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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경제이슈] 환율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김현수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올해 들어 국제유가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1천200원을 넘어서면서 고환율 적색경보 등의 제목으로 환율상승에 대한 우려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반면 2020년 12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환율 하락에 수출기업 비상 등의 언론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환율이 상승할 때에도, 하락할 때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환율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환율변동은 수출입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상승하면 동일한 가격에 원유를 수입하더라도 원화기준으로는 가격이 올라간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에서 1천200원으로 상승하는 경우 배럴당 100달러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원화는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와 같이 원화로 환산한 수입 원자재 및 부품 가격이 오르면 생산원가가 증가해 생산자물가가 상승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환율변동은 수출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1개당 66만원인 스마트폰을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에서 1천200원으로 상승하면 스마트폰의 미국 내 판매가격은 600달러에서 550달러로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환율이 올라가면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해 수출이 증가한다. 반면, 수입의 경우는 환율상승으로 인해 해외 재화의 원화표시 가격이 높아지면서 감소한다. 따라서 환율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출증가 및 수입감소를 통해 경상수지를 개선시킨다. 마지막으로 환율변동은 경제주체 개개인의 손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지므로 관련 업체의 근로자는 환율 상승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반면,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해외 가족에게 송금을 하는 경제주체의 경우 환율상승시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가 소요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환율의 상승이나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주체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은 그 방향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변동하게 되면 수입이나 수출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무역이 위축되고,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해 국민경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지금처럼 환율변동이 국제 원자재가격과 동반 상승하는 시기에는 물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에도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환율위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김현수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한은이는 요즘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제품을 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내려놓곤 한다. 삼겹살부터 계란, 라면까지 오르지 않은 식료품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떠들썩 거리지만 한은이는 물가상승률이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체감물가)의 상승률이 물가지수 작성기관에서 발표하는 물가지수(지표물가)의 상승률보다 더 높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이와 같은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간의 괴리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개인마다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조합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지표물가는 모든 조사대상 품목들의 지수를 가중평균해 산출하므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입장에서의 평균적인 물가변동을 나타낸다. 이에 비해 체감물가는 해당 가계나 개인이 자주 구입하는 몇몇 품목의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둘째, 가족 구성원 증가에 따른 소비량 증가 또는 품질이 향상된 제품에 대해 지불하는 높은 가격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모두 물가상승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가계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식재료와 의류를 구입하게 되고 교육비도 증가하는데 소비자들은 이를 물가상승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소비 수량의 증가로 경제성장에 해당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좋은 품질의 TV, 냉장고 등을 구입하며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 이러한 가격상승 전부를 물가상승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물가지수에는 품질향상분을 제외한 순수한 가격인상분만이 반영되므로 물가지수 상승률은 시장가격 상승률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하는 시점과 지표물가의 비교시점이 서로 다른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표물가의 상승률로는 전월비 또는 전년동월비가 주로 이용된다. 반면 개인들은 현재의 물가수준을 과거 가격이 상당히 낮았던 시점과 비교하거나 구매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더라도 지난번 구매 당시의 가격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는 소비자의 주거비용인 전세나 월세는 포함되나 아파트가격은 포함되지 않는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파트가격의 상승은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아파트 구매에 따른 주거서비스 혜택이 수년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므로 아파트 구매는 소비(consumption)가 아닌 투자(investment)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물가지수 작성기관인 통계청은 생활물가지수와 같은 보조지표를 작성하고, 5년마다 경제사회 구조 및 가계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해 조사 품목 및 가중치 등을 갱신함으로써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현주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고용 양극화

일반적으로 임금 분포에서 중간 그룹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이 줄어드는 현상을 고용 양극화(job polarization)라고 한다. 노동시장의 허리가 사라진다고 비유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지난 수 십년간 공통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경제적 현상이다. 고용 양극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집단이 코로나19 취약 집단과 상당 부분 중첩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최근 1~2년 사이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양극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됐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고용 양극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계가 반복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는 가설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예로 최근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에 등장하고 있는 키오스크를 들 수 있다.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늘어날수록 판매에 필요한 직원이 예전보다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각종 회계경리 프로그램의 발달로 사무 종사자의 수요가 감소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ICT 자본의 가격(키오스크 및 회계경리 프로그램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노동자를 빠르게 대체하게 된다. 이러한 대체 현상이 임금 분포상 상위에 속하는 인지 노동자나 하위에 속하는 육체 노동자보다 중위에 속하는 반복 노동자 그룹에서 쉽게 이뤄지기 때문에 고용 분포상 머리와 꼬리만 남는 양극화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2008년 전체 노동자 대비 반복 노동자의 비중이 69%였으나 2019년에는 62.4%로 감소했다. 특히 산업별로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 근로자에서 주로 관찰된다. 또한 연령별로는 핵심생산인구(30~49세)보다 청년 및 고령층에서,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 노동자보다는 임시일용 노동자 계층에서 반복 노동자 비중의 감소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들 고용 양극화의 취약계층이 최근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입은 그룹과 상당 부분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가계소득의 주요 원천인 임금의 불균형적 분포를 야기해 소득 및 소비의 불평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위 소득분위로의 동태적 이동이 어려워진다면 사회적 양극화가 고착화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충격 이후 취약 그룹의 노동자가 하위 소득부문으로 편입되고 이것이 영구적인 구조 변화로 이행되어 상흔(scarring effect)으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 정책과 사회 안전망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진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글로벌 디지털세 최근 논의 현황

