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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모유수유실 찾아 삼만리... ‘불편한 Mom’

경기도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돌봄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공간 만들기’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집 밖에서 급히 모유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와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은 여전히 수유모들에겐 버겁다. 외출한 엄마와 아이의 필수공간인 모유수유실이 일상공간 속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데다, 공공기관에서도 찾기 어렵게 돼 있거나 열악한 시설 탓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본보가 수유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기도내 모유수유 시설에 대한 실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외출 후 아기와 함께 집으로 향하던 김윤아씨(35·남양주시)는 얼마 못 가 울음소리에 급히 차를 돌려야 했다. 아기가 우는 걸 보니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신호였다. 곧 있으면 수유할 시간과 맞아 이참에 수유실에 들러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한 후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의 남양주시립박물관으로 향했지만 수유실이 없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직원의 안내가 전부였다. 결국 박물관에서 나와 20여분 떨어진 남양주시청 1청사로 차를 돌렸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조급한 마음으로 시청에 도착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수유실에 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는 본관 내부를 헤매다 결국 안내데스크에 물어 종합민원실 내 민원사랑방으로 이동했다. 안내도엔 보이지 않던 수유실이 민원사랑방 내에 위치해 있었다. ‘유아놀이방·모유수유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아치형 입구를 지나 왼쪽엔 수유실, 오른쪽엔 유아놀이방이 있었는데, 불 꺼진 놀이방 매트 위엔 누군가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김씨는 눈치를 보며 수유실로 이동해 문을 닫아 보려 했지만 문은 작동하지 않았다. 수유용 소파, 기저귀 교환대, 세면대, 전자레인지까지 전부 갖춰진 곳이었지만 이용이 어려워 결국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외출 시 수유가 정말 급할 때 공공기관을 찾는다. 법적으로 공공기관엔 수유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수유실이 없거나 관리가 안 된 곳이 많아 너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부천에서 아이를 키우는 심슬기씨(31)는 외출 시 부천시청 청사의 모유수유실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엔 수유실이 있고, 소파와 기저귀갈이대, 세면대, 전자레인지 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부천시청의 모유수유실엔 소파와 냉장고만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사 안내도엔 모유수유실 안내 표시도 없는 데다 민원실 가장 안쪽에 위치해 접근성 역시 떨어졌다. 도내 일선 시·군 청사에 설치된 모유수유실이 구색만 갖춘 채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 난제로 대두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인프라 구축에선 산모와 아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각 청사 내 모유수유실은 의무적으로 마련돼야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모자보건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청사 내에 모유수유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휴게소, 공연장(제2종 근린생활시설), 전시장(문화 및 집회시설) 역시 필수시설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청사 내 수유실을 관리하는 주체가 불명확하며 수유실 의무 설치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사 내 수유실은 민원실 관리인이 관리 중”이라며 “미설치와 관련해 답변을 할 수 없다. 부족한 시설에 대해서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은진·송상호·이은진기자

[독자의 소리_ 전문가 제언] “공공부터 시설 개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앞장서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이 저출산 대한민국의 주요 과제로 인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모유수유실 확대 및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분야의 선도적 제도 개선과 민간의 필요성 인식 유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출생아 수는 지난 2017년 9만4천88명, 2018년 8만8천175명, 2019년 8만3천198명, 2020년 7만7천737명이며, 지난해 7만6천139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20년 만 19~4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 중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가 ‘경제적 부담’(44.7%)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비율(12.6%)을 차지한 만큼 관련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모유수유실을 만드는 민간 건축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은 “민간의 경우 이익이 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선 선뜻 나서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따라서 각 지자체는 조례 제정을 기반으로 모유수유실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기업들이 표준사업장 등 장애인을 위한 사업들을 왜 하겠는가”라며 “이득이 돼서 하는 것인 만큼 공공은 민간에 인센티브를 줘 민간이 자연스럽게 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성연 수원여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공공 분야에서 모유수유실 개선에 나서면 육아에 대한 어려움 해소를 위해 국가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민간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를 통해 아이 엄마뿐만 아니라 예비부모, 미혼자들도 아이를 낳아도 키우기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은진·송상호·이은진기자

[독자의 소리] 법 사각지대 놓인 도내 모유수유실... 내실화 시급

모유수유실 확충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따른 저출생 극복의 일환이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도내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조사한 경기지역 민간과 공공의 모유수유실은 지난 2019년 말 612곳에서 2020년 628곳, 지난해 634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도내 출생아 수 7만6천139명과 비교했을 때 도내 수유시설은 출생아 120.09명당 1곳이었다. 이는 서울시의 86.07명당 1곳(4만5천531명 대비 529곳), 인천시의 74.36명당 1곳(1만4천947명 대비 201곳)보다 적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산모들이 모유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으로 ‘직장 같은 공공장소의 수유실’을 꼽은 만큼 시설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법적인 한계가 벽을 높이고 있다. 수유시설 설치 장소 등을 정의하는 ‘모자보건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청사 내에 해당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휴게소, 공연장(제2종 근린생활시설), 전시장(문화 및 집회시설) 역시 필수시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관광숙박시설, 상점과 같은 1천㎡ 이상의 판매시설 등의 경우 모유수유실 설치가 권장 사안일 뿐 강제적인 이행 대상에선 제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8년 7월 제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이 대형마트(매장 면적 3천㎡ 이상 및 대기업 출자)에 이 같은 시설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는 ‘모자보건법에 모유수유실 설치가 규정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의무화는 법체계 충돌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자체의 추진 의지를 나타내는 모유수유실 관련 조례안은 경기도를 비롯한 용인특례시, 안양시, 오산시, 평택시, 남양주시, 군포시, 가평군 등 총 8곳에서만 제정됐다. 이와 관련해 도내 A지자체 관계자는 “경기도의 관련 조례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가 조례안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민간에서 관리하는 영역까지 공공이 관여하기엔 예산 문제도 존재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세운 수유시설 가이드라인은 10㎡ 이상 모유수유실과 15㎡ 이상의 가족수유실 등에 대한 면적 기준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별도의 공간 존재, 소파·탁자·손소독제 등 필수 비치 물품 구비를 명시했지만 이 역시 법적 의무화 사안이 아닌 지침일 뿐이라 시설개선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모유수유실에 대한 내실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전국 모유수유실 1천601개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빠가 이용할 수 있는 모유수유실은 전년도보다 8.5%포인트(1천530개소→1천284개소) 줄어들었다. 여기에 1일 1회 이상 관리주기 역시 1.4%포인트(1천673개소→1천532개소)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모유수유실이 수유모가 많이 찾는 곳에 설치돼 있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 등을 개정하거나 시행령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저출생 극복 차원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지금 같은 과도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은진·송상호·이은진기자

[독자의 소리] 목숨 건 산불 진화 ‘불타는 열정’

