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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본다] '양계장 같은' 김골라, 언제까지 불편해?!

이래서 월요일을 ‘헬요일’이라 했던가. 23일 오전 7시께 김포시청에서 김포공항역으로 향하는 김포골드라인. 시청에서 약 550m 떨어진 사우역 개찰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찔한 기운이 등골에 서렸다. 그야말로 개미떼와 같은 인파가 몰리면서 ‘열차를 탈 수 있긴 할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열차는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가에 습기가 가득 맺힌 상태였다. 의지와 상관없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썰물 같은 인파에 몸을 맡기자 어느새 열차 안으로 떠밀렸다. 옆사람, 그 옆사람의 숨결까지 고스란히 들릴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2량씩 23편성으로 운행 중인 열차의 정원은 172명.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1량에 모든 정원이 올라탄 듯했다. 실제로 김포시 측이 집계한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는 220%에 육박한다. 팔을 들어올려 시계를 보려 했다간 옆 승객에게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할 만큼 비좁았다.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한 채로 얼마나 흘렀을까. 이제 고작 한 정거장, 풍무역에서 온힘을 다해 ‘사람 벽’을 뚫고 탑승한 임정숙씨(55·여)는 “매일 곡소리가 나올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곁에 서 있던 한승택씨(51)도 “1조원을 들였다면서 2량은 너무 작다”고 토로했다. 목적지인 김포공항역까지의 거리는 겨우 세 정거장, 13분 거리였다. 하지만 체감상 소요시간은 족히 30분은 되는 듯했고 열차에서 내렸을 땐 이미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체력이 소진됐다. 서울로 출근하는 김포시민들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운행을 시작한 ‘김골라’는 보통의 도시철도와는 태생부터 달랐다. 예비타당성이 통과되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주지만, 통과를 못해 김포시가 자체 예산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플랫폼도 크지 않고 몸집도 2량뿐인 경전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베드타운’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계속 늘고 있지만, 노선은 김포골드라인 하나뿐. 환승역도 없고 버스를 타자니 30분 넘게 걸려 시민들은 선택지가 없다. 그렇다고 편성을 무작정 늘리기도 어렵다. 대낮엔 텅 빌 정도로 이용객 편차가 심해 6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만들어낸 탓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김포골드라인은 정책 판단의 실패로 볼 수 있다”며 “현재로선 수도권 동서를 연결하는 축이 될 GTX-D라인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이며, 혼잡도 해소를 위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GTX 연장이나 신설 등 최종노선을 발굴하기 위한 통합기획연구용역을 이르면 내달 중 착수할 예정”이라며 “정치권 공약에 따라 타당성, 사업성, 재원 등을 검토할 예정이며 현재로선 해당 과정을 거치지 않아 확정지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우리가 해본다] “손도 안 닿아” 휠체어 장애인 배려없는 ‘무인단말기’

높은 위치 탓에 휠체어 장애인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본보 취재진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눈높이에서 키오스크를 다뤄보기로 했다. 16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무인카페. 휠체어에 앉으니 높이 2m의 키오스크를커다란 벽처럼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화면 상단에 표시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 했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휠체어에 앉아서 선택하기란 불가능했다. 더욱이 휠체어 발 받침대로 인해 생기는 거리 때문에 화면 하단의 메뉴에도 손가락은 닿을 수 없었다. ATM 기기를 살펴보기 위해 은행으로 이동했지만 이 역시 이용이 쉽지 않았다. 기기의 화면이 비스듬하게 뉘어진 탓에 터치스크린 속 글자가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카드 삽입구는 기기 안쪽 끝에 위치해 있어 계좌 이체 등을 위해 카드를 집어넣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날 취재진은 휠체어를 탄 채로 카페, 은행, 패스트푸드점 등 키오스크가 설치된 장소 10곳을 돌며 주문 또는 이용을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지난 2019년 약 18만대였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증해 지난해에는 약 21만대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19 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조사 결과, 휠체어 장애인이 조작할 수 있는 키오스크는 4대 중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인이 조작할 수 있는 곳에 작동부가 위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국가기관이 키오스크를 구매할 시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를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편하게 사용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맞춤 키오스크다. 하지만 민간 서비스 분야에선 이 같은 법적 의무가 없다보니 보급 확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현재는 키오스크가 업체마다 모양이 제각각이라 표준 키오스크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이와 함께 주무부처는 하루 빨리 예산을 확보해 민간 분야에서도 장애인이 키오스크를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기부 디지털포용정책팀 관계자는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키오스크를 연구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표준 키오스크 모델을 정립해 민간 분야에서도 확대될 수 있도록 법적 조항을 신설하는 부분까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우리가 해본다] 술·담배 대신 구입… 수수료 4천원에 OK

