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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 반드시 유치”…경기도, 정책 토론회 통해 공론화 나선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

안산, 고양 등 경기도내 시·군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부각시켜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경기일보 3월22일자 1·9면) 경기도가 사상 처음으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민청 유치를 위한 공론화 절차에 나선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오는 25일 오후 3시 라마다프라자 수원호텔에서 한국이민행정학회와 ‘출입국·이민관리청 경기도 유치 토론회’(가칭)를 공동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도 행정2부지사·노동국장 등 도 관계자를 비롯해 정치권,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이민정책연구원, 외국인을 포함한 지역주민 등이 참석해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 기획 보도를 통해 외국인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의 변화를 짚어낸 K-ECO팀도 언론사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다. 이번 토론회는 외국인 행정의 컨트롤타워인 이민청이 왜 경기도에 위치해야 하는지 타당성과 효과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린다. 토론에 앞서 조경훈 방통대 교수는 ‘이민청 경기도 유치 당위성 및 효과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다. 현재 도내 시·군들 중 공식적으로 이민청 유치 의사를 밝힌 곳은 안산·김포·고양·화성·광명·동두천시로 총 6곳이다. 이들은 전담 조직 구성 및 토론회 개최 등 다양한 유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안산시는 다문화마을 특구 지정과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설치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김포시는 국제도시로의 발전 가능성과 편의시설 및 주거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또 고양시는 광역교통망과 도시인프라를, 화성시는 대기업 및 첨단기업 소재지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다. 광명시는 KTX 등 교통 접근성이 좋다는 점, 동두천시는 미군기지 미반환지역으로서의 다문화 수용적 환경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앞서 경기연구원이 진행한 ‘이민청 경기도 유치 추진 당위성 및 경제적·사회적 효과분석’ 결과에 따르면 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입지 여건이 유리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만큼 다양한 이민정책 실험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또 경기연구원은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인천항 등 교통 인프라 우위 ▲법무부·대통령실 등과 근접해 높은 업무 효율성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출입국 및 외국인 관련 기관 존재 등도 제시했다. 도는 이 같은 강점을 토대로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민청의 경기도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통해 경기도에 이민청이 유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사랑방’ 된 현지식 식당…외국인 밀집지역 지탱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 못다한 이야기 完]

못다한 이야기 完 ‘사랑방’ 된 현지식 식당…외국인 밀집지역 지탱 외국인들이 어느 한 지역에 정착해 모여 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생기는 공간이 있다. ‘현지식 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의식주’(義食住)에 대한 충족 역시 외국인들의 삶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현지식 식당’이 그 지역 외국인들의 ‘식’(食)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러한 식당들은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에서 환전소나 여행사 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자리 잡는다. 이 때문에 그 지역 외국인의 삶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에서 외국인이 식당을 차리기 위해선 D-8(기업투자) 또는 D-9(무역경영)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비자 발급을 위해선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고 국내에서 회사를 경영함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식당의 경우 식품위생관리법에 따라 별도의 영업허가 역시 필요하다.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은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의 식당들은 단순히 현지 음식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 소장은 “외국인들이 사는 곳에서 각 나라 식당들은 그 나라 사람들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며 “같은 국적 사람들끼리 식당에 모여 정보도 공유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내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 안에 위치한 현지식 식당에선 그 동네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하며 회포를 푸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현지식 식당이 일종의 ‘사랑방’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동향 사람들과 식당을 찾아 음식을 먹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기도 하며, 식당 사장으로부터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나 조언도 듣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원 고등동이나 시흥 정왕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외국인 사장’들은 단골 손님의 비중이 높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한국계 중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수원 고등동에서 훠궈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아무래도 평일보다는 주말에 각지에서 모이는 손님들이 많은데, 단골 비중이 50%를 넘길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 “회포 풀고 생활 정보도 얻고”…단골손님 모이는 ‘현지식 식당’ “그 식당에 가면 같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서 자주 가게 되는 거죠” 파주에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 빈센트씨(35·가명)는 2주에 한 번씩 ‘고향’을 찾는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됐다. 그곳에 가면 따뜻한 ‘스왈로’도 팔고, 동향 사람들도 많다는 친구의 귀띔 때문이었다. 그렇게 빈센트씨가 향한 곳은 바로 동두천 보산동에 있는 ‘시그니처 아프리칸 레스토랑’이다.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70% 이상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다. 파주부터 동두천까진 1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아프리카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 그에게 이동시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기북부지역에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모여 살지만 아프리카 식당이 거의 없어, 이 식당은 경기북부지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은 옥수수 같이 녹말이 많이 든 채소나 곡물을 반죽처럼 만든 ‘스왈로’가 가장 인기가 좋고, 음식을 포장해가는 손님들도 많다. 또 최근에는 매일 식당에서 밥을 포장해 가는 일곱살 아이 저스티스의 부모님이 잠시 본국으로 돌아가, 혼자 이곳에 오면 직원이 함께 집에 데려다 주는 뜻깊은 선행(?)도 하고 있다. 식당 단골 서니씨는 “음식이 맛있고, 근처에 아프리카 식당이 많이 없어 한국생활 정보도 나누고 동포도 만나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아프리카계 음식점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한국계 중국인 밀집지역의 중국 식당들은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현지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시흥 정왕동에 위치한 식당 ‘골목양피’는 주변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교류의 장 같은 곳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건설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새콤한 맛이 일품인 중국식 비빔국수 ‘량피’(凉皮)를 찾는다. 저녁에는 고된 노동을 마친 근로자들이 중국식 찜닭인 ‘황먼지 정식’을 먹으며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5년째 이 식당을 운영 중인 사장 천국동씨(45)는 “저희 식당은 70% 이상이 한국계 중국인들 단골”이라며 “단골들이 소개해 새로운 손님을 데려오기도 하는데, 이곳을 찾는 동포들에게 맛있는 음식 제공은 물론이고 하나라도 더 친절하게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과 단골 손님들이 ‘상부상조’하며 서로 돕기도 한다. 이번 달 초에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단골인 남성 하나가 자동차가 고장 났다고 찾아와, 사장 천씨는 그와 자동차 수리점에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수원 고등동의 한 훠궈집 사장 김영호씨(가명·55) 다른 지역에서 식자재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단골 손님의 말에 거래처 대표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이 식당에선 특히 마라·사골 반반 훠궈가 단골들로부터 인기가 많은데,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이곳을 찾는 한국계 중국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일주일 동안 쌓였던 회포를 푼다. 김씨는 “저희 식당은 수원 고등동에서 중국인들에게는 거점 같은 곳으로 인천이나 시흥, 서울에서 오는 단골 손님들도 있다”며 “이렇게 외국인들이 몰려 사는 지역에선 저희 같은 현지식 식당이 이들의 삶의 한 켠을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민간 행정복지센터’가 된 여행사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 못다 한 이야기②]

못다 한 이야기 ② ‘민간 행정복지센터’가 된 여행사 K-ECO팀이 방문한 경기도내 곳곳의 외국인 집중 거주 지역에는 공통적으로 ‘여행사’가 적게는 두세 곳부터 많게는 열 곳 이상 영업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여행사는 단순히 여행을 위한 업무만을 보는 곳이 아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여권·비자 연장 관련 업무 지원뿐만 아니라 사실상 출입국 관련 업무 지원 등의 서비스도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여행사들의 업무는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조금씩 변해갔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여행사들은 항공권 등 이동 수단의 발권과 함께 해외로 소포를 보내는 등 이주민과 고향의 가족 간 소통 창구로서의 업무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사소한 민원 업무보단 공증이나 비자 발급 업무 지원, 출입국 절차 등에 필요한 서류와 과정을 안내·지원하면서 언어 장벽에 부딪힌 이주민에게 해결사의 역할을 한다. 이주민이 여행사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와 소통의 문제’인 탓에 외국인 집중 거주 지역에 있는 여행사들은 대부분 인근에 거주하는 자국민 또는 동향 출신의 외국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국내에서 여행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을 모두 알선할 수 있는 종합여행업 등록이 필요하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종합여행업 운영을 원하는 자는 임대차 계약서, 신청서, 사업계획서, 영업용자산명세서, 신분증(외국인등록증), 잔액증명서 등이 요구되며, 본국에서 신분과 범죄 경력이 없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우승호 평택외국인복지센터 국장은 “보통 여행사에서 여행 업무 외 공증, 비자 관련 업무까지 지원할 땐 행정사를 동반하는데, 이주민으로서는 타지에서 법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기댈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비자 연장·출입국 업무 지원…여행사, ‘민간 행정복지센터’ 역할 톡톡 “여행사는 이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우리 같은 외국인에겐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쳤던 지난 1월, 안산 원곡동 A여행사의 문이 열리며 인근에 사는 중국인 김씨가 여행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한글을 쓸 줄 몰라 직장 등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작성을 위해 종종 여행사를 찾았던 김씨를 본 여행사 직원은 한눈에 김씨에게 다급한 일이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매서운 날씨에도 김씨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 맺혀 있었다. 김씨는 H2 비자(노무비자)를 연장해야 했지만, 연장해야 하는 시기를 잊고 지내던 중 만기 일자를 넘겨버린 것이다. 어찌할 줄을 모른 채 여행사 직원에게 도움을 청한 김씨. 여행사 직원은 김씨를 안심시킨 뒤 함께 출입국 사무소를 방문해 서류 작성법 등 비자 연장 과정을 도와주었고, ‘비자 만료 사태’는 일단락됐다. 비슷한 시기, 여권을 잃어버린 한 중국인도 여행사를 찾아왔다. 여권을 잃어버려 하루를 꼬박 동네 구석까지 다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는 사연을 듣고 여행사 사장 김동성씨(48·가명)는 함께 길을 나섰다. 파출소와 경찰서 등을 방문해 분실신고를 했고,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출입국 사무소를 찾아 여권을 재발급받을 수 있게 도왔다. 당시 사장 김씨의 도움으로 여권을 재발급받게 된 중국인은 여전히 여행사를 종종 찾아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처럼 여행사는 대한민국에 사는 이주민의 타향살이도 도우며 이들이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여권 및 비자 연장 지원, 출입국 업무 지원과 같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는 이주민에게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외국인 집주 지역에서 여행사는 이주민의 방문으로 문턱이 닳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한 곳에서 오래 영업한 여행사는 동네 이주민 사이에서 사소한 민원은 물론 서류 작성과 같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며 이들 사이에서는 ‘민간 행정복지센터’로 불리기도 한다고. 여행사 사장인 김씨는 “이 동네에서 오래 영업하기도 했고, 한두 번 도와줬던 것이 소문이 나 새롭게 정착하는 사람도 어떻게 알고 온다”며 “여행사는 이주민이 새로운 터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이곳만의 민간 행정복지센터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곡동 여행사에서 만난 중국인 송희령씨(42·가명)는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나라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나 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증명서들이 많은데, 주변에 한국어를 능숙하게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수소문하던 중 이웃 주민이 여행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며 “여행사에 방문하는 이유가 항공권보다는 한글 문서 번역과 서류 작성을 부탁하는 일 때문에 더 많이 찾게 된 거 같다. 여행사는 우리가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생활서비스센터’가 된 환전소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 못다 한 이야기①]

