 ‘꿈의 무용단’ 사업은 바로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 지난해 뽑은 ‘꿈의 무용단’ 1기는 27명의 단원 중 19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이었다.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춤을 배우고 공연도 했다. 처음에는 언어와 문화적 이질감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 어울리면서 이런 문제들을 넘어 끈끈하게 ‘하나’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함께한 지도자들과 학부모, 각 학교 동료 학생들 모두의 것이기도 했다. 연수문화재단은 이어 얼마 전 공개 설명회를 열고 다문화가정 학생 7명을 포함한 14명의 2기 단원을 뽑았다. 이들 역시 1기 단원들과 함께 올 한 해 함께 춤을 배우고,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도 한다. 그러면서 피부색도 언어도 막을 수 없는, ‘우리는 하나’라는 연대 의식과 뜨거운 정을 마음 깊이 쌓게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어울리며 커 가면 ‘민족보다 중요한 게 사람’임을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시대에 맞지 않은 민족감정 같은 것을 내세워 사회 분위기를 팍팍하게 만드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국비 지원 사업인 ‘꿈의 무용단’은 일단 2027년까지 매년 새로운 다문화가정 단원들을 맞이하면서 진행된다. 인구는 빠르게 줄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거주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이런 뜻과 기능을 가진 사업들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면 좋겠다. 그것들이 앞으로의 우리 사회를 한결 풍요롭게 만들어 줄 테니까.

[인천의 아침] 삼계개고 아당안지

탄생계,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는 싯다르타 왕자가 태어나자마자 하신 말씀이다. 즉,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고통이니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뜻이다. 인간의 존귀함을 알리고, 고통받는 세상을 구하고자 함을 표현한 것이다. 왕자는 모든 생명이 약육강식의 틀에서 벗어나고 생로병사와 삶과 정신에서 오는 고통을 벗어날 수 없을까 하는 큰 화두를 안고 우주 근원의 진리를 찾아 6년간 수행을 해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부처님을 의사인 대의왕(大醫王)으로 비유하고 있듯이 중생의 고통을 제거하는 것을 그 주된 역할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는 깨닫고 나서 그 깨달음은 너무 형이상학적이며 커서 중생이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깨달은 진리를 전하려는 생각을 망설였다. 극도로 과학이 발달한 현재도 우주 과학자나 고도의 물리학 이론 최고의 학자들이라도 존재의 근원은 알지 못하고 있다. 더더욱 일반인은 그 과정을 설명해도 잘 이해를 못 한다. 하지만 하늘의 신이 간절히 청했다. 그것을 범천권청(梵天勸請)이라고 한다. 여기서 범천은 브라흐마 창조주 신을 말하고 권청은 권하고 청한다는 뜻이다. “부처님이시여, 법을 설파해 주소서. 비록 이 세상은 먼지로 가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법을 듣지 못한다면 더욱 타락해 갈 겁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법을 이해하는 자도 분명 있을 겁니다.” 부처는 설법을 결심했다. 이후 진리를 깨치는 사람들이 늘면서 불교는 인류사회를 밝히는 종교가 됐다. 만약 ‘범천권청’ 사건이 없었다면 싯다르타의 깨달음은 한낱 개인의 해탈로 끝나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제 눈에 안경으로 중생은 제 그릇 따라 생각하니, 수준 따라 설하기로 결단을 내리셨다. 병에 따라 약을 주듯 응병여약(應病與藥), 가르침을 받는 자의 능력이나 소질에 따라 그에 알맞은 가르침을 설했다. 처음에 보시를 설한 다음 계행을 설하고, 계행을 설한 다음 천당에 태어나는 것을 설하며, 다음에 감각적 쾌락과 욕망의 재난과 여읨의 공덕을 설하고, 그다음 부처님의 본질적인 가르침인 존재의 연기법과 네 가지 거룩한 진리(四聖諦•사성체)와 여덟 가지 고귀한 길(八正道•팔정도)을 설했다. 마지막으로 윤리적인 것보다 뛰어난 수행적 관점을 설했다. 혼돈의 말법 세상 언제 세상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찰나를 사는 우리는 나의 근본을 깨달아 극락이나, 천당, 더 나아가 불보살이 돼야 하지 않나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나는 어느 수준의 가르침을 배울까? 스스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찰과 수행을 결심하는 부처님 오신날을 맞았으면 한다.

