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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 잔혹사] 경기도, 시름 깊은 청년농부 ‘희망 싹’ 틔운다

경기도가 청년농부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나선다. 이는 귀농귀촌인들이 비싼 땅값 등을 이유로 역(易)귀농 하고 있다는 경기일보 K-ECO팀의 '청년농부 잔혹사' 연속보도(7월18일, 19일, 25일, 26일자 1·3면)에 대한 후속 조치다. 31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현재 도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관(官)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지를 청년농부들에게 임대해줄 수 있는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땅 또는 도유지·시유지를 활용해 신규 귀농귀촌인에게 무상이나 저가로 지원해줄 수 있는 대책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귀농귀촌계에서 “토지가가 비싸 농업으로 수익성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또 도는 ▲경기창업준비농장 ▲경기청년스마트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 ▲귀농귀촌 박람회 참가 ▲농업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등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의 확대 및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예컨대 창업준비농장 경우 사업량을 현재 4개소(90명 대상)에서 늘리고, 스마트팜의 경우 시설비 자부담을 낮춘다는 등의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종합대책은 2023년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책 마련을 위해 이르면 오는 9~10월 ‘청년농을 위한 정책방안 마련’ 관련 토론회와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민선 8기 공약 발표에 맞춰 청년농부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만들 것”이라며 “토론회·간담회를 열고 2023년 시행 목표로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추진 중인 귀농귀촌 지원정책은 총 1천962개로, 경기권 정책은 24개(1.2%)에 불과하던 상황이었다. 구체적으로 도내 31개 시·군에선 23곳이 아무런 지원을 하고 있지 않았다. 신규 귀농귀촌인 등은 농어촌 현장에서 ▲사업 참여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승계농이나 강소농만 가능한 점 ▲지역별 환경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천편일률적 교육만 이뤄지는 점 ▲서류 준비 등 행정 단계가 어려운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K-ECO팀=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청년농부 잔혹사] 完. 소멸 위기 마을 해법은

막내가 70대... 주름 깊어진 농촌 ‘청년유입 절실’ “우리 마을 막내가 70대야, 70대.” 소나기가 짧게 스치고 간 25일 오후 여주시 강천면 이호2리 마을회관. 따가운 뙤약볕을 피해 들어온 조순악 할아버지(78)는 입구에서부터 연신 구슬땀을 닦아냈다. 동네 친구들과 수다 떨며 불볕더위를 잠시라도 잊어볼까 했지만 회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조 할아버지는 고충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식들도 농사를 물려받지 않으려 한다거나, 마을을 찾아오는 외지인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곳 이호2리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벼농사를 지으며 생활한다. 그 중 막내는 70대. 곧 여든을 바라보는 조 할아버지 역시 마을에서는 평균 나이에 속한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며 한 살 두 살 늙는 주민들 곁에, 마을의 주름도 늘어간다. 조 할아버지는 “젊은 청년들이 아무 것도 없는 이런 시골에 와서 살려고 하겠어? 낯선 사람이 온 지 수십년은 됐을 거야. 이대로 사람 없이, 그냥 마을이 사라지는 거겠지”라고 넋두리를 했다. 이호2리보다 조금 더 ‘젊은’ 동네인 양평군 단월면 부안2리를 향했다. 여기서도 농촌의 초고령화를 볼 수 있었다. “보통 농촌에서는 60대가 청년”이라고 입을 뗀 이관행 이장(67)은 실제로 본인 또한 ‘이 마을을 지키는 마지막 세대’라고 소개했다. 이 이장은 “우리 세대가 손 떼는 순간 이 동네는 시대에서 잊혀질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 부안2리에 거주 중인 인구는 120여명인데, 벼농사 등의 ‘일’이 가능한 주민은 단 4명에 그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연로한 탓이다. 마을 차원의 수익은 내야 하는데 작물을 일궈낼 인력은 없어서, 노는 땅과 농기계를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임대하며 먹고 산다. 계절마다 밭을 갈아야 할 때도 농협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10년 뒤에도 이 마을이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던 이 이장은 농촌에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는 가장 큰 문제가 ‘정주 여건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병원에 한 번 가려 해도 하루에 세 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하는 만큼 ‘기존 원주민들도 살기 불편한 시골 동네’라는 게 이유다. 이관행 이장은 “뭐라도 있어야 젊은 세대가 여기에 머물 이유를 찾지 않겠나.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있어야 ‘살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며 “그럴싸한 정주 여건을 마련해주면 자연스럽게 청년 농부들도 늘어날 테고, 마을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층 유입책 마련해야… 소멸 위험 마을 살린다 ‘경기도 농촌’이 사라지고 있다. 마을 소멸이라는 생사의 기로에서 농촌은 장기적·단계적인 생존 대책을 요구한다. 이때 가장 절실한 건 젊은 층의 유입이다. 