불은 소방관이 끄는 것 아니냐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치솟는 불길이 산림을 덮칠 때 가장 먼저 숲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바로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다. 건조한 날씨가 과거보다 일찍, 더 오래 지속되면서 산불 위험성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열악한 조건과 처우에도 신속한 화재 진압을 위해 매일 고된 훈련을 반복하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이들의 임무는 무엇인지, 또 산불이라는 재난을 막기 위해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 독자소통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9월 강원 원주시에 자리잡은 북부지방산림청 산불대응센터. 산속에서 25㎏짜리 호스를 메고 고된 훈련을 하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들은 지난 5월 ‘산불주의 강조기간’이 끝났음에도 장비 점검에 심혈을 기울였다. 올해 3월 강원도를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잇따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장비점검과 산림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산림은 집중호우 시 우산효과 저하로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불러일으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 전역과 강원 영서지방을 관할하는 북부청엔 전국 435명 중 160명 이상의 진화대원이 소속돼 있으며, 이곳 센터에는 13명이 근무 중이다. 대원들을 이끄는 ‘베테랑’ 조영준 진화조장(50)은 지난 2018년 기간제 신분으로 진화대에 몸담은 뒤 올해로 5년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진화대의 가장 오래된 고민이다. 임무가 어렵고 위험한 만큼 평소 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춰야 하지만, 잦은 인원 교체로 구멍이 생기는 탓이다. 2년 전 산림 123㏊를 집어삼킨 고성 산불을 계기로 조영준 조장을 비롯한 많은 대원들이 공무직으로 전환됐지만, 국유림관리소 등 곳곳엔 여전히 기간제 직원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조영준 조장은 진화대에 요구되는 가장 큰 조건으로 ‘체력’을 꼽았다. 대형산불의 경우 2박3일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데다 무거운 호스 묶음과 32㎏짜리 펌프를 들고 산길을 누벼야 하기 때문이다. 2년 주기로 체력검정을 통과해야 하며 누락될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대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소방이 가진 대형펌프차가 없으니 산불을 진압할 때 하천이나 계곡부터 찾는다. 그곳에서부터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고 직접 화선으로 가 불을 끄는 것이다. 밤새 불을 꺼도 수당은 없다. 대체휴일로 지급되지만, 제때 쓰지 못해 이월되거나 연말에 몰아서 소진하기 일쑤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대원들의 경우 수당으로 주는 게 생계에 도움도 되고 업무 능률에도 좋을 것이라고 토로하지만, 초과근무 수당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조영준 조장은 “산림청 대원들은 무조건 산으로 뛰어 산불을 끄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일당 최저임금 수준 불과… ‘산불영웅’ 처우 제자리 매년 반복되는 대형산불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여전히 이들의 처우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강원도 산불처럼 점차 산불이 대형화하면서 산불대응 역량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동해시로 번져 13일(213시간) 만에 2만523㏊를 태우고서야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2천261억원에 달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산불 피해 규모였다. 곧이어 지난 5월31일 밀양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1천68개 규모인 763㏊의 산림을 태운 뒤 6일 만에 진화됐다. 경기도 역시 산불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산불만 지난 2020년 213건, 지난해 74건, 지난 21일 기준 142건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산불 발생 집계에서 이미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었다. 피해면적은 68.19㏊로 지난해(13.29㏊)와 비교해 5배 이상 크다. 이처럼 대형산불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자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열악한 처우가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건 이들의 고용신분이다. 산림청 5개 본부에 소속된 특수진화대는 총 435명으로 최근 3년째 그대로인 데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신분이다. 지난 2020년 특수진화대의 채용·운영지침이 마련되면서 산림청은 이들의 공무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시 대원 160명에 대한 전환만 이뤄졌을 뿐 이후 추가 전환은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275명은 여전히 1년짜리 비정규직 신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숨을 담보로 활동하는 특수진화대의 일당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들의 임금은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동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수당을 비롯한 시간외 근무수당 등의 계약조건이 명시되지 않아 관외 출장비를 제외하면 별도의 수당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점차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할 초대형 헬기 등 전문 진화장비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산림청은 산불진화가 가능한 헬기 47대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담수 능력이 3천ℓ의 일반헬기고, 초속 25m 이상 강풍에도 투입 가능한 초대형 헬기는 단 6대뿐이다. 특히 야간 진화작업에 가용될 야간투시 기능을 탑재한 헬기는 1대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매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그동안 지적됐던 공무직 전환을 놓고 내부에선 단계적 전환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하고 있으나, 자세한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산불진화헬기를 확충해 대응속도를 한층 올리는 등 산불예방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산림청 대응 유지” vs “소방청 이관 절실” 전문가 주장 엇갈려 지속적인 대형 산불의 발생과 관련, 산림 및 소방 전문가들은 산불 대응 체계의 개선과 강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기존 산림청 중심의 대응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소방청으로 진화 업무를 이관해 진압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대립하고 있다. 먼저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진압전문인 소방청으로 산불진화 업무를 옮겨와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 교수는 “산불 진압을 산림청이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헬기를 통한 공중진압을 중심으로 산림청이 주관하고 있는데, 최근 경향을 보면 소방의 지상진압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산불을 비롯한 화재 시 소방의 진압능력, 작전능력이 월등하다. 산림청이 운영하고 있는 공중진압체계의 장비적인 측면만 소방청으로 이관해서 넘어오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기존 산림만 태우고 소실되던 산불이 아닌, 마을 주거지 등의 피해 확대와 이재민 발생 등을 고려해 진압 대응체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현재의 산불진화체계로는 효율적인 진화가 어려워 산불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가 산불 현장에 직접 투입돼 산불 진화와 잔불 정리를 돕고 있지만, 약 400명 정도로 인원이 적고 그나마 절반 이상이 단기 계약직이라 전문성과 사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교수는 “산림조성 및 관리는 산림청, 산불진화는 불에 대한 전문가 집단인 소방청에 각각 맡겨야 한다”며 “산불 시 신고부터 진화까지 일원화 체계를 갖춰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연구사는 ‘산림관리가 곧 산불관리’라며 산불 주관 기관은 산림청일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산림청은 산림관리 노하우를 70년 이상 가지고 있어 그 노하우 때문에 산불과 산사태 등 재난·재해의 주관 기관이 되는 것”이라며 “진화뿐만 아니라 예방, 대비를 통합으로 봐야 산불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연구사는 “산림청은 산 정상부와 깊숙한 계곡까지 가서 진화하는 게 주임무다. 소방의 경우 진화호스도 크고 무거워 산 깊숙한 곳까지 끌고 올라가지 못한다”며 “현재 임무가 명확히 나눠져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상황이라 산림청이 지금 체계대로 컨트롤하면서 더욱 공고한 협력체계를 유지해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장 역시 “산림청은 산림 전체를 관리하는 것에 산불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산불은 예방과 진화, 복원이 분리되면 안 된다. 모든 재난이 마찬가지다. 소방이 진화 부분을 가져가겠다는데, 예방과 진화를 분리하면 안 되고 통합적 재난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이 과장은 “산불의 근원적 예방은 나무의 관리다. 나무를 적절히 조절하고 가꾸는 것으로 대형산불이 되거나 안 되기도 한다”며 “소방청은 산림관리를 할 수 없다. 산림청은 산불을 끄고 소방청은 민가와 시설을 보호하는 역할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현수•김은진기자

[독자의 소리] “아이 맡길 곳이 없다” 맞벌이 부부·한부모 가정 ‘발동동’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의 ‘돌봄 선택지’가 덩달아 좁아지고 있다. 특히 밤 늦도록 직장에 발목 잡힌 부모들은 자녀를 맡길 돌봄 시설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댁이나 친정에 손을 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독자소통팀은 자녀의 돌봄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는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도내 24시간 돌봄 시설에 대한 실상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고…밤 늦게까지 아이 돌봐줄 곳이 절실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최미영씨(30·가명)는 최근 둘째 아들(4세)의 돌봄 문제로 걱정이 태산이다. 직장에서 오후 6시께 퇴근하지만 ‘러시아워’가 겹치면서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를 하원시키는 일이 하루 중 가장 힘든 일과가 됐다. 더욱이 동갑내기 남편은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가정 어린이집도 나이 제한(2~4세) 사유로 올해까지만 다닐 수 있어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씨 부부는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무려 2년 전부터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 신청을 했다. 이곳은 거주지 인근에서 늦은 밤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어린이집의 대기 순번은 여전히 14번에 머물러 있고, 정원이 15명인 탓에 내년에도 이곳에 입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주변에도 밤늦게 업무가 끝나는 맞벌이 부부가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아이를 돌봐줄 시설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을 확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파주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구지민씨(34·가명)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돌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씨와 남편은 잦은 야근과 늦은 퇴근시간에 발이 묶이는 탓에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 했지만, 대기자만 10명이 넘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씨는 “주변에 밤 늦도록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이 없는 데다 있어도 대기자가 많아 입소하기까지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늦은 밤 귀가하는 한부모 가정과 맞벌이 부부들이 심야 시간까지 운영하는 돌봄 시설을 찾지 못하며 ‘돌봄 서비스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 이들은 짧으면 1년, 길면 2~3년 동안 시설 대기를 하면서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용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부모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야간 돌봄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야간 돌봄시설 확충을 포함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궁극적으론 야간 맞춤형 돌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맡길 수 있는 ‘24시간 어린이집’… 도내 13개 지역뿐 아이들의 돌봄 공백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도내 절반 이상의 지자체에는 아이를 언제든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는 지역과 관계없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간 구애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지역별로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내 24시간 어린이집(가정·민간·국공립)은 수원, 고양, 성남 등 13개 지자체에 37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0년 기준 경기도의 0~9세 돌봄대상 아동인구가 116만3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24시간 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31개 시·군별 아동인구를 보면 화성(10만5천명), 수원(10만1천명), 용인(10만명), 고양(8만2천명), 성남(6만8천명), 남양주(6만4천명) 등 순으로 높았는데 지정된 24시간 어린이집 수는 아동 인구에 비례하지 않았다. 화성시는 단 1곳에 그쳤고, 용인시와 남양주시는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녀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 필요성에 공감하는 부모들의 입장과도 상반되는 결과다.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6월16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거주 만 0세부터 10세까지 아동을 자녀로 둔 보호자 3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6.5%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중복응답 가능) 부모의 직장생활로 인해 아동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야간 출근(54.19%), 부모의 출장(37.43%)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가족의 응급진료(43.85%), 가족의 병원 입원(33.24%) 순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으로 며칠 출장을 가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잠시 어떤 사정으로 아이를 봐줄 수 없는 이들에게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부모와 아이의 상황이 취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돌봄 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가족의 상황을 파악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운영비 얼마나 들까 1개소 당 年 2억… 전문가 “혜택·편익 고려 큰 비용 아냐” 연간 약 2억원의 예산이면 경기도에서 24시간 아이돌봄센터 1개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아이돌봄센터 1개소를 이용하는 동시간대 아동 14명을 기준으로 산정된 비용 추계로, 센터 운영을 통해 긴급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의 편익을 고려하면 비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9일 경기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연구회’는 경기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발간한 ‘경기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 건립을 위한 연구’(2021)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비용 분석 및 센터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를 진행한 경기대 산학협력단은 24시간 아이돌봄센터장 1인과 돌봄교사 6인을 센터 내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되, 동시간대 아동 7명을 기준으로 1명의 돌봄교사를 배치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이를 고려해 연간 예산을 산정하면 인건비(센터장 250만원x1인x12개월, 돌봄교사 220만원x6인x12개월) 1억8천840만원, 운영비(공공요금, 수용비 및 기타운영비 등 200만원x12개월) 2천400만원 등 총 2억1천240만원의 예산 소요가 예상된다. 세부적인 운영 방식을 보면 먼저 센터 설치는 단독주택, 공동주택(아파트 등)의 주민공동시설,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마을회관 등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 내부 구성은 전용면적 85㎡(이용 아동 1인당 3.3㎡ 이상)를 최소한의 면적 기준으로 하고 여러 가지 부속 공간(사무공간, 탕비실, 화장실 등) 면적은 별도로 확보하도록 했다. 센터 이용료는 주·야간 동일하게 시간당 2천500원(간식 포함)의 저렴한 비용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형모 경기대 교수는 “24시간 돌봄 시설은 부모의 야근, 가족의 병원 입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한 공간”이라며 “부모들이 느낄 혜택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연간 약 2억원의 예산은 크지 않은 비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돌봄 우수 지자체 1년 내내 시간 구애 없어… 응급상황 시 부모 근심 덜어줘 코로나19 여파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24시간 긴급돌봄센터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논산시, 365일 24시간 ‘아이꽃돌봄센터’ 29일 충남 논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내동홈(놀뫼아파트), 강산홈(동신아파트), 대교홈(코아루아파트)등 3곳의 아이꽃돌봄센터를 개소했다. 특히 이곳은 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간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에 거주하는 자녀를 둔 부모가 24시간 긴급 보육이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이용 가능하다. 주말 및 공휴일에도 자녀를 맡길 수 있다. 24개월~만 9세 아동이 대상이다. 돌봄센터는 총괄운영국장을 비롯한 7명의 교사들이 함께 3조 2교대로 근무 하고 있다.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하고 카드 또는 계좌이체로 결제하면 된다. 이용 요금은 주간(오전 9시∼오후 9시)은 시간당 2천원, 야간(오후 9시∼오전 9시) 및 주말·공휴일은 시간당 3천원이다. 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직장에서의 야근 또는 코로나19 확진 등에 따른 응급 상황시 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줘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자민씨(35·여)는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로 영업시간이 연장됨에 따라 아들(5세)을 어떻게 케어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24시간 긴급 돌봄 서비스 덕분에 마음 편히 일을 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하원 이후에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 논산에 있어 매우 감사하다. 아이 또한 매우 좋아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긴급아이돌봄센터’ 광주광역시는 365일은 아니지만, 부모가 급히 24시간 보육이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는 광주긴급아이돌봄센터와 서구긴급아이돌봄센터 등 2곳의 긴급아이돌봄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6개월~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간에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홈페이지에 회원 등록 후 사전 예약하고, 야간에는 '광주긴급아이돌봄센터'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당일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월~금(오후 6시~오전 9시), 토요일(오전 9시~오후 8시) 시간당 2천원이다. 급식과 간식은 가정에서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국지윤 광주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예전에는 직장에서 야근을 하거나 경조사 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돌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걱정 없이 자녀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장영준·정민훈·이광희·김경수·김정규기자