OECD 주도로 필요성이 제기된 디지털세(Digital Tax)가 도입될 전망이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물리적인 사업장 소재지가 아닌 국가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장에 참여, 창출하는 수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서 구글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법인세는 통상 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부과되지만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이익은 사업장의 소재지 외에서도 발생하므로, 가치창출과 과세권 배분의 불일치에 따른 조세회피 발생 가능성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예컨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조세율이 낮은 나라에 사업장을 세워놓고 실제로 큰 수익을 얻는 나라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방식을 활용해오고 있다. 실제 2020년중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4천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이에 대해 22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한편 지난 10월 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이행체계(IF) 총회에서 회원국 136개국이 합의한 디지털세 최종합의문이 발표됐다. 합의안은 매출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필라1(pillar1)과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필라2(pillar2)로 구성되며 2023년 시행예정이다. 필라1은 연결 매출액 27조원,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초과이익(영업이익률 10% 초과분)에 대해 25%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필라2는 연결매출액 1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에 대해 15%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처 활용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필라1이 시행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과세대상에 포함될 전망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외 국가에 디지털세를 부담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거대 글로벌 기업(구글, 넷플릭스 등)에 대한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시점에는 필라1과 관련해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납부하는 것보다 다국적기업들이 국내에 내는 세금이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필라2 도입 역시 국내 세수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한편, 세율이 낮은 외국에 법인을 둔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2021년 OECD가 발표한 국가별 명목 법인세율 기준을 보면 최저한세율이 15%가 안 되는 나라는 스위스, 버진아일랜드 등 22개국이며, 저세율국 22개 나라에 진출한 한국 법인은 총 81개(법무법인 율촌 계산)이다. 또한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에 있는 베트남 역시 명목세율은 15% 이상이지만 각종 조세 혜택으로 실효세율이 낮아 일부 기업들이 디지털세 사정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저세율 국가 및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디지털세 적용 예상 기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분쟁해결절차 등과 같은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박다연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조사역

[알기쉬운 경제이슈] 기업의 자금조달방법

음식료품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부터 제품이 잘 팔리지 않자 고민이 많아졌다. 영업은 부진하지만 직원들에게 월급도 지급해야 하고 공장도 운영해야 하므로 단기적으로 사용할 자금을 구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변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자금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기업은 사업을 운영해 나가면서 여러 목적으로 자금을 구해야 한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업이 영업활동 등을 통해 축적한 내부자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부자금은 말 그대로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사용기간도 제한이 없어 편리한 조달수단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내부자금만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벤처기업과 같이 미래에 성장이 기대되지만 현재 수익이 없는 기업들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기업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빌리는 것과 투자받는 것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자금을 빌리는 방법은 기업이 정해진 약속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는 원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돈이라는 의미로 타인자본이라고 한다. 자금을 빌리는 방법은 은행을 통해 자금을 빌리는 간접금융과 은행을 통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회사채(채권)를 발행하는 직접금융으로 나눌 수 있다. 간접금융은 개인이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과 유사한 반면 회사채를 발행하는 직접금융은 기업의 독특한 자금조달방법이다. 자금을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 기업은 이익과 손해에 무관하게 이자와 원금을 정해진 기일에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반면 외부의 간섭 없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인 투자를 받는 것은 출자를 받는다고 표현하며, 출자받은 자금은 자기자본이라고 한다. 투자자는 전체 지분 중에서 본인이 투자한 비율만큼 그 기업의 주인이 되기 때문에 경영에도 관여하게 된다.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 중 본인이 투자한 지분만큼을 대가로 받게 되기 때문에 투자금액이 기업경영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외부에서 투자받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서인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기업이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기업은 원금과 이자를 갚을 의무가 없어 자금 운용이 안정적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기업의 주인이 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기업경영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마다 자금조달 목적, 필요자금 규모와 시기, 재무상태, 경영철학 등이 다르므로 기업은 자금조달 시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자금조달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개인들도 기업의 자금조달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 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김주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물가안정과 기대인플레이션

