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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사진으로 보는 세계]머나먼 만주, 가까운 핵

어린 시절 어느 날 우리 집안의 시조에 대해 아버지로부터 듣게 됐다. 그때부터 내 마음은 벌써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해 이북을 가로질러 만주땅으로 향해 있었다. 눈을 감으면 내 DNA에 숨겨져 있던 고향 광활한 만주의 대지가 펼쳐졌다. 고구려 명장 강이식. 초원의 거친 바람, 풀 내음까지 생생했다. 수천년의 세월 동안 우리 민족 역사의 중심은 언제나 만주땅이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수 많은 유목민족들과 당당히 싸우고 때론 교류하고 융합되면서 저 멀리 중앙아시아까지 교류했다.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5천년을 훌쩍 넘는 역사의 먼지 한톨도 안되는 몇십년의 시간 동안 우린 대륙과 우리 민족의 원형질과 단절되고 섬으로 고립됐다.쑹화강(송화강)은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해 하얼빈을 거친 후 헤이룽강(흑룡강)과 합류해 오호츠크해로 흐른다. 그런데 우리 민족에게는 성스러운 이 쑹화강에 중국은 800여억 위안을 들여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백두산으로부터 100㎞, 서울로부터 불과 580㎞ 떨어져 있는 길림성 백산시 정우현 적송향 나얼웅진 평강촌에 1차적으로 4기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사실상 착공했다. 벌써 원전 건설을 위한 1급 도로, 전기설비 공사는 완료됐으며 이미 핵발전소 건설부지로 정우현에 등록도 돼있다. 중국 언론에는 2010년에 일부가 흘러나온 내용인데 몇 일 전에서야 한국언론은 새로운 사실인냥 이 사실들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이 곳은 일제 강점기때에 식민지 수탈을 위해 일본인에 의해 중국 최초의 대형 수력발전소인 풍만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지역이다. 이 발전소는 노후돼 5년전에 안전등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원전추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연히 정우현 핵발전소는 냉각을 위해 쑹화강물을 사용할 것이다. 필자가 재작년부터 백두산 인근의 원전은 추진을 심사하는 단계가 아니라 도로건설 등 사실상 착공을 하고 있다고 몇몇 환경단체와 언론에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려진 바 없다. 정우현 원전은 불과 4년 후인 2016년엔 운영개시하는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최근 많은 사고를 내고 있는 중국 고속철처럼 초고속 건설을 하고 있다. 중국대륙 본토에서는 멀고 원전 바로 앞에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게다가 발전소 건설지역 인근의 백두산은 매달 십여 차례 지진이 일어나고 있으며 곧 화산폭발이 임박했다는 증거도 있다. 만약 핵발전소와 백두산의 화산폭발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면 정말 후쿠시마 원전사고와는 비교가 안돼는 인류대재앙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 만주땅과 한반도에서 펼쳐진 반만년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왜 한국정부는 중국의 핵문제에 침묵하는가? 최근 서해에서 불거지고 있는 중국어선들의 불법적인 어업활동에 대한 중국정부의 태도를 보면 중국은 새로운 중화를 건설하고자 하는 야욕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최근 주변국가들과 남중국해에서 시사군도, 남사군도 그리고 센카쿠 열도를 가지고 수 많은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조그마한 섬 따위가 아니라 바로 신중화의 새로운 질서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과거 주변국들이 조공을 바치던 그 시절로 시계를 되돌리고자 하는 것이다.강제욱 사진작가