농촌 발전은 차치하고, 단지 마을의 존재 유지만을 위해서라도 청년 농부가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道 지방소멸위험지수 10년 만에 1.83→1.05 ‘뚝’ 25일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선 주민등록 세대별 인구수 등 기준에 따라 ‘지방 소멸 단계’를 5단계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소멸위험 매우 낮음(위험분류 1단계): 지방소멸위험지수 1.5 이상 △소멸위험 보통(2단계): 1.0~1.5 미만 △소멸 주의(3단계): 0.5~1.0 미만 △소멸위험 진입(4단계): 0.2~0.5 미만 △소멸 고위험(5단계): 0.2 미만 등의 기준으로 나뉜다.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낮거나, 위험분류가 높을수록 마을이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경기도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10년 1.83(위험분류 1)으로 소멸 위험과는 거리가 먼 상태였다. 하지만 고령화·저출생 등 문제가 심화하면서 2014년부터 위험지수가 1.45 수준에 접어들기 시작하더니 2020년에는 1.05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 가평·연천 등 6개 지역 ‘소멸 위험’... 대부분이 농어촌 특히 가장 최근(올해 3월) 결과를 보면 경기도 내 가평군·연천군·양평군·여주시·동두천시·포천시 등 6개 지역은 위험지수 0.3대를 기록, 이미 위험분류 4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동두천과 포천의 경우 2020년 조사까지만 해도 포함되지 않았던 곳인데 새롭게 진입했다. 농촌 소멸이 빠르게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 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도에서만 총 38곳이 소멸 고위험 지역(5단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포천시 관인면(0.10)이며, 다음으로 연천군 왕징면·포천시 창수면·양평군 청운면·이천시 율면(0.11) 등이 잇따른다. 전반적으로 농어촌 위주, 1차 산업을 주된 먹거리로 하는 지역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 마을 소멸 막으려는 정책 있지만 ‘청년 유입’과는 거리 멀어 이러한 ‘마을 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도 있긴 하다. 하지만 청년층의 유입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도 더해진다. 예컨대 행정안전부가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진행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대표적이다. 이 기금은 재정 여건이 열악하고 인구 감소지역으로 꼽히는 전국 122개 지자체에 연 1조원의 기금을 들여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청년을 지방에 데려와 정착시키는 대책은 아니어서, 지자체가 1조원을 ‘나눠먹기’ 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경기도에서도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하며 마을 소멸을 방지하려 하지만, 마찬가지로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지원은 아니다. 농촌기본소득은 인구를 늘리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주민 개개인에게 지역화폐로 매월 15만원씩 5년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사업 3년차인 2024년에 중간평가를 실시한 후 정책 효과가 입증되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내년 시행도 확답할 수 없다. ■ “청년은 농업의 지속가능성 위해 필수적” 귀농귀촌 현장에선 정책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꺼낸다. 안성 갈전리마을의 송영호 이장은 “청년들을 위한 소규모 공공주택 등 기본적인 정주 여건을 만들어주고 유입 정책을 시행해야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허울뿐인 정책만 내세웠다간 청년들을 농어촌으로 유입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인력이고, 농촌 마을 역시 청년층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청년층을 농어촌으로 끌어올 수 있는 요인은 없다”면서 “농촌 마을을 사람들이 살기 좋은 장소로 만드는 게 지속가능한 농촌 마을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ECO팀=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기자노트] 빚지지 않고, 꿈꿀 수 있는 청년들의 시골살이 ‘농촌 노동력의 고령화는 후계인력의 부족과 더불어 농업의 잠재적 성장력을 떨어뜨린다. 이 관점에서 귀농귀촌을 통한 도시인구의 유입은 좋은 대안으로 대두된다’. <청년농부 잔혹사> 시리즈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고령화가 농업과 농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대비책은 아직 부족하다면서, 107페이지에 걸쳐 ‘도시 출신 청년농부를 양성하자’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인상적인 건 이 보고서가 나온 시기와 배경이다.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정부예산의 효율적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2013년 1월 정책연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됐다.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젊은 층이 진입해야 된다는 게 이미 10여년 전부터 논의됐던 셈이다. 이후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틀에서 달라진 건 없다. 정부·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책을 꺼내고 소소한 변화를 이끌기도 했지만 여전히 농촌은 늙고, 가난하며, 텅 비었다. 부실한 재정·취약한 정주 여건 등의 문제가 전국에서 ‘잘 사는 동네’로 손꼽히는 경기도에서 거론될 정도라니, 여타 열악한 지역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현장에선 “버티고 싶어도 버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집과 땅을 구하느라 빚을 져야만 하고, 그렇게 대출 받아 일을 하더라도 농사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장과 같은 마을 유지에게 ‘충성’하는 낯선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청년농부는 설 자리를 잃는다. “시골 인심은 옛말”이라던 한 청년농부의 말마따나,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결국 다시 도시를 향하고 있다. 고인물이 된 농촌은 사라짐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퀴퀴한 시골을 탈바꿈하고 잠든 농업을 깨울 수 있는 건 청년농부다. 그리고 청년농부를 키워 농촌과 농업을 발전시키는 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시대를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안정적 시골살이’를 꿈꾸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이연우기자

