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깔창 생리대’ 이후 4년, 여전히 생리가 두려운 청소년] 完. 해외 사례

국내 모든 여성청소년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해 학교ㆍ도서관 등 청소년과 밀접한 공공시설부터 생리물품이 비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성환경연대 등 각종 단체들은 월경권을 인정한 해외 사례를 들며, 점차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시설에 무상 생리대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일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영국 등 각국에서 수년째 월경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월경권을 인정하고 나선 건 캐나다다. 캐나다는 2015년 7월 탐폰세(생리용품에 붙는 세금을 통칭하는 단어)를 전격 폐지했다. 이어 2016년 6월 미국에선 뉴욕시의회가 공짜 생리대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최초로 월경권을 인정하고 나섰다. 이에 뉴욕시 내 공립학교(국내 기준 초6~고3)와 무주택자 쉼터, 교도소 여성들에겐 탐폰과 패드형 생리대 등 물품이 무료로 보급됐고 예산은 해당 평균 420만달러(한화 약 50억원)가 투입됐다. 뒤이어 2018년엔 스코틀랜드에서, 2019년엔 영국에서 모든 중ㆍ고교와 대학교에 탐폰 등 생리용품을 무료 지급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현재 프랑스, 스페인 등이 탐폰세 폐지 및 무상 생리용품 제공 등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이에 국내 여성ㆍ시민단체와 교육청 등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해외처럼 우리나라도 생리대를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NGO단체의 지원이나 각급 학교 차원의 지원이 전부인 만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를들어 지난 5일 안양시인재육성재단은 착한 생리대 지원사업을 통해 성문고등학교에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고, 월드비전 경기남부지역본부는 2016년부터 관내 저소득층 청소년에 한해 매년 200명씩 위생용품키트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 수혜자가 모든 청소년이라고 볼 순 없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가 무상 생리대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소속 한 활동가는 생리가 부끄러운 게 아니고, 생리대를 지원받는 청소년이 가난한 게 아니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공시설을 시작으로 무상 생리대를 구비해 급한 상황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깔창 생리대’ 이후 4년, 여전히 생리가 두려운 청소년] 3. 복지 사각지대

#1. 경기동부권에 거주하는 A양(11)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출했다. 서류상 양육자는 아버지지만 실제로는 연로한 할머니가 A양과 두 명의 언니, 한 명의 오빠 등 4남매를 보살핀다. 어머니의 연락이 끊긴 탓에 부모의 이혼 절차는 수년째 진행되지 않았고 A양 가족은 아직 법적으로 한부모 가정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저소득층을 위한 여성청소년 보건위생용품 지원사업 대상에서도 A양 자매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 A양의 초경이 시작되면서 이들 가족은 매년 생리대를 사는 데만 40만원 이상을 쓴다. #2. 어머니 없이 편찮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중학교 2학년 B양은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친오빠의 소득이 발생하면서 수급 자격이 박탈됐다. B양은 매월 생리를 할 때마다 빨래와 설거지를 해야 한다. 집안의 유일한 취업자이자 경제적 능력을 갖춘 오빠가 가사를 도울 때만 용돈을 주고, 그 돈으로 생리대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교육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한 B양은 저에겐 생리대가 절박하게 필요해요라며 보건실에서 받는 것도, 친구들에게 빌리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천차만별 생리대 지원사업을 펼치는 와중 복지 사각지대도 여실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청소년들이 지적하는 한계점은 ▲저소득층에 한정된 지원은 가난함을 낙인 찍는 행위라는 것 ▲초경 시기가 빨라졌음에도 지원대상에서 만 11세 이하는 제외하고 있다는 것 ▲생리대가 현물이 아닌 바우처로 지급될 때 온라인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것 ▲학교ㆍ도서관 등 공공시설에 무상 생리대 구비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것 등으로 축약된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저소득층에 한해 월 1만1천원 바우처(국민행복카드) 포인트로 생리대 구매비를 지급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임산부 등이 주로 사용하는 국민행복카드를 오프라인 유통점에서 내미는 모습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다. 빈곤층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두렵다는 이유다. 지난 한 해 여가부 지원사업을 신청한 전국 13만명 중 3만명(23%)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정부 역시 대표적인 이유를 저소득층 낙인에 대한 부담 우려라고 꼽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 바우처를 받기 위해선 행정복지센터나 읍ㆍ면사무소를 방문해 신청해야 했고,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 마트 중에서도 국민행복카드 결제가 허용되는 일부 영업점만 사용할 수 있어 절차가 번거롭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가 돼서야 사용처에 편의점이 추가되고, 생리대뿐 아니라 생리컵ㆍ탐폰 등 구매가 가능해졌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전국 여성청소년의 바우처 신청 비율 자체가 70% 수준에 못 미친다. 이 외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규정한 지원대상의 연령기준이 하향 돼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청소년이 편하게 생리대를 쓸 수 있도록 공공시설에 비치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온다. 성희영 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은 생리대 지원 정책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보완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자치단체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고, 경기여성연대도 도내 31개 시ㆍ군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것과 관련해 현재 7개 지역 토론회를 추진하려고 계획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깔창 생리대’ 이후 4년, 여전히 생리가 두려운 청소년] 2. 지원사업 천차만별

