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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 完. 포용정책 절실

현행 법령상 재외동포로 인정받지 못하는 고려인(러시아를 비롯한 CIS 동포) 4세들이 외국인으로 떠돌아 다시 이방인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4일 법무부와 안산시 등에 따르면 국내에는 8만여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그 중 신분과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려인 4세 청소년은 국내 최대 고려인 밀집지역인 안산에만 500여 명, 전국적으로는 1천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한국어 의사소통조차 어렵고 국내 입국만 동포로서 가능할 뿐 국내에서 어떤 법적 지위도, 지원도 전무한 외국인 신분으로, 성년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하는 처지다. 고려인 3세 심마리나씨(43)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 열여덟 살 딸 엘레나가 성인이 되면 한국을 떠나 생이별하거나 방문 비자로 재입국해 3개월마다 양국을 오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호소하며 비자 문제 등 고려인 4세 자녀들의 체류 문제가 조속히 법제화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올 초 법무부는 고려인 4세가 재외동포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은 국무회의만 거치면 되지만 법무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견해가 엇갈려 정부가 확실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에는 고려인 4세 이상도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국내 고려인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된 상태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진전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고려인협회 관계자는 8만여 재한고려인이 대부분 우리말을 모르는 탓에 단순노무직을 하면서 경제 사정이 매우 열악하고 자녀들의 학업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지자체 및 교육 당국 차원에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4세 이상 재외동포 지위 인정 등 현실적인 포용정책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정의 대상이나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닌, 같은 민족으로서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인지원센터 사단법인 너머 김영숙 사무처장은 국내 고려인 동포는 불법체류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으며 언어, 교육, 주거, 노동, 의료문제까지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고려인 동포 및 4세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거주국 국적 등 합법적인 체류자격 취득을 위한 지원, 한인문화센터 건립 등 문화활동 지원 등 정부 각 부처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은 동포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멈추고 적극적으로 고려인의 정착과 적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구재원ㆍ설소영ㆍ강현숙기자

[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 3. 뿌리는 한민족, 법적으론 외국인

고려인 4세는 외국인이라 열아홉 살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니 말 그대로 이주와 이주를 반복하는 떠돌이 삶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만 19세가 되면 한국에 있는 부모와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고려인 4세들이 여전히 국내 정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랑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현행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고려인 3세까지 재외동포로 인정해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으나 4세 이후는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4세라 해도 미성년자는 방문동거비자(F-1)를 받아 부모와 함께 한국에 머물 수 있지만 만 19세가 되면 재외동포 제외 적용을 받아 한국을 떠나야 한다. 강제 출국인 셈이다. 성인이 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만 1924세 때 대학진학을 못 하면 가족과 헤어져 살든가, 아니면 90일짜리 관광비자로 본국 입ㆍ출입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 국내 취업도 할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지난해 7월 한국 땅을 밟은 고려인 4세 김이겐나디씨(23)가 그렇다. 그는 자동차 부품공장과 호텔 카운터에서 일하는 아빠, 엄마가 살고 있는 안산에 정착했다. 부모님과 한지붕 아래 살기까지 단기비자를 받아 수차례 러시아를 오갔다. 그의 동생 김슬라바군(18)은 러시아에서 고1을 자퇴하고 지난 5월 한국에 왔다. 한국말이 서툰 김군은 현재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내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안녕 공동체학교에서 기초적인 한국어를 배우며 고등학교 진학을 꿈꾸고 있다. 김군은 나는 한국인이다며 한국말을 못해 완벽한 한국인은 아니지만 가족과 한국에서 살게 돼 좋고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한국이 좋지만 불안한 정주여건 때문에 이래저래 낯설고 조심스러운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안산 경일관광경영고 1학년에 재학 중 박올가양(18)은 대학진학 후 승무원이 되는 게 꿈이다. 그러나 3년 후엔 한국에 있는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이제 첫 돌을 갓 지난 남동생과 생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에 항상 불안감이 크다. 올가양의 소원은 딱 하나. 고려인 2세 할머니부터 3세 엄마, 아빠 그리고 4세인 동생과 행복하게 사는 것.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관계자는 고려인 학생들은 만 19세가 되면 유학비자(D-2)를 받아 재입국하든가 비전문취업비자(E-9)로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한국어 문제로 대학진학이 쉽지 않아 유학비자를 받는 게 쉽지 않다며 정부가 올 초 고려인의 안정적인 국내 체류를 지원하고자 재외동포법 시행령의 3세 제한 규정을 없애고 직계비속으로 전면 확대하는 개정안이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재원ㆍ강현숙ㆍ설소영기자

