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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의 그늘] 完. 전문가 제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난 2012년부터 전국 153개의 공공기관 중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이 정책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은 경제 침체에 빠지게 해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머물고 있으며, 공공기관들이 새 둥지를 튼 혁신도시는 자녀의 교육 문제와 문화시설 부족 등 불만족스러운 정주여건 결과를 낳고 있다.이러한 부작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달 4일 정부와 여당이 추가로 도내 18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섣부른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하에 사회 전반적인 비효율성을 낳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경기도 내 공공기관 지방 이전 탓에 지역 경제 침체를 맞는 도내 시ㆍ군 문제에 대해 김태경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공공기관 이전으로 전문인력과 지식인이 빠져나가는 것은 경기도의 경쟁력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이전하는 기관과 관련된 기업들 또한 빠져나간다면 지역 경제와 소비에 연관이 돼 파급효과가 더 커 상권 침체와 경제력 약화가 동시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안으로 “지역 내 4차산업혁명 R&D 단계 조성 등 지역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 육성을 지자체에서 추진, 시장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는 문화, 테마 관련 산업 등 매력적인 요소의 국가 시설이 자리 잡아 사람을 끌어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 계획 자체는 성공했지만, 사회적 총비용 대비 인구·자원의 분산 효과는 부족했다”면서 과거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대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혁신도시는 인구와 자원이 집중된 수도권만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요소를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그 중심에는 교육과 문화가 있다”고 조언했다.또 전문가들은 과거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정치적 이상’만을 가지고 접근했다며,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통한 검토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목표가 ‘이전을 위한 이전’이 아니었는지 정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전의 목적은 단순한 수도권 분산이 아닌 그것 이상에 명확한 목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이전 전, 후에 있어서 전체 사회적으로 차별적인 순익이 있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부처의 협업은 물론 이전기관끼리의 시너지 또한 고려했어야 하는데 과거 정부의 혁신도시 구상에서는 이런 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끝으로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지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따지는 것이 아닌 ‘정치적 이상’만을 가지고 접근했다”며 “꼼꼼한 검토 없이 급작스럽게 이전 탓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국가균형발전은 부족한 지방을 지원해 수도권과 같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아닌, 수도권의 많은 것을 빼앗아 수준을 낮추는 방식이었는데 이러한 방식은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공공기관 이전의 그늘] 3. 업무 비효율성·지역갈등 유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정책이 조직의 비효율성과 이전기관 유치에 따른 지역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현재까지 1년 7개월 동안 무려 41명의 인력이 이탈했다. 이전 확정 전인 2015년 10명이 퇴사한 것과 비교하면 직원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특히 작년 7월22일부터 현재까지 기금 운용의 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CIO)은 공석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국민연금공단 임직원 거주지 현황’을 보면, 9월 현재 인사시스템 기록상 임직원 1천19명 중 70%가 넘는 715명이 전주시 권역에 거주하지 않거나 주소를 이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를 보면 지난 2015년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쓴 출장비는 717억 원에 달한다. 2013년 526억 원인 것에 비해 191억 원(36.2%) 증가했다. 출장 횟수 또한 2014년 69만 8천246회에서 2015년 84만 2천 회로 급상승했다. 공공기관의 업무 특성상 수도권에 있는 관계부처와의 회의 등을 위한 출장이 잦아 길 위에서 쏟아붓는 시간과 예산 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관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이용빈도는 낮다는 게 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행정학회는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이 2조 8천억~4조 8천8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경북 김천으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국회나 정부부처에서 열리는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수시로 서울을 왔다갔다해 시간과 예산낭비는 물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화상회의 시스템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아 먼지만 쌓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지방과 지방간에 갈등마저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달 4일 정부와 여당이 122개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발표하자 대전광역시와 경북 영주시, 문경시, 전라남도 등 지자체들이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뛰어들었다. 대전시의회는 최근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역 합리적 조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해 “과거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 충남과 대전은 단 1곳도 이전하지 않은 채 철저히 소외돼 왔다”며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의 균형과 형평을 충분히 고려해 배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처음 논의됐을 당시에도 서로 공공기관을 유치하고자 지역 간 갈등과 정치적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공공기관 이전에 실패한 지자체들은 허탈함 등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공공기관 이전의 그늘] 2. 지방이전 부작용의 늪