[청년농부 잔혹사] ③ 허울뿐인 컨설팅

지연·혈연 막혀 설자리가 없다 “농사가 너무 잘 돼도 걱정이에요, 팔 데가 없거든요.” 가녀린 체구의 김자연 씨(29·가명)는 5년 전 친구의 권유로 경기남부권에서 장미 농사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열어 ‘대박’을 터트렸던 친구가 “앞으로 치유농업이 뜬다는데 너도 이름 따라 농사를 해보는 게 어때?”라고 했던 게 계기다. 당시 취업도, 창업도 아닌 새로운 길을 찾고 있던 김 씨는 사업 감각이 있는 친구의 얘기에 솔깃했다. 기본적으로 장미를 어떻게 키우는지 알아보기 시작했고, 1년간 적합한 환경을 찾아 여러 지자체를 방문하다가 결국 현재의 지역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장미 농사 지으려 ‘자연’으로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농업으로 대성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던 그는 “이젠 일이 힘드니까 ‘이 이름이 내 운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후회가 크다”고 전했다. 그 후회의 중심에는 ‘풍작’이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농사가 지나치게 성공적이라 고민인 상황이다. 생산량은 많은데 판매처가 마땅치 않아 고스란히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저는 하우스 농사를 하기 때문에 날씨 영향은 덜 받고, 물 관리만 잘하면 비교적 재배가 잘 된다. 거금을 노리는 것도 아니라 보통 직장인 월급 수준만 벌자는 목표라서 경제적으로 심각하게 어려운 상태는 아니다”라며 “문제는 코로나19였는데, 이전에는 졸업·입학 시즌 등에 매출이 컸지만 이후로 급감하면서 장미가 남아돌았다. 과잉 생산 돼 장미를 팔 데가 없으니까 전부 쓰레기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어디서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뚫어야 할지 막막했던 그는 정부 부처에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귀농귀촌 관련 기관·단체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돈을 주고 민간 컨설팅도 따로 받을 정도였다. 그러다 지역 내 귀농귀촌 교육관을 방문해 전문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별도로 전문가와 컨설팅 기회를 잡았다. 당시 컨설턴트는 김 씨에게 ‘온라인 스토어 입점’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때 김 씨는 경제적 비용 부담으로 다른 지역의 농업인들과 공동 스토어 오픈을 준비 중이어서 다른 방법을 물었다고 했다. 자연 씨는 “컨설턴트가 두 번째로 추천한 건 지역 농업 박람회나 행사, 직판장 같은 곳에 부스를 꾸리는 것”이라며 “지자체와 마을 주민들, 청년농업인 커뮤니티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니 결국 그런 자리는 인맥으로 결정된다더라. 저 같은 초짜 농부가 설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제 컨설턴트는 ‘부스 마련해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걸로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알 사람은 다 아는데 박람회에 들어가는 건 전부 지연·혈연 통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허울뿐인 컨설팅의 이면에는 교육관의 잘못이 있다고 봤다. “교육을 열긴 열어야 하니까 지자체에서 꽂아주는 사람, 이장이 추천하는 사람 등을 강사로 앉힌다. 이런 컨설턴트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컨설팅을 해주거나 성의 없이 건성건성 응대해준다”며 “청년들이 농촌에 자리잡게 하려면 지역 교육관 컨설팅 같은 기초적인 일부터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내 지자체 23곳 지원 전무... 뿌리 못 내리는 ‘귀농귀촌’ 낚시할 배가 없는데 선박 수리 교육을 들어야 하고, 물려받을 땅이 없는데 양도소득세 감면 조건을 배워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청년 농부 지원책이 역(易)귀농을 부추기고 있다. ■ 道 귀농귀촌 혜택, 전국 1%뿐... 23곳 시·군 지원책도 없다 24일 귀농귀촌종합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선 1천962개의 귀농귀촌 지원정책과 1천103개의 사회복지정책이 각각 추진되고 있다. 지원정책은 전남이 480개(24.4%)로 가장 많고 뒤이어 △전북 354개(18.0%) △강원 315개(16.0%) △경북 257개(13.0%) 등 순이다. 사회복지정책 역시 전남이 354개(32.0%)로 최다이며 △경남 175개(15.8%) △경북 136개(12.3%) △강원 128개(11.6%) 등이 뒤따른다. 이때 경기권 정책은 단 1% 수준에 그친다. 지원정책이 24개(1.2%), 사회복지정책이 9개(0.8%)에 불과하다. 추진 정책이 없는 서울시를 제외하면 제주(지원정책 16개(0.8%), 사회복지정책 5개(0.4%)) 다음으로 낮은 비중이다. 세부적으로 경기권 지원정책을 살펴보면 가평군의 사업이 ‘축산 및 가축방역분야 보조사업’, ‘귀농농업창업자금’ 등 8개(도내 33.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연천군이 ‘귀농인 농기계 임대료 감면 지원’, ‘주택개량 지원’ 등 6개(25%), 화성시·남양주시가 각각 3개(각 12.5%), 평택시·양주시·안성시·양평군이 각각 1개(각 4.1%)다. 대부분이 경기북부지역에 쏠린 정책이며, 여타 나머지 23개 시·군(도내 74.1%)은 귀농귀촌 관련 지원책이 없다. 특히 사회복지정책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정책이 존재하는 곳이 연천군과 양주시 두 곳 뿐이기 때문이다. 그마저 출산 또는 출산 예정 여성농업인의 검사 비용을 지원해준다거나 출산 관련 용품·철분제 등을 제공하는 내용으로, 대상이 특정돼 있다는 맹점이 있다. 