[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 2. 취업전선 내몰리는 10대들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안산 땟골마을에 사는 A양(11). 엄마, 아빠는 한국말이 서툰 데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밤 늦게 집에 온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꿈도 못 꾸고 학교가 끝나면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일쑤다. 중학교를 다니다 언어문제로 자퇴를 하고 현재 혼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B군(15)은 PC방을 전전하거나 학교 밖 청소년 시설을 찾아 고려인 친구들과 어울린다. 또 다른 C군(18)은 인력사무소를 통해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버섯공장에 취직해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언어장벽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고려인 4세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는 근본대책 없이는 다문화 시대 속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다문화 학생 학업중단율은 초등생 1.16%, 중학생 1.85%, 고등학생 2.44% 수준으로 일반 학생에 비해 2배가량 높다. 도내 만 15세 이상 다문화가족 자녀의 20%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학교 부적응 및 학습능력 부족 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더 큰 문제는 법적 지위가 외국인인 고려인 4세의 학업중단이다. 이들은 한국어 구사능력이 현저히 낮고, 고려인 3세 부모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국에 들어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서적ㆍ문화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재외동포법에서 고려인은 3세까지만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고려인 4세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에 해당돼 부모와 장기간 별거한 경험, 그 사이의 교육적 공백, 가정의 해체, 방임과 방치 등으로 학업 중단율이 높다. 그렇지만 이들을 끌어안기엔 제도적으로 허술한 면이 적잖다. 우선 고려인 4세 청소년들의 입국실태 등 기초적 통계와 현황 파악 조차 안되는 상황에다 다문화가정이나 일반 이주노동자와는 달리 정부나 지자체에 전담 부서가 없어 그야말로 모든 정책에서 배제된 외국인일 뿐이다. 무엇보다 교육 당국은 학업을 중단한 고려인 4세 학생들의 학교 밖 생활에 대한 조사 및 대안 마련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고려인문화지원센터 김진영 사무국장은 고려인 학생은 다문화 학생 중에서도 소외된 섬같은 존재라며 교육 당국에선 보여주기식 다문화학생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언어문화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려인 학생들을 위한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구재원ㆍ강현숙ㆍ설소영기자

[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 국내 거주 고려인 8만3천890명… 3년 동안 215% 폭증

