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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 연결·교류 기반 다져야”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③]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다른 국가들은 고독사 해결을 ‘국가적 과제’로 보고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행정적 제도 마련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연결·교류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2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표적인 고독사 정책의 우수 국가로 꼽히는 일본은 1990년대부터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독사 고위험군을 예방 관리 대상자로 선발해 이들을 위한 공동체 소통 공간을 운영하고, 고독사 예방 상담 전화 설치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1년에는 총리가 직접 관리하는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신설하기도 했으며, 고령 1인 가구를 연결해 생전에 ‘무덤친구’를 만들어 주는 ‘하카모토’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1인 가구가 함께 죽음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독사를 방지하는 기능을 가진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자연발생적 은퇴 공동체’(NORC)라는 지역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은퇴 후 홀로 지내는 65세 이상 노인가구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거주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관리하고 친목을 쌓게 해 대상자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1년 뉴욕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독거노인들의 우울증을 줄여주고 고독사를 막는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기준 26개 주에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고독사 자체가 아닌 외로움을 국가 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다.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직’을 신설하고 체육·시민사회부 장관이 겸직토록 했다. 이후 장관 주도로 ‘2021 연간 고독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각해진 고독사 문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수립에 앞서 해외의 주요 성공 사례를 참조해 국내 상황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장례행정복지과 외래교수이자 고독사 예방 전문가인 김석중 교수는 “일본의 경우 중앙정부보다 지역 상황을 잘 아는 기초자치단체에 자율권을 주고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경기도 역시 도농복합 지역인 만큼 각 지자체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의 경우 고독사가 국민 전체의 문제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외로움’이라는, 누구든 느낄 수 있는 관점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마련하면서 파급효과가 굉장히 컸다”며 “단순히 ‘고독사’라는 문제에 치우치기보다 관계성에 초점을 맞춰 국민적 인식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따뜻함 채우는 돌봄... ‘나홀로 죽음’ 해법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③]

③ 우수 사례로 찾는 예방책 경기도내 고독사 예방 및 사후 정책들이 종전 취약계층 발굴 정책 수준에 머물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이 사회적 고립인 만큼 촘촘한 연결망 구축을 통한 고립 해소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시행 중인 고독사 관련 정책은 사전 예방 정책이 20개, 사후 정책이 2개로 총 22개다. 이들 중 사전 예방 정책 20개를 분석한 결과 고독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1인 가구 누구나 참여 가능한 정책은 5개(20%)에 그쳤다.  사업 대상을 연령에 따라 구분한 정책이 10개로 가장 많았는데, 이 중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6개(30%), 40~64세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4개(20%)로 나타났다. 또 소득 수준을 기준점으로 잡는 정책이 3개(15%), 장애인 및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각각 1개씩(각 5%)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들이 대부분 기존의 취약계층 발굴 정책과 혼재돼 있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형식적인 정책에 그친다는 점이다. 노인 대상 정책 중 응급안전안심서비스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만65세 이상 노인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의 취약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종전의 취약계층 돌봄 사업과 같은 내용이다. 전체 1인가구를 대상자로 하는 위기이웃발굴지원사업 역시 종전의 위기가정 발굴 사업에서 진일보 하지 못한 정책 만을 담고 있다.  1인가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사업 중 반려동물 입양 활성화 프로그램과 식생활 개선 다이닝 사업의 경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고립 상황에 놓인 고독사 위험 1인 가구의 특성상 심리적 지원과 함께 사회로의 흡수를 위한 유인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해 키우게 하고 식생활 개선을 위한 요리 강습을 하는 것에 대한 실효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중에는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립 문제를 해소할 정책이 있긴 하지만, 대상자의 수가 턱없이 적다는 문제가 있다. 40~64세 1인가구 60% 이상을 구성원으로 한 동아리에 재정 등의 지원을 하는 ‘중장년 수다살롱’ 사업은 하남, 광명, 김포, 용인, 안성, 의정부 등 6곳의 가족센터에서 5명 내외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종전의 취약계층 관련 복지정책이 고독사에서도 답습되는 원인은 고독사 관련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등이 아직 마련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4월1일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상 각지자체는 이 같은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매년 세워야 하지만, 도는 아직 보건복지부의 지침조차 받지 못해 세밀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 차원에서 제1차 기본계획을 발표하지 않아서 (도의 얘기대로) 세부 지침이 나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3월 중으로 기본계획을, 5월까지 시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이후에는 좀 더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불편한 죽음’ 치부... “부정적 인식 바꿀 지원 필요”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②]

