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백 스테이지 인터뷰] 4. 빛으로 표현하는 감정…김보미 경기아트센터 조명감독

‘빛’이 갖는 특유의 이미지가 있다. 어둠을 밝히거나, 평화를 가져오거나, 악을 물리치는 등의 이미지일 테다. 그래서 때때로 빛은 생명이나 희망으로 표현되며 긍정적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빛의 고유 특성은 아니다. 빛은 상황에 따라 색도, 밝기도 다르기 때문이다. 보는 이에 따라 빛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긴장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빛의 다채로운 매력을 무대 위에서 십분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에 집중하게 하는 역할, 소품을 잘 보이게 하는 역할을 넘어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진두지휘하는 ‘조명감독’이다. 백 스테이지 인터뷰의 마지막은 경기아트센터 무대기술팀의 유일한 여성 감독, 김보미 조명감독으로 장식한다. 2012년부터 약 10년째 ‘눈 부신’ 일을 하는 김보미 감독은 경기아트센터에 소속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첫마디를 뗀 그는 경기아트센터에 대해 “국내 어느 공연장보다 무대기술팀이 좋은 분위기를 가졌다”며 “경기도예술단의 자체 기획 공연이 활발하고, 무대감독들도 공연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연장”이라고 소개했다. 이 화기애애한 곳에서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은 ‘모든 파트와의 앙상블을 이뤄내는 것’이다. 통상 공연에는 무대·기계·음향·영상·의상·분장 등의 파트가 있는데, 이 모두를 조화롭게 돋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조명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보미 감독은 “극장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무대는 조명이 켜지면서 시작해, 암전되면서 마무리가 되지 않느냐”면서 “조명감독은 관객들이 무엇을 보게 할 지 결정하는 사람으로, 무대 위 예술과들과 동시에 공연을 하는 무대 뒤 예술가”라고 말했다. 공연에 필요한 조명을 직접 디자인하고, 기쁨이나 좌절 등의 감정을 빛의 각도와 면적만으로 표현하는 게 예삿일이다. 조명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망각의 기술’이다. 일을 하던 초반에는 집중력이 최우선이겠거니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생각이 바뀌었단다. 사람이기에 나올 수 있는 실수를 빠르게 잊고 다음 상황을 인식해 몰입해야 하는 능력, 무대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이끌어가는 능력, 그를 ‘망각의 기술’이라 표현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어떤 해답을 정해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스스로 새로운 걸 항상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게 목표”라며 “경험에만 매달리지 않고 늘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장단의 민족’ 공연을 한창 준비 중”이라며 “공연의 막이 오르면 (관객들은) 예술가들이 뿜어내는 기운을 받길 바란다. 동시에 작품 속 조명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백 스테이지 인터뷰] 3. 무대 위 파일럿…서동권 경기아트센터 기계감독

비행기 조종석에는 FCU(Flight Control Unit) 패널이 있다. 어떤 버튼은 눌러야 하고, 어떤 버튼은 돌려야 한다. 이 인터페이스를 제 때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속도·방향·고도를 조절해야 원활한 비행이 가능해진다. 공연장에도 일종의 FCU 패널이 있는데 ‘큐’ 사인에 따라 막을 열고 조명을 켜면서 공연을 전개한다. 이렇게 기계를 조종하며 무대 뒤 파일럿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기계감독이다. “처음에는 공연장에 작동할 기계가 있나 싶었다”는 서동권 경기아트센터 기계감독은 “거대 장비를 다루는 오퍼레이터 역할, 무대 위 안전 관리자 역할, 무대 기계의 유지보수 역할 등 할 일이 많다는 걸 안 순간 ‘여기가 블루오션이었구나’하고 생각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던 그는 ‘음악 좋아하는 공돌이’에게 공연장 만큼 좋은 직장은 없을 거라 자신한다. 서 감독은 “기계감독에게는 ‘잘 듣는 귀’가 필요하다. 큐 사인을 혼동하지 않고 잘 캐치해 적절한 타이밍에 써야 하는데 마치 연주하듯 기계를 다뤄내는 것과 같다”며 “꼼꼼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기계공학 전공자들에겐 제격인 일”이라고 소개했다. 보통 공연의 난이도는 ‘대작 여부’에 따라 갈린다. 대극장 공연인지, 소극장 공연인지 혹은 단기 공연인지, 장기 공연인지 등이 기준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기계감독의 세계에선 다르다. 어떤 공연이건 전환 큐의 개수에 따라 난이도가 나뉜다. 거대 뮤지컬이 아닌 중소 기획사 공연이어도 상부 큐가 100개가 넘어갈 때가 있는데 이런 공연을 할 때면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운 상태가 된다”고 서 감독은 농담하듯 설명했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1번 큐’다. “연출자의 의도와 디자이너의 입맛에 맞게 최대한 기술적으로 그림을 맞춰주는 게 우리가 우선시하는 일”이라던 그는 “특히 시작이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1번 큐를 가장 신경 쓴다”고 전했다. 현재는 경기도무용단이 오는 15~17일 선보이는 공연 <순수-더 클래식>의 셋업 작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 전통 춤과 서양의 클래식이 만나는 공연으로 ‘낯선 협업’에 공들이는 바가 크다. 서동권 감독은 “기계감독은 공연이 끝나면 ‘이제 퇴근하자’가 아니고 ‘전쟁 시작이다’ 한다. 공연 내내 긴장감과 집중도를 낮추지 않는 상태에서, 공연 종료 후엔 곧바로 매달린 세트물을 내려 반출하는 등 작업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설치부터 철거까지 매 공연의 풍미를 살려주는 ‘무대 위 파일럿’ 역할을 실수 없이 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 스테이지 인터뷰] 2. "무대 위 조율사"…김봉곤 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언제나 똑같이 정해진 큐(cue)는 없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 오르는, 무대를 만드는, 무대를 이끄는 모두가 예민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공연은 1초의 싸움이다. 음향이건 조명이건 제 시간에 맞춰 정확히 가동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때 객석과 무대의 시그널을 정리하는 역할이 무대감독의 일이다. 올해로 18년째 경기아트센터에 몸 담고 있는 김봉곤 무대감독은 “관객은 라이브(live)이기 때문”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공연이 1초 이상 지연되면 호흡이 끊기기 때문에 관객들의 박수가 많이 나오는 순간을 끌어준다는 등의 순발력이 필요하다”던 김 감독은 “항상 백지 위에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초심을 갖고 임한다”고 제 소개를 했다. 긴 세월 동안 무대감독으로 지내왔지만 여전히 공연을 올릴 때마다 선잠을 잔다는 김 감독은 ‘무대 위 조율사’를 자칭한다. 그는 “머리로 끊임 없이 리허설을 하고 돌발상황 등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며 “큐시트 없이 진행해도 될 때쯤이면 공연이 다다른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최근 준비 중인 공연은 경기도무용단의 <순수-더 클래식>이다. 동양의 춤과 서양의 클래식을 녹여 과거에 갇히지 않고 현대를 품어내는 창작 무대다. 코로나19로 힘든 일상이 3년여 이어지는 지금 ‘순수함’을 기반으로 문화적 치유를 희망하면서 “우리의 한(恨) 섞인 몸짓과 서양 악기 특유의 쓸쓸한 소리를 어떻게 풀어내 시너지를 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는데, 바야흐로 2019년 수원 화성행궁에서 진행된 레퍼토리 공연 때 일이다. 음향 쪽 신호가 맞지 않아 공연 일부를 들어내야 했을 때 그 찰나가 100초와 같았단다. 김 감독은 “사물놀이팀의 오색 의상이 갖춰지기도 전에 바로 상모만 돌릴 수 있게끔 내보냈던 공연”이라며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서늘하다. 어떤 공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저 같은 무대감독들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리퍼·줄자 등을 소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코로나 여파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이 펼쳐지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엔 배우나 무용수들이 무대 전석을 활용하며 관객과 하나하나 눈을 맞출 수 있었지만 이젠 ‘빨간 불’이 들어온 카메라에만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김봉곤 감독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당당했던 무대 위 예술인들의 시선과 앵글이 좁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4월15~17일까지 약 2주간 <순수-더 클래식> 공연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오리지널 전통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아름답고 기품스러운 우리 무용과, 포근하면서 여백의 미가 있는 우리 국악을 소재로 큰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무대감독은 연출가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제2의 연출가다. 눈을 감고 소리를 보면서 잘 체크하고 셋업하는 무대감독이 돼 언젠가 크게 한 번 ‘전통 판’을 벌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연우기자

