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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칼럼] 대한민국 국회 : 과거·현재·미래

오늘은 제헌절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70년 전 국회는 제헌헌법을 제정, 7월17일에 공포했다. 따라서 헌법 공포 70년이 되는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예년과 다름없이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주요 정관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거행할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국회의장은 최근 국회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해 헌법 수호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역할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면서 협치를 통한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요청하는 기념사가 있을 것이다. 최근 정치권을 비롯한 국회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대단히 비판적이다. 과연 국회의원들이 개원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런 자세로 의정활동을 하였는지 오늘 기념식에 참석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애국지사형의 제헌국회의원 제헌국회는 1948년 5월10일 선출됐다. 남한만의 단독정부가 수립됨으로 총 2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되었지만,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제주지역에서 선거가 불가능함으로 제주도의 2명을 제외한 198명을 선출, 5월31일 오후 2시에 개원식을 거행했다. 당시 국회의장에 선출된 이승만 박사는 개회사에서 국회의원들은 기미년 3·1정신을 이어 받아 우국애족의 자세를 의정활동을 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제헌국회들이 지니고 있었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제헌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이기 전에 애국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양복도 제대로 입지 못한 의원이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의원도 있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정활동을 했다. 제헌국회의원들이 받은 세비는 불과 쌀 세가마니 값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며, 당시 국회의장의 특별수당이 현재의 ‘3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고액 월급쟁이가 된 오늘의 국회의원 현재 국회의원은 제헌국회보다 100명이 증가된 300명이다. 그동안 인구도 증가하고 업무도 많아 의원 증원은 불가피할 수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세비는 현재 월평균 1천149만 원이며 특수활동비를 더하면 국회의원 1명당 월 약 2천만 원을 받고 있다. 유급 인턴 2명을 포함 9명의 보좌진이 의정활동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회기 중 불체포특권, 국회 내에서의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 등을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와 같이 막대한 세금이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국회는 비생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1만여건의 법안이 제출, 심사를 기다리고 있으나, 국회의원들은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30일자로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가 종료되었으나, 무려 40일 이상 국회 원구성을 가지고 여야가 줄다리기하다가 지난 주 금요일 겨우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근로자에게는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을 주장하면서 국회의원들은 예외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는 국민소환제를 적용하면서 역시 국회의원들은 제외되고 있다. 의정활동에 사용하라고 하는 특수활동비는 영수증도 없이 가정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오늘의 국회 모습이다. 선공후사의 미래 국회상에 대한 기대는? 미·중무역전쟁으로 수출전선에 위기가 왔음에도, 남북관계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실업자가 100만을 넘어 청년실업자가 사상최대임에도 국회는 심각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당내권력투쟁에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국회를 국리민복을 추구하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 있는가. 국회는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가 아니고 ‘국민을 위한 국회’임을 미래의 국회에는 기대할 수 있을까. 제헌절 70주년을 맞아 제헌국회의원의 우국애족으로 정신으로 국회의 미래상이 변모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트럼프 vs 김정은 세기의 드라마, 승자는?

오늘 지구촌은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 싱가포르에서 펼쳐지는 세기의 드라마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오늘 오전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호텔에서 과연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 것인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지만, 그러나 이번 드라마는 분명 한반도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우리의 마음은 즐겁기보다는 긴장과 더불어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하다.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예측되는 상황의 전개보다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여 드라마가 예측할 수 없이 전개되다가 해피엔딩으로 마지막을 장식할 때,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최소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세기의 드라마는 그동안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쇼를 보이면서 지구촌의 시선을 집중시켜 싱가포르 회담까지 왔기 때문에 일단 성공적인 연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가? 최근 국제정치사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 같이 회담 의제, 장소, 시기 등과 같은 문제로 오랜 기간 지구촌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은 회담이 있었는가? 불과 수개월 전까지 해도 상대방에 대하여 최악의 비속어를 사용하면서 비난하던 당사자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등장하여 서로 악수를 하면서 포즈를 취할지, 어떤 복장을 하고 등장할지 등등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지구촌의 관심사다. 세기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두 명의 주연은 최고의 연기자임은 세계가 이미 인정하고 있다. 양 정상은 서로 다른 성장배경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드라마에서 최고의 연기를 하고 있다. 72세의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며, 미국 NBC TV의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던 트럼프의 연기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최고의 협상가로서 세기의 담판을 위해 평생을 준비했다고 말하는 트럼프는 백전노장답게 정상회담에서 노련한 연기를 펼칠 것 같다. 반면 김정은은 불과 34세의 집권 7년차 되는 애송이 정치인이다. 트럼프와 같이 경쟁이 치열한 선거과정도 없이 백두혈통의 후광으로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을 최고지도자에 오르게 하는데 일조한 고모부까지 처형, 권력 장악에 성공했으며, 핵보유국까지 되는 막강한 지도력을 과시했다. 더구나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복형까지 독살시킨 폭악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변신하는데 성공하는 연기력을 발휘, 드라마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드라마,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주연들의 역할만 가지고 연기를 펼치기에는 너무도 많은 조연급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줄거리를 엮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연출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며, 문 대통령은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주연으로 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결국 한반도 문제의 최종해결은 남북 당사간의 해결이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 시진핑, 일본 아베, 러시아 푸틴도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언제든지 주연급으로 등장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번 드라마에서 홀대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일거에 드라마 자체를 뒤죽박죽 만들 힘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어 이들의 연기도 주목해야 된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적 드라마를 싱가포르까지 이끌어 오는데 일단 성공했다. 주연은 물론 조연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다단하여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 주연과 조연들 간의 국내외 정치적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여 단편보다는 장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북·미 정상회담이 세기의 드라마답게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주연은 물론 조연들 모두 승자가 되어 시청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동네민주주의와 지방정치 발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번주 24~25일 있는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할 것이다. 그러나 22일(미국 현지시간)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6월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극히 저조하다.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며 가장 기초인 것은 오랜 민주정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가 실시되지 못하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 1991년 지방의원선거가 다시 실시되고, 이후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선거까지 실시,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지역민에 의한’ ‘지역민을 위한’ ‘지역민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으며,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 지역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물론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지역 토후세력으로 이권에 개입,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거나 또는 자질 문제를 제기되는 사례도 있으나,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동네민주주의가 풀뿌리 민주정치 필자는 지방자치보다는 지방정치란 용어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자치의 개념을 상위하는 정치가 지역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방정치의 출발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을’ ‘동네’로부터 시작된다. 영어로 ‘Town’ ‘Village’ 로 통칭되는 ‘우리 마을’ ‘우리 동네’ 란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가. 이는 우리의 삶의 뿌리이며. 생활정치의 원천이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정치는 물론 삶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있는 경제·문화·교육·환경·교통·의료 등 모든 문제를 논의한다. 미국정치에서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지역의 문제를 서로 토론하고 또한 지역민은 적극적 정치참여를 통해 지방선거 시 지역을 위해 일한 지도자를 선거로 선출, 지역발전을 물론 미국정치사회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것이 동네민주주의(Town Democracy)이다. 이런 차원에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동네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선거 슬로건을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 동네’로 정하고,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정책선거 분위기를 위해 ‘우리동네 희망공약 제안하기’ 사이트를 선관위 홈페이지에 개설, 제안받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을 통해 ‘공약지도’ 등을 만들어 공개함으로써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선거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유권자는 동네민주주의의 주인 최근 동네민주주의를 통해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면, 서울 성북동 심우장(만해 한용운 유택)으로 이어지는 길 한편에 마련된 ‘만해의 산책공원’의 비탈에 심어진 분홍색 복숭아나무 21그루가 있는 바, 이는 성북동 주민 40여 명으로 이뤄진 ‘성북동 마을계획단’이 심은 나무다. 이 곳은 잡풀이 우거져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아왔고, 경고문으로도 해결되지 않자 동네 주민들이 나무를 심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구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복숭아나무를 심어 쓰레기 투기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동네민주주의는 지역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 투표에 참여할 때 발전할 수 있다. 방관자가 아니라 우리 동네는 나의 귀중한 한 표를 통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주인의식이 없다면 동네민주주의는 한낱 허황된 구호에 불과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가 약속한 공약이 과연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하고 또한 예산까지 담보된 매니페스토(manifesto)에 의한 공약인가를 꼼꼼하게 따져 투표에 참여하는 현명한 유권자가 된다면 동네민주주의는 지방정치 발전에 핵심이 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정상회담의 이상과 현실