나현주 과장 최근 인플레이션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만에 5%대로 상승하면서 미 연준은 지난 9월 올해와 내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개월 연속 2%대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채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가가 장기간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경제주체들은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제주체들이 예상하고 있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기대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의 주관적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협상, 가격설정, 투자결정 등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면서 최종적으로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경제지표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살펴보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행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가계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시 구매력 하락을 우려해 기업에게 명목임금 상승을 요구한다. 명목임금이 고정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구매력(화폐1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기업의 경우에는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더라도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제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실질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소비를 앞당기고자 하는 유인이 커져 가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제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우선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으로부터 경제주체의 활동 및 향후 인플레이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중앙은행은 금융안정이나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해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수행할 여지가 크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 주최 정책 포럼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이 미래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끄는 증거를 발견한다면 대응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 동향을 파악할 때,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이외에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변화 등에 유의해서 살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현주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물가지수의 이해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지난 4월 대파 가격이 폭등해 집에서 대파를 직접 재배한다는 파테크가 유행한 바 있다. 5월에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하며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최근까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7.1% 상승했고, 8월 수출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는 각각 18.6%, 21.6%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는 모두 우리나라의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임에도 각각의 상승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세 물가지수의 작성 기준과 용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물가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중요도에 따라 평균한 종합적인 가격수준을 의미한다. 물가지수는 이러한 물가의 움직임을 지수 형태로 나타낸 것으로, 기준시점을 100(2015년이 기준년일 경우 2015=100)으로 표시하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의 평균적인 구매력 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지수로, 가계에서 주로 소비하고 동종 상품군의 가격을 대표할 수 있는 품목들로 구성돼 있다. 최종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작성하다 보니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물가지수이기도 하다. 다만 일상 생활에서는 주로 구입하는 일부 품목의 가격변동만을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각자 느끼는 체감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와 다를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생필품 및 신선식품을 별도로 분리한 생활물가지수가 공표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의 경기 판단을 위한 기초자료, 국민연금의 화폐 구매력을 감안한 연금 지급액 조정 기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하도록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의 기준이 되는 지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시장에 출하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지수로서 생산자가 실제로 수취하는 기초가격을 기준으로 조사한다. 기초가격이란 구매자가격에서 운송마진, 생산 물세(특별소비세, 교통세, 주세, 담배소비세 등)를 차감하고 생산물보조금은 합산한 가격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나타낸다면,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의 비용인 생산원가와 관련이 있다. 생산원가가 오르면 생산자는 시차를 두고 이를 판매가격에 전가하게 되므로 소비자물가지수가 생산자물가지수를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소비자에게 생산자물가지수 변동을 모두 전가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식재료 값이 오른다고 식당에서 음식 가격을 바로 인상한다면 그 식당을 찾는 손님은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식재료 가격이 내렸다고 음식 가격을 인하하는 식당 주인도 흔치 않다.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는 생산자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작은 경향이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계약가격의 조정, 예산 편성, 상품의 수급상황 및 경기동향 파악을 위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명목금액에서 물가요인을 제거해 실질금액으로 환산해주는 디플레이터로도 쓰이고 있다. 수출입물가지수는 우리나라가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작성된다. 수출입물가지수는 수출입 계약시점을 기준으로 조사해 국내물가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주된 수출품목인 메모리반도체와 LCD 등 전자ㆍ광학기기, 주된 수입품목인 원유, 천연가스 등 광산품은 각각 가격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수출입물가지수의 변동성은 생산자물가지수보다 큰 편이다. 수출입물가지수는 수출의 채산성 변동 및 수입원가 부담 파악 등에 활용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변동하듯 수출물가의 등락을 보면 국내 수출의 채산성을 가늠할 수 있다. 나아가 수출상품과 수입상품의 교환비율인 교역조건을 계산하는데도 수출입물가지수를 활용한다. 수출물가가 수입물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면, 기존보다 유리한 비율로 우리나라의 수출품과 외국의 수입품을 교환할 수 있어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무역이익이 증대되는 식이다. 오지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조사역

[알기쉬운 경제이슈] 디지털세(Digital Tax)란?

조세제도에는 허점이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산 론스타의 세금 회피가 이를 악용한 사례다. 2007년 국세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으로 벌어들인 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했으나 대법원은 외국법인으로서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 법인세 부과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고정사업장은 지점, 사무소 등 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행 국제 조세제도상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은 법인세 납부 의무가 없다. 론스타는 국내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었음에도 조세 회피처를 경유함으로써 세금을 교묘히 피해갔다. 조세제도는 간혹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금융혁신으로 출현한 신금융상품에 대한 과세근거는 한발 늦게 마련된다. 2002년 출시된 엔화스왑예금은 고객이 원화를 맡기면 엔화로 바꿨다가 선물환거래를 통해 만기시 엔화를 되팔아 원화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국세청은 선물환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이자소득으로 간주해 과세처분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동 소득은 외환매매이익으로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후 세무당국은 이자소득 상품(예금)과 파생상품(선물환)이 결합해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운용되는 경우 모든 소득을 이자소득으로 간주하도록 세법을 개정했다. 일명 구글세로도 불리는 디지털세는 조세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시대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는 전통산업과는 달리 고정사업장 없이 수익실현이 가능하고 무형자산 의존도가 높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시장,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사업, 넷플릭스ㆍ우버 등 구독ㆍ공유 비즈니스의 경우 사실상 고정사업장이 무의미하다.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무형자산(지적재산권)을 아일랜드 등 저세율국으로 이전한 후 시장소재지에서 저세율국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최소화했다. 조세회피의 의도는 다분하나 어떠한 법률도 위반하지 않았으니 합법적 탈세라 할 만하다. 디지털세는 바로 특정 국가 내 고정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글로벌 IT 기업이 매출을 발생시킬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이다. 지난 7월 주요 20개국은 베네치아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디지털세 부과를 포함한 조세 개혁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액 200억 유로, 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들이 과세대상이다. 당초에는 디지털 서비스 산업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후 소비자 대상기업까지 확장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디지털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프랑스, 주요 글로벌 IT 기업이 소재한 미국, 기업 유치 감소를 우려하는 아일랜드ㆍ네덜란드 등 각국의 셈법이 복잡하다.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질 디지털세 세부방안을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성경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ESG와 지속가능한 금융