못다 한 이야기 ① ‘민간서비스센터’가 된 환전소 K-ECO팀은 한국계 중국인·고려인·아프리카계 등 외국인들의 유입에 따른 지역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60여일 간 경기도내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신규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을 다양하게 살펴보면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환전소’와 ‘여행사’, 그리고 ‘현지식 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외국인 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이 곳들에 대해 ‘못다한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환전소’다. 환전소는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외국인 주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환전 업무를 하기 위해선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환전업무등록신청서를 세관에 제출, 관할 소재지 세관장에게 환전영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나오는 사업자등록증은 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외국인 역시 발급이 가능한데, 이는 안산 원곡동이나 시흥 정왕동 등 한국계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지역들에 환전소가 자주 들어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계 중국인 밀집지역 외의 외국인 거주지역에선 내국인이 꾸린 환전소들도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환전소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자국 돈을 원화로 바꾸며 한국생활을 시작한다. 또 정착 이후에는 환전 외에도 급여를 자국에 송금하는 목적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송금을 위해선 관세당국의 별도 허가가 필요한데, 외국인들은 언어 문제 및 은행 운영시간 등을 이유로 환전소에서의 송금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환전소에서는 한국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통역 서비스, 빈방 소개, 일자리 연계 등이다. 강승호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사무국장은 “한국인들에게 환전소는 단순히 송금을 해주거나 돈을 바꿔주는 곳으로 인식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 살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해주는 곳으로의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 “보이스피싱도 예방”…'생활서비스센터' 환전소, 통역 도움에 일자리 소개까지 “일자리를 연계해주거나 통역을 해주기도 하죠.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요…그 지역 외국인들에게 환전소는 생활서비스센터 역할을 하는 거죠.” 찬 바람이 옷깃을 스치던 지난 2월, 평택 팽성읍의 로데오거리. '쨍그랑'하고 울리는 출입문 종소리가 고요한 거리의 적막을 깼다. 다급한 표정을 하며 헐레벌떡 환전소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40대의 흑인 여성. 그 여성은 환전소 주인에게 한 단어 한 단어씩 눌러 말하며 어수룩한 한국어를 이어나갔다. “제 통장에서 돈이 사라졌다는 전화가 왔어요…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도와주세요.” 종종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환전소를 방문해, 낯이 익었던 손님이었다. 불안감에 손을 떨던 여성을 안심시킨 환전소 주인 A씨는 대신 전화를 받았다.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으니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수상한 전화. 다름 아닌 보이스피싱이었다. 서둘러 전화를 끊은 A씨는 앞으로 이런 전화는 무시하고, 번호도 차단해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환전소를 운영하다 보면 본 업무인 환전 업무 외에도 그 지역의 외국인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요청하며 찾아오기도 한다”며 “환전소는 일종의 민간서비스센터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환전소는 일자리 소개와 통역은 물론, 그 지역에 정착하려는 외국인들이 방을 구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서비스 제공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이 환전 외에 환전소를 자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생활 정보를 안내 받을 마땅한 곳이 없고, 그 지역의 행정복지센터를 찾아도 언어문제가 장벽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안산 원곡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한국계 중국인 김우진씨(51·가명) 역시 환전소가 외국인들을 위한 ‘민간서비스센터’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월 김씨의 환전소 앞으로는 한 중국인 할머니가 길을 물어오기도 했다. 자신이 가족들을 만나려 서울에 가고 싶은데, 서울행 버스를 어떻게 타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버스 편과 정류장을 친절히 안내했던 김씨. 마음 한 켠에 걸렸던 탓일까. 그는 잠시 가게 문을 잠그고 할머니와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해, 할머니가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도록 도왔다. 평택 포승읍에 위치한 또 다른 환전소에서도 이 같은 역할은 마찬가지였다. 사장 이봉씨(31·가명)는 지난달에도 한 중국인 손님이 택배를 부치는 걸 도와줬다. 한국 말을 못하는 손님이 우체국으로 동행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한국어를 잘 못하는 중국인들이나 핸드폰에 익숙지 않은 고령의 중국인들도 환전소에 자주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환전소는 외국인의 한국 생활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외국인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모두에게 평등한 사회 위한 노력, 특별좌담회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完

시흥 정왕동·평택 포승읍·동두천 보산동·파주 법원읍·수원 고등동 등 경기도내 신흥 외국인 집주 지역은 또 하나의 ‘작은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원주민이 떠난 자리에 새롭게 터를 내려 지역 경제에 다시 불을 지핀 이주민들. 이들이 들려준 ‘대한민국에서 이주민으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도내 거주 외국인의 역할과 입지는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인구 감소·일손 부족 등의 이유로 외국인의 유입이 필수 불가결해진 경기도는 이들을 위한 조례와 지원안을 속속 마련하고 있으며, 각 시·군은 이민청 유치 경쟁을 펼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외국인 유입책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외국인인권센터, 협단체, 대학 등과 민관협력으로 다문화 인권 친화적인 지역사회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새 대한민국의 한 축이 된 이주민과 ‘우리’가 되기 위해서 사회·경제·정책적인 부분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K-ECO팀은 각계 전문가들과 특별좌담회를 갖고 ‘모두에게 평등한 사회’로의 방향을 탐색해 봤다. < 좌담회 참석자 > 김재균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장·금철완 경기도 노동국장·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유진이 평택대학교 다문화교육원 원장 Q.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모여 사는 지자체다. 특히 신흥 집주 지역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이 불러오는 사회경제적 효과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금. 현재 경기도는 75만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며, 지난 2022년 기준 인구 대비 5% 이상이나 1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자체는 전체 31개 시·군 중 15곳에 이른다. 안산시 원곡동, 시흥시 정왕동, 화성시 향남읍 등 주로 산업단지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고 저렴한 주거지를 지불할 수 있는 곳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수원시 고등동, 화성시 병점동, 김포시 양촌읍 등 교통이 편리하고 다양한 문화시설과 상업시설이 있는 곳을 외국인들도 선호하고, 해당 지역에 새로운 외국인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로 하여금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발전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증진되는 효과가 있다. 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부분을 보다 구체화하면, 이민정책연구원이 경기도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경기도 시·군·구의 외국인 주민 비율 증가가 지역내총생산(GRDP), 취업자 규모는 증가시키고 재정지출은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대부분의 이주민은 고용 시장에서 지역 주민과 경쟁 관계에 있지 않아 지역 주민의 수입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지역 전체의 고용 안정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수입 증가에 의미 있는 보탬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시흥과 평택을 예로 들면, 이 두 곳은 수도권의 광역화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도시다. 이곳에 다문화가족이 증가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교통 편의성이 좋은 데다 임대료도 저렴해지면서 원도심으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등의 유입이 많아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유. 외국인의 증가는 곧 다문화가족 증가로 귀결된다. 이들은 줄어드는 결혼 인구와 신생아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외국인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그 대표적이면서도 일반적인 예다. 다문화가족은 지난 2022년 기준 전국 39만9천가구를 기록했고 경기도에는 약 12만5천가구가 있다. 최근 5년간 도내 다문화가족 수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5~6천가구가량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Q. 늘어나는 외국인으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은. 금. 인구 절감 시대를 겪고 있는 경기도를 비롯한 대한민국은 외국인 주민의 증가가 불가결한 상황이지만,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외국인 주민과 지역민의 사회적 갈등비용이 발생하거나 외국인 범죄 및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쟁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외국인 유입이 내국인의 일자리 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되려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외국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여전한 상황이 대다수로,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사회 통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오. 외국인 증가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오를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은 ‘편견’이다. 문화적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공통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건 적극적인 이민자 유치가 선진국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됐음을 뜻한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민자가 꼭 필요함에도, 이민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주류 사회의 관용과 수용성이 보수적이거나 배타적일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민자의 사회적, 경제적 기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유. 우리 국민의 인식 개선과 함께 다문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사회적 움직임도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주입하는 교육 방식이 아닌,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를 흡수할 수 있는 행사나 축제와 같이 다문화 아동·청소년들의 이중문화를 존중하고 양방향에 대한 혼란이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김. 맞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가 가장 많은 지역임과 동시에 다문화가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다문화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출신 국가가 다르고 구성원의 형태도, 정착 과정 및 결과 모두 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차별 없는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과 자녀를 위한 대상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 Q. 단일민족이 아닌 다민족 국가로 변해가는 가운데, 어느 부분에서 어떠한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여겨지는지. 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다양성의 가치와 역량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도내 거주 외국인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중될 수 있어야 하며, 이들의 건강하고 바람직한 시민 자격에 대해서도 보다 다양한 기준이 고려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나의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전체로서 너무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금. 공감한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외국인 주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 해소, 인식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이는 단기간에 한쪽의 변화로는 개선되기 어렵고 정부와 지자체,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두 함께 협력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외국인 주민과 지역민이 함께 소통할 기회를 제공해 외국인 주민에 대한 내국인의 차별과 편견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김. 외국인 거주민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이들에 대한 적응 지원과 인권 보호 정책, 인식 개선 교육 등도 확대해 가겠지만, 다문화 공간 활성화라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원도심에서 형성되고 있는 다문화 공간을 외국인만의 분리된 공간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도시재생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고민해 간다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 ‘외국인’이라는 큰 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다문화가족이나 이들의 2, 3세로 세분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들의 가족과 자녀가 한국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다문화 아동·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부서나 정부 기관이 구축돼 있지 않아 이들은 ‘여성청소년과’로 구분되지도, ‘다문화가족과’에 속하지도 않는다. 어느 범주에도 소속되지 않은 탓에 ‘다문화 아동·청소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불가능하고, 이들은 반쪽짜리 정책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이들이 한 명의 국민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온전한 울타리로 들어오기 위해선 이 아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각 분야의 노력은 어떤 것이 있을지. 금. 경기도는 내·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이나 캠프,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언어, 제도, 생활 방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갈등을 조정,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성 소통조정위원회 등도 운영 중이다. 그중에도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 비자 정책은 최대한 단기 체류 후 귀국하는 정책이다, 저출생·고령화로 기술력과 노동력을 가진 생산 인력 확보 및 외국인의 정주 희망에 따라 장기체류로의 정책 변화가 필수적인 과제다. 도는 숙련 외국인의 장기체류를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에 지속 건의 중이며, 최근 이를 반영한 숙련 기능인력 비자 쿼터가 5천명에서 3만5천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외국인에 대한 광역지자체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우수 외국인력 유치와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오. 도내 모든 이주민이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더불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도록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인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더 나은 경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민관이 뜻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경기도에 살면 모두가 소중한 경기도민이라는 인식과 자긍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 국내에 유입돼 자리를 잡은 외국인들은 본국에서부터 가족을 꾸린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서 첫 가족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의 2, 3세가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우리 몫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주거 복지, 사회 복지, 근로 환경 등과 같은 정부 기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진학, 취업 등 진로 부분에서는 교육기관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이들이 또 하나의 대한민국 건아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작게는 한 명의 개개인에게 도움이 되고 국가 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김. 우리 사회는 점차 다문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하며 경기도의회는 지난 2008년 ‘경기도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 개정을 거듭하며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다문화가족을 품는 노력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수준을 넘어 인구절벽의 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족, 외국인 노동자 등 모든 이가 경기도민으로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경기도, ‘이민청 유치’ 총력… 경제효과 1조원 ‘황금알’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

