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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10. 귀국준비 A~Z_ 살림정리부터 마음정리까지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무려 11시간30분을 날아가야 도착하는 뉴질랜드. 다시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마음껏 여행하고, 뉴질랜드이기에 가능한 것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와인과 커피 등을 즐기며 최대한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허리띠는 한국에 와서 조금 더 졸라매도 된다. 귀국 6개월 전부터 슬슬 준비를 시작하며 이 과정을 스트레스가 아닌 유학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면 좀 더 순조롭다. 2년 가까운 조기유학생활을 끝내고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대장정을 어떻게 마무리 했는지 나누고자 한다. 귀국일이 다가오면 마음도 붕 뜨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그 시기가 오기 전 미리 많은 부분이 정리돼 있으면 좋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과 자동차, 살림을 처분하는 일이다. 간편하고 좋은 방법은 현지 유학원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뉴질랜드에 유학 올 가정에 일괄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유학 올 때 미리 귀국시기를 많은 가정들이 입국하는 12월이나 1월로 맞춰놓으면 편하다. 살림의 경우 보통 파는 사람은 들인 비용에 비해 너무 헐값에, 사는 사람은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싼 값에 구입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그릇, 수저, 이불 등이 싫으면 창고형 매장인 웨어하우스(Warehouse)나 케이마트(K-Mart) 등에서 할인할 때 구입해 마음껏 사용한 뒤 다른 가정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도 좋다. 집, 차, 살림 삼박자가 모두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따로 처분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집의 경우 대부분 렌트 하우스이기 때문에 마지막 집 검사, 인스펙션(inspection)에 잘 통과해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청소를 보충하거나 의견을 조율 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바로 귀국하지 말고 며칠 더 지낼 공간을 확보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 인스펙션 때 싱크대 위에 칼자국처럼 까맣게 벗겨진 부분이 있어 싱크대 수리비 전체를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다시 청소해보겠다고 요청한 뒤 곰팡이 제거제를 한 번 뿌리니 말끔히 씻겨나가 생돈을 날린 위기를 모면한 짜릿한 기억이 있다. 차는 보통 중고차를 구입하는데 팔 때를 미리 생각해 구입하는 게 좋다. 유학가정이나 뉴질랜드인들이 선호하는 차, 깔끔하고 튼튼한 차를 구입하면 팔 때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차를 타고도 비용은 얼마들이지 않는 셈이 된다. 정리할 살림이 많을 경우 컨테이너에 보내기도 하지만 보통 한국 슈퍼마켓에서 연결해주는 택배시스템을 이용한다. 해상운송이기 때문에 무게가 아닌 부피로 비용을 계산하며,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리 감안해서 움직여야 한다. 아이들 관련 서류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영어이름이 아닌 한국이름으로 된 재학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상장 등을 잘 챙겨 와야 다시 연락하며 기다리는 불편함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빨리 빨리 정서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답답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뉴질랜드에서 택배를 시키면 잊을 만 할 때쯤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챙길 것은 뉴질랜드에 있을 때 챙기자. 귀국하면 아이들은 다시 한국 학교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미리 교과 진도를 학습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도 한국 학원들은 굳건히 서 있고 인터넷 강의도 잘 발달 돼 있으니 걱정되는 부모들은 조금씩 아이들을 준비시켜 주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시스템과 생활패턴 등 다시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전, 아이들에게 기존의 것들을 아름답게 떠나보낼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 친한 친구들과의 여행이나 친구 집에서 함께 자는 슬립오버(sleepover), 식사 등 작은 이벤트를 통해 가능하다. 다녔던 유치원이나 학교를 돌아보고 자주 찾던 장소도 함께 가보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좀 더 정리된 마음으로 귀국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유학생활을 하며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 친구들과 송별회를 하며 소중한 추억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아름답다. 단 생각보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리니 한 두 달이 아닌 6개월 정도 전부터 계획해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꼭 잊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다. 지내는 동안 많이 다녔겠지만 망설이며 못 간 곳도 있을 것이다. 내게는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이었다. 웰링턴까지 자동차로 편도 500Km이상, 7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도저히 갈 자신이 없어서 몇 번이고 주저했다. 하지만 못 간걸 후회하게 될까봐 강행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줬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다행히 이 여정에 합류할 수 있다는 한국 엄마가 있어 번갈아가며 운전해 갈 수 있었다. 중간에 네이피어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들러 곳곳의 와이너리와 탄성이 절로 나오는 빛깔의 바닷가, 가넷이라는 철새의 서식지도 구경했다. 웰링턴은 사실 너무 도시 이미지일 것 같아서 기대를 안 했는데 아름다운 건물과 도시를 머금은 바다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뉴질랜드 북쪽 끝인 베이오브 아일랜드도 가고 싶었는데 너무 멀고 다른 지역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포기했다. 물론 지금 후회한다. 그곳에 대한 아무 기억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올 때 다른 나라에 며칠 체류하면 항공요금이 오히려 직항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호주, 중국, 홍콩 등을 경유한다.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불태워보자 하는 마음으로 호주에 체류했다. 골드코스트를 거쳐 시드니에서도 며칠 지냈는데 두 도시 사이의 항공요금까지 포함해도 한국까지의 직항 요금 수준이었다. 호주는 길이 복잡하다는 말을 듣고 운전이 엄두가 안 나 대중교통수단에만 의지해 유명 관광지를 누비고 다녔다. 아이는 퀵보드를 타고 나는 걷고 걷고 또 걸어 길도 몇 번이고 잃어버리며 모험을 펼쳤다. 덕분에 귀국해서는 한동안 여행 생각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한국 와서 두 가지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첫 번째는 그동안 가족들의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직장 내 위치와 하는 일이 달라져 저녁을 먹고 늦게 퇴근하게 돼 저녁을 외롭지 않게 온 가족이 함께 먹을 것이라는 나의 로망은 바로 깨졌다. 2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적응하느라 달라진 삶의 패턴과 태도 역시 다시 맞춰야 될 숙제였다. 유학생 엄마들끼리는 마치 신혼을 다시 시작하듯 서로를 맞춰가야 되는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간이 약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준다면 적응의 시간이 조금 당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눈에 띈 것은 아이가 빛의 속도로 영어를 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기에 한국말이 급격히 느는 반면 안 쓰는 영어는 바로 남의 나라 언어가 돼 버린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면 지속적으로 영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도 역시 학원행을 택했는데 기존의 회화 실력을 바탕으로 단어와 문법 등을 추가해주니 시너지 효과는 확실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다. 뉴질랜드의 좋았던 기억, 눈부신 자연환경, 여유로운 시간이 그립겠지만 가슴 깊숙이 넣어두고 이젠 최첨단 기술, 산해진미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를 마음껏 즐길 차례다. 그 곳 생활에 젖어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많이 봤다. 나 역시 새파란 하늘이 눈에 밟히지만 뉴질랜드에서 취득한 자격증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부인, 딸, 며느리, 친구 역할 등을 다시 찾아가며 인생의 또 다른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조기유학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기에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고 어떤 변화와 결과도 감당할 용기가 생길 때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삶은 모험의 연속, 그 중 외로우면서도 짜릿한 모험이 조기유학이었다. 10회에 걸친 경험담이 조기 유학을 준비하거나, 조기 유학 중인 부모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morning tea, afternoon tea: 오전 간식, 오후 간식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낼 때 많이 듣게 될 말입니다. morning tea는 아침, afternoon tea는 오후에 차와 다과를 나누는 시간을 일컫는데요.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보통 간식시간으로 사용됩니다. 2. handle: 손잡이가 달린 맥주컵 handle은 처리하다, 손잡이 등의 뜻이 있는데요. 식당이나 술집에서 이 말을 듣는다면 보통 손잡이가 달린 맥주컵이라는 의미입니다. 맥주를 주문하면 Do you like it with handle?(손잡이가 있는 잔으로 드릴까요?) 등의 질문을 역으로 받을 수 있는데요. 당황하지 말고 Yes나 No로 답하시면 됩니다. 역질문을 받기 싫다면 Can I have a pint of beer with handel?(손잡이가 있는 잔으로 맥주 1파인트(약 500cc) 주세요)라고 먼저 얘기해 보세요.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9.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수난 극복기_ 보일러 없는 추운 집,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우리나라처럼 난방 잘 되고, 대중교통 편리하고, 인터넷 빠르고, 밤늦게까지 놀고 먹을게 풍부한 나라는 직간접 경험상 없는 것 같다. 밤 12시에도 치킨과 맥주, 회, 족발 등 원하는대로 시켜먹는 다는 건, 뉴질랜드에서는 상상불가다. 