고독사의 사후 처리 지원 부재가 고독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귀결되고 있다. 고독사는 흔히 불편한 죽음으로 치부되는데, 그 배경에는 고독사의 사후 처리가 오롯이 자신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남은 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9일 본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고독사 중 연고가 없거나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할 경우에 한해 정부와 지자체가 장례 비용만 일부 지원한다. 이는 고독사 중 무연고자로 판단된 경우에만 일부 지원을 하는 셈이다. 이 경우 지자체는 장례 비용으로 160만원(도 30%, 시·군·구 70% 부담)만 지원한다. 반면 병원에서는 이 같은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게 되면 시신 수습과 안치 비용, 장례 처리 등에 200만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된다. 부패가 심할 경우에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병원들의 설명이다. 장례를 치를수록 병원의 손해가 누적된다는 의미인데, 지자체의 요청을 받은 병원에서까지 고인들의 마지막이 골치 아픈 죽음으로 치부되는 이유다. 더욱이 고인들이 사망한 장소의 청소 비용 지원이나 간접 피해자의 심리 치료 등 고독사의 사후 처리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했다. 고독사 청소는 가족이 있으면 가족이 청소 비용을 부담하지만, 고인이 무연고자일 경우 청소 등 사후 처리 비용은 모두 집주인의 몫이 된다. 이 비용이 부패 정도나 방 크기 등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발생하는데, 지자체 차원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집 자체가 사유재산이다 보니 청소 비용 등에 대해선 따로 마련된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고독사가 발생한 뒤 고인에 대한 애도와 고독사 위험이 있는 주변 이웃에 대한 걱정을 하기 전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독사를 직간접적으로 접한 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지원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도 관계자는 “아직까지 고독사 간접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은 없다”면서 “고독사가 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대책을 구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독사 이후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을 마주하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존엄성보다 심리적 트라우마나 금전적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먼저 보일 수밖에 없다”며 “‘어떤 사람이든 죽음은 존엄한 것’이라는 인식 제고를 위해 매뉴얼을 만들고 확실한 금전적·심리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고독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불식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K-클로즈업팀(김경희, 한수진, 이나경 기자)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하필 내 집에서”… 영정도 애도도 없는 ‘씁쓸한 죽음’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②]

②속 끓는 임대사업자들 “안타깝죠. 근데 왜 하필 내 집에서 죽었나 싶죠.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수원특례시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정춘복씨(50대)는 아직도 2년 전 겨울을 잊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월세를 낮추고, 단기 월세까지 받아주게 되면서 69세 어르신을 처음 만나 반지하 방에 들인 그날이다. 정씨는 몇 개월간 꼬박꼬박 월세를 내던 어르신과 어느 날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어르신의 집으로 찾아간 정씨는 그곳에서 숨진 지 한참은 된 것 같은 어르신과 마주했다. 그는 “그때 날이 꽤 더워서 냄새도 심했고, 부패도 심했다”며 “계약했을 때 어르신 모습이 생각나서 안타깝기도 했는데, 당장 청소에 몇 백만원을 들이고 나니 ‘다음부턴 저런 사람들 받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안양시에서 여인숙을 하는 최복례씨(70대)도 2020년 2월만 떠올리면 아직도 무서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며칠째 인기척이 없던 60대 남성의 방을 들여다본 뒤 받은 충격이 아직 생생해서다. 2, 3평도 되지 않는 작은 방 안은 엉망으로 변해 있었고, 경찰과 119구급대가 시신을 인수해간 뒤 청소는 온전히 최씨 몫이었다. 그는 “여기서 20년째 여인숙을 하고 있는데, 인근에 여인숙이나 모텔 하는 사람들 중 이런 일 안 겪어본 사람이 없다”며 “그때의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아직도 그 방에 들어가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최씨는 20년간 운영해온 여인숙을 정리하고 있다. 