안산, 고양 등 경기도내 시·군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워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경기일보 22일자 1·9면) 이민청이 경기도에 들어서면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4일 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경기연구원을 통해 ‘이민청 경기도 유치 추진 당위성 및 경제적·사회적 효과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도내 이민청 유치는 설립 형태에 따라 생산유발 1천821억~5천152억원, 부가가치 유발 1천219억~3천530억원, 고용 유발 1천477~4천198명 등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 관련 모든 기능을 포괄한 콘트롤타워로 설립 시 효과가 가장 컸다. 또 보고서는 경기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입지 여건도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약 66만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는 만큼 다양한 이민정책 실험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에 적합하다고 봤다. 이외에도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인천항 등 교통 인프라 우위 ▲법무부, 대통령실 등과 근접해 높은 업무 효율성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출입국 및 외국인 관련 기관 존재 등도 경기도가 이민청을 유치하기에 높은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민청 유치 의사를 밝힌 곳은 안산시, 김포시, 고양시, 화성시, 광명시, 동두천시로 총 6개 시·군이다. 이들은 전담조직 구성 및 토론회 개최, 이민청 유치 제안서를 법무부에 전달하는 등 시군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유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안산시는 다문화마을 특구 지정과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설치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김포시는 국제도시로의 발전 가능성과 편의시설 및 주거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또 고양시는 광역교통망과 도시인프라를, 화성시는 대기업 및 첨단기업 소재지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다. 광명시는 KTX 등 교통 접근성과 외국인 밀집 지역 중앙에 위치한다는 점, 동두천시는 미군기지 미반환지역으로서의 다문화 수용적 환경 등을 강점으로 각 지역의 특색과 성장 잠재력을 내세우고 있다. 금철완 도 노동국장은 “경기도는 정주형 외국인, 단기순환 외국인 노동자, 계절노동자 등이 밀집돼 있어 이민청 설치를 통해 다양한 이민정책에 대한 실험의 장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에 이민청 설치를 건의하는 등 경기도에 이민청이 유치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인력난에 한 줄기 빛” 외국인 유치 나서는 시·군들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⑦

“회사는 인구감소 지역인 이곳에서 일할 직원들을 구할 수 있어 좋고, 외국인 직원들은 한국에 오래 살 수 있어서 좋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죠.” 지난 21일 연천군에 위치한 화장품 업체 ‘새롬코스메틱’의 제조 공장. 길다란 초록색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포장될 준비를 마친 염색약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렬로 실려 오고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 양옆에 서 있던 직원들은 신속하게 파손 등 불량은 없는지 확인한 뒤 수량에 맞게 포장을 했다. 잘 짜여진 시스템 아래 착착 운영되고 있는 공장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 김은호씨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천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공장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천군은 인구도 4만명 밖에 안되는 데다 군인마저 빼면 정말 인구 자체가 없고, 공장에서 일할 사람 찾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런 김 대표에게 지난해 연천군에서 공지한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는 기회였다. 그는 “내국인 인력 없는 것은 당연하고, 외국인조차도 부족해 지역특화형 비자가 없었다면 인력난 해소는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제도는 인구감소 지역에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들이 거주 및 취업할 수 있게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로, 경기도에선 연천과 가평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렇게 김 대표의 공장에는 지난해부터 해당 비자를 받은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5명이 근무하고 있다. 비자 발급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김 대표만이 아니었다. 5명의 직원들에게도 이 비자는 ‘가뭄에 단 비’ 같은 존재였다. 이들 중 한국어가 가장 능숙한 반 안(26)은 지난 201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한국으로 처음 건너왔다. 강원 춘천에서 대학을 나온 뒤 연천으로 이주한 그는 공장 업무 곳곳에 녹아 들며 ‘슬기로운 연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남편 역시 6개월 전 한국으로 이주하며 ‘장거리 부부’ 생활을 끝낸 반 안 부부는 같은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한국에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눈이 오는 한국의 겨울이 특히 좋다는 그는 “하루하루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꿈은 영주비자를 받아 남편과 계속 한국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내 인구감소 지역인 가평군에서 반찬 제조업체 ‘녹선’을 운영 중인 송금희 대표 역시 지역특화형 비자의 긍정적인 효과에 고개를 끄덕였다. 녹선은 깻잎, 무말랭이 등 다양한 종류의 전통음식 반찬을 생산하고 연 매출 160억원 이상을 올리는 등 반찬 제조업계에선 독보적 위상을 구가하는 회사지만, 송 대표의 머릿속을 항상 떠나지 않는 고민은 인력 문제였다. 그는 “저희 지역은 관광객들은 몰리는 곳이지만, 수도권하고도 너무 멀어 이곳에서 꾸준히 일을 하려는 사람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송 대표는 회사에 직원들이 숙식할 수 있는 기숙사까지 두며 인력난 해소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지역특화형 비자는 한 줄기 빛이었다. 현재 회사에는 네팔 출신 직원이 해당 비자로 근무 중이며, 근로자 2명은 올해 지역특화형 비자를 신청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지역특화형 비자라도 없었다면 저희처럼 인구감소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나마 지역특화형 비자를 통해 인력난에 대한 고민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역특화형 비자 외에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다양한 외국인 정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인구소멸’ 연천·가평, 지역특화 비자로 활로…道, 제도 확대 건의 인구감소 지역에 해당되는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지역특화형 비자’를 통해 인구 문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 만큼 해당 제도가 외국인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는 거주·취업·소득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 우수 인력에게 인구감소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비자(F-2-R)를 발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해당 비자를 시범 도입한 법무부는 올해부터 규모를 키워 정식으로 제도를 운용 중이다. 특히, 인구감소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 내 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 데다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가족들과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일석삼조’였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5년 이상 인구감소 지자체에서 거주하며 취업 활동을 유지해야 하며,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를 동반가족 자격으로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다. 현재 경기도에선 이에 해당되는 2개 지자체인 연천군과 가평군에서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7월 사업 적용 대상을 인구감소 지역에서 ‘인구감소 관심 지역’과 ‘제조업, 농·축산 기반 비중이 높은 지자체’까지 확대해 줄 것을 법무부에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애초 정책의 취지가 인구감소 지역의 인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이 같은 도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무부는 올해 지역특화형 비자 발급 대상 쿼터를 지난해 보다 2배 늘려 총 3천200여명을 전국 지자체에 배정했다. 지난해 연천과 가평에선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은 외국인 각각 49명, 20명이 지역 내 사업장에 취업했는데, 올해는 규모가 늘어 연천과 가평에서 각각 70명, 50명의 외국인이 선발될 예정이다. 이들 지자체에선 올해 역시 외국인을 통한 인력난 해소 및 인구 소멸 대응책의 일환으로 해당 제도를 적극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천군은 지역특화형 비자와 함께 올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지역 정착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도 지역참여형 노동협업 사업에도 선정돼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가평군 역시 해당 제도를 통해 인력 부족으로 고민하는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내국인 인력이 부족해 해당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은 사업장에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전해오기도 했다”며 “연천군은 인구 소멸 지역인 만큼 앞으로도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인구 부족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대표자 협의회 운영…포천시, 외국인으로 지역소멸 문제 푼다 연천과 가평처럼 지역특화형 비자로 지역인구 소멸 문제의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지자체들 외에도 자체적으로 외국인 정책을 펼치는 지자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포천시가 이에 해당되는데, 포천시는 외국인주민대표자협의회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외국인 정착에 힘쓰고 있다. 포천시는 민선 8기 출범 후 조직 개편에 나서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외국인근로자지원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포천시에는 약 2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해 시 전체 인구의 12%가 넘는 만큼 보다 효과적으로 외국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특히 포천시는 외국인 주민 지원 협업 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지난해 2월 외국인주민대표자협의회를 발족했다. 총 13개국 1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국가별 공동체 대표 역할은 물론 통번역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협의회는 또 외국인 관련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책제안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협의회의 회장은 올해부터 인도 출신 싱 아제이씨가 역임하고 있다. 포천시에는 소흘읍, 가산면을 중심으로 인도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다수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포천시에는 공장들이 많은데, 주로 가구공장 위주로 인도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IT 분야에서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인도 출신 외국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1998년부터 포천에 살기 시작한 그는 산전수전을 겪으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고, 현재는 포천에서 고무줄 원단과 인도·중국 식자재를 수출입하는 기업체를 운영 중인 ‘포천 토박이’다. 그런 그는 협의회를 통해 외국인 주민들을 하나라도 더 도우려 회장직을 맡아 수행 중이다. 지난달 한차례 모여 포천시내 외국인들을 어떻게 도울지 논의한 협의회는 다음 달부터 본격 활동을 계획 중이다. 싱 아제이는 “현재 포천시에 사는 외국인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통역 문제”라며 “새로 포천시에 유입되는 외국인들을 위해 공공 통역 서비스 등을 시에 건의해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우리 지역에 꼭”…'5천억 효과' 이민청 유치 나선 도내 시군들 이같이 인구 감소 지역에선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외국인을 적극 활용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적극적인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민청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외국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복안인데, 외국인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내 시군들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내세워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등 10명은 지난달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것으로,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따른 대응책으로 ‘컨트롤 타워’인 이민청을 설치해 외국인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다. 앞서 경기연구원은 이민청이 도내에 설립될 경우 생산 유발 5천150여억원, 부가가치 유발 3천530여억원 외에 취업유발 4천198명의 효과가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물론 21대 국회가 약 2개월 밖에 남아있지 않아 해당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였지만, 22대 국회에서도 ‘출입국·이민관리청' 설치는 지속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회 안팎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주민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내 각 시·군들은 유치전에서 앞서 있는 모양새다. 