[독자의 소리] 스마트폰·키오스크 앞 진땀...‘터치 장벽’ 갇힌 실버세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된 요즘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원하는 것을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보편화 됐다. 뿐만 아니라 옷, 음식, 생필품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대중화되면서 시민들은 터치 생활권에서 많은 편의성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터치 생활권이 터치 장벽 으로 직면한 세대가 있다. 바로 노인들이다. 코로나 확산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앞당겨 졌지만 노인 대부분은 스마트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더 나아가 디지털 문맹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독자소통팀은 스마트폰기기 사용에 소외된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자식들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줘도 금방 잊어버려요. 솔직히 잘 설명해줘도 모르겠어요 20일 만난 강정규옹(85)은 매달 한 번씩 택시를 타고 병원 검진을 받는다. 고령의 나이로 거동이 어려워지면서 택시를 타기 시작한 그는 병원 갈 채비를 할 때면 아들을 꼭 부른다. 수년 전만 해도 집 앞 도로에서 손만 들면 정차하던 택시가 요즘 들어 도통 멈춰서질 않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스마트폰 택시 호출법을 수차례 배웠지만, 아날로그에 익숙한 강 할아버지에겐 스마트폰은 큰 산처럼 느껴졌다. 결국 그는 병원을 갈 때마다 아들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신갑식 어르신(71)도 종종 집에 찾아오는 손주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전수(?)받고 있다. 손주들의 스파르타식 가르침으로 이제는 문자와 전화 사용이 익숙해졌지만, 다른 기능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QR코드 인증을 하지 못해 인근 경로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신 어르신은 가게마다 놓인 키오스크는 도움 없인 사용이 불가해 점심이나 저녁은 꼭 집에서 해결하고 나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면서 스마트기기에 취약한 노인들의 소외감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디지털 분야에 점점 뒤쳐져 도시 속 디지털 섬에 고립돼 기본권마저 제한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8.6%로, 농어민(77.3%), 장애인(81.3%), 저소득층(95.1%) 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디지털정보화 접근 수준에서도 고령층은 92.8%로 장애인(95.4%), 북한이탈주민(93.7%)보다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디지털정보화 역량 및 디지털정보화 활용 수준 항목도 고령층이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기기 등의 이용에 있어 다른 계층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고령층을 위해 정부에서 평생학습 등의 교육을 통해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일상생활 속까지 스며들어 이로 인해 소외되고 있는 노인들은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고령층에 대한 비대면 교육은 비효율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방역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과 대면 활동을 적절하게 섞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장영준정민훈이광희김경수김정규기자

[독자의 소리] 어르신 10명 중 7명은 “정보화기기 불편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맞물리면서 비대면과 디지털화가 가속화됐지만 노인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도내 노인들은 식당주문에 이용되는 키오스크 활용과 교통수단 예매 이용 등에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는 전국 65세 이상 1만97명(경기도 2천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먼저 기차·고속버스·시외버스 예매 등 정보화기기를 통한 교통수단 예약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살펴본 결과, 도내 노인 중 61.1%(전국 58.3%)는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66.0%(전국 60.4%)는 ‘불편함을 경험했다’(불편하다 45.0%, 매우 불편하다 21.0%)고 응답했다. ‘불편함을 경험하지 않았다’(15.3%·불편하지 않다 6.0% 전혀 불편하지 않다 9.3%)는 응답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키오스크를 활용한 식당 주문에서는 도내 노인 중 65.2%(전국 58.1%)가 키오스크를 활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71.9%(불편하다 42.7%, 매우 불편하다 29.2%)는 ‘불편하다’고 답해 13.6%의 응답이 나온 ‘불편하지 않다’(불편하지 않다 4.5% 전혀 불편하지 않다 9.1%) 대비 5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아울러 스마트폰 등 정보화기기 사용 역량(문자받기, 정보검색, 사진·동영상 촬영, 온라인 쇼핑, 금융거래, 애플리케이션 검색·설치 등)을 살펴본 결과, 경기도 노인 10명 중 1명만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를 확인할 수 있는 비율이 8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문자보내기(73.5%), 사진·동영상 촬영(65.0%), 정보검색 56.9% 순이었다. 반면 온라인쇼핑은 9.4%로 가장 낮았고, 애플리케이션 검색·설치(13.7%), 금융거래(14.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화 기기 활용과 일상생활에서의 정보 취득의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의 정보 접근을 개선하려면 기기보급 및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면서 “기기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에서 태블릿PC 등을 노인들이 구매할 때 일부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고, 교육과 관련해서는 노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키오스크 등 새로운 기기에 대해서는 모듈을 표준화하는 노력을 통해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道 노인복지관 디지털 교육 분석 언택트 시대… 금융·쇼핑 등 생활밀착형 교육 ‘절실’ 고령층의 일상을 깊이 파고든 ‘디지털 공포’를 없애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기복지재단이 지난해 8월 조사한 ‘경기도 노인종합복지관의 디지털교육 관련 프로그램 동향’을 분석한 결과, 도내 각 시·군이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총 213개로 집계됐다. 이를 교육 내용에 따라 재분류하면 실상 19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내 노인복지관 교육에서 가장 많은 과목은 컴퓨터로, 모두 57개(26.8%)다. 이어 스마트폰 56개(26.3%), 인터넷 19개(8.9%), 동영상 16개(8.9%) 순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활용이나 키오스크 이용법 등도 교육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개설 수는 매우 적다. 이마저도 기초 수준의 교육이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고령층이 스스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고 계좌 이체를 한다거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골라 결제하고 주문까지 하는 등의 과정을 진행 시키기가 쉽지 않다. 별도의 교육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키오스크 교육의 경우, 고령층의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집중 교육이 절실하다. 최근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을 중심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이 보편화하고 있다. 노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병원에서는 진료비 결제나 처방전 발급도 키오스크화 되고 있다. 김춘남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아날로그 세대인 노인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의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며 “디지털기기의 기초적인 교육 단계에서 벗어나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령층 스스로도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리터러시가 언택트 사회의 기본 능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고령층도 적응을 위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 소외계층 역량 강화 우수 지자체 컴퓨터 사용법 등 기본교육만 진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택시 호출과 배달 음식 주문 등 노인 맞춤형 생활 디지털 교육을 시행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노인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 ■ 이천시 노인종합복지관 20일 이천시 노인종합복지관에 따르면 이천시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3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최초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을 개관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ICT사랑방은 돌봄 로봇 및 ICT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행복마루’, VR·AR 등 다양한 오락콘텐츠를 제공하는 ‘활력마루’, 키오스크·태블릿 PC 활용 등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 ‘지식마루’, 건강 상태 모니터링 서비스에 개인 맞춤형 운동처방을 진행하는 ‘건강마루’ 등 4개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천시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3~7월까지 소규모 정원(10명)으로만 교육을 했음에도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디지털(스마트폰·컴퓨터·태블릿PC·키오스크)을 활용한 지식마루가 노인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요즘 부쩍 많아진 키오스크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어르신 스스로가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법이 생소했던 노인들은 시청각 교육과 실습 교육 과정 등을 통해 패스트푸드·카페 음료 주문, 영화 관람권, 기차표 발권, 민원 서류 발급, 은행 ATM 이용 등 사용법을 완벽히 익힐 수 있었다. 김재인 어르신(80·여)은 “ICT 사랑방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을 마친 덕분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 등에서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해 주문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젠 키오스크가 전혀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 성남시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성남시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인들의 비대면 프로그램 접근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2월 복지관에 ‘스마트e음’ 프로그램실을 신설했다. 이곳에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소그룹 교육이 진행된다. 또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스마트 e음’에 디지털 강사를 배치해 어르신의 디지털 활용 능력에 맞춘 개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마다 기기 활용 수준이 다르기에 교육마다 진행하는 내용 또한 맞춤형으로 구성된다”라며 “어르신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많은 어르신이 참여해 지역사회와 스마트한 이음을 지속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장영준·정민훈·이광희·김경수·김정규기자