이 같은 정책들은 대부분 기초 지자체 농업 관련 부서나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시행되고 있다. ■ 광역 차원의 멘토도 사실상 ‘유명무실’ 이 외에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별도로 경기도농수산진흥원에 위탁해 ‘경기도귀농귀촌지원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도 센터에서는 크게 ‘정보 제공’, ‘교육 지원’, ‘정착 지원’이라는 3가지 틀 안에서 11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귀농귀촌박람회 참여(5회), 농협대(고양)·신한대(의정부)·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여주) 등과 연계한 귀농귀촌대학 운영 등으로, 투입 예산은 연 5억8천400만원이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있으나 마나’ 하다는 게 청년 농부들의 생각이다. 예컨대 귀농귀촌대학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1인당 평균 70만원을 받는 꼴이지만, 수료 후 귀농귀촌을 하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는다. 사후관리에 손을 떼서다. 또 실질적으로 경기도의 귀농귀촌 지원사업 중 ‘청년사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은 △경기창업준비농장(모의 창농 기회 제공) △경기청년스마트팜(2022년 신규사업·스마트팜 시설비 지원)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정착지원금 및 융자 지원) 등 3개에 그치는데, 정부 정책과 차이가 없는 데다가 중복 지원도 불가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초보 농부와 전문 농부를 1:1로 연결해주는 ‘행복멘토·멘티’ 사업도 유명무실하긴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농사에 대한 기본 교육 외에도 신규 귀농귀촌인과 마을 원주민이 마찰을 일으켰을 때 ‘갈등조정관’을 파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갈등조정관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설명이다. 주민의 텃세에서 시작된 감정 싸움은 때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갈등조정관이 파견되더라도 법적 권한이 없어 문제 해결에 나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도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센터에서 갈등조정관을 파견해 경기남부와 북부의 갈등 조정 사례를 조사한 결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훨씬 많았다”며 “이들을 화해시키거나 서로 묻어두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데다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 더욱 손 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전문적인 조정관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었지만 조정관이 실질적으로 갈등 해결에 도움 되지 않다 보니 해당 사업을 없앨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영농기술 교육·농업정보 등... 청년 농부 “우리는 참여 어려워” 기초나 광역이나 지자체 귀농귀촌 지원의 상당수는 ‘신규 농업인을 위한 기초 영농기술 교육 및 농업정보 제공’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외 지역 여건에 따라 ‘7천500만원 이하의 주택 구입자금 대출 지원’(화성시), ‘최장 3년간 월 최대 100만원의 영농정착 지원금 지급’(양주시), ‘이앙기·굴삭기 등 농업기계 임대’(가평군), ‘100만원 범위 내 단독주택 수리비 실비 지원’(연천군) 등 차이가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처럼 다양한 정책들을 크게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①경기도나 경기도귀농귀촌지원센터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 등 정책 추진 기관이 제각각이라 ‘총괄 책임자’가 없는 점 ②사업 참여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사실상 승계농이나 강소농만 가능한 점 ③지역간 다른 평균 수온·기온 등 환경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천편일률적 교육이 이뤄지는 점 ④신규 귀농귀촌인이 진입하기엔 서류 준비 등 행정 단계가 어려운 점 ⑤지역간 정책 차이가 있어 같은 농업을 해도 혜택에 차등이 생기는 점 등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화성지역의 한 농학박사는 “예컨대 ‘지자체가 주관하는 귀농영농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사실상 정부가 선정하는 ‘청년창업농’에 한정하고 있는 꼴이라 그렇지 않은 ‘청년농업인’이나 ‘강소농’은 배제된다. 또 귀어(魚) 지원사업으로 추진되는 ‘소형 선박 수리 교육’ 역시 선박이 없는 이에겐 무용지물인 프로그램”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귀촌 관련 정책이 큰 틀에서 비슷할 수는 있지만 조금 더 지역 밀착형이고 현 시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ECO팀=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청년농부 잔혹사] ② 누가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버나

자연이 좋아 시골을 택했고, 시골이 싫어 자연을 떠났다.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는 게 스물일곱 상형 씨의 넋두리다. 사실 ‘상형’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누누이 가명을 요청한 그는 “시골 생활을 제대로 얘기하려면 술 마시면서 2박3일을 같이 보내도 부족하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여기가 좁은 바닥이라 소문이 금방 퍼지기 때문에 제가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며 “구체적인 신상은 꼭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따라서 그의 부탁대로 일부 내용을 각색했다. 지난 2018년 대학교를 졸업한 상형 씨는 ‘청년 농부’의 꿈을 안고 경기북부 A지역으로 향했다. 