한국은행_김현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2020년 연례 고객 서한에서 석탄 연료를 사용해 얻은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주요 금융기관들이 환경파괴, 해당 지역 주민의 인권침해 등을 야기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자금을 공여하지 않겠다는 협약인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에 가입하는 등 ESG 경영을 선언하고 실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최근 들어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ESG 펀드 및 채권 등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면서 뉴스에서 ESG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결합한 용어로 기업경영에 있어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는 2004년 UN Global Compact에서 최초로 사용됐는데,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및 지배구조 투명성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장기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도입됐다. 2015년 UN 기후변화 협약 체결을 계기로 주요 국제기구, 회계단체 등은 ESG 관련 분류체계, 공시제도, 감독체계 등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 가운데 각 국가는 타 산업보다 금융회사에 대해 ESG 공시를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에서는 2022년 말까지 회원국 내 판매되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환경 및 사회적 기준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미국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증권선물위원회(SEC)에 ESG 관련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이렇듯 금융회사의 ESG 경영이 강조되는 이유는 금융회사가 일반 제조업과 같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인 동시에, 공공성을 기반으로 국가 내 자금순환의 중재자로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ESG 경영은 금융투자 및 자금중개기능 수행 과정에서 투자 대상회사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 금융기관이 생산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자금을 배분하고 모니터링 기능을 수행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왔다면, 이제는 ESG 요소를 고려해 환경이나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줄이고 이들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 등으로 미래의 지속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의 자원배분을 유도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리스크가 부각되고 코로나19 이후 소득 양극화 확대가 심화되면서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과 금융기관에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막연한 미래의 일로 예상했던 기후변화가 전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ESG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접근했던 지속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하게 반영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ESG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분류체계나 공시기준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ESG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평가, 분류, 공시체계의 표준화와 투명화 노력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은 기존의 전통적 금융리스크 외에 ESG 요소를 고려하는 한편, 그린워싱(ESG 요소가 미반영된 ESG 상품 판매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친환경 원자재 및 소재기술 확보, 신재생에너지 사용, 지배구조 선진화 등 비재무적 목표 달성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의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지원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현수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다. 국내 누적 확진환자는 20만명, 사망자는 2천명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중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 종식이 멀지 않았다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현재 우리는 델타변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한 4차 대유행을 경험하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제약 하에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일상의 모습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사 속 감염병 대유행 사례를 보면 대체로 팬데믹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빠르게 회복되며 호황을 맞는 가운데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화들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절반가량이 사망한 이후 지주에 대한 농민의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봉건 경제가 와해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높아진 실질임금에 힘입어 도시에서 생산된 공산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도시화가 촉진됐다고 한다. 1830년대 콜레라가 덮친 프랑스는 전염병이 종식되면서 경제적 부흥을 맞이하고 산업혁명의 기반을 닦은 바 있다. 1919~1920년 스페인독감이 유행하던 시기에 미국에서는 저축률이 크게 높아졌다가 일상회복 이후 고용이 정상화되고 소비가 늘어난 기록이 있다. 이 시기에 위험회피성향이 줄어들면서 신생 벤처기업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보다 최근의 에볼라, 사스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건 충격과 경기침체 이후에 자동화 도입이 촉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우리에게 생소하게 보이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도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역사의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질병에 대한 이해 및 대처 능력, 노동과 자본의 이동 용이성, 글로벌 가치사슬 등 여러 측면에서 과거와 현재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과 종식 이후의 전망 역시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은 어떤 모습이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현재까지의 코로나19 영향을 살펴보면 감염병 발발 초기에는 국경 봉쇄로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에 차질이 생기는 등 공급 측면의 문제가 일부 업종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수요측면을 통해 주로 나타났으며 특히 수요항목 중 소비 부진이 침체의 주된 원인이었다. 코로나19 기간 중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 하락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소비 부진의 영향이 지배적이었고 투자의 영향은 미미했다. 또한 수출이 감소했지만 수입은 더욱 크게 감소해 대외부문 전체로는 오히려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경기회복은 업종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제조업 생산과 수출은 이미 팬데믹 이전 추세를 회복한 반면 고용, 민간소비 및 서비스업 생산에서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과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돼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물적ㆍ인적 자본 투자가 감소해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비대면 문화의 정착과 자동화 도입 촉진 역시 이번 팬데믹 전과 후의 삶을 다르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 종식 이후 각국은 충격으로부터 회복하고 호황을 경험하는 국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경제 곳곳에 흔적이 남겨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과거와 현재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박영진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탄소국경세와 제조업 위기

