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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경기도, ‘정비사’ 없어 버스 멈춘다] 하. 해법은?

‘젊은 정비사’의 부재로 버스 정비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차량 대수에 비례한 정비사 정원 기준’이 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내 대학교와 정비조합, 운송업체 등은 자동차정비기사 및 기능사 자격증 취득과 관련한 양성교육ㆍ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커리큘럼이 대형차보단 소형차에 맞춰졌고 특히 실기보다는 이론에 중점을 두고 있어 ‘버스 정비’에는 실효가 낮다는 분위기다. 최근엔 자격증을 취득하고 국내보다 해외를 향하는 정비사도 많아 정비업계 입장에선 골치다. 실제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공임이 2배가량 높아 정비요금(표준작업시간 X 시간당 공임) 또한 높고, 일본의 경우 정비업체와 보험사가 동등 비율로 공임을 책정해 정비사와 보험사가 불필요한 마찰을 빚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정비업계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키도 하지만, 대부분이 기술 숙련자가 아닌 교육생에 그치는 수준이다.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조합 관계자는 “젊은 정비사들이 임금이나 대우가 좋은 중국, 일본 등으로 떠나고 있다”며 “해외 전문인력이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국내 상황이 열악해 마땅치 않고, 그나마 채용하는 외국인들은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 배우려는 사람들로 실전에 투입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버스운수종사자 양성사업을 진행 중인 경기도는 ‘정비사 충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예산이 부족해 실질적인 지원을 전혀 못하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정비사도 양성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우선은 운전기사를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비소 인력난 타파’를 위해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법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량 대수에 따른 일정 비율의 정비사 고용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제1호 자동차 정비 명장인 박병일 카123텍 대표는 “정비소 내 차량 대수 당 정비사가 몇 명씩 있어야 하는지, 그중에서도 기능사ㆍ기사ㆍ산업기사 등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10년후 경기도, ‘정비사’ 없어 버스 멈춘다] 中. “왜 힘들고 열악한 중소기업 가나요”

“버스 정비소에서 위험 감수하고 밤낮 없이 일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ㆍ일과 삶의 균형)’을 포기할 바엔, 승용차 정비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갖겠습니다” 취업시장의 ‘공기업ㆍ대기업 선호’ 분위기가 정비업계에도 번졌다. 대부분의 젊은 정비사들이 소규모 버스 정비소보단 현대블루핸즈, SK스피드메이트 등 대기업 계열 승용차 정비소를 향하는 추세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정비사들은 버스와 같은 대형차 정비보단 승용차 등 소형차 정비를 선호하는 중이다. 젊은 정비사들이 대형차 정비를 외면하는 배경에는 ▲업무강도 대비 낮은 급여 ▲무거운 부품, 큰 차체로 인한 부상 우려 ▲대형차 정비소가 외곽에 위치해 출퇴근 어려움 ▲3D 업종이라는 인식 등이 작용한다. 특히 시내ㆍ시외ㆍ고속ㆍ관광ㆍ마을버스 등 대형차가 주로 낮에 운행하는 탓에 정비활동이 밤에 이뤄지는 점도 ‘워라밸’을 중요시 하는 젊은 층에게는 버스 정비를 꺼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탓에 경기도내 일부 특수고교와 대학, 대학교들이 자동차학과를 운영하며 고교생이나 대학생에게 자동차정비를 가르치고 있지만 ‘버스 정비소’의 취업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도내 한 대학 자동차학과를 졸업한 A씨(30)는 “단순히 임금 액수만 보면 소형차보다 대형차 정비가 월 수십 만 원 정도 돈을 많이 주지만 근무 시간과 강도를 보면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며 “차라리 자동차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다른 직업을 갖거나, 주말에 근무하지 않아도 되는 대기업 계열 정비소로 가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정비업계와 보험업계의 오랜 갈등도 버스 정비시장의 인력난을 부추긴다. 정비요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의 제시 금액과 정비소의 희망 금액이 맞지 않으면 정비 자체가 지연되는데, 이 과정에서 임금 체불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젊은 정비사들이 대형차 정비를 꺼리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청년 정비사들이 대형차 정비를 기피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정비사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 및 ‘정비업계의 근로 복지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채수 오산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국내 상용차(대형차) 정비업계가 전반적으로 무척 열악하다”며 “학생들에게 근로 여건이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싶어도 그러한 일자리 자체가 많이 없는 만큼 정비 환경부터 개선돼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정비사를 3D 업종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10년후 경기도, ‘정비사’ 없어 버스 멈춘다] 상. “올해로 53살… 여기선 막내입니다”