마침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1년 전부터 A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터라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어느 날 이사를 하고 짐 정리를 하던 상형 씨에게 ‘A지역 농업기술센터’ 직원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멘토’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의심스러웠지만 며칠 뒤 기관을 방문하고 로비 커피숍에서 토마토 농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점차 신뢰가 쌓였다. 얼마 후 실제로도 멘토와 연결돼 뒤늦은 감사를 전했다. 그게 문제였다. 상형 씨의 꿈이 산산조각 난 계기가 바로 그 센터와 멘토였다. 상형씨는 이로부터 3개월 뒤 모든 것을 버리고 야반도주 했다. 상형 씨는 “처음에는 감사함이 컸지만 결국 멘토의 본심을 알게 돼 완전히 질려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토마토 재배·판매 기술을 알려준다던 멘토는 나를 본인의 농장 직원으로 쓰려고 한 게 진짜 목적이었다. 멘티 교육 프로그램이 있긴커녕 밤낮 할 것 없이 시도 때도 불러 무보수로 일을 시켰고 ‘이것도 다 멘토링의 일부’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형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멘토도, 멘토를 소개시켜 준 사람도 농업기술센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던 것. ‘센터 직원’은 ‘멘토’와 한 패거리로 A지역 센터 소속이 아니었다. 상형 씨를 센터로 불렀을 땐 로비나 입구 근처로 안내했고 사무실 안을 보여주진 않았다. 이들은 상형 씨와 같은 청년 농부를 속여 ‘봉사할 수 있는 농부’를 구하려 한 것이다. 상형씨는 “동네에서 ‘밭일 대신 해줄 젊은 일꾼’을 공짜로 쓰려고 직원인 척 꼬드겼던 것”이라며 “뒤늦게 친구를 통해 이러한 것들이 모두 거짓말임을 알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해도 멘토가 워낙 지역 유지라 ‘그 분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만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돈도, 시간도 버리고 3개월간 고생만 하다 ‘도망가자’는 결심에 떠났는데 이젠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있었으면 어떤 일을 어떻게 당했을지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야반도주 한 뒤로도 2~3년 동안 대문을 잠근 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았다. 대인기피증이 생겨 작년(2021년)까지 크게 앓다가 최근에야 타인과 대화를 시작했다”며 “귀농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은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고 부디 저 같은 경험을 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을발전기금 수백만원 요구... 환멸 느낀 ‘전원일기’ 드라마나 영화, 뉴스에 그럴싸하게 비춰진 시골 풍경은 거품이었다. 회사 생활에 지쳐 농촌으로 떠났다가 2년 만에 다시 고통 속 회사로 복귀한 김동우씨(가명·37) 이야기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농사에 매력을 느껴 귀농을 했던 김 씨는 기대에 찬 노후를 져버리고 농촌 생활에 환멸만 느낀 채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지난 날을 회상하던 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누가 마을에 새로 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곤 했는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냥 호구였죠 뭐”. 땀 흘려 버는 돈에 로망이 있던 그는 한동안 직장상사의 잔소리가 끔찍하게 싫었다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손에 잡히는 월급은 똑같았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보람찬 일이 뭘까 생각했던 끝에 선택한 게 귀농이었다. 괜찮은 곳을 알아보던 그는 경기남부의 ‘리’ 단위 작은 마을에서 친절한 이장님을 만났다. 일구기 좋은 땅도 직접 알아봐주고, 필요한 농자재도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소매를 걷던 ‘은인’이었다. 동우 씨는 이장을 믿고 그 ‘리’에 새 터전을 잡게 됐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어느 날, 이장이 찾아와 마을발전기금 2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니 “동네에 잘 말해줄게”라며 일단 ‘성의’로 50만원이라도 부치라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시에 살 때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뜻밖의 세금(?)이었다. ‘그래 뭐, 많이 도와주셨으니까 성의라도 보이자’는 생각으로 은혜를 갚을 겸 50만원을 전달했다. 그때부터였다. 동우 씨의 농사는 물론 사생활까지 일상 전반에 걸쳐 마을 어르신들의 간섭이 시작됐다. ‘이렇게 하면 농사 다 말아먹는다’, ‘이 돌 좀 치워라. 요즘 젊은이들은 게으르다’ 등 직장상사의 참견보다 더 심한 간섭이 이어졌다. 급기야 귀농이 후회되고 농촌이 싫어진 그는 고민 끝에 ‘회사’와 ‘도시’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었다. “어쨌건 낯선 땅에 정착하면서 경제적으로 손해를 많이 봤으니까 땅이라도 제 값에 잘 팔고 나가자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장한테 소개받아 샀던 땅이 알고보니 3천만원 가량 더 비싸게 주고 샀던 거였더라고요. 저는 진짜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했어요. 믿었던 이장에게 뒷통수 맞은 거죠”라고 하소연을 하던 그는 “그 땅이 이장 친척의 땅이었더라고요. 모르겠어요. 다음에는 저 말고 또 새로운 사람으로 ‘땅 주인’이 바뀔 텐데 그 가족이 얼마나 돈을 벌었을지. 딱히 할 말은 없고 그냥 저처럼 바보 같이 당하고 나오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미래엔 ‘귀농’이란 선택지는 없다. 김 씨는 은퇴 후에도 시골 생활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그래도 농사일이라는 게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 만큼은 뿌듯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몸도 마음도 괴로움의 연속이었죠”라며 “다시는 농촌 바닥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아요”라고 토로했다. 