안산시 단원구에서 올해로 13년째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병현씨(60대) 역시 이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가족도 없고, 동사무소에서도 안 해주니 사람을 부르기엔 비용이 부담되고 해서 내가 직접 방을 정리했다”며 “미안한 말이지만, 좀 찝찝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독사 발생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간접적 피해자인 주변인들에 대한 지원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독사를 경험한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원망만이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원망 등의 악감정은 ‘주변 이웃들을 세심하게 챙겨 고독사를 막아야겠다’는 마음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들이지 말고 피해야겠다’는, 일종의 배척 감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유품정리사로 일하는 김새별씨는 “현장에 가면 당장 청소비를 누가 낼 것이냐를 두고 가족들과 집주인 간의 실랑이가 생기곤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외롭게 떠나신 분들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라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가는데, 그(애도)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현장에서 불거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K-클로즈업팀(김경희, 한수진, 이나경 기자)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고립·빈곤 벼랑 끝엔... ‘나홀로 죽음’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①]

살았지만 기억되지 못한, 있었지만 누구도 알지 못한 그런 이들이 있다. 단절되고 고립된 이들은 사회의 외면 속에 결국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다. 고독사(孤獨死), 홀로 외로운 죽음. 손가락 몇 번을 움직이면 지구 반 바퀴 밖 사람들까지 연결돼 있다는 요즘, 그렇게 단절과 고립 속에서 우리의 곁을 떠난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족 간의 단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고독사는 사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기도 곳곳의 숨은 문제점과 소외되고 외면받는 곳을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는 본보의 ‘K-클로즈업’팀은 2021년 법률 제정 이후에도 제자리걸음 대책뿐인 고독사의 실태와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 : ①흔적없이 사라진 그들 #올해 나이 27세, 어려운 형편 속에서 캐나다 유학생활을 한 저는 지금 직업도, 친구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중학생이던 저를 캐나다로 보내주셨지만, 최선을 다한 공부는 맘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인종차별과 무시는 언제나 저를 괴롭혔고, 비행기값이 비싼 탓에 방학마다 가족을 만나는 일은 꿈조차 꾸지 못했습니다. 홀로 살며 극도로 소심해져 버린 저는 캐나다에서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 한국으로 왔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며 취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학생활을 한 탓에 슬픔을 함께 나눌 친구 한 명이 없네요. 이렇게 어머니를 계속 실망시킬 순 없습니다. 2022년 10월, 어머니께 죄송하지만 저는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생 제 뒷바라지만 하던 어머니도 이제 조금은 편해지실까요? #어느덧 50대에 접어들며 몸만 자라 버린 저는 1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가 됐습니다. 지체장애라는 다름 때문인지 어머니는 떠나시기 전 제게 많은 것을 일러주려 분주한 마지막을 보내셨습니다. 가게에서 혼자 물건을 사고, 집에서 가스버너를 켜는 방법까지. 그런데 어머니가 떠나신 후 제 머릿속은 백지로 변해 버렸습니다. 집을 나가는 게 무서웠고, 기초생활수급비를 준다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어머니의 온기가 남은 그 반지하 방에서 저는 그렇게 홀로 남았습니다. 그 와중에 배는 고파 왔고, 한 달에 한 번 누군가 주고 간 음식은 턱없이 부족해 라면 한 봉지를 나눠 네 끼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먹을 것이 떨어졌습니다. 배도 고프고, 몸도 아프고, 오늘 밤은 유난히 더 추운 것 같네요. 오늘은 보고 싶은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요? 지난달 31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의 한 주택에서는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살던 그는 일주일 동안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지만, 인근 주민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이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없었다. 이웃 집이 곧 우리 집이고,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 함께 식사를 나누던 풍경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홀로 외로운 최후를 맞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고독사는 경제적 어려움부터 건강, 취업난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최종적인 원인은 ‘사회로부터의 고립’에 있다.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들을 고립 속에서 꺼낼 방법을 정부가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전국에서 고독사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이 같은 대책 마련에 더욱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년째 유품정리사 활동을 해온 구찬모씨(42)는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현장에선 전혀 체감되지 않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점차 다양해지는 고독사의 원인을 파악하고, 위험군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쓸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매년 증가하는 고독사... 경기도, 전국 1위 ‘오명’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①]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고독사 발생자 수에서도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절대적 인구 수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고독사 발생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세밀한 원인 진단을 통한 현실적 지원책이 절실하다.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7~2021년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고독사 1만5천66명 중 3천185명(21.1%)은 도내 거주자였다. 고독사 실태조사는 2021년 4월1일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조사로 5년마다 진행한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도내 고독사 발생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7년 512명이던 고독사 발생자는 2018년 632명, 2019년 650명, 2020년 678명, 2021년 713명까지 늘어났다. 