경기도에선 안산, 고양, 김포가 이민청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먼저 안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사는 외국인 행정의 수부도시인 만큼 다양한 이민정책을 추진해 볼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미 시 차원에서 외국인 전담기구 운영, 다문화마을 특구 지정 등 외국인 정책을 운영해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시흥, 수원 등 인근 도시들에서도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경기 서남부 지역에 위치한 만큼 국내 이민정책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하고 있다. 김포는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주요 강점으로 알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은 물론 경인항, 인천항이 30분 내외에 위치해 있고, GTX와 인천 2호선 등 연장 계획도 있어 실질적인 장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포시는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장을 지낸 김병수 시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유치 제안서를 가장 먼저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고양은 경기북부의 중심지로서 해당 권역에만 약 11만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한다는 점을 내세워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또 반경 40㎞ 이내에 공항·항만 등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철도·광역 도로망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기도에선 화성, 광명, 동두천 등의 유치전 합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기도 외에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인천과 충남, 전남, 경북, 부산 등이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면 도 차원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며 “도가 어느 한 시·군을 특정해 지원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 이민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도심 속 작은 중국…‘제2의 차이나타운’ 수원특례시 고등동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⑥

앞서 K-ECO팀이 찾은 신흥 외국인 집주 지역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공단 주변에 위치해 일자리를 목적으로 외국인이 자리를 잡은 곳들이 있는가 하면, 기존 언어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터를 내리기도 하는 등 서로 다른 포인트가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밀집해 거주 중인 곳에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장소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고향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현지식 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K-ECO팀은 제2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리고 있는 수원 ‘고등동’을 찾아 중식당에서 직원으로 직접 일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⑥ ‘제2의 차이나타운’ 수원특례시 고등동 ■ “니하오” 中 식당에서 맛있는 교류…‘차이나’는 사랑방 “欢迎光临(환잉꽝린)” 수원특례시 고등동 갓매산 삼거리에 있는 중국 현지식 식당 ‘송화강반점’에 들어서자 이곳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잊게 됐다. 가게 곳곳에 쓰여있는 한자로 어지러울 즈음 “어서 오세요”라는 뜻의 중국어 “환잉꽝린”이 들려왔다. 가게의 협조를 받아 직업 체험을 시작하게 됐는데, 직원은 물론 대부분 손님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송화강반점 아르바이트 취업 조건엔 ‘언어 능력’이 필수였다. 대학생 때 닦아둔 중국어 실력으로 주문을 받는 등 업무에는 자신있었지만, 그 자신감도 잠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중국인들의 큰 목소리와 소리치는 듯한 말투에 순간 당황하자 일은 꼬이기 시작했고, 허둥대는 모습에 사장님이 직접 나서 주문을 받아주기도 했다. 일이 손에 익을 무렵 한 중국인 부부가 들어와 자리에 앉자 자연스레 물컵과 물, 앞접시, 메뉴판을 들고 가 인사를 건넸다. “라차오그어리(매운 바지락볶음), 단차오퐌(달걀 볶음밥), 그리고 카스 피지오(맥주) 2.”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몰아치는 주문에 정신없이 메뉴를 받아 적은 뒤 주방에 건네주자, 주문 내역을 다시 알아 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쭈뼛거리며 테이블 쪽으로 향하는데 사장님이 급하게 붙잡고는 “단골이라 항상 시키는 메뉴가 있다”며 “걱정하지 말고 다른 테이블을 신경 써라”고 했다. 단골이라는 말에 눈여겨보던 테이블. 부부가 주문한 메뉴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고 음식을 전달하면서 ‘단골이 된 이유’를 조심스레 물었다. 남자 손님은 “우리 부부가 한국에 온 지 8년 정도 됐다. 처음 고등동에 왔을 때 이 식당에서 동네 정보도 많이 얻는 등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가끔 중국에서 놀러 오는 친구나 지인, 가족들과는 항상 이곳을 방문해 나만의 방식으로 사장님께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송화강반점은 이 부부를 비롯한 많은 중국인에게 ‘사랑방’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영업해 온 송화강반점은 고등동 중국인 주민들이 최신 동네 정보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장소이자, 동포를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주말이면 전국 곳곳에서 많은 중국인이 모임 장소로 찾는다. 단골도 많아 식사 시간대 손님이 몰리기 시작하면 대기는 기본, 포장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송화강반점은 고등동이 차이나타운이 되는 그 시작부터 함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년 전 고등동 번화가에 자리를 잡은 송화강반점은 동네에 유일무이한 중국 식당이었고,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레 중국인들의 모임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 제각기 다른 손님들의 입맛을 맞춰주는 가게의 배려도 돋보인다. 손님의 입맛과 취향에 맞춰 음식을 내놓으면서 음식과 서비스, 배려에 만족한 손님이 단골로 굳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송화강반점 사장인 구동매씨(51, 한국계 중국인)는 “인근에서 제일 오래된 중식당이기 때문에 고등동 중국인이 전국에 있는 중국 동포를 (송화강반점으로) 초대하는 등 모임과 교류 장소로 많이 찾는다”며 “다같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커뮤니티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마라탕 가게·자율방범대 체험해 보니 고등동에 있는 장량마라탕. 전 세계 5천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중국 최대 마라탕 프랜차이즈 업체에서의 체험은 색달랐다. 본격적인 점심시간 대 영업 전, 아침부터 가게는 분주하다. 밤사이 약간의 먼지가 내려앉은 테이블, 의자를 꼼꼼하게 닦고 매장 바닥을 반짝반짝 빛이 나게 치우다 보면 어느새 마라탕에 들어가는 신선한 재료들이 하나둘 배달된다. 매일 아침 수원유통센터에서 배달 온 스무개가 넘는 재료들을 일일이 손질하고 각각의 자리에 맡게 배치하면 오픈 첫 단계가 끝이 난다. 마라탕의 생명과도 같은 비법 소스, 손님들이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디핑 소스들을 제자리에 채워 놓고 나면 어느새 영업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영업이 시작되자마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하나둘 가게를 찾았다. 주말인 탓에 가족 단위 손님이 주를 이뤘다. 종업원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화가 이뤄져 놀라웠다. 가게에서 틀어둔 음악 소리는 묻힌 지 오래다. 손님이 많아 재료는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특히 마라탕의 육수가 되는 청경채, 배추 같은 채소들이 인기가 많아 채워 놓기가 무섭게 다시 바닥을 보였다. 미리 손질해 둔 덕에 무리 없이 빈 재료통을 몇 번이고 채우기도 했다. 마라탕집의 숨은 대표 메뉴인 만두도 인기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김 사이로 뽀얗게 자태를 드러내면 여기저기에서 만두를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에 20㎏씩은 판매돼 매출 효자다. 한바탕 정신없었던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시간에 접어들면 대부분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들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중국인 혼밥 손님은 몇 명인지 묻는 말에도 별 대꾸 없이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는 마라탕 재료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원하는 재료를 담고는 그제야 종업원을 찾아 재료를 넘긴다. 최근 국내 MZ세대를 중심으로 마라탕이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일까. 혼밥족 사이에는 드물게 한국인 손님도 있었다. 아무래도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다 보니 ‘진짜’ 현지의 맛을 느끼고 싶어서 방문하기도 한다고. 특히 주말엔 한국인 손님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수원역 인근에 놀러 왔다 ‘제2의 차이나타운’인 고등동에서 마라탕을 먹고 만족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음식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가게에서 일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종업원 최숙자 씨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자마자 (마라탕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마라탕이 인기가 많아서 종종 한국 손님들이 고등동까지 찾아오는 걸 보면 신기하다”면서도 “현지식이라 조금은 다를 수 있는데도 대부분 입맛에 맞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가게 밖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손님이 빠져나간 식당은 달그락거리는 식기 정리 소리만 가득했다. 빈 수저통을 채운 뒤 남은 재료를 치우고 틈새까지 깔끔하게 닦아내면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진짜 영업이 끝난다. 시끌벅적했던 모습은 어디간지 모르게 적막만 흐르는 불 꺼진 가게를 뒤로한 채 집으로 가는 길, 언어도 생활방식도 전혀 다른 중국인과 한국인이 ‘마라탕’이라는 음식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번진다. 고등동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이번에 진행한 직업 체험은 자율방범대다. 특히 고등동처럼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치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다른 지역보다 자율방범대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내국인들에겐 여전히 치안 불안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 있는 만큼 자율방범대 직업 체험을 통해 이러한 선입견이 사실인지 고등동의 밤을 책임져 봤다. 고등동자율방범대는 화려한 네온사인 사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골목 구석구석을 살피며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행인을 경찰에 인계하거나 고등동 내 재개발 구역에서의 방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9시 고등동 자율방범대 초소 앞. 형광색 외투를 입고 오른손에는 빨간 경광봉을 든 자율방범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황재성 고등동자율방범대장을 필두로 평일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순찰차와 보도를 이용해 고등동 일대를 순찰한다. 반짝이는 불과 함께 자율방범대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과 함께 찾은 곳은 고등동 일대 번화가. 함께 순찰에 참여한 지난 12일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해 시끌벅적했다. 이윽고 자율방범대원들의 ‘매의 눈’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도로에선 차가 오가는 길가로 행인이 길을 건너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이 펼쳐졌고, 이들은 소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상황에 나서 현장을 수습, 정리했다. 하지만 대원들의 ‘매의 눈’이 무색하게도 신변을 위협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 가게가 즐비한 큰 골목을 돌아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네온사인과는 정반대의 어스름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은 고등동 내 재개발 구역으로 현재는 약 20%의 주민만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도 자율방범대원들의 ‘매의 눈’은 여전했다.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집들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한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공간들을 빠짐없이 살폈다. 황재성 고등동 자율방범대장은 “고등동에 중국인이 많이 살고 있어 치안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중국인이라고 영화에서 비치는 것처럼 무자비하게 싸우는 건 본 적도 없고, 서로 조심하려는 모습도 있어 우려하는 것보다는 치안이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고등동에는 고등동자율방범대 외에도 또 다른 자율방범대가 있어 밤 안전을 수호한다. 주 4회 도보로 순찰 활동을 펼치는 고등동 부녀자율방범대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고등동 먹자골목 등에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활동을 진행, 혹시 모를 사건 사고에 대비한다. 인근 지동에서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외국인자원봉사단이 방범 활동을 진행한다. 중국인 비중이 높아 중국계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동에서의 의사소통에도 불편함이 없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서 8시까지 한 시간 동안 동 순찰을 진행, 지동의 안전한 저녁 시간을 책임진다. 노순자 수원시중국동포야간순찰단장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이 많아 생기는 치안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자 우리 스스로 방범 활동에 나섰다”며 “치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경기남부 최대 ‘차이나타운’ 고등동, 어떻게 성장했나 그렇다면 ‘제2의 차이나타운’이라 불리는 고등동은 어떻게 성장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부터 고등동 일대에 한국계 중국인이 하나둘 모여 살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계 중국인들이 모여 살기 전부터 고등동에는 수원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해 있어, 수원에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로 연결시키는 버스 대중교통 허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도시정비계획 등의 이유로 터미널이 이전하며 이 일대 상권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유동 인구가 감소하니 인근 가게들의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임대료는 저렴해졌고, 공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임대료가 저렴해지자, 그 틈을 탄 한국계 중국인들이 하나둘 발을 붙이기 시작했다. 서울 대림동, 안산, 시흥 등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들은 한국계 중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터를 잡은 것이다. 또 고등동 바로 앞에는 수원역이 위치하다 보니 이곳에 정착한 한국계 중국인들에겐 인근 도시로 일하러 나갈 때도 안성맞춤이었다. 