작물서 농기계까지 ‘사기 주의보’ 흙과 바람에 담겼던 청년의 꿈이 ‘가짜 농부’에 의해 날아가고 있다. 땅을 저렴하게 판다거나, 특허기술을 전수하겠다는 등의 거짓말로 귀농·귀촌인을 꼬드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창업지원금 등 혜택이 커질수록 이러한 사기 행각이 부추겨지는 가운데 관(官) 차원의 현황 파악은 되지 않고 있어 관련 대책이 요구된다. ■ ‘돈 되는 작물’에서 이젠 ‘동물’까지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진흥청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귀농귀촌 피해 사례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건 ‘묘목상형’이다. 귀농인들의 관심이 많은 특정 작목의 예상소득을 과대 포장해 경제적 손실을 보게 하는 형태를 뜻한다. 예컨대 초기비용으로 2천만원을 투자해 묘목 50그루만 심으면 10년 뒤엔 연간 3천만원씩 쥘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그동안 묘목상형에서 자주 쓰이던 작목은 개량 호두나무·아로니아·왕대추였는데, 사기를 조심하라는 말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형태가 바뀌었다. 요즈음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흐름에 맞춰 애견 브리딩(Breeding·분양업)인 척하며 비싼 값에 동물 분양과 시설·사료 등을 팔아 넘기는 사기 행태가 나오고 있다. 이 역시 정부는 ‘애견 브리딩형’으로 별도 분류하고 있다. ■ “그린벨트에서 농사 짓으라고?” 기획부동산도 성행 그 다음으로 경제적 피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기획부동산형’이 있다. 이는 저렴한 값에 농사를 지을 토지나 인근 주택을 분양해주겠다며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실제 지난 2017년 동두천·시흥·안산·하남 등지에서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귀농귀촌 프로그램 강의 이력이나 수상 경력, 방송 출연 경력 등을 내세운 A분양업체가 1천300여명의 투자자에게 “120만원을 투자하면 4개월 뒤 200만원을 더 주겠다”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나눠줘 경찰에 신고된 사건이다. 앞선 2012년에도 가평군에서 유사한 일이 있었다. 귀촌 주택 단지를 조성하라는 B분양사업자의 말에 귀농·귀촌인 10명이 4천~8천만원대 돈을 투자했지만 공사가 안돼 무산됐던 일이다. ■ 정부기관 명칭 도용 外 빈집 정비 사기·농기계 값 담합도 이 외에도 ‘영농조합법인형’과 ‘곤충산업형’이 있다. 영농조합법인형은 합법적으로 설립된 법인이 전국 귀농귀촌 박람회 등을 순회하며 자신의 작물이나 농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특허 받은 특용작물의 기술을 전수해준다거나 시설·재료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돈을 챙기는 것이다. 곤충산업형 또한 식용 귀뚜라미나 비건용 대체 식량 등을 ‘전문가 밀착 지원’, ‘안정적 수익 보장’과 같은 문구로 내세워 돈을 챙기는 건 마찬가지다. 독특한 차이점은 정기적 사업 설명회 등을 여는 과정에서 농촌진흥청 등 정부기관의 명칭을 도용하거나 과대광고해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챈다는 점이다. 아울러 정부가 분류하지 않은 기타 피해 사례로는 △농어촌 주택 개량 자금 탈취 및 정비 미실행 △농기계 값 담합 등이 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단계인 예비 농업인이나 이제 막 진입한 신규 농업인들에게 빈집을 리모델링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실제로 개·보수 등 정비는 하지 않는 수법이다. 또 여과기·차단막 등 각종 농기계·도구 값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평균 값보다 비싸게 팔아 이득을 취하는 부류도 있다. ■ 귀농귀촌 혜택 커지면 사기도 증가... 정부 “방지책 고민” 이러한 피해 사례들은 정부·지자체의 귀농귀촌 관련 혜택이 확대될 때마다 늘어나는 편이다. 융자 지원액 등이 커지면 그만큼 ‘빼먹을 돈’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썬 구체적인 피해 건수 등에 대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진행하는 귀농귀촌실태조사에도 없는 항목인 데다가, 사기 피해자들이 외부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귀농자금 등 정부의 지원액이 확대되면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현상이 일부 있다. 과거 지원액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늘어났을 때 피해가 컸던 편”이라며 “다만 지금 상황에선 원금 보장 등 과장된 문구나 정부기관을 사칭한 광고 등을 특별히 조심하길 바라는 안내가 최선이다. 정부도 여타 지원책 마련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귀농귀촌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피해 인지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방안과 관할 시·군에 신고하는 방안, 그리고 금융기관에 자금집행 등 중지를 신청하는 방안과 지자체의 사실 확인을 받은 후 귀농귀촌종합센터에 공유하는 방안 등이 있다. K-ECO팀=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청년농부 잔혹사] ① 상처만 남기고 다시 도시로

1차 산업이 주된 먹거리인 농어촌 마을이 초고령화 가속화로 소멸의 기로에 서있다. 지역 발전은커녕 생존 유지를 위해서라도 ‘인구 유입’이 절실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정책으로 청년들의 귀농·귀촌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올해는 역대 최대치도 기록한 상황. 그러나 정작 마을에 살고 있는 젊은 일꾼은 안 보인다. 들어오는 사람은 많다는데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며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본보의 ‘K-ECO팀’이 청년 농부의 실태를 짚으며 허울 뿐인 정책을 집중 점검한다. 빨라진 정년, 길어진 노후. 제2의 인생을 농어촌에서 열겠다는 청년 농부의 포부는 1℃에 무너졌다. 예년보다 조금이라도 더우면 논이 말랐고, 조금이라도 추우면 강이 얼었다. 그렇게 김 씨의 생계 뿌리가 1℃에 뽑혀나갔다. “흔히 식물이 1℃에 죽고 산다는 말을 많이들 해요. 근데 제가 그랬어요. 그 1℃ 때문에 죽고 사는 건 저였다고. 결국엔 죽었지만....” 