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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파라나 강

강제욱의 사진으로 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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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원화성 박물관에서 ‘영화사랑 세상읽기(회장 정수자)’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영화 ‘미션’을 보고 필자가 남미에 2년간 체류하면서 ‘미션’의 배경이 된 ‘예수회’를 주제로 작업한 사진을 프리젠테이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미를 떠나온지 벌써 5년, 잊고 있었던 그 아름다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사람들과 그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사회에 강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도시에 생명수와 식량을 공급하는 소중한 존재였다. 강과 강의 지류들이 인간 사회와 도시를 잉태하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역사는 어떠한가. 인간의 역사 또한 강을 따라 고대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해 담담하게 흐르고 있었다.

 

남미의 슬픈 역사도 역시 강을 따라 흘러 왔다. 과라니 인디오들은 에덴의 동산처럼 강 주변의 숲에 터전삼아 풍부한 물고기를 잡고 마떼차를 마시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강은 리오 파라과이 그리고 리오 파라나 강 주변의 과라니족들에게 삶을 부여했지만 또 그 에덴의 동산을 앗아갔다. 황금에 눈이 먼 스페인인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맑은 공기라는 뜻) 항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자연의 물길을 발견하였다. 도로가 건설되기 전까지 남미의 가장 거대한 고속도로는 바로 아마존, 리오 파라과이 강 같은 거대한 어머니 강들이었다. 강을 통해 스페인 침략자들은 배를 타고 유유히 남미 인디오들의 사회 속으로 깊숙히 항해할 수 있었다. 강은 너무나도 쉽게 침략자들을 안내해 주었다.

 

영화 ‘미션’의 배경이 된 지역이 바로 이과수 폭포 이전에 위치한 리오 파라나 강변에 위치하였던 미션들이다. 리오 파라나 강 주변에 스스로 에덴의 동산을 만들고 살았던 인디오들이 백인들에 이끌려 에덴의 동산을 포기하고 수십세기를 점프해 문명의 발명품인 카톨릭에 귀의하게 된다. 그러나 변덕이 심한 침략자들은 원래 이 땅의 주인들이었던 과라니족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포르뚜갈과 스페인령으로 협상을 통해 국경을 나누게 된다. 교황청의 중재로 리오 파라나 강 주변의 예수회 미션들은 포르뚜갈령이 되고 철수 명령을 받지만 끝까지 저항을 하다 1750년경에 몰살을 당하는 슬픈 역사가 영화 ‘미션’의 줄거리다. 그 강의 슬픈 역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세기 후인 19세기에는 이 강을 중심으로 남미 역사장 가장 피비린내가 나는 큰 전쟁인 삼국동맹전쟁이 발발하였고 파라과이 전체 인구의 50%와 남자인구의 90%가 몰살당하게 된다. 이 1세기 사이의 변화는 이미 이 전쟁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과라니족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과라니족과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조의 얼굴들이 역사의 주체라는 점이다.

 

필자는 수원화성처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오 파라나 강 주변에 남아 있는 수십개의 미션들을 방문하며 사진 작업을 하였다. 그 곳을 걸으며 인간과 역사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라니족의 동의 없이 국가를 세우고 국경을 나누었던 백인들의 역사가 우습다고 느꼈다. 그러나 더 깊숙이 파고들면 ‘과연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강에게 어떤 동의를 얻고 마음대로 도시를 건설하고 댐과 보를 짓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강은 눈깜짝할 사이에 존재하고 사라져간 인간의 미련하게 반복되는 역사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결국은 먼지로 사라져갈 인간의 어리석은 역사들. 또 한편 우리의 아픈 강을 바라보게 된다. 강은 인간의 식민지가 아니다.

 

강제욱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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