위에 나열한 것들이 행복의 척도일 수는 없지만 편리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외국생활시 마주하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불편한 곳에서 낯선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수난이다. 이 수난을 어떻게 극복하며 2년의 시간을 보냈는지 나누려 한다. 뉴질랜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쪽빛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 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다. 물론 이런 축복을 만끽할 날들도 많다. 하지만 섬나라 특성상 기후변화가 심하고 비도 자주오고 일교차가 커서 여름에도 밤에는 쌀쌀할 때가 있다. 더 문제는 겨울이다. 내가 머문 도시 타우랑가는 겨울에도 영하로는 내려가지 않지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보일러 시설이 거의 없다. 온풍기와 전기 히터 등에 의존해야 하는데 밤새 온풍기를 틀면 건조하고 전기요금도 어마어마하게 나오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5월말에 뉴질랜드에 도착했는데 겨울에 진입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밤에 추워서 몇 번이고 잠을 깼다. 전기장판과 전기히터가 필수라고 하는데, 난 괜찮지만 6세 아들을 전기장판 위에서 자게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인들에게 물어 알게 된 것이 양털이불이다. 이것은 신의 한 수 였다. 뉴질랜드는 양이 많은 나라기 때문에 크고 속이 꽉 찬 양털이불을 구입할 수 있었다. 브리스코(Brisco)와 케이 마트(K-Mart), 웨어하우스(Warehouse) 등에서 판매하는데 50% 이상 할인 할 때가 많아 큰 맘 먹고 가장 크고 비싼 이불을 샀다. 그날 밤 이불 안으로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가니 김이 서리는 기적을 맛봤다. 아무리 추워도 그 안에 있으면 지낼만했다. 양이 왜 추운 날씨에도 평화로운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두꺼운 소재의 수면 잠옷과 수면 가운도 도움이 된다. 추운 것 외에도 유학생 엄마라면 집에 대한 한두 가지 설움은 겪게 돼 있다. 인스펙션(inspection)이라는 단어는 엄마들에게 공공의 적이다. 대부분이 집을 빌리는 렌트 하우스에 사는데 보통 세 달에 한 번 정도 부동산 직원이 나와 인스펙션이라고 불리는 집 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주인과 부동산 직원의 마인드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잔디관리, 욕실 샤워부스 관리 상태, 곰팡이가 생겼는지, 카펫은 깨끗한지, 집에 손상된 곳은 없는지를 꼼꼼히 점검한다. 철저한 사람들은 창틀의 먼지까지 체크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인스펙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새로 집을 구하는데 불이익이 생길 수 있고 보증금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샤워실 물때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샤워 후 밀대로 물기를 털어줄 것을 추천한다. 곰팡이 제거제와 카펫 세정제, 오븐 클리너 등 청소 관련 전문세제들이 잘 발달 돼 있어 고민을 그나마 덜어준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편함 또는 어색함은 말도 안 되게 심심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지만 어찌 보면 그것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시티 라이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한없는 평온함이 오히려 견디기 힘들 수 있다. 밤에 놀러나갈 때,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 체험관, 배달 음식, 큰 쇼핑몰, 24시간 편의점은 정말 한국의 자랑인 것 같다. 집 밖에 나가 고개를 둘러도 보이는 건 집뿐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도시엔 지하철과 기차가 없고 원하는 버스를 타려면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슈퍼마켓이라도 가려면 개인 자동차가 필수다. 반면 우리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들이 적은만큼 좀 더 가족에, 자연에, 이웃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와 바닷가로 산책을 가거나 이웃들과 크고 작은 파티를 함께하며 무료함을 달랬지만 따분하고 심심한 삶은 2년 내내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한국 엄마들끼리 종종 서로 집을 오가며 아이들을 놀게 하고, 자기도 했는데 그곳이기에 가능한 즐거움이었다. 뉴질랜드인들의 특성에 관해 정의내리기는 힘들다. 모든 사람들을 한두 가지 특징으로 나누긴 조심스럽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끼고, 엄마들 사이에 많이 얘기되는 뉴질랜드인들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매우 친절하다는 것이다. 길에서 마주칠 때 미소와 인사는 기본이다. 멋져요(Awesome, cool), 괜찮아요(No worries, All right)라는 말을 자주 하고 환한 얼굴로 대해준다. 하지만 막상 더 깊게 친해지기는 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기보다는 조금 더 진중하게 사람을 파악하는 경향이랄까? 개인적으로 같은 섬나라여서 그런지 일본인들과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친절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 좀 더 자주 마주치고 꾸준한 신뢰를 주었을 때 마음을 여는 것 같다. 인종차별과는 다른 차원이다. 이 때문에 고민하고 외로워하는 엄마들도 많다. 내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니 너무 힘들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들이 먼저 다가오는 일은 드물다. 우리가 타국에 가 있는 것이니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다가서면 의외로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 뉴질랜드는 푸른 자연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안에 복병이 있다. 온갖 식물이 공존하는 만큼 원인 모를 알레르기가 엄마와 아이에게 찾아올 수 있다. 우리아이도 뉴질랜드에 가자마자 토끼처럼 자꾸 코를 쫑긋거리고 킁킁 소리를 내서 한동안 맘 아팠던 기억이 있다. 또 카펫 먼지 등으로 인해 눈과 코의 고통을 호소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대부분 집 바닥에 장판이나 나무가 아닌 카펫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뉴질랜드는 약이 잘 발달돼 있고 오가닉 제품이 많아서 약을 이용해, 또 식단 관리를 통해 이 난관을 극복했다. 특히 샌드플라이(sandfly)라고 불리는 벌레가 사방에 있는데 물리면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잠을 못 잘 정도로 가렵고 고통스럽다. 경험상 뉴질랜드에서 겪은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인 것 같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무조건 벌레퇴치제를 뿌려주는 것이 답이다. 또 샌드플라이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이 따로 있어 고통을 조금은 경감시켜준다. 생각보다 비싼 물가에 놀랄 수도 있다. 자체 생산하는 키위와 레몬 등 제철 과일, 빵, 와인 등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다. 섬나라인만큼 농산품 외에도 많은 공산품을 멀리서 수입해 오는 것과 공장 등이 잘 발달돼 있지 않은 것, 인건비가 비싼 것 등이 이유인 것 같다. 식당에서 한 끼 6천~7천 원에 밥과 반찬을 풍성히 먹을 수 있고 짧은 거리는 만 원 이하의 택시요금으로 이동 가능한 한국생활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음식 종류도 스테이크와 파스타, 햄버거, 샌드위치, 피시 앤 칩스가 대부분인데다 음식 두 개만 시켜도 4만 원이 훌쩍 넘으니 부담스러웠다. 특히 문구용품은 작은 스카치테이프 한 개에 4천 원, 공책 하나에 3천 원 가까이 하고 품질도 좋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 많이 준비해 가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수건도 많이 준비해가는 걸 추천한다. 뉴질랜드에서 산 모든 수건에서 먼지가 묻어나와 사용할 수 없었던 흑역사가 있다. 물가가 비싸다고 뉴질랜드 즐기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분야별 할인쿠폰이 가득 들어있는 엔터테인먼트 북을 구입하면 도움이 된다. 6만~7만 원 정도의 가격인데 일 년 내내 식당, 영화관, 키즈카페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시내 주행 속도가 대부분 50Km/h 미만이어서 잠시 집중력을 잃었다가 과속 범칙금도 내고, 운전방향이 우리나라와 반대여서 역주행도 해 보고,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인해 실수도 연발하며 지낸 시간들. 그래도 좋은 점들에 집중하며 보낸 하루하루였다. 특히 아이가 행복하니 그 행복에너지가 내게도 전달됐고, 가족의 총책임자라는 막중한 아우라가 수난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할 힘을 준 것 같다. 막상 닥치면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안에 있다. 이제 모든 과정을 마치고 다시금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될 시간.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마무리하기 위한 방법은 유학 이야기 마지막편 '제10화 귀국준비 A-Z 편에서 이어진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sleepover: 외박, 친구 집에서 잠자기 뉴질랜드 학생들은 친구 집에서 놀고 잠자는 슬립오버(sleepover)를 가끔씩 합니다.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하는데 단순히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것 먹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밤늦게까지 노니 아이들에겐 천국과 같은 시간이겠죠? 물론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많이 늘기도 하고요. 보통 한 번 초대받으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2. buddy: 친구, 단짝 buddy는 친구라는 뜻으로 뉴질랜드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친구들끼리 Hi~ buddy(안녕~ 친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만났을 때 Hello~ buddies(안녕~(꼬마)친구들)라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학급에서 현지아이와 한국유학생을 1:1로 매칭해 서로 돕고 친구가 되게 하는 buddy제도를 시행해 유학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8. 누림과 도전의 기회_ 전 세계 친구들과의 만남, 골프 등 취미활동

