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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칼럼] 항암신약개발 투자, 아직도 미흡하다

2001년 5월 세계 최초의 백혈병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경위를 보면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한다.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던 인류 최초의 표적항암제 신약을 국내에서도 말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하여 다국적 제약사에 수없이 많은 자료를 보내며 연락을 하였지만 매번 돌아오는 답변은 임상시험이 끝나고 난 후에 시작될 ‘동정적치료프로그램’ (미국 식약청이 초기 임상시험 허가가 난 후에 항암제를 조건부로 무상 공급하는 제도)으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글리벡은 치료에 실패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2003년 초부터 의료보험으로 허가가 되어 환자들은 매월 약가의 10%인 30만원 정도의 약제 비용을 부담하고 치료를 시작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간 환자 1인당 3천만원이 넘는 돈을 약제 구매 비용으로 지불하게 되어 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제약사와 정부를 상대로 약가 인하 투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환자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게 되었고 고가의 약가가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정부의 표적항암제 구입 비용은 급속하게 증가하여 현재는 연간 1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후 수십년간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매년 100억원 이상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오늘날 혁신적인 항암치료제 개발에는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막대한 비용과 7~10년간 장기간의 임상시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중심의 글로벌 제약사만의 독점적인 무대가 되어 버린지 오래되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는 많은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보다 특허 기간이 만료된 블록버스터급 항암제의 복제약 출시에만 집중하였고, 정부는 복제약의 약가를 일정 부분 보장해 주는 자구책을 고수하다가 스스로 신약 개발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국내에 300개가 넘는 제약사가 난립하고 비슷 비슷한 복제약을 값싸게 출시하여 단기적인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식은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아 2013년 글리벡 알파크리스탈의 특허가 만료되었을 당시에 무려 15개 이상의 국내 제약사가 글리벡 복제약을 출시할 정도였다. 국산 신약 표적항암제와 많은 다국적제약사의 표적항암제 연구, 개발에 참여해 온 필자는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개별 노력만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블록버스터급 항암 신약의 개발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6년전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시스템통합적항암신약개발사업단’으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 국내 개발자나 제약사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 다행이다 생각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정부의 재정 지원이 축소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진다.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다음달부터 2차 항암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최근 소식이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 한 곳이 항암 신약의 연구, 개발에 쓰는 비용이 연간 1조원을 넘는 현실을 보면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600~7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정도의 투자로 과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신약 개발이 가능할까? 현재 암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각종 항암치료제의 기하급수적인 비용 증가는 전세계적인 이슈이며 모든 국가의 의료 재정 소모의 주원인이다. 2013년 미국혈액학회 공식 의학잡지인 블러드 (Blood)지 사설에 실린 ‘한국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 치료 약가는 최근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제와의 경쟁 때문에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약가도 가격 경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는 내용에 주목해 보자. 2018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오리지널 글리벡인 베타크리스탈 제형의 특허가 만료된다. 1세대 표적항암제 글리벡의 약가는 지금보다 약 50% 이상 저렴해지고, 그동안 오리지널을 선호하던 환자나 의료진들도 안심하고 복제약을 복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지난 16년간 다국적 제약사는 특허가 만료될 글리벡을 대체할 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차세대 표적항암제를 이미 출시하고 있다. 특허 만료에 대비하여 지속적으로 다음 신약을 준비하는 개발 능력과 투자는 우리 제약사와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언제까지 다국적 제약사의 뒤만 따라가며 복제약만으로 만족할 것인가? 국가의 보건의료재정을 건실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의료 소비자인 암 환자들에게 고가라는 이유로 항암신약의 보험 처방을 수년간 방치하는 부자연스러운 약가 인하 정책이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약가를 인하할 수 있는 ‘국산 항암신약의 연구, 개발에 우선 투자하는 것’임을 우리 사회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 같다.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동욱 칼럼] 美 시애틀 교육감 “우리 미래 위해 학교에 투자하라”