화성시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37살 여성 농부 김 씨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번 여름을 끝으로 그녀는 더이상 새벽마다 비닐하우스로 출근하지 않는다. 6년 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김 씨는 문득 ‘나는 언제 내 사업을 하지?’ 싶었다고 했다. 틈틈이 새 일자리를 찾던 중 마침 부모님이 농사 일을 도우러 시골 좀 내려오라고 부탁했다. 집도, 땅도 있으니 내가 직접 농사를 해볼까. 김 씨는 가족과의 논의 끝에 1년 뒤 사표를 내고 고향에 돌아왔다. 양팔에 꽃과 나무를 가득 담아 타투로 채우기도 했다. “부모님 따라 흙 갈고, 씨 뿌리고, 잡초 나면 등에 농약 업어 뿌리고... 농사는 어릴 때부터 워낙 익숙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물’인데 우리 동네는 물도 좋아서 실패할 일 없을 거라 생각했죠”라던 김 씨는 양팔을 들어보이며 “후회해요. 전부 다 후회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늦은 후회는 ‘이상 기후’에서 시작됐다. 2018년 유례없는 폭염으로 하우스 안 작물들이 열매를 일찍 틔우면서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야 했고, 그때 수도세와 전기세 등이 부담이 됐다. 이르게 생산된 맛 없는 열매를 찾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었고, 작물들은 고스란히 땅에 묻혀 거름으로 쓰였다. 2년 뒤(2020년)엔 한 달이 넘는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면서 하우스가 폭삭 가라앉았다. 복구 비용만 600만원에 달했다. 김 씨는 “기후가 변하면서 수질·수온이 달라졌는지, 제가 상황에 맞게 농사를 못한 건지, 어쨌든 실패였어요”라며 “앞으로 (기후 상황이) 더 심해질 거 아니에요. 부모님도 더이상 못하겠다고 하셔서 땅 팔고 이젠 농사 아예 안 할 거에요”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고양의 청년 농부 정 씨(29)도 김 씨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정 씨가 전한 수많은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은 “농사가 아니라 농업을 하는 거잖아요. ‘농부’가 아닌 ‘사업가’라는 의미인데 아무도 취급을 안 해주더라고요”였다. 그는 “청년 농부라고 하면 ‘능력 없어서 몸 때워 일하는 애들’, ‘젊을 때 사고쳐서 취업 못한 애들’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토로했다. 모든 사업이 쉽진 않지만 그는 농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접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상대 측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인으로서의 비전을 보면 저 같아도 반대할 것 같아요. 당장 집도 시골 근처니까 그것도 싫을 수 있고요. 아직 어리니까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죠”라고 정 씨가 전했다. 그러면서 “농부를 바라보는 인식도 별로고, 시골의 삶 자체도 불편하고. 청년들이 포기하고 돌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죠”라고 덧붙였다. 귀농 꿈 접고 수없이 떠나는데... 관리는 뒷짐 농촌 활성화·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해마다 ‘청년 농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귀농귀촌 인구가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배경에는 돈을 주고, 집을 주고, 땅을 주는 등의 다양한 정책이 한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시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다. 시골 살이에, 시골 인심에 치이고 치여 역(易)귀농을 택하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어느 누구도 파악하지 않는 실정이다. ■ 5년째 청년 농부 육성 집중... 청년창업농 年1천720명 발굴 귀농귀촌 지원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은 정부가 지난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만 40세 미만의 청년창업농을 별도로 선발해 최대 3년간 월 최대 100만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최대 3억원을 연 2%로 빌릴 수 있는 창업자금 저리 대출 등 기존 사업과도 연계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예비 농부들에겐 절실한 ‘돈줄’이 된다. 이와 함께 농지은행 농지 우선 지원과 영농기술 교육 및 컨설팅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혜택으로 시행 첫 해(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선발된 청년창업농은 전국 총 8천600명이다. 시행 초기 2.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아직까지도 2대 1의 가까운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관심으로 올해는 역대 최대치인 2천명 규모의 청년창업농을 선정하기도 했다. 새롭게 들어선 윤석열 정부도 예비 청년 농민의 창업을 장려하고 창업 초기 정착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청년농민 3만명 육성’을 농업 분야 주요 과제로 내건 상태다. ■ 취지는 좋아도 만족도는 ‘글쎄’ 그러나 이 정책은 청년 농부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다. 자금 지원 역시 경기도에서 농부로 정착하기엔 한계가 있는 데다 영농기술 부족, 농촌 인프라 부족 등 정착 과정에서의 다양한 장애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목소리가 담긴 조사 결과도 있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도 영농정착사업에 선정된 청년창업농 329명을 대상으로 정책 만족도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94점을 기록했다. 항목별로 보면 ‘농지 취득·임대 관련 소개’ 항목이 2.42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농촌지역 내 휴경지나 고령농의 경지 등을 필요한 농업인에게 임대하거나 매매를 지원하기 위해 농지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보 부족 등으로 정착지역 내에 농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다. 