[인천의 아침] 김치는 그냥 김치다

얼마 전 경기도가 도내 유명 관광지의 여러 음식점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辛奇(신기·신치)’라 하도록 권고 조치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들 음식점의 메뉴판에 김치가 중국어인 ‘辣白菜(랄백채·라바이차이)’나 ‘泡菜(포채·파오차이)’라 쓰여 있어 이를 바꾸도록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의 사례가 보도됐을 뿐이지 우리나라 다른 지역 어디든 이런 사례가 꽤 많을 것이다. ‘辣白菜’는 ‘매운 배추’라는 뜻으로 우리의 김치를 말하는 중국어이다. ‘泡菜’는 원래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절임 채소를 말하는데, 중국인들이 김치를 표현할 때 많이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모두 우리 김치를 적절히 나타낸 번역어일 수 없다. 식품 분야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국제협의체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규정한 김치의 표준은 ‘절임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 여러 양념을 섞은 뒤 적당히 숙성되고 잘 보존이 되도록 저온에서 발효한 제품’이다. 이렇게 여러 재료가 섞이고, 특히 ‘발효된’ 음식이 김치인데 이들 단어는 이런 내용을 도저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辛奇’는 우리 정부가 2013년 중국, 대만, 홍콩 등 중국권(中國圈)으로 수출되는 국산 김치의 이름으로 정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한자에 ‘김’ 발음을 가진 글자가 없어 ‘맵다’는 뜻으로 ‘辛’을 대신 쓰고 ‘치’는 ‘奇’를 썼다. ‘辛’은 뜻으로, ‘奇’는 소리를 따서 만든 것이다. 김치와 같은 발음이나 뜻을 가진 한자가 없다는 데서 나온 고육책(苦肉策)임을 모르지 않지만, 이 역시 앞서 말한 김치의 특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단어는 될 수 없다. 결국 김치는 김치라고 불러야만 그 뜻과 맛이 오롯이 전달되는 음식이다. 다른 문화권에는 이 같은 음식이 없기 때문에 마땅한 번역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김치는 옥스퍼드 사전에도 그냥 ‘kimchi’라는 표제어로 올라 있다 하고, 국제사회에서 ‘kimchi’라는 영문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치는 그냥 김치다. 그러니 중국권에 수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우리나라 음식점에서는 중국인들에게도 김치는 김치라고 소개하는 게 옳을 것이다. 메뉴판에도 중국어 표기 없이 그냥 ‘김치(kimchi)’라고 적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김치를 한자로 쓸 수는 없어도 발음은 할 수 있고 국제 통용 표기도 있으니 말이다.

[인천의 아침] 국민을 위한 당선인이 되길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일이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이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그동안 격렬하게 싸우던 여야 대결은 잠시 쉬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 당선인들은 행복한 국민이 생활할 수 있는 좋은 사회 만들기에 논의가 집중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극한 대립의 여야 싸움은 삼가고 나라 살림에 신경 써야 한다. 가정에서도 부부가 집안 싸움만 하면 가정이 파탄 난다. 국가도 당파간 싸움만 하면 나라가 망한다. 한국의 긴 역사 속에서 정권 다툼하다 국민은 삶이 피폐해지고 고통 속에서 살았던 과거가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 민생은 돌보지 않고 당파싸움을 하다가 그 결과 몇 차례 세계지도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이했었다.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고, 36년간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을 침략해 패망했고 우리나라도 광복을 맞이했다. 지금도 세계 열강 속에서 남북이 갈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서로 지혜를 모아 전쟁 종식과 평화의 길을 찾고, 국제 경제의 치열한 싸움에서 살아남으려는 방법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때다. 특히 국내 문제에서 저출산과 지방소멸에 대비해 국가의 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결정하고 집행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더 이상 국민이 준 권력과 세력을 가지고 이전투구하지 말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국민을 위한 일에만 전념했으면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 돌아가는 것이 걱정스럽고 불안해 편안할 날이 없다. 며칠 전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 소식이 있는 삼월삼짇날이었다. 이날은 한국 고대부터 조정이나 백성들이 떡을 해 먹으며 활쏘기하고 아이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놀면서 봄을 맞아 즐겼다. 계집아이들은 대쪽에다 노랑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만들어 입혀 새 각시 모양을 해서, 요·이불·베개·병풍을 차려놓고 ‘각시놀음’을 하고 놀았다. 고려에서는 삼짇날에 쑥떡을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친다고 했다. 조선부(朝鮮賦)에 의하면 삼짇날 쑥잎을 따 찹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드는데, 이것을 ‘쑥떡’이라고 했으며, 중국에는 없는 것이라 했다. 당선된 여야 국회의원들은 쑥떡을 먹으며 대화하고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애 낳고 서로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쓴다면, 경제도 전쟁도 국제문제도 지방소멸도 과학발전도 사회 모든 복잡한 문제들도 저절로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