현대국제정치는 ‘정상회담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세계지도자 간의 정상회담이 일상화되었고 또한 그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세계 지도자들 간의 이동이 편리해지고 또한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정상들이 직접 대면, 회담을 통하여 일시에 해결함으로써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정치 무대에서 자신들의 명성과 지도력을 최고조로 제고시킬 수 있어 정상회담은 권력자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단어가 되고 있다. 정치지도자가 선거를 통해 국내정치에서 대통령 또는 총리가 되는 것은 등반가가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이란 단어에 대한 유혹은 대단하다. 특히 국내정치가 시끄러울 때 북한 핵폐기와 같은 지구촌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상회담은 더욱 매력적이다. ‘정상’(summit)이란 용어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1950년 2월 에든버러 연설에서 소련 최고지도층과의 회담을 제의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정상’의 상징인 에베레스트 정상도 1953년 5월29일 영국원정대가 보낸 뉴질랜드 태생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정복하여 ‘정상’이란 용어는 영국 신문에 자주 등장하였다. 성공과 실패가 거듭된 정상회담 현대 국제정치사에서 대표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정상회담 역시 영국과 관련된 것으로 1938년 9월 영국 수상 체임벌린과 독일 총통 히틀러 간의 뮌헨회담이다. 체임벌린과 히틀러는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를 위한 성명서에 서명하였지만, 결국 히틀러가 다른 한편으로 전쟁을 준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발발함으로써 뮌헨 정상회담은 실패한 회담으로 기록되고 있다. 가장 최근 국제정치를 변화시킨 정상회담은 1985년 11월 개최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과의 냉전 종식을 이끈 회담이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서로 왕래하면서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 냉전을 평화적으로 종식시켰다. 앞으로 사흘 후에 지구촌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쪽지역의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다. 1945년 분단 이후 남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정상 간의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은 과거에 개최되었던 회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이미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남북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되었으며,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도 5월말 또는 6월초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를 위해 국무장관 내정자인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장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 김정은을 만났으며, 이런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좋을 일이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가 성공의 관건 이와 같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상황변화는 실로 극적이고 놀랄만하다. 김정은은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화답이라도 하듯이 지난 금요일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또한 핵실험도 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중심 노선을 천명하고, 국제사회와의 신뢰관계도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연 배우는 문재인·트럼프·김정은이다. 조연인 시진핑·아베·푸틴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이들 6명의 스트롱맨이 어떻게 신뢰를 쌓아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북한 핵 폐기와 종선선언을 통한 평화협정의 토대를 마련하느냐는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평화’의 이상 실현은 불멸의 진리는 ‘국가이익 우선’ 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야 되기 때문이다. 지구촌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이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켜 북한 핵폐기라는 ‘한반도 평화드라마’를 연출시킬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가짜 뉴스와 정치 불신

최근 지방선거가 임박해오고 또한 남북관계가 급변하면서부터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탄핵정국으로 인하여 이념적인 갈등이 심화된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간의 극단적인 이념적 대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더욱 확산되면서 가짜 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따라서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정치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오는 6월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한 단속과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SNS의 급속한 발달로 인하여 가짜 뉴스를 완전하게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러나 엄격한 감시장치를 통하여 가짜 뉴스로부터 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팩트 체크없는 가짜 뉴스의 홍수 시대 가짜 뉴스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예를 들면 당시 가짜 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반대 시위자가 3천500달러를 받았다” 등이다. 약 96만 건이 유통된 ‘교황의 트럼프 지지선언’의 가짜 뉴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 시 트럼프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미국은 물론 우리 사회도 각종 가짜 뉴스로 골치를 앓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의 행태와 관련된 가짜 뉴스는 사례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잘못된 정보에 의한 신상 털기는 기본이고 허무맹랑한 때로는 가공할 정보까지 각색하여 무차별로 전파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다분히 이념적 편향성이 가미된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유명 정치인, 전직 고위 관료, 사회 저명인사의 성명을 도용하여 가짜 뉴스를 SNS를 통해 여과없이 전파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또한 최근 미투(#ME TOO)와 관련된 가짜 뉴스도 팩트 체크없이 번지고 있어 때로는 신문이나 TV를 보기도 겁날 정도로 제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가짜 뉴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가짜 뉴스의 경제적 비용추정’에 따르면 가짜 뉴스 당사자의 피해 금액은 약 22조7천700억원에 달하며, 사회적 피해금액 또한 약 7조3천200억원에 육박한다. 가짜 뉴스로 인해 연간 30조900억원, 즉 대한민국 GDP의 1.9%가 피해금액으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유권자, 가짜 뉴스에 속지 말아야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 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4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하여 무려 30배가 증가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SNS를 통하여 더 많이 전파, 공유되고 ‘이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끼리는 입맛에 맞게 걸러진 정보만을 편식하는 부작용 발생하여 정치사회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SNS를 통해 전파되는 가짜 뉴스의 온라인 확산속도는 진짜 뉴스 대비 무려 6배 빠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 검찰, 경찰, 그리고 언론기관에서 팩트 체크를 통하여 가짜 뉴스 전파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결국 선거에 있어 최종 책임은 유권자에 있듯이 팩트 체크 없이 가짜 뉴스에 속아 유권자가 자격 없는 공직 후보자를 선출한다면 이에 따른 책임 역시 유권자의 몫인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짜 뉴스를 유권자 스스로 걸러내는 현명함이 있어야 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한국정치 민주화와 3월의 회상