[경기북부도 경기도다] 남·북부 평생교육 인프라 격차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는 이들에게 조건 없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은 일상생활 속 관심사다. 하지만 각종 지표에서 남ㆍ북 간 불균형이 맞물린 경기도에서는 평생교육도 지역에 따라 기회가 차등 된다. 이에 경기일보는 경기도 평생교육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배우고 싶어도 마땅한 장소가 없습니다 14일 찾은 가평군의 한 커피숍. 3명의 어르신이 앉아 한 여성을 바라보며 같은 동작을 따라했다. 여성이 무언가를 설명할 때마다 어르신들은 노트에 받아적고, 때로는 스마트폰을 켜 더듬더듬 화면을 터치했다. 이들은 지역 내 강의 공간이 부족한 탓에 이곳저곳 거처를 찾아 헤매는 평생교육 강사와 수강생들이다. 수강생 A씨(68ㆍ여)는 휴대폰 메신저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있는데, 장소가 없어 커피숍에서 셋방살이하며 수업을 듣는다라며 키오스크 같은 다른 기기도 배워보고 싶지만 우리 지역에는 프로그램이 없어 인근의 대도시나 서울로 원정 수업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인근의 양주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양주시 평생학습센터는 양주시립꿈나무도서관 등 빈 장소를 찾아 시민들에게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독립된 평생학습센터를 건립하고 싶어도 지역 재정자립도가 낮아 예산 편성이 불가한 상황이다. 센터 관계자는 성인 문맹을 위한 한글 수업, 농업 특산물 개발 수업 등을 개강할 때마다 장소를 찾아야 한다. 큰 학습관이 있으면 좋을 텐데 지자체에서도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평생교육이 지역 인프라 격차로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에는 25개 시ㆍ군에서 31개 공공 평생학습관이 운영되고 있다. 평생교육은 문화, 예술, 교양 등 취미 프로그램부터 문자 해독, 직업능력 향상, 학력 보완 등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평생교육 범위가 넓어지며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었고, 공공 차원의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이에 대학이나 시민ㆍ사회ㆍ교육단체 등이 평생학습기관을 신설ㆍ부설하는 등 민간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도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비형식 평생교육관은 지난해 기준 971개소다. 전국의 비형식 평생교육관(4천541개) 중 21%가 경기도에 모여 있지만 모든 도민이 동일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진 못한다. 지역별 구축된 인프라가 불균형해서다. 실제로 경기 남부지역(21개 시ㆍ군)에는 735개소의 비형식 평생교육관에 231만5천80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반면 북부지역(10개 시ㆍ군)에는 남부지역의 32% 수준인 236개소의 교육관이 있으며 수강생은 34만3천여명에 불과하다. 지자체 수를 감안해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렇다 보니 북부지역 도민들은 평생교육을 수강하기 위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거나 온라인 수업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생교육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내 여러 기관이 손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박선경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시민교육팀장은 경기도 내 평생교육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영역이 소외된 지역을 중심으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남북부 기울어진 운동장경기북부 규제 족쇄에 평생교육 인프라 구축 발목 경기 남ㆍ북지역의 평생교육 불균형은 인구, 지역기반시설 등 다양한 격차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밀집된 정치ㆍ경제적 기반은 상대적으로 경기 북부지역에 인프라 부족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평생교육 인프라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규제에 묶인 경기 북부인프라 구축 제한 1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성남, 수원, 안양, 용인 등 경기 남부지역 21개 시ㆍ군에는 평균 35개 비형식 평생교육관에서 11만276명의 도민이 평생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반면 포천, 연천, 가평, 동두천 등 경기 북부지역 10개 시ㆍ군에는 평균 23개의 교육관이 있으며, 수강생은 3만4천304명으로 남부지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원인은 경기 북부지역이 남부지역에 비해 각종 기반 자체가 풍족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북부지역의 총 면적은 4천268㎢로 경기도 총면적(1만195㎢)의 41.86%를 차지한다. 면적은 넓지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각종 민간시설 등 기본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 낙후성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토면적과 인구를 고려한 도로보급률도 북부지역은 1.09로 전국 평균(1.54)과 남부지역(1.30)에 훨씬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농촌과 오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접근성이 떨어져 비형식 평생교육관의 입지 선정에도 제약이 뒤따른다. ■기반 시설 부족에프로그램도 격차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 프로그램 수에서도 북부지역은 남부지역과 큰 차이를 나타낸다. 각 지자체는 대학교와 민간단체의 인적 자원 및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위탁ㆍ운영하고 있는데, 북부지역은 여기서도 논외다. 지역 내 대학과 민간단체, 전문 강사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일례로 지역 내 대학 수만 비교해도 북부지역은 열악하다. 경기도 소재 대학교는 87개로 4년제 41개, 2ㆍ3년제 32개, 대학원대학 14개다. 이 중 북부지역 소재 대학은 21% 수준인 19개다. 4년제 7개, 2ㆍ3년제 8개, 대학원대학은 4개뿐이며, 이마저도 고양에 6개, 파주, 양주, 포천에 각각 3개씩 밀집돼 있다. 올해 경기도에서 5060 신중년의 인생 2막을 위해 추진한 생활기술학교 공모사업에 포천시(대진대학교 소재)를 제외한 북부지역 지자체들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유 역시 이와 같다. 비형식 평생교육관의 프로그램 수를 비교하면 남부지역에는 2만2천273개(지자체 평균 1천60개)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지만, 북부지역에는 5천133개(지자체 평균 513개)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북부지역의 한 평생학습센터 관계자는 평생교육법 개정, 초고령화사회 진입 등으로 평생교육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경기북부는 외면받고 있다며 경기도민이지만 북부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교육복지에 박탈감을 느끼는 주민들을 위해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관 연계맞춤 교육 다양한 접근 필요 경기도 평생교육의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연계, 지역별 맞춤형 교육 개발 등 다각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오민석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14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남ㆍ북지역의 평생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외지역 고령자를 위한 출장 학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대학과 기업 등과 연계한 공적 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대학들이 운영하는 고령자대학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정부나 지자체가 소외지역에 대한 배달형 학습서비스 등을 대학과 연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경기 북부지역과 같은 농촌지역의 경우 교육기관들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 찾아가는 서비스 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삶의 보람, 고령자 개인의 경제적 자립, 인간관계 형성과 지역사회 공헌, 건강유지 등 4가지로, 이를 이룰 수 있는 것은 평생교육이라며 공공에서는 소외된 대상자들을 찾아내고 발굴해 지원해야 하며, 지역 특색에 맞는 특화교육은 물론 이를 위한 수요조사와 행ㆍ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평생교육이 단순히 교육적 측면이 아닌 사회 시스템 일환 중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하영 ㈔한국평생교육사협회장은 자치단체의 평생교육 책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늘리는 것에도 있지만, 누구나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쪽에 더욱 깊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개인 특성에 따른 목적과 욕구에 맞춘 민간과 달리 공공영역은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방향에 중심을 두고 공동체 삶을 위한 교육이 중점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부지역의 인프라 부족과 관련해서는 지역 곳곳에 있는 공적시설 등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전 회장은 공간의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마을회관 등을 적극 활용하고 이곳에 평생교육사를 배치해 노년층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며 시설 인프라를 상징하는 학습관을 구축하면 좋지만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다양한 공적시설에서의 평생교육 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ㆍ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자소통팀 = 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독자의 소리] 대규모 개발에… 조류 충돌 빈번, 수도권 최대 서식지 ‘생태계 흔들’