[인천의 아침] ‘파묘’의 역사의식

한식(寒食)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4월5일 무렵이다.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일정 기간 불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고대 풍습에서 유래됐다. 전통적으로 한식에는 조상의 묘소를 찾아 차례를 지내고 벌초를 하거나 무덤의 잔디를 새로 입히기도 한다. 이 한식을 앞두고서 ‘묘를 다시 파는’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과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파묘’(破墓•묘를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내는 것을 의미)라는 신선한 소재와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배우의 신들린 열연, 오컬트(초자연적인 현상, 악마, 악령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심령영화, 공포영화) 장르에 몰두해 온 장재현 감독의 공들인 연출 등이 합력해 빚은 결과로 평가된다. 파묘는 거대한 부를 축적한 가문의 장손 집안이 신병을 앓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름난 무당과 풍수사, 그리고 장의사가 힘을 합쳐 한 기괴한 무덤과 관련된 심령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작품의 주된 줄거리다. 파묘는 한국인의 전통사상인 묫자리 및 풍수지리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거기에 한국식 무속 샤머니즘과 일본 신토의 애니미즘(정령신앙)이 서로 대결을 벌이면서, 일제강점기 시절 자행된 침략 역사와 고위 친일파들에 의한 매국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특히 일제가 우리 민족의 혈맥과 기운을 누르기 위해 명산에 쇠말뚝을 꽂았다는 소위 ‘풍수 침략’이 언급되곤 하는데, 풍수 침략과 쇠말뚝은 이 영화에서 서사와 분위기를 반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일본 주술사가 태백산맥에 쇠말뚝으로서 ‘오니’(요괴로 여겨지는 일본의 전설상의 존재)를 심어 두었다는 설정과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실제 존재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연상케 하고, 영화 전반부 의뢰인의 친일 행적 등이 이 영화의 항일 테마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파묘는 일제강점기 역사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이 땅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메시지를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 자체의 흥미, 대중적 재미도 한몫하지만 우리 시대가 원하는 이야기를 새롭게 발굴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신선하다. 파묘는 오컬트 영화의 장르적 매력을 신선한 내용과 구성, 빼어난 연출과 연기를 통해 대중 친화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더욱이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함께 호흡하며 우리가 놓치기 쉬웠던, 혹은 간과하고 있던 역사의식을 한식 절기에 즈음해 새삼 돌아보게 하는 기회도 제공해주고 있다. 마치 잠들어 있던 우리 의식을 새롭게 ‘파묘’하듯이.

[인천의 아침] 자주독립시대의 도래

그동안 한국 역사는 중국 지배에서 일본 지배 그리고 현재는 미국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자주독립이라는 말이 유토피아적인 용어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자주독립(自主獨立)이란 국가 등이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거나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자주권을 행사하는 일을 의미한다. 한민족 고대 국가와 삼국시대, 고려까지의 모습은 그래도 자주권이 있었다. 조선 이후 사대주의 정신이 뿌리내렸고 그 후 일본에 나라 잃은 슬픔과 핍박에서 벗어나서 해방됐으나 강대국 사이에서 민족 간 전쟁으로 자주독립이란 말은 허공에 맴도는 이상적인 용어로 전락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직시해볼 필요가 있다. 냉철하게 대한민국 현재의 모습을 보자 GDP 세계 10위, 세계 군사력 5위, 글로벌 AI 지수 6위, 세계에서 국력이 가장 강한 10대 강대국 중 한국이 8위다. 여기서 강대국은 전 세계의 다른 국가를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이 외국의 보호 아래 살아간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다. 강대국의 보호와 협조를 받고 살아야 한국이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자주독립 아직도 이상한 단어라고 하는 생각을 과감히 버릴 때가 왔다. 지난 3월18일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워싱턴 아미 네이버 클럽에서 한국은 기적적인 경제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무기 체계나 안보 지원을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면서 “한국이 여전히 2만8천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가 너무 초라한 느낌이다. 앞으로 자주독립이란 단어가 일상의 화두가 돼 국민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가 정책을 시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새로운 질서 속에서 한반도는 어떤 외교 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국가 정책이 필요하고 그 해결책은 스위스 같은 중립국 선언이 필요한 때다. 한말 어려운 국제 정세 속에서 고종황제가 추진한 중립국 선언은 당시 열강들의 이해관계에서 빛을 잃었지만 이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지금이야말로 중립국 선언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현재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투르크메니스탄, 바티칸 등 많은 나라들이 중립국이며 헌법상 중립국도 일본, 멕시코,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많은 나라가 있으며 유럽의 대다수 국가와 인도 등도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주독립이란 국가 등이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거나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권을 행사하는 일을 의미한다는 대명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천의 아침] 문화유산 된 인천항 갑문