앞으로 이틀 후면 3ㆍ15 마산의거 58주년이 된다. 3ㆍ15 마산의거는 1960년 3월15일 실시된 정·부통령선거에서 이기붕 부통령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자유당이 부정선거를 획책하여 이에 항거,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트리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한국정치 민주화를 위한 시위였다. 이승만 정권은 이후 4ㆍ19 학생혁명과 4월25일 전개된 대학교수들의 대통령 하야 시위 등이 연이어 일어나자, 이승만 대통령은 4월26일 “국민들의 원하면 하야 하겠다”고 하여 경무대(현재 청와대)를 떠남으로써 이승만 독재는 마감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비록 독재를 하였지만 마지막 대통령직 하야 시에는 경찰에 의하여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희생되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국민들의 하야 요구를 받아들여 경무대를 스스로 떠났다는 측면에서 민의를 받아들이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신생국 건설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오늘의 대한민국이 발전하는데 있어 초석을 쌓은 초대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1960년 3월5일 서울에서 첫 부정선거 반대 데모 3ㆍ15 마산의거 이전에 이미 자유당 정권이 획책하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우선 2월28일 대구에서 개최된 민주당 장면 부통령후보 선거유세장에 고등학생들의 참석을 막기 위해 일요일에 강제로 등교를 시킴으로써 이에 항거한 2ㆍ28 대구학생의거가 있었으며, 이는 각 지역에서 부정선거 항거 시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제일 먼저 발생한 시위는 서울에서 있은 1960년 3월5일 학생들에 의한 부정선거 반대 시위였다. 지금까지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필자의 일기에 의하면 서울에서 당일 상당한 규모의 부정선거항의 시위가 있었다. 서울 동대문운동장(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광화문까지 평화적으로 전개된 시위였다. 필자는 1961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58년 동안 일기를 쓰고 있다. 3월5일 동대문야구장에서 당시 3ㆍ15 정·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던 민주당의 장면 부통령 후보의 선거유세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중학교 2학년생으로 당일 오후 동대문야구장에서 개최된 선거유세장에 갔다. 토요일 오후였으며, 민주당 장면 후보의 선거유세가 끝난 후 유세장에 모였던 학생들을 비롯한 1천여 명의 청중들이 동대문야구장에서부터 광화문까지 ‘공명선거를 실시하라’고 외치면서 질서정연하게 데모를 한 후 해산한 것으로 일기에 적혀있다. 이런 부정선거 항거시위는 일부 신문에 비록 작게 보도됐으나(동아일보 1960.3.6. 조간 3면 기사 참조), 필자의 일기장에 서울에서 3월5일 공명선거를 위한 학생데모는 4ㆍ19 학생혁명의 전초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3월은 정치에 새로운 기운이 움트는 달 3월은 무엇보다도 3ㆍ1 독립운동이 일어난 달이기에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찬란하게 기록되고 있다. 3ㆍ1 독립운동 일제의 압제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한 강인한 민족정신과 정의와 평화에 대한 열망은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린 거사였다. 3ㆍ1 독립운동 정신이 오늘의 한국을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로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내년이면 3ㆍ1 독립운동 100주년이 된다. 올해 99주년을 맞이하는 서울 종로에서 한마음으로 독립을 외치던 3ㆍ1 독립운동 때와는 달리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엇갈린 태극기부대와 한반도기부대의 시위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시위를 했다.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속에서 갈등이 심화,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3ㆍ1절 10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3월1일에도 이런 모습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 혼자만의 바람일까. 새로운 봄 냄새가 움트는 3월과 같이 정치에도 새로운 화합과 평화의 기운이 돋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올림픽과 정치, 평창은?

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가 칼바람이 불고 있는 해발 700m 고지의 평창을 비롯하여 강릉, 정선 등 강원도 일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는 미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독일, 이태리, 일본뿐이다. 이제 한국은 여덟 번째 국가가 되었다. 중국도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므로 아홉 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란 주제 하에 개최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2월9일 개회식 장면은 한국의 발전상과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손색이 없었다. 지구촌의 25억 명이 시청한 올림픽 개회식에서 6·25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한반도는 ‘KOREA’라는 이름 하에 통일된 남북을 상징하는 한반도기를 앞세우면서 동시에 입장, 평화를 상징하는 평창올림픽의 감격적인 장면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한민족의 자부심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특히 마지막 성화를 점화하는 ‘경기의 딸’ 김연아의 멋진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치열한 정치무대가 된 올림픽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다가 중단된 올림픽은 1896년 프랑스의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의 노력으로 부활, 근대올림픽은 분명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이며, 동시에 마라톤을 비롯한 운동경기를 함으로써 스포츠인들의 경연장이다. 이는 올림픽 헌장에도 잘 나타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제5장 51조 3항에는 ‘어떤 종류의 정치, 종교, 인종차별적 선전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개최된 올림픽 역사를 보면 올림픽은 정치와 무관한 젊은이들의 스포츠 축제라고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국제외교무대가 되었다. 이미 각국은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물론 참가 임원, 또는 응원단을 통해서 자국의 위대함과 발전상을 최대한 홍보하는 선전장이 되었다. 이념의 대결장, 때로는 총성이 오가는 전쟁터가 된 것이 오늘의 올림픽대회 현장이다. 1936년 8월에 개최된 베를린 하계올림픽은 독재자 히틀러에 의하여 나치 선전장이 되었다. 올림픽대회를 나치의 폭력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기회로 삼아 히틀러는 독일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최대한 선전했다. 그러나 이는 위장된 평화였으며, 오히려 3년 뒤 독일은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올림픽에 정치색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은 ‘피의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에 의해 이스라엘 선수들이 살해당했다. 1980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을 보이콧하고,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은 공산권이 불참해 반쪽짜리 대회가 되었다. 이란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자국 선수들이 이스라엘과 맞붙게 되면 일부러 철수시켰다. 평창올림픽은 ‘평정올림픽’이 되기를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은 한국정치 민주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이 직선제 개헌안을 받아들이는 6월 민주항쟁이 성공하게 된 중요 요인 중에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도록 압력을 가한 미국 등 서방국가와 올림픽 주요 후원자인 다국적 기업, 그리고 IOC 역할을 지적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북한이 ‘백두혈통’인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의 참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초청, 북한예술단의 공연, 펜스 미국 부통령의 탈북인사 면담 등으로 북핵문제를 둘러싼 고도의 국제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다. 평창(平昌) 동계올림픽이 ‘평양(平壤)올림픽’이 아닌 ‘평화(平和)올림픽’이 되어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위기를 일거에 해결하는 ‘평정(平定)올림픽’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와의 경쟁

최근 정치권은 물론 학계, 언론계 등에서 민주주의(Democracy)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민주주의의 어원은 국민(Demos)과 지배(Kratos)의 합성어이다. 이는 다수의 국민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제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각국이 경험한 정치제도로서 최선 아닌 차선의 제도로서 사회구성원 다수의 여론을 수렴, 정치에 반영시킨다는 차원에서 민주주의는 특별한 이론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민주주의를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유민주주의 형태의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주의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직접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한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제기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등으로 고대 그리스와 같이 구성원 전체가 직접 참여하는 민주정치 운영은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민의 대표를 선출, 권한을 위임하여 등장한 것이 대의민주제도이다. 점증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하여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인 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행하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의 정치’를 행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Rousseau)가 말한 바와 같이 유권자는 선거 당일 하루만 주인행세를 하고 선거 후 정치인이 오히려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 현대판 대의민주주의의 실상이다.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인을 불신하고 또한 의회는 민생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장악에 몰두, 정쟁만을 일삼거나 또는 소수의 특권층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국회의 탄핵소추안 결의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로서 이뤄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촛불시위에서 탄핵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국회가 대통령의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직접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외친 것이며, 이에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여론에 응답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결정된 신고리 원전5·6호기 공사 재개 결정 역시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로서 결정된 것이다. 정치권이 이에 대한 국민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정부는 시민들로 구성된 원전공론화위원회를 출범, 오랜 기간 조사와 토론 과정을 거쳐 원전공사 재개라는 성공적인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 최근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개헌 초안에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대거 도입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국민투표로 정하는 ‘중요 정책 국민투표제’, 헌법·법률을 국회를 통하지 않고 국민이 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안·법률안 국민발안제’ 등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따라서 사드 배치처럼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것이다. 대의민주정치의 상징인 국회가 당리당략이나 의원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한, 간접민주주의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따라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거세질 것이다. 이는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주인인 유권자를 무시,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이든 대의민주주의이든 민주정치는 경쟁을 기본 원리로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지금과 같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권력을 향유하고 싶으면 다원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의민주주의를 효과적으로 운용, 직접민주주의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될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거센 파도가 몰아치기 전에 정치인 스스로의 반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국회의원에 대한 불편한 진실

