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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관객은 박수치고 싶다

개가 짖는다. 개 짖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개가 있을 줄이야. 새벽녘에는 닭이 울었다. 이것은 한없는 위안이다. 라이너마리아 릴케가 이 책을 쓰고 죽어도 좋다고 생각 할 만큼 혼신을 다 했다는 말테의 수기 주인공 말테의 독백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 낯선 곳에서는 듣는 익숙한 소리가 불안을 감소시켜주었던 일. 하늘이 가을로 가득 차 있던 볕 좋은 어느 날,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일들이 순수한 번거로움을 자청하던 때였기에 가능한 10대의 일탈을 저질렀다. 당시 초등학생이었지만 또래보다 덩치가 많이 작았던 터라 유치원생으로 가장하여 동네 있는 국립극장을 무료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공연장은 낯설었고 무엇보다 들킬까봐 무서웠다. 알 수 없는 음악들이 연이어 연주되는 악극으로 기억된다. 3시간이 소요되는 음악극을 보는 중에 두 눈이 지루함의 무게를 속이지 못하고 아래로 자꾸 떨어지려는 때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아리랑이 흘렀다. 그때 기분이 그랬다. 도둑관람(?)의 두려움을 잊고 흥에 빠졌다. 익숙함에서 오는 평온이리라. 그 희열 이후로 마로니에 소극장을 오가며 인생의 깊이를 사색했고 중고등학교 연극동아리를 거쳐 대학교 때는 작은 극단의 일원으로 임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향기 나는 계절, 문화공연이 풍부한 때다. 보고 싶은 공연은 놓치면 후회하는 마음이 불편해서 무리하게 시간을 내다보니 한국 전통 음악극 봄봄과 오페라 카르멘을 한 때에 보고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오페라 카르멘은 4층의 전 객석을 가득 채운 인파로 쉬는 시간 20분 동안 자판기의 긴 줄에 커피 한잔도 차지하지 못했다. 소설가 김유정의 해학과 풍자가 좋아 원작을 음악극으로 풀어내는 맛을 보고자 남산국악당의 봄봄을 찾았을 때는 좀 달랐다. 안내데스크 앞에 서니 대뜸 묻는다. 초대권이세요? 드문드문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도 초대권이 많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오페라에서 주인공의 긴 아리아가 끝나거나 전체 출연자들의 합창곡을 마친 후에 받는 박수갈채는 관객과의 공유를 허락하는 시간이다. 그 습관으로 마당놀이를 신명나게 끝내 한껏 달아오른 김에 출연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가 혼자만 하고 있었던 행동이 민망하기도 했으려니와 배우들은 박수를 칠 수 있는 잠깐의 틈도 주지 않아 급 소심해졌다. 함께 숨 쉬는 공간의 매력 때문에 라이브공연장을 즐겨 찾는다. 여기서 한국 고유의 전통을 살려야한다거나 신토불이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잠시 빼자. 제1세계와 제3세계 간의 정보가 자유롭고 균형 있게 흘러야 한다는 신세계 정보 질서는 유네스코를 주 무대로 하여 주창된 논의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는 여전히 제1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전파월경(Spill Over)의 현상을 보이고 있어 문화적 강국이 전 세계를 주도하는 문화제국주의를 우려한다. 이런 일 하나로 문화제국주의를 운운하기에는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으나 관객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아는 것이 소통이다. 소통이 원활할 때 관계가 발달한다. 일방향으로 흐르는 커뮤니케이션에서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려웠기에 앞으로 이런 류의 공연은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을 고백한다. 서양극과 전통극 재미의 우열은 가릴 수 없다. 받는 감동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전통극을 멋지게 끝낸 배우들이 박수 받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관객은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렇게 받은 진한 감동은 발걸음을 다시 그리로 찾아가게 만들 것이다. 이미숙 본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독자위원 칼럼] 수원시립미술관 장소성 획득해야

수원에는 수원미술협회가 민간위탁해 운영하는 수원시미술전시관과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북수원 분관), 어린이미술체험관(동수원 분관) 등이 있다.또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장안구민회관의 전시관, 가족여성회관 갤러리, 경기도문화의전당 내 전시실, 경기문화재단 내 전시공간 등 미술공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이 미술전시 공간 대부분은 대관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어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형태의 활동만을 나타낼 수 있다.박물관의 경우 소장품과 유물 조사에서 연구, 관리, 보존, 전시를 통해 수원시민에게 보여지고 다양한 계층에게 교육을 하는 역할로 자리한다. 하지만 이와 동일한 기능을 갖고 있는 수원시의 보유 전시관들은 소장품 확보와 관리, 연구 등의 기본적인 학예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박물관이 역사를 수집하고 후세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현대미술관은 현재를 바로 알고 창의적인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현재 수원미협이 운영하는 수원미술전시관 및 체험관에서 수원미술문화의 연구와 작가발굴, 기획전시의 개최,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최소화된 형태의 시립미술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미술전시관의 경우 12개월의 전시일정 중 10개월 가량을 대관전시로 진행하고 있다. 일부공간을 상설기획공간으로 만들어 실험적인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획전시를 하기에 부족한 예산과 소장품의 부재로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렇듯 수원시 미술전시공간의 열악한 상황은 수원시립미술관의 건립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우선 수원시의 문화를 담아내고 미래의 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는 소장품 확보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미술관이 건립됨으로써 수원시에서 배출한 유능한 미술자원이 외부로 이탈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크게는 수원의 미술문화 활성화 및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이미 수원미술협회는 지난해 수원화성홍보관을 활용한 공간재생형태의 시립미술관을 건의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소장품 연구와 수집, 보존을 중심으로 전시, 교육, 이벤트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한다는 것이 골자다.수원화성홍보관을 활용한 미술관건립 제안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수원은 11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대도시일 뿐만 아니라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를 지닌 문화를 가진 곳이다. 수원화성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어 국내외의 다양한 관광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최근 화성의 일부와 행궁을 복원하면서 정조시대의 문화적 영광을 재현함은 물론 타 도시와 차별화된 문화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수원에서 문화적 요충지이자 허브가 되고 있는 행궁동 내 부지에 미술관이 건립된다면 최적의 상황이 마련될 것이다.팔달문과 장안문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성곽, 수원화성박물관과 수원문화재단, 곳곳에 위치한 예술공방들과 아트레지던시 예술골목길 등과 함께 어우러진 수원시립미술관은 수원시민의 자긍심 고취와 더불어 기존의 관광인프라를 확대 유치하게 되어 널리 알려지고 소비되어 새로운 경제적 파급력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렇듯 우수한 장소성의 획득이 갖는 가치는 크다. 자연스럽게 문화적 허브가 구축될 것이며 광주, 부산 비엔날레 등과 같은 지역연계 예술축제의 개최 역시 가능하다고 본다.동시대에서 미술관은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단순한 기능적 공간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문화를 전파하고 소통하는 통로로써 미술관의 역할은 문화의 중심기구가 되어가고 있다.수원시민에게 미술관 건립은 문화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으며 잠자는 도시에서 살아나 행동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다.박용국 수원미술전시관장수원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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