아주 낯선 곳의 문을 열고 나가기 전, 두려움과 설렘. 도와주는 이 한 명 없이 내가 모든 것을 개척하고 만들어 나가야 할 때 우리는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별 것 아니게 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유학생활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집 밖으로 나가 손을 흔들 때 마주 흔드는 손을 바라볼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아이가 학교나 유치원에 가면 보통 엄마에게 6~7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에 여기가 한국인지, 뉴질랜드인지 모를 정도로 은둔 생활을 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현지 생활을 만끽할지는 철저히 의지에 달려있다. 나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4개의 자격증을 따고, 골프를 칠 수 있게 됐고, 파티 문화를 만끽했다. 특별해서가 아니다. 한 발 내디딜 용기의 차이다. 현지 유학원을 통해 무작정 6세 아들을 데리고 오른 유학길.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혼자가 됐을 때 밀려들었던 외로움을 기억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연락할 사람이 없고 밥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었다.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홀로 바닷가를 거닐고,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몇 주 지나니 시들해졌고, 귀중한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웠다. 결국 울타리 밖으로 나갈 결심을 했다. 폭풍 검색으로 알아낸 곳은 타우랑가 다문화 센터! 무료 초급, 중급 영어수업과 티타임이 있어서 무작정 합류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타국에서 유학이나 이민을 온 사람들이 많았고, 영어실력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공통점은 대부분 뉴질랜드를 탐험하고 싶고, 그 탐험에 함께할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 첫 수업 때 영어선생님은 함께 주말에 근처 조각공원으로 놀러 갈 것을 제안했고, 그때 함께한 사람들이 뉴질랜드 생활 내내 따로 연락하고 밥 먹고 파티에 함께 하는 친구가 됐다. 다문화센터에는 봉사가 생활화돼 있는 여러 뉴질랜드인들이 함께하며 외국인들을 도와주고 집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지역 공동체 안에 먼저 들어가는 것보다 다문화센터에서 현지 영어에 대한 감각도 익히고, 친구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고, 즐길 수 있는 빠른 길일 수 있다. 어느 정도 타국 땅에 대한 낯섦이 해소됐다면 슬슬 지역 사회로 진출할 차례! 각 학교마다 엄마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봉사활동이 있다. 정원관리와 체육활동, 동아리활동, 각종 학교 행사 지원 등이다. 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 마음이 좀 더 열리고,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엄마들이 어울리면 아이들도 친구가 되는 법. 그렇게 나는 키위라고 불리는 현지인들과 친해지게 됐고 집에도 오가고 여행을 하며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학교에서 정원관리 봉사를 하며 친해진 엄마가 있었는데 내 아이는 그 집에 가면 정원에서 달걀부터 찾았다. 닭들이 마당을 두루 다니며 매일 알을 낳기 때문이었는데 크기와 색깔이 다른 달걀은 어른인 내가 봐도 신기했다. 정원에서 양봉까지 해서 꿀을 받아오기도 했다.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이 두려울 수 있지만 외국인의 영어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학교가 아니더라도 현지인들과 어울릴 기회는 많다. 각 주민센터, 도서관마다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과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되고, 종교가 있는 경우에는 더 수월하다. 이방인에게 친절한 종교의 특성상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상당히 환영받고, 관심 받는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가져볼 수 있다. 대부분 소그룹 모임이 있기 때문에 주 1~2회 함께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유학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다. 영어실력 향상은 덤이다. 꼭 외국인들과 어울려야 좋은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비용이 드는 유학생활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기 때문에 현지에서만 가능한 것, 누릴 수 있는 것,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보고 싶었다. 주변에 외국 친구들이 많아지면 현지 적응이 완료된 것일까? 아무리 친한 외국인과 함께해도 채워질 수 없는 허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누구나 향수병과 자기 언어로 편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 유학생 엄마나 이민자들과 어울려 한국 음식도 나눠 먹고 명절도 함께 보낸다면 비로소 내면이 꽉 찬 느낌이 든다. 아이들 학교나 교회, 한글 학교 등을 통해 한국인들 만날 기회는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 만남을 다문화센터와 현지인들과의 만남 이후로 미루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은 편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먼저 한국인들과 어울려 외로움을 다 해소해 버리면 외국인들과 만남은 점점 먼 길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못했던 취미활동을 마음껏 해보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스포츠는 담쌓고 살았던 내게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권했다.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안치고 가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 했다. 매일 갈 수 있는 골프장 일 년 회원권이 우리나라 2~3회 이용료 정도고, 동네 곳곳에 있으니 이곳에서는 국민스포츠였다. 여성 건강 증진 프로그램으로 실시하는 단체 골프 수업을 2달 정도 듣고 골프장으로 직행했다. 실내 연습장과 스크린이 아닌 실제 골프장에서 골프를 시작하고 배운 것. 파란 하늘과 초록의 자연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아이 학교 가고 시간 날 때는 언제는 골프장으로 향해서 무료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었다. 뉴질랜드는 품질 좋고 향긋한 커피로도 유명하다. 동네 어디 커피숍을 가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보다 좀 진한 플랫 화이트는 이곳의 국민커피다. 부드러운 우유 안에서 묵직하게 맴도는 커피 맛을 잊을 수 없다. 결국 커피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바리스타 코스에 등록했다. 한국보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기 때문에 많은 유학생 엄마들이 도전한다. 실습 위주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하지 못 해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현지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영어 수업을 들으며 영어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도 두고두고 잘했다 생각할 일이다. 눈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한국에서는 일하느라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놓쳤던 것이 많다. 뉴질랜드에서 숨을 고르며 새삼 알게 된 것이 꽃이 예쁘다는 것, 그리고 요리의 즐거움. 한 떨기의 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길가에, 공원에 핀 꽃들을 발걸음을 멈춰 감상해보거나 곳곳에서 진행하는 원예(가드닝)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자연을 가깝게,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뉴질랜드인들은 튀기거나 삶는 요리보다는 오븐에 구운 요리를 많이 해서 케이크와 빵, 쿠키를 굽는 것이 일상이라 할 수 있다. 첫 요리로 스콘에 도전해 봤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있어서 놀랐다. 한국에 와서도 계속 빵을 구우리라 다짐했지만 막상 잘 안 되는 것 보면 그 나라의 분위기와 환경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 넘쳐나는 과일로 무농약의 레몬청, 키위청 등을 담가보는 것도 좋다. 엄마가 단순히 아이 유학에 따라온 희생양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고 계발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천혜의 자연환경, 영어환경은 주어져 있다. 누리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이때의 경험은, 기억은 또한 앞으로의 한국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강한 힘과 바탕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와 엄마가 새로운 땅에 잘 적응하고 지내기까지 어려움은 없었을까? 물론 즉시 귀국을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어떻게 난관을 극복했는지는 '제9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수난 극복기 편에서 이어진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EFTPOS(electronic funds transfer at point of sale): 뉴질랜드에서 통용되는 체크카드 물건을 구입하거나 현금을 인출 할 때 사용하는 체크카드. 신용카드 기능을 추가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현금을 들고 다니기보다는 EFTPOS를 많이 이용합니다. NO EFTPOS는 카드결제 불가, 현금만 가능이라는 뜻이겠죠? 작은 가게나 길거리 마켓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2. catch up: (다음에) 만나다 catch up은 따라가다 또는 따라잡다라는 뜻이 있는데요. 뉴질랜드에서는 다음에 만나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친구들과 만난 뒤 헤어질 때, 또는 누군가와 만나자고 이야기 할 때 Lets catch up soon(곧 만나자)이라고 표현해 보세요.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7. 신이 내린 땅, 뉴질랜드_ 화산지대부터 만년설 덮인 알프스 산맥까지

저마다 삽자루를 쥐고 땅을 파는 사람들. 탄성이 흐르는 곳에는 어김없이 뜨거운 온천수가 펑펑 샘솟아 나온다. 바닷가 모래사장이 세계 최대의 천연 온천으로 변했다. 몸이 더워지면 바닷가로 뛰어들면 그만이다. 뉴질랜드 코로만델의 핫 워터비치 풍경이다. 유황 냄새가 풍겨오면 로토루아에 도착했다는 증거다. 온천과 끓는 진흙 웅덩이, 분출하는 간헐천들이 멋진 조화를 이룬 이곳은 전 세계에 손꼽히는 관광지다. 남섬의 마운트쿡에 오르면 눈 덮인 산과 빙하가 녹아 생긴 신비한 빛깔의 호수에 할 말을 잃는다. 이색적인 곳도 많지만 맑은 호수와 바다, 들판, 산... 주변에 둘러싸인 자연 그 자체가 감동을 주는 곳, 신이 내린 땅 뉴질랜드다. 뉴질랜드 초등학교에는 일 년에 4번의 방학이 있다. 총 4분기로 나눠 10주 수업, 2주 방학이 반복되는데, 여름방학(12월)은 한 달 이상이다. 방학 때면 현지인 뿐 아니라 많은 유학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다. 아이와 거주했던 타우랑가는 북섬에 있었기 때문에 짧은 방학에는 북섬 곳곳을 탐험했다. 기차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은 장거리 운행에 슬슬 적응해야 한다. 유학 오기 전 운전연수가 필수로 꼽히는 이유다. 내게 가장 이색적인 곳을 고르라면 단연 코로만델의 핫 워터비치다. 모래사장에서 뜨거운 물이 샘솟아 나온다는 것 자체도 신기하고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즐기는 온천! 그 분위기 또한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결과는 없다 했던가? 뉴질랜드에는 거의 터널이 없기 때문에 커브길이 많다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멋진 해변도로가 100Km 정도 펼쳐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커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고 시시각각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아름다워 소리를 지른 아찔한 기억. 그래도 갈 곳 많은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두 번 찾아간 장거리 여행지이니 기대할만 하다. 처음 갔을 때는 썰물시간을 미리 체크하지 못해 한밤중에 바닷가로 나갔다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한 줄기 빛도 없이 무서워서 중간에 되돌아오다 문득 바라본 밤하늘. 