지난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국내 7대 직업군별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에서 정치인은 5점 만점 기준에 1.8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상기 조사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경제인, 법조인, 언론인, 교육자, 종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정치인은 최근 10년간 조사에서 매번 꼴찌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 한국 정치인의 신뢰도 추락은 해외 조사에도 마찬가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9월 발표한 2017년 국제경쟁력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정치에 대한 공공의 신뢰도’(public trust in politicians)는 137개 국가 중 90위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경영인 1만4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로서 한국의 경제규모, 교육수준 등과 비교하면 정치인의 신뢰도는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염치없이 세비 인상하는 국회 한국에서 정치인의 대표는 국회의원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은 정치인이 왜 낮은 신뢰도를 받고 있는지를 또다시 국민들에게 보여 주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해예산안의 법정통과 시한을 어기면서까지 정쟁을 했던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세비 2.6% 인상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제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세비삭감 30%를 당론으로 의결했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쇼를 벌이기는 했지만 안건으로 다루지 않아 자동 폐기되었다. 심지어 개혁입법이 통과되지 않으며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서명까지 하는 쇼를 벌였지만 이것도 결국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 같이 되었다. ‘정부경쟁력 2015 보고서’에 의하면 1인당 GDP당 국회의원 보수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일본ㆍ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국회의원 보좌진 증원도 마찬가지이다. 국회는 인턴 대신 8급 직원을 채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11월17일 국회 운영위에 상정, 의결하여 23일 법사위원회 통과,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한국 국회의원의 보좌진 규모는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ㆍ한국의 6개국 중 지원 액수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데, 이를 1명 더 증원하여 내년 88억9천여만원의 국민 혈세가 소요된다. 국회의원들은 상당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국회의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의원이 얼마나 특권이 많은 좋은 직업인지를 모른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20대 국회에서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약속은 많이 했지만 대부분 이행이 되고 있지 않다. 여론의 압력으로 겸직 금지, 연금 폐지 등은 통과됐지만, 의원징계 강화 등 민감한 개선안은 여야 공히 시간만 끌면서 눈치만 보다가 흐지부지하는 것이 관행이다. 국회의원 소환제 실시해야 필자는 지난해 10월 스웨덴을 방문, 의회를 시찰할 기회가 있었다.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의원이 많고 세비도 한국보다 적으며, 지방에서 올라온 의원들은 시내 호텔에서 숙식을 하다가 회기가 끝나면 지역구로 다시 내려간다고 한다. 미국 경찰은 법을 위반한 의원을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 연행하기도 한다. 미국 수정헌법 제27조(의원 세비 변경)는 ‘상하의원의 세비 변경에 관한 법률은 다음 하원의원 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규정, 해당 회기에 세비를 인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현재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되어 권력구조 등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우선 이번 개헌안에는 국회의원 소환제, 해당 국회의원 회기 내 세비동결과 같은 조항이 규정되었으면 한다. 자치단체장은 국민소환제를 채택하면서 같은 선출직인데 국회의원은 예외로 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들만의 특권이 아닌가. 국회의원 스스로가 불편한 진실을 투명하게 공개, 유권자들로부터 따끔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과거정치와 미래정치

최근 한국정치를 보면 22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말한 한국정치에 대한 평가가 새삼 떠오른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4월13일 베이징의 국빈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나라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을 하여 한국정치에 대하여 기업인으로서 겪은 불만 토로와 더불어 따끔한 충고를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 정치가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한국정치가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1류기업은 못되었지만 행정 정도의 3류라도 되었는지. 물론 한국은 그동안 3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와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하여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로 발전했다. 과거정치 프레임에 얽매인 정치권 그러나 최근 수개월 동안 전개되고 있는 한국정치를 보면 아직도 후진적인 요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정권교체는 되었지만 정치권은 촛불민심이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 소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크다. 또한 국민들은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과거정치에 집착, 희망적인 미래정치를 팽개치고 있어 누적된 피로감으로 덮인 피로사회가 되고 있다. 과거정치로의 회귀는 생산적이고 희망적인 정치가 되지 못한다. 물론 잘못된 과거의 정치관행이나 적폐는 청산되어야 밝은 희망적 미래를 지향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정권은 권력을 잡으면 항상 적폐청산, 구태청산을 외쳤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때로는 ‘한(恨)풀이’ 보복정치의 연속이었다. 과거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는 우선 국회의 의정행태다. 국회는 여야정당이 서로 여야의 위치만 이동했을 뿐, 여야정당의 행태는 과거정치의 판박이다. 청문회에서 고위공직후보자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여당은 후보자를 감싸는데 급급하고, 야당은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다. 어떻게 여야의 위치와 언행이 그렇게 정반대로 변했는지 정치인들 스스로 고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정당의 이합집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현재 여야 정당은 당명만을 놓고 본다면 주요 정당들은 창당된 지 불과 1년도 되지 못하고 있다. 창당 1주년도 안된 상황에서 이합집산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또한 일부 정치인들은 명분도 없이 내년 선거만을 의식, 탈당과 복당의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밀가루식의 정당운영을 가지고 정당정치의 제도화를 말할 수 있는가. 역사학자 E.H.카(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의 경험과 지혜가 미래를 결정할 우리에게 중요한 자료로 인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과거에 집착하라는 것은 아니다. 즉 과거의 잘못된 정치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미래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희망의 미래정치 펼쳐야 적폐청산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는 공히 ‘구(舊)적폐’, ‘신(新)적폐’하면서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서로 이전투구만을 하고 있다. 적폐와 과거에만 집착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피아(彼我)의 구별뿐이다. 적과 동지의 구별만 하는 정치를 해서는 국민통합, 협치의 정치를 할 수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27년의 감옥살이를 했음에도 그를 고문하고 흑인을 탄압했던 백인경찰관은 물론 반대정치세력에게 사면령을 내리는 대통합의 포용정치를 통해 오히려 백인지배의 과거정치를 청산했다. 미래정치는 이전투구의 구태정치가 아닌 국민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는 통합과 신뢰의 정치를 의미한다. 조선조의 정치도 한풀이의 과거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론분열과 국력쇠퇴로 인해 임진왜란과 같은 외침을 당했다. 이제 우리도 과거정치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협치를 통해 국민에게 밝은 희망을 주는 미래정치를 펼치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국정감사와 국회의 적폐청산

