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학업 지원도, 둘째 자전거도, 막내와 함께 지내는 것도 모두 못 해줘 너무 힘들고 미안합니다.” 열네 살 첫째와 열두 살 둘째, 열한 살 셋째를 LH 임대주택에서 홀로 키우는 김현주씨(가명·35·여). 여섯 살 막내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인근 보육시설에 위탁한 상태다. 김씨와 아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질병, 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본 트라우마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네 자녀의 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사업 실패 등으로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가족 모두가 목격했고 김씨는 이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약을 복용하며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학생 시절 수영 선수를 꿈꾸며 운동했지만 부상으로 두 다리를 수술하며 스물한 살 나이에 은퇴, 이미 경제 활동이 힘든 몸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남편의 자살과 남겨진 부채, 둘째의 희귀성 안구 질환이 연달아 찾아오며 삶의 무게는 김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올해 초 선근증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진행했다. 다행히 종양이 암으로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신장 투석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생활고 탓에 약으로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자녀 양육 수당 등을 합친 김씨의 월수입은 네 식구 생활비만으로도 모자란 월 230만원 남짓. 하지만 이 돈에서 희귀 안구 질환을 앓는 둘째 병원비가 나가는 날엔, 남편 앞으로 남은 대출금 상환도 미룰 수밖에 없다. 김씨는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들지만, 꿈을 품고 공부하는 첫째와 셋째, 희귀 질환과 싸우면서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은 둘째, 엄마 품을 떠나 보육 시설에 있는 넷째 모두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일 뿐이다. 그는 “부모로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진 못할망정 기본적인 계절 옷, 책상, 침구마저 해주지 못하니 너무 미안하다”며 “그럼에도 아이들이 엄마가 힘든 것을 알아 말도 꺼내지 못한다는 게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고 울먹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홀로 세명의 자녀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상황”이라며 “김씨와 둘째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다른 자녀들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사회
황호영 기자
2024-06-11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