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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안식처’ 포승… 활력 넘치고 ‘새롭多’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③

지리적 ‘안성맞춤’ 고려인들 유입...매년 증가세 현재 3천명 이상 거주
편의점 매출 늘고 원룸 공실 없애 휘청이는 지역경제 살린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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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고려인들 제2의 고향 평택시 포승읍

 

“중국 동포들이 빠져나간 뒤 고려인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역경제에 타격이 심했을 겁니다. 구세주 같은 존재죠.”

 

4일 평택시 포승읍의 한 키즈카페. 여느 키즈카페와 달리 이곳에선 아이들의 재잘대는 러시아어가 한국어보다 더 또렷하게 새어 나왔다. 차가운 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 러시아 문화 탓에 ‘뽀로로’ 음료수는 모두 상온에 보관되고 있었다. 이곳은 포승읍에 사는 많은 고려인 부모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평택 포승읍의 한 키즈카페에서 고려인 자녀들이 함께 놀고 있다. 오종민기자
평택 포승읍의 한 키즈카페에서 고려인 자녀들이 함께 놀고 있다. 오종민기자

 

아이들이 이용하는 키즈카페가 생겨날 정도로 고려인이 늘어난 포승읍. 당초 이곳에 다수 거주하던 외국인들은 대개 한국계 중국인들이었다. 이들이 고려인으로 바뀌게 된 직접적 계기는 2017년 벌어진 사드 사태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급감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중국인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평택시의 외국인 등록 현황을 보면 포승읍의 한국계 중국인 수는 2018년(892명)부터 본격적인 감소세로 접어들어 지난해에는 6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계 중국인 ⅓이 떠나자 지역경제는 휘청였다.

 

포승읍 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한령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 사람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회상했다.

 

평택 포승읍 내 주류 외국인이 한국계 중국인에서 고려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과거와 현재 간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2013년 9월과 지난 2월에 찍힌 포승읍의 모습. 네이버 로드뷰 캡처
평택 포승읍 내 주류 외국인이 한국계 중국인에서 고려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과거와 현재 간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2013년 9월과 지난 2월에 찍힌 포승읍의 모습. 네이버 로드뷰 캡처

 

이때 ‘구세주’처럼 고려인들이 유입, 흔들리는 지역경제를 지탱했다.

 

포승읍에는 이전부터 소수의 고려인이 살고 있었는데, 모여 살길 원했던 고려인들은 중국인들이 떠난 포승읍으로 하나둘 옮겨 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포승읍은 포승국가산업단지 배후 도시인 데다 화성, 천안 등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이 일대에서 직장을 구한 고려인들에겐 지리적으로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포승읍의 우즈베키스탄 국적 등록외국인은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승읍에는 고려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포승읍에는 3천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사는 것으로 예측되며, 그중에서도 도곡리에 집중적으로 모여 산다.

 

포승읍 내 러시아어 간판을 한 가게들의 모습. 오종민기자
포승읍 내 러시아어 간판을 한 가게들의 모습. 오종민기자

 

포승읍에서 7년째 러시아 마트를 운영하며 변화상을 목격했던 장동주씨는 “처음 포승읍에 왔을 때만 해도 중국인들이 훨씬 많았고, 고려인은 약 300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고려인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동네가 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포승읍 도곡리(포승도곡근린공원) 일대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만6천여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말 기준 편의점의 월평균 추정 매출은 8천798만원이었는데, 이는 평택시(7천410만원)와 경기도 평균(7천373만원)보다 높았다.