국회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0일간의 일정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실시하는 국정감사다. 지난해와 달리 여야가 서로 바뀐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 국정감사권은 외국 의회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권한이다. 국회가 감사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또한 올바른 정책중심의 국정감사를 실시한다면 추락한 국회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그러나 매년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지난 며칠간 실시된 국회의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민들의 평가는 ‘혹시나’ 했던 기대와 달리 ‘역시나’ 실망 그 자체다. 우선 국정감사장을 국회의원 자신들의 홍보수단이나 또는 애꿎은 기업인들을 불러 국회의원의 권위주의적 위세를 과시하는 장소로 착각하고 있는 구태의연하고 잘못된 의원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증인 신청 자제해야 국회 개혁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묻지마식 증인 신청’을 막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증인 신청 실명제’는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증인 실명제로 인해 증인 신청이 줄어지기보다는 올해 국감에는 역대 최다 인원의 기업인이 국회 출석요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증인 신청을 홍보수단으로 악용, 기업 실무자를 불러도 되는데 굳이 기업 총수를 고집하고 있어 내실 있는 국감보다는 국회의원의 홍보 또는 지역구 민원 챙기기 등과 같은 사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기업 경영에 바쁜 기업인이 증인으로 참석, 의원들로부터 질문 하나 받지도 못하고 또는 여야가 국정감사 운영방식을 놓고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국감장의 광경이나 구경하다가 돌아가는 씁쓸한 모습을 이번 국감에서도 볼 것 같다. 공무원들은 하반기만 되면 국정감사 준비와 출석으로 대부분 시간을 빼앗겨 정상적인 공무 수행이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만 하면 열람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여 자료 복사비만도 상당하다. 오랜 기간 준비한 자료에 대한 질문 한번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도 있고, 심지어 질문한 의원은 이미 회의장을 떠나고 없는 상황에서 허공을 대고 답변하는 경우도 있다. 금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서로 ‘적폐청산’을 가지고 대결하는 양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을 최우선 화두로 삼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무능을 강력 비판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해 ‘적폐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여야 서로 상대방에게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국정감사장이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 국민들의 시각에는 여야의 ‘적폐청산’ 주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적폐청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며 당연히 바로잡아야 되며, 이를 국정감사장에서 따져야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안보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국회가 여야 간의 서로 ‘적폐청산’ 운운하면서 안보는 뒷전으로 놓고 정쟁을 하는 것이 올바른 의정활동인지 묻고 싶다. ‘적폐청산’의 의원행태 없어져야 지난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국내 7대 직업군별(정치인, 고위공직자, 경제인, 법조인, 언론인, 교육자, 종교인)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에서 정치인은 만점 기준에 1.8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신뢰도는 현재 최악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 간의 ‘적폐청산’ 운운하면서 서로 싸움만 하지말고 심각한 안보위기 대비책에 대한 국정감사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 구태의연한 재탕, 삼탕식의 큰소리치는 국정감사, 무분별한 증인 신청과 같은 의원 행태는 국회의원 스스로 버려야 할 ‘적폐청산’ 대상이 아닌지.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링컨의 포용적 리더십과 국민통합

▲ 김영래 국가의 흥망성쇠는 어떠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이끄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북한 김정은이 무모하게 전개하는 북한 핵실험과 더불어 사드배치, 탈원전, 복지정책 등 각종 국내외 산재하고 있는 첨예한 쟁점으로 인하여 계층·세대·지역·이념적으로 갈등이 심화되어 국론분열의 위기까지 대두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국민통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때 새삼 되새겨지는 것은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포용적인 리더십이다. 미국 켄터키 산골 통나무집 단칸방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환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좌에까지 오른 링컨은 미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지도자이다. 경쟁자를 국무장관 등에 임명 노예해방선언을 통해 오늘의 세계 최강국 미국을 건설하는 기초를 다진 링컨은 남북전쟁 시 게티즈버그 연설을 통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김으로써 민주정치의 원형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를 신봉한 지도자로서의 링컨의 리더십은 그의 인사정책을 통한 포용력이 있는 국민통합 리더십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링컨은 어려운 생활만큼이나 정치역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수차례 걸쳐 하원, 상원 등 총 7차례의 선거에서 패배를 경험했다. 그러나 링컨은 노예제로 인한 남북분열로는 미국은 번영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국민통합의 비전을 가지고 공화당내 유력 정치인인 뉴욕 상원의원 윌리엄 슈어드, 오하이오 주지사 새먼 체이스, 미주리 주의 유명정객 에드워드 베이츠 등과의 후보 경선에 승리, 대통령까지 되었다. 고난의 정치역정을 통해 최고권력자가 되면 대부분 선거운동 시 도움을 주었던 캠프인사들을 주요 직책에 임명, 이들을 중심으로 국정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링컨은 주요 각료임명에 당내 경선했던 경쟁자, 또는 반대당인 민주당의 지도자에게 중책을 맡겨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했다. 국무장관에 슈어드, 재무장관에 체이스, 법무장관에 베이츠, 그리고 전쟁장관은 민주당 출신의 애드윈 스탠턴을 임명했다. 앞에 3명은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거나 적(敵)이었던 인물들이다. 스탠턴은 민주당 출신으로 링컨을 ‘숲 속의 고릴라’라고 놀릴 정도로 무시했지만, 그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중용했다. 특히 국무장관 슈어드는 쓸모없는 땅을 살 필요가 없다는 국내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의 안보전진기지이며,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는 보고(寶庫)인 알래스카를 단돈 720만 달러에 러시아로부터 사들었다. 알래스카는 제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 때 공식적으로 사들었지만 협상은 링컨 재임 시 진행되어 성사된 것이다. 알래스카에 가면 슈어드라는 명칭의 하이웨이, 항구 등이 있을 정도로 링컨이 임명한 슈어드가 미국 국가발전에 남긴 업적은 탁월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는 불변의 진리 링컨의 포용적 리더십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최강 미국이 건설될 수 있었을까. 국론이 분열되어 남북전쟁의 상처도 아물지 못했을 것이고 또한 흑백갈등은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다. 자기를 업신여긴 경쟁자들을 정부의 각료로 임명한 링컨은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실천한 포용력 있는 위대한 정치지도자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 벌써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7명이 낙마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선거운동 캠프 중심으로 인재의 폭을 좁히게 되면 능력있는 인사가 등용될 수 없으며, 이는 국민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불멸의 진리를 새삼 심각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은지. 김영래 前 동덕여자대학교 총장

[김영래 칼럼] 반일(反日)과 극일(克日), 우리의 선택은?

한국과 일본, 지구촌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게 접하고 있는 이웃이다. 일본령인 대마도는 부산에서 불과 5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리적 근접성에 비하여 한일 양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간극은 저 멀리 북극점에 있는 그린란드보다도 더욱 얼어붙고 또한 골이 깊다. 따라서 한일관계 설정은 가깝지만 먼 나라의 희비곡선 하에서 항상 논쟁이 되고 있다. 특히 8월이 되면 양국 국민들은 한일관계에 대하여 고심하게 된다. 언론은 물론 정치인들도 8월이 되면 한일관계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를 두고 망설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돌출적인 망언이 보도되면 한국인들의 응어리진 감정을 폭발시켜 다소 해빙 무드가 조성되던 한일관계는 또 다시 얼어붙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전개된다. 오늘은 1910년 8월22일 대한제국과 일본이 합병조약을 체결한지 107년이 되는 치욕스러운 날이다.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가 1904년 한일의정서를 통해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이어 1905년 11월17일을사늑약을 강요하여 외교권을 박탈, 보호국을 만들었으며 또한 통감부를 설치하였다. 이 조약은 을사5적 이완용 등이 서명하였다. 한일병합조약으로 통치권 박탈 1910년 8월22일 체결된 한일병합조약은 총 8조로 구성되었으며, 일체 통치권을 일본국 황제에게 양여한 것이다. 당일 오후 1시 창덕궁에서 순종이 참가한 형식적인 어전회의를 거쳐 전권위원으로 임명된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데라우치 통감 사이에 병합조약이 조인됨으로써 한국은 암흑의 일제시대 35년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조약은 공식적으로 29일에 발표되어 경술국치일은 29일로 기록되고 있다. 조선총독부를 중심으로 통치권을 장악한 일제가 행한 한민족에 대한 만행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치욕의 35년을 고통 속에 견디었다. 수많은 독립지사와 일제가 저지른 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젊은 청년들이 희생되고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 일본식으로 개명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뿐만 아니다. 한반도는 일본의 군수물자 조달에 전진기지 역할을 했고 수많은 젊은 여성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싫은 위안부로 일본군에 의하여 인권이 유린되었으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그럼에도 일부 일본 정치인들은 반성하기는커녕 철도 부설 등을 예로 들면서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망언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막힐 노릇이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설정 필요 일제로 해방된 지 72년이 지난 오늘,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 질서의 안정은 물론 양국의 발전을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냉각된 갈등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일 양국은 경제적·안보적으로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미래지향적 관계를 설정해야 된다. 우선 일본은 과거 일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진솔하게 사과해야 된다.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 우리도 일본에 관한 문제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반일(反日), 혐오하는 혐일(嫌日)보다는 우리의 실력을 향상시켜 일본을 극복하는 극일(克日)의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일본 수상 아베와 같이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한일 양국 국민은 경계해야 된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판문점은 응답하라