공인중개사 A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권리금이 없었는데, 중국인들이 들어와 장사하며 북적이다 보니 권리금도 생기고 월세도 올라갔다”며 “현재는 33㎡(10평) 기준 권리금은 평균 2천만~3천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모든 정보는 고등동에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고등동에는 읍면동 단위로 보면 수원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수원에는 총 6만8천633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데, 이 중 고등동이 5천60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등동과 인접한 매산동이 4천437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들 중 대다수의 국적은 한국계 중국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등동은 ‘제2의 차이나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고등동 주민들의 월평균 소비액은 156만원이었는데, 이는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시흥 정왕본동(93만원)이나 안산 원곡동(41만원) 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수원시는 지난 2022년 고등동 갓매산로 일대를 ‘아시아 푸드스트리트’로 꾸몄다. 이보다 앞서 수원시와 경기도는 고등동 인근 매산동 역전시장 지하에 ‘다문화 푸드랜드’를 조성해 중국,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 아시아 음식점들이 입점하기도 했다. ■ 이전한 경기도청, 사라진 성매매 집결지…고립되는 고등동 이같이 고등동은 제2의 차이나타운으로서 위상을 쌓아가고 있는 반면, 인근 지역으로부터 고립되는 등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고등동은 경기도청이 지난 2022년 4월부터 광교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그나마 이 일대를 오가던 도청 공무원들의 발길마저 끊겼다. 이 때문에 고등동 안팎으로 ‘도청 공무원들이 빠지니 중국인들밖에 안 남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도청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B씨는 “중국인들이 더 유입되면 기존의 내국인 대상 상권도 중국인들에 맞춰 바뀌게 된다는 건데, 솔직히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수천명 공무원이 있던 도청마저 이전하니 매출에 영향은 큰 상황이다. 고등동은 이미 ‘중국 동네’가 됐다”고 밝혔다. 또 인접한 매산동에선 지난 2021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후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에서 고등동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이곳은 성매매 집결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감성의 양식당, 카페 등이 새롭게 자리 잡은 상태로, 중국 가게들이 즐비한 길 건너편 고등동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건물주들은 중국인들에겐 아예 세를 내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C씨는 “옛 성매매 집결지 내 위치한 건물에 새롭게 들어온 가게 중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곳은 없다”며 “이미지를 바꾸려 하는 곳에 양꼬치 등 중국 가게가 들어오면 이미지가 안 좋아지다 보니 건물주들은 중국인에 임대를 내주려 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편견을 넘어 이웃이 되기 위한 노력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등동에선 지자체와 시민단체 차원에서 도시 청결 등 외국인과 내국인의 공생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22일 오전 고등동 먹자거리 일대는 전날 저녁 시끌벅적했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했다. 거리는 정리된 느낌이었지만, 곳곳엔 담배꽁초가 무단으로 버려져 있었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크고 작은 쓰레기봉투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아침 시간대 고등동 일대를 청소하던 A청소업체 직원은 “고등동이 다른 동네에 비해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혼합해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쓰레기 분리수거 문화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이 많은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쓰레기 분리수거가 생활화돼 있지 않은 중국인 등 외국인에게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고등동 행정복지센터는 연 1회 안내 책자를 배포, 쓰레기 배출 방법을 교육한다. 지난 2022년부터 고등동 행정민원팀과 시민단체 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는 고등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대상으로 정확한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기 위해 중국어와 영어로 번역한 쓰레기 분리배출 홍보물을 제작해 상가와 주택가를 직접 돌며 전달했다. 2022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분리배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며 외국인들의 쓰레기 분리배출 인식 개선에 나섰다. 채소영 고등동 행정민원팀장은 “고등동이 수원시내에서 가장 외국인 비율이 높은 동네이기 때문에 문화가 다른 탓에 쓰레기 무단 투기가 많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가 배포할 수 있는 생활 쓰레기 분리수거 안내문을 제공하게 됐다”며 “꾸준한 안내를 통해 쾌적한 고등동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 차원을 넘어 수원시는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여러 지원 단체를 조성해 화합과 공존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 이주민과 원주민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돕는다. 수원시는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외국인 주민이 2천명 이상인 동 12곳을 선정, 이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전문가 교육 및 이주민-원주민의 상생 방안 토론 및 의견 수렴 등 온전한 사회 융화를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자녀 양육을 위한 진학설명회, 다문화 아동 이중 언어교육과 같은 가족사업은 물론, 취업 기초 소양 교육, 한국 사회 적응 교육 등 사회통합 사업과 성평등·인권 사업 등을 통해 다문화사회에 걸맞은 다문화 감수성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외에도 수원시는 외국인복지센터, 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등을 통해 이민자 조기 적응 교육, 다문화 예비학교, 수준별 한글 교육 등을 통해 성별, 연령별로 필요한 교육이 제때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외국인 교육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남철 수원시 다문화정책과장은 “수원시에 사는 외국인들은 다른 지역의 외국인들과 달리 돈을 벌어 다시 고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아닌 정주형 외국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앞으로도 시는 이들이 온전히 정착해 내국인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기지촌’ 사라진 동두천·파주…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채웠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⑤

⑤기지촌 사라진 동두천 보산동. 파주 법원읍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이주민 및 다문화 가정의 구성 형태가 중국·베트남 같은 아시아계를 넘어 아프리카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의 발자취를 따라 K-ECO팀이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경기북부지역, 신흥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동두천시 보산동과 파주시 법원읍이다. 그간 방문했던 외국인 집주 지역과는 또 다른 모습이 취재진을 반겼다. 15일 찾은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역에 다다르자 보인 거리는 영어 간판으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는 검은 피부에 큰 눈을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같은 날 파주시 법원읍에서도 어렵지 않게 흑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인들이 모여 새롭게 마을을 이뤄가고 있는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오래전 ‘기지촌’의 역사로 거슬러 간다. 한국전쟁 이후 1960~1970년대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에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한 쪽방촌과 미군 점유 주거지가 대거 들어섰고, 내수 경제의 한 축이 될 정도로 크게 활성화 됐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나면서 동두천 캠프 케이시, 파주 캠프 보먼트와 캠프 버드를 둘러싼 미군 이전, 공여지 반환 이슈 등으로 군부대 앞은 점점 비어갔고, 보산동과 법원읍은 외국인은 물론 원주민마저 대거 빠져나가 황량한 마을이 됐다. 이들의 공백으로 빈 건물이 늘어가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자 건물주들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건물 용도를 거주지로 전환, 월세를 대폭 낮춰 세입자를 들이는 등 추락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자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러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었다. 저렴한 임대료에 기존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영어 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이들이 정착하기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보산역 월드푸드스트리트 길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면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한 상점이다. 아프리카의 소울을 담고 있는 레게 헤어샵과 이들 특유의 화려한 악세서리샵, 아프리카 전통 식당이 들어서 있다. 저녁 시간만 되면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8년 동안 운영 중인 슈퍼마켓은 미군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프리카계 외국인 덕에 다시 간판을 환하게 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장 A씨는 “저녁 퇴근 시간이 지나면 과일, 채소 등 식재료를 사러 오는 아프리카 인들이 많다”며 “손님의 절반가량이 아프리카계라서 안내문구도 영어로 작성해 놨다”고 말했다. 파주 법원읍 대능5리에 위치한 ‘문화창조 빌리지’도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다. 문화창조 빌리지는 10여년간 비어 있던 기지촌을 문화·예술인 육성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던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지만, 당초 목적과 달리 예술인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지며 잊혀갔고 현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정착지가 됐다.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도 동향 사람들과 가까이하며 마음을 나누는 등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은 신흥 외국인 집주 지역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 아프리카계 증가하는 동두천·파주…국적은 나이지리아 최다 동두천과 파주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이미 터를 잡고 있었던 만큼 생활 인프라 등이 좋아 새롭게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데, 가장 많은 국적은 나이지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동두천시에 동록된 외국인은 총 3천788명이다. 국적 별로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외국인이 524명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베리아(120명)·가나(89명)·아이티(2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보산동에는 동두천 전체 외국인의 25%인 960명이 살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대다수는 이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주시 역시 다수의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국적 수 상위 3개 국가(나이지리아·가나·남아프리카공화국)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 287명, 2022년 302명, 2023년 32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난민신청자 등에 해당하는 G-1 비자나 기타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보산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974명 중 308명이 G-1 비자, 307명이 기타 비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주시에서도 1만2천133명 중 883명이 G-1 비자로 거주하고 있다. ■ “아프리카 근로자 없는 경기북부 섬유공장, 상상하기도 힘들죠” 이같이 동두천과 파주 등에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주로 섬유, 가죽, 패션 등이 특화된 양주와 포천, 동두천에 소재한 섬유·염색 등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D 산업’으로 여겨지며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 규모의 공장 곳곳에 녹아들며,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경기북부 지역경제의 가장 밑바탕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주에서 섬유공장을 운영 중인 사장 김모씨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없는 공장은 상상조차 힘들다’고 단언했다. 현재 김씨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5명 중 2명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국인 고용 시엔 비싼 인건비 때문에 경쟁 상품인 중국·동남아산 섬유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꾀하기 힘들다고 했다. 동두천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가죽 가공업체도 전체 직원 4명 중 2명이 아프리카계 외국인이다. 물론 나머지 2명 역시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다. 업체 대표 이모씨는 가죽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일 자체를 내국인이 기피하다 보니 외국인이 없다면 공장을 운영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애초에 이 일을 하려는 내국인이 별로 없다”며 “공단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아프리카계 등 외국인이 많은데, 이들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은 모든 기업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다수 포진한 경기북부지역의 섬유 생산은 전국 섬유 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기북부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섬유·염색 공장 외에도 농공시설이나 폐차장 등에 종사하며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박혜원 경기북부이주민센터장은 “동두천에 있는 닭고기 마니커 공장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을 위한 섹션이 따로 구분이 돼 있을 정도”라며 “이미 경기북부의 산업적인 측면에선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병원, 한국어교육까지…아프리카인 거점 된 종교시설 “A-men”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자유로운교회에선 특별한 예배가 시작된다. 흑인 목사의 주도 아래 이들은 각자 지난 한 주를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날을 위해 기도한다. 흑인으로 가득한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꾸려졌다. 예배는 물론 전도와 교육까지 모든 절차와 과정을 흑인들이 직접 이끌어 간다. 약 20개국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종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기독교인은 현재 약 7억 3천400만명으로 대륙 전체 14억 인구의 52.4%를 차지한다. 또 교인은 연간 약 3%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아프리카인들의 남다른 기독교 사랑은 이주 후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북부이주민센터를 많이 찾았는데, 이곳을 찾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서로 모여 종교단체를 구성, ‘자유로운교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종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교회를 통해 종교 외에도 의료 서비스,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해 치과를 운영하는데, 대부분의 치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항상 아프리카인들로 북새통이다. 