무수하고 선명한 별, 은하수의 향연, 별이 무거워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착각에 현기증이 들고.. 자연에 압도돼 경이로움까지 느낀 유일무이한 밤이었다. 투명하게 때론 초록빛으로, 푸른빛으로 넘실대는 호수는 뉴질랜드의 값진 보석이다. 하늘과 땅이 만들어내는 물의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해준다. 사실 맑은 호수나 시냇물은 마을 어디를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좀 더 웅장한 호수를 보기 위해선 로토루아와 타우포 등으로 떠난다. 호수가 워낙에 커 바다와 헷갈릴 정도다. 타우포 호수는 서울시 면적과 비슷하다. 탁 트인 푸른 빛 호수는 눈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아이들은 오리에게 밥 주고 호숫가 놀이터에서 노느라 바쁘다. 눈부신 호수에선 번지점프와 수상스키 등 수상 스포츠의 향연이 펼처진다. 이 일대는 화산지대가 많아 부글부글 끓는 진흙 웅덩이, 치솟아 오르는 연기,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지형을 만나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온천이 많이 발달했고, 길 지나다 수건 들고 가는 사람들을 따라가 보면 호수 곳곳에서 입장료 없이 즐길수 있는 비밀온천도 발견할 수 있다. 반딧불이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불빛을 만끽하고 싶으면 와이토모로 향하면 된다.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도 불리는 와이토모 동굴에서는 200만년 동안 침식된 석순과 종유석을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우웜이라 불리는 반딧불이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물이 흐르는 동굴 안을 보트를 타며 감상할 수 있다. 천정과 벽마다 마치 푸른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붙어있는 수많은 글로우웜. 이곳이 지구 상 세상 맞을까? 조용하고 컴컴한 우주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감정 속으로 빠져든다. 뉴질랜드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트래킹 코스가 곳곳에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야간행군을 한다면 글로우웜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와이토모 동굴 근처에는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새, 키위를 감상할 수 있는 키위 하우스도 있다. 뉴질랜드인들이 키위라고 불리는 것을 즐겨할 정도로 사랑받는 새다. 어둠 속에서 동그랗고 커다란 몸집으로 뒤뚱거리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뉴질랜드의 상징이니 한 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생 최대 대장정! 남섬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서던 알프스 산맥의 웅장함과 바다, 호수 등 아름다운 풍광이 압도하는 곳. 한국인들이 신혼여행지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귀국 전 마지막 방학을 앞두고 남편과 큰 결심을 했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캠핑카를 대여해 남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10일에 걸친 대모험. 워낙 캠핑과 거리가 먼 우리 가족이지만 장소마다 평균 이동시간이 2~3시간, 하루 평균 400Km 이상을 아이와 다니려면 큰 차가 필요했다. 일단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그곳에서 예약해둔 캠핑카를 찾았다. 주변에 온통 산과 들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슈퍼마켓에 들러 있는 힘껏 카트를 채웠다. 차는 생각보다 흔들렸고 운전도 내게는 벅찼다. 번갈아가면서 운전하려고 했으나 결국 운전은 남편 몫이 됐다. 첫 목적지는 테카포 호수. 남섬 여행을 과연 잘 선택한 것일까?라는 마음을 불식시킨 단 하나의 장면.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산맥을 배경 삼아 출렁거리는 에메랄드 빛 호수였다. 복잡한 마음을 넒은 품, 맑은 빛깔로 다독이는 것 같았다. 엄마 이 호수 좀 봐. 이게 웬일이야. 가족들의 입에서 한결 같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테카포 호수는 빙하의 암석성분이 물에 녹아 부드럽고 풍부한 옥색 빛을 품고 있다. 북섬의 호수들과는 다른 느낌의 장엄함과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물빛과 하늘빛이 이럴 수도 있구나...이래서 오는 구나. 바로 호수 앞에 있는 홀리데이 파크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준비했다. 타우랑가에서 눈 구경 한 번 못한 아이는 눈을 만져보고 싶다며 아빠 손을 이끌고 다녔고, 따뜻한 캠핑카에 앉아 설산과 호수를 배경삼아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더 이상 바랄게 없었다. ​ 다음날 설산과 구름이 그대로 비치는 푸카키 호수를 감상하며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마운트쿡에 도착했다. 빙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설렜다. 정상에 이르진 못했어도 만년설과 빙하를 얹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남섬 여행을 하며 멀리서는 바라봤지만 이렇게 가까이 산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곳곳에 빙하가 떠 있는 푸른 빛깔의 호수. 역시 처음 보는 물빛깔이다.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오묘한 광경이다. 신선한 남섬 연어도 맛보고, 바닷가 신비한 암석 등을 감상하며 도착한 대망의 목적지는 퀸즈 타운. 빅토리아 여왕의 아름다움에 버금간다고 이름 붙여진 여왕의 도시다. 호반의 도시인 이곳은 만년설의 산맥을 울타리 삼아 호숫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아름답고 고요하고 아기자기하다. 우리가 남섬에 살게 된다면 이곳이 터전이다!라고 신랑과 이구동성으로 말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우리의 여정은 뉴질랜드의 최남단 블러프까지 이르렀다. 지구상에서 남극과 가장 가까운 땅이다. 땅끝답게 세계 주요 도시와의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서 있고, 외로운 등대가 갈매기들을 벗 삼아 바다를 지키고 있다. 큰 건물 하나 없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지만 지구 끝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감정을 안겨줬던 것 같다.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올라오며 야생 펭귄, 물개, 바다사자 같은 바다친구들을 만난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뉴질랜드는 와인 생산으로도 유명해 각 지역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시음하는 것도 좋다. 이밖에도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 블루 스프링스와 하무나라, 돌고래와 함께 달리며 묘기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돌핀 크루즈 코스 또한 인상적이다. 사실 장거리 여행도 기억에 남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해변 산책, 공원, 폭포 투어 역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즐거움이었다. 이제 방학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노는 사이에 엄마들은 무엇을 할까? 희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까? 엄마도 인생 최고의 순간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은 '제8화 엄마는 뭐하고 놀까? 편에서 이어진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No worries: 천만에요. 괜찮아요. 고마워요(Thank you)에 대한 대답으로 Youre welcome이나 Its my pleasure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뉴질랜드에서는 No worries라고 대답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걱정마세요라는 뜻 보다는 별 것 아니니까 괜찮아요라는 의미이니 Thank you에 대한 대답으로 사용해 보세요. 2. e발음이 i로 들려요. 뉴질랜드에서는 평소 듣던 영어 악센트와 발음이 달라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종종 e(에)를 i(이)에 가깝게 발음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Ten(텐)은 틴으로, pen(펜)은 핀, Yes(예스)는 이스, Serah(세라)는 시라 정도로 들리니 미리 알아둔다며 당황하는 일이 없답니다.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6. 놀면서 배우는 산 교육-다채로운 활동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운동에 큰 흥미가 없던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사방을 누빈다. 바닷가에 놀러갈 때도 마트에 갈 때도 킥보드를 대동한다. 이유를 물으니 학교에서 자전거와 킥보드 등을 타고 달리는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니 밤낮으로 춤을 춘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는데 아이의 반은 스머프 댄스를 선보인단다. 마켓데이를 앞두고는 동전지갑에 5달러를 넣어가야 한다며 들떠있다. 돌이켜보니 교과서를 떠난 실제 체육, 예술, 경제 활동이다. 학교란 공부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다양한 활동이 병행되는 곳임을 깨닫게 하는 곳, 바로 뉴질랜의 초등학교다. 만 5세가 돼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날. 강당에서는 신입생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모여앉아 신입생을 위해 환영 노래를 불러주고, 신입생들은 상기된 얼굴로 그 사이를 지났다. 따뜻한 신입생 환영회도 좋았지만 사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 아이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거의 안 들린다는 것이었다. 놀면서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라 무질서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질서와 예절이 몸에 밴 듯한 이 장면은 무엇일까? 아이의 학교생활을 보며 서서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학교에는 매 주 어셈블리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조회 비슷한 시간이 있었다. 차이라면 학생들이 주최가 된다는 것. 매 주 학년별로 순서를 맡아 아이들이 무대 위에 올라 발표도 하고 준비한 공연을 선보인다. 이 시간을 위해 각 반별로 미술 작품도 만들고 노래와 춤도 배우곤 했다. 서로 협력하고, 마이크를 들고 발표도 해보며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내 아이가 참여하는 첫 어셈블리 때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발표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싫다더라고요. 준비가 안 된 듯 하니 다음 어셈블리 때 다시 물어볼게요라고, 두 번째 어셈블리 때는 아이가 이번에는 할 수 있다고 했어요라고 상세히 설명해줬다. 남들 앞에 쉽사리 나서지 못했던 아이가 어느덧 마이크를 쥐고 발표도 하고, 신바람 나는 춤사위도 선보인 것은 가족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학교는 이벤트와 놀이의 연속인 듯 보였다. 공지사항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울 정도로 다채로운 활동이 계속됐다. 모든 행사는 부모도 자유롭게 와서 보거나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가까이 아이를 관찰하며 학교생활을 파악할 수 있었다. 