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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폭력의 삶을 견디는 이들을 위한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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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된 폭력은 도처에 널렸다. 사회 체제 유지를 명목으로, 오래된 관습이란 이유로, 혹은 종교의 규율이란 탈을 쓰고. 여기,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폭력과 억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향한 연대의 손길을 풀어내거나 묵직한 고발로 의제를 던진 책 두 권을 만나본다.

 

파시클
파시클

 

■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에는 100만명 가량의 로힝야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의 소수민족 중 하나. 버마족이 정치와 군사 등 주류를 장악한 가운데 로힝야족은 1982년 시민권이 박탈되고 사회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잃어버렸다. 급기야 2017년 8월에는 1만명 이상의 로힝야인들이 학살 당한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살아남은 이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한 곳이 이곳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캠프다.

 

캠프 안의 임시 거주지인 셸터는 가족이 몸을 눕히고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좁고 어둡다. 이 곳에서 52%가량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로힝야의 규율 탓에 더욱 고립되고 억눌린 삶을 산다.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파시클 刊)는 이 난민 캠프의 여성들을 위한 마련된 작은 공동체 ‘샨티카나’를 구성하는 여성들과 활동가, 연대하는 창작가의 이야기다.

 

한국의 인도적지원활동가, 다원예술창작자, 국제분쟁전문기자, 독립연구자 등이 ‘산티카나’에서 생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샨티카나’는 억눌린 삶을 사는 난민 여성들에게 울타리 역할이 되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캠프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다른 캠프 안의 여성을 돌볼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돕는다.

 

이웃 여성들과 유대관계를 쌓으며 정신적 성장과 회복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제약 너머로 걸어 나가는 여성들에게 샨티카나는 마음껏 소리내고 웃으며 함께 춤출 수 있는, 또 다른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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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

 

■ 가부장제 폭력·차별에 맞선…투계

 

집과 가족이란 핏줄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헤치는 건 불편하다. 에콰도르 출신의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가 지난 2018년 이 소설집을 펴낸 것도 이런 공동체 내의 위선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여성과 아이들, 약자이기 때문이다.

 

13개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투계’(문학과 지성 刊)는 가족 안에 존재하는 은폐된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여기서 아버지, 남성이란 존재는 가족 내 최상위 계급이다.

 

단편 ‘경매’는 여성이 괴물이 되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끔직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투계꾼인 아빠는 어린 딸을 투계장에 데리고 다녔다. 거대한 수탉에 겁을 먹으면 아빠는 말한다. “계집애처럼 굴지 말라고, 그냥 닭이잖아, XX.” 아이는 투계꾼 남성들이 만지거나 키스할 때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다. 같은 말을 들을 게 뻔하니까. 대신 다른 방법을 택한다. 투계꾼들이 죽은 닭의 창자와 피와 닭똥에 구역질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자기 몸에 범벅을 했다. 그러자 투계꾼들은 아빠에게 말했다. “네 딸은 괴물이야.”

 

‘새끼들’에 나오는 이 문장은 현실을 간결하고 간소하게 드러내 더 현실적이다. 일상적이라 “나도 역시 졸업했고 대학에 진학했고 또 학업을 마쳤고 나는 계속해서 남자들에게는 네,라고 말했고 이 집 저 집에서 벽에 던져져 깨진 값싼 유리컵처럼 나도 그렇게 깨지곤 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성장했다.”

 

책은 가족이기에, 핏줄이기에 피할 수 없고 은폐된 채 대물림되는 남성 가족의 폭력,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며 수탈해 가는 가부장적 사회, 그에 맞서 욕망하길 멈추지 않는 여성들의 숭엄한 생존 투쟁을 시종일관 전한다. 13편에 담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이야기는 당연하게 마주해야 하는 매일을 견뎌내는 이들을 위한 애도, 사회를 향한 반항적인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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