판문점은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에 위치한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취락지역으로 널문리라고 한다. 8ㆍ15광복 이전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어룡리였으나, 지금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곳에서 조인되면서 명칭은 UN측과 북한 측의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으로 불리고 있다. 휴전선 내 유일한 유엔ㆍ북한 공동경비지역으로서 남ㆍ북한의 행정관할권 밖에 있는 불가침의 지역이다. 판문점은 남북분단과 동족비극의 상징이며 동시에 산교육장이다. 6ㆍ25전쟁 이전만 해도 초가집 몇 채만 있는 이름 없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1951년 10월 25일 이곳에서 휴전회담이 열리면서 세계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같은 해 8월부터 9월 초까지의 포로교환이 이곳에서 이루어졌고 판문점 서쪽 사천내에 놓여 있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부근에는 1976년 8월 18일 북한 경비군에 의한 도끼만행사건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공동경비구역인 판문점을 기점으로 남쪽에는 평화의 집이 있으며, 북쪽에는 판문각이 있다. 과거 남북적십자회담이 개최될 때 남북대표단이 각각 평화의 집과 판문각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또는 회담을 하기도 했다. 판문점 남쪽과 북쪽에는 우리나라 최고 100m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와 세계 최고 160m에 걸린 인공기가 군사분계선 양쪽에서 나란히 펄럭이고 있어 분단의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판문점에서 남한 제외 휴전협정 체결 앞으로 이틀 후면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64주년이 되는 날이다. 휴전협정의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1952년 7월 개성에서 본회담이 시작되어 같은 해 10월 판문점으로 회담 장소를 옮겼으나 전쟁 포로 문제 등으로 인해 9개월 간 회담은 중지되었다. 그 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최종적으로 서명함으로써 협정이 체결되었으며, 또한 피비린내나는 6ㆍ25전쟁도 일단 정지되었다. 휴전협정으로 남북한은 휴전상태에 들어갔고,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이 설치되었다. 군사정전위원회가 판문점에 설치되고, 스위스ㆍ스웨덴 등으로 구성된 중립국감시위원단이 활동하고 있다. 1991년 3월 한국군 장성이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되고, 이듬해 4월과 12월에 북한과 중국이 각각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협정 조항은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때문에 남북한은 물론, 미국 등 이해 당사국 사이에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199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교전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ㆍ중국 대표들이 모여 4자회담을 열었으나 성과는 없었다. 북한은 정전협정 서명에 참가하지 않은 한국을 제외하고,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은 6ㆍ25전쟁의 주된 교전 당사국으로서 실질적인 평화협정 당사자라는 주장으로 맞섬으로써 이 문제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 남한 대화 제의에 무응답 남북한은 지난 2015년 12월 남북차관급 회담 이후 지금까지 어떤 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온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 핵폐기를 위한 미국과의 대북강경정책에 보조를 취하면서 동시에 대화의 통로도 열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전격 제안했으나,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 수년전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남북회담장에서 말없이 무덤덤하게 방문객들을 응시하고 있는 경비원 모습이 새삼 회상된다. 내달 중순 최전방 휴전선을 지켰던 전우들과 판문점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그때쯤에는 판문점이 응답하여 오는 10월 추석 때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이라도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6·25참전국에 대한 작은 감사 스토리