청소년을 상대로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을 대신 구해준 뒤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댈구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수사 당국의 단속을 피해 음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본보 취재진이 직접 실체 확인에 나섰다. 26일 트위터에 담배 댈구라고 검색하자 담배를 비롯해 청소년이 살 수 없는 물품들을 대신 구해주겠다는 게시물이 수백건 쏟아졌다. 한 판매자에게 술과 담배를 구입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자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시간 동안 30명에게 대리구매를 시도한 결과, 수수료는 4천원 안팎에서 형성됐고 방식은 택배직거래 등으로 다양했다. 이날 오후 2시께 판매자와 접선하기로 한 수원역 대합실에 검정색 모자를 깊게 눌러 쓴 30대 남성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 들린 갈색 상자 안엔 주문했던 술과 담배가 담겨 있었다. 수수료를 요구하는 판매자에게 취재진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대리구매가 범죄 행위인 것을 아는지 묻자, 친절했던 판매자는 갑자기 거친 욕설을 내뱉고는 황급히 물건을 챙겨 사라졌다. 대리구매 행위는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되는 범죄 행위로,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술과 담배, 환각물질 등은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판매대여할 수 없는 유해약물이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불법 대리구매가 청소년 성매매나 불법 영상물 착취,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여자 청소년으로 위장하고 접근을 시도했던 또 다른 판매자는 술과 담배를 구매해 달라는 요청에 여자면 공짜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곧 담배 서너 갑을 사주는 값으로 유사 성행위를 요구했다. 그는 사진으로 신체 일부를 찍어달라는 요구와 함께 성매매를 제안하며 그 대가로 필요할 때마다 술과 담배를 대리구매 해주겠다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이런 위험에도 댈구를 통해 유해약물을 찾는 청소년은 해마다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밝힌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대리구매로 담배를 구한 청소년은 지난 2016년 17.6%에서 지난 2020년 20.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인에게 환각성 물질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한 청소년도 3.0%에서 4.5%로 늘어났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리구매가 성범죄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자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SNS상에서도 검색어를 제한하는 등 대리구매 접근 경로부터 차단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우리가 해본다] 미접종자도 QR코드 빌려 통과… 방역패스 ‘구멍’

방역패스가 이렇게 허술하게 뚫린다구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접종 완료자의 QR 코드를 빌려 악용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일보가 직접 확인에 나섰다. QR 코드 인증은 질병관리청의 QOOV앱과 연동된 카카오톡과 네이버에서 주로 이용된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면 접종 완료자 한 사람의 QR 코드로 두 명 모두 방역패스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사실확인을 위해 백신 1차 접종만을 마친 기자가 접종 완료자인 동료 A 기자 명의의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A 기자의 도움을 받아 인증번호 입력 등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친 뒤 접종 완료자의 QR 코드를 확보했다. 이후 A 기자와 함께 수원지역의 한 PC방을 방문했다. 오늘부터 방역패스 적용으로 QR 코드 인증 후 접종 완료자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주의 설명을 듣고 두 기자는 각각 절차를 따랐다. 그러자 모두 백신 접종 후 14일이 경과했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고, 아무런 문제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어 방문한 헬스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QR 코드 확인부터 부탁드린다는 트레이너의 말을 따라 각각 인증을 시도했다. 접종 완료가 됐다는 기기음을 들은 후에는 A 기자와 함께 상담실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잠시 빌린(?) A 기자의 QR 코드는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계속 사용 가능했으며, A 기자 역시 본인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별다른 문제 없이 QR 인증을 할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턴 말 그대로 프리패스였다. 필수 이용시설(식당ㆍ카페)이 아니라 백신 미접종자가 혼자 출입할 수 없는 다중이용시설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정부가 백신 미접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방역패스를 도입했지만,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역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정부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18세 이상 성인(4천413만명)의 2차 접종률은 92.1%이다. 7.9%(약 350만명)에 해당하는 미접종자가 이 같은 방역패스 악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방역패스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 방역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방역패스가 강화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 아일랜드에서는 위조 백신패스 거래가 횡행하고 있으며 뉴질랜드에선 다른 사람의 백신패스 이미지를 캡처해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부분들이 악용되면 추후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게 사전에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최승호 질병관리청 위기소통팀 사무관은 타인의 예방접종증명서 도용 시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을 브리핑을 통해 사전에 안내했고, 국민들께도 방역패스 활용에 있어 도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예방접종증명서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추가 대책 마련에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수ㆍ한수진기자