죽음의 벽에 추락한 새들 새는 곤충 등을 포식해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 설치류를통해 전염되는 질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수도권 최대 조류 서식지인 경기도. 경기도에서 조류 충돌이 많아질수록 멸종위기종의 개체수가 줄고, 천적 감소에 따른 교란 등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 ■조류 시각ㆍ유리 특성조류 충돌 주된 원인 새의 충돌원인은 크게 조류의 시각과 유리의 특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7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수립 보고서를 보면 야생조류는 투명 유리가 있는 건물이나 방음벽뿐만 아니라 고압 전선, 펜스나 통신탑, 풍력발전기 등에도 충돌한다. 조류는 사람의 시각과는 사뭇 다른 시각체계를 가지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비행 중 조류는 아래를 보기 위해서는 머리를 비틀어 봐야 하는데, 이러한 동작으로 인해 비행 방향을 일시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또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시력은 인간과 같이 고해상도 수준이 아니다. 구조적인 면에서도 대부분 새는 머리 측면에 눈이 있어 옆을 더 넓게 잘 본다. 옆이나 뒤에서 덮치는 천적을 잘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눈으로 겹쳐볼 수 있는 영역이 좁아 전방 거리 감각은 매우 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공간 이해도가 떨어지기에 투명벽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울러 유리의 특성도 조류 충돌에는 치명적이다. 유리는 특성상 투명하게 보이거나, 식생과 같은 사물이 거울처럼 반사될 수 있다. 새들은 사람과는 달리 유리 구조물을 장애물 또는 인공 구조물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고 그저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신규 개발지 조류 충돌 빈번사회적 관심 절실 경기도내 조류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대부분 신규 개발사업 지역이다. 새들이 평소 이동하는 경로에 갑작스럽게 건물과 방음벽이 생기면 이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례로 화성시 용주사 2교차로에서 안녕교차로 방면 630m 구간에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120여마리의 새가 방음벽에 충돌, 폐사한 채 발견됐다. 지난 2019년 완료된 태안3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조성된 이 도로의 방음벽에는 조류 충돌 저감장치가 전무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도는 산하기관이 관리ㆍ소유하는 유리외벽 면적 100㎡ 이상 청사에 5x10㎝의 조류충돌 저감 시트를 부착하고 있다. 수직 간격 5㎝, 수평 간격 10㎝ 미만으로 하얀 점이 찍힌 해당 시트는 새가 유리창 등 투명 구조물을 장애물로 구분 짓게 하는 스티커 필름이다. 또 30만㎡ 이상 택지개발사업 등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지역 내 들어서는 건물에 대해선 저감 의무화 조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올해 연말께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공공ㆍ신규 건축물에만 한정됐을 뿐 민간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기도내 119만3천동의 모든 건물 유리창에 해당 스티커 필름을 강제적으로 부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조류 충돌과 관련,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은 탓에 도의 이러한 시범사업에 대해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총 743곳, 247㎞에 달하는 도내 모든 방음벽에 스티커 필름 부착 시 예산 부담도 커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 관계자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정책도 정책이지만 생태계를 지키자는 도민 공감대가 형성 돼야만 조류 충돌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 = 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독자의 소리] 하늘 날다가 쾅… ‘죽음의 벽’에 추락하는 새들

도로에 세워진 방음벽과 도심에 들어선 투명 건물벽은 새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다름없다. 신체 구조상 정면에 위치한 장애물을 인식하기 어려워 그대로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조류 충돌로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수만 마리의 새가 죽는다. 생태계를 지키고 도시 미관도 살리기 위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야생 조류가 유리벽 밑에서 차갑게 식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7일 찾은 하남시 망월동의 한 아파트 주변엔 8m 높이의 투명방음벽이 설치돼 있었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올림픽대로 등이 인접해 차량 통행이 잦다 보니 도로 소음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방음벽 아래에선 여기저기 흩날린 깃털과 언제부터 방치됐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체의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날아다니던 새들이 미처 벽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혀 떨어진 것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 A씨(46)는 수시로 새가 부딪히는 장소라며 방음벽의 한 자리로 안내했다. 그곳은 잦은 조류 충돌로 유리에 온통 금이 간 상태였다. 충돌 여파로 올록볼록한 부분까지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새들이 그대로 부딪혀 단단한 유리마저 손상된 것이다. A씨는 대부분의 새가 바로 죽지만 날개만 부러지고 목숨은 부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길고양이나 유기견이 훼손해 결국은 죽게 된다며 어른들은 불쾌해하고 아이들은 무서워하니 충돌 자체를 막아보려 하는데 방법이 없다. 새보고 날아다니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불쌍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비단 이곳 만의 일이 아니었다. 수원시 호매실동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역시 주변에 500여m 길이의 방음벽이 세워져 있었다. 이 벽을 따라 인도에는 새 사체가 널려 있었다. 조류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투명방음벽은 반투명을 섞은 혼합방음벽으로 교체됐지만, 일부 투명방음벽에 새들은 여전히 부딪혔다. 아파트 주민 B씨는 혼합방음벽으로 교체되기 전에는 거의 열 걸음마다 새 1마리가 죽어 있는 수준이었다며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벽이 바뀌고 나서야 알았다. 투명창에 자꾸 새들이 부딪히는 사고가 나서 죽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도내에선 4천168마리의 조류가 방음벽과 투명 건물벽에 충돌했다. 이는 전국 1만5천892마리의 26%에 해당하는 수치로, 17개 시ㆍ도 중 가장 많은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이 폐사한 조류 사체를 사진 찍어 올리는 온라인 플랫폼 네이처링을 기반으로 집계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조류 충돌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3월부터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추진 중이나 민ㆍ관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들의 관심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책은 공공ㆍ신규 건축물 및 방음벽에만 한정됐을 뿐 예산, 자율성 등의 이유로 민간 소유 건물과 방음벽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장은 집계되지 않은 건까지 포함하면 매년 조류충돌로 죽는 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보다 훨씬 많다며 우리 모두가 조류충돌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소통팀 = 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충돌로 죽은 새… 외면 말고 기록해 주세요”

충돌로 죽은 새를 발견하면 외면하지 말고 기록하고 공유해주세요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7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류 충돌에 대해 인간이 만드는 가장 비합리적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준 실장은새가 높이 난다고 생각하지만,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낮게 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이에 따라 새들이 1~3층 건물에서도 피해가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새들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애초 건물을 지을 때부터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에 반영해 유리수를 줄이거나 유리 표면이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고, 외부 블라인드 설치로 조류 충돌을 저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실장은 경기도가 조류 충돌을 막고자 투명방음벽에 방지시설(스티커 필름)을 설치하는 사업에 대해 검증된 방법인 만큼 효과가 탁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8~2019년 방지시설 설치 후 모니터링을 통해 검증한 바 있으며 그 효과는 탁월했다며 신규방음벽에는 조류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문양의 삽입이 행정규칙에 반영됐지만, 문제는 기존에 설치된 투명방음벽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아울러 김 실장은 조류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책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과 교육이라며 일단 기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년간 2만마리의 기록을 시민들과 만들어냈고, 이 자료가 주는 구체성과 강렬함은 어떤 자료로서도 대체할 수 없다. 우리의 사례는 이미 대만으로 확산된 바 있고, 이제 필리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자료 축적을 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나서서 조사하고, 그 참여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런 만큼 새들에게도 안전한 공간이 점점 더 빨리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주변에서 충돌로 다치거나 죽은 새들을 발견하면 잊지 말고, 지나치지 말고, 무섭다고 외면하지 말고, 기록ㆍ공유해주기 바란다. 작은 기록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당부했다. 독자소통팀 = 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독자의소리] 학생·군인 헌혈 ‘뚝’… 경기도 피가 마른다

헌혈의집 수원시청역센터 황미정 간호사 단체 헌혈을 많이 하던 학생과 군인 등 젊은이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어서 걱정이에요. 1천380만 인구의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에 피가 부족하다. 갈수록 헌혈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헌혈마저 급감하는 등 경기도 혈액 수급이 기로에 놓였다. 세계 헌혈자의 날(6월14일)을 맞아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혈액의 수급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병원이 보유한 피가 부족하니 직접 피를 구해오세요 육종암이라는 의사 소견에 눈앞이 캄캄했다. 종양의 크기는 무려 직경 20㎝. 하루빨리 수술을 받아야 이 악몽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수술 일정은 보름 뒤에 잡혔다. 수술에 필요한 피(AB형)의 양은 두 팩, 600㎖ 수준이다. 하지만 병원에선 피 부족을 이유로 지정헌혈을 요구했다. 수술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암 충격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직접 피를 구해오라는 말에 서러웠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평소 활동하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다. 피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헌혈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피 말리는 나날이었다. 지난 3월 초 수원시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최미경씨(45여가명)의 이야기다.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헌혈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청년층의 인구감소로 경기도에 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3일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혈액보유량(1일 소요량 488유닛)은 5일분 이상이 적정량이지만 최근 들어 4일분도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13일 오후 2시 기준 경기도의 혈액 보유량은 3.5일분을 기록 중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국내 헌혈실적은 2014년 305만3천425건으로 처음 300만건을 돌파한 이후 이듬해 308만2천918건을 기록,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헌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고 2020년 261만1천401건까지 줄었다. 경기도에서도 2015년 21만8천748건으로 가장 높은 헌혈실적을 기록했지만, 5년째 20만건대를 유지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헌혈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생과 군 장병 등 청년층의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가교육통계센터가 발표한 연도ㆍ학제ㆍ시도별 성별 취학률 자료를 보면 경기도내 고등학교 취학적령인구는 지난 2010년 50만1천209명에서 2015년 47만2천447명, 2020년 37만5천432명으로 10년새 25% 이상 감소했다. 또 국내 군 장병(육ㆍ해ㆍ공군)은 2010년 65만여명에서 2014년 63만여명, 2020년 55만5천여명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혈액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해온 도내 학생과 군 장병 수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비대면 수업,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의 여파로 단체헌혈이 크게 줄어든 것도 피 부족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혜경 헌혈의집 평촌센터 책임간호사는 단체헌혈이나 개인헌혈에서 학생과 군인들의 방문이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혈액확보 수단에서 중요한 단체헌혈이 크게 줄어 도내 혈액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국민적인 헌혈 동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독자의소리] 청년층 감소 ‘헌혈 공백’으로…지정헌혈 늘며 부작용 ‘우려’

