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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뉴실버세대, 문화예술로 도약하다] 3. 용인 가구목공 즐김터

“내 손으로 직접 가구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15일 오후2시께 찾은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작은 목공방. 이곳에선 5명의 어르신들이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용인 가구 목공 즐김터다. 이곳에선 가구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어르신들도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는 ‘목공’이 된다. 가정에서 살림을 하다가 원하는 가구를 직접 만들고 싶어서, 퇴직 후 여유를 즐기다 다시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저마다의 이유로 부푼 마음을 안고 목공 즐김터를 찾았다. 이날 목공에선 약 5시간 동안 서랍장 만들기기가 진행됐다. 직쏘, 샌딩기 등 처음 다뤄보는 기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목공 즐김터의 손춘호 전임강사가 진행하는 강의로 가구 만들기가 이뤄진다. 크기에 맞게 목자재를 자르고 표면을 매끄럽게 작업한 뒤 자재를 홈에 끼워 맞추면 그럴싸한 서랍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퇴직 전부터 가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는 임일남 할아버지(75)는 “몇 년 전 운영하던 회사를 퇴직 한 뒤 음식 만들기, 뜨개질 등 퇴직 후 나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마음 속 한 곳엔 ‘가구를 만들어보는 목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비록 노인이지만 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작은 목공방을 꾸리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나정은 할머니(62) 역시 목공 즐김터를 찾은 뒤 용기와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그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나이가 들어서’라는 생각에 잘 도전하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이곳에서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뿌듯하다”고 말했다. 샌딩 작업을 하던 이찬숙 할머니(67) 역시 목공 즐김터 같은 곳이 더욱 활발하게 운영됐으면 하는 입장이다. 이 할머니는 “작은 서랍장을 갖고 싶었는데 원하는 모양과 크기의 가구를 찾지 못해서 내가 직접 만들고 싶어 목공 즐김터를 찾게 됐다”며 “우리가 언제 전문가와 함께 가구를 만들고 집에서 쉽게 쓰지 못하는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겠느냐. 경기도에 다양한 즐김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용인 가구목공 즐김터에선 경기도내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무료로 가구를 만들어볼 수 있다. 오는 10월 말까지 일주일에 두 번 가구 만들기를 통해 스툴, 테이블, 서랍장, 액자 등 다양한 소가구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손춘호 전임강사는 “가구 만들기엔 나이가 상관 없다.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며 “많은 어르신들이 가구 만들기를 통해 목공에 흥미를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경기도의 뉴실버세대, 문화예술로 도약하다] 2.김포 정겨운 마을회·갤러리 서니힐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김포시 하성면 마곡리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 갤러리 서니힐. 외진 곳에 위치한 이곳에선 오는 30일까지 특별한 전시가 진행된다. 김포시 내 어르신들이 손수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어르신 실력 뽐내기> 전시다. ‘정겨운 마을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어르신들은 이곳 갤러리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변신한다. 헌 옷으로 만든 카펫, 찰흙으로 빚은 접시, 초벌 도자기에 그린 들꽃, 캔버스에 그린 수묵담채, 달력에 그린 우리 집 이야기 등 지난 2019년부터 50여명의 어르신들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릇과 쉽게 구할 수 있는 헌 옷을 이용해 만든 작품 덕에 어르신들 역시 문화예술 활동을 어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갤러리 서니힐에서 학창시절 이후 처음 붓을 쥐어봤다는 이선호 할머니(66)는 “학생 때도 그림을 그리는 데에 자신이 없어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의심했다”면서도 “완성한 작품을 전시를 통해 공개해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직접 그린 해바라기 그림을 자랑해 보였다. 임희순 할머니(71) 역시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입장이다. 임 할머니는 “나이 든 노인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거나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마곡리는 대부분이 70~80대 노인밖에 없어 문화예술을 즐길만한 환경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하지만 매일 같이 갤러리에 나와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다 보니 내가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만든 작품을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자랑할 만큼 뿌듯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정겨운 마을회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잘 할 수 없다’는 어르신들의 생각을 깬 것은 정선이 서니힐 갤러리 대표(58)였다. 정 대표는 지난 2019년 문화예술의 여건이 부족한 마곡리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문화예술을 꽃 피우고 싶어 어르신들을 작품 활동에 참여시키고자 했다. 정 대표는 “어르신들이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낯설고 어렵다고만 생각한다”며 “하지만 나이에 상관 없이 충분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어르신들이 만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작품 활동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포 정겨운 마을회와 갤러리 서니힐은 앞으로 매년 김포시내 어르신들과 함께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9월엔 기타 공연을 통해 무대를 접하고 기타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며 서예와 민화 활동으로 2번의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선이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더 많은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경기도의 뉴실버세대, 문화예술로 도약하다] 1.늘푸른문화나무

우리는 사회적으로 65세를 넘은 사람을 인생의 최종 단계, ‘노인’이라고 칭한다. ‘어르신’, ‘실버세대’ 등 노인을 부르는 말 또한 다양해졌으며 ‘뉴실버세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전의 노인 세대와 달리 신체적인 건강도 좋으면서 사회 활동에 대한 열망이 높고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기존의 실버세대와는 구별되는 뉴실버세대의 특징은 소일거리로 여생을 보내거나 집 안에 갇혀 있는 대신 삶을 개척하고 사회에서 쌓은 경험과 지혜를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이러한 뉴실버세대 중에서도 문화예술로 인생 2막장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전문 예술인 못지않은 감각과 청년과 비교할 수 없는 연륜에서 뿜어내는 그들의 기량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10일 고양 일산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늘푸른문화나무 건물. 전날 모진 장마가 휩쓸고 갔지만 이곳은 맑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웃음소리를 따라 계단을 오르자 캔버스와 물감이 놓여진 책상 앞에 팔토시를 끼고 붓을 쥔 어르신 8명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난 2019년부터 어르신 즐김터를 운영하고 있는 늘푸른문화나무다. 어르신들은 오는 11월까지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도 하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집과 경로당 등을 오가며 다소 무료한 시간을 보냈던 이들은 삶의 보람을 느끼기 위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각자의 이유로 늘푸른문화나무를 찾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늘푸른문화나무에서 책 한 권을 쓰고 그림 8점을 그렸다는 윤순이 할머니(83)는 심한 손떨림으로 글을 쓰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윤 할머니는 “손떨림도 여기선 예술이 된다”며 “우리가 그리는 것이 작품으로 완성된다”고 말하며 캔버스 위의 꽃밭을 완성해나갔다. 학창 시절 이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는 안금지 할머니(68) 역시 그림을 그리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우연히 늘푸른문화나무를 접하게 된 안 할머니는 이곳에서 붓을 잡은 후부터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안 할머니는 “노인이라고 우리를 대우해 주는 곳이 없다. 하지만 이곳에선 우리를 나이 든 노인이 아닌 붓을 잡은 작가 한 명으로 대우해준다”며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 우리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호진숙 할머니(87)는 지난해부터 늘푸른문화나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집에 있는 시간은 따분해 작년부터 늘푸른문화나무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모두 잊고 즐겁다. 자신이 없었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소녀처럼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들이 이날 완성한 어르신들의 그림 8점은 ‘경기도 어르신 작품 공모전’에 출품했으며 추후 늘푸른문화나무 내에서도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어르신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과 정물화 작품으로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늘푸른문화나무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그리고 쓰는 것 자체가 모두 문화예술 활동이며 작품”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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