비치데이에는 학교 앞 바닷가로 걸어가 줄다리기와 이어 달리기 등을 하며 한나절을 논다. 트라이애슬론, 또는 듀애슬론 데이라 불리는 날에는 자전거와 스쿠터를 다고 정해진 코스를 돌고 난 뒤 달리기를 해 마무리하는 숨 가쁜 여정이 이어진다. 친구와 선생님, 부모님의 환호에 힘입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다. 두뇌 뿐 아니라 몸의 건강한 발달 또한 중시하는 나라다보니 체육 행사가 많이 열린다. 1년에 두 세 차례씩 펑키 펀 데이를 열어 수업 대신 실내체육관을 대여해 축구, 하키, 농구, 달리기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긴다. 이 때 2~3개 학교가 함께 와서 경쟁을 펼치는데 같은 학교 아이들의 협동심이 빛을 발한다. 집에서 학교가 가까워 오며가며 학교를 바라보면 운동장은 늘 아이들로 생기가 넘쳤는데 백미는 잔디 위에서 맨 발로 축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어려서부터 맨발로 다녀서 발바닥이 두꺼워졌나? 스스로 생각해보곤 했다. 심지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물웅덩이가 생겼다며 장화를 신고 첨벙거리는 아이들. 노는 것의 진수를 보여주는 뉴질랜드 아이들이다. 디스코데이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간식과 야광 팔찌, 야광 공 같은 것을 준비하는데 시작 전부터 흥분의 도가니다. 잠시 후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켜지면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무대 주변으로 모여든다. 무대 위, 아래에서 아이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는데 혹시나 망설이던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 선생님들이 솔선해 무대 위로 올라 준비한 춤을 선보이고, 잠시 후면 선생님, 아이들, 부모가 하나가 돼 춤의 열정을 폭발한다. 내 아이도 어느새 듣도 보도 못한 막춤을 추고 있다. 춤과 노래에 끼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학생 전체 연극에서 실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다. 하나의 큰 주제를 갖고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연극인데 내 아이의 반 아이들은 스머프 노래와 댄스를 맡았다. 고학년 아이들은 브레이크 댄스와 디스코를 추기도하고 학교 선택 과목인 드라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연기로 무대를 장악했다. 전교생이 함께하는 하나의 작품!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박수갈채를 자아냈다. 학교에서 마켓이 열리는 날, 아이들은 아침부터 신바람이 난다.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핀과 슬러시 등 음식과 장난감, 학용품 등이 기다린다. 5달러, 우리나라 돈 4천원 정도의 돈을 받아 아이들은 머리를 써가며 돈을 쪼개 쓴다. 정해진 돈만 써야 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첫 마켓에서 장난감만 두 개 사온 아이는 두 번 째 마켓에서 음식과 장난감, 친구 선물까지 골고루 샀다. 식물의 성장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선 커뮤니티 가든(마을 텃밭)으로 향한다. 좋은 토양을 일구는 방법과 씨뿌리기부터 퇴비 만들기까지 농장 관리인들에게 설명도 듣고 직접 만지며 실습도 했다. 곳곳에 향긋하게 열려 있는 계절과일도 맛본다. 이곳은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돼 있어 누구든 와서 심고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덕분에 태어나 처음으로 당근과 브로콜리, 딸기 등의 씨를 사서 아이와 뿌리고 물을 주며 가꿔봤다. 뉴질랜드는 워낙에 기후와 토양이 좋아 특별히 관리 하지 않아도 식물들이 잘 자라는 편이다. 수확의 기쁨 때문인지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던 브로콜리와 당근 등 각종 야채를 좋아하게 됐다. 오늘은 영화보러 가는 날 무비 데이다. 아이가 고민에 빠져 있다. 영화를 보며 아이스크림과 팝콘 중 하나만 골라 먹을 수 있는데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했다. 결과는? 대부분이 선택한 팝콘! 평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친구들과 함께 공감하며 볼 수 있으니 재미가 배가 됐을 듯하다. 학교 근처 영화관에 가서 영화 관람을 하고 근처 공원까지 가서 간식 먹고 실컷 뛰어 논 하루, 아이가 손꼽아 기다릴만하다. 학예 발표회와 크리스마스 행사 등 다른 학교와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큰 축제도 열린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노래와 춤, 전통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부모는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온 와인과 맥주, 음식을 즐긴다. 놀이기구와 에어바운스, 다양한 푸드트럭 등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들 또한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초등 교과 과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활동이 전개된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보며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던졌던 것 같다. '학교=공부'라는 공식은 이곳에서는 안 통했다. 주입식 학습, 교과서 중심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놀며 경험하며 배워가는 교육. 그 안에서 자연스레 발견되는 아이들의 재능. 또 직접 경험은 아이들을 스스로 깨닫게 하며 성숙한 모습으로 다듬어가는 좋은 밑거름이 됐다. 서두에 언급한 질서를 잘 지키는 뉴질랜드 아이들의 모습 역시 잦은 단체 활동에 의해 스스로 예절의 소중함을 터득한 결과물로 보였다. 10주 동안 학교에 가면 2주의 방학이 기다리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아이들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잦은 방학동안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청정국가라 불리는 곳, 사람보다 양이 많아 보일 정도로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 아름다운 뉴질랜드 여행기는 제7화 뉴질랜드 자연, 어느 정도길래... 편에서 이어진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Flat white: 플랫 화이트, Long black: 롱 블랙, Short black: 쇼트 블랙 커피 좋아하시나요? 커피숍에 가면 흔히 보게 되는 커피 종류들입니다. 뉴질랜드는 커피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요. 한국인들이 많이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없는 곳이 많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인들은 플랫 화이트를 많이 마시는데요. 카페 라테와 카푸치노 보다는 우유 거품이 적은 진한 맛의 커피입니다. 숏 블랙은 에스프레소 정도의 진한 커피, 롱 블랙은 물이 좀 더 들어간 블랙 커피인데요. 롱 블랙도 아메리카노 보다는 맛이 현저히 강하니 따뜻한 물을 좀 달라해 섞으면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느낌으로 즐길수 있답니다. 2. Kia Ora: 안녕하세요.(마오리어) 뉴질랜드의 원주민들을 마오리라고 부르는데요. Kia Ora(키아 오라)는 마오리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입니다. 공항, 학교, 식당을 포함해 뉴질랜드 곳곳에서 보고 듣게 될 말입니다. 뉴질랜드는 마오리 전통을 존중해 유치원, 학교 등에서도 마오리어와 노래를 가르치고 전통 행사를 펼치기도 하는데요. 마오리어가 궁금하다면 우리나라에서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이라고 시작되는 연가의 원곡을 들어보세요. 마오리어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4. 자연은 최고의 놀이터… 방과 후에는 바다, 농장에서 신나게~

아빠와 아이가 한겨울에 꽃게를 잡고 있다. 빨래줄에 꽃게망을 연결해 닭다리를 걸어두니 굶주린 게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발밑은 모시조개 밭이다. 새파란 하늘은 뉘엿뉘엿 지는 해와 함께 분홍빛으로 물들어가지만 아빠와 엄마는 어획 놀이에 빠져 집으로 갈 줄을 모른다. 기다리다 지친 아이는 모래집을 짓다말고 잡은 게들과 놀기도 하고, 지나는 이웃들에 얘기를 건넨다. 영화 속 한 장면이 일상이 되는 곳, 태초의 자연과 많이 닮은 뉴질랜드에서의 삶이다. 유치원과 학교가 3시쯤 끝나기 때문에 긴 방과 후 시간을 아이랑 뭐 하며 보낼까? 엄마의 고민은 또다시 시작된다. 이곳엔 대부분 아이들만 데리고 유학 온 엄마가 많아서 아이가 잠들 때까지 육아를 전담해야만 한다. 때문에 방과 후 활동의 비중이 크다. 하지만 의외로 고민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누리는 것이 아이들의 주요 활동이기 때문에 자연 놀이터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 아이는 집 근처 농장으로 매주 한 번씩 체험을 보냈다. 뉴질랜드는 낙농, 양모, 사슴, 유제품 등을 수출하는 전형적인 농업국가다. 대도시야 덜하겠지만 중소도시인 타우랑가만 해도 농장이 많고, 작게는 앞마당에 닭이나 토끼 몇 마리 키우는 가정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달걀을 자급자족하거나 마당에서 양봉을 하는 가정도 있다. 자연스레 동물과 친해질 수 있는 구조다. 우리 아이는 커다란 고양이와 개가 집 안으로 수시로 들락거리는 가족농장에서 동물과 자연과 벗이 됐다. 주요활동은 동물 먹이주기와 승마, 소젖 짜기, 레몬, 오렌지 등을 따서 유기농 간식 만들기, 농장탐험 등이었다. 나무 위에선 늘 부엉이 한 마리가 아이들을 맞았다. 어느 날 아이는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어미돼지가 새끼를 5마리나 낳아서 오늘 드디어 볼 수 있는 날이라고 했다. 이름도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 같이 농장에 가니 아이는 차문이 열리자마자 닭에게 모이를 주겠다며 맨 손으로 벌레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농장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바다에 들렀다. 파란하늘과 바다는 운전을 하면서 지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안에 무궁무진한 먹을거리가 있다는 사실! 사시사철 잡히는 꽂게는 달고 실하다. 조개는 물때만 잘 맞추면 풍년이다. 채취의 재미는 컴퓨터 게임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식용달팽이만한 고둥은 아이들이 잡고, 고둥무침은 엄마들의 즐거움이다. 전복과 소라, 성게, 문어도 만나볼 수 있는데 잡을 수 있는 개수와 크기 제한 등이 있으니 미리 알아둬야 한다. 아이 손에는 어느새 고둥이 한가득이다. 진정 이 아이가 내 아이 맞는가? 발에 흙 조금 묻어도 털어내느라 바쁘고, 바닷가는 모래 때문에 근처만 서성이던 아이가 이렇게 변했다. 자연의 힘, 그리고 문화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는 거대한 자연 놀이터다. 그 자연 에너지가 전해져 결국 많은 아이들이 자연을 벗 삼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과일 따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일을 직접 따서 먹는 PYO(Pick Your Own) 농장이 많아 딸기, 산딸기, 블루베리, 아보카도, 자두 등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맛도 보고 사올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자주 할 수 없는 경험이라 더욱 신나게 즐겼던 것 같다. 진정 채취의 재미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곳이다. 뉴질랜드에서 방과 후 학습, 보습학원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스포츠를 즐기러 간다. 바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이빙해 수영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수영이다. 수영장은 마을 곳곳에 있다. 주1회 수영 수업을 받으면 매일 무료로 자유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을 택했다. 