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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태 칼럼] 특검, 특별법이 만능인가?

임준태 전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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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정치인 등이 연루된 대형 부패사건이나 경제범죄, 세월호 및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재난·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 권력형 비리, 권력자의 친인척 관련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경우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형사사법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할 상황이 채 종료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즉 수사나 재판이나 진행되는 도중에도 특별검사를 임명하려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수사나 기소를 담당하는 행정부(검찰)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이어야 할 한국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집행을 할 수 있는 검찰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특정 사건에서 개인의 고의 과실에 기인한 법적 책임을 밝히는 것은 사법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헌법재판소가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이상민 장관은 법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워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태원참사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현대 자유법치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을 통한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적절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둘러싸고 서울경찰청 정보라인 경찰관들에게 일부 유죄가 선고됐다. 그렇지만 참사 원인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사후 조치 과정에서 경찰간부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우여곡절 끝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검찰에 권고하면서 1년3개월 만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관계기관의 사전 대비와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사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됐다. 유족이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하루 속히 진실이 명쾌하게 밝혀지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촘촘한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권력형 비리 부패사건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엄청나게 진실 공방을 제기한 끝에 임명된 특별검사에 의해 실체적 진이 제대로 밝혀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10여년 전 제정된 세월호특별법과 많은 세금이 투입된 위원회 활동을 통해 얼마 만큼의 진실이 밝혀지고 한국 사회의 안전의식과 행동 양식이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텍스팅을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들춰내고 비판함으로써 정파적 득실을 얻을 수 있고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순간부터 정치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엄청나게 불리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진실 공방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가 특정 정부나 여당 시절 혹은 특정 대통령의 책임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알게 모르게 누적된 제도의 문제점, 관행 혹은 시스템상의 오류로 인해 한순간에 빚어진 사건이자 참사인 것이다. 불행한 사건을 정파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나 책임과 잘못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 때문에 진실 발견에 소극적인 자세도 지양해야 한다.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이 정무직 공직자는 임명권자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미덕이 필요하다.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공무원제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정부 부처의 책임자는 가급적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경험, 리더십, 공감 능력을 겸비한 인사로 임명하는 것이 좋다.

 

특검이나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적실하고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비록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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