[백 스테이지 인터뷰] 1. 정주현 경기아트센터 음향감독…올해 추천작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무대를 꾸미는 이들이 있다.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고, 무용수의 안무를 화려하게 만드는 영상·음향·조명팀이 주인공이다. 백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살리는 무대 감독들은 어떤 일을 할까. 경기아트센터 감독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첫 번째는 정주현 음향감독과의 만남이다. 편집자 주 어떠한 ‘소리’가 사람의 귀에 닿으려면 방향과 거리 등의 환경적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조금 더 예쁜 소리, 듣기 편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공간’을 탐색하는 게 이러한 이유다. 공연장에서도 객석마다 들리는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음향감독들은 어느 자리에서건 소리를 잘 잡기 위해 매일 같이 고민한다. 정주현 경기아트센터 음향감독은 “음향을 잘 잡고 불협화음 없이 만들자는 마음으로 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지난 2004년부터 경기아트센터와 함께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易(역)의 음향>, <시나위 일렉트로니카> 등 공연에 참여했다. 올해도 10월 <시나위 일렉트로니카2-Trance>와 12월 <반향: 默(묵)> 등 공연을 시나위와 함께 한다. 그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은 음향적으로 접근할 요소가 많아 흥미롭다”면서 올해 추천작으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공연을 꼽았다. “일렉트로닉 음악은 서브 우퍼라고 하는 저주파 수역대의 소리가 많이 나오는데 국악은 그런 음역대를 만들 악기가 많지 않아요. 국악·관현악 음향을 믹스하고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데 실제 공연에서 어떻게 나오게 될 지 궁금해요.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공연일 거예요.” 다만 최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비대면 공연이 많아지면서 음향적으로 관객이 느낄 생생함이 덜해진 부분에 아쉬움이 많다. “입체음향의 이론적 근거는 2000년대 전에 나왔지만 별로 활용되지 않았어요.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급격하게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고, 플랫폼이 확대되기 시작했죠. 그럼에도 AI나 VR, 메타버스 같은 신기술이 아직 오디오 쪽에선 부족함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코로나로 라이브 공연이 줄어들었는데 비대면 공연은 현장감이 없어서 아직은 영…” 말끝을 흐린 그의 입가에 아쉬움 섞인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최고의 음향을 위해 매 순간 노력하며 공연장으로 향할 테다. “큰 방에 스피커가 울린다면 여러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어요. 소리가 벽에 부딪혀 반사돼 이상해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 방에서 공연이 열린다면 음향감독들은 다양한 소리를 공연 환경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합니다. 근데 그거 혼자서 달나라 별나라 소리 만들어내는 거 아니에요. 무대 뒤 스태프들과 함께 관객의 취향을 맞추려 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소리 잘 잡자’ 하는 마음으로 공연들 준비할게요.” 이연우기자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