얼굴을 절대 물속으로 넣지 않고, 파도풀은 감상용이었던 아이가 강습 첫 날, 물 공포증을 없앤 것은 물론 수영을 좋아하게 됐으니 이 또한 큰 수확이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골프다. 정확히 말해 미니골프, 퍼팅이다. 뉴질랜드 북섬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 면적보다 넓지만, 뉴질랜드 전체 인구라야 우리나라의 10분의 1수준이다. 거주지 외에도 공간이 남아도니, 골프장도 많고 가격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성인 1년 골프 회원권 가격이 우리나라 골프장 2-3회 이용료 정도다. 국민스포츠로서 즐기다보니 아이들이 다양한 코스에서 퍼팅을 할 수 있는 미니골프장도 인기고, 저렴하게 강습하는 곳도 많다. 아이는 매주 8천 원 정도의 강습비를 내고 어린이 그룹 수업을 들었다. 미니골프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그저 막대기 하나 잡고 구멍 안에 공을 넣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우기에도 좋은 활동처럼 보였다. 주로 가족이 함께 즐기기 때문에 나도 합류하면서 스포츠가 재밌을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싱그러운 잔디 위에서 즐기는 승마도 매력적이다. 어린이 승마 코스가 다양하게 있어 비교적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바닷가에서 말 타고 지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바다에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서핑을 즐긴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도 파도 위에서 아찔한 스릴을 만끽한다. 바다와 가깝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다는 더없이 즐거운 놀이공간인 듯하다. 하키와 축구, 테니스 등도 인기 있는 스포츠다. 무엇보다 내게 가장 힘이 돼 준 것은 놀이터 투어였다. 비용 안 들이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엄마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바닷가에, 숲 속에, 공원에, 쇼핑몰에, 그냥 지나는 길에... 그야말로 놀이터 천국이다. 놀이터마다 기구도 다르고 특색이 있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특히 바닷가에 놀이터가 많은데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한다. 더욱이 어린아이들은 금세 친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로 어울려 놀며 영어도 빨리 늘고, 엄마들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정보도 얻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무료 바비큐 시설이 있는 곳이 많아 소시지와 닭다리 등을 준비해 가면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주말이면 간단히 샌드위치를 준비해 근교로 떠날 채비를 했다. 사실 어디든 가다 멈춰도 탄성이 날 정도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나라다.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해변 투어, 싱그러운 공원에서의 여유, 타우랑가 근처 로토루아와 타우포에 가면 신비한 화산지대와 천연온천이 기다린다. 타우랑가에도 온천이 많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천연온천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방학이나 휴일을 이용해 남섬에 가면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서던 알프스 산맥, 빙하까지 품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그렇게 뉴질랜드에 도착해 8개월여 동안 아이는 유치원에서는 모래 만지고 톱질하며 놀고, 방과 후에는 자연 속 한 점이 돼 즐겼다. 혼자 아이를 돌보며 낯선 땅에 머무는 것은 문득문득 외로움을 자아냈지만, 그럴 때마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하늘이 도닥여줬다. 돌이켜보면 매일매일이 소풍이었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한다기보다 주어진 자연을 즐기느라 바빴던 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재밌게, 잘 놀았다. 어느덧 한국나이 7세가 돼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아이, 우리의 즐거운 놀이는 여기서 끝나는 것일까? 초등학교에선 더 재밌게 논다가 정답! 제5화 '뉴질랜드 초등학교 이야기'에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Dairy 편의점, (동네에 작은) 슈퍼마켓 Dairy는 원래 유제품의, 낙농업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뉴질랜드에서는 작은 동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을 데어리라고 부릅니다. 오래전 키위들이 우유, 치즈, 빵 같은 유제품을 주로 동네 슈퍼에서 구입하면서 붙은 어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편의점 정도의 가게로 볼 수 있는데요. 24시간 영업하는 곳은 드물어요. 2. buck: 달러 뉴질랜드는 화폐단위로 달러($)를 사용하는데요. 구어체에서 달러 대신에 buck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음식점, 커피숍 등에서 얼마예요?(How much is it?) 이라고 물었을 때 5 bucks라고 답하면 5달러라는 이야기겠죠? 알아두시면 유용합니다.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3. 놀면서 성장하며 영어는 덤~ 뉴질랜드 모두에게 유치원비 ‘공짜’

어린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유치원에 갈까? 놀 기대감으로 설렐까? 아니면 닫힌 공간에 앉아 무언가를 배워야한다는 압박감부터 들까? 전자를 원한다면 일단 뉴질랜드 유치원은 합격선상에 있다. 아이들은 종일 놀이터와 실내를 드나들며 실컷 놀고 배우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만3세~5세 모든 어린이들에게 주 20시간 유치원비가 공짜라는 것은 더없는 매력이다. 뉴질랜드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아이에게 맞는 유치원 찾기였다. 영어교육 때문에 왔으니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출국 전 미리 타우랑가에서도 바다와 가까운 파파모아라는 지역에 집을 구했기 때문에 인근의 유치원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천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유치원도 많았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타우랑가의 경우 유치원이 마을 곳곳에 있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걸어서 다녔다. 차를 이용해도 10분 이내 거리에 여러개의 유치원이 있었다. 유치원 입시 전쟁, 추첨 등은 이곳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다만 학교 근처에 있는 유치원은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형제자매를 둔 경우 학교와 유치원을 같은 시간에 보낼 수 있는데다 유치원 친구들을 학교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현지 유학원 직원과 함께 4곳의 유치원을 둘러봤다.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무작정 멈추기도 했다. 사전 약속 없이 누구든, 언제든 방문해도 유치원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들은 낯선 손님을 반가워하며 다가와 말을 걸기도 했다. 솔직한 첫인상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깔끔하고 세련됨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 반면 아이들은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배트맨, 신데렐라 등 코스튬을 입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기도 하고, 나무에도 올라가 있고, 찰흙 놀이도 하고, 톱질을 하고, 선생님 무릎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도 있었다. 낮 12시가 넘어서야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깔끔하기 보다는 놀기 편한 옷을 입고 유치원을 누볐다. 뭔가 어수선한 듯 하지만 교사, 아이들 대부분이 안정되고 평온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유치원은 다른 곳에 비해 규모는 좀 작고,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곳이었다. 아이는 아담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곳을 선호했다. 대부분의 유치원은 정부보조(ECE)로 주 20시간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아이가 간 곳은 한 주에 24시간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라 아침 9시부터 낮 3시까지 주 4일을 맡기면 무료다. 나는 주 5일을 맡겼기 때문에 주당 40불을 지불했다. 환율을 800원으로 보면 주당 32,000원 정도다. 유치원마다 다소의 비용 차이는 있다. 원비는 보통 1~2주 단위로 납부하게 돼 있어 중간에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는 것도 쉽다. 등원 시간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오전 시간, 또는 오후 시간을 택하거나 부분적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대부분 오후 2시~3시 사이에 아이를 찾고, 늦으면 5시 정도에 찾기도 한다. 단, 지정한 시간보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늦게 데려갈 경우 추가비용이 발생하니 주의하길 바란다. 유치원 셔틀버스는 거의 없다. 대부분 유치원은 놀이시설이 있는 놀이터, 널따란 모래밭, 공구를 이용해 무언가 만들 수 있는 미니 공사장, 내부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의 주요활동 무대는 바깥이다. 타우랑가는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바깥에서 잘 논다. 근처 바닷가와 도서관도 가고, 구급차, 재활용 관계자들이 와서 현장 교육도 시킨다. 때때로 음악이나 그리기, 책 읽기, 다양한 게임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교실에 앉아 수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돌봄과 탁아 정도의 느낌이 강하다. 공동체 생활을 위한 기본 매너와 인성, 협동심과 사교성을 키우는 것이 큰 목표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너무 놀기만 하나 싶지만 노는 와중에 생활 영어는 빛의 속도로 는다. 주구장창 의자에 앉아서 시키는 교육과는 정확히 반대다. 보통 아이 4~5명당 한 명의 교사가 배치돼 꼼꼼하게 아이를 돌보며, 아이의 특성과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해 수시로 얘기해준다. 보통 만5세 생일이 지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만4세 아이들은 따로 불러 교육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 지내며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벤트를 즐긴다는 것. 반복되는 일상에 약간의 흥분과 재미로 신선함을 준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새해 마타리키, 할로윈데이, 크리스마스 등엔 부모도 함께 모여 파티를 즐긴다.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와 나눠 먹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가 많은데 거창한 음식이 아닌 빵과 샌드위치, 쿠키 등을 가져와 나눈다. 아이들은 그동안 배운 노래와 춤 등을 선보이는데 우리처럼 칼군무와는 거리가 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종차별? 물론 어느 곳이나 다름에 대한 어색함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어릴 때는 경계 없이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혼자 한국인이었고, 동양인이었지만 전혀 기죽지 않았다. 