연평균 증가율이 8.6%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발생자 수 역시 해마다 증가했다. 2017년 4.0명에서 2018년 4.9명, 2019년 5.0명, 2020년 5.1명, 2021년 5.3명까지 늘었다. 이 때문에 도내 사망자 중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7년(0.9%)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1.1%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1.1%를 넘어선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이러한 고독사의 증가는 1인 가구의 증가에 기인한다. 지난해 도내 1인 가구는 154만가구로 전국 1인 가구(717만가구)의 21.5%를 차지했다. 1인 가구의 비율 역시 2017년 24.4%에서 지난해 29.2%로 늘어나면서 2인 가구와 4인 이상 가구 비율을 모두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단순히 ‘나 홀로 삶’을 택하는 것이 아닌 주거 및 고용, 소득, 관계성 취약계층이 불가피하게 1인 가구가 되면서 고독사 문제 역시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거의 형태·형식 대부분이 원룸이나 고시원 등 취약한 경우나 경제활동 및 소득이 없으며, 사회적인 관계망이 취약한 1인 가구들이 고독사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고독사에 대한 예방책은 대부분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한정돼 있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음에도 이를 위한 예방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고독사의 60%가량인 59.6%가 50, 60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지만, 이들 계층은 정작 각종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이는 지난달 19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소외된 중장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보고서에서도 거론됐으며, 연구원은 청년층과 노년층에 밀린 중장년층이 사회적 고립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는 고독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가 보다 치밀한 방식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인주 서울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유사한데, 지역사회나 공공이 함께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을 찾아내고 공적·사적 지원체계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통해 좀 더 광범위하고 치밀한 발굴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따뜻한 시선과 관심 절실” 국내 고독사 연구에서 가장 저명한 인물로 분류되는 서울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 송인주 사회복지학 박사는 1일 고독사의 원인으로 ‘극단적으로 고립된 삶’을 지목했다. 사회와의 단절 속에서 모든 관계망이 끊긴 이후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고독사라는 진단이다. 송 박사는 국내에서 이러한 고립 현상이 빠르고, 다양한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여러 사회적 문제가 압축적으로 빠르게 나타나는 곳 중 하나”라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문제 의식이 부족했던 경향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독사의 원인이 되는 고립이 특히 대도시, 그중에서도 익명성이 강하며 1인 가구가 밀집한 다가구주택이나 임대아파트, 고시원 등 주거 취약지역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박사는 “이런 곳은 경제적 사정 등으로 정착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이동하며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 옆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주변에 더 관심이 없다는 특성을 지닌다”며 “취약주거가 밀집한 지역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이곳에 고립되고 방임된 채 사는 사람들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고립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작은 관심으로도 고립에서 벗어나 고독사 위험을 막을 수 있다며 이러한 관계망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송 박사는 “누구나 경험하는 고립은 다양한 기회와 방식으로 벗어날 수 있는 만큼, 고립과 단절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이들을 공공과 민간이 함께 적극적으로 발견해야 한다”며 “지원 체계 역시 공적·사적 지원체계를 복합적으로 마련해 사회와 연결하는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송 박사는 50, 60대 남성의 고독사 발생률이 높은 것과 관련해 사회·경제적 요인을 복합적으로 살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기 은퇴나 사업 실패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 중 가정불화로 이혼을 택하고 자기방임된 채 혼자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중장년층은 재취업의 어려움부터 노동의 질 저하 등으로 인해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인 요인으로 주변과 단절될 확률이 높은 계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혼자 살아가는 중장년층을 이상하고 위협적인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있는데, 이들을 더욱 고립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기초수급제도 등의 정부지원체계에 들어와 있지 않은 이들, 사회적 지원을 거절하는 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고독사 문제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 속에 모두의 관심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이웃에 관심을 갖고, 지역의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관계망을 형성해 가고, 제도적인 접근이 함께 이뤄질 때 고독사 문제의 해결이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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