부모 손을 잡고 교회를 찾은 아프리카계 어린 친구들에게도 교회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토요일 오전 교회를 찾아 한글 수업을 듣거나 일요일 예배를 마친 뒤 교회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글이 서툴러 언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부모들은 아이들이 주말 한글 교실에 참석해 언어 습득을 돕고 친구와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한국어 교육은 인근에 있는 천주교 단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의정부 천주교구 동두천 엑소더스(EXODUS)는 교육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센터를 운영,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외국 아이들에게 한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 1층 떼꿈(TECUM)은 지역아동사목위원회가 난민 가정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공부, 식사, 체험활동을 하는 데 사용 중이며 2층은 엑소더스로, 이주사목위원회가 난민 상담과 교구의 ‘1본당 1난민가정 돌봄 사업’의 중심 공간이다. 파주 법원읍 법원리에도 주말이 되면 아프리카인들의 열정적인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아프리카계 외국인 수십명으로 이뤄진 법원리 CHRIST APOSTOLIC INTERNATIONAL 교회는 오전 예배를 마친 뒤 한국인 목사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한글 공부방을 운영, 아프리카 아이들이 교육에 뒤처지지 않도록 뒷받침이 돼 주고 있다. 교회를 운영하는 가나 출신 프랑코씨(53)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교회는 우리에게 종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가족과 행복하게”…보산동·법원읍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소박한 꿈 파주 법원읍에 사는 인디필립(11)은 엄마와 동생과 함께 두 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머나먼 한국까지 왜 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주’가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지만, 열한 살 꼬마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은 궁금한 것 투성이다. ‘말괄량이 아이’ 같은 인디필립에게 법원읍은 벌써 ‘우리 동네’가 됐다. 같은 나라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들은 물론 말은 완벽하게 안 통해도 어느새 학교에는 함께 장난을 치는 한국인 친구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너무 잘해주고 아프리카 친구들도 있는 우리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필립과 비슷한 나이대의 딸들을 키우는 나이지리아 출신 은고지는 12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던 남편을 따라 그는 두 살배기 딸과 이태원에 처음 정착했다. 문화권이 달랐던 그에게 적응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이태원을 떠난 은고지 가족은 평택을 거쳐 보산동에 지난 2019년 뿌리를 내렸다. 그 사이 두 살이었던 첫째 딸은 중학생이 됐고, 한국에서 태어난 둘째와 셋째 딸도 보산초에 다니고 있다. 은고지 가족의 꿈은 소박하다. 일자리를 구해 세 딸과 ‘제2의 고향’ 보산동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사는 것이다. 최근 아주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은고지씨는 구직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제 가족이 보산동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여전히 이민정책 상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원만히 해결돼서 보산동에 계속 살고 싶고, 열심히 번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20년 전 한국에 들어와 2009년에 동두천으로 이주한 ‘보산동 토박이’ 벤자민 아나짐바(47)의 꿈도 다르지 않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에서 산 벤자민은 개인 사업부터 공장 일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양주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최근 부천의 한 섬유공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10년 전 보산동에서 태어난 아들 해리슨에겐 이미 한국어가 더 자연스럽다. 비자 문제로 아내가 한국으로 못 들어오고 있는 탓에 그는 엄마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다. 이 맘 때 한국인 부모들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것처럼 벤자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들이 친구들을 잘 사귀어서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아들과 함께 제2의 고향이기도 한 보산동에서 비자나 생활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소박하지만 가장 바라는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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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민도 도민… 함께 웃는 경기도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④

④ 도의회, 외국인 지원 앞장 경기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만큼 경기도의회는 외국인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다문화 가정 지원의 올바른 모델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도내 외국인 관련 지원 조례는 ‘외국인주민 조례’와 ‘다문화가족 조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들 조례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살펴봤다. ■ 경기도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도내 외국인 삶 지탱 지난 2007년 정부는 외국인주민과 다문화 가족이 증가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했다. 당시 두 법안에선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강조했고, 이에 따라 각 지자체도 본격적으로 지원 조례 제정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와 ‘경기도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큰 틀에서 두 조례의 가장 큰 차이는 지원 대상이다.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는 지원대상이 외국인·국적 취득자·외국인 주민 자녀 등 경기도 거주 외국인이 지원대상인 반면,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는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만을 지원대상으로 삼고 있다. 도의회가 관련 조례 제·개정에 앞장서면서 일선 시·군의회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 31개 시·군에는 모두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가 마련돼 있다. 특히 최근 일선 시·군들에선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를 폐지하고, 외국인주민과 다문화가족을 합쳐 통합조례로 제정하는 곳이 부쩍 늘었다. 현재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조례’를 제정한 시·군은 총 20곳에 달한다. ■ 외국인 주민 자녀 보육·교육사업 신설…차별없는 환경 조성 경기도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는 지금까지 총 14차례 개정됐는데, 특히 두 차례 큰 변화를 거쳤다. 먼저 도의회는 지난 2020년 외국인 주민 자녀에 대한 보육·교육사업을 신설, 어린이집에서 취학 직전 3년의 유아에 대한 공통교육, 보육 과정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3년 후인 지난해 4월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인 가정 0~2세 영아에게도 보육료를 지원하도록 조례를 손봤다. 이로써 0~5세 외국인 자녀 보육료를 모두 지원하게 됐는데, 이는 경기도가 전국 최초이다. 지난해부터 도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0~5세 영유아에겐 31개 모든 시·군에서 매달 10만원의 보육료가 지급되고 있다. 지원을 받는 외국인 영아는 현재 9천300여명(만 0~2살 4천900여명, 3~5살 4천400여명)에 달한다. 올해 역시 도와 도의회는 106억원(도비 29억원, 시·군비 77억원)을 확보했고, 특히 자체적으로 보육료를 추가 마련한 부천, 시흥, 김포, 구리, 화성 등 5개 시·군에선 정부지원 보육료인 28만원까지 지급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외국인 주민 자녀 보육료 지원에 대한 요구가 컸던 만큼 도내 모든 시·군에서 일정 금액의 보육료가 제공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이라면서도 “10만원에 더해 추가적으로 보육료가 지원되는 일부 시·군도 있는 만큼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전반적인 지원 액수를 향상하는 등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 도내 결혼이민자 역량강화…다문화 가정 지원 제도적 뒷받침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경기도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는 2008년 제정 이후 현재까지 총 11차례 개정됐다. 이 중 중요한 개정은 두 차례 있었다. 도의회는 지난 1월 도내 다문화 가족의 부모에 대한 교육 지원을 명문화한 바 있다. 그간 외국인 주민 자녀에 대한 언어 교육 등의 지원은 있었지만, 부모에 대한 교육지원은 부족했던 만큼 도내 다문화가족 부모들은 행정복지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등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9년 도의회는 다문화 가족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위기 다문화가족 지원 및 다문화 가족 거주지역의 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매년 수립하는 정책 시행계획에 추가하도록 했다. 또 다문화 가족 지원사업 수행기관 지원 및 강화, 사회참여와 복지증진 사업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해당 조례를 바탕으로 경기도는 ▲다문화 가족 안정적 정착 및 자립 지원 ▲다문화 자녀 성장단계별 학습·진로 지원 ▲결혼이민자 인권 보호 내실화 등 분야에서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도의회 관계자는 “결혼 이민자들과 자녀들이 우리나라와 경기도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도의회 역시 조례 개정을 통해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김완규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위원장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은 최근 고령화 등으로 심각해진 국내 일손 부족 현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내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일명 기피 업종에도 투입돼 경제적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조례로 제정, 이들을 적극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경제노동위원회의 김완규 위원장(국민의힘, 고양12)을 만나 현재 경기도의 외국인 지원은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들어봤다. Q. 경기도의회는 외국인들을 위해 조례 제정과 개정을 거듭하며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들로 하여금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어떠한 것이 있나. A. 경기도에는 75만여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25%에 해당하는 16만5천여명은 취업과 숙련기능 비자로 들어온 노동자다. 이들은 특히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에서 많이 일하며 제조업 등 국내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Q.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경기도의회의 노력은 무엇이 있나. A.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일찍이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 인권에 앞장서 왔고, 대표 사업으로는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 운영, 외국인주민 긴급지원, 농어촌 외국인 근로자 숙소 건립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1월16일에는 전국 최초로 외국인인권지원센터를 개소해 법률·노무 상담, 내·외국인 인권교육, 이주민 관련 실태조사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외국인주민 명예대사,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 민관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등의 사업을 통해 외국인 주민의 권익 보호 및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을 외국인 청소년까지 확대해 시행한다. Q. 외국인들이 지역에 더욱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부분이 보완돼야 하나. A. 외국인 주민과 관련된 부처는 여성가족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을 꼽을 수 있지만 현재는 여성가족부만이 외국인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주민의 형태가 다양화 및 정주화 되면서 외국인 주민을 아우를 수 있는 각 정부 부처의 예산 및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력 확보 및 경제적 이익의 차원에서 외국인 정책을 강화하거나 보완하려고 해도 여전히 많은 국민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Q.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경기도의회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오는 하반기를 목표로 ‘외국인주민 종합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센터를 통해 도내 산재한 외국인 지원기관 및 단체(다문화가족센터 31개소, 외국인복지센터 11개소, 글로벌청소년센터 2개소)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민·관 협력 지원을 통한 외국인주민 종합지원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는 바와 같이 외국인 주민은 우리 사회의 한 축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 가정 문제에 대한 공공의 대처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다. 또 외국인 주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이들을 인정하며 이들과 공생하는 방안을 더욱 고민해 나가겠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고려인 ‘안식처’ 포승… 활력 넘치고 ‘새롭多’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③