저출산에 따른 청년층의 인구 감소 여파가 경기도내 헌혈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부족한 피를 구하기 위한 환자들의 지정헌혈이 크게 늘며 혈액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10~20대 인구 감소헌혈 공백으로 13일 혈액사업통계연보의 직업별 헌혈자들 현황을 보면 고교생ㆍ대학생ㆍ군인 등 10~20대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헌혈자 가운데 회사원(32.5%)을 제외하고 대학생(20.7%), 군인(14%), 고교생(12.4%) 등 10~20대의 헌혈 참여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전국 기준) 고교생의 헌혈 비중은 2018년 21.4%에서 지난해 12.4%로 크게 떨어졌고, 같은 기간 대학생 비중도 23.9%에서 20.7%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8년 15.2%의 비중을 차지한 군인도 지난해 14.0%에 머물고 있다. 경기도내 고등학생의 헌혈 참여율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2018년 18.0%, 2019년 17.4%, 2020년 8.9%로 급감하는 추세다. 이는 출생아수 감소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고교 3학년의 출생연도인 2003년 출생아 수는 49만5천36명으로 2000년(64만89명) 대비 22.6% 감소했다. 이후 2004년(47만6천958명)과 2005년(43만8천707명)에도 출생아수는 꾸준히 줄었다. 특히 2017년(35만7천771명) 처음으로 출생아수 40만명대가 무너진 뒤 2018년 32만6천822명, 2019년 30만2천676명, 2020년 27만2천400명으로 급감해 향후에는 더욱 가파른 청년층의 인구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혈액원 관계자는 차량을 통한 단체헌혈의 실적이 많이 감소해 하루 평균 1대당 8~10명가량 줄었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가 큰 원인이고, 최근 코로나19로 학교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더욱 감소세라면서 기존 10대ㆍ20대 중심의 헌혈 정책에서 30대 이상 장년층에 대한 정책으로 초점을 맞춰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헌혈 증가에 부작용 우려 이 같은 헌혈 공백 문제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환자 측이 직접 헌혈자를 구해오는 지정헌혈이 늘어나면서다. 경기도 지정헌혈 건수는 지난 2018년 986건, 2019년 1천763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2천738건으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는 5월까지 1천705건의 지정헌혈이 이뤄져 연간 지정헌혈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수원시 소재 A종합병원은 병원 방침에 따라 응급환자를 제외한 수술 환자들에게 직접 헌혈자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정헌혈은 혈액 매매 우려와 지정헌혈자 부재 시 수술 지연에 따른 환자의 생명 위독 등의 문제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지정헌혈 후 남은 혈액은 다른 병원에서 사용할 수 없어 혈액 쏠림 현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재만 한마음혈액원 혈액증진팀장은 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지정헌혈은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이에 따른 여러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관과 기업이 헌혈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휴가를 부여하는 등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독자의소리] “한국형 환자혈액관리로 안정적 수급 시스템 필요”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한국형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ㆍPBM)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가적 혈액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상황에서 보건의료계는 PBM 도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2010년부터 권장하고 있는 PBM은 환자 자신의 혈액을 보존함으로써 치료 및 수술 결과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환자에게 혈액이 부족할 경우 수혈에만 의존하던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제1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안)(2021~2025)을 통해 지자체별 헌혈 목표 등을 설정토록 한 상태다. 헌혈자 수와 보존 혈액량 등이 해마다 감소하면서 이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헌혈 장려에 대한 국가 임무를 법령 제ㆍ개정을 통해 명확히 하고,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기능을 확대하며, 혈액관리위원회 산하 전담 전문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혈액을 관리하기 위해선 적정 헌혈이 필수불가결하게 요구되는데, 그 기저에는 수혈 위주의 치료 등이 깔려 있다. 보건의료계는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혈액이 점점 더 부족해지고 특히 코로나19로 헌혈 거부감도 더해짐에 따라 점차 무수혈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꺼낸다. PBM을 통해 혈액을 아끼고 과도한 수혈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심은 물론 의료진과 환자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개별적으로 PBM을 도입하기도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경우 최근 아시아 최초로 병원 단위의 PBM 지침서를 만들어 병원 전체에 적용 중이다. 정재승 고려대 안암병원 무수혈센터장은 사람마다 기본적인 빈혈 수치(평균적으로 여성은 12, 남성은 13)가 있다. 해외에선 7~8까지 떨어져야 피를 주는데 우리나라 병원은 대부분 10까지만 떨어져도 줄 만큼 낭비가 있었다며 그동안 국민이나 의사들이 수혈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같은 수술이라도 환자 컨디션에 따라 필요한 피의 양이 달라 일괄 적용하긴 어렵지만 여러 약제와 마취 등 도움을 받으면 무수혈로도 충분히 환자 혈액을 관리할 수 있다면서 소중한 피를 아끼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PBM 도입 등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상처받는 입양가정] 우리는 행복한, 보통의 가족... 남들과 달라 보이나요?

가정의 달 5월의 수많은 기념일 속 11일은 입양의 날로 제정됐다. 한 가정이 한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국내에 건강한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5년부터 이어진 날이지만 아직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지 못하고 있다. 핏줄 중시 문화가 여전한 탓이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 이후 아동학대보다 입양가정에 사건 초점이 맞춰지며 편견은 더욱 깊어졌다. 그릇된 선입견에 멍들고 있는 입양가정의 고충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조명한다. 우리에겐 가슴으로 낳았다는 말도 상처가 돼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김영훈씨(53ㆍ가명) 부부에게도 십여년만에 변화가 생겼다. 정든 고향 수원을 쫓기듯 떠나게 된 것이다. 발단은 지난해 겨울 셋째딸이 감기에 걸리면서다. 2018년 당시 여덟살이던 딸을 공개 입양한 영훈씨 부부는 이웃과 만나 아이들 학습 정보를 공유했다. 그때 아이가 연신 기침을 해댔다. 주위는 일순간 얼어붙었다. 영훈씨는 아이가 기침할 때마다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코로나19 걱정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애써 합리화했지만 주변에서 나머지 애들은 멀쩡한데 왜 (입양한) 셋째만 감기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는 등 수상한 뒷얘기가 오간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에겐 셋째 말고도 비공개로 입양한 한 명의 입양아(2020년 당시 3세)가 더 있다. 항간에선 막내딸의 존재를 두고 뜬소문이 일기도 했는데, 본격적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영훈씨는 갑자기 신생아가 아닌 애(넷째)가 함께 다니는 걸 보고 누구냐, 언제 임신을 했었냐고 묻거나 첫째 둘째도 혹시(입양했냐)고 떠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막내가 불량식품을 먹겠다고 떼를 쓰면 안 된다고 말리다가도 괜히 남 눈치에 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입양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는 그는 공개 입양만큼은 오판이었다고 평했다. 영훈씨는 아이들이 자랄수록 피해가 생길 수 있단 생각에 결국 입양 소식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도 여섯 가족의 비밀을 감춘 채 살고 있다. 이빛나씨(53ㆍ가명)도 영훈씨와 같은 고민을 했다. 경기동부권에 거주하는 빛나씨는 몇 년 전까지 지역 입양단체의 회장을 맡았다. 본인의 자녀 중에도 막내가 입양아다. 누구보다 입양에 대한 선입견을 깨려 노력했지만 현실적 한계가 느끼고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그다. 결정적 계기는 정인이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로 본인의 아이가 넘어져 멍이 들어도 입양 부모 탓이 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빛나씨는 부모가 아이를 직접 낳았는지 가슴으로 낳았는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가 중요하다며 단지 입양아, 입양가정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입양 부모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신체검사, 정신 감정, 재산 검증 등 꼼꼼한 절차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부모다운 부모 승인이 난 뒤 입양이 결정됨에도 잠재적 아동 학대자라는 인식에선 벗어날 수 없어서다. 홀트아동복지회 한 지역상담소 관계자는 입양가족들은 애가 마음에 안 들면 때리지 말고 입양을 취소하라거나, 얼마나 하자가 있으면 애를 입양하느냐는 등 별별 추문을 다 들으며 살고 있다며 입양가족도 평범한 가족인 만큼 잘못된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줄고 있는 국내 입양] 국내 입양 아동수가 매년 줄고 있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인식부족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만연, 입양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인이 사건에 이어 최근 두살배기 아동의 학대사건이 입양가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유독 부각돼 입양에 대한 편견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입양가정을 출산가정과 분리해 관리 대상으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출산과 입양에 차별을 두는 사회적 격리행위라는 견해다. 입양관련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가해유형으로 입양가정을 별도로 구분해 인식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양과 출산 다르지 않아행정조치 동등하게 10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경기도 등 지방정부에 2021년 입양실무매뉴얼 개정사항을 전달했다. 개정사항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사후서비스 부분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사후관리보고서 작성의 경우 그동안 작성 횟수를 연간 4회 이상 작성하고, 4회 중 최소 2회는 가정방문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수정안은 사후관리보고서 작성횟수를 연간 6회 이상 작성하고, 6회의 사후관리 중 최소 3회는 가정방문을 하도록 강화했다. 또 가정방문 이외에 가정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대면 상담하고, 사후관리 진행 후 10일 이내에 사후관리 보고서 작성을 제시했다. 특히 사후관리는 양친과 아동 모두 함께 만나서 상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매뉴얼을 개정했다. 아동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정조치에 대해 입양 가정에 대한 과도한 조치이자 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익중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은 사실상 입양과 출산이 다를 바 없는데 유독 입양에 대해서만은 정부 기관들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아동학대 우려로 전수조사나 사후관리를 한다면 입양가정뿐만 아니라 신생아를 출산한 가정에서도 동등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조사에 상처 받는 입양 가정 우리 아이가 왜 학대 위기 아동인가요. 김포시에 거주하는 박모씨(57) 가족은 고민 끝에 입양을 결심했다. 2년간의 교육을 거쳐 아이를 입양한 박씨 부부는 최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행정복지센터로부터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차 가정을 방문하겠다는 통보를 받으면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위기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일부 입양 가정 아동을 포함시키면서 입양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사업은 사회보장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초생활수급자, 장기결석, 영유아 예방접종 미실시, 각종 아동수당 미신청 등 총 43종의 정보 연계로 조사 대상을 선별한다. 읍ㆍ면ㆍ동 아동담당 공무원은 선별된 아동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양육환경을 확인, 양육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그러나 아동 학대 정황을 조기 발굴하기 위한 방문 조사에 입양가정 아동이 지목되면서 입양 부모들은 부정확한 데이터와 편견 탓에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고 있다. 박씨는 우리 가족이 잠재적 아동학대자가 된 것 같아 일상 생활이 위축되고 있다며 최근 정인이 사건도 매우 이례적인 사건일 정도로 입양 가족에서 아동학대가 많지 않은데 모든 입양가족이 잠재적으로 아동을 학대할 수 있다는 낙인이 생기면 입양문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친부모 대비 입양가정 아동학대는 미비 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아동학대 사례를 보면 입양가정과의 관련성은 친생부모 대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행위자의 비율은 ▲친생부모 72% ▲대리양육자 16% ▲친인척 4.4% ▲계부모 3% ▲입양부모 0.3% 등이었다. 입양부모의 아동학대 행위는 친생부모와 비교할 때 70% 이상 차이를 보였다. 또한 2018~2019년 국내 아동학대 사망 아동은 70명인데, 이중 입양가족 사이에서 숨진 아동은 1명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정인이 사건이나 이번 2살 여아 학대사건이 아동학대보다 입양가정에 초점이 맞춰지며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입양이 위축될까 우려했다. 가뜩이나 국내 입양 아동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입양아동 현황은 지난 2017년 50명(전국의 10.8%), 2018년 50명(13.2%), 2019년 48명(12.4%) 등으로 멈춰서있다. 전국적으로는 2017년 465명에서 2018년 378명, 2019년 387명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영란 ㈔한국입양홍보회 팀장은 최근 들어 과도한 사후관리와 사회적 편견 등의 영향으로 입양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입양을 희망하려는 가족들도 입양특례법이 의미 없이 계속 바뀌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올해 국회에서 우리 홍보회에 전달된 일부개정안만 10여개다. 입양가족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 많은데, 오히려 입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 "입양, 제도개선 통해 사회적 편견 없애야" 지금부터라도 인식개선 교육과 제도개선을 통해 입양에 대한 문화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10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식개선과 편견, 제도의 괴리감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양은 가정을 이루는 하나의 방법일 뿐, 입양 가정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차별된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입양 가정에게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등의 말을 건넨다라며 1인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과 같이 입양은 가족을 이루는 한 방법일 뿐이다. 입양 가족이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편견을 없애려면 입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사무국장은 현 제도가 입양에 대한 시선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생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입양기관이 입양신고일로부터 1년 이내 가정을 방문하는 횟수를 4회에서 6회로 늘리도록 했다. 이 같은 지침이 입양문화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정인이 사건은 입양가정의 문제가 아닌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다. 당시 학대 정황이 있었지만 이를 방치한 기관이 잘못된 것이라며 기관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닌 입양 부모와 가정을 규제하는 것은 입양 문화를 소극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입양 문화가 위축되고 입양과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 생길수록 입양을 가야 할 아이들이 가정으로 가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모든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며 입양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한 김 사무국장은 어떤 아이들은 편식할 수도, 잠을 늦게 잘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허용하고 이해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곳이 가정이라며 아이를 위한 입양 가정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최현호이연우이정민김은진기자