 

이같이 동네에 모여든 고려인들은 이 일대 원룸 공실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공인중개사 A씨는 “고려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만 해도 20만원대였던 원룸 월세가 지금은 50만원대로 대폭 올랐다”며 “원룸 문의는 자주 오지만, 구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포승읍에서 만난 고려인들…“포승읍의 빛 되고 싶어요”

 

평택시 포승읍에서 만난 고려인들은 하나 같이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오래도록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평택시 포승읍 한 카페에서 만난 고려인 리나(왼쪽)양과 정 알렉세이씨. 오종민기자
평택시 포승읍 한 카페에서 만난 고려인 리나(왼쪽)양과 정 알렉세이씨. 오종민기자

 

과거 러시아에서 국영석유기관 등에서 근무했던 고려인 정 알렉세이씨(57)는 지난 2016년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정씨는 먼저 한국에 살고 있던 고려인 지인으로부터 포승읍에 위치한 한 공장 일자리를 소개받아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

 

2년여의 한국 생활 도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병상에서 3개월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정씨는 더 이상 힘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할 수 없게 됐고, 사무직을 전전하다 러시아에 있을 당시 그가 담당했던 ‘통역’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정씨는 국내에서 사법통역사 시험을 통과한 뒤 경찰 조사 국제팀과 병원 등에서 중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통역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근무와는 별개로 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는 언제나 한걸음에 달려간다.

 

정씨는 “한국에서 몇 년씩 살면서도 간단한 대화조차 하지 못해 애먹는 동포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외면할 수 없다”며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이라도 연락이 오면 간다”고 말했다.

 

통역 봉사활동 중인 정 알렉세이(가운데). 본인 제공
통역 봉사활동 중인 정 알렉세이(가운데). 본인 제공

 

포승읍 고려인들의 소통 창구가 돼 주고 있는 정씨에겐 하나의 소망이 있다. 이들에게 교육 측면의 지원이 조금 더 이뤄진다면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씨는 “포승읍처럼 산업단지가 많은 곳은 외국인 고용 등을 통해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며 “이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알게 돼 의사소통이 더 자유로워 진다면 내국인과 융화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에도 더욱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율방범대 봉사활동에 참여한 리나(오른쪽). 본인 제공
자율방범대 봉사활동에 참여한 리나(오른쪽). 본인 제공

 

올해 열입곱살인 리나는 지난 2021년 11월 고려인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어린 동생들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 한국에 왔다.

 

리나 가족이 한국에 오기 전 리나는 열두살 무렵 현재 가족에게 입양됐다. 고려인 혈통인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가족과 달리 러시아 태생인 리나는 이런 이유로 F1(방문동거)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리나는 평소 학교를 마치거나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항상 어린 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가족과 함께하고 있지만, 성인이 되면 F1 비자가 만료돼 한국을 떠나야 한다.

 

고려인 가족 구성원이지만, 고려인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인이 되면 하는 수 없이 한국을 떠나야 하는 리나는 F4(재외동포) 비자를 획득해 한국에 남기 위해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리나는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됐는데, 고려인의 피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자도 다른 것을 받게 됐다”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F4 비자를 획득해 한국에 남아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 대를 잇는 고려인들의 포승읍 살이… 변화하는 지역사회

 

포승읍 한 병원에 구비돼 있는 외국인 전용 안내문. 오종민기자
포승읍 한 병원에 구비돼 있는 외국인 전용 안내문. 오종민기자

 

이처럼 포승읍에 터를 잡은 고려인도 2세에서 3세로 교체되는 가운데, 이들이 포승읍에서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지며 포승읍이 고려인 맞춤 도시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고려인들로 채워지고 있는 포승읍에는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존재한다. 포승읍 도곡리에 위치한 한 치과에는 고려인을 위한 외국어 안내문이 마련돼 있다. 많은 고려인이 초콜릿 등 고열량 음식을 선호, 상대적으로 타 병원보다 치과를 많이 내원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을 위한 안내문이 비치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간단한 의사소통은 영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상세한 안내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고려인 전용 안내문을 비치했다”며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만큼 이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려인 십여명으로 구성된 도곡리푸른자율방범대는 매주 금요일 오후 동네 순찰을 하며 어린아이들의 안전 귀가, 주취자의 난동 행위 방지 및 경찰 인계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방범대는 지난해 방범 활동 중 늦은 밤 홀로 공원에 앉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읊조렸던 한 고려인을 발견해 경찰에 안전하게 인계했으며, 치매 노인을 안전 귀가시키는 등 마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원으로서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도곡리푸른자율방범대가 저녁 방범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도곡리푸른자율방범대 제공
도곡리푸른자율방범대가 저녁 방범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도곡리푸른자율방범대 제공

 

■ ‘한국어 입 못 떼는 고려인’ 속출… 교육환경 개선 시급

 

이처럼 경기도내 또 하나의 고려인마을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이들의 언어적 불편함은 여전하다.

