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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본다] 술·담배 대신 구입… 수수료 4천원에 OK

SNS 검색하자 수백건 게시글… 문의 10초도 안돼 ‘댈구’ 가능
성매매·불법영상물 착취·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도 우려
전문가 “처벌 강화하고 검색어 제한 등 경로 차단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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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술, 담배 등의 대리구매를 조장하는 대화 내용. 김정규기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술, 담배 등의 대리구매를 조장하는 대화 내용. 김정규기자

청소년을 상대로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을 대신 구해준 뒤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댈구’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수사 당국의 단속을 피해 음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본보 취재진이 직접 실체 확인에 나섰다.

26일 트위터에 ‘담배 댈구’라고 검색하자 담배를 비롯해 청소년이 살 수 없는 물품들을 대신 구해주겠다는 게시물이 수백건 쏟아졌다. 한 판매자에게 술과 담배를 구입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자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시간 동안 30명에게 대리구매를 시도한 결과, 수수료는 4천원 안팎에서 형성됐고 방식은 택배·직거래 등으로 다양했다.

이날 오후 2시께 판매자와 접선하기로 한 수원역 대합실에 검정색 모자를 깊게 눌러 쓴 30대 남성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 들린 갈색 상자 안엔 주문했던 술과 담배가 담겨 있었다. 수수료를 요구하는 판매자에게 취재진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대리구매가 범죄 행위인 것을 아는지’ 묻자, 친절했던 판매자는 갑자기 거친 욕설을 내뱉고는 황급히 물건을 챙겨 사라졌다.

대리구매 행위는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되는 범죄 행위로,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술과 담배, 환각물질 등은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판매·대여할 수 없는 유해약물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통해 청소년을 상대로 술, 담배 등의 대리구매를 진행하는 대화 내용. 판매자가 대리구매의 대가로 유사 성행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규기자
트위터를 통해 청소년을 상대로 술, 담배 등의 대리구매를 진행하는 대화 내용. 판매자가 대리구매의 대가로 유사 성행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규기자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불법 대리구매가 청소년 성매매나 불법 영상물 착취,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여자 청소년으로 위장하고 접근을 시도했던 또 다른 판매자는 술과 담배를 구매해 달라는 요청에 ‘여자면 공짜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곧 담배 서너 갑을 사주는 값으로 유사 성행위를 요구했다. 그는 사진으로 신체 일부를 찍어달라는 요구와 함께 성매매를 제안하며 그 대가로 ‘필요할 때마다 술과 담배를 대리구매 해주겠다’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이런 위험에도 ‘댈구’를 통해 유해약물을 찾는 청소년은 해마다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밝힌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대리구매로 담배를 구한 청소년은 지난 2016년 17.6%에서 지난 2020년 20.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인에게 환각성 물질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한 청소년도 3.0%에서 4.5%로 늘어났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리구매가 성범죄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자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SNS상에서도 검색어를 제한하는 등 대리구매 접근 경로부터 차단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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