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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서비스센터’가 된 환전소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 못다 한 이야기①]

환전 기능뿐만 아니라 종합 생활 서비스 제공하는 ‘민간서비스센터’ 역할
한국어 서툰 외국인 보이스피싱 막고 방 구하기•길 안내등 다양한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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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이야기 ① ‘민간서비스센터’가 된 환전소 

 

안산 원곡동의 한 환전소에 손님들이 방문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종민기자
안산 원곡동의 한 환전소에 손님들이 방문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종민기자

 

K-ECO팀은 한국계 중국인·고려인·아프리카계 등 외국인들의 유입에 따른 지역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60여일 간 경기도내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신규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을 다양하게 살펴보면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환전소’와 ‘여행사’, 그리고 ‘현지식 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외국인 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이 곳들에 대해 ‘못다한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환전소’다. 환전소는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외국인 주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환전 업무를 하기 위해선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환전업무등록신청서를 세관에 제출, 관할 소재지 세관장에게 환전영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나오는 사업자등록증은 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외국인 역시 발급이 가능한데, 이는 안산 원곡동이나 시흥 정왕동 등 한국계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지역들에 환전소가 자주 들어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계 중국인 밀집지역 외의 외국인 거주지역에선 내국인이 꾸린 환전소들도 자리 잡고 있다.

 

도내 한 환전소의 모습. 오종민기자
도내 한 환전소의 모습. 오종민기자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환전소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자국 돈을 원화로 바꾸며 한국생활을 시작한다. 또 정착 이후에는 환전 외에도 급여를 자국에 송금하는 목적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송금을 위해선 관세당국의 별도 허가가 필요한데, 외국인들은 언어 문제 및 은행 운영시간 등을 이유로 환전소에서의 송금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환전소에서는 한국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통역 서비스, 빈방 소개, 일자리 연계 등이다.

 

강승호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사무국장은 “한국인들에게 환전소는 단순히 송금을 해주거나 돈을 바꿔주는 곳으로 인식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 살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해주는 곳으로의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도내 한 환전소에 손님들이 방문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종민기자
도내 한 환전소에 손님들이 방문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종민기자

 

■ “보이스피싱도 예방”…'생활서비스센터' 환전소, 통역 도움에 일자리 소개까지

 

“일자리를 연계해주거나 통역을 해주기도 하죠.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요…그 지역 외국인들에게 환전소는 생활서비스센터 역할을 하는 거죠.”

 

찬 바람이 옷깃을 스치던 지난 2월, 평택 팽성읍의 로데오거리. '쨍그랑'하고 울리는 출입문 종소리가 고요한 거리의 적막을 깼다. 다급한 표정을 하며 헐레벌떡 환전소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40대의 흑인 여성. 그 여성은 환전소 주인에게 한 단어 한 단어씩 눌러 말하며 어수룩한 한국어를 이어나갔다.

 

“제 통장에서 돈이 사라졌다는 전화가 왔어요…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도와주세요.”

 

종종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환전소를 방문해, 낯이 익었던 손님이었다. 불안감에 손을 떨던 여성을 안심시킨 환전소 주인 A씨는 대신 전화를 받았다.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으니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수상한 전화. 다름 아닌 보이스피싱이었다. 서둘러 전화를 끊은 A씨는 앞으로 이런 전화는 무시하고, 번호도 차단해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환전소를 운영하다 보면 본 업무인 환전 업무 외에도 그 지역의 외국인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요청하며 찾아오기도 한다”며 “환전소는 일종의 민간서비스센터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한 환전소의 모습. 오종민기자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한 환전소의 모습. 오종민기자

 

이외에도 환전소는 일자리 소개와 통역은 물론, 그 지역에 정착하려는 외국인들이 방을 구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서비스 제공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이 환전 외에 환전소를 자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생활 정보를 안내 받을 마땅한 곳이 없고, 그 지역의 행정복지센터를 찾아도 언어문제가 장벽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안산 원곡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한국계 중국인 김우진씨(51·가명) 역시 환전소가 외국인들을 위한 ‘민간서비스센터’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월 김씨의 환전소 앞으로는 한 중국인 할머니가 길을 물어오기도 했다. 자신이 가족들을 만나려 서울에 가고 싶은데, 서울행 버스를 어떻게 타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버스 편과 정류장을 친절히 안내했던 김씨. 마음 한 켠에 걸렸던 탓일까. 그는 잠시 가게 문을 잠그고 할머니와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해, 할머니가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도록 도왔다.

 

평택 포승읍에 위치한 또 다른 환전소에서도 이 같은 역할은 마찬가지였다. 사장 이봉씨(31·가명)는 지난달에도 한 중국인 손님이 택배를 부치는 걸 도와줬다. 한국 말을 못하는 손님이 우체국으로 동행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한국어를 잘 못하는 중국인들이나 핸드폰에 익숙지 않은 고령의 중국인들도 환전소에 자주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환전소는 외국인의 한국 생활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외국인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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