 

포승읍에 위치한 도곡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중 45%, 도곡중학교는 20%가량이 고려인을 포함한 외국인 학생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한국어 교육은 1주 10시간, 하루 평균 2시간으로, 통상 초등학교 입학 전 언어를 습득하고 진학하는 한국 학생과 비교했을 때 학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포승읍에는 고등학교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아 학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도곡리 아산국가산업단지와 약 10㎞ 떨어져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통편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은 일부 외국 학생들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평택시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초·중학교 한국어 교실 강사를 채용, 학습지원 업무 및 다문화 학생 대상 한국어 학습지도, 일반 학생 대상 다문화 이해 교육, 다문화학생 집단 심리정서 상담, 온라인한국어콘텐츠지원 사업 등을 통해 다문화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대상을 확대,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문화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교직원을 대상으로 교육 과정 변화, 대처 방법 등에 대한 연수도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다문화 가정 확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부족한 고등학교 대신 한국어공유학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NEW 포승읍’을 만드는 사람들…“고려인 아이들 성장하기 좋은 포승읍 되기 위해 최선”

 

황갈리나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 공동대표. 이지민기자
황갈리나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 공동대표. 이지민기자

 

“포승읍이 고려인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고려인 청소년을 위한 활동도 더 다양하게 하고 싶습니다.”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황 갈리나씨(60)는 포승읍에서 그리는 미래 모습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곳의 어르신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고,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카자흐스탄에서 이주해 포승읍에 뿌리를 내린 황씨.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러 포승읍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 됐다. 특히 황씨는 2020년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한국어 학원을 설립,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가 지난해 12월9일 평택시 던킨 포승점에서 발족식을 열고 2024년 협의회 활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일보DB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가 지난해 12월9일 평택시 던킨 포승점에서 발족식을 열고 2024년 협의회 활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일보DB

 

황씨는 포승읍의 대표 고려인 중 한 명으로 지난해 출범한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협의회는 고려인의 평택 정착 등을 돕고자 조직됐고, 평택외국인복지센터, 평택안성흥사단 등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고려인이 일찍이 자리 잡은 안산이나 광주광역시에 비해 평택 포승읍은 비교적 최근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특히, 협의회는 올해 평택시 고려인 지원 조례 제정, 고려인 커뮤니티센터 설립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는 “이곳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한국을 고국으로 생각하며 새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만큼 협의회는 이들이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포승읍 내 고려인들과 내국인들이 모인 가운데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포승읍 내 고려인들과 내국인들이 모인 가운데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 외에도 이곳 포승읍에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단체가 하나 더 활동 중이다.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합을 이끌고 있는 박준우 도곡12리 이장은 이 지역에서 소문난 ‘고려인 아버지’다. 내국인들도 고려인과 관련된 일이라면 박씨를 찾을 정도다.

 

박씨는 지난 2022년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출범시켰고, 봉사단도 조직해 마을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또 포승 고려인 마을 사회적협동조합에선 고려인 아동 및 성인들에게 한글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준우 도곡12리 이장. 오종민기자
박준우 도곡12리 이장. 오종민기자

 

민간 분야에서 고려인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박씨는 ‘외국인=미군’인 평택에선 아직 고려인들을 위한 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평택은 사실 모든 정책적 지원이 미군이고, 그 밖의 고려인 등 외국인에겐 무관심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려인에 대한 러시아어 통역 지원도 저희 협동조합 같은 민간 단체에서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포승읍이 고려인들이 좀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기 위해선 저희 같은 민간 단체의 지원은 물론 시 차원에서도 재원 확보 등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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