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경기도 학자를 중심으로 발생한 실학은 경기도에 많은 유적과 이야기를 남겼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남양주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다. 실학박물관은 이곳에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실학 관련 박물관이다. 이곳에 가면 지금도 실학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8일 실학박물관에서 만난 김태희 관장은 실학은 옛날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유효한 문제의식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지금도 절실히 요구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약용의 목민심서 애민편 관질조에 나오는 구절을 소개하며 운을 뗐다. 정약용 선생은 전염병이 유행하면 어리석은 풍속에 꺼리는 것이 많아지니, 위무하고 치료해 주어서 두려움이 없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행정 책임자가 전염병에 대처할 자세를 말했어요. 또 전염병을 피하는 방법은 병의 기운을 마시지 않도록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 상황이 200년이 지난 지금과 다르지 않은 거죠. 실학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김 관장은 실학박물관을 시설 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확장된 공간을 생각하고 있다. 박물관이 다산 유적지 근처에 있어 자연스럽게 주변 공간과 묶여 있습니다. 유적지에서 걸으며 실학을 생각하고, 박물관에서 실학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요. 마을 유적지 전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학술단체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실학이 교과서에 박제된 지식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전문성과 대중성의 결합을 꾀하려 한다. 실학 연구가 학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전시로 구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관장은 전시 유물이 옛 문헌이고 한자로 되어 있어서 현대인에게 어렵고, 박물관을 찾는 연령층은 아동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면서 광고 카피와 같은 핵심 문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연극에서부터 디지털 콘텐츠 활용 등 관람객들이 감각적이고 체험적으로 참여할 방안을 다각적으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엔 주말에 다산 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 실학연극을 상설화 할 예정이다. 또 박물관 프로그램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실학 콘텐츠 콘테스트, 남양주 도서관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실학전시, 남양주와 연계한 다산길 걷기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올해 100회를 맞은 실학박물관의 뉴스레터 실학자의 편지도 카드뉴스 형태로 메일링해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실학사상을 이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실학박물관은 그동안 연구도서를 꾸준히 발간해왔는데, 실학과 요리, 실학과 여행, 실학과 글쓰기 등과 같이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대중적인 실학 도서 출간도 검토 중이다. 올해 주요 전시로는 상반기에 재상 채제공, 하반기에는 반계수록이 예정돼 있다. 체제공은 정조대의 재상으로, 실학 정신으로 만들어진 수원화성 건설의 총책임자였다. 반계수록은 17세기 실학자 유형원이 저술한 국가제도 개혁안이었다. 김 관장은 실학의 가치라든가 실학 정신이란 표현도 쓰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실학박물관이 한국 실학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문화
정자연 기자
2020-03-23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