[우리가 해본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요소수

특명, 요소수를 찾아라! 경유(디젤)차량의 필수품인 요소수가 자취를 감췄다. 물류ㆍ운송업계는 물론 소방차까지 멈춰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본보 취재진이 출동했다. 1단계, 발로 뛰어보자. 3일 오전 화성시 남양읍의 H 주유소. 요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업주는 요소수 없으니까 다른 곳 가보세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재고가 바닥났으니 다른 곳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요소수 판매라는 표지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용인시 처인구의 S 주유소도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이 밖에도 수원ㆍ안산ㆍ시흥ㆍ성남ㆍ의정부ㆍ남양주 등 도내 주유소 20곳과 카센터 10곳의 요소수 재고를 확인해본 결과, 단 1곳도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았다. 2단계, 머리를 쓰자. 발품을 팔아도 소용이 없어 온라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터넷 중고장터와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요소수를 검색하니, 상당한 양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문제는 가격, 0이 다섯 개까지 늘어났다. 통상 1만원 안팎에서 구매할 수 있던 요소수의 몸값이 10ℓ 기준 10만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안산지역 물류기사 김성길씨(56)는 11t 화물차를 몰기 위해선 이틀에 한 번 꼴로 요소수 10ℓ가 필요한데, 당장 다음주부터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3단계, 빌려 보자. 미리 요소수를 구비해둘 만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펌프차를 비롯해 경유차를 28대 보유 중인 수원소방서는 아직까지 요소수가 부족해 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닥치진 않았다. 다만 추가 구매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 통학버스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학원가에서도 요소수는 자취를 감췄다. 성남지역 학원에서 25인승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 정한민씨(52)는 울며 겨자 먹기로 10ℓ짜리 요소수 한 통을 9만원씩 주고 샀다며 다음주부턴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경유차 운행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심화되며 물류대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요소수는 화물 트럭을 비롯한 디젤엔진 차량에 꼭 필요한 소모품으로, 제때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저하되는 탓에 정상적인 운행이 어려워진다. 때아닌 품귀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핵심원료인 요소의 대부분을 공급해온 중국이 지난 10월 중순부터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국내엔 요소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ㆍ국토교통부ㆍ환경부 등 관련 부처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진 못했다. 그 사이 화물차량은 물론 포크레인, 지게차, 소방차까지 멈추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사회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당장 학원가에서도 저학년 학생들의 통학에 대한 걱정으로 학부모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요소수 수급을 위해 중국 세관 당국에 협조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으며, 국토부 관계자는 물류대란에 대비해 철도 운송을 확대하는 한편 군 위탁차량 투입까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소방차 등 긴급차량의 요소수 우선 확보를 위해 산업용 요소를 자동차용으로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문기ㆍ김정규기자