지난 14일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핵심으로 하는 입법안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EU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탄소국경세란 EU 내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이 더 많을 경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다. EU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역내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탄소국경세를 통해 동일한 탄소 배출에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기업들로부터 역내 기업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은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2023년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되며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미국 역시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9대 통상 의제를 담은 통상 정책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9대 의제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탄소 국경조정세(Carbon Border Adjustment Taxes)를 포함하면서 도입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급증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탈탄소 패러다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EU의 이번 조치는 충분히 예견된 움직임이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2019년 새로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탈탄소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2050년에서 2060년 사이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0으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스웨덴,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헝가리 등의 국가들은 2050년 내 탄소중립 달성을 이미 법제화했고, EU, 미국, 한국, 일본 등 다수 국가들은 2050년, 중국은 2060년을 탄소중립 목표 연도로 선언했다. 그렇지만 당장 2023년부터 도입되는 탄소국경세는 일본, 한국, 중국, 인도 등 후발 주자들에 대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고,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조업 중에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계는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인 석유화학, 정유, 철강, 시멘트 산업 등이다. 이러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들은 제조 에너지원의 탈탄소화, 제조 프로세스의 효율화와 환경 혁신이 요구된다. 그리고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변화하는 추세에 대비할 수 있도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들 위주로 세금 감면유예 정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패러다임 전환기에 파생되는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친환경 신기술신산업에 대한 투자육성에 나서야 한다. 세계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미래경쟁력을 키워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할 때인 것이다. 박다연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조사역

[알기쉬운 경제이슈] 불가능의 삼각 정리

경제학에서는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 ▲환율 안정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불가능의 삼각 정리(The Impossible Trinity) 또는 트릴레마(Trilemma)는 한 번 이해해두면 경제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정리에 따라 달성 가능한 세 가지 경우를 살펴보며 왜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 두 가지를 목표로 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타국의 금리 정책과 무관하게 자국 내 경제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하게 되므로 국가 간 금리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에 따른 자본의 이동으로 환율이 변동하게 된다. 타국 통화정책과 무관하게 통화정책을 수행하고자 하면 환율이 변동하게 되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통화정책을 타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해 수행하게 된다. 다음으로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 환율 안정 두 가지를 목표로 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미리 지정한 환율(통화가치)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수행하게 되므로 사실상 독립적인 통화정책은 불가능해진다.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므로 장기적인 환율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되겠지만, 단기적으로 국가 간 금리 차이로 인해 환율이 변동되기 때문이다. 자국 내 경제상황만 고려해 통화정책을 수행하면 국가 간 금리 차이로 환율이 변동하게 되고,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수행하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환율 안정,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 두 가지를 목표로 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두 목표를 추구하면서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까지 허용할 경우, 자본유출입 압력이 발생해 환율이나 국내 금리가 변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국내 금리가 상대적으로 타국보다 높다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국으로 해외자본이 유입돼 자국통화 가치가 저하(환율이 상승)되는 식이다. 이때 환율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수행하면 결국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게 된다. 현실 경제에서는 어느 국가이든 경제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조금씩은 유동적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어떤 두 가지를 선택하면 나머지 한 가지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외 경제 동향을 살필 때 이 이론이 충분히 도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이승훈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선물ㆍ옵션의 이해와 ‘네 마녀의 날’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네 마녀의 날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주가지수 선물 및 옵션,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 총 4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치는 날로, 주가가 요동칠 때가 잦아 마녀가 심술을 부린 것 같다며 네 마녀의 날이라 부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3, 6, 9, 12월 둘째 주 목요일이 네 마녀의 날이다. 선물과 옵션이 무엇이기에 이들의 만기가 도래하는 날에는 주가가 요동치는 걸까. 오늘은 선물과 옵션이 무엇인지, 그리고 선물ㆍ옵션의 동시만기일에 주가 변동이 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파생상품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해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상품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선물과 옵션이 있다.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어떤 상품을 특정 가격에 사고(선물매수), 팔기(선물매도)로 약정하는 것을 의미하고, 옵션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어떤 상품을 특정 가격에 사거나(콜옵션), 팔(풋옵션) 권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올해 가을 쌀 가격이 오를까 봐 걱정된다면, 9월에 쌀 한 가마니를 현재 가격(20만원이라고 가정)에 구입하기로 농부와 미리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것이 2021년 9월 만기 쌀 선물매수 계약인 셈이다. 또는 9월에 쌀 한 가마니를 20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1만원에 살 수도 있는데, 이는 9월 만기 쌀 콜옵션을 1만원에 매수한 것이다. 선물계약을 맺은 사람은 약속한 만기일인 9월에 쌀값이 20만원보다 저렴해도 20만원을 지불하고 쌀을 인도받아야 하지만, 콜옵션을 매수한 사람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해도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선물은 쌀값이 하락할수록 손실이 커지지만, 옵션의 손실은 제한적이다. 한편 풍년이 들어 쌀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선물매수 및 콜옵션 매수 계약자와 반대로 가을에 쌀을 현재가격에 매도한다는 선물매도 또는 풋옵션 매수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약속한 만기일에 쌀값이 현재가격보다 저렴해진다면, 이 계약자는 시세대로 쌀을 사고 계약한 가격에 매도해 차익을 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식 선물ㆍ옵션은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ㆍ옵션이며 그 외에 코스닥시장의 150개 종목을 담고 있는 코스닥150 선물ㆍ옵션, 삼성전자 선물, 카카오 콜옵션 등 개별 주식 선물ㆍ옵션 등이 있다. 금융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은 대개 앞서 예시로 든 쌀 선물ㆍ옵션의 20만원 수준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현실의 파생상품시장 참가자들은 손실 회피를 위해 복잡한 거래를 하게 된다. 주가지수가 오르면 이익인 코스피200 선물과 주가지수가 내리면 이익인 풋옵션을 함께 매수하기도 하고,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현물 주가보다 고평가됐다고 판단되면 선물을 팔고 코스피200 바구니에 들어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대형주 현물을 매수하는 등 하나의 거래 주체가 여러 건의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선물, 옵션은 만기일에는 무조건 권리를 행사해야 하다 보니, 선물ㆍ옵션의 만기가 동시에 돌아오는 네 마녀의 날에는 이러한 복잡한 거래들이 동시에 청산된다. 그렇다 보니 네 마녀의 날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큰 경우가 잦은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중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거래대금은 3천26조원인 반면, 코스피200 선물(최근월물 기준) 거래대금은 6천46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2배 수준이다. 이처럼 파생상품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파생상품시장이라는 꼬리가 유가증권시장이라는 몸통을 흔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파생상품의 개념을 알아두는 것이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지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조사역