③ 고려인들 제2의 고향 평택시 포승읍 “중국 동포들이 빠져나간 뒤 고려인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역경제에 타격이 심했을 겁니다. 구세주 같은 존재죠.” 4일 평택시 포승읍의 한 키즈카페. 여느 키즈카페와 달리 이곳에선 아이들의 재잘대는 러시아어가 한국어보다 더 또렷하게 새어 나왔다. 차가운 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 러시아 문화 탓에 ‘뽀로로’ 음료수는 모두 상온에 보관되고 있었다. 이곳은 포승읍에 사는 많은 고려인 부모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키즈카페가 생겨날 정도로 고려인이 늘어난 포승읍. 당초 이곳에 다수 거주하던 외국인들은 대개 한국계 중국인들이었다. 이들이 고려인으로 바뀌게 된 직접적 계기는 2017년 벌어진 사드 사태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급감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중국인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평택시의 외국인 등록 현황을 보면 포승읍의 한국계 중국인 수는 2018년(892명)부터 본격적인 감소세로 접어들어 지난해에는 6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계 중국인 ⅓이 떠나자 지역경제는 휘청였다. 포승읍 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한령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 사람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회상했다. 이때 ‘구세주’처럼 고려인들이 유입, 흔들리는 지역경제를 지탱했다. 포승읍에는 이전부터 소수의 고려인이 살고 있었는데, 모여 살길 원했던 고려인들은 중국인들이 떠난 포승읍으로 하나둘 옮겨 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포승읍은 포승국가산업단지 배후 도시인 데다 화성, 천안 등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이 일대에서 직장을 구한 고려인들에겐 지리적으로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포승읍의 우즈베키스탄 국적 등록외국인은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승읍에는 고려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포승읍에는 3천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사는 것으로 예측되며, 그중에서도 도곡리에 집중적으로 모여 산다. 포승읍에서 7년째 러시아 마트를 운영하며 변화상을 목격했던 장동주씨는 “처음 포승읍에 왔을 때만 해도 중국인들이 훨씬 많았고, 고려인은 약 300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고려인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동네가 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포승읍 도곡리(포승도곡근린공원) 일대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만6천여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말 기준 편의점의 월평균 추정 매출은 8천798만원이었는데, 이는 평택시(7천410만원)와 경기도 평균(7천373만원)보다 높았다. 이같이 동네에 모여든 고려인들은 이 일대 원룸 공실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공인중개사 A씨는 “고려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만 해도 20만원대였던 원룸 월세가 지금은 50만원대로 대폭 올랐다”며 “원룸 문의는 자주 오지만, 구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포승읍에서 만난 고려인들…“포승읍의 빛 되고 싶어요” 평택시 포승읍에서 만난 고려인들은 하나 같이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오래도록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러시아에서 국영석유기관 등에서 근무했던 고려인 정 알렉세이씨(57)는 지난 2016년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정씨는 먼저 한국에 살고 있던 고려인 지인으로부터 포승읍에 위치한 한 공장 일자리를 소개받아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 2년여의 한국 생활 도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병상에서 3개월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정씨는 더 이상 힘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할 수 없게 됐고, 사무직을 전전하다 러시아에 있을 당시 그가 담당했던 ‘통역’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정씨는 국내에서 사법통역사 시험을 통과한 뒤 경찰 조사 국제팀과 병원 등에서 중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통역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근무와는 별개로 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는 언제나 한걸음에 달려간다. 정씨는 “한국에서 몇 년씩 살면서도 간단한 대화조차 하지 못해 애먹는 동포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외면할 수 없다”며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이라도 연락이 오면 간다”고 말했다. 포승읍 고려인들의 소통 창구가 돼 주고 있는 정씨에겐 하나의 소망이 있다. 이들에게 교육 측면의 지원이 조금 더 이뤄진다면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씨는 “포승읍처럼 산업단지가 많은 곳은 외국인 고용 등을 통해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며 “이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알게 돼 의사소통이 더 자유로워 진다면 내국인과 융화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에도 더욱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열입곱살인 리나는 지난 2021년 11월 고려인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어린 동생들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 한국에 왔다. 리나 가족이 한국에 오기 전 리나는 열두살 무렵 현재 가족에게 입양됐다. 고려인 혈통인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가족과 달리 러시아 태생인 리나는 이런 이유로 F1(방문동거)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리나는 평소 학교를 마치거나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항상 어린 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가족과 함께하고 있지만, 성인이 되면 F1 비자가 만료돼 한국을 떠나야 한다. 고려인 가족 구성원이지만, 고려인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인이 되면 하는 수 없이 한국을 떠나야 하는 리나는 F4(재외동포) 비자를 획득해 한국에 남기 위해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리나는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됐는데, 고려인의 피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자도 다른 것을 받게 됐다”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F4 비자를 획득해 한국에 남아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 대를 잇는 고려인들의 포승읍 살이… 변화하는 지역사회 이처럼 포승읍에 터를 잡은 고려인도 2세에서 3세로 교체되는 가운데, 이들이 포승읍에서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지며 포승읍이 고려인 맞춤 도시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고려인들로 채워지고 있는 포승읍에는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존재한다. 포승읍 도곡리에 위치한 한 치과에는 고려인을 위한 외국어 안내문이 마련돼 있다. 많은 고려인이 초콜릿 등 고열량 음식을 선호, 상대적으로 타 병원보다 치과를 많이 내원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을 위한 안내문이 비치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간단한 의사소통은 영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상세한 안내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고려인 전용 안내문을 비치했다”며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만큼 이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려인 십여명으로 구성된 도곡리푸른자율방범대는 매주 금요일 오후 동네 순찰을 하며 어린아이들의 안전 귀가, 주취자의 난동 행위 방지 및 경찰 인계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방범대는 지난해 방범 활동 중 늦은 밤 홀로 공원에 앉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읊조렸던 한 고려인을 발견해 경찰에 안전하게 인계했으며, 치매 노인을 안전 귀가시키는 등 마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원으로서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 ‘한국어 입 못 떼는 고려인’ 속출… 교육환경 개선 시급 이처럼 경기도내 또 하나의 고려인마을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이들의 언어적 불편함은 여전하다. 포승읍에 위치한 도곡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중 45%, 도곡중학교는 20%가량이 고려인을 포함한 외국인 학생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한국어 교육은 1주 10시간, 하루 평균 2시간으로, 통상 초등학교 입학 전 언어를 습득하고 진학하는 한국 학생과 비교했을 때 학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포승읍에는 고등학교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아 학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도곡리 아산국가산업단지와 약 10㎞ 떨어져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통편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은 일부 외국 학생들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평택시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초·중학교 한국어 교실 강사를 채용, 학습지원 업무 및 다문화 학생 대상 한국어 학습지도, 일반 학생 대상 다문화 이해 교육, 다문화학생 집단 심리정서 상담, 온라인한국어콘텐츠지원 사업 등을 통해 다문화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대상을 확대,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문화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교직원을 대상으로 교육 과정 변화, 대처 방법 등에 대한 연수도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다문화 가정 확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부족한 고등학교 대신 한국어공유학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NEW 포승읍’을 만드는 사람들…“고려인 아이들 성장하기 좋은 포승읍 되기 위해 최선” “포승읍이 고려인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고려인 청소년을 위한 활동도 더 다양하게 하고 싶습니다.”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황 갈리나씨(60)는 포승읍에서 그리는 미래 모습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곳의 어르신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고,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카자흐스탄에서 이주해 포승읍에 뿌리를 내린 황씨.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러 포승읍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 됐다. 특히 황씨는 2020년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한국어 학원을 설립,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황씨는 포승읍의 대표 고려인 중 한 명으로 지난해 출범한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협의회는 고려인의 평택 정착 등을 돕고자 조직됐고, 평택외국인복지센터, 평택안성흥사단 등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고려인이 일찍이 자리 잡은 안산이나 광주광역시에 비해 평택 포승읍은 비교적 최근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특히, 협의회는 올해 평택시 고려인 지원 조례 제정, 고려인 커뮤니티센터 설립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는 “이곳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한국을 고국으로 생각하며 새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만큼 협의회는 이들이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 외에도 이곳 포승읍에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단체가 하나 더 활동 중이다.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합을 이끌고 있는 박준우 도곡12리 이장은 이 지역에서 소문난 ‘고려인 아버지’다. 내국인들도 고려인과 관련된 일이라면 박씨를 찾을 정도다. 박씨는 지난 2022년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출범시켰고, 봉사단도 조직해 마을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또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에선 고려인 아동 및 성인들에게 한글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 고려인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박씨는 ‘외국인=미군’인 평택에선 아직 고려인들을 위한 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평택은 사실 모든 정책적 지원이 미군이고, 그 밖의 고려인 등 외국인에겐 무관심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려인에 대한 러시아어 통역 지원도 저희 협동조합 같은 민간 단체에서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포승읍이 고려인들이 좀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기 위해선 저희 같은 민간 단체의 지원은 물론 시 차원에서도 재원 확보 등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외국인 품고 新바람... 경제·문화의 꽃 '활짝'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①

경기도 거주 외국인 주민 75만명. 이제 지역을 이야기 할 때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만큼 이들에 의해 골목 경제와 지역 문화가 변화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외국인고용법 시행 20년이 되는 해인 데다 이민청 신설 등으로 다시 한 번 외국인 주민들이 우리 사회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K-ECO팀은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 집중거주 지역 곳곳을 찾아, 지역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이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① 중국인 클러스터 된 시흥시 정왕동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5일. 새벽 5시 시흥시 정왕동의 한 인력사무실 안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밖과는 달리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두꺼운 털 모자와 장갑을 낀 이곳의 대다수 사람들은 한국계 중국인들이다. 그 속에서 김순철씨(48)도 긴장된 마음으로 일거리를 배정 받길 기다리던 참이다. 며칠 일을 배정 못 받았던 터라, 그의 앞에서 빨갛게 타는 장작처럼 그의 속도 타들어가는 듯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김씨의 이름이 불렸다. 천만다행이었다. 오전 6시께, 작업화 끈을 재차 동여 맨 그는 시화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는 16년 전 중국을 떠나 시흥시 정왕동에 뿌리를 내렸다. 중국 동포들이 많아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다 월세도 저렴한 축에 속하다는 동료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에 있던 아내 역시 이곳으로 이주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딸은 어느새 훌쩍 커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작업을 막 시작하려던 오전 8시. 김씨는 문득 딸이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도, 그의 아내도 아이가 깨기 전 일거리를 찾아 집을 나서기 때문에 항상 아내가 전화로 딸을 깨워야 하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로 딸이 학교 갈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한 김씨는 편안한 마음으로 동료들과 용접에 몰두했다. 업무가 막 끝나가던 오후 4시30분께. 비보가 날아들었다. 오늘은 잔업이 없다는 것. 잔업 수당은 4만원인데, 이조차도 모이면 꽤 큰 돈인지라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일당 15만원을 받아 든 그는 저녁거리로 통닭을 사들고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베트남 출신 김희연씨(33)는 버스 운전 일을 하는 남편의 출근 소리에 이른 새벽 눈을 뜬다. 국제 결혼을 위해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 온 지 15년. 어느새 베테랑 주부가 된 김씨는 매일 아침 남편에게 단출하지만 따뜻한 아침밥을 챙겨준다. 남편을 배웅하고 나면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초등학생 딸과 ‘등교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없던 아침 시간이 흘러가면 희연씨도 출근 길에 나선다. 가정 방문 요양보호사인 김씨의 오늘 일정은 정왕동에 사는 어르신 말 벗이다. 약속 시간에 늦을세라 다급히 준비를 마친 김씨는 출근하는 직장인이 가득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참을 달려 정왕동에 다다른 버스에서 내린 김 씨는 피곤하지만, 오늘따라 상쾌한 공기에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일을 시작한다. 어르신과 주말 내 있었던 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함께 인근 공원에 나와 산책도 하는 등 4시간여의 근무를 마친 김 씨는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또다시 발걸음을 바삐 옮긴다.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나오는 아이들 사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나타난 아들과 함께 향한 곳은 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수학학원. 이날 학원 앞에서 만난 한국 엄마들에게 전해 들은 사교육 열풍에 김씨는 한숨이 깊다. 한국 교육열이 치열하다지만, 베트남 엄마들과 함께 하는 단체 메신저 방에서도 사교육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 주제다. 수학, 영어 등 교과목보다는 운동에 흥미를 보이는 큰 아들을 알고 있는 희연씨는 남편이 퇴근하면 아이 진로에 대한 얘기를 진지하게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다.' ■ ‘시흥시 중국동’으로 부리는 정왕동…‘게토’에서 ‘클러스터’ 되기까지 경기도 외국인 밀집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K-ECO팀이 처음 찾은 지역은 시흥 정왕동이다. 