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소년원 아이들에 대한 가퇴원, 즉 가석방 심사를 할 때마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검정고시 통과나 자격증 취득 등 상당한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서, 왜 이들은 애당초 原학교 시절에는 열심히 생활하지 않았던 것인지가 궁금해지곤 하였다.
지금까지는 이들이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해서 가출하였고 그 결과 비행에 빠지게 된 것이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도 교육청의 命을 받아 특성화고등학교들을 탐방하면서 가정환경의 결핍만이 이들의 문제는 아니란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현재 필자가 방문하여 평가컨설팅을 하고 있는 학교들은 경기도 남부권의 특성화고등학교들이다. 특성화고등학교는 1997년에 신설된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기존 실업계 고등학교의 대안적인 학교 모형으로, 과거로 따지자면 실업계학교들이나 대안학교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학교에서는 고등학교의 일반 교과과정 대신 만화나 애니메이션, 요리, 영상제작, 관광이나 통역, 멀티미디어 등 IT 기술, 디자인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고등학교는 일반계고등학교, 실업계고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산업체부설고등학교, 방송통신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학교를 직접 방문하기 전에는 직업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여 예전의 상고나 공고 정도를 연상하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 본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실은 매우 달랐다.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과거 실업계고등학교들에 비하여 특성화고등학교의 학과들은 매우 특화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들여 현대사회의 시장수요에 맞춘 학과들을 갖추고 있는 학교들의 성과는 눈부셨다. 재학생의 65%가 졸업 전후에 모두 취업이 되며 20% 정도가 관련 전공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이들 일부 특성화고등학교의 상황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일반계고등학교의 80% 이상을 선발하여 4년을 공부시키고도 제대로 된 직장에 학생의 반도 취업을 못시키는 대학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 및 진학률은 가히 감동적이었다. 이런 학교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여 교과과정의 혁신을 도모했다는 사실 이외에도 시장과 학생들을 직접 연계시키려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교사들에 의해 다양하게 발굴운영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 및 대안교실들을 운영한다손 치더라도 학생들의 호응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통제보다는 어린 학생들과의 신뢰관계를 맺기 위해 헌신하였다. 새벽부터 출근하여 주먹밥을 만들어 학생들의 등굣길을 환영해준다거나 상담교실을 만들어 청소년기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부모 대신 보호기능을 담당해주고 있었다. 부모역할에 익숙하지 않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여서도 양육기술에 관한 특강을 제공하고 자식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도록 유도하였다. 성공한 특성화고등학교들은 이렇게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었다. 방과후교실이 끝난 다음에도 불 켜진 학교를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에도 환한 불이 함께 켜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교단에 함께 서는 입장으로서도 고개가 숙여지는 현장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오피니언
이수정
2014-10-19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