[알기쉬운 경제이슈] 행복지수와 GDP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역작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세계문학사상 최고의 도입부로 칭송받는다. 행복은 주관적인 감정이고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있을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안전의 위협을 받는 환경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의 행복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만약 불행하다면 그 이유는 제각각일까? 국가미래연구원이 추계한 2020년 4분기 국민행복지수는 50.88로 전 분기 대비 23.53p 하락하며 지수작성(2003년 1분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행복지수는 경제성과 지속가능성, 삶의 질, 그리고 경제ㆍ사회 안정 및 안전 부문으로 산출되는데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주거지수가 하락하고 교양오락비, 실질최종소비 등이 감소하면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개발원이 산출하는 2020년 국민 삶의 질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독거노인비율, 아동학대피해 경험률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며 주관적 웰빙, 가족ㆍ공동체, 주거, 안전 영역 등이 악화됐다. 미국의 경제학자 오쿤이 고안해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값으로 산출되는 경제고통지수는 작년 12월 4.6에서 올해 4월 6.3으로 상승했다. 그간 낮은 물가수준 덕에 안정적이었던 이 지수는 작년 말부터 실업률과 물가가 동반상승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5~29세 청년의 체감실업률과 청년물가지수상승률로 산출하는 청년고통지수는 2020년 113.36(2015년 100)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굳이 수치화된 지수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일용직, 자영업자들에게 소득급감의 충격이 집중되고 디지털 경제 진전으로 고숙련ㆍ저숙련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심화되는 등 소득불평등이 악화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양호한 수출실적을 바탕으로 세계 GDP 10위권에 진입했으며 1인당 GDP는 G7 국가인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하지만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1 세계 행복보고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행복도 순위를 전체 95개국 중 50위로 집계했다. OECD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로 OECD 평균 6.5를 밑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우수한 성적표가 국민이 일상적 삶에서 느끼는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음을 시사한다. 소득불평등 완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 확보, 정책신뢰도 제고 등 우리 사회의 안정과 계층 간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 부족으로 좌절하는 우리 청년들의, 영업악화로 신음하는 소상공인들의 이번 생에는 주택구입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무주택자들의 불행은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박성경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저출산의 경제적 영향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이 생애에 걸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를 측정한 것으로,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일 때는 저출산 국가로, 1.3명 이하일 때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1983년 저출산 국가, 2002년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하락해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으로 1.0명 아래를 기록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출생아수도 2000년 64만명에서 2020년 27만명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저출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출생아수가 줄어들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에는 2020년의 91% 수준인 3천395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 자본, 기술 등의 생산요소 투입이 늘어나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노동 공급이 줄어들 경우 경제성장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전체 인구가 줄어들면서 내수 기반이 축소됨에 따라 국가 경제의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의료 기술의 발달로 고령층은 증가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젊은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고령층에 대한 부양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65세 이상)로 진입함에 따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는 2020년 21.7명에서 2030년에는 38.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전체적에서 볼 때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경제성장도 둔화되면서 세입 기반은 줄어드는 반면, 의료ㆍ복지, 연금 등 노인관련 부담이 늘어나면서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국가 예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령층 관련 지출이 많아질 경우 여타 부문으로의 지출이 감소할 우려도 있다. 한편 저출산, 고령화는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가 통합되고 교원 수도 감소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 수가 정원에 미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30년 학령인구(6~21세)는 2020년의 78%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학생 수 감소가 교육 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료ㆍ건강, 요양서비스 등 고령층의 수요가 높은 산업은 점차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금융업에서도 보험, 연금 등 노후보장 부문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저출산에 따라 경제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고령층에 대한 부담은 높아지는 한편, 교육, 금융 등 연관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저출산은 출산연령층 여성 감소와 출산율 하락,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과 자녀양육 부담 증가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이를 빠르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사회 전체의 위기로 인식하고 정부와 개인이 함께 대응책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고령층이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는 한편 미리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를 확충함으로써 저출산 시대에 대비해 나가야 하겠다. 김주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고용보조지표의 정의와 최근 동향

