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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개혁] 2. 한 달 만에 뜯어고친 73년 형사사법체계

② 한 달 만에 뜯어고친 73년 형사사법체계 검수완박 법안이 가져올 후폭풍에 앞서 이미 개정 과정부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정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여야 모두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는 모두 경찰의 1차 수사가 원칙이다. 특히 공직자 및 선거 범죄의 경우 법리 검토가 중요하고 수사 자체의 난이도가 높아 검찰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 여부를 막론하고 검찰이 오랜 시간 잘해오던 수사권을 빼앗은 탓에 검수완박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불신은 더욱 깊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려 해도 경찰이 건드린 부분, 즉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주 내’에서만 가능하다. 한 국가의 형사사법체계를 재설계하는 변화가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 여겨지는 삼권 분립, 그 중 입법기관이라 하는 국회에선 법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숙의마저 없었다. 무엇보다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이 펼친 계략을 두고 불거진 ‘위헌 논란’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4월 초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하는 수를 둔 게 대표적이다. 당초 무소속 의원이 없던 법사위에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면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으로 꾸려지는 탓에 ‘재적 3분의 2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운 판이었다. 양 의원에 대한 사보임은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민주당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양 의원은 “입법의 오류가 생긴다면 국민의 삶에 해악이 될 것”이라며 “양심에 따라 이번 법안에 따르지 않겠다”고 반기를 들었다. 그러자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탈당했고 곧 무소속으로 법사위로 사보임됐다. ‘위장 탈당’ 논란이 제기된 지점이다. 더구나 법제처는 검수완박 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관계부처 의견을 묻는 데 고작 48분만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3일 오전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오전 10시30분께 법제처로 이송됐는데, 법제처는 오전 11시12분께 의견조회 공문을 보내면서 당일 낮 12시까지 회신을 요구했다. 대검은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재의요구 심사 의뢰를 건의했지만, 묵살된 채 법제처로 넘어갔다. 결국 법안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됐다. 이후 한동훈 신임 장관이 취임한 법무부는 지난달 말 헌법쟁점연구 TF 등을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늦어도 내달 초까지 검토를 마친 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 중 경찰 송치사건에 대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제한한 부분,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국힘 측이 입법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낸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헌재 심리가 시작됐으며 내달 공개변론을 앞뒀다. 정민훈·장희준기자

[암수개혁] 1. 검수완박, 누구에게 무엇을 박탈했나

① 누구에게 무엇을 박탈했나 : 검찰개혁인가, 방탄법안인가… 피해는 ‘국민 몫’ 73년 역사를 쌓아올린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한 달 만에 뒤집어졌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잘못에 제동을 거는 대신 주특기를 빼앗았고, 국민 대신 정치권을 보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어떤 변화로 어떻게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국민은 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본보는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국민 피해를 초래한 사태를 속임수(暗數)에 빗대어 ‘암수개혁’이라 규정하고, 오는 9월 법 시행으로 나타날 변화를 독자의 시선에서 연재한다. 편집자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 요약되는 법 개정안이 결국 정치인을 위한 방탄 법안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인은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지 않게 된 반면 사회적 약자들은 수사 당국으로부터 보호받을 기회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2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재인 집권 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된 데 이어 정권 말미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과정은 이렇다. 검찰은 대통령 선거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로 결론난 뒤인 지난 3월 말께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 한국전력 자회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의 고발장이 접수된 건 지난 2019년 1월, 그러니까 검찰은 3년간 묵혀오던 사건을 정권교체기 들어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이로부터 2주 정도 흐른 4월15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본 사태가 검찰 대 민주당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이란 용어 대신 ‘검찰정상화’라는 수식어를 썼다. 이후 국힘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는가 싶었지만, 같은달 26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최종 의결됐다. 핵심은 6대 중요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범위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검찰의 역량이 주효했던 4대 범죄 수사권이 박탈됐고, 검찰은 부패·경제 등 2대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사실상 중대범죄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이 모두 경찰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로써 국회의원은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지 않게 됐다. 회기 중 불체포특권에 더해 또 하나의 ‘면책특권’이 부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러 변화 중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제한도 주목해야 한다. 수많은 고발에 시달리는 정치인 입장에서 고발인이 경찰 수사에 불만을 품어도 검찰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 건 희소식이다. 문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기능도 상실했다는 점이다. 고소·고발의 남발이라는 부작용을 차치하자면 기관·단체 차원의 고발은 여성이나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역할을 갖고 있다. 예컨대 경찰 수사에서의 공백으로 사건이 종결되거나 피해 회복이 어려워질 경우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방법마저 사라진 셈이다. 수도권 검찰청에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국회에서 진정 ‘검찰정상화’를 바랐다면 다른 제동장치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다”며 “검찰 역사의 오명을 부정할 순 없겠지만, 결국 힘 없는 국민이 피해자가 될 것이란 게 중요한 사실”이라고 직언했다. 이어 “복잡한 법리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일반인 입장에선 언젠가 자신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 나서야 검수완박의 여파를 직접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잘못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것만 빼앗아 간 법은 사회를 위해 기능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정민훈·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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