1974년 완공돼 올해로 쉰 살이 되는 인천항 갑문(閘門)이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은 대한토목학회(이하 학회)가 준공한 지 50년 이상 된 사회기반시설물을 대상으로 역사·기술·사회문화·경관 분야 가치와 경제발전 기여도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결정한다. 지난해 이 지정 제도가 처음 시작됐다. 학회는 “인천항 갑문은 준공 당시 5만 t급 대형 선박의 통행이 가능한 아시아 최초·최대 규모의 갑문이었으며, 우리나라 수출입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토목문화유산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인천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무척 커 물때를 못 맞추면 항구에 배를 댈 수 없다. 그래서 24시간 배를 댈 수 있게 하는 갑문 건설이 일제강점기때부터 추진됐다. 1911년 시작한 이 사업의 결과로 1918년 최초의 인천항 갑문이 완공됐다. 이때의 갑문 공사는 사람들이 돌과 모래를 무겁게 등에 지고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하는, 지극히 전근대적인 방식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일제(日帝)가 조작한 ‘안악사건(安岳事件)’으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인천 감옥에 갇혀있을 때 이 공사에 끌려 다녔다. 선생은 훗날 “흙 지게를 등에 지고 십여 길이나 되는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여러 번 떨어져 죽을 생각도 했지만 함께 짐을 지고 있는 사람까지 죽게 할 수 없어 그러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1974년 준공된 갑문의 공사 방식은 사뭇 달랐다. 학회는 “사람의 힘에 의존하던 이전의 공사와는 달리 크레인·굴착기·착암기 등 현대 장비가 대량 동원돼 항만 기계화 공사의 시작을 알렸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최초의 갑문 공사 뒤 5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이 많이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50년이 지났다. 지난 50년 동안의 변화는 예전의 50년과는 도무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공상과학영화에서조차 생각하기 어려웠던 인공지능이 상용화 단계로 갈 정도니 토목건축 기술의 발전은 말할 것도 없다. 새로운 기술들 때문에 오히려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 무서울 정도인 요즘, 만약 인천항에 새로운 갑문을 만든다면 어떤 기술과 장비들이 동원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편 요즘 인천에서는 1918년 첫 갑문이 완공되면서 문을 연 인천내항 1부두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자는 시민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탠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인천의 아침] 탈법과 준법, 사전투표와 본투표

디지털 세상이라 편한 게 많지만 몰래 돈을 훔쳐 가는 메시지 피싱 등 문제도 많다. 작년 10월 국정원은 중앙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해킹으로 교란해 선거 조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개표기(투표분류기)와 사전투표는 문제가 많다. 대만의 총통선거는 단번에 해결책을 보여줬다. 그러나 사전투표를 없애 대만처럼 투표한 자리에서 바로 수개표하는 것은 추후 입법이 필요하므로, 우선 현행법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행안부 장관은 3월 5일 J일보 인터뷰에서 공명선거 준비를 밝혔다. 부정투표지 투입이 가능하고 해킹으로 투표분류기 집계가 실제와 달리 나올 수 있어 법대로 투표지에 투표관리관 자신의 도장을 찍자고 선관위에 요구했다. 선관위가 ‘투표 시간이 길어지고 공무원 동원이 어렵다’고 해서 시뮬레이션하니 도장 찍어도 시간이 같고, 수당이 미흡하다니 3만원 올리고 휴가까지 주겠단다. 사전투표지가 선관위에 도착할 때까지 전 과정을 경찰관 3천명이 따라붙겠고, 투함될 때까지 과정도 폐쇄회로(CC)TV로 찍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부정선거 방지책은 또 있다. 모델인 당일 투표에선 신분증을 맨눈으로 확인받은 후 선거인이 종이 통합선거인명부에 자필로 사인한다. 마찬가지로 사전투표 시에도 이름이나 간편 주소를 별도의 종이 명부에 자필로 순번을 매겨 적는다면, 디지털 명부이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사전투표자 수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신분증을 노트북으로 스캔해 중앙 서버에 보낸 후 다시 선거인임을 확인받는 사전투표 절차에서도 오류가 생긴다. 작년 국감에선 사전투표 본인 확인기 오류율이 10%에 달하며 이것이 현대판 부정선거라고 지적을 받았다. 기계가 능사가 아니다. 자필과 맨눈으로 본인 확인을 더 한다면, 조금 느려도 신뢰성과 정확성을 더 얻는다. 투표용지 하단 절취선 아래에 일련번호가 있는데, 절취선 위로 같은 일련번호를 하나 더 인쇄하면 부정을 막을 수 있겠다는 동료 시민의 제안도 있다. 어쨌든 선관위의 사무총장은 3월 7일 J일보 인터뷰에서 법대로 직접 날인하면 시간이 너무 지체돼 선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유권자가 있으면 문제라 말한다. 그럴까? 선관위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전투표관리관 도장을 안 찍겠다는데, 그렇다고 국민까지 위법에 동조해 방조범이 될 순 없다. 법을 지켜야 하는 우리에겐 본투표가 있다. 사전투표에 덜 가면 대기시간도 줄어 되돌아갈 유권자도 줄겠다. 탈법이냐 준법이냐, 이것이 문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