물론 교사와 친구들 모두 개의치 않고 아들을 대했다. '우리 아이가 영어도 못하고, 좀 다른 아이니 특별하게 대해 줬으면' 하는 생각은 이곳에서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특별대우는 덜하다. 아이의 특성에 맞추려는 노력이 더 강하다. 그만큼 엄마들 눈치도 잘 안 보는 것 같다.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러 와도 엄마들은 잘 안 돌아본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유치원은 오픈돼 있어서 언제든 엄마들이 와서 볼 수 있고, 놀이터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엄마에게 가장 부담이라면 점심과 간식 준비다. 일정 비용을 받고 샌드위치와 햄버거 등 점심을 제공하는 유치원도 있지만 대부분 엄마가 준비한다. 보통 모닝티(아침 간식), 점심, 애프터눈티(오후 간식)를 먹는데 일부 간식을 제공하는 유치원도 있다. 우리나라식으로 밥에 몇 가지 반찬을 싸가기 보다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김밥, 쿠키, 과일 등을 준비하는 유학가정이 많다. 아이들은 간편하게 빨리 먹고 놀기를 바라고 친구들과 너무 다른 도시락도 싫어할 수 있다. 처음에는 도시락 싸는 것 때문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가 서서히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편식으로 준비하는 엄마들을 많이 봤다. 최근에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유치원도 늘고 있다. 시간당 비용이 좀 더 높긴 하지만 깔끔한 환경을 좋아하는 부모들이 선호한다. 파티문화가 자리 잡은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들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엄마들끼리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아이들은 현지 문화에 한 발 가깝게 다가간다. 처음 이곳에 오면 적응하느라 3개월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울고, 6개월은 아이 혼자 울고, 일 년 정도 지나면 아이가 이곳을 떠나기 싫어 운다는 말이 있다. 어릴수록 언어와 다름에 대한 문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해결되는 것 같다.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 아이는 심지어 유치원 견학 당일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더니 다음 날부터 내게 하루 6시간씩의 자유시간을 선사했다. 아이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이 곳... 놀면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곳. 키즈카페는 눈길이 안 갈 정도로 풍부한 자연 놀이터. 초록의 자연, 눈부신 바다에 육아에 지친 엄마도 자연스레 힐링 되는 곳. 처음엔 아이의 교육에만 초점을 맞췄다 어느새 어른 놀 거리로 인해 공사다망해진 엄마... 뉴질랜드의 매력에 빠져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모자의 이야기는 제4화 '방과 후에는 뭐 하고 놀까?' 편에서 계속된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heaps of~ 많은~ 많은이라는 의미로 키위들이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에게는 많은이라는 뜻은 many, much, a lot of, lots of 정도가 익숙한데요. heaps of flowers(많은 꽃), heaps of people(많은 사람들) 등 구어체에서 종종 등장합니다. 많아.라고 얘기할 때 Heaps of!라고 외치셔도 좋습니다. 2. RSVP (초대에 대한) 참석여부 답변 알파벳 그대로 알에스비피라고 읽습니다. 프랑스어인데요. 파티가 많은 뉴질랜드에서는 초대장을 보낼 때 참석여부(RSVP)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RSVP: 11th November라고 적혀있으면 11월 11일까지 참석여부를 알려달라는 뜻입니다. 물론 연락처가 함께 쓰여 있겠죠? 미리 참석여부를 알려줘야 파티준비를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답하는 것이 좋은 에티켓입니다.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2. 결심부터 출국까지, 뉴질랜드 조기유학 준비 A~Z

왜 꼭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유학에 그렇게까지 많은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는가?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이 괜찮을까? 한국에서도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먼 나라까지 가야할까? 조기유학을 생각할 때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이다. 아쉽게도 정답은 없다. 아이들은 개별 인격과 개성을 갖춘 인격체지만 부모의 교육관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조기유학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마음가짐과 결심, 그리고 준비. 삼박자가 잘 갖춰져 첫 단추를 잘 꿸 때 유학생활은 목표점을 향해 순탄하게 출항할 수 있다. 내 사례를 들어 조기유학을 결심하고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미세먼지에 갇혀 외출하기 어려웠던 봄날. 우리 가족은 모처럼 세부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하늘, 바닷가에서 행복해하던 아이를 보며 우리의 오래 전 다짐을 떠올렸다. 아이에게 큰 세상을 만나게 해주자고. 전 세계를 다니며 뜻을 펼치고 친구를 사귀며 인생을 누리게 해주자고. 그러려면 언어가 필요하니 영어를 스트레스가 아닌,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해주자는 다짐이었다. 우리는 일상에 젖어 조기유학을 더는 미루지 않기로 했다. 부부간의 충분한 합의는 중요하다. 유학에 따른 모든 과정과 결과를 둘이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충분히 이뤄진 후 다음 단계로 들어설 것을 추천한다. 일단 우리는 한국에 돌아와 재빨리 조기유학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가장 눈에 띈 곳이 뉴질랜드였다. 자국에 머무는 만 3세~5세, 우리나라 나이로 5세~7세 모든 아이들에게 주 20시간~30시간 유치원 무상교육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다. 그것도 주입식 학습중심이 아닌 전인교육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니... 여러 사진을 보며 유치원 보다 더 눈이 간 것은 합성인가 의심될 정도의 파란하늘이었다. 초록 잔디 위 새파란 하늘, 이 축복을 일상으로 누리는 아이들의 미소. 우리아이도 저 사진 속에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머물 도시로는 타우랑가를 선택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내겐 일단 아름다운 해변 도시라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1년 내내 일조량이 풍부한 화창한 해양성 기후, 초등학교 한 반에 한국 유학생을 한 명만 두는 정책, 비교적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안전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유학 절차는 비교적 간소했다. 일단 무비자로 뉴질랜드에 입국해 공항에서 3개월 방문비자를 받으면 된다. 보통 6개월 방문비자를 연장 할 수 있으니 9개월 동안은 가족 모두 체류할 수 있다. 이후 유치원을 계속 보내려면 부모가 학생비자가 주어지는 학원에 등록하면 된다. 만 5세가 돼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부모 중 한 명에게 가디언 비자가 나오니 별도의 학원 수강이나 절차 없이 체류할 수 있다. 다른 영어권 국가와 비교했을 때 절차가 간소했다. 그래! 이곳이다. 자, 이제 갈 곳이 결정됐으니 일상 하나하나를 설계해야 될 차례다. 일단, 아무도 모르는 낯선 이국땅에 아이들과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남편이 동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편은 한국에 남아 생계를 책임지고, 엄마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제 엄마 혼자 총 책임자가 돼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 당장 비행기에서 내려 어디서 셔틀버스를 타서 목적지까지 가고, 어느 집에 머물 것이며, 어느 유치원에 가야하며, 이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든 것들이 출국 전 완벽하게 세팅돼 있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타우랑가에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현지 유학원 몇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히 학교와 주거지만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닌 비자, 학교인터뷰 지원 등 현지 생활을 돕는 정착서비스가 어느 정도 안정되게 자리 잡힌 듯 했다. 한 곳을 골라 꾸준히 연락하며 살아갈 모습을 직접 설계했다.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할 경우 학교 선정부터 하지만 유치원은 원하는 지역을 고른 뒤 현지 유학원 직원과 함께 인근의 유치원 몇 곳을 직접 가보며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 역시 현지 중고차 시장에서 직접 타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이 두 가지는 출국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급한 건, 살 집이었다. 물론 시간과 노력을 더 들일 수 있다면 유학원 도움 없이 트레이드미 등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집을 알아볼 수 있다. 유치원, 차량 등도 발품을 팔며 알아보면 된다. 다만 그 노력이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뺏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때문에 깊이 있게 생각해보길 권한다. 뉴질랜드에는 아파트가 거의 없다. 대부분 단독주택에 한 가족이 거주한다. 아름드리 야자수가 반기고, 온화한 기후 덕에 정원에는 과일나무가 즐비하다. 제각각 집들도 개성 있게 지어져 집 구경만 해도 한참이 걸린다. 하지만 단독주택인 까닭에 집값을 무시할 수 없다. 전세가 없고, 대부분 매주 주세를 자동이체로 지불한다. 학군과 인근시설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보통 방 3개, 화장실 2개 있는 단독집 기준 매월 140만 원~200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 가격대 아래와 위로도 폭은 넓지만 다수가 택하는 수준에서다. 나처럼 아이가 한 명일 경우는 잘 찾아보면 더 작은 집도 구할 수 있지만, 기회가 많지는 않다. 수도 요금과 전기 요금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또한 살펴봐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잔디도 의무적으로 깎아야한다. 외국 영화를 보면 잔디 깎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일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 혼자 잔디 깎고 잡초 뽑는 게 힘들기 때문에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 집 얘기를 좀 더 해 보겠다. 나도 불편을 겪었으며 주변에서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봤기 때문에 할 말이 많다. 유학은 생활이다. 여행이 아니다. 유학이라는 큰 목표가 있지만 일단 해외든 어디든 주거공간은 삶의 메인무대다. 좁고, 힘들어도 돈 아끼려면 참고 살아야지...라는 생각은 옳기도 하지만 매우 위험하다. 낡고 난방이 잘 안 되는 경우, 두 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 등 한국과 차이가 많이 나는 일상을 살아갈 때 불편함이 영혼을 잠식할 수 있다. 실제 아이 영어공부 때문이 아닌 살고 있는 집이 싫어서 마음의 정착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잔디관리도 본인의 힘으로 하려다 손목에 무리가 가서 지병이 된 엄마들도 있다. 