문득 지난 일요일 아침 일이 기억된다. 엊그제는 6월25일로서 6·25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7년이 되는 날이다. 67년 전 일요일 새벽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남침하여 수백만명의 희생자와 이산가족을 만든 6·25 비극이 발생했다. 6·25한국전쟁은 제2차대전 이후 최대의 인류 참사로서 기록되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이데올로기 대결장이고 또한 민족상잔의 전쟁이었다. 금년 6월25일도 일요일이었기에 67년 전 6·25한국전쟁이 발발한 일요일을 연상하는 것은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되새겨지는 기억의 망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일 톱뉴스로 북핵문제가 제기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해가고 있으며, 필요시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비추고 있는 상황이기에 6·25의 일요일 비극이 새삼 생각된다. 보훈의 달인 6월도 이번 주로 끝난다.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산화한 수많은 영령들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진정어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는지. 말로만 보훈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6·25한국전쟁 시 고국을 떠나 낯선 이국땅에서 목숨을 바친 참전국의 이름 모를 용사들에게 우리는 그 은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천 백학면에 마련된 참전국 국기 꽃밭 지난 23일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에서 6·25한국전쟁 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여한 참전국의 국기를 기념하는 꽃밭에서 ‘제2회 유엔참전국 감사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동 행사에는 참전국인 주한콜럼비아대사관의 무관을 비롯한 외교사절 등 6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하여 거행되었다. 필자는 지난해 개원식에 이어 올해도 참석하였다. ‘한국전쟁 유엔참전국 국기꽃밭’은 38선 부근에 있는 백학면 전동리에 있는 농원 ‘망재원(忘齊園)’에 조성된 것으로 이국땅에서 목숨을 바쳐 싸운 유엔참전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작은 정원이다. 미국, 영국 등 참전국 16개국을 비롯하여 2개 꽃밭은 우리나라 태극기와 의료 지원단을 보냈다가 전사자를 낸 덴마크까지 총 18개국의 국기를 각가지 꽃으로 형상화하여 꽃밭으로 만들었다. 동 꽃밭은 13년 전 대학교수로 은퇴한 부부교수가 전동리에 농원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에게 물려줄 값진 기념물이 어떤 것이 있는가를 생각하던 중 약 300평 크기의 작은 정원에 참전국 국기꽃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전동리는 38선 북쪽에 있던 지역이지만 유엔참전국의 도움으로 남한 땅이 되었다. 따라서 북한 치하에서 살 뻔했던 전동리 주민들은 자신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게 해준 유엔 참전국들의 은혜를 잊을 수 없는데, 이런 꽃밭이 조성된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교수는 백전애모회(백학면 전동리 애호모임)를 조직, 주민들과 같이 이 꽃밭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개방함은 물론 청소년들의 산교육현장으로 이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참전국 국기꽃밭을 방문, 6·25한국전쟁에 대한 교육과 참전국 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할 수 있는 안보 및 인성교육의 현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 역시 특별한 관광상품이 없는 전동리가 이 꽃밭 운영으로 많은 방문객이 와서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고 있다. 참전국 감사운동 확산되어야 6·25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은 이제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가 되었다. 굶주림에 원조를 받던 국가가 이제는 외국에 원조를 주는 공여국이 되었다. 이는 피땀 어린 국민들의 노력이지만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낯선 이국땅에서 목숨을 바쳐 싸운 유엔참전국 용사들의 도움 때문이다. 유엔참전국 용사들에 대한 감사운동에 정부는 물론 일반국민들이 더욱 많이 동참해야 될 것이다. 전동리 소재 참전국 국기꽃밭을 만든 은퇴부부교수의 아름다운 감사운동과 같은 스토리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국회 청문회 제도, 개선책 없나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정책 방향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청문회 벽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 같다. 상당수 국민은 물론 야당으로부터 이낙연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하여 ‘탕평과 통합인사’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던 대통령의 총리 지명이 후보자의 위장전입문제 등으로 쟁점이 되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구성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이 시작된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29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6월2일, 그리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6월7일 인사청문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지명자 인사청문회도 곧이어 열릴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이낙연 총리후보자가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곧이어 신임 총리의 제청으로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각부 장관들이 후보자로 임명되어 6월 국회는 뜨거운 초여름 더위만큼이나 청문회 열기로 가득 찰 것이다. 특히 야당은 청문회를 통하여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는 물론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또는 송곳 같은 질문을 통해 청문회 스타가 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의 준비 등으로 정국은 뜨거워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바라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심이나 평가는 국회의원들의 열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청문회 제도 자체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측면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능력 있고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등용해야 됨으로 검증에는 이의가 없지만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회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제도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흠집내기식 인사청문회 지양해야 우리나라에서 총리, 대법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등장한 것은 2000년 2월 국회법 개정과 동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을 통해서 실시되었으며, 국무위원의 경우, 2005년 7월부터 청문회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 제도는 민주화 이후 고위공직자 임명에 있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정실인사, 편중인사를 배제, 능력 있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등용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특히 미국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논리를 적용한 인사청문회제도를 모델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최된 인사청문회를 보면 도입취지인 견제와 균형의 논리에 입각하여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었다고 보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견제와 균형 원리에 의거 진행된다면 여야의원들의 질문 방향이 대체로 비슷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방어와 야당의 공격 위주의 상반된 입장에서 질문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더구나 여야정당이 대통령 선거 이후 정당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 질문 내용도 여야가 완전히 뒤바뀌는 사례가 너무 많아 청문회 본질이 왜곡,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장이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아니라 여야 간 정쟁의 무대로 급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후보자의 능력이나 전문성 검증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생활, 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 청문대상자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망신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사한 질문이 계속되거나 때로는 청문대상자가 부실 자료를 제출, 또는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여 청문회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인사청문회 원칙, 국회가 새로 합의해야 청문회 준비는 청문대상자는 물론 국회의원들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되며, 흠집내기식보다는 후보자의 능력이나 전문성 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후보자도 관련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 의혹을 해소시켜야 하며, 국회의원들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성 자료로 인격모독이나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발언은 삼가야 된다. 개인의 병력(病歷) 등과 같은 사생활에 관련된 사항은 비공개로 검증한 후 잘못이 있을 경우,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될 것이다. 대통령도 인사원칙이 선거캠페인 시와 다소 차이가 있을 경우, 조속 입장을 정리,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된다. 국회도 협치정신에 의거 변화된 정치사회 환경에 따른 청문회운영 규정에 대하여 여야합의를 도출, 생산적인 청문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협상의 달인, 트럼프와 한국외교의 과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전후해 비즈니스맨의 본색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협상의 달인답게 각종 흥미위주의 뉴스거리를 양산, 매스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아 뉴욕타임즈와 같은 유력 언론의 예측과는 달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의 이와 같은 선거운동방식은 오랜 기간 비즈니스맨으로 사업 현장에서 체험한 협상의 기술을 정치에 적용, 성공했다. 트럼프는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에서 열한 가지의 거래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중 가장 관심있는 것이 ‘언론을 이용하라’와 ‘지렛대를 사용하라’의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과 지렛대 사용의 두 가지 원칙은 상호 분리된 것이 아니고 동전의 양면과 같이 밀접하게 상호 연결된 것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이런 거래의 원칙을 적용, 재미를 본 트럼프가 미국의 외교정책, 특히 대(對)한반도 정책추진 과정에서 적용하고 있어 한국외교가 딜레마에 빠져있다. 기습적인 사드배치 비용 청구 트럼프는 사업에서 상대방과의 협상 시 우선 예기치 못한 강력한 엄포를 내놓아 위기조성을 만든 다음, 협상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거래의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는 상대방과 갈등 상황에 부닥치면 먼저 협상의 지렛대로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엄포를 놓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위기를 조성한 뒤에 협상에서 자신의 실리를 챙기는 방식이다. 이런 협상 방식을 지난주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 간 최종 합의가 끝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기습적으로 내놓아 한국을 당황하게 했다. 사드 비용 부담 언급에 더하여 국가 간 협약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아예 폐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했으니, 이는 한국에 대한 강력한 엄포이다. 사드와 FTA문제는 한미 간의 안보와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때문에 한미동맹의 기본정신을 염두에 둔다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3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사드 비용을 미군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이후 또 자신의 말을 뒤집고 있어 믿을 수 없다. 트럼프 정부의 황당한 발언행태는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너무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고차원의 협상 전략을 미국 외교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상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30일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 집회에서 각 교역 대상국,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고, 백악관에 무역정책국을 상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서 재삼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방위비 부담금 증액 협상 선점 전략 ‘미국 우선주의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는 여하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국방비 절감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기습적인 사드 비용 10억 달러 청구와 FTA 폐기 엄포는 사드와 FTA라는 지렛대를 이용, 한국과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사전 포석일 수 있다.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는 그의 저서 첫 장에서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끼며, 거래는 자신에게 하나의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며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인 트럼프에게 협상은 재미있는 예술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정부와 대선 후보들은 트럼프의 협상전략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된다. 이제 한미동맹이라는 수사만 가지고 해결할 시대는 지났다. ‘손자병법’에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병술을 적용, 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상상 공화국과 문화창조

한반도에 대한민국 이외에 2개의 공화국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영어로 Republic이란 흔히 공화국으로 번역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국가를 지칭하고 있다. 대한민국 이외에 존재하고 있는 2개의 공화국은 대한민국과 같이 일정한 국민과 주권이 있는 국가형태의 공화국은 아니지만, 그러나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상상의 문화공화국을 말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접경하고 있는 ‘나미나라공화국’과 제주도에 있는 ‘탐나라공화국’을 지인들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나미나라공화국(Naminara Republic)은 남이섬의 별칭이고, 탐나라공화국(Tamnara Republic)은 제주도의 옛날 이름에서 연유한 것이다. 남이섬은 이미 국내외에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탐나라공화국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는 6월 개국(?)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남이섬을 세계적 명소로 이들 2개의 공화국은 상상으로 형성된 문화공화국이다. ‘상상으로 상상나라 만든다’라는 콘셉트 하에 상상공화국을 2개국 건설한 강우현 상상디자이너는 역발상을 통하여 오늘의 남이섬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전시켰다. 강우현(康禹鉉)은 2001년 (주)남이섬 대표를 맡아 남이섬을 리디자인한 결과 최근 방문객은 300만명을 넘고 있으며, 또한 매출액 역시 300억원 이상이 되는 보고의 문화관광지 신화를 만든 상상감독(想像監督)이다. 단돈 100원짜리 월급쟁이 사장으로 취임한 강우현은 ‘경치는 운치로, 소음은 리듬으로, 유원지는 관광지로’란 슬로건을 걸고 상상의 나래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거의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던 남이섬을 중국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이 즐기는 예술의 공간으로 재 탄생시켰다. 매년 남이섬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재방문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으며, 최근 외국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그의 상상과 역발상은 ‘팔리면 상품, 안 팔리면 작품’,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 ‘잡초를 화초로, 쓰레기는 쓸 얘기로, 남이섬은 남의 섬으로’ 등은 그의 남이섬 개척사에 등장하는 언어이다. 이런 상상의 언어를 통하여 환경생태문화와 동화를 모티브로 남이섬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방문객과 호흡을 같이 하는 문화의 놀이터로 탈바꿈시켰다. 남이섬에서 사용한 상당수의 재료는 각 지자체나 기업 등에서 리모델링을 위하여 버리는 폐기물을 자료로 작품을 만든 그의 상상력은 가히 놀랄만하다. 문화는 민간의 창조적 상상이 중요 남이섬 신화의 주인공 강우현이 3년 전 제주로 옮겨 새로운 상상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자리한 3만여평 면적의 풀밭에서 그는 제2의 남이섬 신화를 꿈꾸며 탐나라공화국을 건설하고 있다. 화산섬 제주도의 특징을 살려 자연을 최대한 이용한 동굴을 만드는 등 기발한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제주의 관광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면 부족한 것을 가져와서 채워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제주를 앞으로 ‘안녕’, ‘안심’, ‘안전’의 ‘삼안도(三安島)’로 만들겠다고 한다. 또한 제주의 자연을 살리려다 보니 노자사상과 이어졌다고 보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둔 ‘노자예술원’ 착상은 노자의 본 고장인 중국에서도 놀라워하고 있다. 문화융성이나 문화창조는 결코 청와대와 같은 권부에서 지시하거나 막대한 돈만 투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박근혜 前대통령 구속까지 야기한 미르재단 사태 등은 정부의 어설픈 문화융성 정책이 낳은 비극적 결과이다. 문화는 강요나 돈에 의해서가 아니고 자율적이며 즐기는 가운데 상상의 역발상에서 오는 것이다. 벚꽃이 피는 4월부터 본격적인 관광의 계절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여 관광업계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남이섬 등에는 동남아 관광객이 늘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상상의 나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증가하여 관광업계의 시름을 다소나마 덜 수 있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정치선진화의 갈림길에 선 한국