‘승리는 학교 안에 있다, 학교로 돌아가라, 거리보다 학교에 더 많은 즐거움이 있다’ 필자가 미국 시애틀의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에서 교환 교수로 연수를 하고 있던 1998년 8월 말 시애틀 교육구의 60세 흑인 교육감이었던 ‘존 스탠포드’가 ‘Back to School Rally’ 행사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시애틀 시민들에게 한 연설의 주요 내용이다. 5개월 전 급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이미 두차례의 항암요법에 실패한 후 60세가 넘은 누이로부터 골수이식을 받고 무균실에 입원해 있던 그가 학교 개학을 알리는 행사를 위해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깜짝 연설을 한 것이다. 30년간 미 육군 장교로서 근무하며 교육자 경력이 전무한 예비역 육군 소장이 시애틀 교육구의 교육감으로 처음 추천되었을 때, 시애틀 시민들과 교육 전문가들의 반대가 심했다. 학력 저하, 실력없는 교사, 예산 부족, 학교 시설 낙후 등 산재한 많은 이슈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1995년 9월 1일 교육감으로 부임한 첫날, 그는 예상을 깨고 완전히 다른 정책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우선 교육구의 직원들이 1주일에 하루를 일선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여 교육 현안들을 현장에서 직접 다루도록 했으며, 공격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애틀의 시민, 기업들로부터 수천권의 책을 학교 도서관에 기부하도록 촉구하였다. 취임 초기 약 500억원의 교육구 적자를 안고 있었고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연방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적시에 적절한 지원’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교육구 직원들을 독려하며, ‘기업들이 능력 있고 우수한 직원을 뽑기를 원한다면 우선 학교에 투자하라’ 라고 직접 많은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하며 시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유치하는 일을 해 나갔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실력있는 교장을 선발하는 개혁을 단행하였고, 교장을 ‘학교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 부르며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였다. 교장에게 교사 선발 이상의 권한을 주고, 교사들에게는 주 4일간 학생을 교육하고 5일째는 연수, 교육 계획 수립, 부모 면담에 할당하도록 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였다.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위해 학교를 신설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했으며 특히, 저소득층, 소수자, 이민자를 위한 학교의 설립과 시민권자 학생에게는 제 2 언어를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혁신적으로 정비하였다. 교사, 교장들의 질 평가와 퇴출 제도를 도입하였고, 각 학교의 학업 성취도에 따라 교장 인사가 결정되어 그가 취임한 후 3년간 총 52명의 교장이 바뀌게 된다.이러한 혁신적인 학생 중심 정책은 반발하는 교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수차례의 항의 시위와 한 사기업으로 스카우트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돌며 그의 조기 퇴임을 원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교장들과 교육구 위원들에게 “나는 내 임기 만료일인 1999년 7월 말까지 일할 것이다.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라는 이메일을 보내며 진정으로 교육 개혁을 바라는 시애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낸다. 교육감 취임 2년 6개월째인 1998년 3월 말 급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그 어렵다는 항암 치료를 받던 중에도 그는 교육감으로서의 업무를 한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당시 ‘존 스탠포드’ 교육감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일하고 있던 필자는 의사로서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후 두 차례의 항암요법과 골수 이식에도 불구하고 재발하여 1998년 11월 28일 새벽에 병원에서 사망한 후,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에 수많은 사람들의 애도와 추모사, 그리고 시애틀 지역의 4개 방송국이 장례식을 생중계했다. 이미 정치화된 우리의 교육 현장의 여러 행태를 보면서 ‘존 스탠포드’ 교육감이 생전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공립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원들에게 남긴 연설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과 교육감, 그리고 그들을 추천하고 선택하는 정치인과 우리 국민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것 같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그리고 나를 위한 것도 아니다. 나는 민주당, 공화당, 자유당, 무소속인 학생들을 우리 학교에 가지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정치화 할 수 없다.”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동욱 칼럼] 인간의 고결함과 생명경외에 대하여…

의과대학교에 입학한 후 의학 교육의 진수를 경험하게 하고 미래에 의사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처음 느끼게 된다는 해부학 실습 첫 시간, 조교 선생님의 지시로 포르말린으로 처리되어 비닐에 덮힌 시신 12구가 해부학 실습실로 옮겨졌다. 시신을 직접 다루는 해부학 실습에 대한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수다를 떨며 모여있던 학생들 모두가 시신을 처음 보는 순간 이내 충격에 휩싸였고 일부 여학생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곧이어 실습실로 들어오신 우리나라 해부학의 최고 권위자 권흥식 교수님은 칠판에 하얀 분필로 ‘생자필사 (生者必死) 사자필생 (死者必生)’을 적으시고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여기에 죽어서 누워 계신 이 분들은 여러분의 해부학 지식으로 반드시 다시 살아날 것이다”라며 강의를 이어가셨다. 교수님의 추상과 같은 냉철함에 실습실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학생들은 시신 해부에 집중하게 되었다. 본과 3학년 내과학 강의 시간, 강의 시작전 병원 내과의 전공의 1년차 주치의 선배가 급히 강의실로 들어와 ‘여기 학생들 중 A형 혈액형을 가진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신다. 이내 약 20명 정도의 학생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받아 가신 후, 두 달 넘게 A형 혈액형인 의대생들은 병원으로 호출되어 헌혈을 해야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골수이식을 받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를 살리기 위한 혈소판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후 이 환자의 이식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동종골수이식 성공이라는 우리나라 의학사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게 되었다. 