고용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수단이자 가계의 주 소득원이라는 점에서 어떤 경제지표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은 매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실시해 취업자수, 실업률 등의 고용 지표를 발표하고 있으며, 통계작성 기준 및 용어 정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안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실업자는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으며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으로 정의되고, 실업률은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가장 최근 발표된 3월 통계를 기준으로 경기지역의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15세 이상 인구 1천162만명 중 취업자는 698만명, 실업자는 33만명, 비경제활동인구는 432만명이다. 3월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10만5천명 늘었지만, 업종별로는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 취업자수가 7만5천명, 종사상 지위별로는 자영업자가 8만명 감소하는 등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편, 지난해 3.4~4.3% 범위에서 등락하던 실업률은 올해 1월 5.1%까지 치솟았다가 3월 4.4%로 하락했다. 이러한 추이는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고용상황과 괴리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실업자에 대한 정의가 다소 협소해 경제 내의 유휴 생산능력을 온전히 포착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해 국제노동기구는 2013년 10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에 대한 척도로 고용보조지표를 도입했고,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세 가지 고용보조지표를 전국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다. 고용보조지표를 쉽게 이해하려면 기존에 취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던 일부를 광의의 실업자로 간주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고용보조지표1은 조사대상주간에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고 추가 취업을 희망하면서 추가 취업이 가능한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와 실업자의 합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정의된다. 고용보조지표2는 잠재경제활동인구를 실업자에 포함해 산출하는데, 잠재경제활동인구는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조사대상 기간에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한 잠재구직자와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으나 조사대상기간에 취업이 가능하지는 않은 잠재취업가능자의 합이다. 고용보조지표3은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모두 포함해 산출한 지표이다. 3월 전국 실업률은 4.3%, 고용보조지표1~3은 각각 8.3%, 10.6%, 14.3%이다. 전국 실업자수는 2015년 3월 107만명에서 올해 3월 122만명으로 13%, 잠재경제활동인구는 177만명에서 198만명으로 12% 늘어난 반면,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는 51만명에서 113만명으로 121% 급증했다. 이처럼 보조지표를 통해 고용시장의 흐름을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지역별, 연령별 등 보다 세분화된 보조지표가 제공된다면 고용시장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정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경기부양과 인플레이션

▲ 한국은행_김현수 최근 세계 경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추진, 백신접종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보상소비(pent-up consumption)가 증가하면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2.6% 상승해 1월 1.4%, 2월 1.7%에 이어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 가운데 역사상 최대규모인 1.9조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구호법안이 3월11일 발효되면서,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확장적 재정지출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대 중반으로 상승하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재화 및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크게 총수요가 증가함으로써 나타나는 수요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과 총공급 측면에서 원가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 재난 등 위기 이후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이를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으로 주로 충당한 경우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1918년 스페인 독감, 제 1ㆍ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으며 이는 재정지출 확대, 보상소비 및 식료품가격 상승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유례없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실시되고 있는 점, 보상소비 심리가 확대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 등 투입요소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 확대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연준 등은 과거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물가가 빠른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1900년대에 재정지출 확대, 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경험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와 인플레이션 간 관계도 과거에 비해 약화됐으며, 민간부문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파월 미 연준의장은 미 연준이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반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능력(ability to wait to see real inflation)이 있다고 자신했으며, 폴 크루그먼 등 주요 경제학자들도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경우 미 연준은 긴축 기조로 전환해 물가안정의 책무를 우선할 의지와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정부와 중앙은행은 확장적인 정책으로 실물경기를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들어 세계경기 및 국내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보다는 향후 경기회복 상황, 원자재가격 동향 및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변화 등에 유의하며 실물부문 지원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현수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그린스완과 금융시스템

박영진 과장 지난해 1월 국제결제은행(BIS)은 그린스완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린스완이란 기후 관련 위험을 뜻하는 용어로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경고하며 사용된 블랙스완이란 용어에서 파생됐다. 그린스완은 블랙스완과 마찬가지로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과 막대한 파급 효과를 갖는 위기를 지칭하며 과거의 경험치를 이용해 분석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고 발생 시 복잡한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블랙스완과 차이를 보인다. BIS 보고서에서는 그린스완의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금융안정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을 중심으로 치밀한 예측이 요구되며 규제 및 감독 측면에서의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발표된 BIS의 두 번째 그린스완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대표적인 그린스완으로 분류하면서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충격을 교훈 삼아 기후 관련 위험에 대비할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이 경고해온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미 가뭄, 산불, 폭우 등의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 극단적 날씨와 해수면의 변화가 지금 당장 금융시스템에 결정적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직접적으로는 보험 청구건이 늘어나게 되고 담보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등 경제적 비용과 금융시장에서의 손실이 야기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사회적 관념이 변화하고 탄소세 등 기후관련 정책이 급격히 도입되는 전환기적 과정에서 금융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이에 기후변화로 인해 금융시스템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측정하고 대응하기 위해 각국 금융당국들이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12월에 설립된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 환경 리스크, 녹색금융 관련 작업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의 자발적 논의체로서 현재 89개 회원기관과 13개 옵저버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2019년 11월부터 동참해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에 관한 국제논의에 참여하고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이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통화정책이 아닌 금융규제 권한을 활용해 접근한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고유책무를 해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가져온 혼란과 변화는 느닷없이 우리 생활에 들이닥쳤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팬데믹의 경험은 마치 기후위기를 빨리감기로 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바 있다. 코로나19 만큼 급작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더라도 기후위기 역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시할 수 없는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팬데믹 자체를 기후위기의 파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와 민간차원의 대책이 국내외에서 구체화되고 있으며 그린스완으로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는 사실이다. 박영진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알기쉬운 경제이슈] 임대차 3법과 최근 경기지역 전세 시장 동향