계절의 봄은 오고 있으나, 한국정치에 있어 봄은 오지 않고 있다. 봄이 오기는커녕 건너 뛰어 오히려 아스팔트에 불볕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폭염의 여름이 성큼 닥아오고 있는 느낌이다. 기후변화를 지구온난화에만 탓하기에는 탄핵정국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큰 화상이라도 입을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다. 지난 1일 삼일절 98주년을 맞은 광화문 광장은 태극기 물결로 열기가 넘쳐났다. 8·15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치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 물결이 그렇게 많이 펄럭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세계 정치사에도 광장에 수백만명의 시민이 운집하여 상호 갈등 세력이 무력충돌 없이 국기를 흔들며 평화적 시위를 한 것은 아마 기네스북에 오를 장면일 것이다. 갈등의 상징이 된 촛불과 태극기 그러나 광장에 모인 시민이 흔든 수백만개의 태극기는 98년 전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한 ‘화합과 통합’의 태극기가 아니고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나타내는 상징의 표상이 되었다. 참가자들이 외치는 내용도 달랐다. 촛불집회는 ‘박근혜 퇴진, 탄핵 인용’을, 태극기 집회는 ‘탄핵 기각, 박근혜 대통령 무죄‘를 외쳤다. 과연 이런 광경을 이승에 계신 독립운동 선열들이 보았다면, 오늘의 후손들을 어떻게 평가하실지 하는 생각을 하면 우선 죄송스러움 뿐이다. 지난 해 1월 다보스포럼 이후 세계의 주요 화두는 제4차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AI) 등으로 상징되는 제4차산업혁명에 대비하여 각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과 혁신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정치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정치 역시 제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제4의 물결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1의 물결은 이승만 정부에 의한 신생국가 건설이며, 제2의 물결은 박정희 정부에 의한 산업화시대이다. 또한 제3의 물결은 김영삼 정부 이후 민주화시대이며, 현재 우리는 제4의 물결시대를 맞고 있다. 제4의 물결시대는 정치선진화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 해외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변한 한국은 G20정상회의도 개최했을 정도의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한국정치의 단면을 보면 정치선진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헌재 결정 수용은 법치주의 핵심 정치선진화의 요체는 법치주의이다. 민주주의는 과정의 정치이며, 이는 법치에 의하여 질서가 유지될 때 가능하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진 정치행위라도 과정 자체가 정당하지 못하면 그 결과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국가에 있어 법은 공동체 구성원의 토론과 합의에 의하여 이뤄진 것이 때문에 이는 당연히 준수되어야 한다.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여부가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지금까지 촛불과 태극기 집회 참여자 모두 각각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였으며,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헌재의 결정은 받아드릴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지극히 잘못된 인식이다. 더구나 일부 대선 주자들이 이런 견해에 동조 또는 선동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소추에 대한 최종심판을 정치권과 국민들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된다. 특히 유력 대선 주자들과 각 정당의 대표들은 이를 조건없이 수용, 국민통합에 앞장서겠다는 명시적 선언을 해야 될 것이다. 제4의 물결시대를 맞이한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룩, 이제 정치선진화란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전개되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행태는 한국정치의 선진화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그동안 수백만이 참여한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평화적으로 개최되어 세계가 놀란 시위문화를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에도 보여주어 다시 한번 한국민의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과시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 아닌지.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김영래 칼럼] 복지공약과 사회적 합의

벚꽃 대선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개헌, 군복무기간 단축, 교육, 북한 핵문제 등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대선 후보자들은 자신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각종 해결책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중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공약은 복지문제일 것이다. 선진국가들은 복지사회를 통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때문에 선진복지사회를 추구하고 있는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대선 후보들이 복지 공약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고 또한 바람직한 시대적 추세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복지공약은 기본소득제,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이다. 아동수당과 같은 제도 등은 이미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며, 우리나라도 기초노령연금 등은 선별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대선후보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내세우고 있는 각종 복지공약이 철저한 검토와 실현가능성을 전제한 차원에서 제시된 공약인지 또는 선거에서 표만 얻기 위하여 임기응변적으로 포퓰리즘의 형태로 내세운 공약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북유럽 복지국가 필자는 지난해 하반기 스웨덴, 노르웨이 등을 방문, 북유럽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복지정책을 시찰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 국가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선진국이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와는 경제규모, 인구는 물론 정치사회체제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유사한 기준으로 대비하기는 다소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들 국가들도 초기에는 복지제도를 실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한된 재정과 폭증하는 복지 수요를 균형있게 조화시키는 것은 가장 힘든 과제였다. 즉 복지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이들 재원은 결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과제를 이들 국가들이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사회조합주의(social corporatism) 국가로서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임금문제, 노동 유연성 등과 같은 기업과 노동자들 간의 갈등이 있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노동자·사용자·정부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때문에 큰 충돌없이 사회적 안정을 통하여 오늘의 복지국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회조합주의는 후기 자유주의적 선진민주복지국가에서 나타나는 유형으로 국가 통치력 약화에 따른 통치력 보강과 사회경제적 위기 해소를 위해 이익집단 상호 간의 타협과 협력을 하는 체제이다. 특히 사업자와 노동자 집단이 자율성을 가지고 정부와 상호 조정 하에 노사문제를 비롯하여 각종 사회적 쟁점들을 해결하는 것이며, 이런 과정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형성하고 있다. 사회적 신뢰 기구 활성화 방안 제시해야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것으로 이는 사회적 안정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복지정책을 실천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하여 노동조합 대표들이 불참하여 사실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사정위원회 실상을 볼 때 지금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복지정책들이 공약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후보들은 복지정책을 논하기 전에 북유럽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끈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신뢰기구를 어떻게 운영, 제도화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우선 제시해야 될 것이 아닌가.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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