백혈병을 연구하는 교수로서 어느 덧 2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보아 오면서 젊은 교수 시절 죽어가는 수 많은 환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흘렸던 눈물도 점점 메말라 백혈병 환자의 치료, 삶,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무덤덤한 일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얼마 전, 모든 치료에도 불응하여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한 환자가 ‘교수님, 제가 죽은 후에 시신을 기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가족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엄마의 임종을 준비한 것 같았다.남편과 어린 두 딸과의 이별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이렇게 담담하게 자신의 시신을 의학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는지를 물을 수 있을까? 불현듯 해부학 실습 첫 시간의 교수님 말씀과 환자의 치료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전공의 선배의 모습이 다시 떠 올랐다.처음 의사가 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칠 때 모든 환자 생명에 대한 외경을 실천해야겠다는 열정적인 각오가 시간이 흐르면서 똑 같은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서서히 무뎌져 너무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의 깊은 내면에는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백혈병 발병 후 삶의 많은 부분이 뒤틀어져 가족과 환자 모두 힘든 투병 생활을 해 오면서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의연하게 말할 수 있는 모습은 우리가 고결한 인격을 갖춘 인간이기 때문 일 것이다. 권 교수님이 후학들에게 남긴 교훈, 한 명의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병원 밖으로 뛰어 나와 도움을 요청하던 선배, 그리고 임종을 앞둔 우리 환자의 마지막 소원은 지금 나에게 인간 생명에 대한 완벽한 경외와 끊임없는 연구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촌철 같은 교훈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수많은 의혹, 갈등, 정도를 걷는 것에 대한 회의, 그리고 수많은 비정상적인 상황들….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라는 말이 간단해 보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만큼 중요한 교훈은 없을 것이다.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고결함을 끄집어 낸다면 이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 놓고 열정적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정도를 걷고 기본에 충실하며 주위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말이다.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동욱 칼럼] 올바른 기부 문화에 대하여

매년 12월 첫째 주에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미국혈액학회에는 전세계에서 백혈병을 포함한 혈액질환을 연구하는 의사, 과학자, 연구원 약 3만명이 참석한다. 이 학술행사는 5박6일간 치러지는데 약 5천건 이상의 연구 결과가 구두 또는 포스터로 발표된다.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12시간 동안 지난 1년 동안 진행해 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정신없이 바쁜 학술대회 기간 중, 일요일 오전 7~8시 사이에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한 3㎞ㆍ5㎞달리기ㆍ걷기 행사가 함께 열린다. 이 기부금 조성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 개인이나 제약 기업의 단체 참가자는 1인당 최소 참가비 50불을 내야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는 추가로 몇 십불씩의 기부금을 더 내고 행사에 참가한다. 필자는 2014년 56차 학술대회에 참가하면서 미국의 독특한 연구 기부금 문화를 체험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함께 참가한 교수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달리기ㆍ걷기 행사에 참가했다. 당일 아침 7시부터 약 1천명 이상의 의사, 연구원, 제약기업의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1시간 동안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결승점에 도착한 완주자에게는 행사를 후원한 수많은 제약회사의 로고가 찍힌 값싼 티셔츠 한 장이 완주 기념품으로 제공되었다. 행사가 끝난 후 대회 당일 미국혈액학회 홈페이지에 기부금 액수는 10만불 이상이었고 이 행사를 통해 모금된 기부금 전액은 개발도상국의 백혈병 연구자들의 미국 내 연구소에서의 교육 연수 경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쓰인다는 내용이 게시되었다. 필자가 1997~1999년까지 백혈병을 연구한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암 연구기관인 미국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설립은 시애틀 시민들이 폐암으로 사망한 시애틀 야구팀 투수 ‘프레드 허친슨’을 기억하며 암 퇴치를 위한 연구소의 설립을 추진하는 모금으로 시작되었고, 현재 사용되는 연구비의 상당수가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아마존 닷컴, 스타벅스 등 시애틀 기반의 기업들과 유명인, 시민들의 개인 기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미국의 기부 문화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특정 개인의 일회성 치료 비용으로 쓰이는 우리의 기부금과는 사뭇 다른, 근본적으로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대학이나 병원의 연구비로 주로 기부된다. 대학연구소 연구비의 대부분을 국가의 재정으로만 충당하는 우리의 현실과도 너무나 차이가 있다. 최근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기업의 연구기부금과 사례금의 경계가 모호해진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건전한 기부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세계 최고의 의학연구 경쟁력을 유지하고 가난한 나라의 연구자까지도 지원하는 미국의 연구 환경이 새삼 부러울 뿐이다.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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