물론 빠듯한 가계상황을 생각하면 아껴야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맬 때와 아닐 때를 지혜롭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유학가정의 경우 귀국시 집과 차, 살림살이를 동시에 팔고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학원 사이트를 이용해 한꺼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보통 12월 중순 이후에 방학을 하고 1월 말에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시기를 잘 선택하면 일거리를 줄일 수 있다. 누가 사용하던 살림이 싫으면 웨어하우스, 케이마트 등 창고형 매장에서 새 물건을 구입한 뒤 귀국할 때 되팔고 오는 방법도 있다. 뉴질랜드의 계절은 정확히 우리나라와 반대다. 12월은 한여름이다. 이 점을 감안해 옷을 챙기면 편리하다. 다음 계절 옷은 차후에 택배를 이용해 받으면 된다. 일단 살 곳과 아이가 교육받을 곳에 대한 윤곽이 나오자 나는 옷가지를 싸들고 거침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두려움 반 설렘 반의 항해지만, 나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옆에 나만 믿고 바라보는, 유학생활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작은 아이가 내 손만을 붙잡은 채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에겐 정말 어떤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이의 성장기는 제3화 뉴질랜드 유치원 생활에서 계속된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cool 좋은, 멋진~ 뉴질랜드인들이 정말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쿨~하다라고 하면 뭔가 멋지고 세련된 것을 이야기하죠? 좋을 때, 무언가 멋질 때, 마음에 들 때 Cool~이라고 외쳐보세요. 2. Bring a plate 음식 한 접시를 가져오세요~ 왜 접시를 가지고 오라고 하지? 접시가 부족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접시(plate)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말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학교, 유치원, 이웃, 친구 모임 등에서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를 자주합니다. 각자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는 모임이죠. 접시를 가져오라고 직역해 음식 없이 빈 접시만 가져오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오세진 방송작가

[오세진의 조기유학 생생 체험담] 1. 아이들의 천국, 뉴질랜드 ‘타우랑가’를 가다

눈부시게 파란 바닷가로 성큼 달려가 조개를 잡고, 밀려오는 파도와 달음질하며 까르르 웃음 짓는 아이. 소젖을 짜고, 새끼 양에게 우유를 주고, 닭 모이를 준다며 벌레를 맨 손으로 잡으러 다니고... 투박한 장화를 신고 진흙 농장을 누비는 아이. 상상 속에 존재하던 새파란 하늘, 그림 같은 자연을 누리는 곳. 뉴질랜드 아이들의 이야기다. 미세먼지 10Mm 이하, 무지개의 나라. 미세먼지라는 말조차 생소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맨 발로 학교와 유치원, 심지어 거리까지 활보하고, 축구를 한다. 어른들이 맨 발로 다녀도 흠이 안 될 정도로 아직 자연과 많이 친하고 덜 오염된 곳이다. 아이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곳은 여러모로 아이들에게 인심이 후하다. 특히 자국민 뿐 아니라 모든 어린이들에게 유치원이 공짜라는 혜택이 있다. 어떤 비자를 소지하든, 어떤 이유로 방문했든 무상으로 유치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만 3세~5세,한국 유치원생 5세~7세 나이에 해당된다. 주 20시간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24시간, 30시간까지 무상 교육을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다. 한국영어유치원 비용을 생각하면, 체류 비용을 감안해도 꽤 매력적이다. 한국과 무비자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9개월까지는 부모와 아이 모두 방문비자로도 체류가능하며, 차후 부모가 어학원에 등록하면 아이는 함께 체류하며 교육받을 수 있다. 또 아이가 만 5세가 돼 학교에 가면 부모 중 한명은 가디언 비자를 받아 체류 가능하다. 타국에 비해 체류 절차가 간소한 편이다. 어떤 이들은 뉴질랜드가 영어 교육을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한다. 미세먼지로부터의 탈출, 그리고 유치원 무상교육. 그것이 내가 뉴질랜드로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나는 타우랑가라는 해변도시에 6살 맞은 아들과 첫발을 내딛고, 평생 못해본 경험을 하며 하루하루를 다이나믹하게 채웠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소소한 듯, 어마머마한 일상이다. 자녀 영어 교육으로 고민하는 많은 부모와 10회에 걸쳐 이 경험을나누려 한다. 일단 유학, 그것도 조기유학을 결심하는 것 자체가 삶의 줄기를 바꾸는 중요한 선택이었다. 이 여정을 강행하기 위해 당연히 비용문제가 해결돼야 했다.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되고, 생활비는 더 드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남편과 나는 아직 젊으니 나중에 같이 벌어서 갚자는 마인드로 동지가 됐다. 신랑과 입버릇처럼 한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외국 생활을 하며 영어도 자연스레 익히고 다양한 인종, 문화를 접하게 하자고. 물론 우리는 둘 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영어를 접했고, 나는 영어 관련 직종에도 종사했지만 글로만 배우는 영어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이에게는 제한된 조건을 넘어서게 하고 싶었다. 태초의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아이에게 영어를 놀이처럼,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잠시나마 한국 생활의 모든 것을 멈추고, 남편을 기러기로 만들고, 친정과 시댁의 동의를 얻어 출국길에 오르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도 그 때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순 없다. 득과 실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이는 영어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하며 1년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국내에서는 몇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수준의 영어 학습을 마쳤다. 내가 아무리 도전정신이 있는 편이라 해도,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다행히 타우랑가엔 유학 준비부터 현지 생활을 도와주는 유학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집 알아보는 것부터 유치원 선정, 공항픽업, 현지 정착 서비스가 연계돼 있다. 현지에 지내는 동안 비자 연장, 병원, 학교 인터뷰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사람도 어느 정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타우랑가는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걸어서 또는 차로 몇 분 이내에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 도시다. 18만명 정도의 인구에, 남섬에 비해 비교적 지진과 쓰나미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은 한 반에 한국 유학생을 한 명만 두는 정책을 편다. 한국 학생들끼리만 어울리는 걱정이 덜하다. 빠르게 영어를 습득해야 하는 유학생들에게 큰 장점이다. 2016년 5월31일, 이 땅에 발을 내딛은 첫날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방이 온통 분홍빛 노을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머리 위로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하늘을 수놓은 은하수가 낯선 땅에 떨어진 고된 마음을 토닥여줬다. 새파란 하늘, 쏟아지는 별빛...이 세상이 천국의 모형을 본떠 만들어졌다면 이곳이 그 증거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아들이 다닌 유치원은 한 주에 24시간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라 아침 9시부터 낮 3시까지 주 4일을 맡기면 무료, 나는 주 5일 맡겼기 때문에 주당 40불을 지불했다. 환율을 800원으로 보면 주당 32,000원 정도다. 우리나라처럼 교실에 앉아 수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시간을 모래밭, 미니 공사장, 놀이기구 등이 갖춰진 놀이터에서 뛰놀고, 근처 바닷가나 도서관으로 놀러간다. 어찌 보면 너무 놀기만 하나 싶지만 노는 와중에 영어는 빛의 속도로 는다. 보통 아이 4-5명당 한 명의 교사가 배치돼 촘촘하게 아이를 돌본다. 유치원은 오픈돼 있어서 언제든 엄마들이 와서 볼 수 있고, 놀이터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초등학교에 가면 더 열심히 논다. 뉴질랜드 초등학교의 특징은 다양한 액티비티다. 놀이와 공부의 경계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활동을 통해 배우며 자란다. 책걸상도 없고, 교과서도 따로 없고, 성적에 따라 등수를 매긴 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이 곳. 대신 개인의 학습 능력에 맞춰 스스로 공부하는 자율 학습형 교육 시스템, 건강한 심신 발달에 집중하는 교육방식을 채택한다. 처음 이곳에 오면 적응하느라 3개월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울고, 6개월은 아이 혼자 울고, 일 년 정도 지나면 아이가 이곳을 떠나기 싫어 운다는 말이 있다. 어릴수록 언어와 다름에 대한 문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해결되는 것 같다.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 아이는 심지어 유치원 견학 당일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더니 다음 날부터 내게 하루 6시간씩의 자유시간을 선사했다. 아이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이 곳...놀면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곳. 키즈카페는 눈길이 안 갈 정도로 풍부한 자연 놀이터. 초록의 자연, 눈부신 바다에 육아에 지친 엄마도 자연스레 힐링 되는 곳. 알짜배기로 즐기고 누리기 위해선 유학 전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유학결심부터 출국까지 준비 노하우는 제2화 뉴질랜드 유학 준비편에서 계속된다.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Awesome 멋진. 굉장한. 사실 굉장하지 않아도 좋다~ 정도의 표현에도 이 말을 상당히 자주 씁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 값을 계산했는데 Awesome이러기도 하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2. BYO(Bring Your Own) 본인이 먹을 것(술)을 가지고 오세요~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주로 주류를 이야기합니다. 누군가 생일파티를 하는데 BYO alcohol 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자기 마실 술은 자기가 가져오라는 뜻입니다. 우리 정서와는 좀 안 맞죠? BYO라고 써 있는 식당은 자신이 마실 술을 갖고 들어 갈 수 있습니다. NO BYO! 라고 써있으면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주류 반입금지, 또는 음식물 반입금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세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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