[학교 안 그림자, 소아당뇨] 인슐린 맞으러 화장실로...주사보다 더 ‘따가운 편견’

경기도내 학생 2천500명 중 1명은 소아당뇨(제1형 당뇨병)를 앓고 있다. 2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ㆍ중ㆍ고등학교 재학생 중 소아당뇨를 앓는 평균 학생 수는 700여명(2018년 730명ㆍ2019년 698명ㆍ2020년 700명 추정)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작용이 상대적으로 저하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중 제1형 당뇨병은 만 18세 이하 학령기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서 소아당뇨라고도 불린다. 비만과 관계없이 보통 자가 면역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췌장 베타세포가 90% 이상 파괴되면 인슐린이 부족해지면서 시작된다. 운동이나 식사관리로는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반드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혈당 수치만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소아당뇨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보호체계는 여전히 미흡해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숨어 병마와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소아당뇨 인식 여전히 걸음마 수준 소아당뇨 학생들의 고통은 잘못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아당뇨라 불리는 제1형 당뇨병은 흔히 잘못된 식습관으로 발병되는 제2형 당뇨병과 다르다. 유전적 질병 등으로 발병하나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소아당뇨는 전 연령대에 걸쳐 발병할 수 있으며 생활습관과는 무관하다. 교통사고처럼 누구나 갑자기 발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아당뇨 학생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학교에 병명을 숨기고 화장실 등에 몰래 숨어 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당뇨는 성인병 아니냐, 당뇨병은 주사를 맞기보다 생활습관을 먼저 고쳐야 한다 등이 대표적인 1형 당뇨에 대한 오해들이다.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소아당뇨 학생들의 피해는 비상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간혹 저혈당을 느끼지만, 주사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일 때 소아당뇨 학생들은 사탕이나 젤리 등을 섭취한다. 당분이 들어간 식품은 혈당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소아당뇨 학생에게 사탕과 젤리는 생명줄과도 다름없다. 그러나 소아당뇨임을 밝히면 인식이 부족한 주변인들은 되레 간식거리를 못 먹게 하거나 비난하는 게 현실이다. 소아당뇨 학생들은 혈당이 낮아지면 혈당성 쇼크가 와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고, 호흡저하ㆍ곤란, 기도마비 등이 올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림자 뒤로 숨는다. 도내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여전히 소아당뇨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어린 학생들이 주변의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인식이 부족하다. 의료계와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소아당뇨의 국민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소아당뇨 학생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소아당뇨 학생들을 위한 당뇨병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큰 틀에서 △소아청소년기 당뇨병 이해 △당뇨병 학생 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매뉴얼 △응급상황 대처 방안 등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모든 교직원은 당뇨병 기본개념과 저혈당ㆍ고혈당을 인지해 대처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보건교사의 경우 응급상황 발생 시 학생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소아당뇨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과 기자재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저학년 학생들이다. 소아 청소년의 당뇨병 관리는 주로 혈당 측정과 인슐린 주사, 저혈당 대처, 운동, 식사 관리로 구성된다. 인슐린 주사만 하더라도 보통 하루 4회 이상의 주사를 놓는 다회주사법이나 인슐린 펌프를 활용해야 한다. 현행 학교 보건법상 저혈당쇼크 등 응급 상황에 보건교사가 투약행위를 할 수 있지만, 인슐린의 용량은 결정할 수 없다. 결국 어린 학생들이 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하는 셈이다. 서재선 대한당뇨병연합 환자가족위원회장은 저학년의 소아당뇨 학생을 둔 학부모는 아이들 곁에서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며 보건교사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청 차원에서도 소아당뇨 학생을 관리할 수 있는 도우미를 학교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소아당뇨 학생들을 파악해 학부모 상담을 비롯한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며 보건실을 포함한 독립된 공간에서 인슐린 주사를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소아당뇨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

[학교 안 그림자, 소아당뇨] 친구들 알까 두려워…...몰래 주사 남모를 고통

어른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당뇨병이 소아청소년층에서도 늘고 있다. 소아당뇨 학생들은 또래에게 당뇨 환자라는 것이 알려질까 두려워 화장실과 보건실에 몰래 숨어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는 등 사회적 선입견과 제도적 열악함 속에서 외면받고 있다.그림자처럼 숨어 지내는 경기도내 소아당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현 실태와 지원책을 짚어본다. 소아당뇨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숨죽여 울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017년 소아당뇨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 내 투약 공간 확보 등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학교는 소아당뇨 학생들에게 불편한 공간이다. 21일 만난 A양(13부천)은 4년째 학교 친구들에게 감추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소아당뇨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A양은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빠져나올 때면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배가 욱씬거린다는 핑계를 대고 보건실로 향한다. 보건실 냉장고에 보관 중인 당뇨 주사를 이 시간에 맞지 않으면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칸막이가 쳐진 공간에서 A양은 정해진 유닛(unit용량)의 인슐린 주사기를 쥐고 스스로를 찔러야만 한다. 의정부지역 한 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B군(17) 역시 소아당뇨 환자다. 중학교 2학년 때 소아 당뇨 진단을 받은 후 꾸준히 일정 시간마다 사탕과 약을 복용 중이다. 중학생 시절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는 B군은 당시 학교에 아픈 애라는 소문이 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절대 주변에 안 들키도록 조심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날이 줄어 어떤 부분에선 안심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군포지역에 거주하는 C학생과 양평지역 중학교에 재학 중인 D학생도 소아당뇨로 수년째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학생은 자신은 물론 가족조차 소아당뇨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학교에서 먼저 증상을 확인해 처방을 권했다. 이후 2년째 매일 아침저녁때가 되면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챙기게 됐다. D학생도 여타 소아당뇨 환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D학생은 언제 어디서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몸에 항상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채 통학한다. 이처럼 소아당뇨 학생들이 남모를 고통을 겪으며, 학교 현장에서는 소아당뇨 학생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례로 학급 수에 따라 전문 의료인을 배치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남지역의 한 보건교사는 일선 학교에는 소수지만 소아당뇨 학생들이 늘 존재한다. 그러나 지원책이 미비해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아픈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학교별 협의체가 구성되는 방안, 학교에 의료 전문 보조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며, 더 늦기 전에 교육 공동체가 대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독자소통팀