이곳은 최근 5년 사이 외국인 주민 수가 약 18% 증가했는데, 이는 경기도 외국인 인구 증가율인 11%를 훌쩍 뛰어넘는 등 신흥 외국인 동네로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외국인은 이 동네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역경제를 비롯해 의료, 교육, 치안 등 사회 인프라까지 살펴봤다. 시흥 정왕동은 어떻게 외국인들이 밀집된 지역이 됐을까. 그 배경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 원주민이 재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자신들이 살던 지역에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되면 또 다른 지역을 찾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외국인 주민의 삶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왕동에서 6년 넘게 근무해 온 강승호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이렇게 떠나는 외국인들이 ‘지하철 4호선 라인’을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강 사무국장은 “통상 도심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교통이 용이해야 하는데, 안산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4호선 라인을 따라 시흥까지 내려온 것”이라며 “안산 원곡동 일대 재건축, 서울 영등포 재개발 등이 추진되며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외국인들이 하나 둘 거처를 옮겨오며 이곳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외국인 인구 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만9천742명이었던 정왕본동의 외국인 주민은 5년 만에 약 3천명이 증가, 지난 2022년 2만2천632명을 기록했다. 한 해 평균 약 600명씩 외국인 주민이 이 동네에 유입되고 있다. 특히 정왕동은 정왕본동을 중심으로 압도적 다수의 한국계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시흥시가 발표한 시흥시 다문화·외국인가구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시흥시 다문화 가구원 중 한국계 중국인은 정왕본동에서 550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왕 1동(469명)·배곧동(31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이 정왕동은 외국인 유입에 따른 ‘게토화’ 우려를 딛고 일종의 ‘클러스터’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토’는 유대인 격리지역이란 뜻으로, 특정 인종이 한 곳에 몰려 살며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등 부정적 의미로 남아있다. 하지만 외국인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의료·교육·치안 등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며 어느새 정왕동은 ‘게토’가 아닌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강 국장은 “집합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정주여건이 좋지 않았던 지역이 어느 순간 인프라나 사회적 안전망이 자리잡게 되면 그 지역은 ‘클러스터화’됐다고 본다”며 “시흥 정왕동의 경우 여러 사회적 인프라가 차츰 갖춰지면서 외국인 클러스터가 영등포에서 안산으로, 안산에서 시흥으로 옮겨 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외국인 유입, 지역경제 살렸다…원룸 공실 없고, 상가 권리금은 1억원 훌쩍 이들이 본격 유입된 이후 지역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 통계청의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정왕본동의 경우 지난 2017년 2천272개였던 사업체는 2021년 3천647개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종사자 수 역시 8천240명에서 9천396명으로 늘었다.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늘었다는 건데, 이는 동네에 ‘돈이 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례로 정왕시장 반경 500m에는 점포들이 약 500개 있는데, 이 중 70%가 한국계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점포다. 외국인들이 유입되며 점포 수도 늘었다. 이광재 정왕시장 상인회장은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정왕시장은 전통시장 인증도 받지 않는 등 활성화되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하지만 외국인들이 본격 유입된 이후 사업자 등록을 내고 투자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며 돈이 돌기 시작했고, 상권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훈풍은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미 이 일대 상가나 원룸 등은 공실을 찾아보기 힘들며, 권리금이 1억원이 넘는 점포도 생겨날 정도다. 공인중개사 A씨는 “상가 매매의 경우 10년 전보다 권리금이 많이 오른 상태”라며 “임대료는 평균 수준이지만, 과거 내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건물을 낮은 권리금으로 매매하며 외국인들이 일부 사들이기 시작했고, 서로 경쟁하며 권리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1억원이 넘는 권리금의 가게들도 다수”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 국경 없는 의료 서비스 제공…전국의 외국인들이 몰리는 시화병원 최근 5년 사이 중국 교포 등 외국인 밀집이 눈에 띄게 높아진 시흥시는 거주 외국인의 수가 늘면서 의료·치안·교육 등 사회 기반 시설 및 인프라도 함께 발전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왕동은 시화산업단지를 끼고 있어 산업 근로자가 많은 탓에 이들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가 다각도로 구성돼 있다. 정왕동에 위치한 시화병원은 내원하는 환자 중 20%가량이 외국인으로, 이들을 위한 국제진료센터가 지난 2017년 조성됐다. 앞서 인근 시화공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의 방문이 잦았던 시화병원은 방문객의 편의와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14년부터 통역사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화병원에는 중국어·영어·러시아어·베트남어가 가능한 통역사들이 근무 중이며 외국인을 위한 병상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병원은 통역이 가능한 언어를 계속해서 확대하고 환자들이 작성해야 하는 동의서 등 기본적인 서류는 물론 사소한 안내문까지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또 유학생 검진이나 비자 검증도 병원에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 외에도 미등록체류자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과 불법체류이민여성 심리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외국인들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이바지한다. ■ 건강한 교육이 만드는 건강한 사회…다양한 교육 정책 추진 교육 측면에서도 다문화 시대를 대비한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다문화교육이 적용되고 있다. 2018년부터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된 시흥시는 통합적 다문화 이해를 위해 다문화 정책 학교(예비학교·중점학교·특별학급 운영교)를 운영,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다문화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정왕동 소재 군서초등학교는 올해 재학생 기준 90% 이상이 중국, 베트남이며, 학교에는 다문화특별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시흥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무학적 다문화가정 학생과 중도 탈락한 중도입국자녀의 학적 취득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집중 교육을 시행,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교생활 조기 적응 도모한다. 또 다문화 학생 및 학부모 교육 지원, 진로 정서 상담 등을 지원해 원만한 사회 융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왕동은 2012년부터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설치, 치안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반 시작되는 외국인 자율방범대 활동은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범 활동으로, 저녁 시간대 정왕동 일대를 순찰하며 폭행, 시비나 주취자 관리 등을 한다. 내국인 방범대와도 수시 교류를 통해 치안에 만전을 기울이는 등 정왕동에 거주 중인 내외국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왕본동 주민자치회 "다양한 국적 어우르는 동네 만들겠다" 외국인이 많은 정왕동은 주민자치회도 조금 특별하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모여 동네 현안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정왕동에서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정왕본동도 주민자치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의 화합을 꾀하고 있다. 회장은 내국인이 맡되, 외국인들이 각 분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정왕본동 주민자치회는 회장 전영옥씨를 필두로, 글로벌분과·복지환경분과·기획예산분과는 각각 중국, 파키스탄, 베트남 국적의 동포들이 맡고 있다. 전영옥 정왕본동 주민자치회 회장은 “매월 진행되는 월 회의에선 정왕본동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참여해 동네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자치회는 자체적으로 한국어 학당도 운영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동네 주민들에게 한국어 교육도 제공한다. 또 동네 주민들의 화합 일환으로 올해 주민자치회는 지난해에 이어 자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동네 주민들에게 이를 선보이는 ‘세계인의 패션쇼’도 기획 중이다.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회는 동네 상인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내국인과 외국인의 편견을 없애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한국계 중국인인 오성호 정왕본동 주민자치회 글로벌분과장은 “저는 중국어가 가능하다 보니 동네에 어떤 현안이 있거나 일이 생겼을 때 이를 상인들에게 빠짐없이 전달하며 동네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편견에 사로 잡히거나 안 좋은 시각으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도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지역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작은 '세계지도' 그리는 경기도, 외국인에 아낌없는 '지원'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②

② 경기도 외국인 현황과 정책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자체로 자리 잡은 가운데,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2004년을 기점으로 경기도 외국인 수가 본격적으로 증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주민 수는 총 75만1천507명으로 집계돼 전국(225만8천248명)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 유형별로 보면 기타 외국인이 19만3천65명으로 가장 많았고, 외국 국적 동포(17만4천317명)·외국인 근로자(14만9천618명) 등의 순이다. 경기도는 외국인 주민 수 증가 속도 역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지역이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도내 외국인 주민 수는 꾸준히 늘었다. 일례로 서울은 2018~2022년 5년간 외국인 주민이 44만6천473명에서 44만2천289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같은 기간 경기도는 67만2천791명에서 75만1천507명으로 증가했다. 시·군 별로 들여다보면 안산이 10만1천850명으로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다. 특히 안산은 총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이 무려 14.2%에 달한다. 안산 뒤를 이어 수원(6만8천633명), 시흥(6만8천482명), 화성(6만6천955명) 등의 순이다. ■ 고용허가제 이후 본격 증가…안산 중심 성장 그렇다면 경기도에 본격적으로 외국인들이 몰려 살게 된 시기는 언제일까.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를 시행해 베트남과 중국 등으로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수입’했는데, 경기도 역시 이 시기부터 외국인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입국 초반, 이들이 향한 곳은 안산이었다. 각국의 인력들은 주로 반월국가산단에 근무했고, 이들은 배후 동네였던 원곡동과 선부동을 중심으로 몰려 살았다. 또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외국인 주민 수가 늘어나며 시흥, 수원, 김포, 화성 등에도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함께 살았다. 이민정책연구원의 ‘경기도내 외국인 밀집지역 현황 분석 및 의제 발굴’ 보고서에 따르면 시흥시나 성남시에선 저렴한 주택들을 중심으로 중국 동포나 결혼 이민자 가족 등 정주형 이주민이 다수 거주했고, 김포·화성·포천 등에선 농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비정주형 이민자인 외국인근로자들이 공장에서 제공한 기숙사 등에서 거주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외국인 주민 현황이 처음 집계된 2006년 16만9천81명이었던 도내 외국인 주민 수는 빠르게 늘어 10년 만에 약 3.4배 증가한 57만1천38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도원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도는 타 시·도와 비교해보면 외국인 규모가 가장 많은데, 경기도의 증가는 전국 단위 외국인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경기도의 외국인 주민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 “아이들 몸과 마음 건강히 자라야 건강한 사회” 경기도,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 ‘사활’ 경기도는 거주 외국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자녀인 미성년 외국인을 위한 정책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전국 0~19세 외국인 주민 14만1천329명(한국 국적 취득자 1만5천165명·한국 국적 미취득자 12만6천164명) 중 35.99%인 5만872명(한국 국적 취득자 6천66명·한국 국적 미취득자 4만4천806명)이 경기도에 거주 중이다. 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미성년 외국인은 매년 증가하는 모습이다. 2017년 2만7천685명이었던 도내 거주 0~19세 외국인 주민은 ▲2018년 3만4천778명 ▲2019년 4만1천754명 ▲2020년 4만1천465명 ▲2021년 4만4천671명으로 4만명 안팎을 유지하다 2022년 5만872명으로 뛰어올랐다. 이들을 위한 경기도의 지원 예산 역시 늘고 있다. 61억6천500만원이었던 2017년 경기도 다문화정책 지원 예산은 2018년 62억537억원에서 2023년 99억2181만원으로 불과 5년 만에 35억원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는 110억원가량의 예산이 책정됐다. 경기도는 초등학교 저·고학년 기초학습 지원,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 지원, 교육 활동비 지원 등 여성가족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자체 사업 외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인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전국 최초 외국인 인권 정책 전담 개발 기관으로, 외국인 인권 향상을 위한 시책 및 권리 구제 방안 발굴, 인권 침해 예방과 인권 문화 확산을 위한 내외국인 인권 교육 실시 등을 통해 인권과 다양성이 삶의 문화로 활성화되는 다문화 인권 친화적인 지역 사회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 경기도는 다문화가정에 다문화 신문을 보급해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는 결혼이민자 및 외국인주민에게 각국의 소식은 물론 도와 지자체가 진행하고 있는 각종 다문화 정책, 행정 및 생활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효율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다문화정책을 만들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다문화가족 서포터즈를 초대, 토론회를 진행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다문화가정 캠프 활동 등 매년 새로운 사업을 추진, 다문화 가정 및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10년 이상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많지만,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사업을 통해 폭넓은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다문화가정이 경기더 사회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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