뒤이어 ‘주거지 마련 지원’(2.63점)과 ‘판로 개척’(2.78점), ‘농기계 임대 소개’(2.84점), ‘멘토 등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2.93점) 등 항목이 2점대에 그쳤다. 절반의 만족과 절반의 실망이 섞였다는 의미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창업농들 4명 중 1명은 ‘농지 취득 및 임대 사업 확대’(25%)가 가장 절실하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정착단계별 세분화된 정책지원’(19.9%), ‘농협-지자체-농업기술센터의 원스톱 서비스’(17.9%), ‘농촌 생활 인프라 확충’(14.9%)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곧 청년 창업농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마련하는 것, 즉 경영자금 확보라는 것을 의미한다. ■ 지속적으로 시골 떠나는데 현실 반영한 통계는 전무 결과적으로 농촌 정착에 어려움을 느낀 청년 농부들은 ‘도시 생활’을 그리워하며 다시 도심을 향해 떠난다. 그러나 정부도, 지자체도 귀농·귀촌 인구 수에만 집중할뿐 역귀농·귀촌 인구 수에는 관심이 없다. 그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최신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년마다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전년도 귀농인 수를 발표하고 있고, 여기에는 지역·규모·연령·성별 등 다양한 분류의 귀농인 통계가 담겨 있지만 역귀농 수는 제외다. 딱 한 번(4년 전) 전국 단위 관련 조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 청년 농업계에선 ‘신뢰가 안 가는 조사’로 치부한다. 당시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귀농·귀촌인의 정착실태를 장기추적한 조사 결과를 발표, 역귀농률은 8.6%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장에선 경기 침체나 코로나19 유행,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수많은 변곡점이 있었던 만큼 지금은 수없이 많은 청년 농부가 시골을 떠난다고 보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촌에 얼마나 머물었다 돌아가야 ‘역귀농’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도 애매모호하고, 관련 내용을 파악하려면 전수 조사를 해야 하는데 여러 상황상 조사를 실시하는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며 “과거에 역귀농 관련 장기추적조사를 한 결과가 있는데 현재도 크게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고 느끼면 장기적으로 표본 조사를 할 것이며 내부에서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비싼 땅값’ 농촌 정착 발목 잡는다 천정부지로 뛰는 땅값이 귀농·귀촌인의 발길을 꺾게 한다. 시골을 떠나 다시 도시행(行)을 결정한 경기도 청년 농부들은 귀농·귀촌 생활 유지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높은 토지 비용’을 꼽았다. 농업을 할 수 있는 땅을 사려면 적정 면적은 갖춰야 하는데 그때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큰 데다가, 땅을 사더라도 비수도권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17일 국토교통부 지가변동계산기를 통해 지역별 지가 상승률을 분석해봤다. 먼저 올해 5월 기준 용도지역별(농림)로 계산했을 때, 경기도 지가는 5년 전보다 22.55% 오르며 전국 1위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전남(19.07%), 충북(15.62%), 전북(14.02%), 경북(13.90%), 경남(13.21%), 강원(13.15%) 등 타 시·도 토지보다 10%p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충남(11.11%)보다 상승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경기도로 갈 바엔 충남으로 갈 법한 결과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선정하는 ‘청년창업농’에 꼽혀 3억원을 대출 받을 자격을 얻더라도 경기지역에선 변변한 농장 하나 마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역간 위치별 차이는 있으나, 통상 자본금 3억원이 있을 경우 경기도에서는 토지를 1천652㎡(500평)도 사기 어렵다. 반면 충청도(2천644㎡~3천966㎡)나 경상도(4천958㎡), 전라도(4천958㎡~6천611) 등 다른 지역에서는 몇 배 더 넓은 땅을 살 수 있다. 같은 값에 ‘경기도 땅’을 사기로 결심하더라도 면적이 부족해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작은 규모의 땅에서는 논 농사를 지어봤자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수익을 얻으려면 특용 작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 농가를 운영해야 한다. 문제는 이때의 시설비 역시 고가라는 점이다. 경기도에서 운 좋게 1천㎡의 땅을 3.3㎡당 50만원에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시설비는 통상적으로 3.3㎡당 50만원 이상 들고, 청년창업농들이 선호하는 ‘스마트팜’의 경우에는 3.3㎡당 100만원이 넘게 필요하다. 1천㎡의 땅에서 농사를 시작하려 준비를 하는 초기 비용만 최소 3억원이 드는 셈이다. 수익성도 따져봤다. 농업정보포털의 농업경영정보시스템을 보면 경기도에서 시설 딸기를 재배할 경우 위 조건에서 연 1천338만4천481원(이하 2020년 기준)의 수익이 난다. 이게 그나마 높은 편이다. 시설 포도의 경우는 연 1천145만7천399원, 방울토마토의 경우는 연 657만5천486원 등으로 계산됐다. 올해 국내 직장인 최저 연봉(세전 기준 2천297만3천280원)의 절반도 안 되는 품목이 대부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농사를 할 만한 크기, 농사로 수익을 볼 수 있는 크기의 땅을 사려면 최소 6억원 정도는 들고 있어야 ‘최저 연봉’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덕형 한국농업아카데미 원장은 “경기도는 땅값이 비싸 가업을 물려받는 승계농이 아니면 신규 귀농귀촌인의 진입 자체가 어렵다”면서 “국가 차원의 토지 장기 임대 등으로 토지 구입·임대비를 줄이고 시설비나 운영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K-ECO팀=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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