최근 10년간 경기도 학생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6~21세) 감소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최근 중앙아시아 국가의 경제 악화 영향으로 한국 땅을 밟는 고려인 후손들은 급속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기도교육청 통계자료 추계(2008~2017년)에 따르면 도내 학령인구는 2008년 183만 명에서 2017년 152만 명으로 10%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다문화학생은 최근 3년간 매년 2천 명 이상 증가해 2018년 2만 9천99명으로 2018년 전체학생 대비 1.92% 차지했다. 이 가운데 한국어능력 부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도입국외국인 자녀가 다수 편입학한 가운데 전국 중도입국ㆍ외국인가정 자녀 중 36.6%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 중도입국자녀 다문화학생 수는 2014년 1천803명에서 2018년 2천687명으로 증가했으며 경기도 외국인자녀 다문화학생 수도 2014년 1천707명에서 2018년 6천72명으로 급증했다. 국적 및 지역별로 분석해보면 주요 부모 출신국가는 중국한국계중국(42.7%), 베트남(19.4%)이고,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7.4%) 출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거주 고려인 인구현황(출입국관리본부 통계월보, 2016년 3월~2019년 3월 기준)에 따르면 국내 거주 고려인은 2019년 3월 기준, 8만 3천89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3만 8천875명, 2017년 5만 6천25명, 2018년 7만 1천525명에 이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16년 3월 대비 무려 215%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즈베키스탄이 43%, 러시아가 3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카자흐스탄(16%), 키르기스스탄(3%), 우크라이나(3%) 순으로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려인 가족들이 일할 곳과 거주할 곳을 찾아 한국 땅을 밟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거주 등록 고려인 동포(2018년 5월 기준)는 ▲우즈베키스탄 3만 1천785명 ▲러시아 2만 2천824명 ▲카자흐스탄 1만 469명 ▲키르기스스탄 2천525명 ▲우크라이나 2천603명 등 총 7만 206명으로, 자녀동반비자(F1)까지 포함하면 최소 8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같이 고려인들의 가족 단위 국내 유입이 증가하면서 경기도 내 고려인 4세 학생들의 숫자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의 국적별 다문화가정 학생 수 통계 현황(2016~2018년)에 따르면 도내 러시아ㆍ중앙아시아 지역 학생 수는 2016년 1천277명에서 2017년 1천619명, 2018년 2천132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고려인 4세 학생은 외국인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국내 체류 규모가 몇 명인지 정확한 집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조인제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는 고려인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거주국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문화 등에 관한 일부 연구일 뿐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과 그 자녀들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특히, 부모로 인해 이주한 고려인 청소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한국어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구재원ㆍ강현숙ㆍ설소영기자

[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 1.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려인 1세대는 모두 애국자이고 독립유공자라고 밝혔다. 고려인은 1920년대 스탈린 치하 소련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조선인 약 17만 명의 후손이다. 지난 4월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고려인은 6만4천여 명이다. 그러나 1만여 명에 이르는 고려인 자녀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고 기타 사유로 체류하는 이들을 포함하면 8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통령은 고려인을 독립유공자 후예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저 검은 머리 외국인일 뿐이다. 특히 재외동포법상 동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19살 미만인 고려인 4세는 동포가 아니라 외국인에 해당돼 교육 사각지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에 도내 고려인 학생들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정주 여건 실태에 대해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1. 한국에 온 지 4년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어가 어려워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요.(A양ㆍ10세) #2. 한국어를 몰라 무섭고 더 힘들어요. 그래서 왕따 같아요. 할머니와 엄마ㆍ아빠도 한국말이 서툴러 가족끼리 대화가 안됩니다.(B군ㆍ14세) 최근 안산, 시흥, 화성 등 경기도 내 지역을 중심으로 고려인 4세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의사소통을 꼽았다. 1일 안산시ㆍ안산고려인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최대 고려인 밀집지역인 안산에는 고려인 1만2천여 명이 살고 있다. 안산 원곡초교에는 전체 학생 540명 중 러시아ㆍ중앙아시아 출신 학생이 150명, 인근 석호초교에는 전교생 884명 중 140명의 고려인 학생이 재학 중이다. 선일초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만 112명, 러시아 71명이 다니고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고려인 학생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리말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거나 자모음 해독은 하지만 뜻을 알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 또 쓰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학생들마다 한국어 능력의 개인차가 크다.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고려인 학생 대부분은 부모를 따라 중도 입국한 자녀들로, 고려인 3세대인 엄마, 아빠도 한국말이 서툰데다 장시간 일용직 근무로 인해 한국말 지도가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고려인 2세대 할머니와 엄마, 아빠와 10대 고려인 자녀들 간 대화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고려인 4세들의 언어문제는 학교 부적응, 낮은 학업성취도, 진로ㆍ진학 문제 등 다양한 교육문제로 연결돼 낮은 취학률과 높은 학업중도 포기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안산 원곡동과 사동 일대에선 고려인 학생 대상 한국어를 교습하는 월 45~50만 원 상당의 고액 사설 고려인학교가 성업 중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국적ㆍ지역별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출신이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 재외동포법상 외국인으로 분류돼 있는 고려인 4세 학생들만을 위한 한국어교육 등의 교과ㆍ교육 정책은 형평성에 있어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구재원ㆍ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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