박다연 조사역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지역의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서는 전세수급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전세수급지수를 발표한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 100에 가까울수록 수요와 공급이 비슷함을 의미하는 데, 올해 2월 경기지역의 종합주택 전세수급지수는 116.3까지 올라갔다. 이는 공급우위를 보였던 2019년 2월 87.5, 2020년 2월 98.1과는 굉장히 대조되는 수치라고 할 수 있으며 경기지역의 전세수급지수는 작년 5월까지 줄곧 공급우위를 보이다가 6월부터 수요 우위로 전환된 바 있다. 이러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지난해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본격화됐다. 임대차 3법이란 전월세신고제ㆍ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지난해 7월30일 국회를 통과해 7월31일 바로 시행됐다. 또한 전월세신고제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8월4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4월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 후 6월1일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본래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구체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해 현행 2년에서 2년 계약 추가 연장(2+2)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다. 단,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부모 또는 자녀가 해당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등에는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제한하는 것으로 해당 상한은 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임차인으로 하여금 임대료 상승분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안정적인 주거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임차인의 약자지위를 더욱 고착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기 직전부터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임대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시켜 시중에 전세 매물이 크게 감소하는 전세 부족 현상도 지속됐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임대인은 임차인의 장기 거주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에 더욱 소극적이게 되면서 전세 매물은 더욱 찾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한편 오는 4월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 예정인 전월세신고제란 주택매매신고제처럼 전월세 계약 이후 3개월 이내에 보증금, 임대료, 계약기간 등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제도이다.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하게 되면 주택시장 주체들이 실거래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져 기존의 임대인이 주체가 되어 결정한 거래가격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도입과 함께 전세 시장의 큰 영향을 가져온 임대차 3법은 앞서 살펴봤듯이 그 취지가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하는 데 있다. 지난 18일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0.14%로 전셋값 상승세가 본격화된 작년 7월 이래 최저 수준을 나타내 임대차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있음에도, 향후 전세수급동향 및 전세 가격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 전세 부족 현상이 도입 초기의 과도기적 현상이었는지 파악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행복주택 및 공공임대 등에 전세 물량을 확대하는 정책대안을 검토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박다연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조사역

[알기쉬운 경제이슈] 서킷 브레이커의 유래와 의미

이승훈 과장 지난해 이맘때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미국 뉴욕 증시 폭락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코스피(KOSPI) 지수와 코스닥(KOSDAQ) 지수가 일시적으로 급락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냉정한 투자판단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매매거래를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라는 용어의 유래, 그리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기준에 따라 운용되고 있는지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서킷 브레이커는 본래 전류의 과부하, 단로, 누전 등으로부터 전기 회로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일컫는 용어이다. 집마다 대부분 설치된 두꺼비집의 누전차단기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과부하가 발생하면 누전차단기가 전류를 차단해주듯 주식시장의 서킷 브레이커 또한 주가가 급락할 때 거래를 잠시나마 차단해준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서킷 브레이커의 도입 계기는 1987년 블랙 먼데이 사태였다. 당시 다우 존스 지수가 하루 안에 20% 이상 급락해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뉴욕 증권 거래소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장 변동성 완화, 대규모 투매 방지, 투자자들의 투자판단 시간 제공 등을 목적으로 1988년 1월 서킷 브레이커를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 주가 폭락을 경험하며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했는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 또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단계적으로 매매거래를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총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주가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20분간 매매거래를 중단한 후 10분간 단일가매매로 재개하는 것이다. 2단계는 전일 대비 15% 이상 하락하고 1단계 발동시점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다시 20분간 매매거래 중단 후 10분간 단일가매매로 재개하는 것이다. 3단계는 주가지수가 전일 대비 20% 이상 하락하고 2단계 발동시점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당일 장을 종료시키는 것이다. 효율적인 주식시장은 기업가치를 반영하고 투자자들이 생산적인 분야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 경제성장에 도움을 준다. 주식시장의 모든 투자자가 냉철하고 합리적이라면 이런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많은 투자자는 급락장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기업가치와 무관한 불안 심리 확산으로 인한 투매와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는데,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이를 일부 완화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승훈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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