경기도 내 버스 시장이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 공항버스 한정면허 전환 정책 등으로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이 과정에서 2층버스 추가 운행·따복버스 노선 확대 등 성과도 있었지만, 버스업체 내 임금·근로시간 갈등에 총파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해 ‘시민의 발’이 연일 이슈가 돼 왔다. 경기 버스가 멈추면 하루 평균 453만 명의 발이 묶이게 된 오늘날, 버스가 원활히 달릴 수 있도록 뒤에서 힘쓰는 ‘정비사’는 고령화 현상과 함께 입지 또한 갈수록 좁아져만 간다. 이에 본보는 버스 정비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신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 “올해로 53살, 여느 회사에선 은퇴를 고민해야 할 나이이지만 자동차 정비 업계에선 막내 수준입니다” 화성시 반정동에서 대형차 정비업에 몸담고 있는 A씨는 30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고 했다. 해가 갈수록 눈은 침침해지고 손은 떨려 동료 정비사와의 협업이 필요한데 마땅한 ‘동료’가 없다는 이유다. A씨는 “대형차라 차체가 크고 높다 보니 팔, 다리 힘이 좋은 젊은 직원들이 필요한데 다들 힘들다고 3개월을 못 버틴다”고 토로했다. 평택 소재 여객회사에서 정비사로 일하는 B씨(57)의 어깨도 무겁긴 마찬가지. B씨는 “개인 공업사나 소규모 버스회사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 기껏 뽑은 청년들은 6개월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정비업 인기가 해가 갈수록 떨어져 새로운 정비사도 줄어들고 있다. 결국 나이 든 정비사만이 버티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내 버스가 ‘젊은 정비사’ 없이 힘겹게 굴러가는 실정이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도가 집계하고 있는 도내 정비사는 총 846명이다. 이는 ‘시내버스 정비사’ 중 ‘자동차정비조합’에 가입된 정비사들로, 시외ㆍ고속ㆍ광역ㆍ마을버스 등 정비사와 조합 미가입자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같은 시기 전국 육상·수상·항공 운송업 정비사는 총 5만758명, 그 중 버스 정비사는 약 3만1천여 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도내에는 8~9천 명의 버스 정비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도내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정비사의 평균 연령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자체적인 정비과를 운영하고 있는 수원의 한 관광버스 업체는 현재 10여 명의 정비사가 근무하고 있지만 이 중 20대는 없다. 또 85명의 정비사를 둔 화성 동탄의 한 고속버스 업체는 정비사 평균 연령이 올해 기준 48.9세(▲29세 이하 8명 ▲30~39세 12명 ▲40~49세 29명 ▲50~54세 12명 ▲55세 이상 24명)에 달할 정도다. 업체 관계자는 “도내 3개 대학교와 MOU를 체결해 젊은 정비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업무가 힘든 탓인지 버티지 못하고 다들 일찍 그만둔다”며 “신입이 없으니 평균 근속 연수도 높아져 17.9년으로 집계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조합 관계자는 “조합에 가입된 정비사들도 주로 40~50대”라며 “소형차나 대형차나 정비 기술 자체는 비슷한데 아무래도 대형차가 힘들어 신규 인력이, 특히 ‘젊은 정비사’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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