[학교 안 그림자, 소아당뇨] “소아당뇨 명확한 가이드라인·제도개선 절실”

당뇨병을 앓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학교현장의 혼동을 막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의 인식 및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아당뇨에 대한 인식개선과 교육, 사회적 괴리감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연스럽게 인슐린 주사를 맞고 관리하는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신기해 하거나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은 개선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1형 당뇨병뿐 아니라 췌장장애로 이식을 받거나 호르몬 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 평생을 완치 없이 주사와 보조기구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이 장애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런 점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구민정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간호사은 당뇨병은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하는데 소아당뇨라 불리는 1형 당뇨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실제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도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에 대해 잘못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2017년 국무조정실에서 어린이집과 각급 학교 내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음에도 여전히 소아당뇨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 교직원 교육 등 인식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학교에 소아당뇨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이 배포됐으나 가이드라인대로 관리시스템이 정립돼 있지 않다면서 소아당뇨 학생이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주사할 적절한 관리 장소와 필요 물품 제공에 대한 정책 보완 및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천아영 경기도보건교사회장은 우선 환경개선을 기반으로 소아당뇨 학생이 있는 재적수 1천명 이상의 학교에 보조 인력배치를 제안했다. 그는 소아당뇨 학생의 건강관리를 포함한 식이조절과 상시관찰이 필요하고,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고혈당과 저혈당에 의한 쇼크로 횟수를 정할 수 없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보건교사 1인으로는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당뇨학생 관리에 서로 상충하는 의견을 주장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견을 정리해 명확한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는 매뉴얼 제작이 실무자들의 경험과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실효성 있는 소아 청소년 당뇨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자소통팀

[독자의 소리] “원격수업요? 다문화 학생들은 로그인도 잘 못해요”

전교생 468명 중 454명이 다문화 학생인 원곡초의 현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은 일상이 됐다. 그중에서도 원격 수업은 가장 보편화돼 있다. 한국 학생들은 빠른 적응력으로 손쉽게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러나 국제결혼 또는 외국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 학생들은 여전히 원격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언어의 벽과 문화의 벽으로 한국 학생들과 학습 격차가 벌어진 다문화 학생들에게 기술의 벽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길어지는 원격 수업에 교육부는 배움에 빈틈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독자소통팀은 원격 수업으로 교육 격차가 더욱 심해진 다문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4일 만난 원곡초의 교사들은 저마다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업무에 한창이었다. EBS 수업 동영상을 러시아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자막을 써넣는가 하면, 다문화 학생들을 불러 원격 수업 접속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학교였으면 특수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다문화 학생 재학 비율이 97%에 이르는 원곡초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이처럼 다문화 학생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학교의 교육 방식도 다문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원곡초는 지난 2009년 개설한 한국어특별학급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수준을 총 16등급으로 나눠 세분화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원곡초가 쌓아온 교육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먼저 학교와 다문화 학생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면 수업을 할 경우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이 있으면 교사가 이를 인지하고 현장에서 지도를 해왔으나 원격 수업에서는 불가능하다. 5학년 부장인 이정헌 교사는 등교 수업에서는 한국어가 부족한 학생이 있으면 교사의 지도가 아니더라도 같은 문화권의 친구가 통역을 해주는 등 서로 도우면서 공부를 해왔다며 현재는 이마저도 어려우니 당장 수업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다문화 학생들에게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언어에 대한 노출도 역시 줄었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선 자주 듣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원격 수업 환경 아래서는 오직 강의를 틀고 있을 때에만 한국어가 노출돼 이전보다 학습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교사들은 다가올 미래가 더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향후 원곡초 주변 재건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한국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데, 비대면 수업으로 벌어지는 교육 격차가 한국 학생들과 다문화 학생들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2021년 교육부 예산 76조3천332억원에서 다문화 학생 한국어원격 교육 지원 예산은 고작 1억원에 그치면서 교사들의 한숨은 늘고 있다. 이정헌 교사는 경기도에 다문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학교는 2천100여개다. 그만큼 우리 교육현장에는 다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며 EBS 자막을 번역해주는 것이라도 정부에서 도와주면 수천명의 다문화 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편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소통팀 다문화 학생과 내국인 학생의 교육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가정 형편, 문화 차이, 보충 교육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교육 격차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수업 장기화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국가통계포털과 교육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경기도 내 다문화가정의 취학 아동 수는 지난 4월 기준 3만6천41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학생 2만7천61명, 중학생 6천435명, 고등학생 2천875명, 기타 40명 등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도내 다문화 학생은 매년 5천여명씩 늘고 있지만 내국인 학생들과의 교육 격차는 점점 벌어지며 다문화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다문화가정 미취학 아동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도내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학업중단율은 0.9%로 내국인 학생(0.2%)과 비교해 4.5배가량 높았다. 또 내국인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다문화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높아지고 있다. 학업을 중단한 다문화 학생은 지난 2012년 278명에서 이듬해 328명, 2014년 435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700명대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학업을 중단한 내국인 학생은 매년 10% 이상 꾸준히 감소했다. 여성가족부의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다문화 학생이 학업적응에 애로를 겪은 이유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64.7%)가 가장 높았고,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45.2%),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서(25.5%), 부모의 관심이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해서(10.9%), 외모 때문에(7.7%), 기타(5.1%), 선생님의 차별대우 때문에(2.5%) 등을 지목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 수업이 도입되면서 다문화 학생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선진아씨(41ㆍ중국)와 자녀인 김진우(15ㆍ가명)ㆍ김선우(9ㆍ가명) 형제는 비대면 교육 장기화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애로를 호소했다. 매일 아침 김진우군은 컴퓨터를 키고, 김선우군은 휴대전화를 TV에 연결해 학교 수업을 시작한다. 한국에 온 지 13년 된 엄마 선씨는 아직도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비대면 교육을 활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 비대면 교육을 처음 접해봤기 때문에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수업 관련 프로그램 설치와 접속을 어려워했어도 도와주지 못했다. 아울러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는 오후 4~5시부터 필요에 따라서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보충 교육과 자습이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못한 상태다. 부담은 자연스레 아직 어린 나이지만 장남으로서 엄마와 동생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김진우군에게 안겨졌다. 엄마와 동생의 대화가 원활하지 못하면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며 동생이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신의 공부도 제쳐놓고 동생을 도와야 한다. 여기에 각종 고지서나 안내문이 집에 오면 엄마에게 뜻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학업에 전적으로 신경 쓰기 힘든 상태다. 선씨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도시락, 가정통신문과 같이 어려운 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준비물을 챙겨주지 못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었는데 비대면 교육에 따른 막막함에 비하면 고민도 아니였다라며 단순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진로, 성적 고민을 토로할 시기가 올 텐데 엄마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너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8년 기준 도내 다문화 학생의 74.8%가 만 11세 미만 아동인 점을 강조하며,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높은 수준의 인지 및 습득능력이 요구되는 고등 교육을 받게 될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면 내국인 학생과의 교육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미림 수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은 일선 방문 지도사들이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본 결과 교육부 지원으로 기술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비대면 교육은 대면 교육과 비교해 제약사항이 많고 접근성이 낮은 상태라며 자녀에게 학습 조력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학부모의 애로와 이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 팀장은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학계나 교육계에서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하고 집단지성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독자소통팀 = 홍완식권오탁김해령김태희장희준기자

정부, 생활체육지도자 정규직 전환 추진…광역 시ㆍ도에 ‘가이드라인’ 전달

국민의 체육 활동 독려를 위해 지난 2001년 도입된 생활체육지도자들이 수십 년째 제도권 밖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경기일보8월 24일자 1ㆍ3면)과 관련, 정부가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문체부 생활체육지도자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말 회의를 통해 생활체육지도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결정하고,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광역 시ㆍ도에 전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광역 시ㆍ도가 자체적인 정규직전환 심의위를 구성, 생활체육지도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논의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문체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지도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광역 시ㆍ도로 내려 보냈다며 세부적인 사안은 각 시ㆍ도에서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각 시ㆍ도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의위를 구성하고, 문체부에서 제시한 기본 틀을 받아들이면 전국 2천600여명의 생활체육지도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구체적인 고용 형태는 시ㆍ도 심의위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활체육지도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각 시ㆍ도로 생활체육지도자 처우에 관한 결정권을 넘기면 제대로 된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결정권을 받은 광역지자체가 예산 편성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다시 기초지자체로 결정권을 이관하면 생활체육지도자들의 정규직 전환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주 경기도생활체육지도자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 결정권을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면 결국 또다시 시ㆍ도간 격차 문제가 발생해 제대로 된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경기도와 경기도체육회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며, 조만간 지도자들과 논의해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공문을 전달받은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며 다만 경기도체육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제대로 된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소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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