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하던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그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반면에 누군가 훔쳐가 주었으면 싶은 것들도 참 많을 거예요.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과 이웃에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불행한 일들이 다 그런 것일 테지요. 가난 때문에 생긴 어느 대학생 누나의 안타까운 사연도 그중 하나지요. 이화주 시인이 누가 훔쳐갔으면 좋을 가슴 아픈 이야기로, 새삼 우리 이웃에 대한 애틋한 관심을 환기시켜 주었군요.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어느 특별한 곳에 다녀오면 그 새로움에 대한 감동이 한동안 가시지 않을 때가 있지요. 방학을 맞은 해방감에 모처럼 음악회에 다녀온 누나가 그랬어요. 상기된 얼굴에 그날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평소 때와 달리 나를 대하는 포근한 눈빛이며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아름답게 하모니 되어 누나의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어요. 진복희 시인은 간혹 일상의 탈출에서 오는 새로움을, 어느 날의 감동으로 은근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느끼게 해주고 있지요.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전병호 어느 먼 나라에서일하러 온 아저씨들일까. 언 손을 호호 불며 정류장에 나와 섰다. 봄으로 가는 버스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추위는 물러갈 생각을 않고 아직 기세등등합니다.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서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 속에 유독 추워 보이는 낯선 아저씨들이 언 손을 호호 불며 사람들 틈에 끼어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일터에 데려다 줄 버스보다 봄으로 가는 버스가 더 빨리 오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전병호 시인의 연민 어린 시선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산에 눈이 많이 내리면 등산로는 물론 산사로 가는 길이 모두 끊기고 맙니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암자에는 내린 눈이 녹을 때까지 사람의 왕래 없이 긴 겨울을 보내야 합니다. 아무도 올 수 없는 암자지만 스님은 때를 맞추어 저녁 종을 울립니다. 고즈넉한 암자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박방희 시인은 탁발하러 내려오는 스님의 모습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내었지요.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설날 아침 설빔을 예쁘게 차려 입고 허리춤에 복주머니도 차고서 어른들께 세배를 드립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뱃돈과 함께 푸근히 덕담을 내려주시지요. 대개 그 덕담의 내용은 정직하고 부지런하라거나 건강하고 공부 잘하라는 것이지요. 최 향 시인은 복주머니가 터질 만큼 한가득 담아주는 덕담이 오히려 구속주머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설날 아침의 즐거움을 한껏 드러내주었군요.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새 달력을 받으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내 생일날이지요. 생일날만큼 기다려지는 것이 또 하나 있지요. 바로 눈 오는 날입니다. 눈발이 날리면, 그 가벼운 눈발처럼 마음이 들뜹니다.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마구 소리치며 웃고 싶지요. 그저 날뛰며 까불고 싶어지는 내 생일날 같은 눈 오는 날의 마음 설렘을, 박경용 시인은 반갑다 꼬리치는 강아지 꼬리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내었군요.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새해 아침, 아이들이 추위를 잊고 눈밭을 씩씩하게 뛰어다닙니다. 언 손을 호호 불며 큰 소리로 외치면서 놀다보면 어느덧 온몸에 훈기가 돌지요. 이상현 시인은 눈밭에서 피어오르는 아이들의 훈기가 겨울 햇살을 당기는 일이라고 했군요. 새해가 기대되는 것은 건강한 우리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이 바로 내일의 희망이니까요.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가만히 시계를 들여다보세요. 황소걸음처럼 느릿느릿 가는 시계 바늘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지요. 그러나 힘만은 무척 세답니다. 밤새워 쉬지 않고 가는 시계가 달을 바꾸고 해도 바꾸잖아요. 어느새 시계는 묵은해를 떠나보내고 새해의 아침해를 띄웠습니다. 김용희 시인은 시계의 놀라운 힘에, 올해도 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큰일을 해낼 것이라는 희망도 담았습니다.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 이야기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집 '실눈을 살짝 뜨고' 등이 있음.- 방정환문학상, 경희문학상을 받음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꼭 이맘때가 되면, 한 해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지요. 하지만 그 마침표는 시든 꽃이 떨군 까만 씨앗과 같습니다. 까만 씨앗 속에 아름다운 꽃이 숨어있듯이, 해님이 떨군 마침표에는 새로운 시작의 기쁨과 기대감이 감춰져 있으니까요. 김숙분 시인이 묵은해를 보내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해님의 마침표로 아름다운 시작을 알리며 새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1956년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 동시 이야기집 '참동무 깨동시' 등 펴냄.- 방정환문학상을 받음.
역 광장에서 까만 맨발을 종이상자집 밖으로 내놓고 잠을 자는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아저씨는 꿈에서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엄지발가락을 꼼지락거립니다. 신발이 까만 맨발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그 꿈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갈 수 없거나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에 갈 곳이 없다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연말이 되면 더욱 안타까워지는 그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연민을, 신새별 시인이 발의 잠에 담았습니다.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1956년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 동시 이야기집 '참동무 깨동시' 등 펴냄.- 방정환문학상을 받음.
거리에서 별을 단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 그냥 마음이 설레지요. 깜박이는 불빛이 동심으로 이끌고 가니까요. 청정한 밤하늘에서 유난히 또렷하게 반짝이는 별 하나를 보았습니다. 문득 별들의 세상에 살고 있을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저 별이 그 아이들 집의 문을 열게 하는 초인종처럼 느껴지는군요. 초인종을 보면 가만히 눌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요. 이준관 시인은 밤하늘 별 하나에, 미지의 하늘 아이들과 다정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동심어린 상상력을 담았습니다.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1956년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 동시 이야기집 '참동무 깨동시' 등 펴냄.- 방정환문학상을 받음.
첫 눈 겨울이 오면 가장 기다려지는 것이 첫눈이지요. 첫눈은 내려도 오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살짝 왔다가 가곤 합니다. 함박눈을 고대한 사람들에게 서너 송이 오는 첫눈은 참 서운할 테지요. 하지만 겨울나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던 이들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어요. 아쉽게도 연습삼아 쬐금 오는 첫눈이, 벌레알과 씨앗과 사람들에게 미리 추운 겨울을 대비하라고 일러주는 자연의 전령이라고, 신현득 시인이 재치 있게 일러 주는군요. 김용희 / 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1956년 서울 출생.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 동시 이야기집 '참동무 깨동시' 등 펴냄.- 방정환문학상을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