여성청소년의 건강 증진을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생리대 지원사업이 제각각이라 형평성이 요구된다. 자치단체 여건에 따라 지원 대상과 지급 방식 등이 다름은 물론,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찬성 여론과 선심성 예산 낭비라는 반대 여론이 부딪히고 있는 탓이다. 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만 11~18세 여성청소년 중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에 한해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2016년 6월 이른바 깔창 생리대 사건이 벌어진 것이 계기다. 여가부는 생리대 지원 첫해 생리대 현물을 제공하다 2018년부터 바우처 포인트(올해 기준 1만1천원)를 지급하는 식으로 방법을 바꿨다. 청소년 개개인이 선호하는 위생용품이 다르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대전시교육청(2017년 10월), 광주 서구(2019년 8월), 전남 구례(2019년 10월) 등 자치단체가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추가 지원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하거나 신설했다. 이때 지원대상은 모든 청소년 또는 저소득층 청소년이며, 지급 방식 또한 현물이나 바우처 중 하나로 다양했다. 경기도에서는 31개 시ㆍ군 중 여주시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를 세웠다. 지난해 4월 여주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관내 모든 여성청소년 3천700여명에게 생리대 구매비(월 1만1천원, 분기별 3만3천원)를 지역화폐로 지원, 올해부터 시행됐다. 뒤이어 같은 해 9월 이천시가 무상 생리대를 지원하려 했지만 연간 투입되는 11억원의 예산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물거품이 됐다. 광역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11월 월경용품 보편지급 및 관련 교육의 진행 등을 포함한 조례가 통과됐지만 반년이 넘도록 별다른 진척이 없다. 경기도에서도 지난달 29일 경기도 공공시설 내 여성 보건위생물품 비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됐지만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모두 퍼주기 정치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국 각지의 생리대 지원이 천차만별로 이뤄지는 데 대해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아무리 촘촘한 복지 제도여도 모든 실수요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생리를 터부시하는 인식 때문에 관련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전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은 차별 지원이 아닌 보편적 지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서울, 강원도 등 여러 지역이 자치단체 차원에서 여성의 월경권을 인정하고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경기도 역시 도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깔창 생리대’ 이후 4년, 여전히 생리가 두려운 청소년] 1. 월경가계부

[깔창 생리대 이후 4년, 여전히 생리가 두려운 청소년] 1. 월경가계부 1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여성들은 한평생 3천500일가량 피를 흘린다. 그동안 쉬쉬하며 그날, 마법 등 단어로 대체되던 월경(月經)은 2016년 6월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한 여중생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대신 사용했다는, 일명 깔창 생리대 사건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각각 나름의 지원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변화는 미미하다. 생리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낮추고, 저소득층은 물론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가혹한 사치품인 생리대를 무상 지급하기 위한 공공의 대안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 ①월경 가계부 어느 여성에게나 월경은 부담이다. 생리대를 살 때 검은 봉지에 담는다거나 생리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등 사소한 행동조차 괜시리 불편해진다. 청소년은 더 하다. 안 그래도 예민한 나이에 월경 시기까지 다가오면 냄새부터 통증까지 하나 하나 감추며 남 모르게 비밀을 유지하고 짜증은 배가 된다. 그런데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겐 월경이 단순 부담ㆍ비밀 수준이 아니다. 돈이 없어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하고 하나만 온종일 사용하거나, 값싼 생리대만 사다보니 생리 관련 질병을 얻는 등 생리현상 자체가 고스란히 고통으로 다가온다. 2016년 6월, 깔창 생리대 사건으로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는 재난이다. 줄기차게 언급되던 무상 생리대 보급은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고, 어려운 청소년에겐 생리를 하는 기간 자체가 돈이 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초경 나이는 점점 빨라져 평생 생리 기간은 길어졌다. 7일 보건교육포럼의 초경 연령 변화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0년대 14.4세이던 초경 연령은 2009년 11.98세로 앞당겨졌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10~12세 정도쯤 초경을 시작하고 50대 초반쯤 폐경기를 맞는 편이다.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월경 기간은 한 달에 일주일. 청소년들은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 생리대를 최소 5개씩 사용(수면시간 8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마다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엔 적어도 35개가 소모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은 OECD 국가 중 가장 비싸다. 2004년부터 부가세 면세가 시행됐음에도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개당 평균 331원 정도로 조사됐다. 프랑스 218원, 미국ㆍ일본 181원, 덴마크 156원 등과 비교해봐도 개당 보통 100원 이상 비싸다. 여기에 유기농 순면커버라든지 無 화학물질, 프리미엄 등의 단어가 붙으면 값은 2배가량 뛴다. 더욱이 생리대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내 18개 생리대 생산 업체의 평균 물품값을 분석해보면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14%p,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10.2%p 오르는 등 최근 10년 사이에만 생리대 값이 26.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13.2%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생리를 하는 여성은 생리대를 사기 위해 1인당 매월 1만1천585원(7일X5개X1개당 가격)을 들인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청소년들에겐 이 모두가 자연이 내린 지출이 된다. 경기여성네트워크 소속 한 활동가는 저소득층을 포함해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무상으로 생리대가 지원될 수 있는 공평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수년째 탁상공론에만 머물 게 아니라 행정적으로 예산을 수반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연우기자

사회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