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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너머 사람을 보자] 3. 택배업계 갈등, 정부 협의체 통해 실마리 찾을까

총파업의 문턱까지 다가섰던 택배업계 노사 갈등이 정부의 협의체 구성으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다만 사측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탓에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지상 공원형 아파트 배송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첫 회의를 가졌다. 택배노조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한국통합물류협회,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국토부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각 정부 부처와 택배사, 택배노조의 입장을 확인하는 상견례 성격의 자리였다. 앞서 지난달 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 지상 출입금지 문제가 불거지자, 택배노조는 이달 6일 총파업 투표를 진행했다. 찬성 77%로 파업이 가결됐지만, 정부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잠정 유보됐다. 택배노조 측은 지상 공원형 아파트의 지상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한 통합배송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내부에 거점을 만들어 택배를 쌓아두면 제3자가 집앞까지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를 위해 입주민과 택배기사가 일부 수수료를 부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에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한국통합물류협회 측이 대표로 입장을 표명했을 뿐 4개 택배사는 참관만 했다. 정부는 노조와 사측 사이에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 기술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토부는 적재공간 내부 높이가 일반 택배차량과 같지만, 저상버스처럼 바닥이 낮아 지상 공원형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도 진입할 수 있는 차량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뚜껑 열리는 택배차량까지 검토했지만, 해당 안건은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는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때까지 파업을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시대가 달라지고 나라가 발전하면 노동환경도 달라져야 하는데, 왜 항상 노동자는 뒷전인지 모르겠다며 협의체가 사회적 관심을 일시적으로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거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즉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비자와 택배기사 모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오는 21일 2차 회의를 진행하고, 6월 말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박스 너머 사람을 보자] 2. 코로나19 시대, 늘어나는 택배 쏟아지는 과제

생활의 일부였던 택배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필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불거진 택배기사 과로 문제부터 저상차량을 둘러싼 논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6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33억7천373만개로, 2019년 27억8천980만개 대비 20.9% 늘었다. 앞선 2018~2019년 연 9%대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매출액도 늘었다.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은 7조4천925억원으로, 2019년 6조3천303억원 대비 18.4% 뛰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을 넘어설 만큼 성장하면서, 물동량과 매출액이 함께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업계 수익성은 되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 가격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박스 1개당 평균단가는 2015년 2천392원에서 지난해 2천221원으로, 7.1% 하락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3% 떨어졌고, 같은 기간 한진택배의 영업이익은 47.6% 줄어든 133억원을 기록했다. 사측에선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으로 지출 비용이 늘어난 탓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이택용씨(60ㆍ가명)와 동행했던 한진택배 광주영업소도 마찬가지였다. 성남시 중원구 창곡동 라인에 배정된 분류 전담인력은 7명이었지만, 실제로 현장에 투입된 건 4명뿐이었다. 여전히 모든 기사들이 달려들어 물건을 분류해야 했다. 여기에 저상차량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면서다. 3년 전 택배대란을 일으킨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판박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집계한 전국 지상 출입금지 아파트는 179곳이다. 경기도의 경우 성남, 고양, 용인 등의 브랜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상 진입이 제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아파트의 요구는 아파트 입구에 차량을 대고 손수레로 배송하거나, 저상차량으로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라는 것이다. 문제의 지상 공원형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제한 높이가 2.3m로, 통상 높이가 2.5m인 일반 탑차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손수레를 쓰면 아파트 단지마다 평균 1.4㎞ 거리를 더 움직여야 한다.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 20분 이상 소요된다. 저상차량을 사려 해도 150만원 가까이 드는 개조 비용이나, 수천만원의 매입 비용은 모두 개인 몫이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택배업계는 과로사 방지, 분류작업 책임, 지상 공원형 아파트 차량 통제 등의 문제에 대해 택배비 인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영 효율화에 대한 고민 없이 택배비를 올리는 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낙후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택배 현장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나 싶다며 달라지지 않으면 과로사 문제는 계속될 것이고, 기업은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혁신과 투자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량을 해결하기 위해 인상하는 택배비를 온전히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박스 너머 사람을 보자] 1. 동행취재 : 살기 위한 죽음의 노동, 택배기사의 하루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택배업계가 성장하자, 곪아 있던 문제들이 하나 둘씩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노동계를 분노케 한 택배기사 과로사 이슈가 도화선이 됐다. 올해 들어 또 다른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면서다. 입주민의 요구는 저상차량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불을 지폈다. 택배노조 파업 위기까지 치달았지만, 정부와 사측의 대책 마련은 묘연하다. 그 사이 택배 노동자는 살인적인 노동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코로나19 시대 택배업계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 실태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지난 14일 광주시 중대동 한진택배 광주영업소. 시곗바늘이 오전 7시 정각을 가리키자 굉음과 함께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레일 위로 박스들이 쏟아져 나오자, 7년차 택배기사 이택용씨(60ㆍ가명)의 눈과 손이 분주해졌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박스를 바로잡고 가로ㆍ세로 2㎜로 작게 적힌 주소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의 하루는 까대기라 불리는 분류작업으로 시작한다. 간선차로 터미널(영업소)까지 배송된 택배를 구역별로 나누고 차량에 싣는 과정이다. 지난해 택배기사 16명을 과로사에 이르게 한 주범으로 지목됐을 만큼 노동 강도가 상당하지만, 계산되는 임금은 없다. 오전 10시, 꼬박 3시간 만에 분류작업이 끝났다. 성남시 중원구 창곡동을 담당하는 이씨에게 할당된 물량은 박스 169개. 그는 이 정도면 분류가 정말 빨리 끝난 편이라며 화요일에는 못해도 300개의 박스가 떨어지는데, 오전에 마치려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레일을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첫 배송지에 도착한 그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차안에서 먹는 첫끼였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시간도 사치라며 차가운 밥알을 마시듯이 들이켰다. 그가 식사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6분. 이씨는 맛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저 허기를 달래려 입에 쑤셔넣는 것이라며 차게 먹어 자꾸 장에 탈이 나지만, 일을 시간 내에 마치려면 여유 부릴 틈이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물건을 내리는 짐칸에선 이따금 아악 하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4년 전 위례신도시에 배정되며 어쩔 수 없이 샀다는 그의 차량은 악명 높은 저상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짐칸의 높이는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의 평균 신장(129~130㎝)보다 낮은 127㎝에 불과했다. 허리를 90도로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었고, 허리를 숙인 채 물건을 들 수 없으면 차갑고 딱딱한 철판 위를 무릎으로 걸어야 했다. 짐칸은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바닥을 드러냈다. 이씨는 물량이 많은 날은 오후 9시가 돼도 일을 마치기 어려운데, 이렇게 뛰어도 박스 하나당 700원 밖에 못 번다며 다른 건 몰라도 저상차량으로 배달하는 건 정말이지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5시에 집을 나선 이씨가 14시간을 달려 손에 쥔 돈은 11만8천300원이었다. 한 순간도 걷는 법이 없던 이씨는 처음으로 제자리에 서서 허리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는 몸에 골병이 날 법도 한데, 택배기사가 쉬는 날엔 병원도 쉬는 탓에 죽어서야 병원에 갈 수 있다고들 한다며 자조 섞인 한탄을 내뱉고는 집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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