태국 홍수를 통해 본 자연의 위대함

지난 11월 언론을 통해 매일 태국홍수에 관한 엄청난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 필자는 용기를 내어 태국 방콕을 방문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겨우 안심을 시키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방콕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왠걸, 방콕은 예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곳에 있는 동안에도 인터넷에 접속하면 태국은 일본의 쓰나미 만큼이나 끔찍한 자연재해로 보여지고 있었다. 물론 혼다, 니콘 등 외국계 대기업의 공단이 입주해 있는 아유타야지역의 피해때문에 피해액수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은 어떨까? 항상 그러했듯 태국인의 삶은 밝고 쾌활했다. 첫날 카오산 로드의 한 숙소에 짐을 풀고 홍수를 촬영하기 위해 배회했지만 미디어에서 보았던 홍수에 잠겨 고통을 받고 있는 태국인이 있는 풍경을 찾기 위해 아무리 걸어도 사진을 얻을 수 없었다. 그져 가게마다 새롭게 만들어진 홍수방지턱이 홍수를 증명할 뿐이었다. 홍수에 대한 우려때문에 관광객들의 수가 줄긴 했지만 길거리 어딜가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나절 이상을 걸어 다니고 나서야 차오프라야 강변의 한 시장 전체가 발목 조금 위까지 물에 잠겨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각종 골동품, 기념품을 파는 가게 그리고 식당까지 거의 대부분 평소처럼 영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가게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돼 있었다. 태국은 여전히 혹독하게 더웠고 뜨거운 햇살이 모든 생명들을 태울듯한 기세로 비추고 있었다. 출국전 예상과 달리 태연하게 태국인들은 자연이 행하는 일을 묵묵히 바라보며 오늘을 살고 있었다. 사실 물건을 사고 파는데, 식당을 영업하는데 물이 좀 차 있다고 해서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느끼는 분위기였다. 평소처럼 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띄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떤 서양인 관광객들은 홍수에 잠긴 방콕 앞에서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KFC에서 구입한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비닐봉지에 넣고 잔뜩 멋을 낸 여성은 물에 잠긴 길거리를 지나갔다. 평화로웠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해외 언론을 통해 태국은 여전히 엑소더스의 현장이었고 실제 현실과의 괴리감에 소름이 끼쳤다. 그들에겐 자연은 악마였고 인간의 적이었다.갑자기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온 필자는 혹독한 더위 속에서 음료수만 쉴새 없이 들이켰다. 넘쳐나는 물과 홍수 그리고 뜨거운 태양. 이 것이 바로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대지를 살찌우고 풍요롭게 만들었던 그리고 결과적으로 인간들이 모여들어 문명을 잉태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오만한가. 홍수는 재앙이 아니다. 고대로부터 대자연이 지구의 생명력을 풍성하게 만들며 반복해왔던 위대한 일의 하나일 뿐이다. 홍수 이후에 땅의 생명체들은 더 커다란 생의 충만함에 빠져든다. 그 충만함 속에 스스로 뛰어들어 살았던 어리석은 인간이 이제 자연을 다스리려 하고 있다. 자연이 인류의 탄생 이전부터 해왔던 일을 못하게 막으려 하고 있다. 하루는 택시를 대절하여 아유타야지방을 방문했다. 위대한 아유타야 문명의 유적지는 물이 완전히 빠져 불상의 얼굴엔 다시 인자한 미소가 가득했다. 조상의 지혜로 자연과 인간이 서로 이렇게 양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반면 인간이 살지 않았던 텅빈 지평선 위에 세워진 최첨단의 아유타야 공단은 물에 잠겨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다.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이다. 절대 인간은 자연을 다스릴 수 없다. 자연이 하는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강제욱 사진작가

리오 파라나 강

얼마 전 수원화성 박물관에서 영화사랑 세상읽기(회장 정수자)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영화 미션을 보고 필자가 남미에 2년간 체류하면서 미션의 배경이 된 예수회를 주제로 작업한 사진을 프리젠테이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미를 떠나온지 벌써 5년, 잊고 있었던 그 아름다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사람들과 그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사회에 강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도시에 생명수와 식량을 공급하는 소중한 존재였다. 강과 강의 지류들이 인간 사회와 도시를 잉태하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역사는 어떠한가. 인간의 역사 또한 강을 따라 고대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해 담담하게 흐르고 있었다. 남미의 슬픈 역사도 역시 강을 따라 흘러 왔다. 과라니 인디오들은 에덴의 동산처럼 강 주변의 숲에 터전삼아 풍부한 물고기를 잡고 마떼차를 마시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강은 리오 파라과이 그리고 리오 파라나 강 주변의 과라니족들에게 삶을 부여했지만 또 그 에덴의 동산을 앗아갔다. 황금에 눈이 먼 스페인인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맑은 공기라는 뜻) 항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자연의 물길을 발견하였다. 도로가 건설되기 전까지 남미의 가장 거대한 고속도로는 바로 아마존, 리오 파라과이 강 같은 거대한 어머니 강들이었다. 강을 통해 스페인 침략자들은 배를 타고 유유히 남미 인디오들의 사회 속으로 깊숙히 항해할 수 있었다. 강은 너무나도 쉽게 침략자들을 안내해 주었다.영화 미션의 배경이 된 지역이 바로 이과수 폭포 이전에 위치한 리오 파라나 강변에 위치하였던 미션들이다. 리오 파라나 강 주변에 스스로 에덴의 동산을 만들고 살았던 인디오들이 백인들에 이끌려 에덴의 동산을 포기하고 수십세기를 점프해 문명의 발명품인 카톨릭에 귀의하게 된다. 그러나 변덕이 심한 침략자들은 원래 이 땅의 주인들이었던 과라니족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포르뚜갈과 스페인령으로 협상을 통해 국경을 나누게 된다. 교황청의 중재로 리오 파라나 강 주변의 예수회 미션들은 포르뚜갈령이 되고 철수 명령을 받지만 끝까지 저항을 하다 1750년경에 몰살을 당하는 슬픈 역사가 영화 미션의 줄거리다. 그 강의 슬픈 역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세기 후인 19세기에는 이 강을 중심으로 남미 역사장 가장 피비린내가 나는 큰 전쟁인 삼국동맹전쟁이 발발하였고 파라과이 전체 인구의 50%와 남자인구의 90%가 몰살당하게 된다. 이 1세기 사이의 변화는 이미 이 전쟁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과라니족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과라니족과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조의 얼굴들이 역사의 주체라는 점이다. 필자는 수원화성처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오 파라나 강 주변에 남아 있는 수십개의 미션들을 방문하며 사진 작업을 하였다. 그 곳을 걸으며 인간과 역사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라니족의 동의 없이 국가를 세우고 국경을 나누었던 백인들의 역사가 우습다고 느꼈다. 그러나 더 깊숙이 파고들면 과연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강에게 어떤 동의를 얻고 마음대로 도시를 건설하고 댐과 보를 짓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강은 눈깜짝할 사이에 존재하고 사라져간 인간의 미련하게 반복되는 역사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결국은 먼지로 사라져갈 인간의 어리석은 역사들. 또 한편 우리의 아픈 강을 바라보게 된다. 강은 인간의 식민지가 아니다.강제욱 사진작가