A 공공기관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30대 J씨의 희망 1순위는 근무지 변경이다. J씨가 몸담은 A 기관은 지난 2015년 경남 진주로 이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2~ 3년 본사에서 더 근무해야 승진을 바라볼 수 있고, 급여도 올라갈 터인데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38년 동안 경기도에서 살아온 ‘경기 토박이’이지만 직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주말 가족, ‘기러기 아빠’로서 생활을 더는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J씨는 “평일에는 진주에 내려가 일하고 주말에 가족이 있는 성남시로 올라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지만, 몸과 정신 모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나주로 이전한 C 공공기관 관계자는 “3년 주기로 나주 본사와 수도권 지사를 순환 근무하고 있는데 직원 대다수가 본사 근무는 꺼리고, 가족이 있는 수도권 근무만을 희망해 본사 조직을 꾸리기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경북 김천에 지난 2014년 새둥지를 튼 한 공공기관 앞에는 금요일 퇴근 시간 이후면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직원들을 실어나르려는 버스들로 가득하다. 이 기관은 이전 이후 지금까지 매주 셔틀버스 수요조사를 벌여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 기관 관계자는 “수도권에 가족을 둔 주말 부부, 기러기 아빠 엄마들이 많다”며 “회사 근처에 원룸을 계약해 평일에 생활하다 금요일 일을 마치면 가족들이 있는 수도권으로 다들 떠나 주말에는 김천 지역이 휑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연구’를 보면 절반을 넘는 55.4%에 달하는 이전기관 직원이 ‘나 홀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직장 문제’, ‘자녀 교육 문제’, ‘수도권의 교통과 문화적 혜택을 못 받는 점’ 등을 주된 사유로 꼽았다. 정부의 당초 지방 이전 목표인구는 26만 명이었으나 67.1%인 18만 2천여 명에 그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곧 문화시설, 각종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지역으로의 생활권 안주를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지방을 살린다는 취지의 정책을 회의적으로 보는 까닭이다.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소비도 지역에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국토연구원의 ‘이전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 일부 또는 혼자 이주한 근로자들의 경우 공공기관 이전지역인 해당 시ㆍ도 내 지출(41.2%)보다 시ㆍ도 외 지출(58.8%)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지역에서의 소비보다 가족이 있는 지역에서의 소비성향이 크다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일부 또는 홀로 이주한 근로자들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미비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방혁신도시의 지방세 수입 역시 이전 초반에는 증가하는가 싶더니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들 도시의 지방세 수입은 기관이 이전하기 전인 지난 2012년 222억 원에서 지방 이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4년 뒤 2016년에는 4천533억 원으로 15배가량 증가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목표에 성공을 알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3천292억 원으로 1천억 원 이상 급감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 거점 역할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정책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7월 말 현재 전국 153개 기관 중 150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도내에서는 내년 말까지 이전 예정인 2개 기관을 포함해 총 49개 기관이 지방으로 옮긴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공공기관 이전의 그늘] 1. 이전 지역의 현주소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난 2012년부터 경기도 내 공공기관이 대부분 지방으로 이전했다. 공공기관이 떠난 지 벌써 6년여가 지났지만 주변 상권은 여전히 경제적 암흑기에 빠져 있고 일자리마저 사라져 지역경제가 공동화됐다. 이러한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정부와 여당이 추가로 도내 18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해 공공기관 인근 자영업자들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추석명절을 며칠 앞둔 밤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은 암흑천지나 다름없다. 거리에 세워진 가로등과 이따금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 말고는 모든 빛이 죽어 있다. 이곳이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 있는 상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이곳에 부는 가을바람은 더욱 스산하게만 느껴졌다. 몇해 전 이 일대 있던 지방행정연수원(2013년 전북 완주 이전)과 국세공무원교육원(2015년 제주 서귀포 이전)이 지방으로 떠나기 전만 해도 이곳은 북수원의 번화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저녁과 밤거리에는 휘황찬란한 불빛 속에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고, 식당과 술집에도 손님들로 가득 차 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또 연수원, 교육원의 장ㆍ단기 교육생을 위한 원룸, 하숙집도 성황을 이뤘다. 파장동에서 식료품 마트를 운영하는 Y씨(60)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한쪽을 살리는 대신 다른 한쪽은 죽이는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화를 냈다. Y씨는 이들 기관이 떠나기 전만 해도 월매출 5천만 원을 유지했으나 기관들의 지방 이전 이후 해마다 매출이 줄어 현재 1천500만 원까지 추락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20일 낮 12시 30분께 과천시 중앙동 과천시청 인근의 한 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님으로 붐벼야 할 점심에도 홀은 텅 비어 있었다. 12년째 이 가게를 운영하는 L씨(54ㆍ여)는 “정부 과천청사를 비롯한 중앙공무원교육원 등 몇몇 공공기관이 이전하기 이전인 5년 전에는 점심 성업시 수십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공공 기관 이전으로 하루 10만 원을 손에 쥐는 날도 잦아들었다”고 한숨 쉬었다. L씨는 결국 더는 버틸 수 없어 작년 6월 가게를 내 놔도 지금껏 가게를 사겠다는 소식은 없다. 인근에서 15년째 술집을 운영하는 P씨(55)도 과거 몰려드는 손님으로 하루 수백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현재는 가게 임대료도 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공공기관이 떠난 지역은 집값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12년 파장동의 평균 원룸 가격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보증금 250만 원에 월세 25만 원 선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마저도 찾는이가 없어 공실률도 높아 빈집도 수두룩하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23㎡짜리 상가의 경우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보증금 200만~300만 원에 월세 20만 원까지 푹 주저앉았다. 이 같은 공공기관 이전 후폭풍은 연구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연구원의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 현황 및 파급 효과 연구’를 보면 공공기관 이전지역의 음식점 주인 95%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응답했다. 또 기관 이전 후 주변 상가의 권리금과 임대료가 감소했다고 응답한 음식점주도 65%에 달했다. 김태경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주변 상권 매출의 큰 부분을 기관 직원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도내 18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떠난다면 크고 작은 경제적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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