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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가 세상을 바꾼다] 하. 전문가 제언

▲ 이지희, 진형혜 검찰 내부의 성추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을 바탕으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성폭력 피해 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변화가 없이는 또다시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지희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통합상담소 소장은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피해 사실을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서 검사의 폭로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검사’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의를 수호하는 조직 안에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검사가 피해를 호소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심각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최근 미투 운동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진형혜 한국여성변호사회 사무총장 역시 “서 검사 사건으로 전문직 여성도 성폭력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 총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적인 대책과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며 “성폭력의 경우 대부분의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더 두려워한다. 이들을 확실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완되어야 할 사회적 시스템으로 이 소장은 성폭력 피해 당사자에 대한 ‘무고 예외조항’ 마련을 꼽았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을 때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내가 이러한 피해를 당했어’라고 이야기 할 때 적어도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부터 피해 여성을 사법기관이 보호해 준다”며 “우리도 성폭력 피해에 있어서는 무고죄가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뀌지 않는 한 성폭력 피해자들은 또다시 침묵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호준ㆍ정민훈기자

[미투(Me Too)가 세상을 바꾼다] 중. 나부터 돌아봐야

경기도내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여ㆍ27)는 최근 병원 간부와 근무시간에 대화하던 도중 심한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 여행을 갔다 올 계획이라는 A씨의 말에 해당 간부가 “배불러서 오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한 것. A씨는 화가 나 얼굴이 붉어졌지만 아무렇지 않게 태연히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간부에게 항의도 하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와 속앓이를 해야 했다. 파주시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B씨(여ㆍ30) 역시 최근 한 남성 직원에게 “올해 서른이지? 여자는 크리스마스(나이 25살을 빗대는 표현)가 지나면 팔리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B씨는 이후 말의 뜻을 알고 큰 수치심을 느꼈다. 최근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로 우리의 일상생활 및 직장ㆍ조직생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홍영오 연구위원이 발표한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 요인’ 논문을 보면 이성 교제 경험이 있는 성인 남성 2천 명 중 1천593명이 연인에게 한 번이라도 폭력(행동통제, 성추행, 심리적ㆍ정서적 폭력, 상해 등)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 10명 중 8명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직장ㆍ조직 생활에서 더욱 빈번하게 이뤄진다. 사단법인 수원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조직 및 직장 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성폭력으로 성적 농담을 하는 언어폭력 이외에도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유도하는 음주문화(러브샷 등)’, ‘당사자의 동의 없는 사진촬영 및 유포행위’ 등이 꼽힌다.또 최근 SNS 등이 발달하면서 SNS 및 단체 채팅방에 여직원의 외모를 평가하고 음담패설 등을 하는 행위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행동들이 결국 사회적으로 성적 차별을 유발하고,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나 역시 성폭력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우리 조직 안에는 성폭력이 없는지 등 스스로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어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며 “직장 내 성희롱 및 성폭력을 방지하고 여성 권익을 위해 정부도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준ㆍ정민훈기자

[미투(Me Too)가 세상을 바꾼다] 상. 용기 내는 여성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최고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조직 내에서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용기를 시작으로, 그동안 침묵했던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번 미투 운동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 스쳐 지나갔던 여타 캠페인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단지 여성들의 절박함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제는 정말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이미 사회구성원 모두 가슴 깊은 곳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본보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를 짚어보고 향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모색해 본다.편집자주피팅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자신의 사진이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알게 됐다. 해당 사진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고 이중 일부 댓글에는 자극적인 성적 농담이 담겨 있었다.이에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꽤 오래전부터 당해왔던 성희롱인데요…미투 운동을 알게 된 이후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여러분들도 살아가면서 당했던 성희롱ㆍ성폭력 등을 당당하게 말씀해주세요”라고 밝히며 자신도 미투 운동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최근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나도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SNS에 해시태그를 붙여(#미투, #Metoo)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캠페인으로, 지난해 미국 배우들이 성폭력을 잇달아 고발하면서 운동이 확산됐다.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 서지현 검사가 검사 조직 내에서 성추행당한 사실을 용기 있게 폭로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 검사 관련 기사에는 자신도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댓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많은 여성은 A씨와 같이 자신이 당한 성범죄 사실을 공개하며 미투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매년 800여 건의 성범죄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성남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용기 내 신고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자신이 성희롱ㆍ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여성들이 언론 등에서 거론되는 성범죄 등을 보고 자신들도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상담하러 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접수된 성범죄 신고 건수를 보면 지난 2015년 5천66건에서 2016년 5천195건, 지난해에는 5천414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월별 성범죄 신고건수를 보면 미투 운동이 알려지기 이전인 지난해 10월에는 464건의 성범죄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후 11월에는 536건으로 신고 건수가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신고 건수도 많은 것이지만, 미투 운동이 여성들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그동안 성범죄 피해자들이 숨은 이유는 수치심 때문이다. 왜 피해자가 수치스러워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구조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국민의 인식 개선과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미투 운동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 안전한 사회, 안전한 직장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호준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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