지구를 푸르게 푸르게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0차 당사국총회가 경남의 창원에서 열리고 있다. 사막화 방지와 관련된 60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부스가 거대한 야외전시장에 설치되었는데 필자가 디렉터를 맡게 되어 지난 2개월 동안 기획 및 디자인 작업을 지휘했다. 지난 10일 전시장을 방문, 방금 편집 되어진 따끈따끈한 8개의 영상물을 부스의 디지털 액자에 꽂아 가동을 시켰다. 잠들어 있던 부스의 검은 모니터에 파란 불이 들어오고 그 다음 사진, 동영상 그리고 텍스트와 사운드로 구성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땀 흘리는 한국인들의 영상이 상영되기 시작하였다. 순간 차가운 기계와 구조물이 생명력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계자와 취재진을 보며 이제 정말 많은 사람들과 국가기관, 시민단체들이 사막화를 비롯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실감이 났다. 사막화는 일반인이 의식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지구의 암이라고 불리는 사막화로 최근 해마다 세계적으로 600만ha의 토지와 황폐화되고 있다. 이번 창원에서 만났던 녹색세상을 꿈꾸는 활동가들의 열정이라면 충분이 이 세상의 모습이 점차 아름다워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필자는 2000년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비사막의 다양한 지역을 답사하며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막화를 비롯한 세계의 기후변화를 주제로 힘든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한국사회는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그 동안 무관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촬영한 작품으로 지구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갤러리와 출판 등을 통해 알리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우리와 무관한 먼 나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과연 사막화가 우리와 무관한 일일까? 그리고 전시적인 나무심기 행사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 본다. 고비사막을 품고 있는 몽골은 기후적으로 숲이 형성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지역이다. 따라서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는 나무보다는 초지를 조성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창원에서 만난 한 중국인 학자는 몽골에서 무분별하게 숲을 조성하고 있는 한국단체들의 활동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한국인들은 몽골을 방문해 초원을 보고 사막화가 심하여 나무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루루 몰려와 초원을 파괴하고 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홍보사진을 찍고 뒤도 안 돌아 보고 돌아가면 1~2년도 못 가 거의 대부분의 나무들은 말라 죽는다. 오히려 이런 개념 없는 한국 단체들의 숲조성 사업이 사막화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막화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필자가 늘상 하는 얘기가 있다. 만약 에이즈에 걸린 환자가 있다고 하자. 환자의 피부에는 보기 싫은 반점이 생겨났다. 특수한 피부약을 구해 피부의 반점을 치료하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다고 해서 에이즈라는 본질이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막화라는 병은 지구 피부에 드러난 죽음의 반점에 나무를 심는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을 내어 구글얼스로 한번만 들여다 본다면 수십억원을 투자한 숲이 거대한 고비사막에서는 한 톨 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정부가 사막화의 주범으로 몰고 있는 유목민이 사막화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도 누구나 알 것이다. 사막화는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거부한 바로 사막너머의 도시에 살고 있는 소비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도시인들의 창조물이다. 팜유와 목재, 펄프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의 나무를 베어내고(소비의 종착지는 결국 대도시이다.) 과도한 물을 소비하며 막대한 탄소배출을 헤대는 지구 곳곳의 공장과 자동차의 매연이 바로 사막화라는 질병의 본질이다. 지구는 하나의 에코시스템으로 모두 연결되어(아바타 같은 SF영화에서나 나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있으며 우리 모두 함께 노력을 하고 생활을 개혁해야지만 지구는 푸르게 바뀔 수 있다. 이번 창원에서 개최되고 있는 UNCCD 행사가 본질에서 벗어나 녹색이라는 가면을 쓰고 뻔뻔하게 환경을 파괴하며 녹색으로 위장해 사리사욕을 꿈꾸는 자들의 대회장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또한 사막화의 진정한 주범은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강제욱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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