[우리가 해본다] 잘못된 점자블록에 차도로 발걸음…시각장애인 울리는 경기 지역 인도들

의지할 건 점자블록 하나 뿐인데인도한 곳은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흰지팡이의 날(10월15일)을 맞이한 가운데 경기지역 신규 인도에서조차 장애인들의 유일한 이동안내 수단인 점자블록이 방치된 채 교통 약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이대현ㆍ김정규 기자가 14일 오전 10시 경기도이동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센터)의 자문을 토대로 화성시 동탄3행정복지센터와 안양시 안일초 인근 인도에서 시각장애인 1일 체험을 진행했다. 저시력 안경(시력 0.25 수준)을 쓰고 길이 1.5m 지팡이만을 의지한 채 체험에 나선 이들은 3시간여 동안 사고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먼저 이 기자는 화성시 독재울사거리에서 숲속마을사거리까지 이어진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 발걸음을 멈췄다. 지팡이에 버스정류장이 걸렸기 때문이다. 왼편에 뭔가 있다는 생각에 이 기자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점자블록만을 따라 걸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상 점자블록 양측 각각 60㎝ 내에는 어떠한 방해물이 있어선 안 되나 해당 버스정류장은 점자블록과 30c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와 부딪히기 일쑤였다. 또 지팡이를 뻗은 방향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 저시력 안경을 벗어보니 눈앞에는 횡단보도가 아닌 차량이 쌩쌩 달리는 사거리가 펼쳐지기도 했다. 발 밑에는 차도 방향의 선형블록이 있었다. 김 기자는 안일초 앞 인도가 끝나는 곳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교통약자법대로라면 일종의 위험 신호인 점형블록이 이곳에서 계단형태로 박혀 있어야 횡단보도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에 따라 점형블록이 나선형으로 설치돼 있어 이곳이 위험한 지역인지 구분을 못했다. 결국 차도로 향하다가 멈춰라는 시민의 외침에 비로소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완공된 이들 인도는 센터가 지난 8월부터 두 달 간 점자블록 방향 및 보도 유효폭 등 10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은 결과, 적합설치율이 50%를 기록할 정도로 부적합한 곳이다. 이러한 이유는 지자체가 교통약자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준공 승인을 낸 것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센터를 통해 지자체의 요청을 받을 시 신규 인도에 대한 사전 ㆍ사후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는 강제 사안이 아니기에 일부 지자체는 검토 요청을 하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ㆍ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점자블록 설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전ㆍ사후 점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라고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성시와 안양시는 현장 확인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도내 시각장애인 수는 5만4천546명이며, 최근 3년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점자블록 민원은 총 2천847건이다. 이정민기자

[우리가 해본다] “시간에 쫓겨 곡예운전… 신호등 빨간불도 원망스러워”

잠깐이라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는 순간 배달 수수료를 놓친다. 어플 배민커넥트 목록에 올라온 배달 요청을 재빠르게 누르고자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하고 걷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달 요청을 잡자 조급함이 몰려왔다. 16일 오전 11시 본보 박문기 수습기자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도보로, 김정산 수습기자는 장안구 천천동에서 전동킥보드로 배달을 시작했다. 팔달구 인계동에서 배달 요청을 받은 박 기자는 헐레벌떡 한 피자집에 도착, 음식을 받았다. 배달 완료 예정 시간은 6분 남았다. 1㎞거리에 있는 목적지까지 걸어서 6분 안에 도착하라니, 최소 10분은 걸릴 듯하다. 혹여나 가방 안 음식이 엎질러질까 뛰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왕복 2차선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원망스러웠다. 가까스로 배달 완료 시간에 맞춰 음식을 배달하자 안도감보다는 허탈함이 몰려왔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다리는 뻐근했다. 차라리 무단횡단을 해서라도 여유롭게 올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같은 시각 김 기자는 난생처음 타보는 전동킥보드로 배달을 준비했다. 배달 요청을 받고 왕복 4차선의 화산로 가장자리에서 전동킥보드를 몰았다. 지나가는 차량의 경적소리에 깜짝 놀란 데다 갑작스럽게 우회전하려는 승용차와 부딪힐 뻔했으나 머릿속에는 5분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성인 남자 걸음걸이 속도로 몰던 전동킥보드를 시속 25㎞로 운행한 것도 이때부터다. 배달을 마치니 툭 튀어나온 방지턱을 통해 느껴지는 진동에 허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첫 배달을 가까스로 완료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배달 요청 목록이 핸드폰에 떴다. 부랴부랴 전동킥보드를 다시 타고 곡예 운전을 하며 목적지로 가는 도중, 난폭(?)운전에 화가 난 차량의 경적소리는 배달 시간 엄수라는 생각에 몰두해 있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이날 두 수습기자가 총 6건의 배달로 얻은 수수료는 약 2만5천원. 목숨을 담보로 얻은 돈이기에 적은 가격이라고 느껴졌다. 배달 시간에 쫓겨 이리저리 난폭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다른 배달원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지난 2019년 1만명에서 올해 5만명으로 늘어난 배민커넥트에 참여한 배달원의 애환이 느껴졌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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